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죽어!’
‘이 미친년이!’
사람의 배를 칼로 찌르는 감각은 아주 기묘하다.
온 힘을 다해 쑤셔도 생각보다 깊이 파고들지 않아서, 한 번의 행위로도 온몸이 땀에 쫄딱 젖는다.
살인이 왜 금단인지를 실감하는 데는 직접 해 보는 것만큼 탁월한 게 없다.
아무리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세포들에게만큼은 절대적인 주인인지라, 세포들은 안간힘을 다해 칼을 밀어 낸다.
그 지독한 생존 본능이 자주 떠오르곤 했다.
“…….”
잠에서 깨어난 나는 민영의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언제 침대에서 잤지? 잠깐 천장을 바라보고 기억을 더듬었다.
교도소에서 나오자마자 민영의 집으로 왔고, 옆집 남자에게 담배를 얻어 피우기를 며칠, 그러다 서로 밑을 빨아 주고, 붙어먹기로 약속을 한 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어쩐지 남자랑 그 짓을 한 게 아주 오래전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왜인지 아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난 너 죽은 줄 알았어. 이틀 동안 잠만 잔 거 알아?”
거실에 나와 보니 옆집 남자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오늘도 그는 보송보송한 슈트 차림이었다.
쏴아-. 여전히 바깥에선 빗소리가 들렸다.
“왜 여기 있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잠들어서 눕혀 놨는데, 이틀 내내 소식이 없길래 와 봤어. 붙어먹기로 한 약속도 있고.”
“현관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았어?”
닫힌 문을 돌아보며 물었다가 혼자 해답을 찾았다. 민영의 생일이니 그도 알겠지. 남자는 딱히 대답 없이 어깨만 으쓱일 뿐이었다.
나는 잠시간 그를 바라보다 일단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보송한 남자를 보고 있으니 땀에 전 내 몸이 찝찝하게 느껴졌다.
미적대며 씻고 나와 보니 남자는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심지어는 자위를 하고 있었다.
“씻는 소리가 야해서.”
“이젠 내숭도 안 떠는구나.”
“뭐 하러 그런 짓을 해.”
심드렁하게 바라보자 그가 제 사타구니를 가리켰다.
“빨래?”
“아니.”
“이래도?”
그가 슈트 안주머니를 뒤적여 담뱃갑을 꺼냈다. 좀 혹하긴 했으나 지금은 내키지 않았다.
“귀찮게 굴지 마. 가뜩이나 배고파서 기운 안 나는데.”
남자는 착한 구석이 있으니 지금 거절한다고 담배를 영영 안 주진 않을 거다. 그것만 믿고 단호하게 대답하며 도로 방에 들어갔다.
침대에 벌러덩 엎어진 채 주린 배를 붙잡는데, 한참 있다 남자가 뒤따라 들어왔다. 제 손으로 한 발 뺐는지 사타구니가 가라앉아 있었다.
“배고프다며.”
“응.”
“그럼 뭐라도 먹어.”
“배고픔을 즐기는 중이야.”
매트리스가 출렁였다. 그가 옆에 앉은 탓이었다. 남자가 휴대폰 화면을 두드리며 물었다.
“저번에 먹은 죽 어땠어?”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배달시키려고.”
“됐어. 안 먹어. 배고픔을 즐기는 중이라고 했잖아.”
“이번엔 전복죽으로 먹어 봐.”
“…….”
순 제멋대로 구는 남자를 노려보자, 그가 씨익 웃으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너 진짜 오지랖 넓다. 원래 이래?”
“그렇더라.”
“왜 대답이 매번 그딴 식이야?”
“어떤데?”
“뜬구름 잡는 거 같아.”
쏘아붙이는 말에 남자는 대답 대신 대뜸 내 겨드랑이 안으로 손을 쑥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몸을 번쩍 들어 올렸다. 힘이 장사다.
순식간에 그의 허벅지 위에 올라타게 되어 얼떨떨하게 바라보는데 그새 또 부푼 사타구니가 허벅지에 닿았다. 남자가 의미심장한 눈으로 내 몸에 두른 수건을 가리켰다.
“나 꼬시려고 이러고 나온 거야?”
며칠 동안 입었던 옷을 다시 입고 싶지 않아서 대충 큰 수건으로 가리고 나온 건데, 여기에 자극을 받은 모양이었다.
특별히 그를 유혹하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서로의 은밀한 부분을 핥은 전적이 있어서인지 굳이 몸을 사수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붙어먹기로 했잖아.”
내 대답에 남자가 기가 막힌다는 얼굴을 했다. 느릿느릿 위아래로 훑어보는 눈빛에 진한 욕정이 스몄다.
“그래. 그럼 허락으로 알고.”
수건이 스르륵 풀어졌다. 고스란히 드러난 알몸을 감상하며 그가 말을 이었다.
“배달 올 때까지 좀 만질게.”
대꾸 없이 빤히 바라보기만 하자, 승낙으로 알아들었는지 그가 손가락으로 유두를 툭 건드렸다.
별 느낌이 없어서 그냥 하는 양을 가만히 내려다보는데, 순간 느껴지는 상쾌한 향에 나도 모르게 그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숨을 크게 들이켜자 남자의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이거 향수 뿌린 거 맞지?”
“취향이야?”
“응.”
“잘됐네. 실컷 맡아.”
남자가 내 뒤통수를 눌러 귀 뒤쪽으로 코를 묻게 했다. 더 진한 냄새가 풍겼다.
내가 향을 음미하는 동안 남자는 내 가슴을 가지고 놀았다. 유두를 꼬집기도 하고, 풍만한 살덩이를 손안에 주물러 댔다.
“허리는 한 줌인데 이건 무겁게 달고 다니네.”
킁킁, 좋다. 상쾌한 냄새. 막 씻은 건 나인데 나보다 남자가 더 깨끗하게 느껴졌다.
냄새만 맡는 거로는 충족이 안 되어서 혀를 내어 귀 뒤쪽을 핥자, 그가 가슴을 콱 움켜쥐었다.
“읏.”
“아,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아팠어?”
아프긴 한데 의외로 괜찮았다. 커다란 손바닥에 살이 쥐어짜지는 느낌이 꽤 짜릿한 것 같기도 하고.
대답 대신 목을 끌어안고 몸을 밀착시켰다. 이러면 이 상쾌한 향이 나를 뒤덮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동안 남자의 손이 허리를 타고 엉덩이로 내려가 주물러 대기 시작했다.
“원래 남자한테 이렇게 잘 앵겨?”
딩동-.
대답을 하기도 전에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생각보다 죽이 빨리 배달된 바람에 남자가 아쉬운 기색으로 나를 옆에 내렸다.
