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8화 〉168. 진짜 배후(3)
“사람을 찔렀는데….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어….”
집으로 향하던 도중, 에린은 멍하니 걸으며 자신의 양손을 응시했다.
훈련을 하면서 검을 잡기 시작했고 손의 살갗이 찢어지고 굳은살이 박히기를 반복했다.
악마를 비롯해 마수도 베어보고, 동물을 사냥하는 경험도 해보았지만, 사람의 살을 찔러본 경험은 자체는 한 번도 없었다.
은현은 언젠가 사람을 해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었고, 그 첫 경험에 대해 큰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그 경험의 기회는 너무나도 느닷없이, 갑작스레 찾아왔다.
하지만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행해진 살벌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에린은 충격을 받거나하는 등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더더욱 신경이 쓰였던 점은 마치 처음부터 사람을 해하는 이 행동에 익숙한 듯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찔렀다는 점이었다.
“원인은 아마도…그분 때문일까?”
에린은 자신의 몸속에 잠들어있다는 신수의 존재를 떠올렸다.
이렇게 의문을 품고 있음에도, 구미호라는 신수는 에린의 의문에 답해주지 않았다.
신수의 잔존의지로 영혼의 일부만이 남아있는 미호라는 존재는 가끔가다 에린에게 구미호의 요술에 대한 조언을 해줄 뿐, 이외에는 에린에게 일체의 간섭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잠만 자고 있었다.
“하아….”
에린은 조금 답답한 마음에 짧게 한숨을 쉬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어서 일리아나님께 저녁을 차려드려야 하는데.”
은현은 며칠 동안 자리를 비운 상태였기 때문에, 그동안의 집안일은 에린이 도맡아야하는 상황.
간단하게 닭꼬치로 허기를 채우고 집에 들어가서 저녁 준비를 할생각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조금 늦어버렸음을 자각하고 에린이 뒤늦게 뛰기 시작했다.
이윽고 집의 대문에 도착했을 때, 에린은 일리아나의 집, 대문 앞을 서성이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음? 이 집에 사십니까?”
대문 앞을 기웃거리고 있던 한 남자가 에린을 발견하고 말을 걸어왔다.
“어…그런데요…?”
에린은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남자의 행색을 살폈다.
외관만을 보고 판단하여, 남을 폄하하거나 깔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남자의 행색은 도저히 일리아나의 집에 볼일이 있어 보이는 행색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허름한 옷이 다 헤져 살갗이 드러낼 정도에 며칠 머리를 감지 못했는지, 떡이 진 머리나 퀴퀴한 눈을 하고 있는 남자는 에린을 바라보며 최대한 자신을 낮추고 굽신 거리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무슨…일이시죠?”
자연스레 에린이 경계의 태세를 취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수상쩍다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음에도, 남자는 전혀 개의치 않으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
에린이 뒷걸음질을 치며 남자와 거리를 벌린 반응을 보인 것은 은현에 의해서 주입된 본능적인 경계의 태세의 훈련 결과의 성과였다.
“이것을 전해드리려고 왔습니다.”
“…편지?”
“네. 편지입니다.”
에린은 남자의 두 손에 쥐어진 채로 자신에게 정중히 내밀고 있는 편지봉투를 보고 재차 물었다.
“누구에게 보내는 거죠?”
“모릅니다.”
“누가 보내는 건가요?”
“모릅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발신인도, 수취인도 알 수가 없는 편지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수상하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흐흐, 저희는 이렇게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시키는 대로 밀서를 전달할 뿐입니다. 그것을 대가로 많은 은화를 받고 먹고 살고 있기 때문이지요.”
“…….”
“저희가 받은 심부름은 이게 다였습니다. ‘이 집에 살고 있는 이에게 이 편지를 전해라.’이것 뿐입니다. 저는 그래서 이 집에 들어오거나 나가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쭉 기다리고 있었죠.”
“이런 수상한 편지를…제가 받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받으셔도 되고, 안 받으셔도 상관없습니다만…어차피 저는 당신께 성공적으로 편지를 배달해드렸으니, 상관없는 셈이죠.”
