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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화 〉123. 사령술사 추적(6) (123/730)



〈 123화 〉123. 사령술사 추적(6)


하늘을 뒤덮는 거대한  속에서 육중한 무언가가 조금씩 정체를 드러내며, 바닥을 향해 추락한다.

쿠우우웅

마을의 건물 위에 추락한 거대한 무언가가 지면에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소음과 함께 대지가 진동하고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주변에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상을 감지한 일리아나가 황급히 장막을 치며 자신과 엘레노아를 돌풍 속에서 보호했다.

“크으윽!”

반면, 황급하게 레나트의 목을 베기 위해 돌진했던 리오드의 몸이 밀려나고, 은현마저도 돌풍에 휩쓸려 강하게 짓밟고 있었던 마리우스에게서 떨어져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레나트가 손에서 만들어낸 마력의 실, ‘마강사(魔鋼絲)’가 가까운 건물을 휘감기 시작했고, 레나트가 돌풍에 휘말려 하늘로 날아가는 것을 방지시켰다.
동시에 반대쪽 손으로 만들어낸 마강사가 몸통만 남은 마리우스를 휘감아 끌어당기자, 마리우스의 몸통이 허무하게 레나트의 품으로 날아갔다.

“끄으아아아!”

봉합을 했다지만, 아직 완치가 된 것이 아닌 옆구리에서 다시 피가 새어나오자, 레나트가 이빨을 꽉 깨물며 마리우스의 몸통을 끌어안았다.
이내, 돌풍이 멎고, 흙먼지 바람이 잠잠해지고 나서야 장막을 풀고 마을 위로 추락한 무언가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일리아나가 고개를 올려다보았고, 어마어마한 질량을 가진 그것의 정체를 확인한 일리아나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용…?”

마을 하나를 덮을 정도로 거대한 몸집을 가진 그것의 정체를 깨달은 엘레노아가 사색에 잠겼다.

“그것도 평범한 용이 아니다. 저건….”

“고룡(古龍).”

400년 전, 지구에 갑작스레 나타난 악마들과 함께 등장했던 ‘초월종’ 중 하나.
구미호처럼 ‘신수’와 맞먹는 힘을 가졌으며, 지고의 존재라고 추앙받던 드래곤들은 순수한 힘만으로 악마들에게 저항할  있는몇 안 되는 초월적인 존재 중 하나였다.
그 중에서도 막대한 지식과 힘을 축적시킨, 드래곤 중에서도 에이션트 급에 해당하는 ‘고룡(古龍)’은 멸한 지가 오래되었다.
지금 아르케나 대륙에 존재하는 드래곤들은 모두, 세계가 멸망한 이후, 일곱 여신에 의해서 재창조  생명들이었기에, 헤츨링을 벗어나지 못한 어린 드래곤들 뿐이다.
그렇기에, 은현은 지금의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시체…? 인데요?”

고룡의 신체 일부 군데군데가 썩어 있거나, 살점이 뜯겨져 내부의 뼈가 보일 정도, 양 어깨에 달린 날개에는 수많은 구멍들이 뻥뻥 뚫려있어 제 구실을 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도대체 고룡의 시체를 어디서 구할 수 있었던 걸까.

“도대체 저건 무슨 마법인지….”

“저게  여자의 능력입니다.공간이동계열의 마법의 일종으로 보이는데, 자기 자신과 자신이 허락한 사람을 텔레포트처럼 전송시키는 것도 가능하고, 반대로 마수들을 일정 공간 안에 모아놓고 자신이 원할 때마다 소환시키는 것도 가능한 것 같더군요.”

갑자기 마을에 마수들을 출현시킨 능력도 레나트의 ‘소환술’과 비슷한 저 능력이 맞았다.

“그러면 거점지였던, 산적소굴에 연금술 공방이나 마수의 시체들을 저장시킬 창고가 없었던 것도 설명이 되는군. 마수들의 시체들을 다른 공간 안에 저장시켜놓고, 인간의 시체들에 마수의 시체의 일부를 꺼내서 바로바로 합성시켰던 건가.”

