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069. 악마와의 조우(5)
“이건….”
급작스러운 에린의 변화에 당황한 것은 옆에서 전투태세를 취하고 있던 알렉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에, 에엑! 뭐야 이 꼬리들이랑 귀는!”
자신의 상태의 변화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던 에린은 허리와 머리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감각에 낯선 기분을 느꼈다.
현재 자신의 모습은 아홉 꼬리가 달린 영락없는 ‘여우 수인’의 모습이었다.
구미호의 개입으로 반강제적인 각성을 통해서 변신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지만 온전한 정신을 유지한 채로 자신의 상태의 변화를 알아차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신 차려! 네 변화는 나에게도 당황스럽지만, 지금은 저 악마를 상대하는 것만 집중해!”
“아…네!”
에린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다시 레이피어를 거머쥐었다.
명백한 에린의 빈틈으로 선공을 취할 수 있었음에도, 서큐버스, 리라가 기습을 하지 못했던 것은 그녀 또한 이 상황에 당황했기 때문이었다.
‘뭐야, 저 마력은 대체…어디서 저런 양의 마력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마력의 양이 증가한 에린의 상태에 조금 주춤했지만 현재 에린은 자신의 변화에 매우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본래의 계획은 자신이 모았던 마력의 일부를 에린에게 넘기고, 그녀를 이 연쇄 습격 사건의 범인으로 뒤집어씌운 뒤 더 많은 인간들을 습격해 마력을 모을 심산이었지만.
리라는 에린의 상태를 보고 두 눈을 번뜩였다.
‘저 마력을 모두 착취할 수 만 있다면.’
하급 악마나 다름없는 자신의 위계를 중급으로 올릴 수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거부하고 냉정을 찾기에는 너무나도 큰 유혹이 리라의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좋은 걸 가졌네. 네 힘 내가 가져야겠어.”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둔 하이에나처럼, 리라는 입맛을 다시고 자신의 박쥐 날개를 펄럭이며 에린을 향해 날아갔다.
“멋대로 하게 두진 않겠다.”
에린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리라의 경로 안으로 난입한 알렉스가 리라를 향해 검을 휘두르면서 그녀의 비행을 방해했다.
비행을 멈추고 몸을 뒤로 빼는 것으로 알렉스의 횡베기를 가까스로 피한 리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알렉스를 노려보았다.
“귀찮네. 너.”
리라는 자신을 방해하는 알렉스에게 짜증을 느끼고 허리춤에 매어져 있던 검의 손잡이를 뽑아들고 알렉스를 향해 휘둘렀다.
“서큐버스가 검을?”
“처음 보니? 하지만 이상하네. 너희는 우리 악마들을 본 적도 없었을 텐데, 마치 본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구나?”
에린은 리라가 알렉스에게 말을 걸고 있는 틈을 타, 몸을 빠르게 놀렸고 ‘구미호 상태’에 돌입해있는 에린의 신체능력은 평소보다 월등히 높아져있었다.
‘적이 빈틈을 보인다면, 주저하지 말고 공격해. 그렇지 않으면 네가 죽어.’는 은현의 교육이 몸에 배어 있던 것이 조건반사적으로 그녀의 몸을 움직이게 만든다.
순식간에 리라의 빈 시야로 이동했고 그녀의 목을 향해 빠른 횡베기를 휘둘렀지만.
카아앙!
“읏…?!”
땅에서 솟아오른 검은색의 장막이 솟아올라 리라의 옆을 가로막고 에린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건….”
“‘그림자…?’”
눈에 익숙한 검은색 장막을 보고 알렉스가 작게중얼거렸고, 에린 또한 바닥에서 떠오른 검은 형체를 보고 떠오르는 대로의 인상을 입에 담았다.
“그래. ‘그림자’야. 네 오빠인 엘빈이 사용했던 흑마법, 조영술이지.”
“오…빠가?”
리라가 엘빈을 언급하자, 에린은 몸을 떨며 명백한 동요를 보냈다.
그런 에린의 작은 틈을 악마가 놓칠 리가 없었다.
“저것과 접촉해서는 안 돼!”
“읏…!”
알렉스의 외침을 들은 에린이 깜짝 놀라며 몸을 뒤로 뺏고 순식간에 리라와 거리를 벌렸다.
에린의 마력을 흡수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놓친 리라가 눈을 가늘게 뜨며 알렉스를 노려보기 시작한다.
“너…나에 대해 알고있네?”
명백하게 자신의 능력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말이다.