에린이 남자에게서 편지를 받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자, 허름한 옷의 남자는 익숙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대문사이에 끼워 넣고는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그럼 저는 확실히 전달한 겁니다.”
그리 말하고 발걸음을 옮겨 자리를 뜨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에린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저 사람 진짜….”
에린은 대문 쪽으로 다가가 문 사이에 끼워진 편지를 빼내고는 봉투를 뜯었다.
수취인이 적혀 있지 않는 편지의 내용을 천천히 읽었다.
- 그자가 직접 나를 찾아왔다. 결국 네 불길한 예상이 맞았군. 지난 페르닌 습격사건을 일으켰던 주모자인 악마와도 연결이 되어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와서 나누도록 하지.
“…뭐?”
에린은 자신이 잘못 읽은 것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두 번 세 번을 반복하여 읽었다.
“페르닌 습격사건의 악마….”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에린의 머릿속에서 똑똑히 남아있었다.
애슈턴에게 납치당하여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강간당할 뻔 했던 사건부터, 자신이 신수의 힘을 각성시키고, 끝에는 악마를 잡았으며 디아네 왕비의 선언 아래 헤르샤 준남작위를 되돌려 받았던 많은 일들이 벌어졌던 일이었다.
그 사건을 일으킨 주모자였던 서큐버스는 에린이 직접 죽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 서큐버스와 어떤 연관성이 제시되고 있는 ‘그자’라는 것은 도대체 누구일까.
자신의 오빠인 엘빈을 흑마법사로 만들어버린 것이 다름 아닌 그 서큐버스였기 때문에, 에린은 더더욱 이 편지의 내용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이건…어쩌면 현이한테 온 편지…?”
일리아나는 이렇게 굳이 무언가를 알아보거나 정보통을 두고 나라의 정세에 신경을 쓰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에린은 잘 알고 있다.
비밀리에, 은밀히 뒤에서 움직이는 이런 방식은 은현의 방식이다.
곧장 몸을 움직여 황급히 집안으로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어서와. 늦었네?”
에린의 인사에, 소파에 앉아 마법서적을 읽고 있던 일리아나가 고개를 돌려 현관을 바라보았다.
“네. 그게 좀 일이 있어서…식사는 어떻게 하셨어요?”
“아직.”
“금방 해드릴게요!”
“같이 만들어.”
읽고 있던 마법서적을 덮고 몸을 일으킨 일리아나는 에린과 함께 부엌에 들어갔다.
최근엔 리오드와 아니에스에게 요리를 할 줄 모른다고 무시 받아, 자극 받았던 것을 계기로 에린에게서 조금씩 요리를 배우고 있었기에, 함께 음식을 만들면서 두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더더욱 많아졌다.
에린은 웃으며 기쁘게 그녀의 의사를 받아들였다.
“네!”
함께 만든 요리로 저녁식사를 하던 도중, 일리아나는 우물쭈물한 태도를 보이는 에린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할 말 있니?”
“네? 아, 저 그게….”
“얼굴에 다 티 나니까 고민하지 마. 무슨 일인데?”
“문 앞에서 어떤 이상한 사람이 이런 걸 가져왔어요….”
“편지?”
에린이 건 내준 편지를 받아든 일리아나가 그 내용을 읽어들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또 귀찮은 일이네.”
“어떻게…하실 건가요?”
“어떻게고, 자시고, 아무것도 안할 거야.”
“네?”
뜻밖의 대답을 들은 에린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그렇게 놀랄 일이니? 평소 내 성격이나 방식을 알고 있으니, 당연히 예상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워낙 나서기 싫어하시더라도, 그래도 지난 페르닌 습격사건 때나 여러 가지 사건에 도움을 주셨으니까, 이번에도 나서주실 거라고 생각해서….”
“그거야. 현이가 엮여있거나, 걔 때문에 반 억지로 참여한 거였지.”
“아….”
에린은 이해간다는 듯 작게 탄식했다.
“그리고 오해하지 마렴. 마냥 귀찮아서 돕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니까. 나는 이렇게 귀찮게 정보를 수집하고, 나라의 정세나 상황에 맞춰서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게 영서투를 뿐이야. 그런 쪽의 판단은 주로 대외적으로는 리오드가, 내부적으로는 현이가 알아서 처리했었으니까.”
