〈 219화 〉219. (H)위험한 날(1)
욕실 안으로 들어간 은현은 욕조 안에 입 아래까지 전신을 푹 담그고 있는 일리아나를 발견하고 천천히 욕조 안으로 다가가 몸을 담갔다.
편백 나무로 건조된 정사각형 넓은 크기의 욕조 안에 몸을 담그고 자연스레 일리아나의 옆에 앉은 은현은 왼팔을 들어 올려 일리아나의 어깨를 끌어안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 행동에 이끌려 일리아나의 머리가 은현의 왼쪽 가슴에 기대어 왔다.
“왜 그렇게 저기압이야. 너답지 않게.”
“…나다운 게 뭔데?”
“나랑 엘레노아를 괴롭히는 거 엄청 좋아하는 여왕님.”
“…….”
“움직이는 거 싫어하고, 하고 싶은 것에만 움직이는 마이페이스.”
“…….”
“뛰어난 건 마법밖에 없으면서, 다짜고짜 요리를 알려달라면서 이상한 데서 자존심을 불태우는….”
“야, 너 지금 나 까는 거야?”
순간 기분이 팍 상해진 일리아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은현의 턱과 입술을 부여잡고 짜증을 냈다.
은현이 전혀 개의치 않고 입을 열었다.
“나한테 직설적으로 마음을 전해온 당당한 여자잖아.”
“…….”
“어서 기운 차려야지.”
일리아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은현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평소의 그녀답지 않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아주 가끔 보여주는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에, 은현은평소처럼 그녀를 놀리지 않고 어깨를 토닥여주며 위로했다.
“왜 내가 위로를 받아야 하는 거야. 어이가 없어. 진짜로.”
위로는 자신이 은현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그런 말을 하면서 은현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이유는 눈물을 흘리는 자신의 얼굴을 은현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다.
“일리아나, 난 이제 괜찮아. 여신님께서는 나의 영혼에 걸려 있는 제약을 풀어주셨으니까.”
“알아. 나도.”
베르단디가 많은 신들을 설득하여 힘을 모으고, 다시 은현을 되살린 이유는 은현의 행복을 바랬기 때문이다.
일리아나는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욕탕 안에서 몸을 일으켜 은현의 위에 걸터앉았다.
자연스레 목에 팔을 두르고 입맞춤을 해오는 일리아나의 행동에 호응하여, 은현은 입을 벌렸고 자신의 입속으로 들어오는 일리아나의 혀의 감촉을 즐겼다.
“흐응…츄읏.”
숨을 내쉬며 서로의 혀와 타액을 탐하는 끈적한 키스를 끝낸 뒤, 일리아나는 은현의 입에서 자신의 입술을 떼고 그의 얼굴을 응시했다.
“다시 한번 약속해줘. 다시는…다시는 날 두고 죽으면 절대로 안 돼.”
“약속할게.”
“네가 죽으면, 나도 같이 죽어버릴 거야.”
“무슨 협박이냐. 그건.”
“그 정도로 진지하다는 거야.”
이미 세 번째 하게 되는 똑같은 약속.
하지만 재차 그 약속을 하는 의미는 은현도 이해하고 있다.
은현의 과거, 은현이 짊어지고 있는 현재, 은현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미래.
그것을 모두 이해한 끝에 새로 맺는 약속은 ‘앞으로도 평생 너의 곁에 있겠다.’라는 의미를 다시 새기는 것과 같았다.
“약속할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은현은 이번엔 자신 쪽에서 일리아나의 허리를 끌어당겨 다시 한 번 키스를 시작했다.
아까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되어 은현의 움직임에 호응한다.
애정이 가득 찬 키스, 밀착된 가슴과 서로의 유두가 스치면서, 자연스레 힘이모이고 기둥이 솟아올라, 단단해지는 자지가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치고 있는 것을 일리아나가 깨닫는다.
“후아아….”
자연스레 허리를 움직여 단단해진 자지에 음부를 비비던 일리아나는 자신의 몸이 완전히 스위치가 켜져 버렸다는 것을 자각했다.
