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화 〉181. 소녀의 논공행상(1)
“여기는…도대체 어디죠?”
은현이 설치한 아티팩트 게이트를 통해, 아이 하나를 업고 아르키스 미궁 내부로 들어온 릴리가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던전 안.”
“여기가 던전이라고요…?”
아이 둘을 등에 업고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시키고, 양팔에 아이 하나씩을 또 안은 채로, 담담히 대꾸하는 은현의 말에 릴리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릴리의 머릿속에서 던전이라는 곳은 마수가 우글대는 위험한 곳이며, 자신 같은 평범한 마을 처녀가 함부로 들락날락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마법이나 모험가들과는 전혀 무관한 인생을 살아왔던 릴리에겐 던전은 굉장히 두려운장소였다.
하지만 릴리가 게이트 문을 통해 건너온 장소는 던전이라기엔 너무나도 이질적인 환경.
인공적으로 설치된 마법등으로 내부를 환하게 밝혀주는 가운데, 인상적인 디자인의 고층 건물과 다양한 시설들은 던전 안에서 형성된 공간이라기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았다.
“저건…뭔가요?”
릴리는 앞장서 걷는 은현의 뒤를 따르면서, 조심스레 건물 옆의 유리벽으로 뒤덮인 밭을 가리키며 물었다.
“밭이잖아.”
“그건 아는 데요…. 굳이 저렇게 유리들로 건조된 공간 안에서 밭을…?”
“저건 ‘온실’이라고 해. 난방장치와 여러 장치들을 설치해서 공간 내부의 기후와 습도를 조절해둔 공간이지.”
거기에 태양이 없어도 식물들이 자랄 수 있도록 특수한 마법등을 개발하여 설치까지 해놓고, 던전 안에서 자급자족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공들인 시설이다.
완공된 지는 아직 반년도 되지 않았기에 곧바로 수확을 할 수는 없었지만, 내년즈음에는 수확을 하면서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작물인지 확인하는 과정만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주위의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작물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은 최고지.”
“그…렇긴 하죠….”
릴리도 영지 안에서 겨울이 오기 전까지 식량과 필요한 자재들을 비축하고, 월동을 준비하는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
평민들에게 겨울을 나는 과정은 한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과정임과 동시에, 생존을 위한 하나의 시련이다.
그런데 겨울이 오지도 않고, 심지어 마음대로 기후를 조절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작물을 기른다니, 얼마나 축복받은 환경이 아닌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던전 안이 가장 안전한 꿈의 낙원과도 같다니, 릴리는현실 속에 숨어있는 모순을 발견해낸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마스터의 방문을 감지했습니다.”
“…어린애?”
흙이 잔뜩 묻은 작업복의 차림으로 온실 안에서 나온 키작은 인형이 은현의 존재를 감지하고 그를 맞이하기 위해 나왔다.
동작이 딱딱하고 얼굴에 표정이 존재하지 않는 무감정한 인형의 모습을 확인하고,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릴리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에스테. 손님이야. 별채를 준비해줘. 인원은 열한 명.”
“명령을 수락합니다.”
에스테라고 불린 인형은 그렇게 자리를 떠났다.
“나중에 아까 이곳으로 통해 왔던 문을 통해서 너희들이 지낼 시설로 이동할 테니까. 감옥에서 잠들어 있는 남은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에서 하루 쉬면서 체력을 회복해.”
“네.”
“불편한 거나 필요한 게 있으면 아까의 인형한테 이야기해. 오늘 하루 동안 너희를 돌봐줄 거야.”
“…네.”
은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발걸음을 돌려 다시 던전을 나가려 한 순간, 갑작스레 릴리가 은현의 팔소매를 붙잡았다.
“저기….”
“왜 그래?”
“고마워요…. 정말로, 절 죽이지 않고 기회를 줘서….”
“고마우면 앞으로 남은 삶을 의미 있게 살아봐. 그러면 나도 좀 보람을 느낄 지도 모르지.”
“알겠어요. 그리고 꼭…당신에게도 보답할게요.”
“보답까지는 할 필요 없는데.”
