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화 〉013. 신목(神木)의 유령(6) (13/730)



〈 13화 〉013. 신목(神木)의 유령(6)

수많은 경험 끝에 길러진 암살자의 감은 지금 눈앞에 등장한 남자의 등장이 너무 인위적이고 꺼림직 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상황을 지켜보며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암살자 한 명이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남자가 등장하고 약 5초 정도가 지나 대치가 길어졌다.
이내 단검을 쥐고 있던 암살자가 결심이 섰고, 은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뒤의 소녀를 감싸고 있는 마력의 장벽이 영구적으로 존재할리도 없고, 시간이 지나면 마력의 장벽은 자연스레 소멸할 것이라 예측했기 때문이다.
현재로썬 더 위험할 것으로 보이는 남자의 등장으로 우선순위를 변경한 것이었다.
은현도 자신에게 달려드는 암살자의 움직임에 반응해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지려는 순간 암살자의 모습이 공중에서 회전하고 있었고 달려든 암살자의 시야가 상하로 반전이 되었다.

‘하?’

순식간에 자신의 시야가 상하 반전되어 거꾸로 보이는 상황에 암살자는 당황했다.
동료를 네 명씩이나 쓰러뜨린 남자가 뭔가 행동을 취하기 전에, 선공을 통해서 자신이 우위를 점해보려 시도했던 것이었는데.
다리가 하늘을 향해있고, 머리가 지면 쪽을 보고 있는 상태였다.
몸이 허공에 떠있는 자신의 현재 상황을 머리론 인식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무엇을 당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늦게 다리에 느껴지는 통증에 허공에서 자신의 다리를 본 암살자는 자신의 왼쪽다리가 바깥쪽으로 꺾여서 부러져있는 것을 보았다.
그제야 눈앞의 남자가 자신의 다리를 걷어찼다는 사실을 깨닫고 경악했다.
남자의 공격 자체가 보이지 않았는데 도대체 얼마나 빠른 속도와 강한 힘으로 자신의 다리를 걷어찼단 말인가.
은현은 그렇게 공중에서 경악하고 있는 암살자의 얼굴에 손을 뻗어 붙잡았고 그대로 힘을 실어 바닥에 내리찍었다.

“크악!”

머리가 바닥에 부딪치며 암살자가 비명을 질렀지만 이내 몸이  늘어지며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광경을 본 동료 암살자는 단검을 쥔 채로 달려들었던 자신의 동료가 방금 한방으로 기절했다고 확신했다.
사태를 지켜보며 고민하도 있던 그도 은현의 공격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으며 제압하는 데까지  초도 걸리지 않았다면.
자신도 공격을 해봐야 도리어 자신이 당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팀원 여섯 명중 다섯 명이 당한 상황에서 소녀를 감싸고 있는 마력의 장벽은 아직도 건재한 상황이었다.
이래서는 붙잡힐 것을 각오하더라도 소녀를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의뢰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의뢰라고 결론을 내기까지는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남은 암살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멈춰.”

서늘한 음성이 도주를 위해 건물을 타고 위로 올라가려던 암살자의 귓속에 들어와 뇌리에 박혔다.
특별할 것 없는 한마디의 말뿐이었는데, 절대로 거스를 수 없을  같은 강제성이 담긴 것처럼 마지막 암살자의 몸을 속박했다.
은현은 마지막 암살자가 행동이 멈춘 것을 확인하고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는 굳은돌처럼 우뚝 서있는 암살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당주한테 전해. 저 아이의 암살을 의뢰한 의뢰자한테 에린 헤르샤를 찾았다고. 3시간 뒤, 의뢰자를 글레오르 3번 폐창고에서 기다리겠다고 전해. 이건 선불. 일이 해결되면 금화 100닢을 보내주지.”

“……!”