은현의 설명에 납득한 리오드가 중얼거리자, 엘레노아는 기가  시선으로 멍하니 드래곤의 시체를 올려다보았다.

“무슨 그런 사기적인….”

“…고룡의 시체를 도대체 어디서 구했지?”

싸늘한 목소리로 자신들과 최대한 거리를 벌리고 고룡의 시체와 가까운 위치에 서있던 레나트에게 물었다.

“원래는 쓸 생각이 없었어. 이건 정말로 최후의 최후까지 남겨두고 싶었던 수였으니까…. 설마 여기서 ‘마강사’와 고룡의 시체를 꺼내게 될 줄은….”

작게 뇌까리는 레나트의 침음과는 달리 그의 품에 안겨있는 마리우스는 잔뜩 흥분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 모든 게 바로 그분의 위업이야! 난 아직 네놈을 인정하지 못했어! 그러니, 내가 네놈이 그분의 총애를 받을 자격이 있는 자인지, 아닌지 확인해주도록 하겠다!”

양팔다리가 잘려 몸통만이 남아있는채로 여자의 품에 안겨서 거만한 듯 소리치는 마리우스의 꼴이 굉장히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누구도  자리에서 그를 비웃지 못하고 있었다.
입에 침을 튀겨가며 열변을 토하는 광신자의 눈빛이 정상이 아니었다.
그가 다름 아닌 ‘사령술사’라는 사실과 눈앞에 마을의 건물을 깔아뭉개고 있는 거대한 고룡의 시체를  엘레노아는 머릿속으로 떠오른 불길한 생각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봐요…사령술사는 인간의 영혼만을 조종할 수 있는 게 아니었나요…?”

“일반적인 사령술사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 미치광이 광신자를 키워낸 게 제 기억 속의 미친년이 맞다면, 얘기는 틀려지죠.”

“그게 무슨….”

“리오드. 마을 사람들의 구조는 어떻게 됐어?”

감지를 통해 이미 확인해본 바였지만, 재차 물어보았다.

“모두 마을 외곽으로 대피시켰다. 저 드래곤의 시체 밑에 깔려있는 건물에 사람은…모르겠군.”

“괜찮아. 없….”

“나, 마리우스 홀튼이! 나의 영혼을 바쳐 그분의 위업의 일부를 재현할 것이니! 나의 시련을 받아라!”

그 말을 끝으로, 고룡의 시체가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쿠구구구구

“X발….”

어째서 안 좋은 예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는 걸까.
거대한 몸체가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더니, 고룡의 눈동자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아니, 생기는 맞는 표현이 아니다.
눈을 뜨며 붉은 빛을 띄운 눈동자에서는 명확한 동공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눈 속에 가득 찬 것은 흑마법으로 발현된 짙은 사기(死氣).
달그락거리며 움직이던 용의 턱이 서서히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려졌다.
턱을 쩍 벌리며  속에 모여들기 시작하는 짙은 칠흑의 마력을 확인하자마자, 속으로 고룡의 입에 모인 마력이 한계에 다다르기까지 걸린 시간을 가늠했다.
계산을 마친 은현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일리아나!”

“알아!”

은현과 마찬가지로 고룡의 입에 모이고 있는 마력이 심상치 않은 것을 느꼈는지, 일리아나가 자신들을 중심으로 전방위를 커버할  있는 마력의 장벽을 쳤다.

“공녀님!”

[여신이시어! 사악한 여신께서 굽어 살피는 어린양들을 그 누구도 상처 입히지 못하도록 보호하소서!]

[베스타의 축복]
[디바인 프로텍션, 레지스트 실드]

평소와는 다른, 차분하지 못하고 다급함이 묻어나오는 기도는 지금의 그녀가 얼마나 당황스럽고, 마음이 급한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녀가 모시는 베스타 여신은 자신의 신도의 다급하고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었다.
여기까지 걸렸던 시간이 4초.
곧바로 은현은 이전, 아르키스 대미궁의 심장부, 시련의 궁에서 사용했던 것보다 더욱 커다란 크기의방패를 소환했다.
방패에 베르단디의 신성을 직접적으로 주입시키고는 곧장 리오드를 향해 방패를 던졌다.

