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3/9)

#2.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운 재현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대문을 나서자마자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잠을 자지 못해 머리가 멍하고, 눈이 시큰거린다. 어젯밤 늦게까지 재이는 문을 걸어 잠그고 울었다. 세상 서러운 듯 펑펑 우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 했을까. 내가 잘못했다고? 용서해 달라고? 널 모욕하려는 뜻이 아니었다고? 네가 날 밀어내지 않고 키스고 애무고 다 받아들이니까 그런 거라고, 제 잘못을 애꿎은 동생한테 덮어씌우기라도 해야 했을까.

그런다고 해서 여동생에게 미친놈처럼 들러붙어서 입술을 빨고, 가슴을 주물럭거린 데 대한 변명은 되지 못했다. 왜 그랬냐고 따져 물으면 할 말이 없다.

하아… 씨발…. 욕이 절로 나왔다. 저 자신에 대한 욕이었다. 그깟 시답잖은 욕정 하나 주체를 못 하고, 애를 잡았으니. 돌아도 단단히 돌았나 보다. 바이크 탄 그 새끼 때문이었다. 제가 무슨 재이 애인이라도 되는 양 의기양양하게 서 있는 걸 보는 순간 꼭지가 돌았다. 그놈하고 손도 잡고, 키스도 했을 거라 생각하니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었다. 그래서 놈을 주먹으로 한 대 쳐버리고 싶은 걸 눌러 참느라 애를 먹었다.

발정 난 사춘기 애새끼도 아니고. 미친 게 틀림없다.

술에 취한 재이에게 키스한 사건 이후로 가까스로 잠가 두었던 봇물은 재이가 비에 흠뻑 젖어 옷을 벗기고 씻겨 준 날 터졌다. 화력은 막연히 예상했던 것보다 더 엄청난 것이었다. 재이의 탱탱하게 솟아오른 젖가슴과 잘록한 허리를 본 순간, 좆이 발딱 선 것은 물론 그동안 아슬아슬하게 절 지탱해 주었던 이성이 무너져 내렸다.

재이를 건들지 않았던 단 한 가지 이유는 녀석이 아팠기 때문이었다. 결국 비몽사몽 정신을 잃고 끙끙거리는 애를 붙잡고 키스하고선 죄책감에 잠도 못 잤다.

태우다 만 담배를 구둣발로 비벼 끄고 차고에서 차를 꺼내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친구 지상의 오피스텔. 지상은 얼마 전에 미국에서 돌아왔다. 어렸을 때부터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낸 가장 친한 친구였다. 초인종을 신경질적으로 누르자, 잠이 덜 깬 녀석이 바지만 대충 꿰입은 채 문을 연다.

“너 미쳤냐. 이렇게 아침 일찍 쳐들어와? 내가 여자랑 같이 있으면 어쩔라고.”

“너 오피스텔로 여자 찾아오는 거 싫어하는 거 다 아는데, 뭘 새삼스럽게.”

지상은 사생활 침해받는 걸 극도로 꺼렸다. 특히 여자들과는 선을 분명히 긋고, 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성향이었다. 주로 밖에서 만나 헤어지면 집으로는 혼자 돌아왔다. 게다가 미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돼 만나는 여자가 없었다. 뭐, 이제 곧 하나둘 들러붙겠지만.

지상과는 중,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6년 동안 지겹게 붙어 다니며 파란만장한 사춘기를 보냈다.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만큼 친해서 어떤 때는 표정만 보고도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아맞힐 정도였다.

성격은 정반대에 가까웠다. 재현이 좀 더 예민하고, 완벽주의에, 까칠한 반면, 지상은 서글서글하고 좋은 것이 좋은 두루뭉술한 성격이었다. 어쩌면 서로 반대였기에 그리 오랫동안 친구로 지낼 수 있었던 건지도 몰랐다.

녀석은 자주 재현의 집을 드나들었다. 배가 고파도 오고, 심심해도 오고, 좋은 일이 있어도 오고,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왔다. 넉살도 좋아서 밥을 얻어먹는 것은 예사요, 거실 소파에서 자고 가기도 했다.

여동생이 없는 데다 절 잘 따르는 재이를 친여동생처럼 귀여워했다.

재현은 제집 드나들듯 안으로 들어가 소파에 털썩 앉았다. 한강이 눈앞에 펼쳐져 있지만, 감흥이 없다.

“무슨 일 있었냐? 눈깔 빨개 가지고. 몰골이 엉망이다, 너답지 않게. 물이라도 한 잔 줘?”