“지금 한 번 할래?”
이미 일리아나에 의해서 자지를 단단하게 발기시킨 은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 전에….”
일리아나는 위에 걸터앉았던 자신의 몸을 오른쪽 옆으로 옮겼고, 왼손으로 욕탕 속에서 꼿꼿이 세운 자지의 기둥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단지 어루만졌을 뿐인데, 마치 심장이 펌프질을 하는 것처럼 일리아나의 손길에 은현의 자지가 부르르 떨었다.
벌써 몇 번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잔뜩 어루만져진 자지는 일리아나의 손길을 기억하고 기쁜 듯 요동치고 있는 것만 같다.
일리아나는 왼손으로 자지의 기둥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서, 은현의 왼쪽 가슴에 얼굴을 묻고 귀를 가져다 대었다.
“심장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려. 가슴의 피부를 통해서 내 귀를 때리는 것만 같아.”
천천히 은현의 몸 위에 기대고는 거유를 밀착시킴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무게감이 더해져 갔다.
그 체중의 무게감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분을 은현에게 가져다주었다.
일리아나의 체온이 그대로 체내에 스며들어오는 것만 같아, 세차게 뛰는 심장을 침착하게 만들어 준다.
“일리아나의 몸. 따뜻하네.”
“그거야 이 뜨거운 물 온도 영향도 있겠지.”
밀착된 상태로 두 사람이 서로의 무게감과 체온을 교환하면서 그 감각을 즐겨나갔다.
평소 괴롭히는 것을 좋아하고굴복시키며 주도권을 잡는 것을 즐기는 섹스가 아닌, 서로의 애정을 듬뿍 교환하면서 기분을 고조시키는 전희는 굉장히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이다.
‘아마 일리아나가 첫 경험을 하고 얼마 안 있었던 때가 이랬던 것 같은데.’
섹스에 대해 잘 모르고, 여유가 없었기에 잔뜩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서도 서로의 애정을 갈구했던 초창기의 그리운 기분을 떠올렸다.
은현이 그런 감상에 빠져있을 때, 일리아나는 비단과도 같은 피부의 부드러운 손바닥으로 은현의 자지를 본격적으로 훑기 시작했다.
이제는 은현에 대한 모든 공략 포인트를 알고 있는 일리아나는 완전히 숙련된, 어른의 손놀림이다.
손가락 하나하나의 테크닉이 터무니없이요염하면서도, 평소와는 달리 짓궂은 움직임이 아닌 상냥함이 담긴 움직임.
“흐….”
부드러운 손놀림에 넋을 놓고 있자니, 은현이 자신도 모르게 작게 숨을 토해냈다.
그 상냥함에 방심을 한 틈을 타, 쾌감을 느끼는 성감대를 어루만지며 더욱 기분을 고조시킨다.
정말로 섹스에 익숙한, 완전히 어른 여성의 손놀림이다.
평소에 굉장히 자극적인 플레이만을 해왔던 것의 반동인지, 이렇게 정성이 들어간 상냥한 애무는 오랜만이었던 것에 은현이 당혹감을 느낄 정도로 기분이 좋다.
그 당혹스러움을 티 내지 안기 위해 애를 썼지만, 전신의 미세한 떨림과 쾌감을 참는 은현의 얼굴을 몇 번이나 봐왔던 일리아나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후후.”
미소지은 일리아나는 손바닥의 움직임에 갑작스레 변화를 주었다.
기둥을 위아래로 훑던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비단과도 같은 손바닥이, 자지의 뿌리부분과 음낭을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그러고 보니, 옛날 생각나네.”
“옛날?”
“너가 다시 날 찾아왔을 때.”
“…아.”
상냥하게 음낭을 어루만지며 말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한 것인지 깨달은 은현이 순식간에 벌레를 씹은 표정처럼 인상을 찡그렸다.
“이 주머니 안에 있는 구슬. 터졌었잖아? 내가 발로 차서.”
“…짜증나는 기억 떠올리게 하지 마.”
은현에게는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끔찍한 기억 중에 하나다.
