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아이보리 블라우스에 네이비 펜슬스커트.
싱글 버튼 재킷의 소매를 살짝 걷어 올리고, 풍성한 웨이브의 머리를 느슨하게 묶은 재이는 평소보다 긴장된 표정이었다. 출근 첫날의 설레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하얀 얼굴에 핑크빛으로 물든 뺨은 그래서 더 사랑스러웠다.
맞은편에 앉은 재현의 눈치를 보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는 녀석을 앉아 있는 소파에 엎어 놓고, 다디단 그곳을 빨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재현은 아버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회사에 출근한 재이는 수많은 직원 중의 하나일 뿐, 사사로운 감정을 가지고 대해선 곤란하다.
그는 요즘 회사에서 가까운 오피스텔을 알아보고 있었다. 회사에서 집까지 거리가 좀 멀기도 하거니와 집에서는 재이를 마음껏 안을 수가 없었다.
크리스마스 이후로 연말과 연초의 여러 행사가 겹쳐 재현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하루하루를 뛰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면 종일 쌓였던 긴장과 피로를 분출시키고 싶은 욕구가 날이 갈수록 커졌다.
그러나 부모님이 집에 계실 때 재이는 근처에 얼씬도 못 하게 했다. 물론 단둘이 느긋하게 보낼 시간마저 없었다.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그러지? 내가 기획실장에게 너 좀 잘 봐달라고 얘기해 둘까?”
아버지는 아무래도 아직 어린 재이가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재이는 브랜드 기획실 인턴으로 입사했고, 최고의 AP(Account Planner)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갖고 있었다.
“아니에요, 아빠. 그러지 마세요. 아무도 제가 오너의 딸이라는 사실을 몰랐으면 좋겠어요. 다른 평범한 사원들처럼 일하고 싶어요.”
“네 뜻은 알겠다만, 이사진들은 이미 너를 알고 있으니 계속 숨기는 건 어려울 게다.”
“나중에 직원들이 알게 되더라도 아빠가 잘 말씀드려 주세요. 이전처럼 평범한 직원으로 대해 달라고.”
재이의 순진하지만 나름은 간절한 부탁을 들으며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오빠도 마찬가지야. 괜히 회사에서 나 알은척하지 말고, 상사들께 혼이 나더라도 편들어 주지 말고. 알았지?”
“글쎄다. 너 하는 거 봐서.”
재이는 곱게 눈을 흘기며 탁자에 놓인 찻잔을 집어 들었다.
“조예진 씨 오셨습니다.”
노크를 하고 들어온 비서가 고했다.
재현의 표정이 단박에 굳어진 걸 살핀 재이의 시선이 재현을 지나 문 쪽으로 향했다. 재현의 뒤쪽에서 또각또각 구두 굽 소리가 앞으로의 심상치 않은 미래를 예고하듯 크게 울렸다.
계약 세부 사항의 조율을 거쳐 오늘 최종 계약서 사인을 하는 날이었고, 재현은 그 미팅에 참석하지 않았다. 굳이 예진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
“어서 와요.”
아버지가 일어나 예진과 악수를 나눴다. 그녀를 여기로 부른 사람은 아버지인 것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조예진이라고 해요.”
“여기 조예진 씨 모르는 사람 있나. 전 국민이 아는 스타인데.”
“과찬이세요. 세현 자동차를 대표하는 모델이 되어 영광입니다. 이번에 신차 출시 무척 기대하고 있어요.”
번지르르한 말솜씨. 상대가 누구라도 살살 녹이는 애교스러운 눈웃음과 환한 미소. 제 얼굴과 몸이 남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다 알고 이용하는 재주. 제 부탁을 들어주는지 상대방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다 들어주게 만드는 간교한 능력.
재현도 처음엔 그녀의 묘한 설득력에 넘어가 꽤 많은 청을 들어주었다.
“우리야말로 예진 씨 같은 좋은 모델을 영입하게 돼서 행운이지. 인사해요, 이쪽은….”
“그동안 잘 지냈어, 재현 씨?”
둘 사이가 꽤 쿨하게 끝났던 것처럼 예진은 스스럼없이 알은척을 해왔다. 입 안에 비릿한 쓴웃음이 돌았다.
예진과 재현을 번갈아 쳐다보는 재이의 눈동자는 조금 전보다 더 어두웠다. 예진을 무시하고 싶은 충동을 누르며 재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의 단추를 채웠다.
“우리가 말을 놓을 사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예의를 지키는 게 서로를 위해 좋을 것 같군요.”
재현은 예진을 마주 보며 섰다. 전보다 코가 더 오뚝해졌고, 눈썹에는 문신을 했고, 양쪽 귀에는 구멍이 하나씩 더 뚫려 있었다. 얼굴 윤곽이 전보다 갸름해져서 그렇지 않아도 작은 얼굴이 더 작아 보였다.
잘나가는 배우가 되더니 신수도 환해졌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걸친 것들이 죄다 명품이었다. 걸친 것들을 협찬받았는지, 직접 산 건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은 건지 재현은 알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까칠한 건 여전하네요.”
“서로 아는 사이냐?”
아버지가 물었다.
“예전에 좀 알던 사입니다.”
“그냥 알던 사이가 아니라 사귀던 사이였어요. 합의하에 헤어졌는데, 아직도 제게 감정이 좀 남아 있는 건가요?”
재현의 눈썹 끝이 미세하게 올라갔다.
“그럴 리가. 우린 그만 가자.”
재현을 따라 일어나는 재이에게 시선을 준 예진이 방긋 웃어 보였다.
“재이 씨, 반가워요.”
“아, 네… 안녕하세요.”
“우리 언제 차 한잔해요.”
“조예진 씨가 우리 재이를 만날 이유는 없을 텐데요.”
다시 저와 잘해 보려는 수작을 내포한 반가운 인사가 재현의 심기를 어지럽혔다. 어쩌면 이런 식으로 다시 얽히는 게 싫어 예진을 광고 모델로 받아들이길 거부한 것이다. 재현에게 원하던 걸 끝내 얻지 못해 다른 남자에게 간 여자가 다시 돌아오려 한다면 그 이유는 분명 원하는 다른 뭔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진은 그걸 손에 넣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재이를 앞세워 방을 나가는 재현의 뒤에 대고, 예진이 말했다.