온몸에 닿아 있던 온기가 떨어져 나가니 서늘함이 밀려들었다. 나는 침실을 빠져나가는 남자를 눈으로 좇다, 침대를 벗어나 민영의 옷장을 뒤졌다. 그녀가 뭐든 써도 된다고 했으니 거리낄 게 없었다.
옷장 안에 있는 서랍엔 현란한 무늬의 브래지어와 아무 기능 없어 보이는 티 팬티가 가득 들어 있었다.
“그냥 알몸으로 먹어. 눈요기 좀 하게.”
입어 본 적 없는 거라 잠시 망설이는데 그새 남자가 와서 훈수를 뒀다.
“추워.”
“한여름에 춥긴.”
“비 오잖아.”
대충 대꾸하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남자를 돌아봤다. 팔짱을 끼고 문틀에 비스듬히 기대 있는 남자에게 곧장 명령했다.
“네 옷 벗어 봐.”
“왜?”
“눈요기 좀 하게.”
똑같이 말하는 나를 그가 재밌다는 듯 응시하다 순순히 옷을 벗었다.
나는 그의 와이셔츠를 맨몸에 걸쳤다. 남자의 셔츠는 내 허벅지 절반을 가릴 만큼 컸는데, 좋은 냄새가 나는 옷을 입고 있으니 기분이 썩 괜찮았다.
나 때문에 졸지에 웃통을 까고 식탁에 앉은 남자는 죽을 퍼먹는 나를 또 관찰했다.
“배고픔을 즐긴다더니, 잘만 먹네.”
“네가 못 즐기게 했잖아.”
헐렁한 소매를 대충 걷어 올리면서 대꾸하자, 그가 피식 웃으며 손을 뻗어 대신 접어 주었다. 돌돌 말린 소매가 도넛 같았다.
나는 움직일 때마다 근육이 꿈틀대는 남자의 팔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오른쪽 팔에 특이한 문양의 문신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그중에 내가 알아볼 수 있는 건 팔꿈치부터 손목까지 길게 타고 내려오는 뱀이었다. 잠깐 뱀과 눈을 마주치고 있다가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넓게 벌어진 어깨와 탄탄한 가슴팍, 올록볼록한 복근과 두꺼운 흉통 따위에 이런저런 상처가 많았다. 상처야 내 알 바 아니니 근육이나 감상하는데, 그가 일부러 그러듯 몸에 힘을 주었다.
장난기 어린 행동이 우스워서 피식 웃자, 그가 덩달아 웃으며 나를 재촉했다.
“빨리 좀 먹어.”
“왜?”
“왜긴 왜야. 붙어먹으려고 그러지.”
한번 물꼬가 트이니 아주 거침없구나.
‘남자들은 머릿속에 섹스밖에 안 들었어. 진심? 사랑? 그딴 거 없어.’
스무 살에 입소해 남자 경험이 전무한 내가 불쌍했는지 교도소 식구들은 나에게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 줬다. 각기 다른 경험담을 가지고 있으나, 결론은 같았다.
남자한테는 섹스가 전부다.
그 말을 옆집 남자를 통해 실감하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다들 그 이야기를 하며 이를 간 것은 아마 진심과 사랑을 바라기 때문이었으리라.
나는 옆집 남자에게 그런 환상 같은 것을 전혀 바라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그의 가벼운 욕정이 마음에 들었다. 일탈구로 쓰기 딱이다.
저번에 보니 혀도 잘 굴려서 몸이 금방 달아오르지 않았던가. 그때 느꼈던 쾌락이 떠올라 다리 사이가 간질거렸다.
“사실 아까부터 배불렀어.”
“…….”
“너 몸 단 거 구경하는 게 재밌어서.”
내 말에 그가 또 웃음을 터트렸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그가 뭔가를 기대하듯 의자를 뒤로 뺐지만, 나는 그를 지나쳐 거실 소파에 올라갔다.
소파 구석에 박혀 있는 담배를 꺼냈다. 그런데 내가 쓰던 라이터는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두리번거리자 남자가 이쪽을 돌아보곤 라이터를 흔들었다.
“이리 와.”
먹이로 유인당하는 멍청한 짐승처럼 다가갔다. 내놓으랍시고 손을 내밀었지만 남자는 직접 불을 켜 주었다.
“감방에 있는 동안 못 피웠을 텐데, 안 끊은 거야?”
“원래 담배는 끊는 거 아니야.”
“언제부터 피웠길래 골초 아저씨 같은 소리를 하지.”
“중학생.”
의외라는 듯 그가 콧소리를 냈다.
“우리 예쁜이 어릴 때부터 발랑 까졌구나?”
물끄러미 바라보는 얼굴이 담배를 원하는 모양새라 필터를 대 주자, 그가 냉큼 빨아들였다.
“왜 시작한 거야?”
“담배 피우면 잡생각이 사라진대서.”
“누가?”
“우리 언니가.”
“그랬구나. 남자랑 자 본 적은?”
“없어.”
이게 더 의외인지 그가 눈을 살짝 키웠다. 하긴, 그렇게 정신없이 좆을 받아 물었으니 신기할 만도 하지.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 말았다.
“매번 예상을 벗어나네.”
잠시간 나를 위아래로 훑던 남자가 말했다.
“무슨 소리야?”
“그런 게 있어.”
“…….”
“좋은 뜻이니까 걱정 말고.”
팔이 붙잡혀 끌려갔다. 담배를 문 채 허벅지 위에 떨어지듯 앉자 그가 꽁초를 가져가 식탁 위에 비벼 껐다.
검은 자국이 남아서 민영에게 잠깐 미안해졌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어쩔까. 나는 입 안에 남아 있는 담배 연기를 남자의 얼굴에 죄다 뿌리는 것으로 가벼운 복수를 했다.
“옷 들어 봐.”
그가 셔츠 밑단을 쥐여 주며 속삭였다.
군말 없이 옷을 들어 가슴까지 내보이니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숙여 온다. 한순간에 유두가 남자의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음…….”
아까 가슴을 만질 때 별 느낌이 없어서, 나도 여느 여자들처럼 가슴으로는 못 느끼는 모양이다 싶었는데 입으로 빠니까 느낌이 조금 달랐다.
축축한 살덩이가 솟아오른 돌기를 슥슥 문지를 때마다 알 듯 말 듯 한 짜릿함이 배 안 깊은 곳에서 조금씩 튀어나왔다.
“흥, 흐응.”
다만 어딘가 아쉬운 자극이라 낑낑대는 신음만 흘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는 유두를 이로 갉고, 깨물고, 혀로 튕기고, 입술로 쪽쪽 빨아 당기는 등 제멋대로 하고 싶은 걸 다 했다.
나도 그의 성기를 빨면서 스스로의 만족감을 위해 정신없이 혀를 놀렸던지라 그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아무래도 아쉬웠다. 아래를 빨 때는 금방 쾌락이 치솟았는데, 이거로는 한참 부족했다.
