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4화 〉174. 사냥개들(4)
카앙!
“……!”
“……!”
갑작스러운 변수에 두 사람이 모두 당황과 놀람의 표정을 짓는다.
란델의 목을 꿰뚫으려던 제라드의 칼날이 검은색 형체의 무언가에 막혀 튕겨져 나갔기 때문.
‘…그림자?’
자신의 칼날을 막아낸 검은 형체의 정체를 알아보고, 제라드는 안색을 굳히며 암살에 실패한 란델에게서거리를 벌렸다.
일정 거리를 벗어나자 마치 없었던 것 인 냥, 스르르 바닥 속으로 기어들어가 정체를 감추는 그림자를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단검의 칼날을 튕겨냈을 때의 느낌이 마치 제 주인을 보호하려는 것처럼 의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꺼림직 했다.
란델 쪽도 갑작스러운 기습에 황급히 거리를 벌리고 자신을 암살하려 했던 자의 정체의 얼굴을 확인하고 이내 인상을 찡그렸다.
“지긋지긋하네. 아직도 쫓고 계셨습니까?”
“네가 여기서 얌전히 죽어준다면, 더 쫓을 일도 없는데.”
“그게 가능할 리가 없죠.”
“그럼 그냥 죽어.”
매정하기 짝이 없는 대사를 내뱉은 제라드의 태도는 아까 전, 에린에게 보여주었던 태도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이성이면서, 미성년자인 어린 소녀에게 열렬한 구애를 했던 한심한 남자의 모습은 사라지고, 철저하게 타인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살수를 펼치는 모습은 암살자의 모습 그 자체다.
은현에게서 배운 고속 이동법의 이형환위를 이용해 또다시 란델의 뒤를 점거하고 심장을 관통하기 위해 단검을 찔렀지만.
카아앙!
또 다시 그림자의 장벽에 가로막혀 제라드의 공격이 막힌다.
란델이 제라드의 공격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가만히 서있을 뿐, 처음 기습을 당했을 때처럼, 제라드의 공격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그림자 자체가 의지를 가지고 란델을 보호하고 있는 것만같았다.
“…못 본 사이에 또 성가신 흑마법을 만들어냈군.”
“아, 이거 쓸 만하죠? ‘조영술’이라고 합니다. 실험용으로 이 흑마법을 어떤 마법사 하나에게 익히게 한 다음, 데이터를 수집해서 개량시켰는데, 저도 꽤나 만족스럽네요.”
란델이 대적할 수 없는 상대인 제라드를 눈앞에 두고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자신의 몸을 절대적으로 지켜주는 조영술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란델 자체에게 전투적인 능력은 능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 있는 분야가 아니다.
그가 믿을 수 있는 것은 흑마법사이자, 제국의 상위마법사였던 자신의 아버지, 람펠이 남겨준 막대한 양의 마법서적들과 지식, 그리고 마력의 보유량뿐.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수많은 마법들과 흑마법을 독학으로 익혔다.
람펠의 흑마법 중 하나인 조영술의 지식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 마법의 유용성과 동시에, 리스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섣불리 조영술을 익히지 않았다.
대신 협력자에 가까웠던 서큐버스에게 실험에 필요한 마법사를 양성시켜 조영술을 익히게 유도하고, 감시마법을 걸어둬 제공한 흑마법서적에 엘빈의 변화 상태를 매일매일 체크하여 조영술의 위험성을 빠짐없이 연구했다.
그렇게 엘빈에게서 얻은 데이터를 통해 개량을 거쳐 사용하게 된 것이 바로 이 ‘방어형 조영술’이다.
철저하게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고, 뒤에서 숨어 암약을 하며, 자신이 짊어져야하는 리스크를 타인에게 떠넘기고, 그를 통해서 어떻게든 이득을 취하는 방식은 명백히 인간으로써 뒤틀려 있는 사고방식이다.
“뭐, 이 마법을 가지고도. 리라는 그 검은 마녀에게 당했던 것 같지만.”
일리아나의 여섯 자릿수 상위마법을 막아내었을 정도로 성능이 우수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저 마법의 여파로 발생한고열로 악마의 전신을 화상에 이르게 만드는 것을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일리아나 케니퍼라는 영웅에 대한 대응 방법은 같은 마법사로서 도저히 떠오르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란델이 일리아나가 있는 페르닌으로 잠입해온 간큰 행동을 벌여온 이유는 일리아나가 이 건에서 절대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반즈음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찜찜한 점은 그 ’수은의 뱀‘이라는 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지만.’
