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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화 〉170. 진짜 배후(5) (170/730)



〈 170화 〉170. 진짜 배후(5)


“끄…으으!”

라나가 가장 이질적으로 느낀 것은 자신을 옥죄어오는 밀도가 높은 마력이 평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의 머릿속에 스며들어와, 머릿속을 간질이는 이상한 감각에 소름을 느낀다.
에린에게 가지고 있던 불안감, 공격성 등의 감정이 강제적으로 지워지고 있는 것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이거…마법?’

틀리다.
아르케나 대륙에서는 인간의 정신과 감정을 조종하는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의 머릿속을 건드리는 능력은 오로지 인간이 아닌, 상위차원의 존재들뿐이다.
악마나 신수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라나에게는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능력을 선보이고 있는 에린의 모습이 도저히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끄…으으….”

라나의 눈빛이 적대감이 사라지고, 에린에 대한 공포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전신을 떨기 시작하면서 흔들리는 눈동자, 제압당하고 있는 신체에 실린 힘이 풀리면서 저항을  수 없게 되어가는 과정이 그녀의 이성이 철저하게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다.

‘성공은 했지만…. 역시 기분이 좀 그렇네.’

싸우지 않고 라나를 굴복시킨 것까지는 좋았지만, 마치 어린 아이가 절대로 대적할 수 없는 괴물을 마주한 것처럼 오들오들 떨고 있는 라나의 반응을 보고있자니, 꺼림직  기분이 들었다.
에린이 가지고 있는 구미호의 마력은 일반적인 인간의 마력과는 그 근본부터가 틀린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몸과 마음을 농락하여 체내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특성을 지닌 신수,  특성은 명백히 악마들 중에서 하위종에 속하는 서큐버스와 특성이 비슷했지만, 서큐버스와는 명백히 상위호환의 특성을 지닌 존재가 바로 구미호다.

‘이거 실제로 다른 사람한테 써보는 건 처음인데.’

구미호의 요술은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수라는 영험한 존재의 영역이다.
이것만큼은 은현에게도 어떻게 성장을 시킬 수 있는지, 조언을 구할 수도 없었다.
단지 자신의 몸속에 잠들어있는 신수의 잔존 의지인 미호의 무심하고 성의 없는 조언을 통해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꾸준한 연습을 통해 사용할  있게 된 요술이었다.
신수의 비밀을 밝힐  없는 에린의 입장상, 다른 이들에게도 감정을 조작하는 위험한 마법을 사용하여 연습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 연습의 대상은 당연히 은현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현이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잘하고 있다고만 했었는데….’

다른 평범한 마력과는 다른, 자신의 이성과 감정을 조작해오는 이상한 힘에 저항하지 못하고, 라나는 거세게 저항하던 자신의 몸에 힘이 조금씩 빠져나갔다.

‘이거 왜 현이한테는 안 걸린 거지…?’

은현이 여신의 보호로 정신을 어느 정도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에린의 입장에서는 연습을 빙자해, 은현에게 걸었던사심이 섞인 매혹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흥, 그 남자가 너 같은 어린 핏덩이의 허술한 매혹에 넘어갈 리가 없지 않느냐.]

“…….”

가끔가다 코웃음치며 이렇게 자신을 비아냥대는 구미호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에린은 괜히 열이 받았다.
그렇다고 이쪽에서 뭐라 대꾸를 한다고 하더라도 자기 할 말만을 하고 다시 자신의 심층의식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태도가 에린을 더더욱 열 받게 만든다.
은현은 영험하고 훌륭한 존재라고 미호를 소개했지만, 잊어버릴 만하면 에린에게 시비를 걸어온다.
‘이것도 못하느냐’, ‘재능이 없어도 너무한 것 아니냐’, ‘그냥 포기해라’라는 등의 사람 의욕을 떨어뜨리는 말만을 골라서 하는 재주는 영험한 존재가 아닌, 해주는 것도 없으면서 훈수만두는 쫌생이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으…윽!”

전신의 근육이 이완되고, 몸 전체가 축 늘어져 바닥에 쓰러진 상태는  이상 에밀리아의 구속에 저항할 여력도 남아있지않은 상태.
위험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고 판단한 에밀리아가 이내 라나의 구속을 느슨하게 풀었다.