수많은 고통에 익숙해져 왔다고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400년을 넘는 시간을 살아보면서 그것이 터져본 기억은 그때가 유일했었다.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등골이 서늘해져. 너 내가 여신님의 권능이 없었으면, 정말로 거기서 끝난 거였다고. 알아?”
“알아. 미안하대도.”
다양한 감정들이 휘몰아치면서 주체하지 못했던 그때에 대해서, 일리아나는 정말로 미안하다는 듯 사과를 했다.
“그러니까.”
음낭을 상냥하게 쓰다듬는 손놀림을 재개한다.
“오늘은 내가 해줄게.”
자지의뿌리 부분과 음낭을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로 어루만지고, 욕탕 안의 온도와 함께 따뜻한 마찰이 자지 안에 전해져온다.
“후후.”
“일리아나, 너 이거….”
“예전에 나한테 마사지해줬을 때 기억해?”
은현은 말없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때 생각했어. 딱히 섹스를 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좋았던 건지.”
상대를 어루만지는 것으로 점점 기분을 고조시키고 초조하게 만드는 것 같은 손놀림.
이전 자신이 해주었던 마사지를 닮았다고, 은현은 생각했다.
“흐….”
“좋아. 그 얼굴.”
쾌감에 몸을 떨고 살짝 동요를 보이는 은현의 얼굴을 확인하고, 일리아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띄우며 계속 손을 움직였다.
은현을 허덕이게 만드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은 틀림없이 새디스트적인 성벽이 발현된 일리아나의 취향이 되어버렸다.
성적인 쾌감을 통해 자기 자신이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굉장히 좋아하지만, 자신의 몸을 이용해 은현에게 성적인 쾌감을 선사해주는 것은 자신이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는 또 다른 남다른 도취감을 느끼게 만든다.
“더 보여줘. 사랑스러운 내 남편의 얼굴.”
“크으….”
이제는 어디를 만지면 얼마나, 어떻게 좋아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일리아나는 계속 손을 움직여 신음을 찾는 은현의 반응을 살피며 즐긴다.
‘뭐야. 이거 진짜….’
지난번 자지에 고무밴드를 채우고 괴롭히며 고통에 일그러지는 자신의 반응을 보고 즐겼던 것과는, 또 다른 상냥한 괴롭힘.
마치 자신의 마음 안쪽을 간질이며 유혹해오는 마녀의 손길 하나하나에서 애정이 넘쳐흐르는 것을 느끼고 심각히 당혹스럽다.
첨벙 첨벙 첨벙
손을 욕탕 안에 잠겨있는 자지를 손으로 훑어 핸드잡을 해줄 때마다, 일리아나의 손동작에 맞춰 욕탕의 수면이 파도가 치고 바깥으로 흘러넘쳤다.
“일리아나, 잠깐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직 제대로 된 시작도 안 했는데.”
자신의 마음과 이성을 녹여내는 애정의 핸드잡에 위화감을 느낀 은현이 일리아나를 떼어놓으려 했지만, 일리아나는 피식 웃으며 손에 쥐고 있는 자지를 움켜쥐며 떨어지지 않았다.
“하아…. 그 번민한 얼굴…계속 보여줘.”
무언가 답답하고 괴로워하는 은현의 얼굴을 보고 황홀한 표정을 짓다가, 일리아나가 이내 은현의 오른쪽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츄읍.”
“읏…!”
“여기도 기분 좋게 해줄게? 츄으읍.”
요염하게 빛나는 눈동자로 그렇게 말하면서, 은현의 오른쪽 유두 위를 핥는 붉은 혀는, 마치 뱀과 같다.
이것은 뱀이 해오는 구애의 행동이 아닌가.
그리 생각할 정도로 느껴지는 요염한 혀가 투명하고 끈적한 타액을 칠하며, 유두의 전체에 그림을 그리듯 핥는다.
먹이를 탐내는 것이 아닌, 이성을 단단히 지키고 있는 인내심이라는 감정을 모조리 빨아들이려는탐욕적인 움직임.
“츄으…후훗, 츄으읏.”
혀의 감촉과 함께 따뜻한 기운이 가슴의 근처에 스며들어온다.