사사건건 자신의 계략에 훼방을 놓고 제지시켜온 은현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도 했다.
다행히도 은현이라는 남자가 몇 일 동안 페르닌을 비우고 어디론가 떠났다는 사실에 안도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니 빠르게 볼 일만 보고, 혹시라도 아르티아 단장이나 검은 마녀가 움직이기 전에 빠질 생각이었는데….’
란델은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노려보고 살의를 뿜어내고 있는 제라드를 바라보았다.
“꽤나 끈질기시네요. 3년이나 가까이 저를 쫓아다니시고, 스토커십니까?”
“남자를 따라다니는 취미는 없지만, 네놈은 위험하니까.‘악마 소환’을 재개하려는 미친놈을 가만히 내버려둘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도 네놈 빨리 처리하고 좋은 여자 만나서 편하게 살고 싶다고.”
“무리입니다. 시작은 아버지였지만, 이제는 제 염원이기도 합니다.”
“그럼 여기서 죽어. 그 염원을 이뤄줄 생각은 없으니까.”
“이 그림자는 그 검은 마녀의 상위 마법도 버텨냈습니다. 당신의 그 단검으로는….”
“그렇다고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
제라드는 단검의 칼날에 자신의 마력을 집중시켰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란델을 노려보는 제라드는 이곳에서 절대로 란델을 놓칠 생각이 없었다.
불가능하거나 힘든 상황에서 동요하거나 포기를 해버렸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다.
“요는 그 그림자 방벽만 깨부수면, 지금 넌 완전 무방비 상태라는 거잖아.”
“…….”
핵심을 찌르는 말에 란델이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이 개량해낸 흑마법에 절대적인 확신과 믿음이 있었음에도,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이 영웅이기 때문에, ‘설마?’라는 일말의 불안감의 씨앗을 싹틔우게 만든다.
◆ ◆ ◆
“으랏차아!”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 한 사냥개가 육중한 몸과 함께, 수직으로 내려베는 대검을 에밀리아가 나서서 양팔로 막아낸다.
쿠우웅!
“엉…!?”
양팔은 물론, 가녀린 소녀의 몸 따위는 간단히 짓눌릴 정도의 어마어마한 무게가 실린 공격을 막아낸 소녀의 팔이 너무나도 멀쩡하다.
두 팔을 지탱해내고 있는 소녀의 양 다리가 바닥에 움푹 파이면서도, 중력과 사냥개의 근력으로 불어난 일방적인 폭력의 무게를 태연하게 견뎌내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에린 일행에게 거리를 좁히고 있던 사냥개들이 모두 멈칫하는 행동을 보였다.
적어도 동료 사냥개의 대검을 막아낸, 셋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소녀가 저 셋 중에서 가장 이질적이다.
그리고 에밀리아의 대담한 행동으로 인해 멈칫한 사냥개들의 빈틈을에린과 에이라는 놓치지 않았다.
에밀리아의 양 옆을 지나쳐, 대검을 이용해 필사적으로 에밀리아의 몸을 짓누르고 있는 사냥개에게 각자의 검을 휘둘러 에밀리아의 원호를 하려했다.
카아앙!
하지만 그녀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냥개들 또한 생사가 오가는 전장을 수도 없이 넘나든 싸움꾼들.
대검을 사용하는 사냥개의 양 옆에서 두 명의 사냥개들이 나타나 각자가 에린과 에이라의 검을 받아쳐냈다.
“…읏!”
깔끔하게 공격이 막힌 것도 모자라, 그 짧은 틈을 타 또 다른 사냥개가 에린의 품속에 파고들어, 그녀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커…흑!”
사냥개의 주먹이 복부에 직격하면서, 에린의 신체가 크게 휘어지고 허공을 날아 폐건물의 벽면에 쳐 박힌다.
“에린!”
순간 허공을 나는 에린을 확인한 에이라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에린에게로 옮겨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
명백한 그녀의 실수.
“싸움 중에 다른 데를 보면 쓰나.”
미숙한 티를 다 드러낸다며 속으로 이죽거린 사냥개가 에이라의 시선이 에린 쪽에게로 쏠린 틈을 타, 그녀의 왼쪽 다리를 걷어찼다.
“크…윽!”
왼쪽 정강이와 무릎의 관절에 직격한 발차기에 에이라의 다리가 크게 휘청이면서 커다란 빈틈을 만들어낸다.