“에밀리아, 데리고 나가줘.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

“명령을 수락합니다.”

에밀리아는 에린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여 축 늘어진 라나의 다리를 질질 끌며 사무실을 나갔다.

“그건…대체 뭐지…?”

“대답하지 않을 거예요.”

상황이 너무 질질 끌릴  같아, 어쩔  없이 구미호의 힘을 사용하긴 했지만, 은현의 당부도 있었기에 에린은 구미호의 힘을공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알았다. 나도 묻지 않지. 그리고 미안하다. 라나는 너무….”

“말하지 마요.”

에린은 인상을 찡그리며 루난의 말을 끊었다.

“…….”

“당신들은 그저 돈만 받고 사람을 죽이고 납치하는 나쁜 사람들이라는 생각만 가지고 싶어요. 구구절절한 사연 따위 듣고 싶지 않아.”

여기서 그런 말을 듣게 된다면, 자신의 마음이 또 약해져버릴 것 같아, 에린은 루난의 말을 잘랐다.
어떤 이유와 사연을 늘어놓더라도, 그들이 애슈턴의 사주를 받고 엘빈을 죽이려 하고, 자신을 위해를 가하려 했다는 행위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애슈턴도 그렇고, 폐창고에서 자신을 강간하려 했던 두 남학생도 마찬가지.
신분, 권력, 당시의 상황, 사연 그 무엇도 자신이 그들을 용서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
에린에게는 언젠가 그들에게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  하나였다.
자신을 납치하고 강간하려 했던 오르바 백작가문의 자제 역시, 은현이 사회적으로 말살시키지 않고 경고만을 했던 것도, 언젠가 에린이 직접 대가를 치르게 만들라는 의미의 하나였다.
그 목표들은 지금 에린을 강도 높은 훈련 속에서 자신을 견디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다.

“나는 당신들을 경멸해요. 그리고 그런 당신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러  수 밖에 없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해서 참을 수가 없어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당신들과 손을 잡고 있는지, 현이의 생각도 모르겠어요. 하지만현이가 당신들을 내버려뒀다면, 분명히 무언가 이유가 있겠죠.”

은현에 대해 서운한 감정이 들어도, 최종적으로 은현이 언제나 옳은, 효율적인 판단만을 내려왔다는 것을 에린은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꾹 참는다.
다른 이들이 그런 에린의 얼굴을 보았더라면, 이런 부분에서 은현과 에린이 닮았다고 생각했으리라.
에린은 그렇게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 자신이 이곳에 찾아온 진짜 용건을 입에 담았다.

“얘기해주세요. 페르닌을 습격했던 악마와 연결 관계를 가지고 있다던 ‘그자’가 누군지.”

“…알았다. 그러도록 하지.”

루난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차 입을 열었다.

“우리가 그자가 악마와 연결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다른  없다. 그 남자가 사용했던 마법 때문이었지.”

“마법이요?”

“네 오빠가 사용했던 것과 똑같은 그림자를 다루는 흑마법.”

“…읏!”

에린의 어깨가 움찔 떨리며 신음을 내뱉는다.

“그걸…직접 봤나요?”

“봤지. 그 남자는 정확히 이 건물, 정보길드를 찾아와 나에게 의뢰를 제안했다. 그때 라나가 아까 너에게 했던 것처럼  뒤에서 그 남자를 공격했고, 그 남자의 그림자가 튀어나와 라나의 칼날을 깨끗하게 막아냈지.”

“…….”

“그자는 미동도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서서 우리를 비웃었어. 라나의 공격을 모두 막아내는 그 검은 그림자는….”

루난은 기분 나쁜 것을 보았다는 듯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말을 이었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을 보는 것 같았다.”

“…….”

“나는 그림자를 다루는 마법을 흔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흔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너도 그렇겠지?”

“네.”