“술 있으면 술을 줘.”

어젯밤 술을 마시고 싶었지만, 취한 채로 재이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참았다. 술에 취하면 어김없이 꼬맹이 생각이 났고, 생각은 언제나 욕망으로 이어졌다. 시간이 흐르면 이 거지 같은 마음이 돌아서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욕망을 눌러 참을수록 분출시키고 싶은 욕구는 더해만 간다.

그렇다고 딱히 여자가 고픈 것도 아니었다. 다른 여자는 아무리 예뻐도 이렇게까지 몸이 동하진 않았다. 천둥 번개가 치던 날 밤, 키스가 화근이었다. 재이가 아무리 예뻐 보였어도, 미치게 갖고 싶었어도 입을 맞추면 안 되었다. 그 키스로 가까스로 버티고 있던 경계가 허물어져 버린 느낌이었다.

금단의 열매를 맛본 기분. 딱 그랬다. 손대지 말았어야 할 과실을 입에 머금고 정신을 못 차린다.

“아침부터 웬 술. 커피나 마시고 정신 차려.”

지상이 커피 머신의 버튼을 눌렀다.

“참, 우리 꼬맹이는 잘 있냐?”

재현과 마찬가지로 지상은 재이를 우리 꼬맹이라고 부르며 특히 귀여워했다. 나중에 크면 저랑 결혼하자고 손가락 걸고 약속을 한 적도 있었다.

고 3 때였나. 당시 지상은 대학 진학 문제로 고민이 많았다. 부모님은 지상이 미국의 하버드나 아이비리그로 가기를 원했고, 지상은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고 싶어 했다. 부모님은 지상이 앞으로 기업을 물려받기 위해 더 넓고 기회가 많은 세계 무대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지상의 생각은 반대였다.

결국 적정선에서 타협한 점이 국내에서 대학을 마치고 미국에서 석사 학위를 받는 것이었다. 머리가 좋은 데다 공부를 벼락치기로 하는 타입이라 고 3인데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재현의 집에 들락거린 지상은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재이에게 주식 강의를 하곤 했다. 재이는 지루할 법도 한 주식 강의를 똘망똘망한 눈으로 열심히 들었다.

‘우리 꼬맹이, 어른 되면 오빠한테 시집올래?’

‘응. 시집갈래, 오빠한테.’

전에는 꼬맹이라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오늘 들으니 갑자기 열이 오르며 심정이 뒤틀렸다.

“잘 있으면 뭐 어쩌게.”

“어쩌긴. 내 신부가 될지도 모르는데, 지금부터라도 잘 간수해야지.”

“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설마 어릴 때 장난으로 한 약속을 지키기라도 하게?”

“뭐 꼭 그런 건 아니고. 어머니가 너희 집에 혼담을 넣어 보면 어떨까 하시더라고.”

재현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에 머그잔에 커피를 담아 가져오는 지상을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지상의 아버지는 우리나라 10대 기업 안에 드는 선주 그룹 계열사의 대표였다. 온 집안이 선주 그룹 계열사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로열패밀리.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모, 사촌들 할 것 없이 전부 내로라하는 직함을 갖고 있었다. 지상의 집안에서 혼담을 받으면 아버지는 긍정적으로 검토하실 게 뻔했다.

지상을 어린 시절부터 자주 봐 온 데다가, 가정교육을 잘 받았다며 지상의 예의 바른 성품도 칭찬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재이의 짝으로 나쁘지 않았다. 여자관계가 좀 복잡하긴 했지만, 저 정도 인물에, 저 정도 스펙이면 여자가 없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복잡한 관계치고는 정리도 깔끔하게 하는 편이었고. 재현이 경멸하는 아랫도리 지저분하고 천박하게 놀리는 놈들이랑은 질적으로 달랐다.

녀석에게서 머그잔을 받아 드는 재현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수전증 있냐? 어제 술 퍼마셨어? 왜 손을 떨어?”

기분 나쁜 싸한 기운이 발끝에서부터 천천히 기어오르며 몸을 갉아먹는 것 같아 재현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박지상은 어제 그 바이크 탄 놈하고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상대였다. 재이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지상과 나란히 서는 결혼식 장면이 눈앞에 그려졌다. 마치 미래를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가슴에서 울컥 뭔가가 치밀고 올라와 다 때려 부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집안에서 정해 주는 조건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하라고 제 입으로 얘기해 놓고, 정말 그렇게 될까 봐 불안에 떨고 있는 꼴이라니.