“뭐야?”
얼굴을 밀어 내자 남자가 예민하게 눈을 들었다. 음미하던 먹이를 빼앗겨 날 선 짐승 같았다.
“애매해서 별로야.”
“처음이라 그래. 빨다 보면 나중엔 너 여기로 자지러질걸.”
“…….”
“그러니까 얌전히 있어 봐.”
반신반의하며 얼굴을 놓아주니 그가 셔츠 밑단을 내 입에 물렸다. 얼떨결에 입이 틀어막힌 채 이번엔 반대쪽 유두가 빨렸다.
애매하다는 내 말에 자존심이 상한 건지 혀 놀림이 더 농밀해졌다.
진득하게 핥아 댈 때마다 역시나 알 듯 말 듯 한 기분만 들었지만, 일단은 그를 믿어 보기로 했다. 섹스를 잘한다고 했으니까.
“흐읏.”
나는 얌전히 그에게 가슴을 내맡긴 채 남자의 팔에 그려진 뱀을 손바닥으로 쓸어 보았다. 시커메서 거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피붓결이 보드라웠다.
따끈따끈한 온도가 마음에 들어 본격적으로 남자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어깨, 쇄골, 가슴, 하나하나 손바닥으로 문지르고 두껍다고 생각했던 흉통은 양팔로 감싸 보기도 했다. 등 뒤에서 양손이 맞닿지 않아 좀 아쉬웠다.
“으응…….”
한참 동안 유두를 물고 빨던 남자가 쪼옥, 소리를 내며 입을 뗐다.
“너무 그렇게 만지면 부끄럽잖아.”
능청 떨긴. 물고 있던 셔츠를 뱉어 내고 남자의 어깨를 밀어 의자 등받이에 기대게 했다.
양다리를 벌리고 허벅지에 올라타자, 남자의 시선이 내 다리 사이로 향했다. 셔츠에 가려 속이 보이지 않는 게 아쉬운지 입맛을 다시며 손을 뻗어 오기에 팔뚝을 두드려 저지했다.
“얌전히 있어 봐. 조금만 더 만질게.”
그가 피식 웃으며 순순히 양팔을 내렸다.
나는 본격적으로 그의 살결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시야를 꽉 채우는 넓은 가슴에 양 손바닥을 나란히 대니, 까무잡잡한 그의 피부와 하얀 내 손이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하얘서 더 꼴려.”
그는 나와 생각의 흐름이 비슷한 것 같다.
피부보다 더 짙은 유두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며 물끄러미 시선을 들었다.
“어때?”
“별 느낌 없는데.”
“처음이라 그래. 나중엔 자지러질걸?”
“귀엽네.”
자신이 한 말을 돌려받을 때마다 남자는 재미있다는 반응을 일관되게 내보였다. 웃음기 맺힌 입꼬리를 힐끔 보다 건포도 같은 그의 유두를 핥았다. 위에서 지그시 내려다보는 게 느껴졌다.
그 시선에 힘입어 좀 더 빠르게 혀를 굴리는데, 돌연 남자가 낑낑대는 이상한 신음을 흘렸다. 진짜 좋아서 낸다기보다는 다분히 만들어 낸 듯한 과장된 신음이었다.
“뭐 해?”
“네가 나 따라 하길래, 나는 너 따라 하는 중.”
“역할 놀이인 줄 알아?”
“그것도 재미있지.”
뭐라는 건지. 떨떠름하게 바라보다 다시 혀로 주욱 핥자, 그가 또 끼잉거렸다. 일부러 가슴팍을 들썩거리고, 콧소리를 내는데 진짜 안 어울리고 징그럽기까지 한 와중에도 웃기긴 했다.
재미가 들려서 손가락으로 유두를 굴리며 계속하라는 눈으로 바라보자 남자가 열심히 맞장구를 쳤다.
“너 또라이 같아.”
“같이 놀면서 나만?”
대답 대신 그의 몸통을 끌어안고 몸을 바짝 밀착했다.
입고 있는 셔츠에 감각이 가로막히는 듯해 목 끝까지 끌어 올리자, 서로의 침으로 젖은 유두가 맞닿았다. 바짝 솟은 돌기가 서로 비벼지는 감촉이 퍽 야릇했다.
흥분한 사타구니도 남자의 바지를 사이에 두고 밀착되었다. 그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불룩하게 솟은 앞섶이 갈라진 틈을 비집고 자극을 주었다.
“가만히 좀 있으라니까.”
맨살을 부대끼고 있으니 따끈하고 좋은데 자꾸 꿈틀거려서 짜증이 났다.
찰싹, 등판을 때리자 그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다가 이내 두꺼운 팔을 내 몸에 칭칭 감았다. 그러곤 꽈악 끌어안는데 사방에서 나를 압박하는 살결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더 세게 해 봐.”
“…….”
“으응, 더 세게.”
“이상한 생각 들게 하네.”
그가 중얼거리며 나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나는 그의 향이 가장 많이 묻어 있는 목에 얼굴을 비볐다.
아, 좋다. 상쾌하고, 단단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워.
“더 좋게 해 줄까?”
혼자 생각한 줄 알았는데 입 밖으로 내뱉었나 보다. 남자의 은근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코앞에서 눈이 마주쳤다.
“혀 내밀어 봐.”
약간 몽롱한 기분이 되어 혀를 쭉 빼내자 그가 그 위로 자신의 혀를 겹쳐 왔다. 말캉한 살덩이가 끈적하게 맞닿았다.
남자는 그 상태로 내 혀를 느릿느릿 핥아 대더니 이내 입술로 물고 쪽쪽 빨기 시작했다. 자꾸 혓바닥을 당겨 대서 뿌리가 아릿해 피하듯 입 안으로 되돌려 놓자, 곧장 입술이 훅 삼켜졌다.
“후으…….”
고개를 완전히 옆으로 꺾은 남자의 입술이 빈틈없이 내 입술을 짓눌렀다. 그러곤 입 안으로 혀를 쑥 밀어 넣는데, 덩치가 산만 해서 그런지 혀도 유난히 커 입 안이 꽉 차는 느낌이었다. 몸을 빨 때는 이렇게 큰 줄 몰랐는데.
그는 유두를 굴려 대던 것처럼 내 혓바닥도 제멋대로 빨고, 물고, 핥느라 바빴다. 그 와중에도 몸을 꿈틀거려 아래를 비벼 대는 바람에 꼭 키스로 쾌락을 느끼는 듯한 착각마저 일었다.
“으응, 응, 응.”
이제 나도 좀 해 보고 싶은데. 입 안에 고인 침이 꿀꺽 넘어갔다. 남자가 좀처럼 주도권을 넘기지 않아 끌려만 가다가, 간신히 혀 근육에 힘을 주었다.
내가 호응하자 혀가 더 진득하게 뒤섞이기 시작했다.
