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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3화 〉113. 신종 마수 토벌(6) (113/730)



〈 113화 〉113. 신종 마수 토벌(6)

“찾았습니다.”

손을 들어 올리며, 뒤따라오는 수색대의 행렬을 멈추고 중얼거리는 은현의 말이 들리자마자, 수색대의 사이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은현이 자신의 뒤에서 바짝 쫓아오던 모험가 하나를 바라보며 눈짓하자, 그의 의미를 알아들은 모험가가 소리 없이 움직여 뒤를 향했다.
곧이어 리오드가 선봉에 서있는 은현 쪽으로 걸어왔다.
이곳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지휘관이 보고를 듣기 위해 손수 발걸음을 옮기다니, 다른 이들이 봤으면 위계질서가 무너져 간다며 단단히 항의를 했을 법한 광경이었지만, 은현과 리오드 사이에 존재하는 모종의 친밀한 관계나, 그가 키메라 마수와의 전투에서 보여주었던 무력을 본 사람들은 아무도 그에게 트집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주위를 두리번거려도 아무런 흔적도 찾을  없는데, 도대체 뭘 찾았다는 것인지, 궁금해 하는 수색대의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은현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놈들을 찾았다고?”

은현이 손가락을 가리키며 거대한 절벽의 위를 가리켰다.

“저 절벽 위, 산적들이 주거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동굴이 있어. 동굴 깊숙한 곳에는 마을을 습격하면서 식량을 약탈하면서 납치해온 여자들을 가둬놓은 것 같네. 제대로 경계를 서는 놈들도 존재하지 않아. 해가 이미 뜨고 아침이 밝았는데, 동굴이라서 그런지, 아직까지 자빠져 자고 있는  같고…지능이 고블린만도 못한 것 같네.”

계속해서 쏟아지는 은현의 보고를 들은 수색대원들은 놀란 표정으로 은현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키메라 마수의 접근을 정확히 알아차리고 그 숫자까지 알아맞혔던 것도 놀라웠었지만, 제대로 보이지 않는 절벽 위의 동굴 속에 있다는 산적의 소굴을 찾아내고, 내부의 상황을 추론해내는 은현의 능력은 경이로울 지경이다.

“미친…저걸 어떻게 알아…?”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모험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은현의 감지 능력은 그만큼 대단했다.
애초에 은현이 독자적으로 레이더와 초음파의 원리를 이용하여 독자적으로 개발해낸 ‘감지’ 기술은 그 누군가가 따라할 수도 없는 그만이 재현할 수 있는 고유 능력과도 같았다.
최근엔 에린에게 이것을 가르치면서 에린이 골머리를 앓고 있었지만, 언젠가는 에린도 자신의 감지 기술을 따라잡을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흑마법사와 연금술사는 있나?”

“…아니. 아무래도 산적들을 버리고 도망친 것 같은데.”

“어제의 이변을 느끼자마자, 벌써 도주를 한 모양이군.”

“쯧.”

사령술사를 놓치게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은현이 작게 혀를 찼다.
이렇게 될 가능성도 어느 정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현은 어젯밤 야간 수색조를 편성하여 놈들을 찾아야한다고 리오드에게 주장하지 않았다.
키메라와의 전투 이후, 부상자들을 돌보고 피로로 지친 원정대원들에게 무리한 강요를 시켰다가 도리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령술사를 잡지 못했다는 분한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네 말대로라면 저 산적 소굴 안에는 아직 살아있는 생존자가 있다는 뜻이군. 너에겐 미안하지만, 사령술사의 추적보다는 생존자의 구출과 산적 소탕를 우선시하도록 하겠다.”

“아, 괜찮아. 이 원정대의 지휘관은 너야. 네 지시에 간섭할 생각은 없어. 게다가 이미 도주한 놈을 무작정 추적하는 것보단, 그놈들의 밑에서 시체를 조달한 산적들에게 뭔가 정보를 얻어내는   나을지도 모르고. 단지…놈들은 내가 혼자서 개인적으로 쫓고 싶어. 그래도 될까?”