“우리 앞으로 자주 보겠네요. 언제 밥 한번 먹어요. 예전에 재현 씨가 많이 샀으니까, 이번엔 제가 대접할게요.”
재현은 대꾸 없이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재이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지만, 꽤 번잡한 눈으로 생각에 잠겼다. 생각이 많아진 건 재현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밤, 재이는 같이 입사한 인턴 동기들과 함께 회식을 하러 간다고 했다. 재현은 그녀를 데리고 새로 구한 오피스텔에 가기 위해 회사에서 야근을 하며 기다렸다.
9시쯤 재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재이는 회식 장소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 있었다. 재현의 차를 발견한 녀석은 벤치에서 일어나 차가 있는 곳까지 10미터쯤 걸어왔다. 바람이 제법 찬데도 목도리 하나 두르지 않고, 얇은 코트를 여민 채 귀가 빨갰다.
운전기사가 내려 차의 뒷문을 열어 주었다.
“멋 부릴 생각하지 말고 따뜻하게 입고 다녀.”
옆으로 와 앉는 그녀에게서 찬 기운이 건너온다. 빨갛게 익은 귀를 손으로 감싸 따뜻하게 해주려다가 생각을 고치며 재현은 운전기사에게 출발하라고 일렀다.
“술 마셨어?”
“소맥 두 잔. 다들 마시는데, 혼자 빼고 있을 수가 없어서.”
“앞으로도 회식 끝나면 나한테 전화해. 데리러 올 테니까.”
“응.”
“술은 절대 취할 정도로 마시지 말고.”
“알았어.”
녀석은 말간 얼굴로 재현을 쳐다보며 미소 지었다. 추운 데 앉아 있었다고 코와 뺨도 핑크빛이 돌았다. 일상처럼 봐 오던 아이가 한순간에 이토록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재현은 믿기지 않았다.
예전에 무심히 스쳐 갔던 그녀의 표정들은 유독 생동감이 넘쳤고, 얼굴 근육의 작은 움직임들까지도 못 견디게 사랑스럽다. 정말로 이 녀석이 달라진 건지, 제 눈에 콩깍지가 씐 건지 구분이 안 되었다.
“오빠는 저녁 먹었어?”
“응.”
“뭐 먹었는데?”
“그게 왜 궁금한데.”
“그냥 궁금해. 오빠가 뭐 먹었는지, 하루 종일 무슨 일을 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코올 때문인지 재이는 웃음이 헤퍼졌다. 눈웃음을 치며 자신을 쳐다보는데, 재현은 좆이 발딱 서버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재현은 창문을 조금 내렸다. 차디찬 바람이 달아오르는 열기를 조금은 알맞게 식혀 준다.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 재현의 옆얼굴에 재이의 시선이 쏟아졌다.
“조예진 씨 말이야… 더 예뻐진 것 같더라.”
“…….”
“예전에도 진짜 인형 같았는데, 지금은 뭐랄까… 여신 같다고 해야 하나.”
“관심 없어.”
그 여자에 관한 얘기는 하고 싶지도 않고, 떠올리고 싶지도 않았다. 마음속 어딘가 꺼내 보지 않을 아주 깊고 먼 그곳에 처박아 놓았던 생각들이 다시 꺼내 나오는 게 역겹다.
“광고 촬영 끝날 때까지 그 여자를 자주 마주치게 될 거야. 괜히 친한 적 다가오고, 잘해 줘도 적당히 거리 둬. 나는 두 번 다시 그 여자랑 개인적으로 얽히고 싶은 생각 없으니까.”
“…….”
“대답 안 해?”
“알았어.”
조예진이 화제로 떠오르자 재이 때문에 꿈틀거리던 재현의 몸은 싸늘히 식어 버렸다. 그는 창문을 다시 올리며 기억하고 싶지 않은 예전 일들을 머릿속에서 몰아냈다.
예진이 철저하게 자신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는 그녀와 함께했던 좋은 기억들까지 모조리 더럽혀졌다. 지금은 연애의 핑크빛 기억 따위는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가 했던 말들, 웃음, 눈물, 그 모든 것은 그저 가식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버지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가면서까지 재현의 곁으로 되돌아오려 하는 이유.
불순한 의도. 좋지 않은 예감에 재현의 등줄기로 소름이 스친다. 아버지를 움직인 사람이 누구인지 은밀하게 알아보고 있었지만, 아직은 감조차 잡을 수가 없었다.
차가 목적한 오피스텔 앞에서 멈췄다. 얼마 전에 완공된 오피스텔은 회사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가구를 전혀 구입할 필요가 없는 풀퍼니시드 타입이라 언제든 입주가 가능했다.
꼭대기 층 펜트하우스는 이미 계약이 되어 나갔지만, 각 라인에 엘리베이터가 따로 연결되어 있었다.
‘주차 공간도 충분하고, 프라이버시도 잘 보장됩니다. 아주 만족하실 겁니다.‘
엊그제 계약을 하기 위해 만난 관리인이 장담했다. 오피스텔 내부는 그다지 넓은 편은 아니었다. 거실과 이어진 부엌, 욕실, 침실 두 개로 구획된 기본 구조였다. 다만 인테리어에 신경을 썼는지 가구와 마감재는 고급스러웠다.
건물 앞쪽으로 고층 빌딩이 없어 시야가 트인 것도 장점이었다. 당장 필요한 침구와 욕실용품을 준비해 놓았고, 내일은 집에서 옷이며 필요한 소품들을 챙겨 올 계획이었다.
“여긴 어디야?”
창밖으로 건물을 올려다보며 재이가 물었다.
“오피스텔을 구했어.”
“정말 집에서 나올 생각이야?”
재현은 대답 없이 차에서 내렸다. 운전기사가 재이 쪽의 차 문을 열어 주었고, 재현은 운전기사를 먼저 보냈다.
