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085. 새로운 소공작(4)
“우린 자리를 비켜주도록 할까?”
“그래요.”
“그럼 제가 따로 방을 안내해드리도록 할게요.”
일리아나의 제안에테레지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엘레노아의 안내를 받아 자리를 떴다.
넓은 테라스에 둘만 남게 된 에린과 에이라는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기분이 나쁘다기보다, 복잡하고 미묘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같은 눈치였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세요?”
조심스럽게 엘린이 물어보자, 에이라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그냥…아버지랑 일이 조금 있었어.”
“후작님하고요?”
“곧 있으면 나는 아이테르를 졸업하는 건 알고 있니?”
“네. 올해로 마지막 학년이시잖아요.”
아이테르는 기본적으로 4학년제를 실시하고 있다.
2학년까지는기본적인 예법과 왕국의 역사 등의 공통 교양과 마력의 기초 이론과 운용에 관한 내용을 배우고, 3학년부터는 각자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하여, 해당된 수업들을 선택해서 듣는 교육방식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으며, 에이라는 기사학과를 졸업하고, 정식으로 기사될 자격을 갖추는 ‘견습 기사’가 될 예정이라고 에린은 알고 있었다.
“원래는 말이야. 나는 아이테르를 졸업하자마자 아버지의 아르티아에 입단할 예정이었어.”
“그…런데요?”
이미 아르티아에 대한 입단시험도 리오드 몰래 치르고, 합격의 통보를 받은 시점에서 에이라는 아르티아 기사단의 입단이 내정되어있는 상태였다.
그것이 리오드의 귀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아버지께서…기사단 입단을 강제적으로 취소시키셨거든.”
“네?”
“소식을 들은 아버지가 내년 아르티아의 신입 수습기사 명단에서 내 이름을 빼버리셨어.”
얼마나 분한지 주먹을 꽉 쥔 에이라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언제나 기사단을 비롯한 공적인 업무에서는 사적인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는 것으로 유명한 왕국 최고의 기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부당한 폭거였다.
리오드의 독단행동에 이대로 있다간 큰 파란이 일어날 것이라 걱정했던 아르티아의 부단장인 카인이 몰래 올리비온 후작저택을 찾아와 테레지아와 에이라에게 에이라의 아르티아 입단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전한 것이 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언제나 아버지의 말이라면 군말 없이 따랐던 착한 소녀가 처음으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서운하다는 소리를 하며 반항하기 시작했던 것.
“으, 으음….”
‘아까 전에 리오드님을 마주쳤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으신 표정이었는데….’
아브로스와 대면했던 방을 나오면서 마주쳤던 리오드를 떠올리며, 에린은 뭐라 말해야할지 모르는 곤란한 기분에 처해있었다.
“어째서…취소를 시키신 건가요?”
“단순히 ‘위험해서’라고 말씀 하시더라…. 최근 왕국 안에서는 자꾸만 어수선한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비상체제를 대비하여 항상 전투를 대비해야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어중이떠중이를 받아서 일일이 교육시킬 여유가 없다고 하셨어. 나보고…어중이떠중이라고…. 나의 노력을 부정하셨어.”
그동안 기사가 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것을 무시당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 너무나도 서운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의 노력의 결실을 부정했다는 것이.
에이라는 너무나도 서러웠다.
“처음부터 아버지는 나한테 검술에 관해서는 일절 이야기하지 않으셨어. 그런 위험한 일을 내가 할 필요는 없다고, 검을 잡지 말고 어머니처럼 예쁘게만 자라달라고.”
“에, 에이라님을 걱정하셔서 한 말이었겠죠.”
“아버지의 마음은 나도 알고있어. 여성의 몸으로 기사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험난한 길인지 스스로도 알고 있으니까.”
리오드는 딸인 에이라가 검을 배우는 것을 탐탁지 않아 했지만, 그녀의 의지 자체를 부정하고 검을 배우지 못하도록 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재능의 한계를 깨닫고 스스로 포기하기를 바랐기에, 딸의 의사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한 가지 변수가 있었다면, 자신의 딸의 의지를 너무 얕보았다는 것.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검의 길을 갈고닦으며, 최종적으로는 자신의 기사단에 입단시험을 통과하기까지 이어온 딸의 열정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오드는 에이라의 문제에서만큼은 ‘기사단장’이 아닌 ‘아버지’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그는 아예 자신의 딸인 에이라가 기사가 되는 것 자체를 바라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그녀가 검을 잡는 것을 포기한다고 하면 리오드는 잘 선택했다며 속으로 기뻐할 것이 틀림없다.