결국 그 빈틈을 이용하여 사냥개가 에이라의 복부를 있는 힘껏 발로 찬다.
“커흑!”
충격과 함께 몸이 밀려나며 바닥을 나뒹굴면서 손에 힘이 풀려버린 에이라가 자신의 검을 놓쳐버리기 까지.
“콜록! 콜록!”
“으랴아아!”
양 옆의 에린과 에이라가 차례차례 공격을받고 날아가자, 에밀리아가 그녀들을 돕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기합소리와 함께 대검 사냥개가 자신의 대검에 더더욱 힘을 실어 짓누르면서, 양팔로 대검을 막아서 지탱하고 간신히 서있는 에밀리아의 행동을 제한했다.
“이거나 먹어라!”
양팔을 위로 들어 올려 대검을 막는 것이 한계인 에밀리아의 오른쪽 옆구리에 다른 사냥개의 워해머가 직격한다.
까앙!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옆구리에, 워해머의 공격이 직격하자, 에밀리아의 작은 몸이 왼쪽 방향으로 허무하게 튕겨져 나가듯이 날아갔다.
“뭐야. 이 소리는? 저거 사람 맞아?”
“아닌 것 같은데?”
대검을 맨팔로 막은 것도 그렇고, 옆구리에 해머가 직격하면서 났던 소리는 명백히 인간의 살을 분쇄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손맛도 좀 이상했어. 살을 친 느낌은 있었는데, 뭐 저리 뼈가 단단해?”
사람의 뼈를 부수는 게 아니라, 무슨 단단한 미스릴이나 강철을 때리는 것 같은 인상이 더 강했다.
“흐음….”
위에서 가만히 상황을 관전하고 있던 바론이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세 여자들을 바라보았다.
“애매하네….”
“으…윽!”
복부의 통증에 배를 문지르면서, 에린이 몸을 일으켰다.
“와 씨, 이렇게 맞아본 거 진짜 오랜만이네….”
초창기 때, 은현에게 훈련을 받으면서 얻어맞으면서 싸움을 몸으로 익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순간 움직임을 놓치긴 했지만…그렇게 현이만큼 빠르지도 않아”
분명 집중하고 잘 보기만 한다면, 자신도 대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섰다.
이윽고 에린은 자신의 눈앞,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에이라를 보고 황급히 그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언니! 괜찮아요!?”
“에린…괜찮아…. 내 검 좀….”
“아, 네!”
“이봐, 아가씨들 꽤나 여유롭네?”
“으…!”
조롱과 비아냥이 섞인 목소리가 귓속을 강타하자, 바닥에 떨어져있는 에이라의 검을 주우러 가려던 에린의 몸이 움찔 떨리고 그 상태로 굳었다.
손에 쥐고 있는 레이피어를 꽉 쥐고, 천천히 고개를 올려다보자, 자신을 보고 히죽거리며 웃고 있던 바론의 얼굴을 확인한다.
“아~검 주워. 안 그러면 싸움이 되지 않잖아.”
미심쩍은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자, 열 명이 넘는 사냥개들이라고 스스로를 칭하고 있는 사람들이 쓰러져 있는 에이라와 자신이 태세를 잡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자신들을 봐주고 있는 태도에 에린이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어째서…?”
“니네가 너무 약하니까.”
“…뭐?”
쿵!
파묻힌건물 벽의 잔해들을 치우며, 그 안에서 에밀리아가 몸을 일으켰다.
가녀린 인형소녀가 입고 있던 옷은 이미 몇 차례의 공격과 건물 잔해들로 찢겨지고, 더러워진 상태로 특히나 워해머를 직격으로 맞았던 옆구리는 이미 고급스러운 고스로리 의상이 찢겨져 나가 인형의 살갗을 드러냈다.
인간의 살갗이 아닌, 부자연스러운 인형의 골격이 드러남에 따라, 사냥개들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야. 저거? 진짜로 인간이 아니었잖아?”
“골렘?”
“저렇게 작은데? 난 완전히 인간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사냥개들이 놀란 표정을 짓는 것도 잠시, 에밀리아가 그들을 응시하며, 장거리의 점프로 순식간에 에린 쪽으로 날아왔다.
“에밀리아, 괜찮아?”
“복부의 충격으로 내부 손상률 13%. 신체의 기능 36% 저하됩니다.”
“…그렇구나.”
에밀리아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에이라의 상태를 유심히 살피고 재차 입을 열었다.