은현은 피식 웃으며 작별의 인사를 건 냈다.
◆ ◆ ◆
엄숙해진 궁정회의장 안은 평소와는 달리, 엄숙하고, 조용하고 침울했다.
회의장 내부의 분위기가 왕국 전체의 상황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런 가운데, 디아네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마녀. 무슨 용무로 궁정 회의에 참석하신 거죠?”
왕비의 질문을 들은 일리아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태연하게 대꾸했다.
“당연히 와야지. 지금 페르닌에 나돌고 있는 마약을 퍼뜨린 주범을 잡는데, 크게 공로한 사람 중 하나가 내 남편의 제자인데. 내 남편이 자리를 비우고 있는 지금, 이 아이의 보호자 자격으로 당연히 내가 와야 하지 않겠어?”
“…….”
피식 웃으며 대꾸하는 일리아나의 태도가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녀가 일국의 왕비에게 대하는 태도가 언제나 무례하고 오만방자했던 것은 평소의 행실이었다.
디아네는 애써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에린을 흘끗 바라보았다.
“으….”
디아네와 시선을 마주한 에린이 몸을 살짝 떨었다.
“쫄지 마렴. 잘못이라도 했니?”
“일리아나님…. 하지만 어떻게 왕비님을 앞에 두고….”
“아가는 지금 공훈을 인정받고 보상을 받으러 온 거야. 죄지은 거 없으니 당당하게 있으렴.”
“네….”
하지만 그렇게 대답을 해도, 에린은 도저히 이곳에서 당당한 태도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위, 위험해…. 숨 막혀. 심장이 너무 뛰어. 너무 무섭잖아. 저 사람들은 왜 날 저렇게 째려보는 거야?’
지금 에린의 옆에 있는 게 일리아나가 아니라 은현이었다면, 에린은 냅다 몸을 일으켜 은현이 앉아있는 좌석의 뒤에 몸을 숨기며 노려보고 있는 귀족들의 시선을 피했을지도 모른다.
‘아, 현이 보고 싶다….’
은현이었다면 쓴웃음을 지으며 에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그녀의 응석을 받아주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리아나는 이런 면에서 에린의 어리광을 받아주지 않는 편이었다.
많은 시간 동안 훈련을 받고, 여러모로 큰 성장을 이뤄낸 에린은 아이테르에서 더 이상 다른 학생의 눈치를 보거나 주눅이 드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 사이에서나 통용되는 기 싸움과 다를 바가 없다.
왕국 전체를 경영하는 이들인 궁정귀족들의 시선은 그런 학생들과의 시기 어린 시선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에린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에린인 만큼, 자신을 직접적으로 노려보는 귀족들의 시선이 너무나도 거북했다.
“…지금부터 궁정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올리비온 후작. 보고하세요.”
“네.”
리오드가 자리에서 일어서 현 사건에 대한 경위와 현 상황을 간략하게 요약하여 설명을 시작했다.
몇 개월 이전부터, 아이테르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불법 마약인 ‘마나스트림’이 나돌고 있었던 것이나, 마약을 직접적으로 유통시킨 중간의 운반책, 거래꾼들을 모두 잡아들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연루된 아이테르 학생들의 숫자를 리오드의 입을 통해서 들었을 때는 많은 귀족들이 침음을 삼키기도 했다.
그리고 직접 자신의 아이의 이름이 거론된 귀족들은 안색이 창백해지며 현실을 부정이라도 하듯이 중얼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내 아들이…마약에…?”
“그럴 수가….”
침음을 삼키는 귀족들을 뒤로 하고, 리오드는 계속해서 보고를 이어나갔고, 마약을 판매하던 건달들을 체포하여 배후를 캐내던 도중이었고, 갑작스럽게 에린이 가져온 정보를 토대로 제라드와 에린, 에이라의 세 사람이 움직였다.
에밀리아는 에린의 소유로 된 골렘 또는 인형이었기 때문에 사람의 인원수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 소녀가 가져왔다는 정보는 도대체 어디서…?”
귀족이 에린의 얼굴을 흘끔 바라보며 그녀를 언급하자, 귀족들의 시선이 다시 에린에게로 쏠렸다.
