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4화 〉194. 남자의 꿈 (194/730)



〈 194화 〉194. 남자의 꿈

철컥! 우우웅!

쇠로  철창이 단단히 잠긴 것을 확인하고, 은현의 조작으로 세 사람과  인형이 타고 있던 철로 이루어진 방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이건…또 뭐지?”

“이번에 지하 시설을 새로 확충하면서, 사람이나 물자의 이동을 쉽게 하려고 만들었어. 이 철로 된 방을 수직으로 상승시키거나, 하강시키는 것 밖에 없지만, 이것만으로도 크게 편리해지니까.”

“…확실히.”

엘리베이터를 처음 타보는 알렉스의 입장에서는 이동하는 방이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가는 감각에 신기한 기분을 느꼈다.
반면 옆에서 그리운 기분을 느끼고 있던 유리아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은현을 노려보았다.

‘미X놈이 이제는 별  다 만드네.’

“조만간 이 시설도 공작령에 도입시키실 생각이신가요?”

“네? 아니요? 이걸 왜 합니까? 이건 그냥 제 취미 생활에 필요해서 제가 사적으로 만든 것일 뿐이에요. 외부에 공개할생각도 없고요.”

“…….”

“그리고 애초에 공작령에 이런 엘리베이터 시설은 필요하지 않아요. 이건 낙차가 심한 지역에서나 유용한 시설이니까요. 평지의 고층 건물이 없는 곳에서는 설치하는데 필요한 자원에 비해 그다지 효용가치가 없기도 합니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데 필요한 금속을 비롯해서 여러 물자를 구하고 설치를 하려면 그만큼 드는 수고가 적지 않다.
은현이야 여신의 권능을 사적으로 사용하면서 물자의 지원의 제약 없이 마음껏 이런 시설을 제작할  있지만, 이런 기술을 대륙에 공개를 하려 한다면,  다음부터는 여신의 권능을 사용하지 않고 제작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생각을 해야만 했다.

“나도 공작령에 대해서 돕고 싶은 마음이 있기는 한데, 이런 건 실질적으로  무리가 있거든. 미안해.”

“아니, 그런 부분을 너에게 바랄 생각은 나도, 아버지도 추호도 없어. 그냥…엘레노아만 행복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건 최선을 다할게.”

은현은 쓰게 웃으며 대꾸하고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두 사람을 안내했다.
그를 따라가 시설의 내부, 거대한 공방을 관람하며 걷던 두 사람은 쭉 따라 걷던 방향의 끝에 위치해 있는 거대한 무언가를 보고, 경악이 어린 표정을 지었다.

“이건…? 골렘…인가?”

신장이 한 5m는 넘어 인간의 3,4배에 달하는 몸집과 검은색의 흑철로 이루어진 골격들은 마치 살점이 하나 없이 뼈대만 남아있는 거인의 형상이었다.
유리아는 강철로  거인의 뼈대를 보고, 은현이 무엇을 만들려는지 눈치를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이 골렘에게 ‘옵티머스’라는 이름을 지어주려고 했던 순간부터 눈치를 못 챌 수가 없었다.

“이거…진심이신가요?”

“진심인데요?”

어깨를 으쓱이는 은현의 태도를 보고 유리아의 표정이 한심한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이거 완전 또라이 아니야? 아무리 그렇다 해도 어떻게 그것들을 골렘으로 제작할 생각을 해?’

지구의 많은 물건들을 재현할  있는 기술력과 능력을 갖추었음에도, 쓸데없는 재능낭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이는 유리아 뿐만이 아니었다.

[나도 정말로 아이의 이 감성만큼은 이해 할 수가 없구나…. 도대체 저 비합리적인 모양을 하고 있는 고철덩어리들에서 무슨 남자의 꿈을 찾겠다는 것이냐?]

한심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언제나 은현을 위하며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는 여신 또한 마찬가지였다.

‘여신님…이건 남자의 로망 중 하나입니다.’

그리 속으로 여신에게 마음을 전달한 은현은 골렘의 뼈대를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리아.”

