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화 〉014. 신목(神木)의 유령(7) (14/730)



〈 14화 〉014. 신목(神木)의 유령(7)

“뭐…라고?”

놀라 반문했던 것은 그림자에 몸을 구속당한 아르미타스 공녀였다.
 자리에서 이 기현상을 발현시킨 장본인이 수도를 빠져나가 도주 중으로 알려졌던 ‘엘빈헤르샤’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림자는 은현의 말에 순간 멈칫한 듯했지만 이내 다시 행동을 개시해 아르미타스 공녀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끄…윽!”

기도가 압박당해 숨을 쉴  없는 지경에 이르자 공녀는 마른 비명을 내뱉었다.

“하아….”

은현은 몸을 던져 공녀에게 접근했다.

파지직!

순식간에 공녀의 앞까지 거리를 좁히고는 그녀의 목에 들러붙은 그림자를 거칠게 잡아 뜯었다.
그림자를쥐고 있던 은현의 손에서 스파크가 튀며 번쩍거리고 있었다.
그 광경을 에이라는 멍하니 바라보고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림자가 형체를 가지고 있다니.
은현이 마력을 불어넣어 간섭해 형태와 질량이 부여된 그림자 속의 마력을 흩어놓은 것이지만.
이 광경을 본 에이라의 눈에는 자연스레 그림자가 힘없이 스르르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림자가 공녀의 몸에서 떨어졌다.
몸의 자유를 찾은 공녀가 힘없이 앞쪽으로 쓰러졌고 은현이 쓰러지는 그녀의 몸을 받아냈다.

“콜록! 콜록!”

다시 호흡을 할  있게 된 공녀가 은현의 품안에서 세차게 기침을 하고 있었다.
희미해져 가던 의식을 다시 붙잡은 공녀는 슬며시 눈을 떴고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은현과 눈이 마주쳤다.

“읏…!”

너무 가까워진 은현의 얼굴에 놀란 공녀가 은현을 밀치려 했지만.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 끌어서 품에 안고 있었기 때문에 은현은 쉽게 밀려나지 않았다.
은현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던 공녀의 발버둥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지금 저한테서 떨어지면, 당신 죽어요?”

“뭐?”

은현의 말에 놀라 반문하던 엘레노아가 은현의  안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은현과 엘레노아의 주위를 그림자들이 스멀스멀 움직이며 둘러쌌다.
이윽고 마치 생명체처럼 움직이던 그림자들이 슬라임처럼 흐믈거리더니 점차 형태를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검, 낫, 도끼, 창 등으로 변했고 무기의 아랫부분은 웜이라는 마수나 지렁이 같은 연체동물처럼흐느적거리고 있었다.
마치 무기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무기들에 둘러싸여 있는 아르미타스 공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봐요.”

“네, 네?”

“이름이 뭐죠?”

“에, 엘레노아…. 엘레노아 아르미타스에요.”

엘레노아는 얼떨결에 은현의 질문에 대답했다.

“좋아요. 엘레노아 공녀님. 지금부터내 목에 팔을 두르고 떨어지지 않도록 꽉 붙들고 있어야 해요.”

“어, 엇!”

은현이 한손으로 엘레노아의 엉덩이를붙잡고 들어올렸다.

“당신! 지금 어디를 만지고…꺄악!”

수치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은현에게 버럭 화를 내려던 순간이었다.
은현이 언제 어디서 구해왔는지 반대쪽 손에 쥐고 있던 검으로 엘레노아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도끼를 쳐냈다.

“꽉 붙잡고 있어요.”

“네….”

엘레노아는 지금이 수치고 뭐고를 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했다.
힘없이 대답하고는 은현의 목에 걸친 양팔에 힘을 주어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했다.

“진정하라고.”

누구에게 하고 있는 말인 것일까?
엘레노아는 은현이 자신에게 하고 있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여자를 죽인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혼란만 초래할 뿐이야.”

은현은 담담히 정체모를 그림자들을 둘러보며 설득했다.

“우리 대화를 해보자고. 엘빈 헤르샤.”

그는 그렇게 담담히 이 자리에 있을 리가 없는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언제든 덮칠 준비를 하며 은현과 엘레노아의 주위를 서성이고 있는그림자 무기들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듯이 하나같이 흉흉한 기색을 내뿜고 있다.
그리고 은현을 따라 그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림자들이 조금씩 뭉쳐져 언덕을 형성하더니 점차 커져서는 이윽고 사람의 형태를 취하기 시작했다.
마치 점토들이 뭉쳐져 하나의 공예품이 만들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림자는 후드를  인간의 모습이 되어갔고, 그림자 인간은 후드 속에서 자신의 계획을 방해한 은현을 언제라도 찢어죽일수 있다는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너는 누구냐.”