에린도 기분이 나쁘다는 듯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뒤늦게, 이제와 생각해보니 의문이 드는 점도 있었다.
엘빈이 배운 조영술이 적혀 있는 흑마법서는 인간이 기술한 책이며 페르닌을 습격한 서큐버스, 리라가 저술한 책이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서큐버스는 이 책을 어디서 어떻게 구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봤어야 했다.

“당신은 우리 오빠의 손에 들어왔던 흑마법서의 원 주인이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

“나의 추측으론. 게다가  가르친 그 남자도 이 사실에 대해서 의문점을 가지고있었다.”

“현이도….”

어쩌면 마법에 능통한일리아나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의뢰는 어떤 걸 해왔나요?”

“그것은 아직 모른다. 의뢰를 수락하지도 않았는데, 선금을 던져놓고 갔고, 장소와 시간을 말해주고 남자는 그대로  건물을 떠났다. 찾아온다면 수락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때 추가금과 함께 의뢰내용을 말하겠다고 했어.”

“그 장소는 어디죠?”

“갈 생각인가?”

“아직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장소와 시간이 있는데 알아둬서 나쁠 건 없잖아요.”

“…오늘  8시, 글레오르 폐창고. 설마 싶어서 얘기하지만 혼자서 가는 건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당신이 제 걱정을 해준다고요? 그쪽 입장에서는 저를 습격했던  여자처럼 내가 사라져주는  마음이 편했던 거 아닌가요?”

에린은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이미 애슈턴에게  번 호되게 당했던 에린은 경계를 풀지 않았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 시점에서 네가 죽는다면, 그때야말로  스승에게 내가 죽게 되겠지.”

“……?”

에린은 이해할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남자는 어째서 은현을 이렇게 두려워하는 것일까?
필요한 정보를 모두 얻었다고 생각한 에린은 고개를 돌려 방을 나섰다.

“가는 건가?”

“네. 들을 건 다 들었어요.”

“언젠가…제대로 이야기하고, 사과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군.”

“…그럴 날이 올지, 잘 모르겠어요.”

사무실을 나오고,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복도를 걷는 에린의 뒤를 에밀리아가 따라 걸었다.

“…….”

에린은 한참을 말없이 복도를 걸었다.
자신을 해하려 했던 대상중 하나를 만났기 때문일까, 사실상 원수에 가까운 이들을 만난 것에 대해서 복잡한 생각과 얼굴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하하!”

“어?”

고민을 띄우는 얼굴로 복도를 걷고 있자, 어디선가 깔깔거리는 밝은 웃음소리가 들려와 에린은 발걸음을 멈췄다.

“아하하! 나 잡아보라고!”

“야! 나가지 말래도! 아….”

좁은 방안에서 튀어나온 어린 꼬마아이를 붙잡기 위해 함께 나온 어린 수인 소녀가 에린과 눈을 마주치고 몸을 움찔 떨었다.

“죄, 죄송합니다! 어서 지나가세요!”

강아지 귀를 쫑긋 세운 수인 소녀는 황급히 어린 아이의 손을 꽉 쥐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고는 고개를 푹 숙이며 에린에게 길을 비켜주었다.
마치 굉장히 무서운 사람을 대하는 것만 같은 태도에 에린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아이가 나온 방안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나오지 말고 방안에 있어.”

수인 소녀의 목소리를 듣고 방안에서 하나둘씩 고개를 빼꼼이 내민 어린 아이들이 에린과 마주쳤다.

“와, 굉장히 예쁜 누나….”

“손님? 손님이야?”

“굉장히 예쁘다. 귀족님이신가?”

“아니, 나는 그게….”

“죄, 죄송해요! 방해해서 시간을 뺏어서! 어서! 방안으로 들어가자!”

겁을 잔뜩 집어먹은 것처럼 반응하는 수인 소녀의 반응에 에린이 이상함을 느낀다.

“…여기서 사니?”

“네? 아, 네.”

“내가 무서워?”

“그, 그게….”

직접적인 에린의 질문에 에린과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수인 소녀가 결국 입을 열었다.

“라나 언니가…굉장히 무서운 사람이 와있으니까, 절대로 밖에 나오지 말라고…. 파, 팔이 역으로 꺾인 상태에서 힘겹게 저한테 애들을 챙기라고….”

“…….”

