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8화 〉108. 신종 마수 토벌(1) (108/730)



〈 108화 〉108. 신종 마수 토벌(1)

“마스터의 신체 능력이 평소보다 17% 저하되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나도 알아.”

“본 개체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마스터의 신체능력의 저하의 원인의 분석을….”

“애한테는 아직 이른 문제야. 분석 하지 마.”

“본 개체는 어린애가 아님을….”

고운 소녀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인형인 에밀리아가 자신의 주인인 은현에게 항의하려는 순간, 인형 소녀의 말이 다른 누군가의 말에 묻혔다.

“형씨, 안색이 좋지 않은데, 괜찮으슈?”

“아니요. 어제 잠을 좀 설쳐서….”

“저런, 원정 첫날부터 그리 컨디션관리를 하지 못하면 쓰나.”

“그러게나 말입니다.”

아르티아 기사단의 건물 안에서, 조용히 원정의 출정식을 기다리고 있던 은현에게  모험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잔뜩 핼쑥해진 은현의 얼굴을 보고 한심하다는 얼굴을  모험가가 ‘쯧쯧’하며 혀를차고 은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을 재우지 않았던 일리아나를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은현은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이 포션을 한 번 마셔 보겠수? 자양강장 역할을하는데, 효과가 아주 끝내줍디다. 게다가 정력에도 좋아서 밤일에도 불끈불끈하게 만들어줘서아주 여자들 쪽에서도 이걸 사가려고 안달이 나있는 상품인데, 굉장히 비싼 거지만,형씨의 얼굴을 보기 안쓰러워서 그러니  특별히 금화 한 닢에 넘겨줄 수 있는데, 어떻수?”

“아뇨. 괜찮습니다.”

은현은굉장히 인심을 쓰는 척, 효과가 불투명한 포션을 비싼 값에 팔아치워 등쳐먹으려는 모험가의 수작에 단호히 거절했다.
왕국 소속의 군대에 속해 있는 일반 병사 하나가 한 달에 받는 급여가 금화 2닢 하고도 은화 10닢이다.
평민에게 금화 2닢은 아껴서만 사용한다면, 3~4인 가족들의 생계를 유지시킬 수 있는 금액인데, 이 모험가는 지금 일반 병사   급여의 절반이라는 말도  되는 금액으로 다른 이에게 사기를 치려하고 있다는 것에 화가나기는커녕 헛웃음이 나왔다.
자신의 수작이 들켰음에도 불구하고 뻔뻔스럽게 웃음을 지우지않은 모험가는 방금 전까지 사기를 치려던 은현의 옆자리에 앉으면서 그의 행색을 살폈다.

“그런데, 형씨는 무기도 보이지 않는데, 이번 원정에 참가하는 것이 맞수? 짐꾼의 역할인가? 아니, 그것보다 어린애?”

“본 개체는 어린애가 아님을 으븝….”

다시  항의의 목소리를 내뱉는 에밀리아의 입을 은현이 손으로 틀어막았다.

“아뇨, 일단은 전투직이긴 합니다만, 걱정해주실 정도로 약하진 않습니다. 나름대로 제 몸 하나는 간수할 수 있어요.”

“하! 모든 모험가들이 다들 그렇게 말하잖수, 1년 차도 되지 않은 초짜 모험가들조차도 자신의 힘을 믿고 쉽게 죽지 않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있는데,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몸뚱이만으로는 영….”

제법 몸 자체는 탄탄한  같지만, 은현이 가지고 있는 소지품은 옆에 놓여 있는 배낭뿐이다.
경험이 부족해 허술하기 짝이 없는 신참 모험가가 아닐까 하고, 포션으로 등을 쳐 먹으려했는데, 생각해보니 모험가의 머릿속에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이 원정에는 도대체 어떻게 들어왔지…?’

이 바닥에서 5년을 가까이 구르면서 제법 잔뼈가 굵은 축에 속하는 자신도, 이번 아르티아가 모험가 길드에 의뢰를 통해 편성된 마수 토벌 원정에 겨우 턱걸이 수준으로 간신히 들어올 수 있었다.
페르닌에 적을 두고 활동하고 있는 상위 모험가들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인 이번 원정에는 까다로운 조건들이 붙어있었다.
이는 그만큼 크나큰 위험부담이 걸려있다는 것을 의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원정 한 번에 걸려있는 보상이 자그마치 금화 10닢이라는 것에 눈이 돌아간 모험가들이 너도나도 지원하기 시작하자, 경쟁이 심화되었던 것이  원인.
즉 모험가의 눈앞에 있는 시원찮아 보이는 은백색의 머리카락의 남자 또한, 수많은 모험가들의 경쟁을 뚫고 이 원정에 참여할 정도의 실력자라는 소리였다.

‘아무리 봐도 그럴 놈으로 보이진 않는데….’

