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2화 〉132. 원치 않는 혼담(3)
“어서 오십시오. 공녀님.”
“…네.”
엘레노아는 혐오스러운 표정이 올라오려는 것을 꾹 참으며 자신을 웃으며 맞이해주는 하르칸 주교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자, 앉으시지요. 설마 아르티아의 단장이신 올리비온 후작과 엘레노아 공녀께서함께 와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테이블에 두 사람이 자리에 앉기를 권하면서, 하르칸 주교는 엘레노아의 뒤에 서있는 은백색 머리카락의 남자를 흘끗 바라보았다.
굉장히 차분한태도와 인상과는 반대로, 눈길을 사로잡는 특이한 색깔의 밝은 백색 머리카락과 보석이 박혀있는 것 마냥, 붉게 빛나는 신비한 눈동자를 가진 남자를 유심히 보더니, 두 사람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뒤따라오신 저 분은 누구신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이자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수행원이에요. 신분은 제 쪽에서 보장하겠습니다.”
“으음, 그러시다면야….”
차림새는 평민인 것 같은데, 그가 취하고 있는 여유로운 태도가 몹시 신경이 쓰였지만, 리오드와 엘레노아 쪽에서 은백색 머리카락의 남자를 싸고돌자, 더는 물을 수 없게 되어 관심을 끄기로 결정했다.
“올리비온 후작께서는 사제 파견 지원요청에 대한 사례를 하시러 오신 것 같군요. 그러면 엘레노아 공녀께서는…혹시 공작께서 공녀께 제 의향을 전달해주셨습니까?”
“…네.”
어젯밤, 은현과 유리아의 말대로 아브로스의 이야기에서 정략결혼이 나온 것은 엘레노아에게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아버지인 아브로스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바로 다음날, 자신을 찾아와주었던 것에 하르칸 주교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엘레노아를 바라보자, 그녀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피했다.
“흠흠, 바로 다음날 이렇게 답변을 해주시기 위해 친히 신전을 방문해주시다니, 정말 기쁘기 그지없군요.”
“…….”
“흠흠, 그럼 일단 올리비온 후작의 용건부터 마무리를 짓도록 하죠.”
리오드는 하르칸 주교의 시선을 받고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서 돈주머니를 꺼내어 하르칸 주교의 앞에 올려두자, 하르칸 주교가 미소 지으며 돈주머니의 내용물을 확인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생각보다 무겁군요. 후작께서 이렇게 큰 성의를 보이셔…서…?”
주머니의 내용물을 확인하고, 금색이 아닌 은화가 다발로 들어있는 것을 재차 확인한 하르칸 주교의 표정이 굳어져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후작?”
기대했던 수준 이하가 아니라,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돈을 보고 하르칸 주교의 인상이 단번에 찌푸려져 간다.
“정확히 저희 원정에 참여해준 사제 네 분에게 보상이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겠습니다.”
“이 금액이 뭔지 제가 묻지 않았습니까!”
“이번에 모험가 길드를 통해 저희 원정에 참여한 모험가들에게 지급한 보상의 두 배나 되는 금액입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지금 뭐가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십니까?! 도대체 뭡니까! 이 은화의 다발들은! 게다가 신전에 보이는 성의가 전혀 없지 않습니까!”
금화들로 제시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하르칸 주교가 말하는 의미는 ‘금화’의 다발이 아니라 ‘은화’의 다발이 들어있는 돈주머니라는 것에 매우 크게 역정을 내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파견 요청임무를 수행했을 때, 의뢰자 측에서 제시하는 금액들에 비하면, 리오드가 지불한 금액은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이 보상은 저희 원정에 참여한 신전 사제들에게 분배된다면 이것도 그들 개인에게는 큰 돈 일 텐데요.”
“제가 신전의 사제들을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십니까?! ‘사제’들이 아니라, ‘신전’에 대한 성의가 없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일반적으로 아르티아의 원정 출정에 필요한 사제의 지원 요청에 대한 사례에는 신전사제들 개인에게 돌아가는 보상 뿐 만이 아니라 신전 자체에 지급하는 보상이 포함되어 있는 형태다.