질척대는 침 소리와 자꾸 코에서 흘러나오는 비음, 남자가 목을 울리는 신음 따위가 야릇하게 식탁 위를 채웠다.
“아, 씨발. 못 참겠다.”
일순 입술이 떨어져 나가고, 몸을 감싸고 있던 팔도 풀렸다.
아쉬워서 끄응, 앓으며 고개를 들자 그가 다소 급한 동작으로 바지를 풀어 헤치기 시작했다.
욕정이 드글드글 끓는 눈동자가 연신 내 몸을 훑어 내렸다.
“우리 예쁜이 처음이 나라니. 미안해서 어떡하지.”
“그런 거에 의미 두는 타입이야?”
막 굴러먹고 살았을 놈이 처음 따위를 운운할 줄은 몰랐던 터라 의아하게 바라보자, 남자의 눈매가 살포시 접혔다.
“나한텐 의미 좆도 없지.”
“…….”
“그냥 예의상 던져 본 말이야.”
예의 그 묵직한 기둥이 툭 튀어 올랐다. 밝은 데서 보니까 더 음란하게 생겼다.
붉게 달아올라서 액을 줄줄 흘리는 귀두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대뜸 몸이 번쩍 들렸다.
한 손으로 내 허리를 감고 들어 올린 남자가, 다른 손으로 성기를 세우고 아래에 맞췄다. 나는 조금 당황해 그를 올려다보았다.
“바로 넣을 거야?”
“그래서 미안하다니까.”
“…….”
“처음은 좀 다정한 새끼랑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가 안타깝다는 듯 가증스러운 한숨을 쉬며 질구에 귀두를 꾹꾹 눌러 댔다.
푹 젖어 있긴 하나, 한 번도 열려 본 적 없는 구멍에 저렇게 큰 게 쉬이 들어갈 리가 없다.
바짝 긴장한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러나 딱히 거부할 마음은 들지 않아 잠자코 기다리는데, 금방이라도 거칠게 뚫고 들어올 것 같던 그가 쯧, 혀를 차며 다시 나를 허벅지에 앉혔다.
“왜 그렇게 떨어. 사람 마음 약해지게.”
“아플 거 같아.”
“아프기야 하겠지. 근데 좋기도 할걸.”
“보통 손가락으로 풀어 준다던데, 나도 그렇게 해 주면 안 돼?”
민영에게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가끔 성기가 큰 손님들은 꼴에 매너랍시고 손가락으로 아래를 잔뜩 풀어 준 뒤에 박는다고 했다.
긴장된 침을 삼키며 부탁하듯 바라보자 그가 눈썹을 살짝 일그러트리더니 이내 식탁 위로 턱짓했다.
“올라가.”
순순히 올라가자 지난번과 똑같이 식탁 위에서 개구리처럼 다리를 벌리게 하는데, 어두컴컴했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너무 밝아서 속살이 전부 내보일 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안 예쁜 구석이 없다, 넌.”
그 말에 시선을 내려 내 아래를 들여다봤다. 잘 보이진 않지만 붉게 달아올라 뻐끔거리는 모양새가 조금 징그럽게 느껴졌다.
이게 뭐가 예쁘다는 건진 모르겠지만 터질 듯 부푼 성기가 들어가고 싶어서 연신 꺼떡대는 걸 보면 자극적이긴 한 모양이었다.
잠시 감상하던 남자가 내가 입고 있는 자신의 셔츠를 잡아 힘으로 앞섶을 뜯어냈다. 내가 튀어 나가는 단추를 흘깃대는 사이, 그는 가슴이 보이게 옷을 전부 풀어 헤치곤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잠깐 그러고 있어. 한 발 빼고 쑤셔 줄 테니까.”
“응.”
그는 내 몸을 눈으로 낱낱이 탐하며 자위를 하기 시작했다. 굵은 기둥을 움켜쥔 손이 위아래로 몇 번 왕복을 하니 탁, 탁, 살을 치대는 소리가 점점 축축해졌다.
선단에서 흐른 액이 기둥을 적셔 올라붙은 힘줄을 더 도드라져 보이게 만들고, 그 위를 커다란 손이 훑을 때마다 남자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 음란한 광경을 넋 놓고 바라보는데 문득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보여 주면서 흘리는 거야, 보면서 흘리는 거야.”
무슨 말인가 생각하는 찰나 음부에서 액이 주룩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둘 다인 거 같아.”
“진짜 의외네.”
이내 허공으로 정액이 솟아올랐다. 마지막까지 손으로 꾹꾹 짜낸 남자는 그제야 좀 진정이 되는지 고개를 좌우로 꺾었다.
이젠 내 차례다.
내심 기대하며 다리를 좀 더 벌리자, 그가 순순히 손을 뻗어 왔다. 길고 곧게 뻗은 손가락이 젖은 음부를 주욱 훑어 올렸다.
“보여?”
그가 젖은 손가락을 보여 주었다.
“벌써 식탁이 흥건해.”
엉덩이를 살짝 들썩이니 과연 흘러내린 액으로 찌꺽이는 게 느껴졌다.
그는 내가 허리를 흔드는 걸 시뻘건 눈으로 응시하다 중지를 들어 보였다. 대뜸 욕을 하는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한 박자 늦게 그 손가락의 목적지가 다리 사이 구멍이라는 걸 깨달았다.
갈라진 틈을 깔짝대다 지체 없이 질구로 향한 손가락이 이내 좁은 구멍을 열어젖히기 시작했다.
“으으…….”
“아파?”
“조금.”
근육이 강제로 벌어지는 듯한 뻐근함이 느껴지긴 했으나 견딜 만은 했다.
그는 생각보다 신중하게 손가락을 진입시켰다.
욕구에 거침없어 보이는데, 한 번 봐준 거로도 모자라서 이렇게 세심하게 풀어 주다니.
“저번부터 느꼈는데, 너 은근히 착한 거 같아.”
“살다 보니 별소리를 다 듣네.”
남자가 심드렁히 대꾸하며 손가락을 끝까지 밀어 넣었다.
꾸물대는 질벽이 손가락에 연신 달라붙어,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그의 손가락을 통해 실감했다.
“좁네. 애초에 내 건 들어가지도 않았겠다.”
“그렇다니까.”
“뭘 알고나 하는 소리야?”
손가락이 느리게 빠졌다가 다시 파고들기 시작했다. 생소한 감각에 숨이 점점 가빠졌다. 이렇다 할 쾌감은 아직 모르겠지만 그래도 축축한 점막을 문지르는 느낌은 괜찮았다.
“아으, 으…….”
한참 손가락 하나로 내부를 들쑤시던 남자가 이번엔 약지도 입구에 가져다 댔다. 벌써 두 개나 넣으려는 건가 싶어 긴장한 눈으로 내려다보자 그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다리 사이로 가져갔다.
