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5화 〉075. 공개 재판(2) (75/730)



〈 75화 〉075. 공개 재판(2)

“이게 무슨 소리인가!”

“처음부터 악마가 우리나라를 골랐었던 거란 말인가!”

“이번 사건의 악마가  흑마법사를…?”

은현이 던진 폭탄으로 재판장의 현재 상황은 혼란의 도가니  자체였다.
가장 혼란스러웠던것은 이 재판을 주도하고 있었던 사회자, 오르바 백작이었다.
처음부터 이 재판의 목적은 정해져 있었다.
평민이며, 아무런 배경도 가지고 있지 않아 보이는 은현을 처형시키고, 이번 습격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아르티아와 리오드를 물어뜯는 것.
 재판은 은현과 함께 아르티아 기사단과 기사단을 이끄는 리오드를 싸잡아서 함께 끌어내리는 청문회이기도 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리오드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디아네 왕비와, 그의 기사단에 대한 명성과 함께 리오드를 아니꼽게 보던 세력들이 주도하여 만든 재판이다.
이 재판을 여는데 가장 많은 의욕을 보였던 자는 왕실근위기사단인 크라시르의 단장인 월터 단장.
평소 자신이 이끄는 왕실근위기사단이 왕국 최고의 기사단이 되어야 한다고 자부하고 있던 월터는 지나치게 명성이 높아진 아르티아와 리오드 올리비온을 경계하고 있었다.
20년 전, 아르케나 대전쟁을 종전시킨 대영웅이 이끄는 기사단이라는 것은 자국  만이 아니라, 타국의 많은 인사들에게도 그의 명성이 널리 퍼져나갔으며 그것은 곧 그가 소속된 국가인 페르니아스 왕국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대전쟁이 종전된 이후, 왕국 안의 젊은 세대의 기사 후보생들 사이에서는 입단하고자 하는 기사단의 최우선 순위가 크라시르가아닌, 리오드가 새로 창단시킨 아르티아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랜 시간 왕국 안에서 기사단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크라시르의 길고긴 역사가 월터가 단장의 자리를 이어받으면서 깨져버린 것이다.
그 명예를 빼앗긴 이번 대의 기사단장인 월터에게는 그것이 굉장히 수치스럽고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원흉인 아르티아를 어떻게든 깎아내릴 기회만을 호시탐탐노리고 있었던 차에 이렇게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이건 기회다.’

그렇게 생각하고 애슈턴과 함께 폐창고에 있다가 도주했던 남학생 둘의 신고를 받고 기사단들을 출동시켰으며, 그곳에서 항복을 선언한 은현과 에린을 감옥에 가둬두고 심문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월터는 당돌하게 자신에게 거래를 제안해온 은현에게 인상을 찡그렸고, 난입한 유리아 왕녀에 의해 방해를 받아 어쩔 수 없이 에린이라는 소녀를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은현이 선언했던 대로, 석방되었던 에린이라는 소녀가 악마를 잡았다고 아르티아 쪽에서 공표를 해대니, 월터의 입장에서는 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렇게 디아네 왕비에게 유리아 왕녀의 난입을 일러바치고, 사건의 중심이었던 은현을 재판장 위에 세움으로써, 은현과 리오드 올리비온, 그리고 아르티아의 명성을 깎아내릴 구실을 만들어낸 것이 현재 지금, 은현이 재판장에 서있게 된 경위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여기서 은현이 터뜨린 새로운 사실이 재판의 양상을 전혀 다른 분위기로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이게…이게 대체 무엇이냐!”

“과거를 재현하는 마법이죠. 뭐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제 아시겠습니까? 처음부터 악마가 이 나라를 고른이유를.”

“…….”

은현이 선보인 과거를 보여주는 마법도 마법이지만, 처음부터 악마가 페르니아스 왕국을 노리고 들어왔다는 사실은  나라의 귀족들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수치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뿐 만 아니라, 그 악마가 잠입한지  년이 지났으며 왕국을 한 번 소란스럽게 만든 흑마법사를 만들어내는데 일조를 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터뜨려버린 것이다.

