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8화 〉028. (H)어른의 마사지(1) (28/730)



〈 28화 〉028. (H)어른의 마사지(1)

이후로도 에린은 은현이 주는 다양한 운동기구들을 이용해 몸을 움직였다.
사실상 운동   해보지 않았던 가녀린 소녀의 입장에서는 가히 살인적인 운동량을 강요하는 셈이었지만.
은현은 그것을 거의 몸이 부서질 정도로 에린의 신체를 혹사시켰다.

“아, 좋다…….”

훈련의 첫날, 하루 종일 은현이 시키는 운동만으로 시간을 보냈던 것이 너무 고됐던 탓일까.
욕실에서 목욕을 마친 뒤, 침대의 폭신한 감각에 몸을 맡기자 곧장 나른함이 찾아왔다.

“진짜 사기야.”

그렇게 쇠 손잡이를 살짝 밀어올린 것만으로도 깨끗하고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다니.
지금껏 그런 호화로운 목욕을 해본 적이 없었던 에린은 아직도 욕조에 가득 담긴 따뜻한 온탕 속에 몸을 담갔을 때의 기분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똑똑

“들어간다.”

에린은 지금 이 순간 가장 듣기 싫은 남자의 목소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몸을 일으키지 않고 고개만을 까딱하며 은현을 째려봤다.

“뭐야. 또.”

“바로 자면  돼. 저녁 차려줄 테니까 먹고 소화시킨 다음에 자.”

“생각 없어…….”

“바로 자면  된대도.”

은현은 침대 위로 올라오더니 에린의 몸을 깔고 앉았다.

“잠깐만, 너 지금 뭐하는…….”

침대에 얼굴을 묻으며 누워있던 에린이 자신의 허리를 깔고 앉은 은현의 행동에 놀라서 몸을 일으키려했지만, 은현이 어깨를 붙잡아 에린의 행동을 제지했다.

“이, 이거 안 놔?! 너 지금 대체…….”

자신의 몸이 꼼짝없이 은현에게 제압당하자 기겁하며 은현에게 화를 냈지만 은현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은현의 행동에 에린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고  수 없는 소름이 돋았다.

“하, 하지 마…….”

점차 에린의 목소리가 약해져갔다.
이제부터 무슨 짓을 당하는 걸까.
에린은 순간적으로 욕정에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봤던 자신의 아버지, 레니온의 얼굴을 떠올렸다.
결국 남자란 생물들은 다 똑같았던 걸까.
은현이라는 남자는 적어도 다르다고 생각했었다.
믿어도 될  알았는데, 자신을 구원해줄  알았는데, 결국 그도 레니온이나 다른 인간들과 똑같은 인간이었던 것일까.

“하지 말아줘……. 제발 부…….”

에린은  눈을 질끈 감으며 자신을 깔아뭉개며 제압한 은현에게 호소했지만 은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내 은현의 손길이 에린의 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에린은 이제는 틀렸다는 것을 깨달으며 배신감에 젖어 눈물을 흘리려 했을 때.
은현이 엄지손가락으로 에린의  한 부분을  눌렀다.

“하윽!”

에린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들썩였다.

“운동을 전혀 안하던 사람이 이렇게 몸을 혹사시키면 다음날 근육통이 와. 그러니까 이렇게 혹사시킨 근육들을 풀어줘야 해.”

“아……아으윽!”

에린은 은현의 말을 듣고는 자신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로 할  없는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고 격해진 감정으로 에린의 몸이 거세게 저항하려 했지만.

“가만히 있어.”

“하으……읍!”

에린은 은현이 자신을 놓아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양손으로 입을 막아 입 밖으로 나오는 교성을 틀어막았다.

“으흥! 으흡!”

은현의 손이 에린의 등을 지압해줄 때마다 에린은 기분 좋은 신음을 토해내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등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던 손이 어깨를 타고 이제는 입을 틀어막고 있던 팔에게로 향했다.

“아파…….”

“응?”

“아프다고! 할 거면 살살 좀 해줘! 아악!”

은현은 에린의 통한의 절규를 들어주지 않았다.
마사지가 끝난 뒤 에린은 몽롱한 정신으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하아, 하아…….”

“이따 저녁 때 부를 거니까 나와야해.”

“응…….”

은현은 그렇게 에린의 방에서 나오고는 저녁 준비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응?”

거실에는 이미 일리아나가 와서 은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뭘 그렇게 쳐다봐?”

“딱히?”

“‘딱히’가 아닌데?  그렇게 기분이 안 좋다는 표정을 만들고 계신 걸까.”

“애한테 대체 무슨 짓을  거야?  신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렸어. 설마…손이라도 댄 건 아니지?”