뭘 하려는 거지? 생각하기가 무섭게 혓바닥이 음핵을 굴리기 시작했다.
움찔, 질구가 수축했다가 다시 이완하는 그 틈에 손가락 하나가 더 밀려들어 왔다. 푸욱, 쑤시는 것에 아파할 틈도 없이 음핵이 남자의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응, 응! 으응……!”
손가락만 쑤실 때보다 이게 훨씬 나았다. 벌어진 구멍은 아릿하지만, 같이 빨아 주니 쾌락이 느껴져서인지 아픔마저 짜릿한 자극이 되었다.
“아으, 으.”
끼익. 끼익.
허리를 흔들 때마다 식탁이 요란하게 삐걱거렸다.
망가지면 어떡하지. 새로 사 줄 돈은 없는데. 근데 기분 좋아. 아파. 좋아.
두서없는 생각을 하며 신음하는데, 불현듯 그가 안에서 손가락을 꺾었다.
“아아!”
뭔가가 강렬하게 내리치는데 그게 빨려서인지, 아니면 손가락이 뭔가를 자극해서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냥 기분 좋다는 생각이 절대적이었다.
나도 모르게 남자의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거, 한 번 더 해 봐.”
다리 사이에서 그가 눈을 치켜들었다. 혀를 길게 빼고 빤히 올려다보며, 손으로 아래를 쑤시다 또 꺾는 찰나 온몸에 전율이 끼쳤다.
“흣, 그거, 아, 좋아.”
“벌써 좋아?”
“응, 응.”
“소질 있네.”
“내가, 흐, 소질 있는 게 아니라, 으읏, 네가 잘하는 거 아니야?”
끙끙대며 대꾸하자, 잠시 웃던 남자가 손가락을 쑥 빼냈다.
아직 절정은 느끼지도 못했는데 왜 벌써 빼는 건지.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았는데. 원망스레 바라보며 다시 손을 잡아당겼지만, 그가 가볍게 뿌리치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만하면 됐지?”
“더 해 줬으면 좋겠는데…….”
“해 줄게. 이걸로.”
아까처럼 팽팽해진 성기가 허벅지 위에 문질러졌다.
어느 정도 아래가 풀어진 것 같고, 손가락 두 개로도 좋았는데 저렇게 큰 게 꽉 채우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허락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곤 두 팔을 뒤로 뻗어 몸을 지탱하자, 남자가 오른손으로 제 성기를 잡아 아래를 맞췄다. 귀두로 틈 사이를 슥슥 문지를 때마다 뱀이 함께 꿈틀거렸다.
몇 번 왕복하며 아래를 비벼 대던 그가 질구로 귀두를 내렸다. 나를 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는 성기가 맞닿은 음란한 광경을 구경하느라 그에게 눈길을 줄 겨를이 없었다.
“아프긴 할 거야.”
“응.”
커다란 귀두가 좁은 구멍을 서서히 비집고 파고들기 시작했다. 손가락 두 개로는 아무래도 부족했는지 열리는 게 빠듯했다.
아프긴 한데, 어쩐지 짜릿한 느낌이었다.
아까의 여파 때문인가. 고통과 쾌락을 동시에 겪었더니 멍청한 뇌가 그 둘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었나. 대충 그렇게 생각하며 가쁜 숨을 뱉어 냈다.
“후우, 읏.”
“하…….”
남자는 끈질기게 아래를 밀어 넣었다.
본인도 꽤나 힘이 드는지 손등과 팔에 힘줄이 도도록이 올라붙고, 숨소리가 거칠었다. 도중에 욕설을 짓이기기도 했다.
조금 답답한 마음에 힐끔 시선을 들었다.
“그냥 푹 쑤셔.”
“…….”
“차라리 한 번 아프고 마는 게 낫겠어.”
왠지 그는 한 방 먹은 얼굴이 되었다.
나는 재촉하듯 손바닥으로 뱀을 문지르며 다시 아래를 구경했다. 이내 그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 낮게 목을 울렸다.
“울지나 마.”
“울긴 누가…… 악!”
말을 끝내기도 전에 아래가 꿰뚫렸다.
믿을 수 없는 감각에 입이 멍청하게 벌어졌다. 아마 밑은 그보다 더 크게 벌어졌을 거다. 저 말도 안 되는 성기를 한 번에 품었으니 말이다.
“아아…….”
입 안이 바짝 마르고, 다리는 바들바들 떨리고, 땀구멍마다 땀이 솟아오르며,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며, 심장이 미친 듯이 벌렁거렸다.
기시감이 느껴졌다.
나는 이 기분을 알고 있다.
아드레날린이 극도로 분비되어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아득함.
‘죽어!’
원장의 배를 칼로 쑤실 때 느꼈던 것과 동일한 흥분감.
“아아……!”
“그것 봐. 울 거라니까.”
눈가를 닦아 주는 손길에도 나는 넋이 나가 있었다.
아무리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세포들에게만큼은 절대적인 주인인지라, 세포들은 안간힘을 다해 칼을 밀어 낸다.
그 지독한 생존 본능은 나에게도 있었다.
모든 세포가 합심해 내게 침입한 남자의 성기를 밀어 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바짝 조여드는 질벽에 그가 신음하며 식탁을 주먹으로 툭툭 짚었다.
“씹, 끊어지겠어.”
“하으…….”
나는 한순간에 칼을 쥐었던 날로 돌아간 탓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상하다. 그땐 내가 쑤셨고, 지금은 쑤셔지고 있는 건데도 살인을 반복하는 기분이 들었다.
왜일까. 모르겠다.
그저 이 금단의 행위에 정신없이 휩쓸렸다.
천천히 기둥이 쓸려 나갔다.
그러곤 다시 안으로 푸욱.
“아! 아아!”
푸욱.
“하윽!”
푹.
“아응! 응!”
푸우욱.
살인은 쉬지 않고 이어졌다.
그럴 때마다 고통과 쾌락이 동반되었다.
“아, 아파, 흑, 좋아. 아파…… 으응, 좋아.”
“좋다는, 거야, 아프다는, 거야.”
“몰라, 응, 하윽! 너는? 너는 어떤데?”
“비슷, 해, 끊어질 것, 같은데, 존나 좋아.”
남자의 목소리가 불규칙하게 끊겼다. 단단하게 굳어진 그의 턱을 타고 땀이 뚝뚝 떨어졌다. 다행이다. 나만 이상한 게 아니라서.
몸을 지탱하고 있던 팔을 뻗어 남자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러곤 곧장 귀 뒤에 얼굴을 묻었다.
“흐읏, 응!”
“씨발, 기대, 이상이네.”
그는 내가 매달리는 게 마음에 들었는지 못 참겠다는 신음과 함께 내 몸을 들어 완전히 일어났다.