“물론이다.”

은현의 실력을 아는 리오드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색대에 편성된 기사들이나 모험가들 또한 은현의 이탈 선언에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그의 탐색 능력과 무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당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과, 위험한 키메라 마수들을 만들어  있는 사령술사와 연금술사를 방치하는 것도 위험하다는 판단에는 깊이 공감을 하고 있었다.
은현의 역할 분담 제안으로 단독행동을 하겠다는 판단은 어느 의미로 합리적이었다.
수색대의 행동 방침이 정해지자, 행동 개시는 빠르게 이어졌다.

“놓치더라도, 해가 지기 전까지는 돌아올게.”

“무운을 빌지.”

“…조심하세요.”

작게 격려의 인사를 받았고, 엘레노아의 걱정은 굉장히 의외였던 은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걱정에 고개를 끄덕여 답해주고는 원정대를 이탈했다.
산 속을 질주하면서, 은현은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대의 범위로 감지를 펼치며, 숲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감지했다.

‘어제의 전투에서 자신의 휘하의 사령들이 모두 소멸한 것을 느끼고, 대적할  없는 병력들이 자신을 소탕하기 위해 오고 있는 상황.’

거기서 자신이라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상상해본다.

‘이변을 느낀 흑마법사가 도주를 결심하면서, 산적들은 그냥 버렸으면서, 연금술사는 데리고 가야했던 이유는, 아마 연금술사가 자신의 군단을 강화시키는데 필요한 중요한 인재였기 때문이겠지.’

그렇기 때문에 산적들이 모두 잠들어있는 틈을 타서 흑마법사와 연금술사는 몰래 산적들의 소굴을 빠져나왔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로 향했을까.

‘나라면 어디로 도망쳤을까.’

사람이 숨기 쉬운 장소는 많은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는 장소다.
게다가 자신의 무기나 다름없는 무수히 많은 수의 사령 군단을 잃은 현재 시점에서 죽은 사람들을 재료로 잃어버린 사령 군단을 보충하기에 용이한 장소 또한 많은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는 장소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 브람 마을이었지.’

하지만 어젯밤 중에 산적들 몰래 빠져나와 일찍 출발을 했더라고 하더라도, 산적들의 소굴에서 브람 마을까지의 거리는 평균적인 인간의 걸음걸이로도 반나절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다른 단서나 추측을 떠올릴 수 없었던 은현은 일단은 행동을 개시했다.

[은현 고유능력]
[시간가속]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빠르게 마을을 향해 내달렸다.
은현이 달려가고 있는 방향의 하늘 위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의 불길한 추측이 맞았음을 직감했다.

“젠장….”

잔뜩 헤집어놓은 농작물들과 폐허로 변해버린 것도 모자라 마을 곳곳에 새빨간 피로 얼룩진 잔해들을 보며 은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눈에 보이는 마을의 참상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마을 전체가 누군가의 일방적인 학살에 휘말린 상황이 맞음에도 불구하고, 마을에는 사람의 시체하나 찾아 볼 수 없었다.

“역시…사령술사의 짓인가….”

인간의 시체를 이용하여 마수의 특성을 가진 키메라를 조종하는 사령술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체의 조달이었을 것이다.
하나도 빠짐없이 시체 전체를 쓸어간 것을 확인하고, 은현은 사령술사나 연금술사 중에, 공간이동 계열의 마법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 생존자가?”

감지를 통해서 인간의 기척을 느낀 은현은 곧장 발걸음을 옮겼고, 기척이 감지된 무너진 건물의 창고 안에 들어갔다.
먼지가 자욱한 창고 안의 커다란 상자를 발견했고, 먼지로 뒤덮였음에도 유독 깨끗한 상자의 손잡이를 잡아당겨 상자를 개봉시키자, 상자의 안에서 몸을 잔뜩 웅크리며 떨고 있는 한 소녀를 발견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

상자가 개봉되며 밝은 빛과 함께 소녀의 시야에 들어온 은현을 보고 양손을 싹싹 빌며 자신의 목숨을 구걸했다.
한참동안 말이 없던 은현은 이내 소녀에게 손을 뻗었다.