“…….”

시험 작동을 위해 에밀리아를 불렀지만, 에밀리아는 뚱한 표정으로 골렘의 뼈대를 응시하고만 있었다.
최근 얼굴의 인공 근육이 점점 유연해지면서 조금씩 다양한 표정을 짓게 된 에밀리아는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리아?  그래?”

“본 개체의 후임의 얼굴이 너무 못생겼습니다.”

“…너 지금 생각을…한 거야?”

주인이 내리는 명령을 수행할 줄만 알았던 인형이 스스로의 의견을 피력했다.

‘생각해보면…언젠가 제작할 생각만 가지고 있었던  골렘을 지금 제작할 결심을 하게 된 것도 에밀리아의 건의 때문이었지.’

에린의 호위를 맡겼을 때, 사냥개들과의 싸움에서 에밀리아는 몸체의내부 기관이 손상되었고, 그에 대한 보고를 하면서 은현에게 인형들의 전력을 강화해야할 것을 강력히 건의한 바가 있었다.
 때문에 은현은 이번에 ‘옵티머스’라는 골렘을 제작할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당장 본 개체의 후임이 될 개체의 얼굴을 다시 뜯어고칠 것을 건의하는 바입니다.”

“지금 저 상태는 그냥 골격일 뿐이잖아. 나중에 수정   있다고. 지금은 그냥 참아. 지금 우선시해야 할 건,  추가 장비가 될 저 골렘이 네 마음대로 움직여 주는지에 대한 시운전이야. 당장 준비해.”

“…명령을 수락합니다.”

불만 어린 표정을 지으면서도 현 주인인 은현의 명령에 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접속 개시.”

지잉

골렘의 머리, 두 눈동자가 에밀리아의 마력에 링크가 되면서 빛을 내며 활성화가 되기 시작했다.
골격의 관절들이 ‘끼이익’하는 쇳소리를 내면서 무선을 통해 내리는 에밀리아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조금씩 앞으로 걸어 나오기 시작한다.

쿵! 쿵! 쿵!

한발자국씩 걸어 나올 때마다 육중한 골렘의 발이 바닥을 차면서, 공방 전체가 진동하고 뒤흔들렸다.
거대한 질량과 무게를 자랑하는 강철의 골렘은 그저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냈다.
공방의 내부에서 과격한 움직임은 제한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팔다리를 움직이는 간단한 동작들만으로 시운전을 마친 뒤, 에밀리아는 결과를 은현에게 보고했다.

“동작의 연계가 매끄럽지 못합니다. 질량의 문제로 개체의 반응속도가 현저히 느립니다. 이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으로는 상정했던 성능의 35%밖에 내지 못했다고 명시하는 바입니다.”

어마어마한 마정석들을 장착시켰음에도, 터무니없는 질량의 거대한 몸체를 움직이는데 드는 마력의 소비가 어마어마하다.
간단히 말해서 반응속도도 문제이긴 하지만, 연비가 너무 나빴다.
조금씩 개량을 하면서 골렘을 움직이는데 필요한 코스트들을 조금씩 개선해내고 효율적인 구동 방식을 찾아내야만 했다.

“뭐,첫 시운전이었으니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간단한 작업도 아니고, 드는 비용과 노력을 생각해보았을 때, 에밀리아와의 링크를 통해 성공적으로 움직이게 만든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은현은 생각하고 있었다.
애초에 에밀리아의 목표치가 너무 높았다.
쓰게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은현은 아직도 골렘의 시운전의모습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알렉스와 유리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떤가요?”

“어떻고 자시고…그냥 그쪽의 터무니없는 집념에 질렸다고 밖에 생각이  드는데요….”

순간 유리아는 머릿속으로 떠오른 생각에 얼굴을 굳혔다.
현재 은현이 진행하고 있는 일들이 몇 가지가 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해보았기 때문이다.
아이샤의 비서 교육 업무.
아르미타스 기사들의 훈련 교관.
흑랑단들을 이용한 정보 수집  종합.
일리아나와 엘레노아와의 결혼식 준비.
그리고 마지막으로 골렘의 제작까지.