“으음, 그 말씀은….”
“그럼 내가 아가한테 물어볼까? 아가는 나한테 뭘 부탁하고 싶은 거니?”
“네?”
느닷없는 일리아나의 질문에, 에린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로 그 편지의 추측대로 그때 아가가 죽인 서큐버스와 연관된 또 다른 흑막이 있을 수 있다고 치자, 그럼 그 단서만으로 아가는 뭘 할 수 있을까?”
“뭘 할 수 있느냐….”
조용히 일리아나의 말을 곱씹으며 에린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그녀의 말을 경청한다.
“그 흑막에 대한 정확한 정체도 모르고, 혼자인지 다수인지, 있는 장소, 특징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다짜고짜 나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거니? 구체적으로 뭘 도와줘야할지 본인도 명확하게 모르면서?”
“으….”
에린은 자신의 가슴을 꿰뚫는 지적에 민망한 듯 얼굴을 붉히고 마녀의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그런 마녀의 지적은 날카로움이나 매서움을 겸비한 질책보다는 상냥한 조언에 가까웠다.
“아가는 뭘 하고 싶은 거니?”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을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엘빈을 흑마법사로 만들도록 유도했던 서큐버스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 남자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었다.
“흐음, 좋아. 하고 싶은 대로 해보렴.”
“어…정말요?”
에린은 일리아나의 허락이 매우 뜻밖이었기에 확인 차 다시 한 번 물었다.
“응. 단, 나는 도와주지 않을 거야. 이런 일에 시작부터 발을 들이밀고 머리를 써야 하는 건 질색이거든. 하지만 그렇다고 아가를 위험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혼자 행동하게 내버려 둘 수도 없으니까.”
일리아나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에밀리아.”
“네.”
짧은 호령에 거실 구석에 앉아서 가만히 대기하고 있던 인형이 몸을 일으키고, 규칙적인 걸음걸이로 일리아나의 앞으로 걸어와 차후 이어질 명령에 대기했다.
“지금부터 에린을 따라다니면서 호위해. 지금부터 네게 내리는 명령 권한을 에린에게 양도할게.”
“명령을 수락합니다.”
에밀리아는 한차례 에린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본 개체는 ‘에린 헤르샤’를 서브마스터로 인식, 명령 권한이 성공적으로 양도되었음을 명시합니다.”
“어….”
에린은 얼떨떨한 반응을 보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만.”
일리아나는 숟가락을 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으로 들어갔다.
평소 은현과 일리아나가 잠을 자는 침실이 아닌, 그녀의 마법서적과 아티팩트들이 있는 작업실이었다.
작업실에서 나온 일리아나는 방안에서 꺼내온 검은색 구슬을 에린의 손에 쥐어줬다.
“이건…뭔가요?”
“후후, 아가에게 주는 선물이야.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이게 아가를 지켜줄거야.”
“…이게요?”
에린은 일리아나가 자신의 손에 꼭 쥐어진 새까만 구슬을 응시하며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 ◆ ◆
“저어, 에밀리아님.”
“본 개체에 대한 존칭은 필요 없습니다.”
확실히, 내면은 둘째 치고 자신보다 나이가 어려보이는 외관을 지닌 소녀에게 깍듯이 존대를 하고 있는 광경은 사정을 모르는 이들이 보기에 매우 우스꽝스러운 상황이기도 하다.
“그…에밀…리아?”
아직 어색한지 에린의 머뭇거리는 말에 그녀를 호위 겸, 길안내를 하고 있는 에밀리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
“네.”
“한 번만 만져 봐도 돼?”
“……?”
허락을 구해오는 에린의 질문에 앞장서 걷고 있던 에밀리아가 발걸음을 멈추고 미심쩍은 시선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반짝이는 호기심이 가득한 시선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소녀의 표정을 보고 에밀리아의 몸이 살짝 떨렸다.
