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9화 〉149. 가문의 위기(2) (149/730)



〈 149화 〉149. 가문의 위기(2)

“어떻게…어떻게 이런 일이….”

아브로스와 알렉스는 저항하지 않았다.
월터의 체포영장을 수반한 왕가의 명령에 거스르지 않고 얌전히 투항하여 공작 저택을 나섰고, 저택의 내부에는 싸늘한 적막만이 맴돌았다.
딸이 납치되고, 남편과 아들은 체포되어 이송되었다.
저택에 홀로 남겨진 루네스는 급작스러운 상황에 당혹을 금치 못하고, 멍하니 현실을 부정하는 말을 내뱉을 뿐이었다.

“공작부인.”

“네…?”

“아브로스님과 알렉스의 말을 잘 떠올리셔야 합니다. 두 사람이 부인께 뭐라 전하고 이송됐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저택을…잘 부탁한다고….”

“그렇죠. 지금 이 어수선한상황에서 공작 저택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부인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마음 단단히 먹으세요. 엘레노아 공녀는…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가 데려오겠습니다.”

“부탁…, 부탁드려요. 제발 딸아이를….”

“네.”

은현은 애원에 가까운 루네스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저택을 나왔다.
가장 먼저 집에 들러서 에밀리아를 데리고,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 아르티아의 본부.

“올 줄 알고 있었다.”

“소식은 들었어? 공작 가문.”

“…….”

리오드는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만큼 아르미타스 공작과 소공작의 체포 소식은 현재 수도 안에서 가장 시끄러운 문제였다.

“덕분에 엘레노아 공녀의 납치의 수사는 뒷전으로 미뤄졌다. 네 생각은 어떻지? 이걸우연으로 보고 있나?”

“아니, 전혀.  큰 사건을 터뜨려서 시선을 돌렸다고 생각해. 그게 다름 아닌 공작의 비리를 덮어 씌워서 터뜨린 거라니,  악질이지.”

엘레노아 아르미타스의 납치로 공작가문 전체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아르미타스 공작 가문 전체를 대상으로 공격을 감행한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체포의 원인인 ‘레니온 헤르샤 배임횡령의 공모죄’는 다름 아닌 애슈턴의 독단행동이었지만, 지금은 후계자 자리를 잃고 공작령의 별채에 있다고 하더라도, 엄연히 아브로스의 아들이다.
책임을 면치 못하리라고는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책임의 소재를 애슈턴 혼자가 아닌, 아브로스와 알렉스까지 옭아매는 수는 도대체 누구의 작품일까.

“누구 솜씨인지는 몰라도 아주 제대로 엿을 먹였네.”

은현의 주먹에 자연스레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공작가문 전체가 몰락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라 안에서 2인자라는 권력자의 자리를 내려놓고 쇠퇴하는 길은 피할 수 없으리라.

“공녀님의 수색은 아르티아 쪽에서 진행할 수는 없는 거지?”

“현재 아르티아는 공작가문과 함께 레니온 헤르샤의 배임횡령에 함께 동조한 귀족들의 수사를 왕명으로 받은 상황이다. 인원 전체를 이쪽 수사에 돌리라는 노골적인 입김이 작용했지. 미안하지만, 이번 사건에 손을빌려주는 것은 왕명을 어기는 것으로 간주될 여지가 있어.”

“하아…지랄났네. 진짜로.”

은현은 그렇게까지 무리를 해서 리오드에게 도움을 요구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갑갑한 상황에 인상을 찡그리며 자연스레 욕이 튀어나오고 만다.

“하지만 너무 노골적이다. 어쩌면 왕가의 인물 쪽에서 엘레노아 공녀를 납치했을 가능성은….”

“그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굳이 납치를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왕가 쪽이면 디아네 여왕 쪽의 파벌이 헬레나 후비와 에반 왕자를 압박하기 위해서 뒷배인 아르미타스 공작을 쳤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게 목적이면 처음부터 애슈턴의 배임 횡령 사실만을 물고 늘어지면 될 일이야. 굳이 공작가문 전체를 공격해서 얻을 이득이 뭐가 있다고 이런 복잡한 짓을 벌여?”