“네가 있는데, 나를 뭘로 보고. 내가 아직 성인도 안 된 애를 대상으로 그런 짓을 저지를 거 같았어?”

일리아나는 맞는 말이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냥 뭉친 근육 좀 마사지로 풀어줬을 뿐이야. 저대로 두면 내일 아침에 죽으려고 할지도 모르니까.”

“마사지?”

“어.”

“…….”

방문너머로 어린 소녀의 교성이 섞인 비명을 들은 일리아나는 자연스레 무엇을 해주었던 것일지, 상상했다.

“나한테도 해줄 수 있어?”

“흐음?”

뜬금없는 일리아나의 제안에 은현은 시계를 흘끗 바라보았다.

“저녁 먹고 잠자기 전에 해줄게.”

“알았어.”

◆ ◆ ◆

“그럼 침대 위에 누워.”

“알았어.”

일리아나는 은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 위에 등을 보인채로 누웠다.
평소의 옷이 아닌, 새하얀 속살이 그대로 비치는 반투명한 네글리제를 입은 일리아나의 몸은 너무나도 선정적이었다.
침대에 짓눌린 그녀의 거유를 본 은현은 자신도 모르게 바지 속의 자지가 발기해버렸지만, 오늘의 목적은 섹스가 아니었다.
자연스레 일리아나의 양 팔을 들어 올리고, 그녀의 선정적이기 짝이 없는 야한 네글리제를 벗긴 일리아나는 팬티만을 입은 채로 침대 위에 누워 은현에게 등을 보였다.
새하얗고 아름다운 피부를 손바닥으로 자연스레 쓸어내리자, 일리아나가 간지럽다는 듯 킥킥대는 웃음소리를 낸다.

“예쁘네.”

입으로는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천장의 마법전등에 비친 그녀의 피부는 예쁘다는 표현보다는, 빛난다는 표현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옥기(玉肌)라는 단어는 이런 피부를 위해서 만들어진 단어가 아니었을까,싶은 생각이 들 정도.
함께 대전쟁 속의 전란의 시대를 함께 했을 때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던 고운 피부는 마치 보석과도 같다.
목덜미로부터 허리까지, 아름다운 선을 유지하는 맨살을 은현은 무심코 응시하고 말았다.

“안 하는 거야?”

“네 피부가 예뻐서 그냥 지켜보고 있었어.”

“너 그런 말 하는 거 진짜 안 어울린다. 나한테 네가 그런 칭찬을 해줄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했어.”

“그래서 싫어?”

“아니, 좋아.”

오글거리고 쑥스러운 기분이 들면서도, 자신의 몸을 칭찬해주는 연인의 말이 기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럼 시작할게.”

은현은 손을 내뻗어 일리아나의 맨살을 만지기 시작했다.
귀찮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피부는 따로 관리를 하려고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커녕 항상 자신의 외모에 무관심했지만, 그와는 반대로 일리아나의 피부는 지나치게 섬세하고, 매끄러운 감촉이 느끼게 만든다.

“응….”

은현의 손길을 즐기며 일리아나는 작은 교성을 내뱉었다.

“이 근처가 뭉쳐져 있네. 허리 쪽의 옆구리에서 아래가.”

“아…생각해보니 정말로 그럴 지도. 어떻게 아는 거야?”

“몸은 언제나 정직하게 자신의 상태를 호소해오니까, 만져만 봐도 알 수 있어.”

인간의 입은 머릿속의 생각을 거치면서 거침없이 거짓말을 늘어놓을 수는 있어도, 인간의 신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아픈 부분이 있다면 통증을 통해서 호소하고, 신체에 피로가 쌓인다면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비명을 지르며 눈꺼풀을 감기게 만드는 것이 인간의 몸이다.

“넌 오른손잡이니까, 펜을 사용해야하는 서류작업을 할  몸이 오른쪽으로 기울거나 하는 것 같은데.”

“으음, 글쎄. 의식해본 적이 없어서  몰라.”

“보통 자리에 오래 앉아서 일하는 사람 중에는 이쪽이 결리는 경우가 많아. 펜을 사용하는 쪽의 방향에 몸이 기울면서, 자연스레 허리의 균형이 틀어지고 한쪽 허리에만 부담을 주는 거야.”

비트는 형태로 오른쪽으로 몸이 기울어버리기 때문에, 광배근으로부터 허리둘레에 걸친 근육에 부담이 오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다리를 꼴 때, 오른쪽 다리가 위로 올라오고 있는 것 같네. 골반이 비틀어지기 시작하고 있으면, 최근에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꼬면서 책상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았나봐?”

“뭐야, 너…. 만져본 것만으로  몸 상태를 아는 거야? 무섭잖아 그거.”