그가 허리를 찧어 댈 때마다 허공에 매달린 몸이 그네처럼 앞뒤로 흔들렸다. 그 반동에 아래가 더 깊이 꿰뚫렸다.
“아읏, 너무, 흑! 깊은데……!”
그만큼 아프고, 좋았다.
“아아, 아!”
그리고 또 한 번 나를 깊이 찔러 오는 살인자의 행위에 척추를 타고 강렬한 쾌감이 흘렀다.
있는 힘껏 목을 끌어안을 때, 그도 사정하는 게 느껴졌다. 남자의 정액은 내 안을 고스란히 채웠다.
“묶었으니까 임신 걱정은 말고.”
딱히 그런 쪽으로는 생각해 본 적도 없어서 대답 대신 저릿저릿한 아래를 연신 꿈틀댔다.
안에서 남자의 성기가 다시 형태를 키워 나갔다. 그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를 만큼 눈앞이 아득했다.
이윽고 몸이 푹신한 곳에 눕혀졌을 때야 침대 위라는 걸 알았다.
여전히 아래를 엮은 남자가 내 위에 올라타 다시 허리 짓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푹.
푹.
푸욱.
푹.
“아아…… 죽을 것 같아.”
“나도 그래. 좋아 뒈지겠어.”
나는 반대였다.
뒈질 수 있을 것 같아 좋았다.
* * *
마지막 기억은 엎드려 누운 채 등에 올라탄 남자의 무게를 감당하는 거였다. 거대한 몸뚱어리가 나를 짓누르는 것은 꽤 황홀했다. 그 상태로 기꺼이 안을 파이다가 기절한 것 같다.
맥없이 눈을 떴을 때, 남자는 마주 보이는 벽에 담배를 물고 앉아 있었다. 흐트러진 바지와 벗은 상의. 마지막으로 본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내가 입었던 셔츠는 바닥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
그는 느릿느릿 눈을 깜빡이는 나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그에게선 고요한 공기가 흘렀다.
“나도, 담배.”
“…….”
“나도 줘.”
새로운 경험을 한 몸뚱어리는 산산조각 나 흩어진 게 아닌가 싶을 만큼 감각이 없었다.
혹시 머리만 살아 있는 거 아닐까. 그렇게 쑤셔 댔으니 몸은 죽어 없어졌나. 다소 징그러운 상상을 하며 시선을 내리는데 정말로 몸이 없었다.
몸이 있어야 할 곳에 꽃무늬 이불만 둘둘 말려 있었다.
“잠버릇이야?”
남자가 깊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뜻인가 싶어 바라보니, 그가 이불을 가리켰다.
“자면서 혼자 말던데.”
“…….”
그제야 몽롱한 정신이 돌아오며 몸의 감각도 느껴졌다.
이불을 말고 자는 건 오래된 습관이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그도 덩달아 고개를 흔들었다.
“애기 같네.”
“민영이는 벌레 같다던데.”
“이렇게 예쁜 벌레가 어디 있어?”
능청스러운 대꾸에도 고요함이 묻어 있었다. 왜 저러나 싶어 의아하긴 하지만 물어볼 만큼 궁금하진 않아 흘려 넘겼다.
“나도 담배 달라니까.”
“돛대야.”
“거짓말.”
“이번엔 진짠데.”
“그럼 나눠서…….”
나눠 피우자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가 벽에 담배를 비벼 껐다.
“쫌생이.”
입을 삐죽이자 그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젖혀 벽에 뒤통수를 댔다. 그 상태로 지그시 내려다보는 눈매가 유독 짙었다.
“몇 시야?”
“3시쯤.”
“낮?”
“새벽.”
그럼 어제 한 거라곤 죽 조금 먹고, 섹스하고, 잔 게 전부인 건가. 일차원적인 쾌락만 충실하게 채운 짐승 같은 하루가 내 처지에 딱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문득 남자가 입을 열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
이불을 좀 더 당겨 몸을 조이게 만들었다.
“왜 찔렀어?”
남자가 새 담배를 꺼내 물었다. 어이가 없다.
“돛대라며.”
눈을 가늘게 뜨고 힐난하자 그가 뻔뻔스레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죽이는 데 실패한 사람. 왜 죽이려고 한 거야?”
“별 게 다 궁금하다, 넌.”
“누굴 죽이기엔, 너무 예쁘잖아.”
“그게 무슨 상관이야.”
시큰둥하게 대꾸하자 그가 담배를 쭉 빨아들였다.
일부러 더 볼을 홀쭉하게 만들어 보란 듯이 맛있게 빠는 게, 저걸로 나를 꼬시려는 듯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이유야 얼마든지 말해 줄 수 있다. 이게 뭐 별거라고.
“우리 언니를 죽였거든.”
순순히 입을 열자 그가 연기를 푹 뱉어 내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침대에 양팔을 걸치고 기대 손을 뻗어 주기에 눅눅한 필터를 빨았다.
“언니 죽인 놈 복수한 거야?”
“응.”
“잘했는데 왜 잡혀갔지.”
“언니가 그 사람 때문에 죽은 걸 나만 알아서.”
잠시 말이 없던 그가 내게 담배를 다시 물려 주었다.
“아깝네. 그냥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폐부를 매캐한 것으로 가득 채우며 남자를 바라봤다.
“너도 교도소 간 적 있어?”
“갑자기 왜?”
“거기 언니들이랑 비슷한 말을 해서.”
좁아터진 교도소에 갇혀 살다 보면 시간을 죽일 만한 일이 별로 없다.
정확히는 뭘 해도 재미가 없다.
그나마 흥미를 돋우는 건, 각자의 인생사를 공유할 때가 전부였다. 한방을 쓰는 재소자들끼리는 번갈아 가며 각자의 이야기를 했다.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살해한 사람도 있었고, 애인에게 배신당해 그 집에 불을 지른 사람, 외로워서 마약에 중독된 사람, 가난이 지긋지긋해 돈을 훔친 사람 등등.
그럴 때마다 우리는 보다 더한 죄를 짓지 않은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고통 없이 죽이느니 더 괴롭히다 죽였어야 한다거나, 집에 불을 지르지 말고 애인을 화형시켰어야 한다거나, 기왕이면 더 센 마약을 구하라든가, 훔칠 거면 제대로 한탕 해야 했다는 둥 거침없었다.
법을 어기고 수감된 사람들을 모아 두니 무법 지대일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도 다들 같은 말을 했다.
그때 죽였어야 했는데. 그런 새끼는 죽어 마땅한 새낀데. 아깝게 됐네. 이번에 나가서 제대로 죽이고 다시 들어와.
담배를 한 모금 빤 남자가 길게 숨을 뱉어 냈다. 뿌연 연기가 허공에 흩어졌다.
“사람 생각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
“나쁜 놈들은 나쁜 생각 하고, 착한 놈들은 착한 생각 하지 않겠어?”