그렇기에 딸인 에이라는 아버지의 심정을 알면서도 검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
“사실 나도 그 녀석의 딸인 네가 검을 드는 것 자체는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아.”
“아…으, 은현님….”
“까, 깜짝이야….”
두 사람의 대화에 난입한 은현을 보고 에린과 에이라가 동시에 몸을 떨었다.
“몰래 엿들은것 같아서 미안하네.”
“아, 아니에요…. 하지만 은현님도 역시…반대하시는 건가요? 제가 기사가 되는 것에?”
“당연하지. 대체 어느 아버지가 자기 딸을 그렇게 생고생을 시키도록 내버려두겠어.”
“…….”
“에이라, 만약에 이 나라에 전쟁이 벌어졌다고 치자. 그렇게 되면 이 나라의 기사들은 모두 병사들을 이끌고 가장 앞장서서 전쟁터에 선봉으로 나서야하는 의무가 있어. 너도 명색이 기사단장의 딸이니까. 그런 것쯤은알고 있겠지?”
“네….”
“자신 목숨의 앞날도 예상할 수 없는 가장 위험한 장소의 중심에서 네 아버지가 목숨을 걸어가며 싸움에 임하고 있다고 상상해본다면, 너는 어떤 기분이 들어?”
“…걱정이 되요. 다치지는 않으실까. 식사는 제대로 챙기고 계신 걸까. …무사히 살아 돌아오실 수 있을까.”
“그래. 그리고 리오드는 그런 기사들을 이끄는 한 기사단의 수장이자, 지휘관이야. 네가 만약 아르티아에 입단하게 된다면, 전쟁이 터졌을 때, 너를 전쟁지역에 보내야하는 명령서를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리오드야. 너는 자기 딸을 스스로 전쟁지역에 보내야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겠어?”
“…아.”
은현의 말에 에이라가 어깨를 들썩였다.
언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전장에 딸을 보내야하는 아버지의 마음, 게다가 리오드는 언젠가 그녀가 속해야할 기사단의 내부사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언젠가 기사가 된다면 딸을 직접 위험한 전장으로 보내야하는 지휘관이다.
자신의 친족인 딸만을 따로 편의를 봐준다거나 후방으로 배치한다는 등의 행동을 고지식한 리오드가 할 리도 없다.
“네가 리오드를 생각하는 만큼, 리오드 또한 너를 그렇게 아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명심해.”
“…네.”
은현의 말에 에이라의 어깨가 축 쳐졌다.
은현 또한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자, 에이라는 조금 서운한 감정을 품을 수밖에없었다.
에린은 그런 에이라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혀, 현아, 그래도 조금 위로 정도는….”
“그럼에도 리오드나 테레지아님이 굳이 너를 말리지 않는 건 아까 말했듯이 네가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을 존중했기 때문이야.”
“……?”
“가장 바랬던 것은 결국 한계를 깨닫고 스스로 포기하는 거였겠지만. 이건 리오드의 입장에선 보기 좋게 실패했네.”
여성의 몸으로 몸을 단련하고 검을 배우는 것이 얼마나 고된지 알기 때문에 딸인 에이라가 언젠가 제풀에 지쳐 포기할 거란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기대하고 있기도 하고.”
“기대…라고요?”
“그래. 네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리오드는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
딸인 에이라의 바람을 들어주고 싶은 것과 걱정하는 마음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지금껏 자신을 포함한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지 않고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지금까지 성장해온 에이라 자체의 가능성을 보고 에이라는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기사로서의 리오드는 딸이라는 사실관계와는 상관없이 에이라라는 미래의 여기사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 것이다.
“사람의 모든 말과 행동에는 말이지 뭐든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의미인가요?”
“그래. 예를 들면 나는 뭘 위해서 이곳에 존재하고 있는 걸까.”
“…….”