에린은 표정을 굳혔다.
확실히  광경은 아이에게 보여주기엔 좀 잔인할지도 모른다고 에린은 생각했다.
감정왜곡에 의해서 에린에 대한 적대 의사가 완전히 꺾여있었지만, 상처를 치료하게 동료의 부축을 받아 이동하면서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남아있었던 것은 굉장히 의외의 부분이었다.

“그 여자는 너에게 어떤 사람이야?”

“네? 그게 무슨…?”

“좋은 사람이야? 아니면 나쁜 사람이야?”

“조, 좋은 사람이에요…. 엄마, 아빠가 안 계시는 저나 얘내들처럼 오갈 데 없는 애들을 받아주시고, 언제나 저희를 위해서 밥을 먹이는데 필요한 돈을 벌어 오시고, 옷도가져와 주시고, 자주 놀아주시기도 하고,그리고….”

“그만, 됐어. 거기까지만 얘기해줬으면 충분해.”

에린은 수인 소녀의 말을 끊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게 뭐야.”

나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려고 했다.
그렇기에 루난이 라나에 대한 변호를 하려고 했던 것을 일부러 듣지 않으려고 그의 말을 끊었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대면했을 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수인 소녀에게 라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물어보았다.
예상을 하였음에도, 그 대답을 듣고 싶지 않았음에도 물어본 자신이 한심했다.

“마음 독하게 먹으려고 했는데….”

에린은 언젠가 은현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어떤 사람은 너에게는 악인일  있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소중한 사람일 수도 있어.

- 그게 무슨 말이야? 나쁜 사람은 나쁜 사람이잖아?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 에린의 말에 은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에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에린한테 나는 어떤 사람이야?

- 너, 너는? 으음, 그러니까…. 조, 좋은 사람이지!

-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나는 엄청 나쁜 사람이야.

- 응? 현이가?

 눈을 크게 뜨며 에린이 되묻는다.

- 그럴 리가 없잖아. 현이는 내 영웅인걸.

자신을 구원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는 은현이 악인일 리가 없다는 확신과 믿음은 에린이 은현에게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내포하고 있었다.

- 언젠가…내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날이 올 거야.

- 으응…? 잘 모르겠어.

- 그리고 어떤 선택의 기로에 놓이겠지. 네가 어떤 선택을 하던 나는 네 선택을 존중할게. 단지…후회만은 남기는 선택을 하지 말기바래. 네가 나를 믿어주듯, 나도 언제나 너를 믿고 있으니까.

에린이 은현을 자신의 영웅으로 생각하고 있듯, 은현 또한 에린을 자신이 키워내는 영웅의 씨앗으로써 성장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는 것을 에린은 모른다.
그렇기에 은현은 에린이 이 고민에 대해서 스스로 답을 내리고 행동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 또한 모른다.

‘…그게 이런 뜻이었어? 현아…?’

에린은 고아였던 어린아이들을  이후부터 자신의 가슴속에 쌓이기 시작하는 찝찝한 감정을 해소하지 못해 심기가 불편했다.
깨어나서 혼자가 되었을 때, 아버지의 비리로 집안 자체가 몰락하고 혼자 남겨진 당시의 자신의 모습과 왠지 모르게 겹쳐졌다.

‘어쩌면 현이가 거둬주지 않았으면, 나도 머지않아 아이테르도 퇴학당하고 저 아이들처럼 오갈  없이 어딘가를 전전했을 지도 모르지.’

라나를 비롯해, 정보 길드인 흑랑단의 사람들이 정보의 판매 뿐 만이 아니라, 돈을 받고 사람들을 죽이는 청부업을 주업으로 삼는 이들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타인의 목숨을 빼앗아 마련한 돈으로 어린 아이들을 돕는 데에 쓰인다고 해서 면죄부가 되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나 은현이 어떤 수단으로 흑랑단을 무너뜨리거나 처벌한다면, 허름한 옷과 빈약한 식사로 하루하루를 이어나가는 고아들은 어떻게 될지를 상상해본다.

“짜증나….”

생각하고, 고민하고, 망설일수록 찝찝한 감정이 에린의 가슴속에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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