“넌 나쁜 놈이야?”
“보다시피.”
그가 겹친 팔에 턱을 대고 빙긋 웃었다. 보조개가 역시 귀여웠다.
“착한 거 같던데.”
“그런 말 너한테 처음 들어 본다니까.”
“원래는 어떻게 섹스하길래?”
“궁금해?”
의미심장한 물음이라 슬쩍 시선을 피했다.
“지금은 몰라도 돼.”
궁금한 것과 별개로 꼼짝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웃으며 침대로 올라와 옆에 자리하고 누웠다. 싱글 침대라 커다란 몸뚱어리가 끼어드니 비좁았다. 남자는 이불째로 나를 끌어안고 다리까지 턱 하니 얹었다.
“너 진짜 귀엽다.”
왜인지 그가 말하는 ‘진짜’는 강조가 아닌 확인에 가까운 뉘앙스로 들렸다.
“내가 뭘 했다고.”
“그러게. 뭘 했다고 귀엽네.”
“넌 세상이 다 귀여워 보이나 보다. 덩치가 커서 그런가.”
“살면서 사람 보고 귀엽다고 느낀 건 처음이야.”
“그래? 의외네.”
물끄러미 고개를 들자 그가 담배를 이불에 비벼 껐다.
여기저기 보이기만 하면 대충 다 문대는구나. 이 남자와 며칠만 붙어 있으면 집이 남아나질 않겠다.
“자꾸 그렇게 아무 데나 끄지 마. 민영이 집인 거 알잖아.”
“알 게 뭐야.”
남자는 쓰레기가 된 꽁초를 아무렇게나 던지고 나를 더 끌어안았다. 이불과 남자의 몸이 이중으로 감싸 오니 보다 안락했다.
“예쁜이 이제 뭐 할 거야?”
“잘래.”
“자고 나서.”
“씻겠지.”
“씻고 나면?”
“먹다 남은 죽 먹을까 봐.”
“먹고 나면?”
“……뭐가 궁금한 거야? 제대로 말해.”
귀찮다는 얼굴을 하자 그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고작 스무 살 된 애가 칼을 쥐었을 땐 미래 같은 건 버릴 생각이었을 텐데, 다시 사회로 내던져졌잖아.”
“…….”
“앞으로 어떻게 살려나 궁금해서.”
“…….”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일도 해야 할 텐데, 할 줄 아는 거 있어? 그 안에서 배운 거라든가.”
“딱히.”
교도소 안에서 이것저것 배우긴 했지만 특별히 내세울 만한 기술을 습득하진 않았다. 언니도 죽은 마당에 그딴 걸 해서 뭐 하나 싶어 그냥 대충 시간만 때웠다.
“아니면 복수?”
“생각 안 해 봤어.”
“왜? 실패했으면 아직 한이 맺혔을 텐데.”
“그렇지도 않아.”
원장의 지독한 생존 본능을 실감했을 때 나는 내가 그것을 거스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걸 무시하고 사람을 죽이려면 아주아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나에게는 더 이상 그럴 만한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아니면 하고 싶은 건 없어? 밖에 나가면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한 건 있었을 거 아니야.”
“별로.”
“…….”
“아, 하나 있다.”
“뭔데?”
“섹스.”
남자가 황당하다는 듯 실소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해 본 적은 없어서 늘 궁금했거든.”
“그래서 그렇게 맛있게 빨아 댔구나?”
“그런가 봐.”
“운이 좋네.”
“맞아. 잘생기고 좋은 향수 뿌리는 남자랑 붙어먹었으니 운이 좋았지, 뭐.”
“나 말한 거야.”
이불을 사이에 두고 올라붙은 성기가 아랫배를 찔러 왔다.
“나 말고 다른 놈이 왔으면 걔랑 붙어먹었을 거 아니야.”
“음…….”
그 사람도 생긴 게 적당히 봐줄 만하고 상쾌한 냄새가 나고, 착하고, 담배를 줬으면 그러지 않았을까.
대충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남자가 내 볼을 쿡 찔러 왔다.
“섹스 매너가 별로네.”
“왜?”
“좋다고 떡을 쳐 댔으면, 입 발린 소리라도 해 주는 게 매너야.”
“…….”
“자, 따라 해 봐. 난 오빠라서 꼴린 거야.”
“뭐래.”
심드렁히 손을 치워 내니 그가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는 듯 웃으며 허리를 흔들어 댔다.
보풀이 일어난 거친 이불에 비벼지는 게 좋은지 발정 난 개처럼 구는 걸 그냥 내버려 두는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스무 살 때 그런 거 어떻게 알아?”
“…….”
“칼로 찌른 건? 난 말한 적 없는 거 같은데.”
“했어.”
“언제?”
“떡 칠 때.”
기억을 더듬어도 끝없는 삽입에 헐떡이며 신음한 것밖에 생각나는 게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남자가 허리를 더 강하게 치댔다. 그 바람에 몸이 덩달아 흔들렸다.
“한 번 더 할 수 있겠어?”
몸이 흔들릴 때마다 그의 아래에 깔렸던 게 떠올라 약간 동하긴 했다.
내가 곧바로 거부하지 않으니 그가 이불 밑단을 슬슬 끌어 올렸다. 하반신만 보이게끔 이불을 걷어 내고 올라탄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진짜 내가 섹스 도중에 그런 말을 했어?”
“응. 물어보니까 술술 불던데.”
하긴, 딱히 숨길 생각은 없는지라 언제 물었대도 대답했을 거다.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내 다리를 넓게 벌리곤 성기를 푸욱 밀어 넣었다.
오랫동안 들락거렸는데도 처음 하는 것처럼 생소한 아픔이 밀려왔다. 그리고 동반되는 쾌락까지.
“안에 싸 놓은 게 있어서 많이 아프진 않지?”
“흣, 네가 뭘 알아.”
“내가 뭘 몰라?”
“그렇게 큰 거는 언제 넣어도 아플 거야.”
“그랬구나. 오빠가 너무 커서 미안해?”
뻔뻔스레 대꾸한 남자가 나를 꽁꽁 싸매고 있는 이불을 풀어냈다.
안락하게 갇혀 있다가 해방되니 왠지 불안한 느낌이라 이불을 움켜쥐었지만 이미 다 걷어진 뒤였다.
“왜 풀어?”
“흔들리는 거 구경하려고.”
무슨 말인가 했는데, 남자가 허리를 세게 찧어 올리자 가슴이 출렁거렸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눈빛이 음흉했다.
푹, 푹. 쑤셔 댈 때마다 요동치는 몸뚱어리가 꼭 허공을 배회하는 것처럼 불안정했다. 연결된 아래를 제외하곤 온기가 없어 서늘하기도 했다.
나는 머리 옆으로 기운 없이 떨궈진 팔에 힘을 주어 남자에게 뻗었다.