“이, 이건 믿을 수 없다! 죄인의 마법으로구현된 사실 따위를 누가 믿을 수가 있겠는가! 조작된 사실로 이 재판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지 마라!”

“그럼 당사자를 불러 물어보도록 할까요?”

“뭐라고…?”

“증인으로 당시의 악마와 전투를 치렀던 알렉스 아르미타스와 에린 헤르샤의 출석을 요청합니다.”

“감히 죄인이 어디서 건방지게…!”

“아르미타스 공작가의 차남, 알렉스 아르미타스. 출석에 응하겠습니다.”

“에, 에린 헤르샤! 출석에 응하겠습니다.”

느닷없이 들려온 은현의 지목에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먼저 앞서 알렉스가 입을 열어 동의해준 덕분에, 에린 또한 알렉스의 대사를 따라 급하게 대답했다.
계단식 좌석에 앉아 있던 알렉스가 일어서면서 천천히 걸어 내려와 은현 쪽을 향해 걸어왔다.

“비켜.”

일리아나가 무관심한 태도로 주위에 길을 비키라고 짧게 말하자 주위의 귀족들이 움찔하며 소녀에게서 거리를 벌려 길을 만들어주었다.
귀족들도 쉽게 건들지 못하는 그녀를 보고 새삼 감탄한 에린은 빨리 가보라며 눈짓하는 일리아나에게 감사하다며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종종 걸음으로 은현을 향해 뛰어갔다.

“현…!”

“멈춰.”

근 3일을 가까이 얼굴을 보지 못해 잔뜩 걱정이 들었던 에린이 은현을 향해달려가려던 것을 중간에 알렉스가 그의 어깨를 붙잡아 소녀를 제지시켰다.

“지금은 재판중이다.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네가 경솔한 행동을 보인다면, 그건 너에게는 물론이고 저 녀석에게도 좋지 않아.”

“아, 알겠어요.”

에린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행동을 멈췄다.
은현이 고개를 돌려 에린을 바라보고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자, 에린의 안색이 눈에 띄게 밝아지며 그에 반응해 손을 흔든다.
명백히 재판장에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둘을 보고 알렉스는 애써 경고를 해주었던 것이 소용이 없었음을 깨닫고 한숨을 내쉬었다.
에린과 손짓으로 간략한 인사를 나누고, 은현의 표정이 다시 진지해지며 알렉스와 에린을 응시했다.

“먼저 증인으로 출석해주신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분은 이 재판에서 자신이 보고 듣고, 겪은 것을 거짓 없이 대답하실 것을 약속해주시겠습니까?”

“이 나라의 공작가문인 아르미타스의 이름을 걸고 거짓 없이 대답할 것을 맹세합니다.”

“저, 저도 맹세 하겠습니다…. 으음, 걸 수 있는 이름이 없는데….”

“푸흡.”

“킥킥.”

당황하며 알렉스를 따라하는 에린을 보고 주위의 귀족들이 비웃음의 시선을 던졌다.
가까이 있었던 귀족들의 대놓고 비웃는 웃음소리가 들리자 에린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저런 게 악마를 잡았다고?”

“에이, 말도 안 되지.”

“그래도 꽤 아름다운 소녀가 아닌가?”

나라의 귀족을 위협한 악마를 죽였다고는 도저히 상상할  없는 가녀리고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소녀의 위축된 모습이 많은 귀족들의 눈길을 끌었다.

“위축되지 마라.”

“네….”

근처에 있는 에린만이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격려를 해주는 알렉스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에린은 양손으로 뺨을 강하게 한 번 치고는 은현을 바라보았다.
위축된 눈빛이 아닌 마음속에 있는 자신감을 한껏 끌어올린 에린의 표정을  은현도 마음에 든다는 듯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두 분이 악마를 만나게  계기를 설명해주세요.”

“감옥에 투옥되어 있던 에린이 석방되고, 왕궁의 감옥에서 나온 상황이었습니다. 그 이후 곧바로 악마와 조우를 하게 되었고 전투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의 반말을 섞으며 서로를 편하게 대화했던 것과는 다른, 거리감이 느껴지고 사무적인 존대를 섞은 대화였다.
에린은 여러 가지 의미로 가까운 관계를 가졌던 두 사람이 공식석상에서의 자리에서 평소와는 다른 형식의 대화를 주고받는 이 상황이 굉장히 긴장되었기 때문에 은현과 알렉스의 대화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었다.