“늑골 두 대가 골절이 되었습니다. 더는 움직이지 않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하지만….”
아까전의 사냥개의 발차기를 정통으로 맞으면서 그대로 늑골이 나간 에이라는 고통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도힘겹게 바닥에서 일어서려 하고 있었다.
“무리해서 일어설 필요는 없어. 어차피 안 죽일 거니까.”
“……?”
경계의 기색을 띄우며 에린이 바론을 응시했다.
“어차피 너희 셋이 다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지면 그때 다 죽일 거니까.”
“…….”
킥킥대며 고개를 끄덕이는 몇몇 사냥개들의 반응에 에린은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 속에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뭐야. 이 상황은?’
바론을 비롯한 사냥개들은 언제든 에린 일행을 죽일 수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바로 죽이지 않고 오히려 태세를 다시 바로 잡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여유를 보이고 있었다.
“그나저나, 그 녀석의 제자라고 하길래, 조금 기대했는데. 영 아니네. 뭐 그 나이대의 어린애치고는 강한 것같긴 하지만. 그 녀석은 이 녀석들 전원이 덤벼들어도 오히려 이쪽을 압도했는데 말이야.”
“이야, 그때는 완전히 오싹했죠.”
“나까지 죽는 거 아니었나 싶었다니까.”
마치 즐거운 추억을 회상하듯 피식 웃으며 말하고 있는 사냥개들의 태도가 굉장히 이질적이다.
“그러니까 아까 그 여자처럼 싸우다가 한 눈 팔지 말고, 싸움에나 집중하라고?”
그제 서야 에린은 깨달았다.
이들의본질이 싸움 속에서 쾌락을 추구하는 미치광이들이라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시선에서 약자인 자신들은 잠깐 즐기는 장난감에 불과한 취급이었다.
일부러 죽이지 않고, 필사적으로 저항하면서 벌어지는 사투를 즐기기 위해서 사용되는 장난감.
사냥개들은 에린 일행을 무시하고 있었다.
“…본 개체는 지금, 현재의 명령 체계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명령 체계 속에 생성되고 있음을 명시하는 바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눈앞에 보이는 제거대상들을 모두 처리하고 싶다고, 제 안의 명령 체계가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마치 자신이 굉장히 약하다고 무시해오는 사냥개들에게 화가 나있는 것만 같다.
“장비의 해금을 서브 마스터께 요청합니다.”
“…….”
에린은 직감적으로 에밀리아가 말하는 요청의 의미를 깨달았다.
이것은 저들을 죽이라고 에린이 직접 에밀리아에게 살인을 명령하는 것과 같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것일지도 모르는 살인 명령과 살인.
왠지 모르게 머릿속으로 일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생각하면서도, 에린은 이내 태어나서 처음으로 결심했다.
‘악인’을 스스로 처벌하기로.
“허가할게.”
에밀리아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것도 잠시, 이내 바론과 그의 사냥개들을 응시하며 에린이 입을 열었다.
“언니는 싸움이 끝날 때까지 정말로 건드리지 않는 거지?”
“하하! 물론이지!”
“…그 말 후회하게 될 거야. 에밀리아!”
“인벤토리 오픈.”
에린의 호령과 동시에, 에밀리아가 자신의 인형 몸체에 내장되어 있는 마법을 발동시킨다.
에밀리아를 중심으로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이내 바닥에 안착한 마법진들 위로 다섯 개의 관이 소환되고.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차례차례 열린 관속에서 제각각의 다른 외형의 모습을 한 인형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몸을 일으키고 삐거덕거리는 인형관절의 소리와 함께 인형들이 일제히 사냥개들을 바라보며 붉은 안광을 빛낸다.
“도미너스 소대. 작동 개시.”
“진짜로 해보자고! 너네들 다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야!”
덩달아 에린도 자신의 몸속에 잠들어 있는 신수의 마력을 해방시켰다.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이 휘몰아치고 에린의 주위를 감싸던 밀도 높은 마력들이 에린의 몸에 응집되기 시작하면서, 은백색의 아홉꼬리와 여우귀를 만들어낸다.
신수의 힘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자유자재로 꺼낼 수 있게 된 구미호의 모습.
그리고 살랑거리는 꼬리 위에 응집된 푸른색의 불꽃들을 이용하여 에린은 신수의 힘을 발동시켰다.
[호족 요술(狐族 妖術)]
[백귀야행(百鬼夜行)]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푸른 불꽃의 백귀들이 주인의 부름을 받아, 또 한 번 현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