“안아 달라고?”
“응.”
“감상 좀 하고.”
그가 내 손을 걷어 내고 허리를 거칠게 움직였다.
“아, 아응!”
떨어져 나갈 것처럼 흔들리는 가슴을 내려다보는 그는 꼭 먹이 앞의 포식자 같았다.
연신 입맛을 다시던 남자가 눈을 들어 나를 보더니 돌연 알 수 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뭘 또 삐치고 그래?”
“무슨 소리야.”
달뜬 신음을 뱉으며 어이없다는 듯 받아치자 그가 나를 품에 안은 채 몸을 빙글 돌렸다. 위치가 바뀌어 그가 밑으로, 내가 위에 올라탄 자세였다.
몸이 바짝 밀착하고, 굵은 팔이 등허리를 꽈악 조이니 그제야 만족스러운 숨이 목구멍에 맺혔다.
“안 안아 준다고 입 삐죽 내밀고 노려봤잖아.”
“내가 언제? 왜 말 지어내?”
“지어내긴 뭘 지어내. 방금 투정 부리던데.”
기가 막혔다. 조금 한기를 느끼긴 했지만 투정을 부린 적은 없다. 가슴팍에 묻힌 고개를 들고 노려보자 남자가 내 윗입술을 손가락으로 주욱 잡아당겼다.
“이거 봐. 잔뜩 튀어나왔잖아.”
“네가 당기고 있잖아.”
손을 치워 내고 다시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따끈따끈한 맨살이 몸에 착 감기고, 상쾌한 냄새가 나를 뒤덮었다.
“아무리 씹질이 궁금해도 겁도 없다, 넌.”
남자가 허리를 들썩이며 말했다.
“정체도 모르는 새끼한테 무슨 꼴을 당할 줄 알고 이렇게 쉽게 몸을 허락해?”
“흐읏!”
처음 보자마자 나랑 자고 싶어서 발정한 놈이 할 만한 책망은 아닌 것 같은데. 황당해서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아래를 드나드는 굵은 성기에 신음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가 정신 나간 사이코패스였으면 어쩌려고, 경계도 안 하고.”
“너, 후으, 착하던데.”
“쇼하는 거일 수도 있잖아.”
“읏……!”
그러니까, 본인이 위험한 놈일지도 모르는데 겁 없이 몸까지 섞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건가. 나는 남자의 허리 짓에 맞춰 헐떡이며 겨우 입을 열었다.
“그래 봐야 죽기밖에 더 하겠어?”
“…….”
“아아…….”
엎드려 있으니 배가 눌려서 그런지 자극이 더 강했다.
특히 그가 뿌리까지 밀어 넣은 채 내 몸을 꽉 끌어안을 땐, 안에서 성기가 마구 짓눌려 숨이 턱턱 막혔다. 내부에서부터 나를 망가트릴 것 같은 무지막지함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새끼 코알라처럼 그에게 좀 더 달라붙었다.
“조금만 떨어져 봐. 박기 힘들어.”
“알아서 해. 너 잘하잖아.”
“얼씨구.”
그가 멋대로 내 허리를 들어 올렸다. 가슴부터 배꼽까지는 붙어 있고 그 아래는 떨어졌다. 다시 붙이려고 힘을 줘 봐도 단단히 고정한 남자의 팔뚝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 상태로 공간을 벌려 놓고 그가 빠르게 아래를 치대기 시작했다.
쾅쾅, 매트리스가 요란하게 흔들리며 남자의 성기가 구멍을 빠르고 깊게 들락거렸다.
“아, 아, 응, 으읏!”
“후우, 씨발…….”
엉덩이만 허공에 든 채로 파고드는 성기를 받아 내다 예고 없이 절정에 다다랐다.
허리가 위아래로 정신없이 펄떡거리는 와중에도 남자는 삽입을 계속했다. 흥분해서 수축한 질벽을 연이어 뚫는 바람에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가, 갔어, 응, 갔어…….”
그래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예 내 허리를 잡고 같이 움직이는 바람에 삽입질의 리듬이 더 거세졌다.
절정에 다다라 예민한 음부가 연이은 자극에 이상한 낌새를 내보이기 시작했다.
질구는 제멋대로 벌름대고, 음핵은 더 부풀어 올랐으며 아랫배와 둔덕 사이의 방광이 뭔가로 가득 채워지는 듯했다. 그게 요의라는 건 한 박자 늦게 깨달았다.
조금 당황해서 더듬더듬 고개를 들자, 남자는 이를 악물고 흥분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 흐윽, 이상해.”
“…….”
“쌀 거 같은데, 응, 이상해…….”
섹스 도중에 요의를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했던가. 교도소에서 주워들은 성 지식을 떠올려보려고 했지만 당장 박혀 드는 아래에 온 정신이 팔려서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일단 본능적으로 남자의 가슴팍을 짚고 상체를 세웠다. 팔 안으로 모여든 가슴이 움직일 때마다 요동쳤다.
“잠깐만, 읏, 이상하다고 했잖아.”
“싸고 싶어?”
“응, 응, 화장실 갈래. 흐윽, 갔다 와서 해.”
“그냥 여기서 싸.”
고개를 저으며 가슴팍을 긁으니 불쌍해 보였는지 남자가 허리를 놔주었다.
가까스로 그의 성기가 빠져나가고 벌어진 구멍이 좁게 여무는 게 느껴졌다. 나는 더듬더듬 남자의 배를 짚어 가며 몸을 완전히 세웠다.
바들바들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내려가려 하자, 그가 엉덩이를 받쳐 주었다. 도와주는 것 같았다.
아니.
“아응!”
도와주는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엉덩이를 들어 올린 채로 곧바로 아래를 쑤셔 박는 바람에 몸이 다시 툭, 떨어졌다.
남자의 성기 위에 완전히 주저앉아 놀란 얼굴을 하자 그가 다리를 세우고 허벅지에 나를 기대게 만든 뒤 다시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하윽, 화장실 간다고 했잖아……!”
“괜찮아. 오빠한테 싸도 돼.”
“으으응, 싫어, 싫어. 미친놈. 꺼져.”
막연한 거부감에 고개를 마구 저었지만, 몸은 사정없이 위로 솟구쳤다가 아래로 떨어졌다. 내 무게까지 실려 깊어진 삽입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러다 불현듯, 정말 이건 안 된다는 위기감이 드는 한순간, 아래에서 물줄기가 쏟아졌다.
“아아…….”
남자도 정액을 싸질렀다. 투웅, 안에서 튕기듯 빠져나온 성기가 안이고 밖이고 할 것 없이 정액을 흩뿌렸다. 나는 내 흔적으로 젖은 남자를 내려다보느라 그따위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남자가 넋 나간 나를 보며 웃었다.
“진짜 기대 이상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