“에린 헤르샤.”

“…….”

“에린 헤르샤.”

“네, 네에! 아흑!”

가슴이 쿵쾅쿵쾅 멍하니 알렉스의 옆에 서 있던 에린이 자신을 부르는 은현의 목소리에 급하게 대답하다가 혀를 깨물어버렸다.
울상을 지으며, 자신의 입을 양손으로 가리는 소녀의 행동이 우스꽝스러웠는지, 장내의 귀족들이 에린을 보며 비웃기 시작한다.
은현은 그런 에린의 엉뚱한 행동에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서큐버스라는 악마는 이전 헤르샤 준남삭 사건 때 사망한 흑마법사, 엘빈 헤르샤와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 사실을 직접 서큐버스에게서 들은 장본인이죠?”

“…네.”

엘빈의 이야기가 나오자, 에린의 분위기가  가라앉으며 대답했다.

“그 서큐버스는…오빠…아니, 엘빈 헤르샤가 아이테르에 입학했을 당시, ‘리라 바라노프’라는 이름으로 아이테르에 입학하여 엘빈 헤르샤와 친분을 쌓았다고 직접 이야기를 했습니다.”

“악마가 아이테르에 잠입을?!”

“그런 말도 안 되는!”

“리라 바라노프라면….”

나이든 귀족들에게는 처음들어보는 이름이었지만, 적어도 엘빈과 비슷한 시기에 아이테르를 졸업했던 젊은 나이의 귀족들이나 자제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이름이었다.

- 으음, 성적은 그냥 그렇게 눈에 띄었던 성적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해요. 외모가 굉장히 뛰어나서 남학생들한테나 여학생들한테나 항상 많은 시선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옆의 다른 반에서도 그 아이를 보려고 일부러 교실을 찾아오거나 주변을 기웃거리는 남학생들도 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이것은 처음, 엘빈이 아이테르의 학생이었을 적에 이미 서큐버스가 인간의 신분을 위장해 리라라는 이름으로 엘빈에게 접근했다는 정황은 당시의 담임교사였던 세실리아에게서 확인했다.
그녀가 엘빈의 졸업 이후에 갑자기 행방이 묘연해진 것도.

“그리고 리라 바라노프라는 인물은 북쪽의 한 동굴에 이제는 사망한 상위 마법사의 유산이 숨겨진 정보를 전하여 엘빈을  동굴로 유인하고 그곳에 숨겨져 있었던 ‘흑마법서’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이 궁정마법사단에 입단한 엘빈 헤르샤가 흑마법사로 전락하게 되는 시작점이죠.”

이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로 왕국은 악마가 멀쩡히 거리를 활보하고 귀족들 사이에 숨어서 많은 이들을 농락하고 있었다는 것을 전혀 눈치도 채지 못한 무능한 국가라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 아닌가.

“죄, 죄인은 어째서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것인가!”

“사망하기 직전, 아르타아의 단장님이신 올리비온 후작과 함께 엘빈 헤르샤에게서 들었던 사실입니다.”

“올리비온 후작! 어째서  중요한 사실을 지금껏 숨겨온 것이오! 미리 왕국에 보고라도 했더라면….”

“좀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함구해야하는 사안이었습니다. 잘못된 정보로 많은 백성들이 불안에 떨게 만들어선  되니까요.”

“크윽….”

이전 궁정회의에서 악마가 범인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가 부족한 정보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점을 들먹이며 부정시켰던 것을 들먹인다.
오르바 백작이 침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사안은 수많은 이가 보고 있는 이 자리에서 밝혀도 될 사안이 아니었소!”

“어째서죠? 이 사안은 왕국의 명예와 위신이 달린 일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정확한 사실이 확인된 것도 아닌 것을 이런 시기에  자리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뇨. 지금 이 자리에 그 사실을 직접 들은 증인이 있는데요.”