에이라는 은현이 하는 말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 말이지. 그냥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전쟁이나 대립, 갈등 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리오드나 다른 친구들과 웃으면서 행복하게 떠들고 먹고 마시고 자고 놀면서 나이가 들고 평온하게 끝을 맞이하고 싶어.”
“……?”
처음 말하는 은현은 뭔가 즐겁고 행복한 상상을 하는 듯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점차 이야기를 할수록 끝에는 바랄 수 없는 소망을 이야기하듯 쓸쓸함이 말투에서 묻어나와 에이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내 쓸쓸한 표정을 떨쳐내고는 은현은 에이라를 보며 물었다.
“에이라, 네 행동의 의미는 뭐야?”
“행동의 의…미인가요?”
“그래. 왜 검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
“그건….”
어렸을 때, 어머니, 테레지아의 손을 꼭 잡고 아르티아 기사단의 대규모 원정의 출정식 날, 새하얀 은색의 갑옷과 빛나는 검을 들어 올리며 우렁찬 목소리로 출정을 알리던, 평소 저택에서 보여주던 모습이 아닌 ‘기사’로서 처음 본 아버지의 모습.
태양에 반사되어 빛나는 갑옷과 함께마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듯 아름다운 마력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던 기억은 그때의 자신이 몇 살 때였나 정확히 기억하지도 못하던 에이라의 머릿속에 선명히 각인되어 남아있었다.
그때부터였다.
자신이 기사를 동경하게 된 것은.
“기사인 아버지가…너무 멋있었어요.”
“하하!”
은현은 재미있다는 듯 크게 웃었다.
그러면서 뒤를 흘끗 바라보았고 싱긋 웃으며 몰래 엿듣고 있던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다는데?”
“어?”
은현을 따라 에이라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고 우뚝 서있던 두 사람을 발견 및 얼굴을 확인하고 나무처럼 몸을 뻣뻣하게 굳혔다.
“아, 아아아아아버지랑 어머니?!”
게다가 자신의 추태어린 말을 듣는 것은 자신의 부모 뿐 만이 아니라, 일리아나와 공작가의 사람들이 흐뭇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진짜 이해가 안 가네…. 어떻게 저런 자식한테서 저런 딸이 나왔지…?”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중얼거리는 일리아나나.
“아버지를 동경해서 기사의 꿈을 키웠다라…훌륭한 동기군.”
감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알렉스나 숨죽여 웃고 있는 엘레노아까지.
민망한 듯 에이라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애꿎은 은현만을 노려보는 리오드와 딸아이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부채로 입을 가리며 흐뭇하게 눈웃음을 짓고 있는 테레지아를 보며, 에이라는 평생 들키고 싶지 않았던 수치를 들켰다는 듯 절망어린 표정을 지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구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니, 확실히 그때 네 아빠가 멋지긴 했지.”
가장 먼저 말문을 튼 건 테레지아였다.
그녀도 그때의 일이기억난다는 듯 에이라의 말에 동조하며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에이라는 그런 테레지아의 반응이 전혀 달갑지 않았고, 오히려 당황하며 허둥대는 에이라의 반응에 테레지아가 딸아이의 귀여운 면모를 발견했다는 것에 재미있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쓸데없는 소리를….”
리오드는 부끄러운 기색을 감추며 은현을 노려보며 비난했고 정작 은현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반박했다.
“네가 애매하게 확실히 표현을 안 해주니까 딸이 혼자서 이렇게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거 아니야. 날 탓하지 마.”
“…….”
리오드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해 대답하지 못하고 있자 옆에 있던 테레지아가 쿡쿡 작게 웃고는 은현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부녀지간이 더욱 화목해질 것 같네요.”
“별 말씀을. 말 몇 마디만으로 가정의 화목을 만들 수 있다면 그건 금화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도 값진 재능이죠.”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하는 은현의 말에 테레지아도 웃으며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리오드.”
“뭐냐.”
“아무리 그래도, 어중이떠중이라고 폄하했던 건 심했어.”
리오드의 눈썹이 꿈틀 거리는 것이 정곡을 찔린 표정이었다.
본의 아니게 딸의 마음에 상처를 준 것이 내심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에이라.”
“네, 네. 아버지.”