“흑…!”

은현의 손이 자신에게 가까워지자, 소녀가 두려움에 떨며 두 눈을 꼭 감았지만, 이내 자신의 몸이 번쩍 들어 올려져, 상자 속에서 꺼내지자, 소녀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은현을 바라보았다.

“왜 그러니?”

“절…저를 죽이지 않으실 건가요?”

“내가  너를 죽일 거라고 생각했던 거니.”

“그건….”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한 소녀를 안아들고, 은현은 창고를 나왔고, 그녀의 몸에 달라붙은 먼지들을 털어주며 물었다.

“부모님은?”

“모두 죽었어요….”

“누구한테?”

“저도 모르겠어요. 갑자기 소처럼 생긴 거대한 마수가 나타나서 마을을 부수고,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 했어요…. 그리고는 저를 지키시려다가 돌아가신 엄마 아빠가 갑자기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막…사람들의 목을 물어뜯고 엄마 아빠에게 물린 마을사람들도 갑자기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해서는…흐, 흐윽, 흐아앙!”

이내 참지 못하고 소녀가 울음을 터뜨리자, 은현은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아주었다.

“괜찮아. 이제 괜찮아.”

“흐, 흐윽, 사람들이, 사람들이 모두….”

한참을 서럽게 우는 소녀의 등을 토닥여주며 달래기 시작하자,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소녀는 긴장이 풀리며 잠이 들었다.
상자 속에 숨어서 몸을 떨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소녀의 상태는 최악에 가까웠다.
바닥에 천을 깔고, 조심스럽게 소녀를  위에 눕힌 은현은 소녀의 상태를 점검하고는 소녀의 이마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딱!

은현이 손가락을 튕기자, 주위를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소녀의 머릿속에 내재되어있었던 기억을 끄집어내며 소녀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과거’를 불러들여 현재에 재현을 시킨 것이었다.
온 마을이 이미 불타고 마을 사람들의 비명이 불길을 타며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다.
마을의 중심에서 거대한 몸집을 가진 마수, 오크가 손에 쥐고 있던 쇠둔기를 휘둘러 마을을 깨부수고 사람들의 머리를 으깨고 짓밟으며 난동을 피우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사망한 마을 사람들의 시체가 사령술사의 사령술을 통해서 좀비가 되어 혼란한 마을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뜯기 시작했다.

- 꺄아악!

- 살려주세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 아가…아가! 어디 있니!

비명 소리, 도움을 요청하는 어린 소년의 목소리, 자신의 아이를 찾아 헤매는 어머니의 목소리.
절망과 고통으로 가득 찬, 듣는 것만으로도 끔찍해지는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은현이 떠올리기 싫었던 과거의 기억을 회상시킨다.

[도대체 왜 우리를 구해주지 않았어?! 너라면…너였다면….]

“젠장….”

한 소녀의 원망 섞인 목소리가 오버랩 되어 은현의 가슴 속을 파고든다.

[아이야! 정신 차려라!]

‘…알고 있습니다.’

이 정도에 무너질 멘탈이었다면, 은현의 정신은 진즉에 미쳐버렸어야했다.

- 아하하하! 최고야! 정말! 이렇게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귓가에 울릴 때마다 짜릿한 기분이  몸을 덮쳐와!

- 마리우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정리해. 다 죽이고 쉬어야 하니까.

- 아, 한창 재미보고 있는데, 초 좀 치지 마. 진짜.