“내일부터 자세도 고치려고 노력해봐. 내가 교정해줄게.”

은현은 상냥하게 일리아나에게 조언을 해주면서, 그녀의 몸을 마사지하는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으응…. 하아아…혀, 현아.”

“응?”

“그…계속 이렇게 피부를 만져주기만 하는 거야?”

손바닥으로 피부를 쓸어줄 때마다, 일리아나는 속으로 이상한 기분의 감정이 고조되며 작은 교성을 내뱉었다.

“신체의 긴장이 완전히 풀릴 때까지는 계속 해줄 거야.”

“응…하아아…하아…하아아….”

차분하고 천천히, 누르면서 비비듯이, 매끄러운 피부에 손바닥을 미끄러지게 하고, 손바닥 사이에 생기는 마찰열을 피부 속으로 스며들도록 문지른다.
피부를 통해서 좀 더 안쪽, 허리의 내부의 지방에, 지방으로부터 근육에, 근육보다 더 안쪽의 내장을 따뜻하게 데우듯이 천천히 온기를 스며들도록 만든다.

“하아아…허리의 근처가 점점 달아오르는 것 같아…으흥….”

그녀의 교성을 들으며 은현은 천천히 손바닥으로 허리를 문지르는 것을 멈추지않았다.

“하아…아아…. 좋다….”

허리를 중심으로 몸이 따뜻하게 달아오르기 시작하여 일리아나가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움직여 가랑이 사이를 배배꼬기 시작했다.

“하아…아…후우…하아아….”

일리아나의 헐떡이는 교성이 낙낙히 기분이 좋다는 것을 표현해주면서 조금씩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은현은 조금씩 초조한 기분이 들도록 그녀의 몸을 계속 마사지했다.

“헌아, 조금만 더…으흥…. 조금만 더 세게 해주면 안 돼?”

‘기꺼이’라고 말하며 그녀의 요구에 응하고 싶었지만, 은현은 응하지 않았다.
단단하게 뭉친 근육들을 눌러 비비듯이 손바닥을 놀리면서, 일리아나가 원하는 강도 높은 마사지는 결코 해주지 않는다.
은현은 피부의 표면을 작은 원을 그리듯이 더듬었다.
힌 피부의 캔버스에 마치 물감으로 색칠을 하는 기분으로, 마찰열이라는 물감을 캔버스 전체에 칠하듯이, 더욱 마사지로 생긴 열을 몸 안 쪽에 스며들도록 문질렀다.

“흐으응…하앗, 하앗…하아아…. 더워….”

더더욱 열이 안쪽으로 스며들도록, 집요하고 끈적거리는 손놀림이 계속되고 있다.
단 한 번으로 곧장 만족을 시키는 것이 아닌, 초조하게 만드는 기분을 계속 쌓고 고조시키는 것을 우선으로 하면서.

“하아앗…현아, 이제 됐잖아. 몸도 다 풀렸어. 이제 좀 더 강하게 해줘….”

일리아나가 초조해지기 시작하면서 은현에게  높은 강도를 요구해왔다.
이것은 은현의 의도대로, 점점 그녀의 기분이 고조되고 있다는 좋은 경향이었다.
달아오르는 기분이 신체 전체에 퍼지면서 슬슬 참을 수 없게 되었고, 침대 위의 일리아나는 처음과는 달리 자세가 흐트러져 있었다.
체내의 근육이 이완되고 몸이 완전히 풀려버렸다는 뜻이었다.

“으으응…하…아. 흐아…아아….”

결코 강한 자극은 주지않도록 노력하면서, 더더욱 그녀의 몸을 초조하게 만든다.

“현아, 제발…으흐읏!”

몸을 지키는 방벽이나 다름없는 근육이 완전히 녹아버린 것처럼 이완되어, 경계가 허물어진 틈을 타서, 은현의 지압이 시작되자, 일리아나가 비명을 질렀다.
일리아나의 몸의 혈에 엄지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체중을 실어 꾸욱하고 눌러 지압을 했다.

“흐아아아…앗, 뭐…야 이거…. 아, 아읏!”

“어때? 기분 좋아?”

“으, 응. 기분 좋아…. 아, 앗! 몸이 찌릿찌릿해져서….”

혈자리를 눌리자마자, 일리아나의 상체가 위로 작게 튀어오르더니, 경련을 일으키며 교성을 내뱉었다.

“이거는 에린한테 해줬던 평범한 마사지는 아니야. 애초에 이런 건 어린애 한테 못쓰지.”

“그…럼?”

“굳이 말하자면 어른의 마사지라고 해야 할까?”

은현은 피식 웃음을 지으며 상체를 숙이고는 일리아나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지금부터 진짜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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