“그건 지금 이 상황에서 중요한 질문이 아닌데?”

“…하긴 그렇군.”

은현의 대답에 그림자 인간은 잠시 생각하고는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납득에 맞춰 그림자 무기들이 내뿜던 기색이 한층  흉흉해져갔다.
기운의 중심에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엘레노아는 오싹한 기분을 느끼며 은현의 목에 두른 팔을 더욱 힘을 주었다.

“굳이 알 필요도 없지.  죽이면 되니까.”

“그러니까 그건 좋은 선택이 아니래도.”

“너에게는 좋은 선택이 아니겠지.”

“아니, 나한테가 아니라 너나  여자 양쪽에 해당하는 얘기야. 게다가….”

은현은 잠시 말을 끊고 고민을 하더니 한숨을 쉬고 다시 말을 이었다.

“네 동생인 에린에게도.”

“…….”

엘빈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은현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듣는 순간 냉정해 보이는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눈썹이 꿈틀거리더니 사나운 표정으로 바뀌어 그의 감정이 격동하기 시작했다.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양팔이 부들부들 떨리며 몸에서 나오는 화를 억누르며 엘빈은 말했다.

“니가…니가 뭔데, 내 동생을 들먹여?”

결국 우려했던 엘빈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카앙!

공중에서 은현과 엘레노아를 향해 날아오는 그림자 검을 쳐낸 은현은 곧장 오른쪽에서 엘레노아의 정수리를 정확히 노리고 날아오는 그림자 창을 베어냈다.
엘빈의 그림자는 집요하게 엘레노아를 노려 사방에서 공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은현은 한팔 만으로 엘레노아를 끌어안고선 재주 좋게 그녀를 도리고 공격해오는 그림자들을 검으로 쳐내고 있었다.
 공격을 시작으로 앞과 뒤, 옆이랄  없이 전 방향에서 수십 개의 그림자가 쇄도하여 은현과 엘레노아를 노리며 공격해온다.

‘이건 어쩔 수 없나.’

[은현 고유능력]
[사고 가속]
[시간 가속]

은현은 속으로 혀를 차며 ‘사고 가속’과 ‘시간 가속’을 발동 시켰다.
팔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은현은 엘빈의 그림자들을 모두 쳐내며 엘레노아에게 상처하나 입는 것조차도 허락하지 않는다.
은현의 검에 가로막혀 튕겨나간 그림자들은 거대한 뱀 마냥 여기저기 날뛰며 주위를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저것이인간이 낼  있는 속도인  일까?
은현은 엘레노아를 한 팔로 지탱하여 한쪽 팔의 사용이 제한된 상태로도 완벽하게 그림자들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다.
에이라는 만약 자신이 저 자리에 있었다면 자신은  세 합도 견뎌내지 못하고 그림자들의 무기에 온몸이 난도질을 당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엄청나다…. 어쩌면 아버지보다도 더…?’

자신이 지금껏 보아왔던 기사들의 검술 실력은, 학생들은 물론 아이테르의 이름을 내노라 할 수준의 검술 교사들도  정도의 경지를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에이라는 지금 검술의 극의(極意)의 일부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도…. 나도 저분처럼 될 수 있을까?’

에이라의 가슴 속에 강력한 열망이 피어나는 순간.

카앙! 카앙! 카아앙!

그림자와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그림자와 은현의 검이 맞부딪치는 소리의 빈도가 눈에 띄게 잦아지기 시작했다.
집요하게 엘레노아의 목숨을 노리던 그림자들이 계속 공격이 막히자 방해의 원흉인 은현을 향해 직접적으로 표적을 변경한 것이다.

“에이라!”

갑작스러운 부름에 깜짝 놀란 에이라가 크게 뜬 눈으로 자신을 부른 방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은현이 계속해서 그림자의 공격들을 막아내며 에이라를 바라보며 외친다.

“꽉 잡아요.”

“으윽….”

은현이 엘레노아에게 작게 속삭였고 그녀가 신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그림자의 공격을 계속 막아내며 조금씩 에이라 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는 엘레노아를 검을 쥐지 않은 오른손으로 번쩍 들어 올리더니 에이라에게 냅다 집어던졌다.

“어, 어? 꺄악!”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이었기에 엘레노아는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경악에 찬 표정으로 공중에서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던져진 그녀가 공중에서 무방비 상태가 되자 기회를 놓칠 리 없는 엘빈의 그림자들이 엘레노아의 몸을 꿰뚫기 위해 달려들었다.