게다가 목숨이 달린 원정에 어린애를 데려오는 모험가라니, 이질적이어도, 너무 이질적이다.
모험을 얕보고 있는 애송이인 것치고는 자신의 포션 사기를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코웃음을 치는 태도에서 이상한 여유를 느끼게 만든다.
여러모로 수상쩍은 남자가 틀림이 없었다.
미심쩍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기꾼 모험가의 노골적인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은현은 고개를 돌려 기사단 사무실을 바라보았다.

“출정이 늦어지네요.”

“그야, 뭐…고용주이시니 윗분들의 사정이 있는  아니겄…수? 어딜가쇼?”

은현이 뜬금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사기꾼 모험가의 의문 섞인 시선이 은현에게 날아왔다.
은현은 사기꾼 모험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사무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새까만 색조의 아름다운 고딕드레스를 입은 은발의 소녀가 은현의 뒤를 따랐다.

“어, 어이, 형씨! 거긴 우리 같은 삼류 모험가가 마음대로 드나들 수….”

다급하게 은현을 제지시키려는 사기꾼 모험가가 말을 잇지 못하고 위화감에 휩싸였다.
보통이라면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신참 모험가의 제멋대로의 행동 따위는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멋대로 기사단 사무실로 들어가려는 은현을 기사들이 제지하기는커녕 오히려 정중히 문을 열어 안으로 들여보내주기까지 하는 모습에 사기꾼 모험가들 뿐 만이 아니라, 몇몇 모험가들도 은현에게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봐, 너 대체 저 사람하고 무슨 얘기한 거야?”

한 모험가가 지금까지 은현과 대화를 나눴던 사기꾼 모험가의 어깨를 붙잡으며 물었다.
물어보는모험가의 표정이 굉장히 딱딱하게 굳어있는 것에서 사기꾼 모험가가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별 얘기 안했는데, 저게 누군데 그래?”

“뭐?  저 X끼 누군지 몰라?”

“그러니까 누구냐고.”

“요즘 유명한 인간이잖아! 왕국의 공개재판에서 사형을 피한 X끼! 마녀의 연인!”

“…방금 그 시원찮아 보이던 인간이?”

“그래! 무슨 얘기를 나눴어? 궁금해 죽겠으니까, 빨리 얘기  해봐!”

사기꾼 모험가에게는 자신을 다른 모험가의 목소리 따위는 들리지 않고 있었다.
다른 모험가의 말을 들은 사기꾼 모험가는 이 순간 자신의 모험가 인생의 최대의 위기가 찾아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자신이 다름 아닌 마녀의 부하에게 포션 사기를 치려했다는 것이 검은 마녀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아, X발…X됐다….”

한편, 기사들의 정중한 허락을 받으며, 계단을 올라 리오드의 단장실로 들어간 은현은 한창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리오드와 여자를 발견했다.

“허락할 수 없다.”

“안 돼요! 저도 원정에 참가시켜주세요! 아저씨! 제발요!”

“이곳은 공적인 장소다. 단장, 또는 후작이라고 불러.”

여자의 원정의 참가여부를 놓고 결론이 나지 않는 입씨름을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은현은 어째서 토벌 원정의 출정이 늦어지고 있었는지 사정을 파악했다.

“뭐 어때. 끼워줘.”

“응?”

불쑥 뒤에서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뒤를 바라보았고, 문 앞에서있는 은현을 발견하며, 더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당신은…에린의…?”

한쪽으로 흘러내리도록 가지런히 정리한 땋은 머리, 동그란 안경을 쓴 지적이고 청초한 얼굴을 가진 여자가 몇 번인가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는 은현의 얼굴을 보고,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당환한 표정을 짓는다.

“오랜만입니다. 세실리아 교수님.”

“네, 네…그런데 에린의 보호자 분께서 어떻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 은현은 리오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냥 참가시켜, 원정의 출정이 지체될수록 손해를 보는 건 우리 쪽이야.”

“하지만 그녀는 전투에 적합하지 않는 비전투직이다. 게다가 신분은  나라의 귀족이자, 아이테르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왕국의 귀중한 인재다. 멋대로 위험한 원정에 참가시킬 수는 없어. 그녀의 아버지인 클라리스 백작의 반대의사도 있다.”

“아버지의 의사는 관계없어요! 저는 그 마수들의 정체를 확인해야만 해요. 제발요. 단장님.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을게요. 안전한 후위에 있을 테니까, 단장님께서 말씀하셨던 합성…키메라 마수들의 정체들을 확인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원정에서 안전한 후위 같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교수님.”

“…….”

리오드가 아닌, 뒤에서들려온 매몰찬 말에 세실리아가 인상을 찡그리며 은현을 바라보았다.
적어도 에린과 엘빈의 담임을 맡았던 그녀와 지근의 에린인 보호자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인연이 있었던 세실리아는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오히려 자신을 방해하는 은현이 야속하기만 했다.

“당신은 아까 제가 원정에 참가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았던가요?”