암살자는 경악하며 숨을 삼켰다.
자신들의 정체를 알고 있는  하는 말하며, 손수 암살자의 손에 금화 10닢을 쥐어주는 행동까지 보여주었다.
그리고 자신을 놓아주려는 행동과 은현의  수 없는 미소를 보고 암살자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빨리 가.”

파리를 내쫓듯 손을 휘휘 젓는 은현의 모습을 보며, 암살자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있었다.
시선이 이미 쓰러진 동료들 쪽으로 가있는 것을 눈치 챈 은현이 다시 피식 웃으며 얘기했다.

“동료들이 걱정되나 보지? 걱정 마. 잘 숨겨둘 테니까. 깨어나면 알아서 복귀하겠지. 그나저나 사람을 죽이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녀석이 또 자기 동료는 아낄 줄 아네? 가증스럽게도.”

“큭….”

암살자는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눈 밖에 보이지 않았다.
작은 신음소리와 모여진 두 눈을 보고 암살자가 미간을 좁혀 인상을 썼다는 것을 알아채는 건 간단한 일이었다.

“빨리 가. 마음이 바뀌어서 다 죽여 버리기 전에. 돈을 받았으면 일을 해야지? 그게 너희들 신조잖아?”

암살자는 이를 갈고는 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에서 도망쳤다.
은현은 암살자가 멀리 떨어진 것을 감지로 확인하고는 몸을 돌려 아직도 주저앉아있는 에이라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고생했어.”

지금까지의 노고를 보상받는 칭찬이었지만 실제로 암살위협을 받았던 경험은 너무나도 강렬했기에 에이라는 쓴웃음을 지었다.

“기사단에 입단하면 이것보다 더한 위험도 있겠죠?”

“당연하지. 애초에 리오드도 그걸 알려주고 싶어서 나한테 널 맡긴 건데.”

“그렇군요….”

아직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에이라의 기분은  나빠 보이지 않았다.
살짝  떨리는 몸은 아직도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는 듯 보였지만, 현실을 깨닫고 딸이 기사가 되는 것을 만류하고 싶어 했던 리오드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을  했다.

“흐음….”

“다음 계획은 뭔가요?”

“이제 잡어를 잡고, 더 큰 미끼를 뿌렸으니까.”

은현은 웃으며 말했다.

“이번엔 월척을 좀 낚아야지.”

에이라는 지금 은현이  사냥을 즐기고 있다고 확신했다.
매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은현을 보고 있자니, 도저히 그가 자신의 아버지와 전장을 함께한 만큼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은현은 밑밥을 뿌려둔 것을 생각하며 자리를 옮겨야 했다.

“저도 따라갈게요.”

“일은 끝났는데? 위험할 수도 있어.”

“그냥…. 이 사건이 어떻게 끝나는지, 궁금할 뿐이에요. 그리고 지켜주실 거잖아요?”

은현은 이런 부분에서는 에이라가 묘하게 적극적인 모습은 자기 아버지를 꼭 닮았다고 생각했다.
아마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낸다면 그녀는 엄청 복잡한 표정을 짓겠지.

“추가 수당은 없다?”

“이번에 받은 걸로 충분해요.”

에이라는 그렇게 돈을 가지고 있어도 사치를 부리는 성격이 아니었다.
단지 가지고만 있어도 비상금으로 어느 정도 든든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사실이었다.

“그래. 그럼 가자.”

은현은 웃으며 에이라의 부탁을 승낙했다.
두 사람은 곧장 이동하여 암살자에게 전했던 장소인 폐창고에 도착했다.

“여긴….”

끼리릭!

은현은 오랫동안 열지 않아 녹슨 철제문을 억지로 힘을 실어 열어젖혔다.
곧장 폐창고 안으로 들어갔지만 에이라는 꺼림직한 표정을 지으며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은현은 따라서 들어오지 않는 에이라를 뒤돌아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좀 으스스하네요.”

“혹시 무서워?”

“그, 그럴 리가요.”

