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0화 〉190. 공작령으로 이주 (190/730)



〈 190화 〉190. 공작령으로 이주

실신해버린 엘레노아의 전신은 땀과 자신의 백탁의 액체들로 더럽혀진 상태.
은현 티슈를 가져와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는 엘레노아의 몸을 닦아주고, 그녀의 머리에 베개를 배어주며 이불을 덮어주었다.

“후우….”

잔뜩 두 여자에게 사정감을 해방시키고, 오랜만에 피로에 젖은 은현이 의자 위에 푹 주저앉아 한숨을 내뱉었다.
피곤한 것은 은현  만이 아니었다.

“하아~ 오랜만에 진짜 힘들었다.”

은현의 다리 위에 털썩 주저앉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일리아나의 옆모습을 보고, 은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허리를 꽉 끌어안아 옆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탱했다.

“고마워.”

“뭐가?”

“엘레노아를 허락해줘서.”

“뭘 새삼스레.”

일리아나는 피식 웃으며 몸을 비스듬히 돌리고 은현의 다리 위에 걸터앉아 그와 마주보는 형태를 취했다.

“그냥…이대로만 오래오래 살자. 우리. 이번에는 아이도 낳고.”

“…노력할게.”

은현도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서로를 꽉 끌어안으며 포옹하면서 맨살의 감촉과 서로의 냄새를 맡았다.

[…언제까지 끌어안고 있을 것이냐?]

“응?”

“아.”

머릿속에 직접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에잔뜩 애정을 나누고 있던 두 사람이 동시에 허공을 응시했다.

“어….”

화사한 금발에 정갈하게 땋아 내린 머리가 인상적인, 반투명한 영체의 모습으로 허공에 떠있는 존재를 자각하고 일리아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기껏 끝난 다음에 내려왔거늘…설마 또 하려는 것이냐?]

어딘지 모르게 베르단디는 살짝 불만어린 표정이었다.

“하, 하하. 그런 거 아니에요.”

가늘게 뜨며 자신을 흘겨보는 여신의 얼굴을 보며, 은현이 쓴웃음을 지으며 화답했다.

“현아 설마 이분이….”

“응. 인사드려. 내가 모시는 여신님이셔.”

“…….”

일리아나는 은현의 다리 위에 걸터앉았던 자신의 몸을 일으키고, 천천히 허공에 떠있는 베르단디에게로 다가가 허리를 숙여 정중한 인사를 시작했다.
페르닌에서현재 가장 높은 권한을 가진 디아네 왕비의 앞에서도오만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명백히 다르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래.]

고개를 숙인 일리아나는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생각했다.

‘엘레노아의 말대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여신의 흉부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엄청 크시네….’

◆  ◆

“저어, 현아 굳이 내가 따라 갈 필요는….”

“네가 직접 부탁한 거잖아.”

“그렇긴 하지만….”

에린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은현이 에린을 데리고 찾아온 장소는 슬럼가의 중심에 있는 허름한 건물로흑랑단이 사용하고 있는 장소였다.
각자가 한 번 씩, 이곳에 에밀리아를 데리고 왔던 전적이 있었던 은현과 에린의 얼굴을 기억하는 건달들은 하나같이 겁을 집어먹거나, 경계어린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이 건물의 건물주, 흑랑단의 단장이 있는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 안에 있던 루난은 은현의 얼굴을 보고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지었다.

“…왔군.”

“그래. 기다리고 있었나보네. 그리고….”

은현이 흘끗 시선을 옮겨, 루난의 옆에 있는 한 수인 여성, 라나를 바라보자 라나는 어깨를 살짝 움찔 떨었다.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라나의 태도를 보고, 은현이 재차 말을 이었다.

“저 수인 여자가 우리 애한테 손을 대려 했다는 그 여자구나?”

“…….”

“그렇다.”

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이를 꽉 문 라나 대신, 루난이 굳은 얼굴로 은현의 질문에 답했다.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루난은 은현이 찾아온 이유가 자신들의 처우를 결정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아브로스가 공작 가문의 사위로 들어온 은현에게 공작가문을 무너뜨리려는 계략에 일조한 흑랑단의 처우를 맡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지금이 순간 자신을 비롯한 부하들의 앞날이 은현의  한마디에 달려있다.

“일단 우리 애가 부탁한 것부터 제안하지.”

“…그 소녀가?”