집단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도움을 요청받은 집단에서 소속된 인재들을 파견하여 도움을 주고 그에 맞는 대가를 받는 형태이며, 그곳에서 ‘소개의 명목’으로 수수료를 챙기는 형태와도 같다.
신의 이름으로, 신의 교리를 설파하며, 많은 이들을 따뜻한 손길로 품어 안고 보살펴야하는 집단이 그 어느 곳보다 가장 탐욕적이고 세속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일반적인 다른 파견의 지원 임무보다 보상의 액수가 너무 적은 것에 하르칸 주교가 노발대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하군요. 제가 신전에 대한 예우를 지키면서 성의를 보이기를 기대하셨습니까?”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저는 하르칸 주교와 이 베스타 신전에 대해 성의를보일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어째서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계신지 이해가 가지를 않는군요.”
“이,이 자가 도대체 신전에 대해 무슨 망발을…!”
“왜 내가 당신들에게 예의를 지켜야하는지 모르겠군. 당신들이 이번 원정을 통해서 보인 성의가 그것밖에 되지 않는데, 나는 왜 당신들에게 당신들이 원하는 대우와 성의를 보여야하는 거지?”
위험한 원정에 참여하여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은 모두 꺼려하고 자기보신을 끔찍이 여기면서, 그 누구에게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존중받고 대우받기를 원하는 이중적인 모습이 한없이 가증스럽고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모욕을 주고도 신전이 얌전히 넘어가실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이 사실을 ‘아니에스’가 알게 되면 아주 한껏 비웃음을 사겠군.”
“하! 후작께서는 잘 모르시는 것 같지만, 아무리 후작과 대주교가 함께 전장을 누볐던 동료사이라고 하더라도, 저희 신전 사이에는 엄연히 율법이란 게 존재합니다. 내가 이곳에 있는 한, 그 누구도 나를 건들지 못해!”
리오드의 행태에 분노한 하르칸 주교가 점차 이성을 잃어가며 언성이 높아지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는 씩씩거리기 시작한다.
“이딴 푼돈으로 무슨!”
결국 리오드가 건 낸 은화 주머니를 땅바닥에 집어던지자, 매듭이 풀려 널브러진 주머니 속에서 은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르칸 주교님, 제가 오늘 주교님을 찾아뵌 이유는 주교님이 저희 아버지에게 하신 제안 때문이 맞습니다.”
“……?”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엘레노아가 입을 열자 하르칸 주교가 이상한 타이밍에 입을 연 그녀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거절하겠습니다.”
“……! 어째서 입니까!”
“싫습니다.”
“뭐, 뭐라고요?”
“주교님의 아들이 싫습니다. 더러운 시선으로 온몸을 휘감는 듯 보는 게 역겨워서 참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저에게 온 혼담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않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 말, 책임지실 수 있습니까?”
“…지금 협박하시는 건가요?”
“협박이라뇨. 저는 단지 도움을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공녀께서 신실한 사제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제가 도와드리….”
“제 일은 제가 알아서하겠습니다.”
끈질기게 권유해오던 하르칸 주교의 말을 끊고, 단호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 엘레노아의 눈동자는 굳건했다.
“감히…감히 나의 호의를 이렇게 모욕으로 되갚아주고도 조용히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얼굴을 붉히고, 언성을 높이는 그의 표정에는이미 냉정함 따위는 잃어버린 상태였다.
기다렸던 순간이 오자, 엘레노아의 뒤에 서있던 은현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하르칸 주교에게로 이동했다.
“넌 또 뭔…!”
인상을 찌푸리며 은현을 보고 노호성을 지르려는 순간, 은현이 검지 손가락을 이용해 하르칸 주교의 벗겨진 이마를 툭쳤다.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냐!”
검지 손가락에 밀려 고개가 뒤로 살짝 젖혀진 하르칸 주교가 노호성을 지르며 은현의 멱살을 붙잡았지만, 은현은 두 눈을 감고 조용히 서있을 뿐이었다.
노발대발하며 멱살이 흔들리고 있는 와중에도 두 눈을 감고 있던 은현이 마침내 조용히 눈을 떴고 차가운 시선으로 하르칸 주교를 응시했다.
“뭐, 뭐냐! 뭔데 그런 눈으로 나를….”
“10년 전, 견습 여사제 하나를 죽였군.”
“……!”