엘리베이터는 카드 키가 있어야만 올라갈 수 있었다.
조금 긴장된 표정의 재이의 손을 잡고 재현은 23층에 있는 오피스텔 문을 열었다. 재이는 내부를 살펴보면서 안으로 들어가더니 창가에 섰다. 재현은 냉장고에 보관해 둔 샴페인을 꺼내 거품을 싱크대에 버리고 두 개의 잔에 술을 따랐다.
“이리 와.”
재이가 다가와 먼저 와 앉아 있는 재현에게서 잔을 건네받으며 소파에 앉았다.
“고마워. 하루 종일 긴장을 해서 그런지 피곤해.”
재현은 술을 한 모금 넘기고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재이를 무릎으로 올려 앉히고 부드러운 입술을 머금었다. 재이가 고개를 돌렸다.
“아직 양치도 못 했어.”
“칫솔이랑 치약 사다 놨어. 같이 씻자.”
재현은 재이가 양치를 하는 동안 옷을 벗고 샤워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따뜻한 물줄기를 맞으며 선 재현을 힐끔 보더니 재이는 애써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 이제는 서로의 알몸에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부끄러워하는 게 귀엽다.
재현은 양치를 마친 재이의 손을 잡아 샤워 부스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녀의 작은 손으로 페니스를 쥐게 하고, 끌어안으며 입을 맞췄다. 막 양치를 끝낸 입 안에는 치약 냄새와 달큼한 맛이 났다.
“혀 내밀어.”
재현은 빨간 혀와 아랫입술을 동시에 빨면서 이미 축축해져 버린 스커트를 걷어 올렸다.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엉덩이를 쥐자 손을 적신 물이 그녀의 엉덩이에도 펴 발렸다. 손을 더 아래로 내려 구멍 안으로도 손가락을 넣어 물기로 벌어진 틈을 씻어 냈다. 축축하게 젖은 블라우스 너머로 앙증맞은 브래지어와 하얀 속살이 비쳐 음란하다. 재이를 돌려세워 벽을 짚고 서게 하고, 수건을 접어 바닥에 깔았다.
“다리 벌려.”
무릎을 꿇고 팬티를 한쪽으로 젖힌 후, 재이의 탱글탱글한 엉덩이 사이에 코를 묻었다. 물로 씻어 낸 음부를 이번엔 혀와 타액으로 깨끗이 닦아 냈다. 혀끝에 움찔거리는 속살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하아… 오빠….”
재이가 부르는 오빠라는 말은 왜 이렇게도 야릇한지. 재현은 음부의 속살을 입술로 강하게 빨아 당겼다.
엉덩이가 톡톡 튀며 어찌할 바를 모른다. 도망가지 못하도록 둔부를 꼭 쥐고서 엉망으로 신음을 내지를 때까지 집요하게 클리토리스를 빨아 주었다. 통통하게 솟아오른 음핵은 혀가 닿기만 해도 높은 강도의 쾌감을 느끼며 경련했다.
그녀가 1차로 절정에 오른 것을 확인한 재현은 위치를 바꿔 재이를 방금 그가 꿇어앉았던 곳에 앉혔다. 따뜻한 물이 그녀의 등으로 쏟아져 내려 블라우스는 엉망으로 젖어 버렸다.
“빨아 봐. 네 입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죽는다, 이 녀석이.”
재이가 놀랄까 봐 입에 넣는 것만큼은 지금까지 참아 왔지만, 더 이상은 무리였다.
작고 따뜻한 입 안에 처박히지 않고서는 절대로 수그러들지 않을 기세로 좆이 무섭게 꺼덕거렸다. 놀란 입을 벌린 채로 저를 올려다보는 재이에게 명령하듯 말했다.
“혀 내밀고 입 벌려.”
재이는 망설이면서도 시키는 대로 했다. 빨간 혀가 나오자 페니스는 더욱 몸집을 불리며 거친 욕망을 드러냈다.
“더 크게. 그래 가지고 들어가겠어?”
턱관절이 아프도록 입 밖으로 내민 혀에 대고 귀두를 몇 번 툭툭 쳤다. 질 안과는 다른 감촉을 맛본 좆이 미쳐 날뛰었다. 빨리 안으로 들이밀라고 재촉을 했다. 입 속으로 귀두만 집어넣었는데도 안은 꽉 차버렸다.
입 안 가득 좆을 물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재현을 올려다보는 작고 하얀 얼굴. 크고 둥근 까만 눈동자가 순진하면서도 야해서 미칠 것 같다.
빌어먹을. 이제 겨우 귀두만 집어넣었을 뿐인데, 사정감이 뿌리에서부터 치고 올라온다. 물에 젖어, 쾌감에 젖어 번들거리는 조그만 얼굴을 보니 당장이라도 빠르게 허리를 쳐올리고 싶은 충동이 거세게 몰아쳤다.
“사탕을 빤다고 생각해. 아니면 아이스크림이나. 입술로만 빨지 말고 혀를 이용해. 손으로 기둥을 잡아.”
재이는 시키는 대로 잘 했다. 두 손으로 기둥을 잡고 귀두를 빨면서 혀를 돌렸다. 그 감각만으로도 눈앞이 아찔해졌다. 쿠퍼액이 줄줄 새 재이의 혀를 타고 안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재이가 좆을 물고 빨 때마다 뺨이 홀쭉해졌다가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받아들이는 것만도 벅찬 것을 잡고 빠느라 숨을 헉헉대는 모습조차 섹시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어떤 남자도 드나들지 않았던 순결한 그녀의 입술. 빨간 입술 사이로 처박히는 저의 검붉은 좆이 엄청난 쾌감에 바르작거렸다.
잠시 페니스를 빼고 상체를 숙여 조금 전까지 좆을 빨고 있던 그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그리고 다시 집어넣었을 땐 목구멍 저 깊숙한 곳까지 바득 밀어 넣었다. 숨을 쉬지 못한 재이가 눈물까지 흘리며 참았다가 물건이 빠져나가자 기침을 토해 냈다.
