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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화 〉122. 사령술사 추적(5) (122/730)



〈 122화 〉122. 사령술사 추적(5)

“끄아아아악!”

“세 번 안 묻는다. 누구한테 사령술을 배웠냐고.”

“무슨 개소…끄아아아아악!”

검을 뽑고 어깨에 관통된상처를 강하게짓밟기 시작하자,  다시 마리우스가 비명을 지른다.

“아무래도 제대로 못 알아 쳐 먹고 있는 것 같은데. 질문을 바꿔줄까?”

“크으으윽!  이 새끼! 도대체 뭐하는 새….”

“메디아. 어디 있어.”

“……!”

직접적인 ‘이름’의 언급에 마리우스가 할 말을 잃고 깜짝 놀라며 은현을 바라본다.

“그, 그 이름을 어떻게 네가…?”

“세 안 묻는다고 했어. 메디아, 어디 있냐고. 그것만 말하면 편하게 죽여줄게.”

그 말을 끝으로 관통된 어깨를 짓밟고 있는 쪽의 반대쪽, 마리우스의 옆구리에 검을 꽂아 넣었다.

“끄아아아악!”

“이번에도  하지 않으면, 다음엔 한 쪽 눈 각오해야할 거야.”

“그만, 그만해!  미친 X끼야!”

“미친 X끼는 너지. 이렇게 대학살을 해놓고, 정작 네 몸은 무사하기를 바라나 보지?”

“끄으윽….”

마리우스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은현의 가해 행위에 저항할 수 없었다.
은현에 의해서 양팔과 양다리가 잘린 그가  수 있는 것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전신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비명을 내지르는 것 뿐 이었다.

“재밌었냐?”

“끄아아악!”

“재밌었냐고.”

“아…그으으….”

은현의 질문에 마리우스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핏물과 고통들이 마리우스의 정신을 무너뜨리고, 수용의 한계를넘어선 고통들에 무너져 버린 그의 입에서 침이 질질 흐를 뿐이다.

“창고 안에서 한 아이가 떨고 있었어.”

은현의 작은중얼거림을 들은 레나트가 흠칫 몸을 떨었다.

“창고의 문을 열자마자 나한테 했던 소리가 살려달라는 얘기였더라. 어린 아이가 양손을 싹싹 빌면서 제발 죽이지 말아달라고, 눈물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애원을 했어.”

떠오르는 일이 있는 듯 레나트가 인상을 찌푸렸다.

“움직이지 마.”

“읏…!”

기회를 봐서 은현을 기습하려던 레나트가 차가운 은현의 경고에  자리에서 그대로 굳었다.

“너희에게 자비란 없어. 어차피 죽일 목숨이야. 대신 메디아가 어디 있는지 말해준다면 편하게 보내줄게.”

“…개소리.”

“끄아아악!”

“이걸 버리고 혼자서 도망치지 않네. 보아하니 동료애 같은 감정은 아닌  같고, 앞으로의 계획에 이게 필요한가보지?”

다시 한 번 마리우스의 관통된 어깨를 짓밟은 다리에 힘을 주자 마리우스가 발작을 일으키며 비명을 내지른다.

“큭….”

“그 미친년이 도대체 또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걸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너희들을 죽여야 할 이유가 더 늘어난 건 마찬가지야.”

이미 많은 피해자를 냈고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험한 이 둘은 절대로 살려둬서는 안 된다.
은현의 머릿속에 본능의 경종이 심각히 울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들을 아직 죽이지 않고 있는 것은 메디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입을 다물며 은현을 노려보고 있는 레나트의 모습에 분한 기색이 엿보이고 있다.
은현의 경고 섞인 목소리에 무언가의제약이 걸린 것도 아닌데, 자신은 공포로 몸이 굳어버리는 것일까.
도저히 사람을 보는 눈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은현의 모멸감이 섞인 시선을 받는것이 레나트의 기분을 더럽게 만들었다.
게다가 은현의 발에 깔려 검이 박혀 고깃덩이가 되어 있는 마리우스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이것’이라고 칭하는 것만 봐도, 그가 자신들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번에 알 수 있었다.

“그만…그만! 메…읍! 어…?”

결국 고통에 이기지 못하고, 마리우스가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어 누군가의 이름을 입에 담으려 했지만, 입만을 뻥긋거릴 뿐, 목소리가 나오지 않자, 마리우스는 오히려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어…?”

은현의 협박에 못 이겨 메디아의 이름을 언급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리우스의 동요를 알아 챈 은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영혼에 제약을 걸어뒀나 보군. 그 여자가 자주 쓰는 수법이지.”

은현은 마리우스의 뒤에 메디아가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고, 그의 영혼에 ‘메디아’에 대한 정보를 발설할 수 없다는 저주가걸려 있는 이상, 그에게 더 이상 얻어낼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잘 가라.”

“젠장!”

카아앙!