“위계와 직위를 미끼로 자비를 베풀어주겠다는 명목을 지껄이면서 견습 여사제 하나를 겁탈했어. 나중에 견습 사제의 뱃속에 아기가 생기자, 사실이 밝혀졌을 때 문책을 당할 것을 두려워서 음식에 독을 타서 독살했네.”
“어, 어떻게 그것을…! 흐읍!”
놀란 표정으로 은현을 바라보며 무심코 대답한 하르칸 주교가 황급히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전, 사령술사에게 습격당했던 브람 마을의 유일한 생존자 소녀의 머릿속에 들어 있던 과거의 기억을 불러들여, 그것을 재생시켰던 것을 토대로 은현이 만들어낸 새로운 능력이었다.
‘환상세계’의 구현처럼 현실에 과거의 당시 상황을 직접적으로 연출하는 것이 아닌, 대상의 기억을 그저 읽어 들이는 능력이었다.
대상의 기억 정보들을 뽑아내고, 수십 년 치의 기억들을 ‘사고가속’으로 빠르게 정리해나간다.
기억을 보고 듣는 다는 의미로 ‘기억견문(記憶見聞)’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권능이었다.
사실상 신체가속과 사고가속, 시간역행 만으로 전투의 모든 면에서 우월적인 성능을 내는 베르단디의 권능이었지만, 이런 전투 이외의 요소에서는 우르드의 권능이 다양한 활용능력을 보이고 있었다.
약 50년 치의 기억들을 모두 해석하고 필요한 정보들만을 간추린 은현의 표정에는 짙은 살기가 뿜어져 나와 하르칸 주교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으…그으윽!”
온 몸의 감각이 쭈뼛 서고, 숨이 막히는 압박감을 느끼며 하르칸 주교가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으로 가득 찬 뒷걸음질을 치며 은현과의 거리를 벌렸다.
“나, 나를 죽이려는 것이냐…!”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은현을 노려보며 물었지만 은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게다가 견습, 하위 사제에게 경험을 쌓게 하겠다는 명목으로 헐값에 파견을 보내고, 그것도 모자라, 80%가 넘는 수수료를 떼먹는 짓도 했네.”
“그, 그만…!”
“신전에 후원되는 기금들을 일부 상위 사제들과 함께 빼돌려 나눠 쳐 먹기까지.”
“도, 도와주시오! 후작! 이, 이자가 나를 지금 위협하고 있잖소!”
“공녀님과 정략혼을 시키려 했던 아들자식도 사창가에서 안은 창부의 아이를 창부를 죽이고 강제로 데려와서 키웠군?”
“후, 후자악!”
아무리 애원해도, 리오드는 하르칸 주교의 도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무심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만 볼 뿐, 심지어 옆에 앉아있던 엘레노아까지도 경멸이 섞인 표정으로 하르칸 주교를 노려보고 있다.
“이 사실이 밝혀진다면 페르닌 지부의 주교 생활은 물론이고 사제로서의 인생도 다 끝장나는 거 아닌가?”
“네, 네놈이 무슨 재주로 날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거냐!”
은현의 살기에 짓눌리며 다리를 떨면서도, 하르칸 주교는 은현에게 소리치며 대항했다.
그런 그의 발버둥이 같잖아서 은현은 피식 웃음을 짓고는 그의 몸을 짓누르는 살기를 거둬드렸다.
“흐으으…!”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며 바닥에 주저앉을 뻔 했지만, 더 이상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자존심이 더 강했기 때문인지, 바닥에 쓰러지는 것만큼은 버텨낼 수 있었다.
“아무리 올리비온 후작과 아르미타스 공녀라도 내 비밀을 파헤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모두 은현이 하르칸 주교의 기억을 읽어 들이면서 알 수 있었던 사실들일 뿐이며, 그에 대한 증거들은 하르칸 주교가 이미 완벽히 없애버린 상태라는 것을 그의 기억을 읽은 은현도 잘 알고 있었다.
주교 스스로가 자신의 범죄사실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처벌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주먹을 꽉 쥐며 엘레노아가 부들부들 떨었다.
“당신이…당신이 그러고도 사제입니까?”