“난 너를 처음 보는데, 그렇다고 우리 종족과 마주쳐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골똘히 고민하던 리라가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표정을 짓고는.
“너한테 우리 종족에 관해 알려준 누군가가 있구나?”
“…….”
알렉스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의 굳은 표정과 침묵이 리라의 추측이 들어맞는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도대체 누굴까? 네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겠지?”
“쓰러뜨린다면. 알 수 있겠지.”
“어머나, 절대로지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가득 찬 말투네? 귀여워라.”
알렉스의 말에 재미있다는 듯이 꺄르르 웃던 리라의 얼굴에 스산함이 깃들기 시작한다.
“죽여 버리고 싶게.”
그 말을 시작으로, 리라가 자신의 박쥐 날개를 활짝 펼치며 상공을 향해 날아올랐다.
공중에 떠오른 상태로 대규모의 마력을 전개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심상치 않음을 느낀 알렉스가 건물을 주위의 건물을 차고 점프하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리라가 떠있는 상공까지 도달하여 그녀를 향해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이었다.
[나, 몽마가 이곳에 꿈의 세상의 일원으로써 숲의 현현을 요청하니.]
[나약한 미물들에게 달콤한 안식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주소서.]
그것은 누구에게 요청하는 기도인 것일까.
의문을 가질 겨를도 없이, 리라를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던 검붉은 색의 기운들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서큐버스 고유 결계]
[몽환의 숲]
세차게 요동치는 악마의 마력이 리라를 공격을 하려는 알렉스와 에린을 덮쳤다.
“윽…!”
“꺄악…!”
마치 안개와도 같은 검붉은 마나들을 향해 무기를 거칠게 휘두르며 걷어낸 두 사람은 확연히 바뀐 주위의 환경을 보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여긴…?”
“어디지…?”
몸이 떠오르거나 부유감 같은 이동의 전조도 없이, 주위의 배경이 싹 변했다.
마치 은현이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환상 세계의 구현’과도 같은 이질적인 변화였지만, 코끝을 찌르는 더러운 매음굴의 냄새와 싸늘하고 날카로운 바람은 환상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다.
“이곳은 우리 몽마들, 서큐버스에게만 출입이 가능한 우리들만의 숲.”
울창한 수풀과 페르닌에 있었을 때와는 다른, 명백히 다른 탁한 공기들.
가장 이질적인 것은 이 일대의 공기에 녹아들어 있는 마나의 질이다.
보통의 자연에 존재하는 마나들은 푸른색이나 녹색을 띄기 마련, 하지만 이곳 수풀의 마나들은 검붉은 색의 색을 띄고 있으며, 이 마나들이 녹아든 공기를 들이 마시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지는것만 같았다.
“이곳은우리 종족만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인 ‘꿈의 세계’야.”
사람에게 환각을 보여주고 몽마들만이 드나들 수 있는 이 공간으로 인간들의 정신체를 유괴하여 가둔다.
이곳에 존재하는 한, 영혼이 비어버린 알렉스와 에린의 상태는 깨어나지 않는 영원한 잠에 빠지는 것과 같다.
즉 현재 알렉스 에린은 이곳으로 자신들을 끌고 들어온 리라가 다시 내보내주지 않는다면, 잠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가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어째서 우릴 이곳으로 데려왔지?”
“궁금했거든. 누가 너한테 우리 종족의 정보를 팔았을까. 그리고 너희를 상대하려면 아무래도 장소를 옮겨야할 것 같았으니까. 거기서 계속 싸우면 싸움에 휘말려서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잖아.”
“악마가…인간을 걱정한다고?”
“으응? 그럼 당연히 걱정하지. 그것들 모두 나의 영양분이 될 것들인데. 잘 키워서 잡아먹어야하지 않겠어? 후후.”
그녀는 인간을 걱정하고 생각해주고 있지만 그것은 절대로 애정이나 누군가를 위한다는 등의 감정적인 부분이 아니다.
자신의 마력으로 흡수하기 위한 양식, 또는 가축으로만 보고 있다.
인간들이 소나 돼지, 닭 등을 사육하고 식량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리라는 인간들에게서 마력을 갈취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으로 보고있는 것이다.
“이 나라는 참 좋아! 아무리 귀족들이 피해를 입어도 높으신 양반들이 그 사실을 감추기 급급해서 싸고돌잖아! 왕국의 중심인 수도에 악마가 잠입해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국가적 손실이 어마어마하다는 이유로 말이지! 덕분에 편하게 사람들에게서 마력을 착취할 수 있는데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 어디 있겠어! 꺄하하하!”