사람들이 마수들에게 짓밟히고 몸이 찢겨나가고 있는 이 상황이 매우 즐겁다는 듯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검은색머리카락의 남자를 갈색머리카락을 가진 여자가 뚱한 표정으로 꾸짖었다.
잔소리를 해대는 여자를 보며 인상을 찌푸린 남자가 투덜거렸지만, 여자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노려볼 뿐이었다.

- 그 키메라 무리들을 전부 정리해버린 놈들이 우리를 쫓아올 수도 있어.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눈에 띄지 않도록 흔적을 지워야한다고.

- 아  놈들이 우리가 여기에 있는 걸 무슨 수로 알아채, 산적소굴에서 여기까지 하루 만에 걸어서 올 수 있는 거리도 아닌데.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네 마법으로 도망치면 되잖아. 뭘 그렇게 경계하고 있는 거냐고.

…….

여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태평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 남자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노려보았지만, 이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어? 뭐야. 어린애잖아?

- 히, 히익!

이  기억의 주인이자, 지금 잠들어 있는 소녀를 발견한 남자가 씨익 웃으며, 소녀에게 다가갔다.

- 부모님은 어디 가계시고 혼자 있는 거야?

- 사, 살려…주세요….

소녀는 본능적으로 눈앞에 보이는  남녀가 자신의 마을사람들을 학살한 장본인들이라는 것을 알아 챘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애원하는 소녀의 말을 들은 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의외의 눈으로 쳐다보고는,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 레나트! 이 꼬마, 꼭 죽여야 해?

- 아직 10살도 안  어린애 같은데. 남자애라면 몰라도 어린 여자애는 마수의 특성을 버티지 못해,  시간도  돼서 육체가 붕괴할 거야.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 그래?

확인을 받은 마리우스가 씨익 웃음을 보이며 소녀를 바라보았다.

들었지? 네 시체는 필요 없댄다. 가 봐.

마, 마을 사람들도 살려 주세요! 우리 엄마랑 아빠를…제발, 제발…!

그건 안 돼. 저것들은  필요해서 하는 거거든. 꼬마야.

- 으…읏….

마리우스가 비웃음을 흘리고는 손가락으로 작은 창고를 어린 소녀에게 말했다.

- 살고 싶으면 저 창고 안에 들어가서 숨어있어. 너는 살려줄 테니까. 그게 싫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가학적인 미소를 띄우는 남자의 얼굴은 어린 소녀의 눈에는 도저히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마치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농락한다는 것으로 알려진, 동화 속에 등장하는 악마가 있다면 남자와 같은 표정을 짓지 않았을까.
소녀는 공포에 질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절망어린 표정으로 창고를 향해 달려갔고, 창 고 속에 들어가 몸을 숨겼다.

- 살려준 건 그냥 변덕 같아서 상관 안하겠는데, 굳이 창고에 숨으라고 시킨 건 왜 그런 거야?

도저히 마리우스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레나트가 인상을찡그리며 물었다.

- 재밌잖아.

- 재미?

- 생각해봐. 창고 안에 숨어서 자신이 언제 마수들과 좀비들에게 물어뜯기고 찢겨 죽을지 몰라, 두려움에 떨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며 마음을 졸이고, 창고의 바깥에서는 매일 인사를 나누었던 친구, 아저씨, 아줌마들의 비명소리가 적나라하게 귀 속을 파고들어 오는 거야.

- …….

- 살려달라고, 누가 좀 도와달라는 외침이 들려오는 데도, 공포라는 감정에 지배된 소녀는 결국 마을사람들의 도움을 못 들은 척 한 채, 두 귀를 막고 창고 안에 틀어박혀 있는 거지. 살아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마 마을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텐데, 저 애가 그럴 걸 상상하니까…. 하아…. 상상만으로도 짜릿해. 내가 그 트라우마를 만들어 줬다는  기분이 짜릿하고 뿌듯해서 참을 수가 없네…. 아아, 저 아이가 만약 끝까지 살아남아서 성인이 되면 도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때는 정말 죽이고 싶은  기분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 미친 X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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