쿵!

“어, 어어어어어?!”

은현이 땅을 한번 세게 발로 내려치자, 일순간 엘레노아의 몸을 난도질하려는 그림자들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그림자들의 행동이 멈추자 엘레노아의 몸은 안전한 포물선을 그리며 에이라에게 날아가고 있었다.
에이라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엘레노아를 보고 양손을 허우적거리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결국 엉거주춤한 자세로 날아오는 엘레노아를 받아내고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아야야….”

에이라는 바닥에 부딪친 자신의 엉덩이를 문지르며 인상을 찡그리며 신음을 내 뱉었다.
이내 자신의 위에 쓰러져있는 엘레노아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급하게 몸을 일으키고는 엘레노아를 부축했다.

“공녀님? 괘, 괜찮으세요?”

“으윽….”

에이라는 고개를 돌려 은현의 상태를 확인했다.
은현은 살짝 앞쪽으로 내민 왼쪽 발에 모든 힘을 실어 바닥을 꾹 누르고 있는 것만 같은 자세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몇 초 전까지 그림자와 검이 부딪치며 살벌한 금속음을 냈었던 폐창고 안이 어느 샌가 고요한 정적에 휩싸여 있다는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에이라는 그 위화감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의 그림자들 또한 마찬가지로 우뚝 멈춰서 모든 행동이 정지된 상태.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그림자들의 상태는 마치 그림자와 은현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네…놈!”

분을 이기지 못하고 은현을 노려보며 이를 가는 소리를 내는 검은 후드의 남자.
은현이 엘레노아에게서 그림자를 떼어놓았을 때처럼 바닥의 그림자들에 마력을 흘려 넣어 엘빈의 그림자에 간섭하고 있던 것이었다.
엘빈의 말을 듣고 에이라는 그 순간, 은현이 모종의 방법으로 그림자들의 행동을 억제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은현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의 눈빛 속에서 그의 의도를 읽어내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쓰러져있는 레노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둘러 부축하고는 다시 엘레노아에게 다가갔다.

“빨리 이곳에서 나가죠.”

“네?”

갑작스러운 에이라의 제안에 엘레노아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에이라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언제 그림자들이 다시 행동을 재개할지 모르는 현재 상황.

“어서요!”

다급함에  이겨 에이라가 엘레노아에게 소리쳤다.
엘레노아는 갑작스러운 에이라의 호통에 깜짝 놀라 어깨를 들썩였지만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간단히…보내줄 줄 알고?!”

이를 가는 소리와 함께 엘빈의 분노 섞인 목소리가 에이라와 엘레노아의 귓가에 맴돌았다.
섬뜩한 기분이 들게 했지만 엘빈의 목소리는 공포로 물든  여자의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게 할 뿐이었다.

“어딜…!”

시간이 지나자 점차 행동의 제약이 풀리기 시작했고.
있는 힘을 쥐어 짜내는 기분으로 간신히 움직이게 만든 그림자 하나가 에이라와 엘레노아에게 쇄도했다.
그림자의 창이 엘레노아의 목을 꿰뚫기 직전까지 간 순간에 엘빈은 드디어 죽였다고 희열에 찬 기분을 만끽하려 했지만.

“네 동생.”

은현의 작은 중얼거림을 들은 엘빈이 순간, 그에게로 시선이 쏠려 집중을 잃은 순간을 노려, 은현의 통제가 다시 그림자의 행동을 속박하며 옭아맸다.

‘좋아!’

세 사람이 무사히 창고를 탈출하자마자 은현은 목적을 달성했다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후우우….”

은현은 일이 끝났다는 것에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그대로 털썩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크게 숨을 들이쉬며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았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겨 관리가 되지 않은 폐창고에는 먼지가 자욱했지만 은현은 신경 쓰지 않고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검은 후드를 쓴 사람, 엘빈은 엘레노아 일행이 무사히 창고를 나가자마자 변화한 은현의 태도가무척이나 꺼림직 하여 은현을 바라만보고 있었다.

“뭘 봐?”

그런 엘빈의 빤한 시선을 견디지 못한 은현이 땅바닥에 누운 채로 고개만을 돌려 엘빈을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죽이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응.”

“…….”

“사라진 동생의 행방. 찾고 싶잖아.”

은현의 말에 엘빈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가만히 은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그의 반응이야말로 정확한 지적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하나 뿐인 여동생의 행방’에 대한 단서는 그 누구도 가지고 있지 못한 단서였다.

“빨리 말해. 내 동생, 어디 있어.”