따뜻한 욕탕 안의 물 온도와 수증기로 인해 안 그래도 살짝 후덥지근했던 열기가 모조리 은현의 몸 안으로 흡수되고 있는 것처럼, 이성의 성벽을 허물고 그 안에 엄중히 보호되고 있던 마음을 자꾸만 건드린다.
아래는 손가락에 의해 상냥한 괴롭힘에 농락을 당하고, 위는 뱀과도 같은 혀에 농락을 당하면서 전신을 달아오르고 뜨겁게 만들고 있다.
“좀 짜네. 하긴 제대로 씻은 건 오랜만이라 그런 걸까?”
“크…으. 그럼 당장 떨어져. 몸부터 씻고….”
“싫어. 이 냄새가 더 좋아. 츄으읍!”
싫어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선호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유두를 핥았다.
이런 자신의 땀 냄새를 좋아하는 걸 보면, 일리아나도 제대로 된 취향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고 은현은 생각했다.
‘애초에 남을 괴롭히는 것을 즐기는 성벽을 가지고 있는 것부터가 좀 정상이 아니긴 하지.’
은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건 말건, 일리아나는 열렬하게 은현의 몸을 밀착시키며 성적인 봉사를 멈추지 않았다.
기분이 좋은 것도 좋은 거지만, 이런 달콤한 자극의 공격을 계속 받으면서 무심코 신음을 터뜨리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아낸다.
“쭈우읍!”
키스 마크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하게 유두를 빨아들인다.
그 강력함은 마치 은현의 몸에 자신의 흔적을 새김으로써 도장을 찍어놓는 것만 같은 일리아나의 강한 집착을 느끼게 만들었다.
혀와 타액으로 마킹이 되어가고, 일리아나라는 미녀에 일부가 자신의 몸을 덧씌워가는 것만 같은 감촉은 즐거움을 떠나서 커다란 쾌감을 심어주고 있다.
어른의 여성에게 정복당하는 즐거움에 익숙해져버린 은현의 몸은 너무나도 순순히 일리아나의 몸에 반응하며, 몸 주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기쁨에 요동치며 떨었다.
“츄으읍!”
“크…으윽!”
“더, 더 들려줘. 쭈으읍!”
아름다운 분홍빛 입술의 자국이 붙어 남아버릴 정도로 강렬한 흡입.
자극적인 입과 손에 의해, 일리아나가 심어놓은 따뜻한 열기가 은현의 전신으로 퍼져 몸 전체를 달아오르게 만든다.
교미를 하는 뱀 같이 몸 전체를 움직여 은현의 전신을 옭아매면서, 풍만한 몸을 요염하게 움직여 색칠을 하는 것만 같은 움직임을 취했다.
부드러운 피부 전체가 자신의 몸 전체를 문지르면서 선사하는 쾌감을 견디지 못한 은현이 결국 허리와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계속된 자극이 쌓이면서 버티지 못하게 된 사정의 전조.
“끄으…윽!?”
마침내 사정감을 폭발시켜 정액을 분출시키려던 순간, 일리아나가 은현의 귀두 아래쪽을 동그라미를 만든 손가락으로 꽉 움켜쥐며 사정을 막았다.
자지의 기둥을 타고 요도 밖으로 세차게 뛰어나가려던 정액들이 출구가 닫혀버림과 동시에 자지 속에서 요동쳤다.
“아직 싸면 안 돼.”
“…….”
“싸는 건 내 안에 해야지.”
허리를 들어 올려, 다시 은현의 몸 위에 걸터앉은 일리아나는 스스로 자신의 보지의 음순을 넓히고 자신의 질구에 귀두를 끼워 맞췄다.
이윽고 망설임 없이 허리를 내려 자신의 보지 속에 은현의 자지를 삽입시켰다.
“흐으으….”
작은 교성과 함께, 일리아나가 은현의 목에 다시 팔을 두르며 꽉 끌어안고 가슴을 밀착시켰다.
“현아. 그거 알아?”
“…뭔데?”
“나오늘 위험한 날이야.”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