호기롭게 따라왔는데 고작 분위기에 위축된 꼴이라니, 이 모습을 아버지인 리오드가 봤다면 그 정신으로 기사는 어림도 없다며 면박을 주었을 것이다.
에이라는 양 뺨을 손바닥으로 짝 치며 정신을 가다듬고 창고 안으로 발을 들이밀었다.
어두운 창고 안과 먼지가 자욱해 탁한 공기 속에서 부는 싸늘한 바람이 더욱 에이라의 몸을 떨게 만들었다.

“여기서 누군갈 기다리는 건가요?”

“응.”

“은현님은 누가 올지 알고 계신가요?”

“글쎄. 나도 잘 몰라.”

“네? 그러면….”

“누구든 상관없었어. 그냥 미끼를 던져본 거야. 또 잡어든 월척이든 크게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고 던져 본거니까. 웬만하면 물어줬으면 좋겠네.”

그렇게 중얼거리듯 이야기하는 은현의 말을 에이라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의 바람을 들어주듯이 두 사람이 들어왔던 창고 입구의 철제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끼리릭!

“왔다.”

에이라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고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어두운 그림자에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으나, 창고 안으로 들어오는 두 사람의 얼굴에 달빛이 비쳐 누구인지 확인할  있게 되자, 에이라는  눈을 크게 뜨며 놀란 얼굴을 보였다.
키가  장신과 허리에 찬 화려한 검이 인상적인 남성.
그리고 검소하지만 밝은 은색 계열과 단출한 디자인의 외출용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귀족 여성.
에이라보다 더 밝은 색의 금발의 머리카락과 새하얀 피부, 단아한 이목구비는 너무나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정도의 미인이라고 에리아는 생각했다.

“아르미타스 공녀님…?”

“올리비온 후작 영애?”

두 여자가 서로를 알아보았고 서로 예상치 못한 인물을 만난  때문인지 두 사람 다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공녀님이 어째서…?”

“그러는 영애야말로 왜 이곳에 있는 거죠?”

“그건 제 쪽에서 설명 드리죠.”

서로 당황한 표정으로 대화가 진행이 되지 않자 은현이  여자 사이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러는 당신은 누구죠?”

“저는 은현이라고 합니다. 메르비스 마법도서관장 일리아나님의 명을 받아 이 자리에 와있습니다.”

정확히는 명령 따위는 전혀 내린 적이 없었지만, 은현은 너무나도 당당히 일리아나의 이름을 팔았다.

“메르비스…. 검은 마녀의…. 설마 당신이?”

은현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지 아르미타스 공녀가 눈썹을 치켜뜨며 은현을 바라보았다.
공녀는 이내 고개를 돌리며 폐창고 안을 훑어보았고 은현과 에이라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날 속인 건가요?”

“설마요. 에린 헤르샤의 행방을 알고 있는  진짜입니다. 단지…. 이곳에 없을 뿐이죠.”

“건방진 놈이, 감히 공녀님을 우롱한 것이냐!”

공녀의 옆에 있던 호위로 보이는 붉은 머리카락의 남자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들었고, 얼굴을 붉히며 잔뜩 노기를  표정으로 은현을 죽일 기세로 노려봤다.

‘아, 역시 바람대로 풀리지는 않네. 아니, 이것도 예상했지만.’

“레노…!”

공녀가 호위의 돌발 행동을 제지할 틈도 없이 레노라 불린 남자의 검은 그대로 은현의 머리를 향해 내리쳐졌다.
은현은 레노의 공격을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며 몸을 뒤로 빼는 것으로 간단히 피했다.
아슬아슬한 차이로 목을 베지 못한 레노는 순간 당황했지만, 동요를 표정에 드러내지는 않았다.
은현을 노려보며 다음 공격을 시도했다.
은현은 몸을 움직이며 계속해서 아슬아슬한 차이로 레노의 검을 피했다.

“에이라, 봤지?”