루난은 은현의 옆에 서 있는 에린을 흘끗 바라보며 물었다.

“이 흑랑단 안에서 키우고 있는 고아들.  다 나한테 넘겨.”

“……! 그게 무슨!”



이해 할 수 없는 명령에 가까운 은현의 제안에 라나가 발끈하며 반발하려 하자, 에린이 앞으로 나와 살짝 바닥을 찼다.

“크…으….”

에린의 얼굴을 바라본 라나는 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단장인 루난의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에린이 라나의 마음속에 요술을 통해서 심어놓은 감정의 굴복이 제대로 작동하면서 다시  번 라나에게 패배감을 안겨주었다.
마치 야생의 포식자가 더 상위의 포식자를 만나고 본능적으로 이길 수 없음을 자각하고 꼬리를 내리는 것만 같았다.
라나는 절대로 에린에게 저항할 수 없는 신세였다.
에린을 기습하려 했고,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업보와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과정이다.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그 고아들을 이용해서 무슨 짓을 하려는 게 아니라,  아이들을 보호할 생각이라고.”

“…보호라고?”

“그래. 우리 애의 부탁으로 말이지.”

“……?”

에린의 얼굴을 응시하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내 에린이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모두 벌을받아야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이곳에 남아있던 아이들은 죄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현이와 공작님한테 부탁했어요. 부디 고아가 된 아이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당신들을 처벌해달라고.”

“뭐, 그래서 공작님도 승낙하신 부분이고, 이곳에서 네가 데려다가 키우고 있던 고아들은 모두 내 쪽에서 떠맡게 되었어.”

“…아이들한테 무슨 짓을 시키려는 거지?”

“어린 아이들에게 다른 이들의 목숨을 빼앗은 청부살인을 가르쳐온 너보다는 뭘 시켜도 낫겠지.”

“아니야!”

은현의 빈정거림을 듣고, 잔뜩 위축되어 있던 라나가 발끈하며 외쳤다.

“으…으으…!”

에린이 걸어놓은 마음의 굴복에도 필사적으로 저항하면서도 이것만큼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라나는 은현에게 외쳤다.

“우리는…우리가 스스로 단장님께 도움이 되고 싶어서 기술을 전수받은 거야. 단장님은 우리에게 강요하지 않았어!”

“그딴  관심 없어. 이 세상에 사정이 있어서 인생이  모양 이 꼴이 된 게 너희들뿐이라고 생각해?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변호하겠다면, 에린과 엘빈에게도 너희를 용서해야할 이유는 전혀 없지.”

애슈턴에게 돈과 사주를 받아 두 남매를 죽이거나 납치하려 했던 인물들이 이들이다.
할 말이 없어진 라나가 분한 표정을 지었다.

“라나, 됐다. 이제 와서 우리의 자기변호를 해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어. 저자는 그런 걸로 동요할 자도 아니고, 지금까지 우리가 빼앗아온 목숨들에 대해서 변명도 해서는 안 돼.”

“…네.”

“이야기를 되돌리지. 구체적으로 아이들을 데려가서 무엇을 하려는 건지는 얘기해 줄 수는 없는 건가?”

“난 조만간 공작령으로 이주해. 그곳에서 갈 곳 없는아이들을 받아들일 시설을 만들 거야.”

“시설이라고?”

“그래. 적어도 어린 아이들이 이곳에서 살인기술을 배우고 자라는 것보다는, 다른 걸 배우고성장시켜서 공작령에 공헌할 수 있는 이들로 키울 생각이야.”

“…그렇군.”

루난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런 곳은고아들을 키우는 것에는 적합하지 못하다.
보다 제대로 된 환경과 시설을 갖춘 곳이 있다는 것은 갈  없이 하루하루의 식량을 찾아 의존하는 고아들에게는 크나큰 행운이 아닐까.

“좋다. 가기 전에 마음을 놓을  있게 되었군.”

“그리고 너희들은 앞으로 해줘야 할 일이 있어.”

“……?”

“에린, 밖에서 기다려.”

“응.”

에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을 나갔다.
흘끗 라나를 바라보자, 루난도 라나를 밖으로 내보냈기에,  안에는 은현과 루난 둘만이 남았다.

“너희는 앞으로 내 눈과 귀가 되어줘야겠어.”

“…무슨 말이지?”