며칠 동안 쌓인 욕구가 녀석의 조그마한 입 안에서 분출하려 하고 있었다. 다시 재이의 입 속으로 좆을 밀어 넣고, 머리를 붙잡아 허리를 움직였다. 굵다란 기둥이 조그만 입 구멍으로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뜨거운 타액이 살갗을 감싸고, 축축하고 말캉한 혀가 쓸고 지나갈 때마다 핏줄이 툭툭 불거졌다. 최대한 안쪽까지 밀어 넣어도 기둥은 절반 밖에 안 들어갔다. 뿌리까지 욱여넣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두 번 다시 오럴은 못하겠다고 손을 들 수도 있었다.
처음이니 살살 해야지 싶으면서도 몸은 제 의지대로 움직였다. 허리를 빠르게 쳐댔다. 그에게 꼼짝없이 붙들려 입 안으로 들어왔다 나가는 페니스를 고스란히 받아 내는 재이가 기특했다.
이로 물지 않으려고 입을 크게 벌리고 혀로 슬쩍 감쳐물어 가며 빠는 게 제법이었다. 그냥 벌리고만 있지 않고 깊이 들어왔을 때는 입술을 더 좁게 오므려 쪽 소리가 나도록 빨았다. 정액이 터져 나오면서 엄청난 쾌감이 정수리까지 짜릿하게 차올랐다.
마지막 순간에 입 밖으로 페니스를 꺼낸 것은 지금까지 그가 참았던 충동 중 가장 어려운 것이었다. 꽤 많은 양의 정액이 재이의 목으로 가슴으로 흘러내렸다.
“남은 것을 빨아.”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저를 올려다보며 입을 다시 벌리는 재이의 입 속으로 여전히 빳빳하게 서 있는 페니스를 물렸다. 재현이 손으로 기둥을 쓸어 올리자, 재이가 귀두를 입에 물고 남아 있는 정액을 빨아들였다. 정액이 입 속으로 들어오자 녀석은 맛이 이상했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삼켜도 되고, 뱉어도 돼.”
재이는 하얀 액을 뱉어 내며 중얼거렸다.
“맛이 이상해.”
“익숙해질 거야.”
녀석은 일어나더니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로 입을 헹궜다. 간단한 샤워를 마치고 재현은 재이를 번쩍 안아 들었다.
재이를 침대에 눕히고,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
아침부터 기획실은 혼란의 도가니였다. 지면 광고 촬영을 앞두고 사진작가가 잠수를 탔기 때문이다.
회의실에선 큰 언성이 오가더니, 어떻게 할 거냐고, 누가 책임질 거냐고 소리 지르는 실장님 앞에서 모두 입을 다물었다. 상사들이 시키는 잡무를 부지런히 처리하면서 오다가다 주워듣기론 문제의 사진작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유명한 사람인 모양이었다.
실력은 대한민국에서, 아니 세계에 내놔도 손색없을 정도의 톱(TOP)급이지만 두문불출이 일상이라고 했다. 약속 시간에 늦는 것은 기본이요, 며칠간 연락이 안 되는 것은 옵션이라고.
가끔은 전날 술을 진탕 마시고, 다음 날 샤워도 제대로 하지 않고 나타나 현장의 모든 직원들을 기함시킨 적도 있다고 했다. 그의 기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수백 장의 사진을 하루 종일 찍은 후, 마음에 드는 사진이 한 장도 없다며 전부 지워 버려, 눈물을 머금고 다음 날 처음부터 다시 찍기도 했다.
이 사진작가 고용을 두고 전부터도 말이 많았다고 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 일하기는 힘들다는 의견과 최고의 차에 어울리는 최고의 사진작가가 필요하다는 의견.
하지만 신차 출시를 앞두고 회사에서는 최고를 원했다. 최고는 당연히 그 작가였고.
설상가상으로 오늘 지면 광고 촬영을 위해 예진이 예정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반짝반짝 완벽한 모습으로. 스태프들 드시라고 간식거리까지 준비해서.
어마어마한 금액의 계약금을 받고도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 누구와는 참 비교된다며 다들 그녀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헤어디자이너와 메이크업 아티스트까지, 잡지사 에디터, 신문사 기자 등, 사진작가를 제외한 모든 인원이 스탠바이였다. 오늘 촬영이 무산되면 그 손해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어떡하죠, 예진 씨? 사진작가가 아직 오지 않았어요. 지금 계속 통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연락이 안 되네요.”
프로듀서가 난처한 표정으로 예진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번 촬영 사진작가, 레이먼 최 아닌가요?”
“맞아요.”
“제가 그 사람과 개인적으로 좀 잘 아는데.”
“아, 그래요? 혹시 따로 연락할 방법이 있을까요? 휴대폰은 아예 꺼둔 것 같은데.”
예진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촬영장 내부를 둘러보더니 내게 시선을 주었다.
“레이먼 은신처를 알아요. 무슨 일이 생기면 아무도 모르게 그곳에 숨는 게 그 사람 특기거든요. 제가 찾아가면 아마 만나 줄 거예요.”
한 줄기 희망의 서광이 비치자 프로듀서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염치없지만….”
“그 전에 제가 저분한테 부탁할 게 좀 있는데.”
스태프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향했다. 조예진 같은 스타가 일개 기획실 인턴사원에게 부탁할 일이란 게 뭘까 궁금한 눈빛으로.
“무슨 부탁인지 모르지만, 재이 씨가 최선을 다해 들어줄 겁니다. 안 그래요, 민재이 씨?”
프로듀서가 내게 물었다.
졸지에 내가 그들의 유일한 희망이 된 것 같은 이 상황이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아, 네….”
나는 예진의 부탁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부탁이 내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예진과 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차단된 대기실로 들어갔다. 예진이 가져온 커피 중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시간이 없으니까 본론부터 얘기할게요. 나 다시 재현 씨랑 잘해 보고 싶어요.”
분명 예상했던 말이었음에도 내 가슴은 덜컥, 아주 무겁게 내려앉았다.
“한 번도 재현 씨 잊은 적 없어요. 그때… 충동적으로 헤어지지 말아야 했는데, 내가 큰 실수를 했어요.”