에린은 몸을 움찔 떨면서도 심호흡을 하고 리오드에게 미리 언질을 받았던 내용들을 차근차근 설명해나갔다.
“정보길드에서 받은 정보입니다.”
“정보길드라면…흑랑단의?”
“그곳이 어째서 저 소녀에게 정보를 제공했다는 겁니까?”
“저에게 정보를 제공하려던 게 아니었어요. 제가 아니라 현이한테 왔던 편지를 제가 대신 받아서 읽었거든요.”
에린의 입에서 은현의 이름이 거론되자, 몇몇 귀족들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한 젊은 귀족이 지금으로썬 사태의 파악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나갔다.
“그 남자가…? 어째서 그 남자가 흑랑단과 연줄을 가지고 있었단 말입니까?”
“그, 그건 저도 잘….”
에린도 은현과 흑랑단이 무슨 관계로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어떻게 말을 이어나아 가야 할까, 막막하던 때, 일리아나가 입을 열었다.
“흑랑단은 간접적으로 공작가문을 무너뜨리려고 획책했던 집단 중 하나야. 아르미타스 공작이 군무장관직을 사퇴하고 공작령으로 떠나면서, 흑랑단에 대한 처우의 결정은 현이한테 맡기고 갔으니까. 현이는 흑랑단의 처우를 뒤로 미루고, 몇 가지 사건에 대해 의문이 드는 부분들의 정보 수집을 위해 흑랑단의 전력을 이용하고 있었어.”
“의문이 드는 점…? 이라 하신다면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거야 나도 모르지.”
“예?”
“내가 그런 것 까지 알아야해? 이 나라의 백성도 귀족도 아닌데?”
“…….”
당당하게 말하는 일리아나의 태도에 질문했던 귀족이 도리어 할 말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그녀가 왕국에 피해가 갈지도 모르는 위협을 대처하기 위해 이리저리 발 벗고 뛰어다녀야할 의무는 없다.
오히려 은현 쪽이 과하게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가 엘레노아까지 책임지기로 하면서 공작가문을 무너뜨리려 한 배후를 철저히 캐내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귀족들은 모른다.
일리아나도 구태여 그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정보를 제공했다고 해서, 굳이 저 소녀가 이 사건에 참여할 이유가 있었습니까? 아직 미성년에 아이테르의 학생이지 않습니까. 혹시라도 무슨 문제가 생겼다면 이건 이거대로 곤란한 일이 되었을 겁니다.”
“어?”
에린은 자신의 신변을 걱정해준 귀족을 바라보며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지금껏 에린이 만나본 귀족들은 모두 에린을 눈엣가시로 보거나, 천한 피를 가진 평민이라며 무시하는 이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갑작스레 자신을 걱정해주는 귀족의 태도가 에린에게는 굉장히 당황스러운 부분이었다.
‘…뭐지?’
에린과 그 귀족이 눈을 마주치자, 귀족이 눈웃음을 지으며 에린에게 고개를 살짝숙여왔다.
“……?”
[속이 뻔히 보이는 군.]
‘어…. 미호야?’
[건방진 것! 존대와 경의를 표하라고 그렇게 말을 했거늘!]
마치 친숙한 친구를 부르는 듯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구미호가 격노하며 에린을 타일렀지만, 에린은 그런 구미호의 질책에도 불구하고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그것보다도 속이 뻔히 보인다는 게 무슨 말이야?’
[쯧. 저 놈은 지금 너한테 환심을 사기 위해 일부러 너를 옹호하고 있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거다.]
‘환심? 왜?’
[네가 이용가치가 높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이용가치?’
에린에게는 귀족들의사고방식을 이해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너와 연줄을 만들어두면 나중에 분명 그게 이득으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지.]
‘잘 모르겠어.’
[그냥 너에게 잘 보이려고 너를 도와주고 있는 거다. 네가 그 은발머리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매일 훈련 이후 땀 냄새가 나지 않도록 샤워를 하고, 그 남자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는 것과 똑같지 않느냐.]