배임횡령의 공모자로 애슈턴만이 아니라, 아브로스와 알렉스를 추가로 끼워 넣어 그들을 구속시키고, 엘레노아를 납치한 것에 어떠한 연관관계가 있는지 파악할 수가 없다.

“…어쩌면협력관계인가?”

“협력자?”

“이해관계가 일치한 놈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상황을 만들었을지도 모르지, 리오드, 살해당했다는 두 호위기사의 시체를 보고 싶어. 이쪽으로 이송됐지?”

“알았다.”

은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단원  명을 불러, 은현을 호위기사의 시신이 있는 곳까지 안내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이곳입니다.”

단원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방 안에는 코를 찌르는 시체의 냄새로 가득 찬 방이었다.

“저기, 이곳은 어린애가 함부로 들어가도 되는 곳이….”

“본 개체는 어린애가 아니라고 설명 드립니다.”

“괜찮아요. 그냥 들여보내주세요.”

“아니, 도대체가….”

은현을 따라 들어가는 자그마한 외양의 귀여운 소녀를 단원이 제지하려 했지만, 에밀리아는 묵묵히 걸어가며 은현의 옆에 섰다.
은현과 에밀리아는 아무런 말도 없이 내부에 안치된  구의 시체를 조용히 응시했다.

“나한테 도전한다고 했으면서….”

자신에게 무참히 패배했던 것이 너무나도 자존심이 상하여 스스로의 단련을 멈추지 않고 언젠가자신에게 도전하겠다던 기사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머리가 잘려 싸늘한 주검이 되어버린 레노의 시체를 응시하며, 은현은 자신과 엮였던 작은 인연이 또 하나, 이렇게 떠나가는 것을 직시하고 공허한 감정에 빠졌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시체위에 덮인 천을 걷어 올리며, 시체를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입고 있는 갑옷은 여기저기 생채기가 난무하고, 찌그러진 부분들이 다양했다.
타박상을 포함한 다양한 시반의 흔적들은 호위 기사들이 격렬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은현은 손을 내뻗어 시체를 들어 올리고는  부분이 위로 향하도록 뒤집었다.

“이, 이봐요! 지금 뭐하는….”

멋대로 시체를 만지며 훼손시키는 행위에 깜짝 놀라 단원이 은현을 제지하려 했지만,은현은 단원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묵묵히 시체의 시반의 흔적들을 관찰했다.

“리아, 네 분석은 어떻지?”

“숫자는 다수, 잘린 목 부분의 꿰뚫린 흔적, 심장을 일격에 관통시킨 실력은 솜씨가 뛰어난 암살자라고 추측됩니다. 상처의 깊이와 두께를 봐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무기 중 가장 사이즈가 일치하는 무기는 스틸레토 형 단검.”

“내 생각도 같아.”

‘뭐, 뭐야. 저 어린애는 도대체…?’

13살도 안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녀인 에밀리아의 분석능력을 경악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는 단원의 반응을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면서, 은현과 에밀리아는 담담히 서로의 의견을 교환해나갔다.

“잘 봤어요. 아르티아 단장님께는 바쁘신 것 같으니 그냥 가겠다고 전해주세요.”

“아…예.”

당혹스러운 단원은 은현의 말에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무언가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은현은 곧장 발걸음을 옮겨 어두워진 골목길을 향했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깊숙이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비쩍 말라 살가죽 너머로 앙상한 뼈가 보이는 초라한 행색들의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는 빈민가의 슬럼이었다.

“나, 나으리…저, 한 푼만….”

은현의 행색은 다른 평민과 다를  없는 옷차림이었지만, 옷 자체가 굉장히 깔끔하고 수려한 외모 덕에 나름 사는 집안의 평민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거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은현에게 구걸을 했다.

“이걸로 끼니라도 해결하세요.”

“오, 오오오! 고맙습니다!”

품에서 꺼낸 은화가 다발로 들어가 있는 주머니를 거지 하나에게 건내자 거지가 환호하며 은현에게 절을 하기 시작했다.

“내놔!”

“이봐! 다 같이 나누자고!”

건 낸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무수한 양의 은화를 보고 거지들이 돈주머니 속의 은화를 한 닢이라도 차지하려고 너도나도 아우성대며 난리를 피우자, 슬럼가가 순식간이 소란스러워졌다.