커피잔을 쥔 내 손에 힘이 들어갔다. 조금만 더 힘을 주면 뜨거운 커피가 밖으로 다 쏟아지겠지.
“그 사람은 아직도 내게 화가 많이 나 있어요. 내 연락도 안 받고, 내 얘기를 들으려고도 하지 않아요. 재현 씨가 동생을 많이 아낀다는 거 알아요. 내가 하는 말은 듣지 않아도, 재이 씨 말이라면 다 들어주잖아요, 안 그래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예진의 얼굴을 마주 볼 자신도 없이 내 시선은 줄곧 커피로만 향해 있었다. 너무나 밝게 빛나서 눈이 부신 그 얼굴을 보면 나 스스로 너무 초라해질 것 같았다. 우아하고 성숙한 그녀의 자태는 모든 여자들의 자신감을 꺾어 버릴 정도였다.
일반인과는 다른 아우라가 그녀의 주위에 퍼져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녀에게서는 은은하고 기분 좋은 향기도 났다.
다시 제 앞에 나타난 이 여자를 재현은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재현은 예진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했지만, 어쩌면 그도 예진을 잊지 못한 건 아닐까. 자신을 배신하고 떠난 예진에 대한 분노가 남아 있다는 건 미련도 함께 남아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해주면 오빠는 예진에게 돌아갈 수도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자 머릿속이 하얘졌다.
부탁을 모른 척할까, 아주 잠깐 내 안의 못된 내가 고개를 들었다. 재현과 만날 수 없도록, 오빠는 당신한테 일말의 미련도 없으니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를 할까.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재현에게 미련이 남아 있든, 있지 않든 자신의 감정을 직시할 기회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곁에 머물 정도로 나는 자존감이 낮진 않았다. 내가 오빠를 사랑하는 것과 그의 마음을 얻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재현이 예진을 선택한다면 나는… 미련 없이 그를 보내주어야 했다. 그게 내 심장을 갈가리 찢는 일이라 해도 말이다. 그리고 그건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만날 기회 한 번만 만들어 줘요. 재현 씨랑 얘기할 수 있는 기회.”
“그거면 되는 거예요?”
“네. 만나기만 하면 그다음부터 내가 알아서 할게요.”
“…알겠어요.”
“고마워요, 재이 씨. 만약 재현 씨랑 내가 잘 되면 그건 다 재이 씨 덕분이에요.”
예진은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내 손을 잡았다. 반짝거리는 그녀의 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 가지만… 물어봐도 돼요?”
“그래요.”
“왜… 헤어졌어요?”
지상은 그녀가 재현에게 뭔가 중요한 부탁을 했고, 재현이 그 부탁을 거절하자 떠났다고 했다. 부탁을 들어줄 다른 남자에게로.
“재현 씨는 뭐라고 하던가요?”
예진이 되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다 내 탓이에요. 그 사람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어요. 나도 그 사람을 믿지 못했고. 연인 사이에 의심이 있어선 안 된다는 걸… 그땐 어려서 몰랐던 거죠. 이제 다시 만나면 다 해명할 거예요. 우리 사이에 아무런 의심도 없도록.”
애매모호한 대답이었다. 믿음이 없었다니. 그렇다고 더 캐물을 수도 없어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재이 씨 번호가 어떻게 돼요?”
솔직히 알려 주고 싶지 않았지만, 재현을 만나게 해주려면 어쩔 수 없었다.
“민재이 씨, 조예진 씨랑 같이 가봐요. 예진 씨 필요한 거 있으면 재이 씨가 도와줘야죠.”
PD가 나를 예진에게 딸려 보냈다. 우리는 예진의 차를 타고 레이먼 최가 살고 있는 동네로 향했다. 가는 동안 그녀는 여러 번 전화를 걸었고, 문자도 보냈다.
레이먼 최가 지내는 곳은 3층 건물로, 1층은 식당, 편의점 등이 있었고, 2층은 작업실, 3층은 주거지로 쓰이는 것 같았다. 예진은 곧장 3층으로 올라가더니 번호 키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레이먼 최가 좋아하는 사람이 저랑 친한 언니거든요. 예전에도 이렇게 촬영을 펑크 낸 적이 있어서 그때 비밀번호를 알아 놨어요.”
문이 열리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집 안은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안쪽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이불을 둘둘 말고 있는 남자를 예진이 코를 막은 채 흔들어 깨웠다. 침실은 지독한 술 냄새로 가득했다.
“레이먼, 일어나요. 일하러 갈 시간이에요.”
그러나 레이먼은 몸만 이리저리 뒤척일 뿐 깨어나지 못했다.
“나 좀 도와줄래요?”
예진과 나는 힘을 합쳐 남자를 침대 밑으로 굴러떨어지게 했다.
“차가운 물 좀 가져와요.”
내가 주전자에 물을 받아 오자 예진은 주저 없이 물을 레이먼의 얼굴에 들이부었다. 남자가 깜짝 놀라 눈을 뜨면서 성질을 냈다.
“이게 무슨 짓이야?”
“당장 일어나서 일하러 가야죠. 오늘 세현 자동차 광고 촬영 있는 거 잊었어요?”
“좀 기다리라고 해.”
레이먼은 욕을 중얼거리며 일어나 다시 침대 위로 올라가려고 했다.
“재이 씨, 잠깐 자리 좀 비켜 주겠어요?”
둘이서 뭔가 할 얘기가 있나 싶어 나는 방을 나왔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예진이 무슨 말로 레이먼을 설득해 일을 시작하게 하려는지.
나는 방문에 귀를 대고 귀를 쫑긋 세웠다.
“정말 일 이런 식으로 할 거예요? 자기가 일하기 싫은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남의 스케줄까지 망쳐 놓으면 곤란하잖아요. 레이먼이 이 분야에선 최고예요. 그래서 나 다른 사진작가들하고 일하는 거보다 레이먼이랑 하는 게 더 좋아요. 하지만 자꾸 이런 식으로 일정 펑크 내면 나도 레이먼의 비밀을 더 이상 지켜 줄 수가 없게 돼요.”