“앞으로는  명령에 따라 ‘악마소환’과 ‘흑마법사’, ‘제국의 잔당’들에 대한 정보를 모아 나에게 보고해. 필요한 경비는 내 쪽에서 대도록 하지.”

은현은 품속에서 여러 개의 수정 구슬을 꺼내어 루난의 책상 앞에 늘어놓았다.

“이번에 제작한 연락용 아티팩트야. 네가 정기적으로 부하들의 보고를 듣고 정보들을 종합해 나에게 알리도록 해.”

“…무슨 의도냐. 우리를 용서하는 건가?”

“용서?”

은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왜 용서지? 버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패나 마찬가지인데. 이건 너희가 써먹기 좋고, 써먹기 좋은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써먹는 것일 뿐이야.”

“…….”

“악마와 흑마법사, 제국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일은 그저 임무를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목숨이 노려질 수 있는 중요한 건이지. 이런 일에 아무나 쓸 수도 없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데, 내 사람들에게 부탁할 수도 없잖아.”

즉 자신들은 은현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으면서, 은현이 일방적으로 일을 강요할 수 있고, 정보 수집에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흑랑단은 은현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써먹기 좋은 이들이었다.

“이미 공작님께서도 승인한 사항이지. 이 명령에 거부권은 없어. 거부하면…알지?”

그때는 정말로 죽음이다.
지금 죽던지, 아니면 정보 수집을 하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협에 노출되어 평생을 은현의 개처럼 살던 지의 차이.
하지만 그의 사냥개로 살게 된다면, 그만큼의 대우를 받게 된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 대우의 최소한의 조건의 시작이 바로 고아인 슬럼의 아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이나, 정보 수집에 필요한 경비를지급해주겠다는 것이었다.
루난은 이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렇군. 고생 많았다.”

“별 말씀을요. 공작께서 허락해주신 덕분이지 않습니까. 그들을 제 밑에 두고 사냥개로 사용하시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계셨을 텐데.”

애슈턴의 수작질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공작가문을  먹이려고 했던 집단을 숙청하지 않은 것에 아브로스는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너의 이야기를 들은 뒤인데, 어떻게그것을 거절할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

은현의 흑랑단을 이용해 악마소환과 관계된 정보들을 모두 수집을 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감정을 놓고 보자면, 매우 합리적인 제안이었다.

“하지만 고아들을 키워낼 시설은 어떻게 운영할 계획이지?  요청으로 땅은 확보해두었지만, 인력이나 자재들은 지원해줄 수 있어도, 정기적으로 시설을 관리해줄 사람을 구하는 데는 그만큼 수고가 들어가기 마련이지. 네가 그럴 모른다고는 하지 않을 텐데.”

“그건제가 부탁드릴만한 분이 한분 계십니다. 시설의 건축은 제가  예정이고요. 건축에 필요한 자재들의 대금은 쪽에서 손을 써보겠습니다.”

아르키스 대미궁 내부에 지었던 은현의 집은 개인의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으며, 공작령에 지을 시설은은현이 사용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신의 권능을 통해 건축자재를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에 대한 보수도 지급하도록 하지.”

“부탁입니까?”

뜬금없는 아브로스의 제안에 은현이 고개를갸웃거리며 그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이내 그의 제안을 들은 은현이피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틀 뒤, 은현은 에린을 데리고 아르미타스 공작가문의 기사 훈련장을 향했다.
아이테르를 졸업하고, 갓 성인이  기사들부터, 오랜 시간 동안 공작가를 섬겨온 기사들까지, 아르미타스 공작가의 기사로서 충성을 맹세한 많은 기사들이 훈련하는 장소.
쌀쌀한 바람이 부는 늦겨울의 훈련장에 은현과 에린이 모습을 드러내자, 아침 훈련으로 몸 풀기를 하고 있던 기사들이 하나 둘 씩 두 사람을 인식하고 바라보았다.
에린을 두고, 자연스레 공작가문 사람들이 사용하는 전용 단상위로 올라가는 은현의 행동에 많은 기사들이 눈썹을 꿈틀거리거나 뭐하는 놈인가 싶은 표정을 지으며 은현을 노려보았다.

‘와, 와아…. 분위기 장난 아니야….’