‘나, 나는 현이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야! 애교 같은 걸 부린 적도 없어!’
[흥, 그런 속이 뻔히 보이는 헛소리를.]
구미호는 코웃음을 쳤다.
그렇다면 틈이 날 때마다 그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얼굴을 묻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조르는 등, 가녀린 소녀의 모습을 연기하는 그 모습들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천년을 살아오면서 인간의 마음을 유혹하고, 정기를 탐해온 신수이자, 요물인 구미호가 눈앞의 귀족은 물론이고 20살의 나이도 먹지 않은 소녀의 마음을 착각했을 리가 없다.
[아무튼 저 귀족의 행동에 깊은 의미를 갖지 마라. 그저 너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줘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너를 이용할 생각만을 하고 있는 자이니.]
‘…알았어.’
에린은 얼굴을 굳히고 그의 행동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저, 제가 이 사건에 끼어든 이유는 제 오….”
“그만, 됐습니다.”
대화를 끊어버리는 디아네의 발언에 모든 귀족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렸다.
“왕비님?”
“사건의 경위는 잘 알아들었습니다. 페르닌에 마약을 유포한 진범은 죽은 건가요?”
직접적인 왕비의 질문에, 제라드가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목은 베었지만, 제가 베었던 것은 그가 만든 ‘의태’라고 생각합니다. 본체는 따로 있을 거라고 추측됩니다.”
“…그 말은 언젠가 다시 페르닌을 노리고 들어올 가능성이 또 있다는 말인가요?”
“네.”
“으음….”
제라드의 추측에 많은 귀족들의 신음을 내뱉었다.
리오드나 일리아나와 같은 영웅의 발언이었기 때문에, 그 말의 무게가 더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막음으로써 큰 피해는 막았군요. 정말 고생 많았어요.”
“영광입니다.”
“이번 사건의 해결에 크게 공헌한 제라드 펜톤에게는 보상을 내리겠어요. 아르티아의 단원인 에이라 올리비온에게도 보상을 지급하도록 하죠. 그리고….”
디아네는 에린을 응시하며 재차 입을 열었다.
“에린 헤르샤 준남작을 남작의 작위로 승급시키겠습니다.”
“왕비마마. 그것은….”
“저렇게 어린 소녀가 나라의 위기를 막는데 애를 썼습니다. 이 정도의 보상도 줄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아, 아닙니다….”
작게 항의를 하려던 귀족이 디아네의 질문에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발언을 물렸다.
평민이나 다름없으며, 심지어 배임횡령을 앞장서서 왕실의 예산을 빼돌린 집안의 가계를 왕국의 정식 귀족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은 확실히 같은 왕국 귀족들의 입장에서는 격이 떨어지고 수치스러운 것이나 마찬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항의하지 못하는 것은 몇몇의 귀족들이 파벌을 불문하고 레니온 헤르샤의 배임횡령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사퇴와 함께 자체적인 근신을 하거나, 아르티아 기사단 본부에서 한창 취조를 받고 있는 것이 큰 원인이다.
덩달아 많은 귀족들의 발언력이 약해지는 것은 물론, 에린의 공을 대놓고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 현 상황이었다.
왕비에게 강력하게 항의하지는 못하고, 미성년자의 소녀가 가장 아래의 위계지만, 정식적으로 귀족의 작위를 가지게 되는 것이 좋게 받아들여질 리가 없다.
‘…이해가 안 돼.’
에린은 이 불합리함에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이 왜 이곳에 와서 숨 막히게 만드는 귀족들의 시선을 모두 받아들여야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귀족이란 게 그렇게 대단한 거야?’
조금씩 아까까지만 해도 귀족들의 시선에 몸을 움츠렸던 에린이 점차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의문을 차근차근 정리해나갔다.
‘저 사람들보다 더 대단한 건, 귀족도 아닌 현이인데.’
자신이 정식으로 귀족이라는 작위를 부여받는다고, 그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리가 없다는 것을 에린은 잘 알고 있다.
‘차라리 이런 무늬만 주는 작위 따위.’
생각을 마친 에린이 손을 들어올렸다.
“귀족의 작위. 반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