금속끼리의 충돌로 발생하는 소음이 발생함과 동시에, 마리우스의 목 바로 앞까지 다가왔던 은현의 검이 튕겨져 나갔다.
은현에 대한 공포로 몸이 굳어 있던 레나트가 공포를 이겨내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단검을 뽑아들어 은현을 향해 돌진했고 몸을 숙인 채로은현의 검을 튕겨냈던 것이다.
동시에 곧바로 숙였던 몸을 피면서 허리와 팔에 반동을 주며 단검이 은현의 목을 향해 빠르게 쇄도해 들어간다.

‘어…?’

레나트가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이상하다.’였다.
정말로 빈틈을 노리는 타이밍도, 공포로 굳어있던 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평소보다 빨랐던 자신의 몸놀림도, 은현의 목을 향해 쇄도해 들어가는 단검의 칼날도, 하나같이 전부다 완벽했다고 생각했는데.
무덤덤한 은현의 눈과 마주치자마자  몸이 싸늘하게 굳어가기 시작한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현상을 겪고 있으면서 당장공격을 중지하려 했지만, 레나트의육체는 말을 듣지 않았다.
은현은 레나트의 기습에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애초에 감지를 통해서 그녀의 움직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은현은 너무나도 손쉽게 자신의 목을 꿰뚫기 위해 쇄도해 들어오는 단검을 쥔 레나트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곤 검을 쥐고 있던 반대쪽 손에서  손잡이를 내려놓고 주먹을 꽉 쥐고는, 있는 힘껏 레나트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커허억!”

은현의 주먹이 깨끗하게 들어가자 레나트의 몸이 활처럼 휘어지며 허공으로 붕 떠올랐지만, 단검을 쥐고 있던 그녀의 한쪽 팔이 은현에게 붙잡혀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몸이 허공에떠오르다가도, 은현이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자 쓰윽 딸려올 수밖에 없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정신이 아득해지는 경험을 느낀 레나트가 결국 손에 힘이 풀리기 시작하며 단검을 놓쳤고, 은현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단검을 캐치해내곤 그녀의 반대쪽 옆구리에 단검을 박아 넣었다.

“꺄아아아악!”

칼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리 깊숙이 박히자, 레나트가 가느다랗고 높은 음의 비명을 질렀다.

“끄으윽….”

“너도메디아의 저주가 걸려 있나?”

“…….”

대답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를 꽉 깨물며 통증을 참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레나트의 시선이 그냥 오기인지, 메디아의 저주 때문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붙잡고 있던 레나트의 팔을 높게 들어 올리고 그녀의 몸을 있는 힘껏 걷어차자, 레나트가 새빨간 피와 숨을 토해내고 허공을 날았다.

“끄으윽….”

바닥을 구르면서 옆구리에 박힌 단검이 헤집어지며 그녀의 몸을 더더욱 손상시켰고, 이루 말할 수 없는 통증을 느끼며 레나트의 인상이 한껏 일그러지고 있었다.
단검이 박히지 않은 쪽의 옆구리와 팔을 이용해, 몸을 일으키고 반대쪽 손으로 자신의 옆구리 박힌 단검의 손잡이를 잡자마자 있는 힘껏 단검을 뽑아냈다.

“끄아아앗!”

레나트가 단검을 뽑자마자 어마어마한 양의 피가 흘러나오면서 머리를 강타하는 통증에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으나, 놀라울 정도로 굳건한 정신력으로 기절하지 않고 버텨낸 뒤 심호흡을 하며 은현을 노려보았다.
그러면서 손바닥에 마력을 집중시켜, 옆구리의 상처에 가져다대는 행동에 은현이 흥미를 보였다.

“오?”

푸른색의 마력으로 감싸인 레나트의 손가락에서 수십 개의 가느다란 실들이 만들어져 그녀의 옆구리 속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인간과 마수를 합성시키는 복잡한 과정을 만들어냈나, 했는데. 인간의 몸에 대해서 잘 알고 있네.”

자신의 행동을 보고 단 번에 의도를 알아차린  말하는 은현의 태도에 레나트가 몸을 떨며 더더욱 은현의 모습을 주시했다.

“너, 의사구나?”

“……!”

굳은 표정을 풀지 못하고 명백한 동요의 반응을 나타낸 그녀를 보고 은현이 확신했다.
마력으로 가느다란실을 만들어 옆구리 안의 상처를 봉합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외과의사의 기술이며, 의술의 영역이었다.
심지어 가느다란 마력의 실을 수십 개나 동시에 조작하는 레나트의 센스나 운용능력은 매우 뛰어난 편이었다.

“사람의 죽음을 가지고 장난치는 사령술사와 사람의 생명을 가지고 장난치는 의사라니. 참 잘 어울리네.”

“니가  안다고…!”

“안 알려줘도 돼. 알고 싶지도 않고.”

“큭, 크큭….”

갑작스레 은현의 발밑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은현의 발에 깔려 고깃덩이가 되어있는 마리우스가 갑자기 실실 웃음을 흘리며 온 몸이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뭘 쪼개고 있는 거야?”

마리우스가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보이고 있자, 은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은현! 모든 마수들을 정리했다!”