“리오드!”

“음.”

말하지 않아도 은현의 의도를 알아챈 리오드가 은현이 던진 방패를 받아 들고는 방패 아래의 기다란 말뚝을 땅바닥에 깊숙이 박으며 방패를 고정시키기 까지 6초.
곧바로 일라아나와 엘레노아의 팔을 한쪽 씩 붙잡아 강제로 방패 안으로 밀어 넣기까지 7초.

“현아! 너는!”

“이봐요, 당신!”

아무리 거대한 사이즈의 방패라고 하더라도, 사람을 네 명씩이나 커버할  있는 용량은 되지 못했기에, 은현은 과감히  여자들을 방패 안으로 밀어 넣었다.
걱정스러운 두 여자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은현은 만들어진 결계를 더욱 견고하게 다지는 것만을 신경 썼다.
일리아나에 이은 은현의 두 번째 마력의 장벽을 펼치고, 거기에 이어 네 종류의 보석을 꺼내 마력을 해방시켜 허공에 뿌렸다.

[엘리시아 보석 증폭술]
[4월의 탄생석, 다이아몬드(Diamond)]
[9월의 탄생석, 사파이어(Sapphire)]
[10월의 탄생석, 오팔(Opal)]
[12월의 탄생석, 터쿼이즈(Turquoise)]

리오드에게 맡긴 방패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일리아나와 은현의 마력 방벽을 강화시킨다.
엘레노아의 위계가 높아진 신성 마법의 위계를 다시 한 번 상승시키고,
각 결계들이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내부를 안정시킨 이곳은 하나의 작은 요새라고 부를 수도 있는 수준 높은 방어 시설이 갖춰졌다.

‘여신님. 저 지켜주실 수 있죠?’

[물론이다.]

‘여신님만 믿을게요.’

[나에게 의지해주는 아이의 마음에 최대한 보답해 보마.]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는 베르단디의 포근한 가슴이 은현의 머리에 닿았다.
양팔로 은현을 뒤에서 강하게 끌어안자, 어마어마한 양의 신력이 은현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당신…그 기운은 설마…?”

유일하게 신을 모시는 사제로서 신성력을 사용하는 엘레노아만이 신성력보다 상위의 힘으로 존재하는 신력의 존재를 눈치 채고 경악에 찬 시선으로 은현을 바라보았다.
검지 손가락을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미소 짓는 은현의 표정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은현이 예견했던 10초가 지났다.
바들바들 떨리며 거대한 사기(死氣)의 마력을 응축시킨 고룡의 시체, 사룡(死龍)의 입이 은현의 파티를 향해 쩍 벌렸고  속에 모아두었던 모든 마력을 해방시키면서 사룡의 데스브레스가 은현의 파티의 결계를 덮쳤다.

“크…으! 이런 미친! 진짜!”

가장 겉면에 위치했던 일리아나의 마력의 장벽이 사룡의 브레스에 직격이 되면서 순식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위력에 이를 갈면서 짜증을 낸 일리아나가 마력 장벽에 마력을 때려 넣으면서 빠르게 수복을 해나갔지만, 금이 가고 수복이 되기를 반복 하면서, 위태위태하던 줄다리기를 버티지 못하고 얼마 못가, 일리아나의 마력이 장벽이 허무하게 깨져나갔다.
반면 엘레노아가 만들어낸 신성 마법의 경우에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었다.
사룡이 뿜어내는 브레스는 죽음의 기운인 사기(死氣)를 근원으로 만들어진 힘이며, 사기(死氣)라는 힘의 원천은 사령술이라는 흑마법이다.
신의 힘을 근원으로 삼는 신성마법의 원천인 신성력과는 상극의 관계에 놓여있으며 엄연한 천적의 힘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리아나의 마력 장벽보다 오랜 시간을 버텼을 뿐, 데스브레스의 힘에 버티지 못하고 엘레노아의 신성 마법 장벽 또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안…돼…!”