단상 앞쪽에 위치해 서있는 에린에게도 그 의심 섞인 경계의 눈초리가 날아온 것은 당연했다.
에린은 그 시선을 받아들이도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다짜고짜, 따라오라는 은현의 말에에린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따라오기는 했지만, 도대체 이곳에서 무엇을 하려는 건지, 에린은 예측할  없었기에 더더욱 긴장이 되었다.

“반갑습니다. 기사여러분. 저는 조만간 엘레노아와 결혼을 할 예정인 은현이라고 합니다.”

“뭐?”

“저런 놈이? 우리 아가씨와?”

“저 새끼가  놈이라고?”

느닷없는 은현의 자기소개에 몇몇 기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은현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기사들의 나이대는 대부분 20대에서30을 넘지 않는 젊은 층들로 구성이 되어있었고, 많은기사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자, 공작가문의꽃이나 다름없었던 엘레노아를 채간 은현을 곱게 볼 리가 없었다.
‘페르닌의 꽃’이라는 명성의 근원은 공작가문의 기사들 사이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심지어 그가 납치된 엘레노아를 구해온 남자라고 하더라도, 그 감정이 바뀌지는않는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훈련을 감독하게  교관이기도 합니다.”

은현의  소개를 듣고 기사들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슨 개소리냐는  은현을 노려보기만  뿐이었다.

“하하, 기사님들의 그 ‘니가 뭔데 우리를 훈련시키냐?’, ‘뭔데, 저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놈은?’이라는 표정은 지극히 당연하겠죠. 뜬금없이 이곳에 나타난 제가 다짜고짜 여러분들을 훈련시킬 교관이라니, 납득을 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

“그러니까 여러분들의 실력을 확인하고, 제 실력을 확인시킬 겸, 간단하게 대련부터 시작해보도록 할까요?”

“…뭐?”

“에린.”

“…이거였구나.”

에린은 은현의 의도를 꿰뚫어보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런어린애에 여자랑 대련을 하라고? 너는 지금 우리를 무시하고 있는 거냐?”

“설마, 그럴 리가요.”

은현은 어깨를 으쓱이고, 짜증을 낸  기사의 노성에 대꾸했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이 아이와 대련을 해주셔야겠습니다.”

‘그만….’

은현의 피식 웃는 표정을 본 에린이 불길한 생각에 은현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발 그만해.’

하지만 에린의 간절하면서도 소리 없는 외침이 섞인 표정을 보고도, 은현은 멈추지 않았다.

“설마 아이테르를 중퇴한 미성년자인 소녀한테, 지지는 않으시겠죠? 여러분들은 공작가문에 충성을 맹세한 훌륭한 기사님들이시니까.”

“아…망했다.”

에린은 절망어린 얼굴로 생각을 포기했다.
기사들의 분노를 자극하기 위해 부채질을 해대는 은현의 행위는 기사들을 훈련시키기 위함이 아니었다.
이것도 강제적으로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한 은현만의 훈련방법이었음을 깨닫고, 에린이 울상을 지었다.

“하! 좋아! 까짓  해보자고! 이런 어린애는 곧바로 눌러주고 저 놈 면상에 주먹 한 번 갈겨주고 싶네! 저런 어디서 굴러들어 온지도 모르는 놈과 우리 아가씨의 결혼 같은 거 인정 못해!”

한 젊은 기사가 패기롭게 외쳤다.

“맞아! 게다가 우리 아가씨도 모자라서, 검은 마녀까지? 뭐? 마녀의 연인? 이런 부러운 개자식을 봤나! 저 새끼가 누구든 간에, 남자로서 저 자식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

“하렘이라니! 이런 부러운 새끼가!”

출신도 모르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놈에게 페르닌의 꽃을 내어줄 수 없다는 동질감이 순식간에 퍼지면서 다른 기사들도 그의 외침에 동조하는 기색을 띄운다.
기사들의 눈에는 왕국에서 유명한 두 미녀를 끼고 결혼할 예정인 은현에 대해서 분노, 질투심 등을 연료로 삼아 사납게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 기사들의 모습을보고 은현이 흡족한 모습을 보인다.

“에린. 지면 알지? 패널티  배야.”

“…진짜로 훈련 때는 사람이 아니야! 정말 나빠! 미워!”

울상이 된 에린이 기사들 앞에 섰다.
기사들의 입장에서, 울상을 짓는 나이 어린 소녀를 앞에 두고, 이겨도 개쪽이 되고, 지면 더 개쪽이 되는 불합리한 대련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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