“그거야, 여기서  시간을 지체해봤자, 얻을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죠. 밖에서 출정을 기다리고 있는 기사들과 모험가들이 어정쩡하게 대기만 하고 있다는 걸 알고계시지 않습니까.”

“윽….”

자신하나 때문에 원정의 출정이 미뤄지고 있다는 아픈 곳을 자각했는지, 세실리아가 민망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원정에서 안전한 포지션이나 역할 따위는 없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뒤에서 마수의 습격을 받아 후위가 무너지면서 원정대 전체가 전멸하게 되는 사례도 적지 않아요. 교수님의 그 인식은 잘못된 인식입니다.”

“그건….”

“리오드, 세실리아 교수의 신변은 내 쪽에서 보호할게. 원정대 전체가 괴멸되더라도 교수님만큼은 데리고 도망칠 수 있도록 할 테니까 너무 걱정 하지 마.”

“그건 효율적인 전력의 배치가 되지 못해. 넌 전선에 나서서 싸워줘야 하니까.”

“아, 내 쪽에서 맡는다고는 했는데, 교수님을 지키는 건 내가 아니라, 얘가  거거든.”

“네…?”

은현이 손가락으로자신의 옆에 서있는 고딕 드레스를 입은 어린 소녀를 가리키자, 세실리아가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듯, 반문했다.
눈을 가늘게 뜨며, 유심히 에밀리아를 관찰한 리오드가 이내 어쩔 없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게 바로 일리아나가 말했던 ‘골렘’인가?”

“고, 골렘이라고요? 저렇게 어린 소녀가?!”

“…본 개체는 ‘골렘’같은 투박하고 야만적인 개체가 아니라고 명시합니다.”

자신에 대한 취급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던 에밀리아의 말을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좋아. 그녀의 호위는 너에게 맡기지. 곧바로 카인에게 인수인계를 맡기고 출정하도록 하겠다.”

“그래. 교수님. 가시죠. 출발 전에 원정에 필요한 물품들을 확인하고 점검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버지의 반대의사를 무릅쓰고 멋대로 왔다고 했으니, 분명히 그녀 혼자서 제대로 된 준비를 하고 찾아왔을  만무했다.

“…알았어요.”

세실리아는 지금까지 결착이 나지 않는 실랑이가 은현의 한마디에 너무나도 간단히 정리가  것에 당혹감을 숨기지 못한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무언가 머릿속에서 심히 납득이 가지 않은 모양이었다.

“당신…도대체 누구인가요?”

“질문의 의미를 모르겠네요.”

“올리비온 후작님은 엄연히 이 나라의 귀족이에요. 그런 분에게 반말로 굉장히 친숙한 태도로 대하시는 걸 다른 귀족들의 눈에 들게 되면 분명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마찬가지고, 후작님께도 좋지 못한 말투에요.”

“그걸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방금 교수님도 사적인 친분을 이용하여 아르티아 단장님을 설득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건….”

세실리아가 허를 찔렸다는 듯 말을 잇지 못한다.

“교수님의 아버지이신 클라리스 백작님과 올리비온 후작님의 친분이 두텁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탁도 할  있는 관계라는 건 이해하고 있어요.”

“저희…아버지를 아세요…?”

“만나 뵌 적은 한 번도 없지요.”

하지만 은현은 테레지아를 통해 현 왕국안에서 리오드의 입지와 그의 인간관계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들어둔 바가 있었다.

“방금 교수님의 행동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명백히 아르티아 단장님을 곤란하게 만드는 문제였습니다. 친분을 이용해 원정에 참가하겠다고 설득시키기 위해 출정을 시키지 못하게 만들고 원정 전체에 악영향을 주고 있었으니까요.”

“그…후우, 그렇네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제대로 된 자각이 없었던 모양인지, 세실리아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아저씨에게도 나중에 죄송하다고 사과를 드려야겠어요. 너무 제 입장만 생각해서 막무가내로 나선  아저씨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어버렸네요.”

그녀의 부탁을  잘라 거절하지 못하고 붙들려 있었던 리오드에게도 원인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굳이 그걸 언급하지는 않았다.

“저어, 그런데….”

함께 길을 걷고 있던 세실리아가 슬그머니 은현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뭔가요.”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있는데요.”

“…일단 말씀해보세요.”

무언가 미심쩍은 느낌을 감지한 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세실리아의 시선이 은현을 따라 자신의 반대편 은현의 옆을 차지하고 있는 에밀리아에게로 향한다.

“저 아이, 한 번만 만져 봐도 될까요?!”

새로운 문물을 발견한 세실리아의 두 눈이 반짝 빛나기 시작했고, 그런 그녀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에밀리아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은현의 바지를 붙잡고 세실리아의 시선을애써 무시했다.

“가능하면, 분해도 해보고 싶…!”

“보, 본 개체는 눈앞의 대상을 호위하는 것을 철회해주길, 마스터에게 강력하게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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