“재이 아직 스물셋 밖에 안 됐어. 결혼은 무슨.”

“물론 결혼은 아직 이르지. 하지만 재이 정도 되면 여기저기서 혼담이 들어오겠지. SNS에 올린 사진 보고 나 깜짝 놀랐잖냐. 어릴 때랑은 완전 딴판이더라. 아직 어린데 그 정도면 클수록 장난 아니겠던데. 누가 채 가기 전에 약혼이라도 해둬야지.”

지상이 지껄이는 말이 웅웅 머릿속에서 울리는 소리에 파묻혔다. 머리를 짓누르는 것 같은 두통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박지상, 민재이. 둘이 결혼. 키스. 섹스. 그런 낱말들이 머릿속에서 어지러이 날아다녔다. 심란한 마음을 달래고 싶어 아침부터 도망치듯 집을 나섰는데, 결국 더 심란한 곳으로 기어들어 온 것이 분명했다.

“나 간다.”

커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채 재현은 지상의 오피스텔을 나섰다.

“야, 아침부터 사람 깨워 놓고 그냥 가면 어떡하냐?”

“왜, 떡이라도 쳐주랴?”

“저 미친 새끼. 말하는 거 하곤.”

결국 돌아온 곳은 집이었다. 집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재현은 재이의 방문 앞에 섰다. 아직 자고 있는 건가. 일단 사과를 하는 게 맞겠지. 되지도 않는 의심을 해놓고, 이렇게 뻔뻔하게 모른 척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사과했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 녀석을 보면 꼴리는 몸까지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돌아서는 그의 눈에 욕실에서 나오는 재이가 보였다. 몸에 목욕 타월을 두르고,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찰랑거리는 모습을 보자, 좆이 발딱 서버렸다. 어젯밤 손 안에 느껴지던 탱글탱글한 젖가슴의 감촉. 혀끝에 닿는 점막과 혀의 달큼한 맛. 핑크빛 젖꼭지는 사람을 돌게 만들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바지 안에서 끝을 모르게 부풀어 가는 좆이 구겨져 고통스러웠다. 그를 바라보는 재이의 눈에는 원망과 서러움이 가득했다. 톡 건들면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것처럼 아직도 감정에 북받친 표정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불면 날아갈까, 건드리면 툭 꺼질까, 애지중지 아껴 온 아이를 다른 남자한테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남 좋은 일 시키려고 그리 살뜰하게 챙긴 건 아니었는데.

어젯밤 재이는 거부하지 않았다. 저를 물고 빨고, 오빠로선 해선 안 되는 신체 접촉을 했는데도 거부는커녕 제 손에서 녹아내릴 것 같았었다. 저 아이도 나를 남자로 보는 건가. 아니면 오빠니까, 밀어낼 수 없었던 걸까. 혼란스러웠다.

재이는 그를 한번 노려보더니 옆을 지나쳐 제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닫히는 방문을 잡아 제지하자, 재이가 홱 돌아선다.

“나가 줄래?”

재현은 대답 대신 등 뒤로 문을 걸어 잠갔다. 더 이상은 이런 어정쩡한 상태로 버티기 힘들다. 이 아이를 갖든가, 깨끗이 포기하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지. 완전히 단념하기 위해선 재이의 마음을 알아야 했다. 그에게 친형제 이상의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해 주면 어떻게든 이 미친 감정의 폭주를 제어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커튼이 드리워진 침실은 어둑어둑했다. 어제는 그리도 날씨가 화창하더니 오늘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그의 흐린 마음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재이는 숨도 못 쉬고 그를 쳐다보았다. 번뜩이는 그의 시선 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먹잇감 같다. 가슴에 두른 타월을 두 손으로 모아 쥔 채 조금씩 조금씩 뒷걸음질을 친다. 그녀의 다리가 침대에 부딪혔고, 그 반동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약간 부어오른 눈동자가 그의 마음을 읽어 내려는 듯 골똘하면서도 이리저리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

그 모습에서 적어도 그를 동생을 욕망하는 더러운 위선자쯤으로 생각하는 게 아님은 알 수 있었다. 어차피 우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다. 동생을 대신해 들어온 게 아니라면 우리가 결혼을 하든, 아이를 낳든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절 따르던 아이였다. 그를 기쁘게 하기 위해 애를 썼고, 그가 하는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었다. 그에 대한 재이의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그 신뢰가 애정으로 바뀔 수도 있을까.