‘…이 인간, 사람 맞아…? 진짜로…?’

그렇게 경악에  얼굴로 은현을 바라보고 있을 때, 지금까지 계속 말없이 골렘의 시운전을 바라만 보고 있던 알렉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멋지군.”

“알렉스…?”

생각지도 못한 알렉스의 반응에 유리아가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알렉스가 저 뼈대만 존재하는 골렘의 모습에 매료가 될 줄은 몰랐던 예상외의 반응에 유리아가 적잖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첫 시운전이라는 건 다음의 시운전도 있다는 뜻이겠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겠다는  은현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개량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다음 시운전 때는 나도 불러줬으면 좋겠군.”

“좋아.나도 환영해. 보고 감상을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지. 이런 건 다수의 의견이 많을수록 좋으니까.”

“재정적인 지원이나 인력의지원 같은 도움을  수는 없겠지만 그냥 의견만을 말해줘도 괜찮은 건가?”

“그 정도야 뭐. 그냥 같이 고민하면서 아이디어만 제공해줘도 괜찮아.”

“…알렉스 진심이에요?”

 남자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유리아가 기가 질린 표정을 지으며, 지금 제정신이냐는 말을 돌려서 물었다.

“네? 왕녀님, 이건 지금까지  번도 본적이 없는 타입의 골렘입니다. 많은 연금술사들이 제작하는 골렘과는 엄연히 다른, 새로운 시도와 발견이지 않습니까. 저는 이것의 탄생을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

알렉스의 표정은 마치 어린 시절 TV에서 하는 로봇만화를 처음 접해본 초등학생과도 같은 표정이다.
24살이나 먹은 성인이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유리아의 눈에는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맙소사…저 감성을 이해할 수 있는 아이가 존재했단 말이냐…?]

‘말했잖아요. 여신님. 이건…남자들의 꿈이라고요.’

[…….]

알렉스의 반응에 적잖이 당황한 것은 베르단디 또한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이건 나중에 완성되면 너한테 보여주고 싶은 것이기도 했어.”

“나에게? 어째서?”

“공작가문의 사위씩이나 돼서 아무런 공헌도 못한다는 것도 좀 그렇잖아. 혹시라도 공작령에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이 골렘을 군사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너에게 허락을 구하고 싶었으니까. 내가 직접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이건 공작가에강력한 전력이 되어  거야.”

이미 베르단디를 통해서, 은현이 제작한 골렘을 공작가문을 위해서 쓰는 것에 대해 허락을 받아놓은 상태였다.
대량으로 양산하여 골렘들을 통째로 공작가문에 양도하는 것은 신의 권능을 남발하는 것으로 인정되어 제재에 들어가야 했지만, 소량으로 양질의 골렘들을 은현의 지휘 아래에 두는 것으로서,  경계가 굉장히 애매모호한 부분이었다.
결국에는 베르단디도 마지못해 허락을 하긴 했지만, 애초에 베르단디가 떨떠름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저 골렘 제작에 하나의 강렬한 열망을 품으며, 도저히이해할 수 없는 은현의  감성이었다.

[에휴….]

철없는 어린 아들을 바라보는 것만 같은 한심한 어머니의 표정으로 자신의 여신이 내려다보고 있음에도, 은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게다가 자신의 의견에 동조해주는동료를 만났기 때문인지, 은현은 더더욱 흡족한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그렇군. 나중에 아버지에게 말씀을 드려보도록 하겠어.”

“그래. 너라면 내 마음을 이해 해줄  알았어.”

“대단한 걸 만들어내고 있군. 완성되는 날이 기대가 돼.”

은현과 알렉스가 간만에 느껴보는 동질감으로 서로의 손을 맞잡고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며, 유리아는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남자들이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감성으로 연결되어 둘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두 사람을 보고, 유리아가 작게 혀를 찼다.
그의 아내가 될 일리아나와 엘레노아는 은현의 저런 면모를 알고 있을까 심히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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