비밀을 지켜 줄 수 없다니, 예진이 레이먼의 약점이라도 쥐고 있는 걸까.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나긋나긋했지만, 그 안에 든 의미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나는 어쩐지 지상이 한 말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레이먼 최는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옷만 갈아입은 채, 부스스한 몰골로 바로 집을 나섰다. 회사에 도착해 허리를 90도로 굽혀 사람들에게 사죄 인사를 했다.
촬영이 시작되었다.
조금 전까지 멍했던 눈동자가 카메라를 들자마자 날카롭게 변했다. 사진을 찍을 때의 그에게선 카리스마가 넘쳤다. 조금 전까지 욕하던 것도 잊고, 사람들은 레이먼이 찍는 사진마다 예술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많은 직원들이 예진을 보기 위해 몰래 촬영장에 들렀다 갔다. 아버지와 이사진들도 한 번씩 와서 수고한다며 인사를 건넸지만, 재현은 마지막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예진은 혹시나 그가 오진 않을까 기다리는 눈치였다. 오빠가 나타나지 않은 것에 대해 나는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사진 촬영에도 예진은 피곤하거나 짜증 내는 기색 한번 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일이 끝나고, 회식이 있었다. 예진이 참석해 회식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우리 CF 촬영 때도 잘해 봅시다.”
아침에 길길이 날뛰었던 기획실장은 예진에게 술을 따라 주며 환하게 웃었다.
누군가 그녀에게 노래를 한 곡 해달라고 신청했고, 그녀는 수줍어하면서도 거절하지 않고 마이크를 잡았다. 예쁜 사람은 예쁜 짓만 한다고 했던가. 그녀는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흥을 돋울 줄도 알았다. 사인을 해달라고 해도,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해도 거절하지 않았다.
모두 조예진을 예찬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저런 여배우는 흔치 않다고. 다들 자기가 잘나서 유명해진 줄 알고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데, 조예진은 겸손할 줄 안다며 앞으로 더 크게 될 거라고 칭송했다.
사람들이 그녀를 떠받들수록 내 기분은 그만큼 더 아래로 가라앉았다. 도저히 그녀를 객관적으로 대할 수가 없었다. 대중의 인기를 저렇게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재현의 마음에라고 들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은 자꾸만 비약해 갔다.
재현이 아직 그녀를 받아들인 것도 아닌데, 패배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를 예진에게 빼앗겨 버린 기분. 내가… 왜 이러지. 기분이 다운되자 자꾸만 술이 마시고 싶어졌다.
“재이 씨, 내가 술 한 잔 따라도 될까요?”
언제 왔는지 모를 예진이 내 술잔에 소주를 따랐다.
“자, 건배해요.”
나는 건성으로 건배를 하고, 단숨에 잔을 비웠다.
“어머, 재이 씨 술 잘 마시네요. 우리 이렇게 종종 만나서 술친구 해요.”
예진이 왜 내게 잘해 주는지 그 이유를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달갑지 않았다. 내가 재현과 섹스를 하는 사이라는 걸 알면 이 여자는 어떻게 나올까. 섹스 하는 사이라니…. 어쩐지 재현과 나의 관계 정의치고는 너무나 피상적이다.
나는 재현을 사랑한다. 지금까지는 오빠로서 사랑했고, 앞으로는 남자로 사랑할 것이다. 그것만은 하늘이 두 조각나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재현의 감정이 뭔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여동생으로 사랑했고, 현재는 강렬한 욕망을 느낀다. 나만 보면 빨고 싶어 안달하는 것만은 분명하니까.
그러나 사랑, 이냐고 물으면 나는 확실하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민재현이 여자를 사랑할 수 있는지조차 분명하지 않았다. 그에게 유일하게 사랑에 근접했던 여자가 조예진 아니었을까.
11시쯤 1차 회식이 끝났다. 2차로 갈 사람, 집으로 갈 사람이 나뉘었다. 예진은 먼저 자리를 떴고, 나는 택시를 탔다.
재현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기분이 엉망진창이라 나는 전화를 거는 대신 문자를 남겼다.
- 오빠, 오늘은 집에 가서 잘게.
재현이 나와 함께 앞으로 오피스텔에서 출퇴근한다고 부모님께 얘기했을 때, 부모님은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어머니는 식사 문제를 이유로 들었고, 아버지는 다 큰 성인 남매가 단둘이 오피스텔에 같이 사는 게 남들에게 좋게 보이지 않을 거라고 했다. 아마도 아버지는 우리가 친남매가 아닌 점을 우려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퇴근이 아주 늦어지는 날에만 오피스텔에 머물겠다고 아버지를 설득했다.
나는 재현에게서 다시 걸려온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술에 취해 오빠에게 이상한 소리를 할까 겁이 났다. 예진이 만나게 해달라고 했지만, 절대 만나지 말라는 그런 소리. 예진 언니랑 다시 잘 안 됐으면 좋겠다는 진심이 튀어나갈지도 몰랐다.
집에 돌아오니 내 얼굴이 반쪽이 됐다며 어머니가 걱정을 했다. 나는 대충 샤워를 하고 잠이 들었다. 술기운에 침대에 눕자마자 곯아떨어졌던 것 같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꿈에서 재현은 내게 등을 보이며 차갑게 멀어져 갔다. 그가 향하는 그곳에는 어둠 속 보름달처럼 환한 예진이 서 있었다. 가지 말라고 아무리 소리를 쳐도 내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고.
한밤중에 벌떡 일어나 물을 마시고 다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니 머리가 무거웠다. 어머니가 끓여 주신 콩나물국으로 해장을 하고 아버지와 함께 출근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외근이 있었다. 리서치 회사에 가서 자료를 받아 오고, 우리가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고, 데이터를 수정하는 길고 고된 작업을 옆에서 도와주면서 어깨너머로 배우는 일이었다. 저녁까지 먹고 사무실로 돌아온 나는 받아 온 자료를 정리했다.