다급함에 무언가의 수를 내야하는데, 그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엘레노아의 신성 마법 또한 깨져버리면서, 은현이 설치한 마력 장벽 또한 순식간에 금이 가고 있었다.

“이봐요! 이대로 가다간 당신이 설치한 방벽도…어?”

황급히 뒤를 돌아보며 은현을 찾았지만, 결계의 내부에 은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에, 엘레노아와 일리아나가 이상함을 느꼈다.
순간, 도망쳤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두 여자는 동시에 그 가능성을 곧바로 부정했다.
곧바로 반격을 준비하려면 했지, 절대로 도망칠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반격인 것인가?
은현은 자신의  이상의 도움이 없어도  브레스를 리오드와 일리아나, 엘레노아 셋이서만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된다.

‘도대체 어떻게…?’

마침내, 은현의 마력 장벽이 깨지고 리오드가 단단히 고정시키고 있는 방패에 사룡의 브레스가 들이닥쳤다.

“크으윽!”

“버텨!”

이를 꽉 깨물고, 다리는 물론, 양팔에도 힘을 주며, 방패를 붙잡고 브레스에 저항했지만, 아무리  개의 장벽을 깨뜨리면서 위력이 많이 감퇴된 브레스였음에도 불구하고, 리오드의 방패를 인정사정없이 밀어낸다.
연약한 신체를 가진 일리아나와 엘레노아조차도 미력하게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방패를 지탱하고 있었지만, 브레스에 저항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도대체…어떻게…어?!”

절망적인 상황에 머릿속이 백지화가 되어가는 가운데, 엘레노아는 자신을 감싸고 있는거대한 방패에서 느껴지는 신성력에 엘레노아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방패를 지탱하기 위해 엘레노아가 방패를 만지면서, 자연스레 방패 안에 내재되어 있던 신성력이 엘레노아에게 호응을 하기 시작했다.
‘이건 어쩌면?’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도 잠시, 고민을 하는 것보다 행동에 옮겨 실천하는 것이  급박한 상황에서 엘레노아의 판단은 빨랐다.

[여신이시어!]

방패에 내재되어 있는 신성력을 기반으로 엘레노아는 다시 한 번 기도를 드림과 동시에, 악착같이 버티고 있던 리오드의 방패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베스타의 축복]
[홀리 생츄어리(Holy Sanctuary)]

베르단디의 신력을 변환시켜 방패에 담겨있던, 양질의 신성력들이 엘레노아의 기도를 통해서 폭죽이라도 터지는 것처럼 새하얀 빛을 뿜어내며 방패를 강화시켜나간다.
축복의 이름 그대로 성스러운 보호로 지정이라도   리오드의 자세와 방패가 안정감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이건….”

가장 놀라운 감정을 느낀 것은 직접적으로 브레스를 방어하며 버티고 있던 리오드였다.
방패에서 뿜어져 나오는 성스러운 기운이 브레스에 대항하며 사기(死氣)를 정화시키면서 그 위력을 감퇴시키고 있었다.
마침내 점차 힘을 잃어가던 브레스가 방패에서 뿜어져 나오는 성스러운 기운에 의해 완전히 소멸하자, 세 사람은 방패의 수비 범위 밖으로 나와 상황을 살폈다.

“이걸 막았다고…?”

마리우스가 ‘시련’이라고 이름을 짓기는 했지만, 사실 레나트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브레스를 사용한 시점에서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있는 고룡을 확인하고,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상황이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렇게 된 이상, 지금이라도 도망을….”

“안 돼.”

온 몸을 서늘하게 만드는 짙은 살기를 띄운 싸늘한 은현의 목소리가 바로 등 뒤에서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레나트가 은현의 살기에 짓눌려, 마치 돌이라도 된 것처럼 몸을 딱딱하게 굳힌다.

“이번엔 고민하지 않아. 정보도 필요 없어.”

[시에테 검성술]
[백광일섬(白光一閃)]

한줄기의 새하얀 실선이 레나트의 목을 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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