타이밍 좋게 리오드와 일리아나, 엘레노아가 은현을 찾아내 그를 향해달려왔고,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 세 사람이 잠시 멈칫했다.
양팔다리가 잘려 몸통만 남은 채로 은현의 한쪽 발에 깔려 있는 남자와, 멀찍이 떨어져서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여자가 있는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슨상황이지?”

“리오드, 저 여자는 생포해야해. 물어봐야할  있어.”

메디아의 저주가 걸려있는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는 이상, 레나트 고문을 해서라도 정보를 캐내볼 가치는 있었다.
확실한 것은 마리우스라는 사령술사는 저주 때문에 메디아에 대한 정보를 캐낼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이용가치가 없으니, 곧바로 죽이려 했는데, 갑자기 마리우스가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한 것이 은현이 꺼림직 한 기분을 느꼈다.

“은백색의 머리카락, 새빨간 눈동자, 사령술사에게 쏟아내는 증오스러운 시선, 목적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죽이는 것에도 가차 없는  행동들, 큭, 크큭, 크하하하하하!”

“뭐야, 저거? 팔다리가 잘리더니, 미친 거 아니야?”

“그,글쎄요…. 딱 봐도, 정상은 아닌 것 같은데….”

몸통만이 남은 상태로 은현의 발밑에 깔려있던 남자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한 것에 일리아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당혹스러운 것은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엘레노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너구나. 너였어! 그분께서 말씀하신 게! 사령술을 사용하다 보면, 어쩌면 네놈이 찾아올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지! 크하하하하하!”

“…메디아의 저주가 걸려서 그에 대한 정보를 발설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나?”

“그분의 존함을 함부로 부르지 마!”

진심으로 화가 난  양팔다리가 잘려 있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은현의 얼굴을 뜯어먹어서라도 죽이고 싶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마리우스의 기백은 진짜였다.

“그분의 저주는 내가 혹시라도 그분의존함을 입에 담는 불경한 짓을 저지를까봐, 내가 스스로 그분께 부탁드려 하사 받은 은총이자, 선물이야!감히 그분의 존함을 입에 담다니! 그분의 총애를 받는 다고 건방진 것도 정도가 있지!”

“그 입 닥쳐.”

“끄아아아아! 아, 하하, 하하하하하하!”

은현이 또 다시 다리에 힘을 실어 마리우스의 어깨에 생긴 관통상을 강하게 압박하자, 마리우스가 비명이 어느 샌가 웃음소리로 바뀌었다.

“…그냥 미친 X끼네.”

일리아나가 인상을 찡그리며 기가 질린 시선을 보냈고, 리오드나 엘레노아 또한, 좋지 못한 표정으로 동일한 감상을 품었다.

“난 그년의 총애 따위, 바라지도 않아. 오히려 평생 내 눈앞에는 물론이고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렸으면 했어. 말해. 메디아, 어딨어.”

우우웅

“이건…!”

가장 먼저 이변을 감지한 것은 일리아나였다.
본래였다면 이런 이변은 은현이 감지했겠지만, 주위에 리오드와 일리아나라는 든든한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마리우스에게 집중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생겨난 아주 작은 빈틈.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오듯이 허공에 생겨난 거대한 문을 은현을 포함한 사람이 응시했다.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이 요동치는 것을 감지한 일리아나가 재빨리‘디스펠’ 마법을 시전하여 이 현상을 막아보려 했지만, 그녀의 재빠른 대처에도 불구하고 허공으로 응집되고 있는 마력과 거대한 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내 ‘디스펠’이 안 먹혀…? 그럴 리가!”

“여신님, 이건….”

높은 하늘에서 아래쪽을 바라보고 있는 거대한 문을 바라보며 은현이 자신도 모르게 육성으로 중얼거렸다.
은현이 말하는 ‘여신’이라는 단어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세 사람은 그것에 대한 의문을 풀 여유도 없이 허공의 문을 응시할 뿐 이었다.

[아이의 생각이 맞다. 저건…우리의 권능과 비슷한, 신의 일부다.]

‘X발….’

자연스럽게 속으로 욕을 내뱉어버렸지만, 베르단디는 그런 은현을 질책하는 것보다,은현과 마찬가지로 허공의 문을 응시했다.

“개방!”

크게 외치는 레나트의 목소리를 들은 은현의 정신이 번쩍 뜨이며, 다급히 입을 열었다.

“리오드! 저 여자 죽여! 당장!”

“젠장!”

은현의 외침을 들은 리오드가 순식간에 검을 뽑아들고 레나트를 향해 돌진했다.
이것은 은현 뿐 만이 아니라, 팀원들 모두의 실수이기도 했다.
이미 한차례 레나트를 제압한 은현은 그녀가  이상 다른수단이 없을 것이라 판단했고, 그것은 리오드와 일리아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레나트라는 여자가 은현과 마찬가지로 이 세상의 이치와 맞지 않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적어도 은현만은 예상했어야 했다.
정보를 캐내는 것을 우선으로 두지 말고, 메디아와 이어져 있는, 알 수 없는 위험이 가득한 여자는 죽였어야만 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서 크나큰 실책을 해버린 것을 자각했지만,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였다.
허공에 떠있는 거대한 문이 열리고 문 속에 있는 재앙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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