“우리 오빠한테…무슨 짓을 했던 거야! 당신이…당신이 우리 오빠를 흑마법사로 만들었지?!”
그녀가 악마라는 것과, 엘빈을 언급하는 것, 그가 사용했던 흑마법을 이용하는 것을 본 에린은 쉽게 그 사실을 추측할 수 있었다.
“응? 아아,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마법사가 되도록 내가 키우고 흑마법서를 손에 쥐어준 건 맞지만, 최종적으로 선택을 내린 건 엘빈, 그의 의지였어.”
“뭐…?”
“동생을 지킬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그랬거든. 평민인 자신에게는 아무런 능력이 없다면서, 궁정마법사단이…메이거스였나? 그런데, 거기에 입단하고 나서도 자신을 대하는 신세는 아이테르에 있을 때랑은 변함이 없었다더라.”
많은 귀족 자제들보다 앞서는 놀라우리만큼 많은 성취를 얻었던 엘빈은 학교를 졸업하고 메이거스에 입단하고 나서도 별 다를 바 없이 귀족들에게 수많은 견제를 받았다.
평민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평민보다 출세가 늦어지고, 평민이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그들은 엘빈에게 많은 것을 강요하고 억압했다.
평민의 신분으로 궁정마법사단에 입단하는 엄청난 성취를 거두었으나, 아버지인 레니온의 밑에서 독립하고, 자신이 크게 성공해서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학대받고 천대를 당하는 여동생을 구하고 행복한삶을 누리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엘빈의 꿈은 계속 멀어져만 갔다.
“그래서 더 큰 힘을 원했고 그 결과 흑마법에 손을 대버린 거지.”
엘빈이 흑마법사가 되려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에린의 구원’ 때문이었으니.
“나, 나 때문에….”
“그런데 정말 이상하지. 나는 네가 엘빈에 대한 모든 사실을 알게 되면, 네 오빠를 그렇게 죽여 버린 기사들이나 왕국에 복수심을 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멀쩡하더라고?”
“…….”
“덕분에 너한테 이번 습격사건의 범인이라는 사실을 뒤집어씌우려고 그 같잖은 의적행세를 하면서 일부러 너가 했던 범행처럼 꾸미기도 했는데, 왕국 사람들도 참 무능한 게, 네가 관련된 사람들을 노린 건데 너를 의심도 안하더라? 그것도 물거품이 되어버렸고….”
이전 은현과 에린이 함께 옷가게에 들렀을 때 말도 안 되는 선민사상과 갑질로 비싼 옷의 대금과 보석의 값을 치르지도 않고 가져간 귀족.
아이테르 학교의 청소부로 청소를 맡고 있던 평민 하나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던 것으로 아이테르 안에 큰 화제가 되었었던 사건의 학생의 아버지.
그리고 에린의 아버지인 레니온 헤르샤의 배임횡령에 동참해 그의 회계정보 조작을 눈감아 줬던 베르만 자작, 또한 아이테르에서 에린을 가장 심하게 괴롭혔던 마르바 베르만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모두 에린과 연관성이 보이도록 리라가 노리고 습격한 인물들이었다.
리라는 엘빈이 학교생활을 했을 때부터 이미 인간들 사이에 잠입해있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수년의 긴 시간동안 많은 정보를 수집했고, 그 정보들을 통해 인간 사회의 어두운 부분들을 완벽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습격 사건의 수사를 맡고 있던 리오드가 에린이 언제나 하루 종일 은현과 붙어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녀를 의심할 리가 없었다.
“나의 형을 부추긴 것도…네 짓인가?”
알렉스가 리라에게서 들은 엘빈의 이야기가 충격적이었는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에린을 뒤로 감추며, 리라에게 애슈턴에 대한 것을 물었다.
“형? 아! 그 열등감 덩어리!”
“그게 말이야. 생각보다 저 애의 멘탈이 괜찮더라고, 아예 가루가 돼서 복수심에 불타올라 주게 만들려고 그 남자를 이용했던 건데. 그것도 실패해버렸네. 도대체 왜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정말로 어떻게 된 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태도.
리라는 애슈턴이 에린을 납치했던 폐창고에 은현이 개입하여,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막았다는 사실을 모른다.
알렉스는 확신했다.
리라라는 서큐버스의 계획 속에는 ‘은현’이라는 존재의 변수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지금도 어째서 자신의 계획이 틀어졌는지를 모르고 있다.