재이의 방은 아주 오랜만이다. 그녀에게서 나는 것과 똑같은 숲의 향기가 배어 있는 것 같다. 그가 천천히 다가가자 재이는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돌렸다.

“나가… 달라고 했잖아. 옷 갈아입을 거야.”

재현은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재이의 무릎을 잡아 다리를 벌리고 몸이 닿도록 바싹 끌어당겼다. 둔부를 가리고 있던 타월이 벌어져 다리 사이가 아슬아슬하게 드러났다. 매끈하게 드러난 목덜미에 입술을 묻으며 속삭였다. 입술에 닿은 살결이 부드럽고 연해서 조금만 잘 못 물면 으깨져 버릴 것 같았다.

“어젯밤엔… 내가 잘못했어.”

품에 안긴 그녀의 몸에 잔뜩 올랐던 화가 조금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

“되지도 않는 의심… 이었어. 알아, 나도. 내가 미친 짓 한 거.”

재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봤다. 말간 눈망울이 진심이냐고 묻고 있는 듯했다.

“근데, 이왕 미친 짓 한 거… 조금만 더 하자.”

“……?”

놀라 동그랗게 커지는 눈망울을 응시하며 그녀의 입술을 베어 물었다. 어제보다는 부드럽고 느릿하게. 그녀가 놀라 도망가지 않도록. 혀로 아랫입술과 윗입술을 번갈아 쓸고, 그 사이로 밀어 넣어 틈을 벌렸다. 저항 없이 벌어진 잇새로 달큼한 숨이 새어 나온다. 저 안쪽까지 깊숙하게 혀를 밀어 넣자 재이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입을 벌리고만 있었다. 그 탓에 타액이 입술 밖으로 조금 흘렀다.

재현은 밖으로 흐른 것까지 입술로 싹싹 핥아서 깨끗이 하며 고개를 살짝 비틀어 입술을 완벽하게 맞물렸다. 작고 물컹한 재이의 혀를 건드리면서 입 안으로 빨아들이자, 혀가 속절없이 재현의 입 안으로 딸려 들어왔다. 혀와 입술을 동시에 빨면서 더욱 강하게 작고 여린 몸을 끌어안았다.

바지 속에서 성기가 난동을 부렸다. 밖으로 뛰쳐나가 재이의 은밀한 곳을 열고 처박고 싶은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아주 오랫동안 여동생으로 보살펴 왔던 아이를 범하고 싶다는 배덕감에 넣지도 않았건만, 사정감이 치밀었다.

재현은 참지 못하고 재이가 두르고 있는 타월을 벗겼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젖가슴이 눈앞에서 유혹하듯 출렁거렸다. 한 손으로 다 쥐어지지 않을 정도로 크지만 처짐 없이 바싹 붙어 올라 촉감은 탱글탱글하다. 재현의 시선은 게걸스럽게 가슴에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잘록한 허리와 그 아래 얼마 되지 않는 음모로 덮인 음부. 희고 깨끗한 살결이 누구에게도 더럽히지 않은 그녀의 순결함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 순결 앞에서 재현은 덜컥 겁이 났다. 이대로 이 애를 취해도 되는 걸까.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엉망으로 만들어도 되는 걸까.

그러나 죄책감은 욕망 앞에서 그 의지를 잃었다. 정신없이 젖꼭지를 빨았다. 혀끝에 닿기만 해도 혀가 녹아 없어져 버릴 것 같은 맛. 꿀떡꿀떡 침이 넘어갔다. 맛있다고, 더 먹고 싶다고, 몸이 자꾸 욕심을 부렸다. 한쪽은 입에 넣고, 다른 쪽은 손에 쥔 채 주물럭거리며, 바지의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렸다. 아까부터 요동치는 좆을 꺼내 손으로 쥐고 흔들었다.

재이는 그의 머리를 붙잡고 어쩔 줄 몰라 했다. 허리에 감긴 다리를 조였다 풀었다 하며 거친 신음을 토해 낸다. 재이를 침대에 누이고, 다리를 접어 올려 음부가 드러나게 만들자 부끄러움에 얼굴이 새빨개진 재이는 다리를 오므렸다.