“도, 돈을 내놔!”

은화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움을 하기 시작하던 거지들을 뒤로 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앞에  남자가 녹이 슬다 못해 이가 빠진 식칼을 들고 위협했다.

“저게 다에요.”

“거, 거짓말하지 마! 부, 분명히 더 가지고 있잖아!”

녹슨 식칼을 가지고 위협하는 남자는 분명 은현이 품에  감춰둔 돈이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은화주머니를 차지하기 위한 거지 떼들의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은현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내 말이 말 같지가 않아?! 돈을 내 놓으라고!”

식칼을 들이밀고 은현의 목을 긋는 시늉을 하고 있음에도, 은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를 무시했다.

“이 새끼가 진…! 끄아아악!”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것에 열이 받았는지, 남자가 녹슨 식칼을 은현의 목에 들이밀려 하자, 에밀리아가 남자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마스터에 대한 공격을 인식, 자동 방어 태세를갖춥니다.”

“죽이지는 마.”

“명령을 수락합니다.”

이미 에밀리아의 공격을 복부에 정통으로 맞은 거지는 손에 쥐고 있던 녹슨 식칼을 내팽겨 쳐버리고 자신의 배를 부여잡으며 바닥을 나뒹구르면서, 울부짖었다.
이상하게도 동정심이나 연민, 애잔함 같은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

어째서일까, 은현 본인 스스로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지금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마음을 다잡고 엘레노아를 구하기 위한 단서만을 찾기로 생각했다.
발걸음을 옮겨, 슬럼의 중심부에 도착한 은현은 나무판자를 덕지덕지 이어 붙여 만든 허술하기 짝이 없는 건물을 가만히 응시했다.

“어이, 너 뭐야? 여기는 너 같은 샌님이 귀티가 나는 어린애를 데리고 오는 데가 아니야. 썩 꺼져.”

“…….”

은현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가만히 판자건물을 계속 응시하고만 있자, 건들거리는 인상의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은현에게 다가갔다.

“이 새끼가 사람이 말을 하면 듣는 시늉이라도…끄아아아아!”

자신의 말을 가차 없이 무시한 은현의 태도에 기분이 상해버린 남자가 은현의 어깨를 밀치기 위해 손을 내뻗었지만.
은현과 건달의 사이에서 에밀리아가 손을 위로 내뻗어 건달의 손을 낚아챘고,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꽉 움켜쥐자, 건달이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을 치기 시작한다.
은현은 그런 건달의 반응을 무시하고는 판자건물의 나무문을 열어젖히고 당당하게 건물 내부로 입성했다.

“뭐야?”

“뭔데, 저 샌님 같은 새끼는?”

“어린애?”

“으잉?”

“그만! 그만! 이거 당장 풀어!”

문지기로 은현의 진입을 가로막으려 했던 건달이 어린 소녀의 손에 팔이 붙잡혀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은현을 따라 건물 내부로 진입하여 걸어 들어오는 에밀리아에게 질질 끌려오는 꼴이 매우 우스웠다.
건물 내부, 주점에서 질떨어지는 술을 마시고 있던 건물들이 그 꼬락서니를 보고 폭소를 터뜨린다.

“푸하하하! 론드,  새끼 저거 지금 어린애한테 힘 싸움에서 밀리고 있는 거야?!”

“그것도 여자애인데?!”

“등신 같은 새끼!”

“거시기 떼! 이 새끼야!”

“야!  계집애! 진짜로 힘 장난 아니라고! 이거 당장 풀어!”

“흑랑당의 당주를 찾아왔어. 이 건물의 가장 위에 층, 4층이 맞나?”

은현의담담한 질문에 주점의 떠들썩한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야, 방금 뭐라고 했냐? 당주님을 만나고 싶다고?”

“그런데?”

술잔을 쾅하고 테이블에 거칠게 내려놓는 덩치 큰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은현에게 다가와 물었다.

“큰형님이 니가 만나고 싶다고 만나 줄  있는 그런 분이 아닌데? 무슨 일로 찾아왔지? 왜, 딸을 놔두고 도망친 애 엄마라도 찾아달라고 의뢰하러 오셨나?”