“…….”

“아니면 설마, 또 악마가 왕국에 잠입했다는 사실을 숨겼던 것처럼, 백성들의 눈과 귀를 가리시려는 건가요?”

“무, 무슨 말도  되는 소리를 하는가!”

서서히 몰리는 기분을 느끼며, 오르바 백작이 황급히 은현의 질문을 부정했다.

“실제로  사실을 들었다고 증언하고 있는 것은 바로 저 평민 소녀가 아닌가!  소녀가 거짓을 증언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할  있는가? 저 소녀는 바로 그 흑마법사의 동생이다! 자기 오라비가 악마에게 속아 넘어가 흑마법사가 된 것이 어쩔 수가 없었다고 값싼 동정표라도 얻어 보려는 심산일 수도 있는데! 저 소녀의 말을 믿을 수 있는 구석이 그 어느 곳에도 없다! 그러니 지극히 주관적이며 신빙성이 떨어지는 저 소녀의 증언 또한 채택할 이유가 그 어디에도 없다!”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는 사회자, 오르바 백작의 삿대질로 지목된 에린은 양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먼 위치의 단상에 서있는 중년의 남자가, 자신의 오빠를 들먹이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자신을 깎아내리고 마음을 헤집어 놓는다.
필사적으로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이 불합리한 대우에 반응하여 목구멍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들을 다시 꾸역꾸역 억지로 집어삼켰다.

‘참아. 참아야해.’

지금 이곳에서 자신이 화를 참지 못하고 행동에 나서게 된다면, 피해를 입는 것은 자신 뿐 만이 아니다.
그 사실을 에린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에린은 스스로를 타이르고 참아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이 터진 것은 에린 쪽이 아니었다.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면 안 되죠.”

“아….”

차갑고 냉정하지만, 자신의 오빠와 자신이 모욕당한 것에 분노해주는 상냥함이 깃든 목소리가 귀에 들려오자, 에린의 몸이 작게 떨렸다.
이 상황 속에서 자신을 옹호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나도 기뻤기 때문.

“뭐가 그렇게 불만인겁니까. 엘빈이 흑마법사라서?”

“당연하지 않은가! 그자는 부정한 사술의 근원인 흑마법을 익힌….”

“그 흑마법으로 누구를 다치게 했습니까?”

은현의 차가운 목소리가 오르바 백작의 말을 끊는다.

“엘빈 헤르샤는 말이죠. 확실히 자기 아버지가 횡령한 금화를 들고 도주한 범죄자입니다. 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하지만 말입니다.”

사실 엘빈은 레니온 헤르샤의 금화를 들고 도주한 적도 없었지만.
지금 은현이엘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단지 책임과 의무감이었다.
그 사실이 진실이 되도록 꾸미고, 사건의 모든 원흉이 엘빈이 되도록 이야기를 만들고, 상황을 조장한 은현의 책임이자 의무였다.
하지만 은현은 엘빈의 진실을 자신의 입으로 모두 밝힐 생각이 없었다.
흘끗 에린을 바라보며 심하게 떨리는 그녀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그리고는 목소리는 없는 입모양을 통해서 에린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

“아….”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은현이 무슨 말을 했는지 확실히 이해한 에린이 작게 탄식했다.

‘언젠가, 네 입으로, 직접 밝혀. 네 오빠의, 진실을.’

“엘빈을 그 지경까지 몰아세우도록 만든 건 바로 이 나라와 귀족들, 당신들이야.”

그것은 오르바 백작에게만 해당된 말이 아니었다.
엘빈과 비슷한 시기에 아이테르를 졸업했던 귀족가의 자제들, 엘빈을 평민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하고, 급속도로 성장하는 재능을 시기하고,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까봐 그를 찍어 눌렀던 귀족들과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생각하게 만드는 이 나라 귀족들의 사고방식, 전체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장내 재판장의 모든 관중들이 은현의 엄숙한 선언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숨을 죽였다.

“엘빈을 ‘악(惡)’이라고 단정을 짓는다면, 당신들은 그 ‘악’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한 ‘가해자’들이라고.”

지금 은현이 에린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이것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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