“에린. 정신 차려. 그 녀석이 했던 말을 잊었나?”
“…알고 있어요.”
“그 녀석?”
리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알렉스의 말을 들은 에린은 이를 악물고 다시 자신의 레이피어를 꽉 쥐었다.
알렉스가 말한 ‘그 녀석’ 은현은 자신이 저 악마를 잡을 수 있으리라 믿고, 홀로 그 감옥 속에 남았다.
그 믿음에 보답해야한다고 에린은 생각했다.
자기 연민에 빠져 절망하고 있던 과거의 자신은 버려야한다고.
“어차피 여기 있으면 머지않아 다 죽는데. 너희가 아무리 강한 마력을 지녔다지만, 결국엔 인간의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으니까. 여긴 우리 몽마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세계야. 내가 너희들을 다시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지 않는 한….”
쩌저적!
“너희는 절대로….”
허공에 금이 가는 것을 시작으로, 작은 구멍의 균열을 억지로 비집고 나오더니, 기어코 균열을 부숴버리고 거대한 홍염의 구체가 등장했다.
[여섯 자릿수 상위마법]
[프로미넌스]
콰아앙!
“꺄아악!”
자신감에 찬 태도로 알렉스와 에린에게 사형이나 다름없다는 선고를 내리던 도중, 그녀를 덮친 홍염의 구체에 비명을 질렀다.
허공에 떠올라 있는 서큐버스를 집어삼킨 불꽃의 구체가 터지면서 구체안에 담겨있던 열기의 폭풍이 그대로 주위를 집어삼킨다.
그 여파의 피해는 알렉스와 에린에게도 가차 없었다.
“꺄아아악!”
“크윽!”
[쯧.]
작게 혀를 찬 한 여자의 목소리가 에린의 머릿속에 울린다.
피부가 익을 것 같은 뜨거운 열기 속에서 양팔로 얼굴을 가리며 보호하던 알렉스와에린의 앞에 장막이 생기고 두 사람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몇 초간 지속된 거센 돌풍이 걷히자, 깨져버린 균열 속에서 한 여자가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몸에 착 달라붙고 어두운 색조의 계열로 치장된 옷과 검은색 모자를 쓴 ‘마녀’는 몽환의 숲에 들어서자마자 인상을 팍 찡그렸다.
“여긴 왜 이렇게 공기가 탁해?”
“뭐, 뭐야…. 뭐냐고! 도대체 뭐가…!”
대기중에 녹아있는 오염된 마나에 노골적으로 기분이 나쁜 듯 인상을 찡그린 마녀는 허공에서 영문을 모른 채 횡설수설 말을 늘어놓고 있는 서큐버스를 발견했다.
“찾았다. 너구나? 페르닌에서 이상한 사건을 벌이고 있었던 게.”
“이, 일리아나 케니퍼…!”
페르닌에 잠입하고 왕국과 귀족들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수집했던 리라가 왕국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인 ‘검은 마녀’의 존재를 모를 리가 없었다.
어떻게 그녀가 몽마들만의 공간인 ‘몽환의 숲’에 들어올 수있었는지, 왜 이곳을 찾아온 것인지, 수많은 의문이 들었지만, 현재로썬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법전에서 스페셜리스트나 다름없는 저 여자가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다는 것.
“너, 현이를 붙잡아서 현이한테서 정기를 빨아먹을 생각이었다면서?”
“그, 그게 무슨….”
현이라니, 그게 대체 누구를 말하는것인가.
정확히는 일부러 붙잡혀서 정기를 빼앗기고 반대로 서큐버스의 뒤통수를 쳐 악마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은현의 계획이었지만, 리오드에게서 충격적인 사실을 들은 일리아나의 머릿속에서는 그 사실이 심각하게 왜곡 되어 있었다.
“됐고.”
일리아나가 스태프의 끝자락을 바닥에 탁 치자, 그녀를 중심으로 세 개의 마법진이 떠오르며 빙글빙글 돌기시작 했다.
그 광경을 본 리라가 경악한 표정을 짓는다.
고위마법사들 사이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가능하다는 트리플 캐스팅, 삼중창을 시전한 일리아나의 표정이 매우 심상치 않았다.
마치 무언가에 굉장히 화가 나있는 것처럼.
“넘볼 걸 넘봐야지. 감히 누구의 정기를 넘봐?”
“…….”
“이리와. 딱 대! 이 X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