“푸하하하하!”

“끌끌끌끌!”

“…….”

덩치 큰 건달은 은현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에밀리아를 보고 두 사람이 부녀지간의 관계라고 착각을  모양이었다.
은현이 아무리 동안이어도 에밀리아만한 딸을 가지고 있을 만한 외모는 아니었지만, 명백히 은현과 에밀리아를 조롱하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흑랑당과 그자가 이끄는 검은 늑대들. 걔들한테 볼 일이 있어.”

“아, 이 새끼가 진짜 좋게 말할 때 들어 쳐 먹지를 않네. 그냥 꺼지라고, 친절하게 직설적으로 말해야 알아 듣냐?”

“나는 처음부터 직설적으로 얘기해주고 있는데, 너희는 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네?”

“이 새끼가 진짜….”

은현을 향해 덩치 큰 사내가 자신의 우람한 팔뚝과 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리아.”

“명령을 수락합니다.”

은현의 호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에밀리아가 은현의 앞에 서서는 있는 힘껏 덩치 큰 남자의 다리를 걷어찼다.
신장의 차이에서 생기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 에밀리아가 상대적으로 체구가 두 배나는 남자를 공격할 수 있는 부위는 다리가 가장 효율적이었다.

“끄으윽?!”

순식간에 덩치 큰 남자의 한쪽 다리가 기형적으로 꺾이고, 다리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을 노려 순식간에 에밀리아가 남자의 뒤쪽을 점거했다.
남아있는 한쪽 다리의 무릎 뒤쪽, 오금을 발꿈치로 걷어 차버리자, 남자가 무릎이 꿇렸다.

“어…?”

순식간에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인지할 틈도 주지 않고, 멍한 표정을 짓던 덩치 큰 남자의 양 옆구리로 에밀리아의 양손이 둘러졌다.
짧은 팔로는 남자의 두꺼운 배를 완전히 두를수는 없었지만, 어마어마한 팔힘으로 남자의 배에 팔을 두르곤 양손으로 배를 강하게 압박하여 단단히 고정시킨 뒤, 남자의 뒤를 점거했던 에밀리아가 자신보다 두 배는 커다란 거대한 체구의 남자를 그대로 들어올렸다.

“어?”

“어어어어?”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주위의 건달들의 표정이 서서히 경악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뭐, 뭐하는 짓이야! 이거 안 내려놔?!”

허공에  떠오른 남자가 팔다리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렸지만, 에밀리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에밀리아가 자신의 허리를 뒤로 젖히기까지.
무릎을 구부린 채로 거구의 남자의 체중을 간단히 들어 올려 지탱하고 있는 인형 소녀의 모습에 주위의 건달들이 경악에 찬 시선으로 바라본다.
에밀리아가 거구의 남자를 들어 올린 채로 조금씩 이동을 개시했고 사각형의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테이블의 모서리에도달한 순간.

“그, 그만! 멈…!”

쿵!

에밀리아는 거구의 남자의 가랑이를 나무 테이블의 모서리에 있는 힘껏 내려찍었다.

“크아아아아악!”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광경을 지켜본 건달들의 표정이 하나 같이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한다.
에밀리아는 거구의 남자를 놓아주지 않았고 다시  몸체를 들어올렸다.

“설마….”

“그만둬….”

“안 돼…!”

그 광경을 지켜보던 건달들도 두려움에 찬 시선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에밀리아에게 그만해달라고 간청했지만.

쿠웅!

“끄아아아아아아악!”

쿠웅!

“끄아아아아아아아! 그만! 그만! 제발 그마아아아안!”

에밀리아는  번이고 나무 테이블의 모서리가 부서질 때까지 거구의 남자의 가랑이를모서리 부분에 내려찍었다.

“그만 둬!  녀석의 구슬은 이미…이미 깨져버렸다고!”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괴로움을 느낀  건달이 절망감에 차오른 얼굴로 인형 소녀의 무차별적인 폭력 행위를 멈춰주기를 애원했다.

“아르키스…. 자기 인형한테 도대체 뭘 가르친 거야?”

은현은 과거 일리아나에 의해서 터져버렸던 자신의 구슬을 떠올리며, 오싹한 기분을 다시금 맛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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