“공녀, 신을 모시는 신전도 사람이 만든 곳이고, 신을 모시는 사제들도 사람입니다.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입니다. 저는 이 신전에서 신을 모시는 사제들과 신의 교리를 믿는 백성들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 것에지나지 않습니다!”
“그게…그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당신은…당신은 신을 모시는 사제가 아니야! 당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베스타 여신님의 이름을 더럽히지 마!”
“제가 베스타 여신의 이름을 더럽히고 있다고? 큭, 크큭, 크하하하하! 그렇다면 어째서 여신께선 저에게 내려주신 은총을 거둬들이지 않으시는 겁니까?”
“……!”
한껏 조롱하는 목소리로 전신에서 신성력을 발현시키는 하르칸 주교의 신성력을 보며, 엘레노아가 충격에 몸을 떨었다.
“어째서…어째서 여신께서는….”
“뭐, 확실히 지금의 너를 처단하는 건 우리한테는 불가능하지.”
“하?”
담담하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부족함을 시인하는 은현을 바라본 하르칸 주교가 새된 소리를 내며 반문했다.
“그래서 널 불렀어. 널 처단해줄 수 있는 ‘사제’를 말이야.”
“그게 무슨….”
짝!
“자! 이제 들어와!”
콰앙!
은현의 박수소리와 입장허가의 외침에 맞춰 주교실의 커다란 문이 뻥하고 걷어차이며 날아갔다.
쨍그랑!
방 끝자락에 설치되어 있는 유리 창문에 부딪치며 날아간 문짝을 멍하니 응시하던 하르칸 주교가 다시 시선을 옮겨 문이 있던 곳을 쳐다보고, 그곳에 서있는 작은 키의 소녀를 보고 사색에 잠기기 시작한다.
소녀의 금발의 머리카락이 땅에 닿을 정도로 길지만, 그 이유는 소녀의 매우 작은 신장 때문이기도 했다.
아직 아이테르에 재학중인 에린보다도 빈약하고 마른 왜소한 체구에 어린 티를 벗어내지 못한 소녀의 외모와 달리, 그녀의 내면이 마흔이 넘은 아줌마라는 사실을 도대체 누가 믿을 수 있을까 하고 은현은 생각하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대영웅 중 하나인 일리아나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신체의 성장이 멈춰버린 여성을 바라보며, 하르칸 주교가 은현의 살기에 짓눌렸을 때보다 더욱 심하게 몸을 떨었다.
“아, 아아아아니에…커흐흑!”
순식간에 몸을 날려 하르칸 주교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고는 그가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는 사이에 그의 다리를 걷어차 바닥에 넘어뜨린다.
곧바로 그의 가슴 위를 깔고 앉아 마운트 자세를 취한, 순백의 고귀한 사제복을 입은 소녀가 주먹을 들어 올렸다.
“이 꽉 깨물어. 이 새끼야.”
하르칸 주교의 얼굴을 사정없이 강타하기 시작한다.
퍽! 퍽! 퍼억!
“그, 그만…!”
사정없이 퍼부어지는 주먹의 위력이 예사롭지가 않다.
허리부터 어깨 팔까지 모든 근육을 동원하여 최대한의 힘이 실린 소녀의 주먹은 범상치 않은, 명백한 ‘인파이터’의 주먹.
퍽! 퍽!
“그마한…!”
“뭘 그만해. 이 쓰레기 새끼가.”
하르칸 주교의 얼굴이 퉁퉁 부어 떡이 되고, 소녀의 양 주먹이 그의 피로 붉게 칠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녀의 일방적인 폭력은 멈출 줄을 몰랐다.
주먹을 맞을 때마다 하르칸 주교의 고개가 휙 돌아가고, 그의 입속에서 피가 터져 나오며 이빨들이 옥수수마냥 떨어져 나와 바닥을 나뒹군다.
“널 위해 베스타 여신님께서 친히 내려주신 정의의 철권이다. 이 개X끼야!”
에레니아 신성국의 국교, 베스타 신전의 대주교, 또한 리오드와 일리아나의 동료이자 여섯 명의대영웅 중 하나.
맨손으로 마수들을 찢어발기던 ‘인파이터 사제’, ‘아니에스 예르살레카’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 쓰러져 떡이 되어가고 있는 하르칸 주교에게 선고했다.
“넌 오늘부로 파면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