광고 회사에서 일하는 선배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야근은 기본이고, 주말에도 일을 하며, 휴가를 반납하는 상황도 부지기수라는데, 정말로 그랬다. 우리 부서는 그나마 회사 내의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어 다른 전문 광고 회사에 비하면 업무 강도가 훨씬 낮은 축에 속했다.
그런데도 해야 할 일은 산더미였다. 문서 복사, 자료 찾기, 파일 정리 등의 단순 업무 외에도 자료 조사, 시장 분석, 트렌드 조사와 설문 조사 등 일은 끝을 모르고 쌓여 있었다. 누구 하나 친절하게 방법을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다들 일에 치여 있는지라 솔직히 남을 가르쳐 줄 여유가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블랙 기업에서 도쿄대를 졸업한 엘리트가 과로로 인해 자살했다고 하는데, 그 블랙 기업이 바로 광고 관련 대기업이었다고 한다. 우리 회사의 업무 강도는 그 정도로 높은 것은 아니었으나, 정신없을 정도이기는 했다.
스스로 알아내고, 눈치로 파악해야 하는 일투성이였다. 특히 자동차 광고를 해야 하는 만큼 우리 회사 자동차는 물론 경쟁 회사 자동차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했다.
자료실을 뒤져 찾아낸 우리 회사에서 출시된 역대 자동차 홍보 자료가 내 책상 위에 한가득 쌓여 있었다. 아직 제대로 펼쳐 보지도 못한 자료들이었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고, 홀로 남았다. 일도 일이지만, 나는 재현이 있는 오피스텔로 돌아가는 시각을 미루고 있는 중이었다.
이번 주 금요일, 나는 재현을 불러내 예진과 만나게 해주기로 약속했다. 그 생각을 하자 가슴이 뭉근하게 아파 오기 시작한다. 누군가 주먹으로 꾹 누르는 것처럼.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다. 재현과 예진. 만약 오빠가 그녀를 다시 받아 주고 싶어 한다면, 그렇게 하라고 축복해 주는 게 맞다. 어차피 나와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다. 만약 예진과 잘해 볼 생각이 없어도 언젠가는 그를 보내야 한다.
내가 가질 수 없는 남자였다. 그걸 알면서도 난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휴게실에 가서 커피를 내렸다. 요즘은 하루 종일 힘들게 일을 하는 데다 재현과의 섹스 때문에 밤늦게 커피를 마셔도 침대에 누우면 곧바로 잠이 들었다.
머그잔을 들고 책상으로 오니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재현이었다. 그가 보고 싶었다. 하루 안 봤다고 며칠은 못 본 것처럼 아득하다.
커피를 몇 모금 마셨지만 쏟아지는 졸음을 막을 길이 없었다. 담요를 책상에 깔고 잠시 눈을 붙였다. 설핏 잠이 들었다가 다시 눈을 떠보니 재현의 얼굴이 보였다. 내 옆 책상에 앉은 그가 한쪽 손으로 얼굴을 받치고,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내 등에는 그의 코트가 덮여 있었고.
나는 눈을 몇 번 깜박였다.
“왜 전화를 안 받아서 사람을 걱정시켜?”
“좀 바빴어. 언제 왔어?”
“10분쯤 전에.”
나는 고개를 들고 마른세수를 했다.
“깨우지 그랬어.”
“네 얼굴 쳐다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
“내 얼굴이 TV도 아닌데, 왜 시간 가는 줄 몰라.”
“예전에도 이렇게 예뻤나 생각하느라.”
“동생이니까 예뻐 보이는 거겠지.”
“동생 입에 좆을 물리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미친놈 아니야.”
나는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리 외엔 아무도 없는 것을 알면서도 불안했다.
“오빠, 상스럽게 그런 말 좀 하지 마.”
“너 내 좆 물고 빨 때 얼마나 섹시한지 상상도 안 되지?”
“아, 진짜!”
얼굴이 벌게진 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코트를 그의 앞에 내던졌다. 재현이 쿡쿡 웃었다.
“나 오늘 집에 가서 잘래.”
“너 어제도 내 전화 다 씹고, 집에 가서 잔다고 문자 하나 달랑 보냈어.”
“하루 종일 종종거리며 일하느라 피곤한데 오빠랑 같이 있으면 더 피곤하단 말이야.”
거짓말은 아니었다. 몸은 천근만근 무거운데, 그의 품에 안기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손가락 하나 들 힘도 없어질 때까지 혹사를 당했다.
섹스를 하는 동안엔 쾌락에 취해 모르고 있다가 끝나고 나면 몸이 바닥으로 가라앉을 것처럼 무거웠다. 재현이 큰 키를 일으켜 세우더니 내게 바싹 다가왔다.
“그래서 나랑 섹스 하기 싫다?”
“그, 그건….”
“내가 지금 얼마나 봐주고 있는지 몰라서 지금 그런 소릴 하지.”
“그 정도가 봐주는 거라고? 매일 저녁, 아침, 날마다 쉬지 않고…!”
나는 말을 하다 말고 손으로 내 입을 막았다.
“그만 집에 가야겠어. 피곤해.”
재현은 책상을 정리하는 내 손을 불쑥 가져가 잡더니 사무실 한쪽에 이어져 있는 휴게실로 끌고 들어갔다. 문을 잠그고 날 끌어안으며 거칠게 키스를 해왔다. 마치 오랫동안 굶은 사람처럼.
눈빛이 조금 전과 사뭇 다르게 이글거렸다. 뜨거운 입술이 닿자 나는 금세 달아올랐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벌이는 낯 뜨거운 짓에 나도 모르게 흥분했다.
조금 전까지 예진에게 돌아갈지도 모를 그를 생각하며 한숨지었던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나는 억지로 키스를 풀며 그를 밀어냈다.
“여기 사무실이야.”
“상관없어.”
재현은 나를 의자에 앉히더니 내 앞에서 바지 단추를 풀고 지퍼를 내렸다. 칼주름이 잡힌 최고급 슈트 바지 안에 저리도 크고 무식한 물건이 들어 있는 줄 사람들은 알까.