이전, 자신의 몸체 구조 구석구석을 해부하여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파헤치려는 세실리아의 호기심을 떠올렸지만, 이내 그 시선과는 미묘하게 다른 호기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안면 근육을 이용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에밀리아는 이전 클라리스 때와 같은 격렬한 거부의 의사를 표시하지는 않았다.
“명령…을…수락합니다….”
굳이 에린이 명령을 내린 것도 아니었지만, 그것이 정말로 ‘서브마스터’로서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던 건지, 아니면 그녀의 호기심어린 마음을 배려하기 위했던 것인지.
에밀리아 스스로도 정의를 내릴 수가 없어 혼란스러웠다.
허락이 떨어지자, 이내 에린이 가녀린 인형 소녀의 팔뚝을 만졌다.
“와…진짜 사람 팔처럼 엄청 말랑말랑해….”
그러면서도 팔과 몸통을 연결하는 어깨 부위의 관절부위에서 느껴지는 딱딱하면서도 미세한 균열은 소녀의 몸이 인간이 아닌, 인형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게 해준다.
고스로리 드레스를 입은 에밀리아의 외관은 온실 속의 화초에서 곱게 자란 귀족가문의 영애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에린은 에밀리아의 뺨을 붙잡고 쭈욱 잡아당겨보거나 팔을 만지는 등 손으로 느껴지는 정교한 인형의 감촉을 즐기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서브 마스터께 슬슬 목적지로 이동할 것을 제안합니다.”
“아, 알았어.”
에밀리아가 자신의 몸을 만지며 정신없이 호기심을 채우고 있는 에린의 정신을 일깨운다.
저녁을 먹고 나온 이후의 시간대,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겨 에린이 에밀리아의 안내를 따라 어둑하면서도 구불거리는 좁은 골목길을 계속 지나갔다.
해가 지고 눈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어두워지고 그런 어둠의 분위기에 맞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힐끔거리는 시선을 의식했다.
“여기는….”
은현에게 한 번인가 말로만 전해 들었지, 실제로 와본 적이 없었던 ‘슬럼가’라는 장소라는 것을 깨닫는다.
에린은 점차 처음 자신에게 정체불명의 편지를 전해주었던 남자와 같은 추레한 행색의 사람들이 자신을 흘끔거리며 보고 있다는 것에 왠지 모르게 불편해졌다.
“저기 에밀리아, 정말로 이곳이 맞아? 그 편지를 전해준 곳.”
“맞습니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할 뿐, 에밀리아는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에린은 자신과 에밀리아를 흘끔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고 에밀리아의 뒤를 따랐다.
나무판자를 덕지덕지 이어 붙여 만든 허술하기 짝이 없는 건물 앞에 도달했고, 건물 입구를 지키고 있던 문지기로 보이는 건달이 에린의 얼굴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뭐야. 너는?”
“아, 저는 그게….”
뭐라 자신을 소개해야할지 몰라, 말을 머뭇거리던 에린의 태도를 보고 문지기 건달이 혀를 찼다.
“쯧, 여긴 너 같은 어린애가 올…엉?”
어두운 길거리 속에서 구름에 가려져 있던 달빛이 갑자기 밝게 비치기 시작하면서, 에린의 바로 옆, 키가 작은 고스로리의 소녀의 모습이 문지기 건달의 눈에 들어왔다.
이내 에밀리아 특유의 아름다운 얼굴과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는 행색이 어디선가 낯이 익다는 위화감을 떠올림과 동시에, 건달의 안색이 창백하게 굳기 시작했다.
“아, 아아….”
“저, 저기 왜 그러세….”
“아, 악마가!”
“…악마?”
“히, 히이이익!”
건달이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더니, 에밀리아의 얼굴을 보고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이내 자신이 지키고 있던 건물의 문을 열어젖히고 황급히 건물 안으로 들어가며 소리쳤다.
“악마가…악마가 돌아왔다!”
“엉…?”
갑작스러운 건달의 행동에 에린이 벙찐 표정을 지으며 에밀리아를 보며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에린의 시선을 받은 인형소녀는 아무 일도 없었던 일인 양,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내 건물 안으로 도망친 건달의 목소리가 에린의 귓가에 들려온다.
“‘구슬 깨기의 악마 소녀’가 돌아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