“미안했다. 내가 말을 너무 심하게 한 것 같구나. 단지 나는…네가 고된 훈련을견디고 목숨을 걸어야하는 위험한 일을 한다는 것이 아버지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어머니도 그렇단다.”
“네, 네….”
“하지만 네가 검을 들게 된 원인도 결국에는 나의 탓이 컸던 것 같구나.”
에이라가 어린 나이에 검을 잡고 기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 계기.
그것은 자신이 아르티아라는 기사단을 이끄는 왕국 최고의 기사의 딸이었기에, 자연스럽게 품게 되는 아버지에 대한 동경이었다.
“멋대로 아르티아의 입단 내정을 취소시킨 것은 사과하마. 하지만 이제는 너를 막지 않으마. 하고 싶은 대로 해보 거라.”
“저, 정말인가요?!”
“그래. 하지만 현재 이 나라가 매우 어수선하다는 것도 사실이거니와 너의 입단 취소를 없었던 것으로 되돌릴 생각은 없다. 적어도 내 기준의 합격선을 통과할 때, 너의 입단을 정식으로받아주마.”
“야, 그거 전형적인 낙하산 전형 아니냐? 그거 부정행위야.”
“문제될 건 없다. 보통의 입단시험보다 어렵게 치를 예정이니까. 다른 이도 아닌, 아르티아 단장의 딸이니까. 조건을 높였으면 높였지 낮출 생각은 절대로 없다.”
“더 편파적인 부정행위인데….”
딸을 아끼는 마음은 좋지만, 그 표현 방식이 너무 거칠다.
“아!”
은현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와중에, 에린이 갑작스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탄성을 내질렀다.
모두의 시선이 에린에게 집중되었지만, 에린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에이라에게 말했다.
“에이라님! 좋은 생각이 났어요!”
“좋은 생각?”
“네! 저희 현이한테 같이 훈련을 받아요!”
“뭐?”
“응?”
에린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의문의 소리를 내었다.
“현이는 정말 굉장해요! 검을 잡은 지 3개월도 되지 않았는데, 제가 악마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도 시켜줬잖아요? 힘드시겠지만, 아마 에이라님도 현이한테 훈련을 받는다면 분명 지금보다 엄청 강해질 수 있을지도 몰라요!”
“…….”
‘난 허락도 안했는데 그걸 왜 니가 정해?’라는 표정으로 은현이 에린을 쳐다보았지만, 배시시 웃어 보이는 그녀는 오직 에이라에게 권유하느라 다른 곳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거절의 의사는 전혀 의외의 쪽에서 나왔다.
“그건절대로 안 된다.”
“네?”
“너는 저 녀석이 어떤 놈인지 제대로 몰라.”
“후후. 아가, 지금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리오드와 일리아나가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었다.
반대하는 이유 자체는 오로지 에이라의 안위를 위해서였다.
“아가가 지금까지 받았던 훈련은 기초중의 기초야. 아가는 현이가 사람을 굴릴 때 진짜 모습을전혀 모르니까할 수 있는 소리라는 뜻이지.”
“……?”
“하, 할게요!”
에이라가 갑작스레 승낙의 의사를 밝히자, 리오드가 벌레라도 씹은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에이라를 설득했지만, 에이라는 듣지 않았다.
“절 훈련시켜주세요. 은현님!”
“…….”
은현이 사건의 원흉인 소녀를 노려보자, 에린이 몸을 움찔 떨더니 시선을 피했다.
“하아, 리오드.”
“…뭐냐.”
“이거 원인은 너한테도 있는 거야. 네가 괜히 커트라인을 올려버리니까 이 사단이 난거라고.”
“…젠장.”
리오드는 보기 드물게 욕지기를 내뱉었다.
리오드와 일리아나, 은현을 제외한 사람들은 자세한 사정을 모르기에, 그냥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졸지에 애 하나를 더 맡게 된 것에 대해 은현은 앞으로의 계획을 수정해야할 것들 이 천지라는 것에 한숨을 내쉬었다.
‘여신님, 혹시 이것도 여신님이 일부러 엮으신 겁니까?’
[후후, 아니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스스로 엮여오면서 새로운 운명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굉장히 보기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