“오빠, 미쳤어? 여기서 이러면 안 된다고.”
“아까부터 네 입에 넣고 싶은 걸 자는 거 깨우기 싫어서 참았어. 네가 이렇게 만들었으니, 책임져야지.”
내 눈앞으로 여전히 내 입을 마르게 하는 커다란 페니스가 툭 튀어나왔다. 하늘을 향해 도도하게 일어선 기둥은 내 경배를 받으려는 듯 으쓱거렸다. 나는 욕정으로 똘똘 뭉친 페니스를 외면하며 고개를 돌렸다.
재현의 손이 내 얼굴을 붙잡아 돌렸다. 입을 꾹 다물고 원망 어린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내게 재현은 기어이 그 큰 기둥을 물리려 했다. 귀두로 내 입술을 비비고 안으로 들어오려고 들이밀었다.
“벌려. 빨리 끝내야 빨리 가지.”
입을 벌리면 무지막지한 기둥이 내 입 안으로 밀려 들어올 것을 알기 때문에 말은 못 하고 고개만 저었다. 그 덕분에 내 입술이 귀두를 더욱 자극하며 비비는 꼴이 되고 말았다.
재현의 입에서 거친 신음이 터졌다. 그 소리에 내 몸은 반사적으로 더욱 흥분했다.
“민재이. 빨지 않으면 집에 못 가는 거야.”
페니스가 내 뺨과 코를 쓸어내렸다. 마지못해 벌어진 입 안으로 가득 밀려드는 부피감. 지난번 오피스텔 욕실에서 처음으로 빨았던 그때와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그때는 물에 젖어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마른 상태였다.
귀두를 입에 머금고 나는 혀를 돌려 페니스의 피부를 타액으로 적셨다. 혀가 닿자 재현의 입에서 달큼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의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그 소리와 나른한 표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예진도 이렇게 해줬을까…. 그 생각을 하자 기분이 가라앉았다. 다 지난 일인데, 옛날 일을 질투할 필요는 없는데.
“가르쳐 준 거 벌써 다 잊은 건 아니겠지.”
재현이 성급하게 재촉했다. 나는 한 손으로 기둥을 잡고 아래쪽을 길게 핥아 올렸다. 혀로 귀두를 둥글게 굴리며 재현을 올려다보았다.
잘생긴 눈 끝이 접히고, 눈썹이 모였다. 목구멍 안쪽으로 최대한 깊이 넣었다가 빼면서 귀두를 꽉 조여 물자, 그의 호흡이 빨라졌다.
“오빠 거 내가 빨아 주면 기분 좋아?”
나는 용기를 내서 물었다.
“말이라고.”
“얼마만큼?”
“하루 종일 네 입 속에 넣고 싶을 만큼.”
“그건 좀 곤란한데.”
입술을 모아 귀두를 사탕처럼 빨았다가 빼기를 몇 번 반복하고 혀로도 할짝할짝 핥았다. 한번 해봤다고 두 번째는 훨씬 익숙했다.
처음엔 목구멍까지 처박혀 들어오는 기둥 때문에 숨도 못 쉬고, 이런 걸 어떻게 입으로 삼키는지 겁도 났지만, 지금은 적어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특히 혀로 귀두를 핥거나 입술을 모아 빨아 주면 재현의 표정이 녹아 버릴 것처럼 풀어지는 걸 보는 게 좋았다. 내가 그의 약점 하나를 쥐고 있는 것 같아서. 그가 아무리 화가 났더라도 이렇게만 해주면 다 풀려 버릴 마법의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재현이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뺨을 손등으로 가만히 쓸어내리며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 속에 페니스를 입 안 가득 문 내가 들어 있었다.
재현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오빠의 머릿속에서 다른 여자 생각은 모조리 다 지워 버리고 싶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예진이 아닌 내가 있어야만 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잠시 입에서 페니스를 뱉어 냈다.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말해 줘.”
“내 좆 빠는 네 얼굴이 미치게 섹시하다는 생각. 입 벌리고 혀 내밀어.”
재현은 페니스를 내 혀에 툭툭 치고, 내 입 속으로 바득 밀어 넣었다가 볼우물에 대고 비볐다. 그러고는 조금 빠른 속도로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나는 입술을 모아 최대한 페니스를 조이면서 목 안쪽까지 받아들였다.
목구멍을 찌를 때마다 이물감이 가득 차 참기가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눈물, 콧물이 흐르고, 더 이상은 견디기 힘들 때쯤 페니스가 쑥 빠져나갔다.
재현은 날 의자 등받이를 잡고 무릎으로 서게 한 뒤 스커트를 걷어 올렸다. 스타킹과 팬티를 허벅지 중간까지 벗겨 내린 뒤 뒤에서 이미 젖어 버린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처음 길을 내고 꽉 막힌 그곳을 벌리며 들어올 때의 감각은 세상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만족감이었다. 마지막까지 박혀 들어온 그를 꾸욱 조였다. 재현이 거친 숨을 뱉어 냈다. 감당하기 벅찬 크기의 성기가 질 안쪽 깊숙이까지 밀려들었다 빠져나갔다.
이 늦은 시간에 되돌아올 직원은 없겠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불안감은 쾌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미친 듯이 질벽을 조이게 만들었다.
나를 껴안은 그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인내심이 극에 달한 재현은 더욱 속도를 높이며 내 고개를 돌려 깊게 혀를 찔러 넣었다.
내게도 오르가슴을 주기 위해 재현이 내 팬티 안으로 손을 넣어 클리토리스를 뭉근하게 비볐다. 잔뜩 젖은 입구와 틈새는 손가락으로 돌리기만 해도 경련을 일으켰다. 페니스로 무섭게 일으킨 마찰과 음핵을 짓누르는 강한 압력. 입 안을 점령하듯 들고나는 혀. 가슴 한쪽을 으스러질 듯 움켜쥔 또 다른 손.
쾌감을 느낄 수 있는 모든 부위가 재현에게 포위당했다. 그렇게 사무실에서의 첫 정사가 오르가슴을 향해 치달았다.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온몸이 찌르르 울리며 떨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