“네…?”

“이거 이제부터 정당방위야.”

“하…?”

사색이 된 에이라가 무슨 말인지 눈치를 채고 고개를 황급히 가로저으며 은현을 급히 말리려했다.
허공을 베었던 레노의 속검이 멈칫하며 일순 당황했지만, 은현이 에이라를 보며 말을 하는 여유까지 보이자 레노가 더욱 분노했다.
레노는 검을 위로 들어 올렸고 그대로 아래를 향해 힘을 실어 베었다.
지금의 공격으로 은현의 몸을 완전히 반으로 절단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은현은 세로베기를 옆으로 몸을 비스듬히 비틀어 피해냈다.
빈틈이 생긴 레노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크윽…!”

은밀한 행동이 요구되어 기사 갑옷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고는 해도.
아무리 이성을 잃어 방심했다고 하더라도.
정체 모를 평민 같아 보이는 남자에게 깔끔하게 반격을 당한 것이 레노에게 큰 충격이었다.
레노는 빈틈을 노려 꽂아진 복부의 타격에 신음했다.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려는 위액을 억지로 참아내며 되삼켰다.
정확하게 빈틈을 노려 빠르고 깔끔하게 강한 타격을 넣는 은현의 솜씨는 적어도 평범한 일반인은 아니다.
평범한 일반인을 상대로 마력을 사용한다는 것이 기사로서 자존심이 상하여 검만을 사용해서 죽일 생각이었는데.
레노는 자신이 눈앞의 남자에 대해서 잘못 판단했다고 생각했고,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하여 진지하게 싸워야한다고 결심을 하던 차였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싸웠어야지. 너무 늦었어.”

그럼에도 이기지는 못했겠지만.
은현이 레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을 감지하며 뒤늦게라도 신체를 강화하려는 조짐을 보이자 이죽거렸다.
이미 레노의 명치에 은현의 주먹이 들어가 두 번째 타격을 입히고 있었다.

“커헉!”

급소를 맞은 레노가 크게 신음을 토해내며 휘청거렸다.
타격을 입은 명치에서 호소하는 통증에 제대로 된 사고가 불가능해졌다.
휘청거리는 틈을 타 은현이 레노의 턱을 손바닥으로 가격하여 장타를 있는 힘껏 때려 넣었다.
턱을 공격 받은 레노가 그대로 동공이 풀리고 흰자위를 들어내며 그대로 은현의 앞에서 고꾸라져 바닥에 쓰러졌다.
공녀는 주먹을 꽉 쥐며 떨었다.
호위가 쓰러진 상황에서 자신은 어떤 행동을 취해야하는  까?
식은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공녀가 은현에게 무언가를 말하려 하는 순간이었다.

“크흐…흑!”

스멀스멀 검은색의 무언가가 공녀의 옷을 타고 올라와 목을 휘감았고 그대로 목을 졸랐다.
몸부림 치며 저항을 하려 해도 무언가에 꽁꽁 묶여있는  마냥 신체가 움직여지지 않았다.
기도가 막혀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고 있던 엘레노아가 희미해져가던 의식의 끊어지려 했을 때.

“이건…. 나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몹시 의외의 것을 봤다는 듯이 은현이 작게 중얼거렸다.

“월척이  마리였구나.”

“그림자…?”

에이라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닐까 재차 확인했다.
달빛에 비쳐 생겨난 공녀의 그림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더니 공녀를 집어삼키려고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은현은 그 광경을 보며 확신할  있었다.
순식간에 에린에게서 들었던 정보와 많은 단서들을 조합해 하나의 결과를 추측해낸다.

“엘빈 헤르샤.”

공녀의 몸을 옭아매며 목을 조르던 그림자가 행동을 멈췄다.

“어디에 숨어있나 했더니 공작가의 사람들의 그림자 속에 숨어있었구나?”

은현의 말에 대꾸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개의치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나와 거래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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