“야야. 좀, 쉬었다 얘기하자. 오랜만에움직이니까 몸이 쑤신다고.”

그렇게 앓는 소리를 내는 은현의 얼굴이 너무 얄미웠던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냥 죽여 버릴까.”

“감정의 제어,   되는 거 보니까 시간이 얼마 없구나.”

정확히 자신의 상태를 꿰뚫어보는 그 말 한마디에 엘빈은 놀라 몸이 굳어버렸다.
은현은 아직도 바닥에 누워있는 상태였지만, 그의 눈만은 엘빈을 바라보며 그의 상태에 대해서 차분히 관찰하고 있었다.

“그게 흑마법의 단점이지.”

“흑마법에 대해서 알고 있나?”

“대강은.”

죽은 인간이나 가축, 생명체의 사체(死體)에서 흘러나오는 장기(瘴氣)나 사용자의 생명을 기반으로 발현되는 사술(邪術)의 일종을 세간에서는 흑마법이라고 명명하고 있지만.
실제로 흑마법의 종류는 이 뿐만이 아니다.
엘빈이 사용했던 흑마법은 그림자를 조종하는 조영술(調影術)이었다.
사용자의 그림자에게 질량과 형태를 부여하고 사용자의 생각을 의태시켜 물리적인 힘을 가지게 된 그림자를 사용자의 뜻대로 조정하는 술법.
나아가 자신의 그림자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그림자들까지 조종할 수 있게 되면.
엘빈과 은현이 벌였던 혈투처럼 자신의 의지가 깃든 수 십 개의 그림자 무기들을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흑마법의 일종인 조영술에는 아까의 혈투처럼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대가 또한 만만치 않게 존재했다.

“혹시….”

“네 몸을 좀먹고 있는 그림자를 억제시킬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는 거라면 포기해.”

“…….”

조영술은 자신의 그림자에 자신의 생각과 사념을 부여하여 자기 의지대로 사용하기 위해 그림자와 ‘동화’가 되는데.
 ‘동화’의 횟수가 오래되고 시간이 누적되는 만큼 그림자와 사용자의 몸이 일체화가 되는 것이다.
사용자가 그림자에 동화하면서 부여하는 사념은 하나같이 적을 죽이기 위한 ‘공격성’이 짙은 생각 뿐 이다.
그 ‘공격성’을 먹고 성장한 그림자는 동화된 사용자의 이성을 잠식하여 부여받은 공격성 짙은 생각들로 덮어씌워버리는 것이다.
 마디로 자기가 키운자신들에게 자기 자신이 먹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
엘빈이 방금 전 은현을 간단하게 ‘죽여버릴까?’라는 고민을 하게 만든 이유는 이미 자신의 그림자에게 어느 정도 이성이 먹혀버렸다는 뜻을 증명하고 있다.

“자, 그럼 어느 정도 쉬었고, 슬슬 대화를 시작해볼까?”

엘빈은 어느 샌가 자신도 모르게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기분을 느끼며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먼저 네가 나한테 궁금한 있을  같은데 물어봐.”

“넌 나를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알았지?”

“네 동생, 에린한테서 들었어.”

“……!”

엘빈은 눈썹을 치켜뜨며 어깨를 들썩였고 다시 은현을바라보았다.
메이거스 내에서 비밀리에 자신이 흑마법을 익히고 있었다는 것은 여동생인 에린에게 말고는 아무도 밝히지 않았었다.
동생의 언급을 하는 역시 동생의 행방을 알고 있는 유일한 남자라는 것을 재차 인식할 수 밖에 없었다.

“에린은…. 무사한가?”

“그렇게 걱정이 됐으면 떠나질 말았어야지.”

“…….”

엘빈은 은현의 힐난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애매한 상태네.”

“뭐?”

“죽지 못하고 있는 상태거든.”

엘빈은 이상한 수수께끼를 내는 것 같은 은현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고 재차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이 얘기는 해주기 전에 조건이 하나 있는데.”

“조건?”

“거래다. 엘빈. 나한테 협조해. 그러면 네 동생을 되찾는데 힘을 보태주지.”

“…….”

엘빈은 한참동안 말을 하지 않았고 은현의 제안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었다.

“내가 뭘 하면 되지?”

승낙의 의사를 보이자 은현은 씨익 웃으며 엘빈에서 손을 내밀었다.
그의 행동에 엘빈도 피식 웃어보였다.
몇  전까지 서로 살벌한 살육전을 벌였던 관계라는 게 무색하듯 악수를 나누웠다.
범죄자와 엑스트라의 영문을 모를 동맹이 체결되는 순간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