“…괜찮아. 맛보기만 할 거야. 아직 넣지는 않을 테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버둥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재현은 몇 가닥 안 되는 음모 아래 드러난 갈라진 틈을 내려다보았다. 재이의 음부는 얼굴만큼이나 섹시하고 예뻤다. 하얀 살결 안에 숨은 붉은 속살이 빠끔거리며 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여길 얼마나 많이 상상했던가. 제 상상력이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적나라하게 알려 주는 듯 재이의 은밀한 곳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냄새도 좋았다. 샤워젤 냄새와 여자 냄새가 뒤섞여 재현의 입에 침이 가득 고이게 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쌀 것 같은데, 넣으면 어떨지 생각만 해도 두려울 지경이다. 흥분하여 애액이 흘러내린 구멍은 꽉 닫혀 있었다. 남자를 모르는 몸. 태곳적 그대로 닫혀 있었던 신비한 곳.

그곳을 열고 싶어 페니스가 기어이 꺼덕거리는 걸 참는 건 여간한 고역이 아니다. 재현은 엉덩이 골 사이로 흘러내린 애액을 핥아 올렸다.

“오빠, 뭐 하는….”

핥아 올린 혀는 그대로 구멍 주위의 액을 훔쳐 냈고, 이어 점점 더 위로 올라가 빠끔 고개를 내민 클리토리스까지 닿았다. 재이의 몸이 길게 전율하면서 떨린다. 연신 신음 소리를 내보내며 재이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일단 흘러나온 액을 모두 수습하고, 재현은 통통한 살집을 입 속으로 빨아들였다가 갈라진 틈을 혀로 문질렀다. 자꾸만 오므라드는 다리를 잡아 벌린 채 게걸스럽게 음부를 핥았다. 다디단 맛 때문에 혀가 얼얼했다. 아무리 먹어도 부족해 애가 타고, 머릿속은 열기로 소진되어 이성이 날아가 버렸다.

지금 이곳엔 음욕에 사로잡힌 남자와 쾌감에 온몸을 바르르 떠는 여자만 있을 뿐이었다. 재이가 흥분할수록 재현의 흥분도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쪽쪽 질척한 살을 빠는 소리가 방 안 가득 울려 퍼졌다. 페니스를 잡은 재현의 손은 스퍼트를 올리며 사정을 부추겼다.

재현이 좁은 구멍 안으로 손가락 두 개를 밀어 넣자, 재이는 기어이 울음을 터트렸다. 눈이 멀 것 같은 쾌감에 덜덜 떨리는 재이의 다리를 보면서 재현은 애무를 멈추지 않았다. 주름진 재이의 질 내벽이 재현의 손가락을 강하게 옥죄어 왔다. 뜨겁고 미끌미끌한 감촉. 페니스를 박으면 이런 느낌이겠지. 넣고 싶어 죽을 것 같았지만, 이 상태로는 들어가자마자 쌀 게 뻔했다.

손가락을 넣었다 뺐다 피스톤질을 하면서 혀로는 클리토리스를 꾹 누르고 빙빙 돌리기를 계속하자, 울음소리와 교성이 섞여 터져 나온다. 이어 그의 혀와 손가락에 경련이 전해져 왔다. 떨림은 한참을 지속되었고, 그에 맞춰 재현의 페니스도 움찔움찔 정액을 내보내려 신호를 했다.

기둥을 꽉 잡고 흔들어 하얀 액체를 재이의 하얀 배꼽 위로 쏘아 보냈다. 아찔한 전율에 절로 눈이 감긴다. 마지막 남은 한 방울까지 짜내며 간신히 흥분을 다스리는데, 재이의 당황한 시선이 그의 물건에 와 꽂혔다.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굵고 큰 그의 페니스는 재이의 눈에는 아마도 흉기나 다름없이 보일 것이다. 핏대를 잔뜩 세운 검붉은 기둥과 검은 음모. 여자들은 처음 그의 성기를 대면하면 겁부터 먹었다. 재이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고, 흰자위는 빨갛게 충혈되었다.

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약해진 재현은 근처에 있는 티슈를 가져다 재이의 배에 흩뿌려진 정액을 닦아 냈다. 당장이라도 저 예쁘장한 구멍에 좆을 꽂아 넣고 싶었지만, 재이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다. 타월로 몸을 가려 주며 재현은 팔로 침대를 짚어 재이를 내려다보았다.

“민재이, 잘 들어. 너 이제부터, 나한테 동생 아니야.”

“…오빠.”

눈가로 흘러내린 눈물을 닦아 주며, 재현은 말을 이었다.

“널 여자로 원해. 지금도 네 구멍에 박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있다는 것만 알아 둬.”

“…….”

“그러니까 선택해. 날 남자로 받아들일 건지, 말 건지. 네가 싫다고 하면 억지로 묶어 두진 않겠지만, 내게 오빠이길 바라진 마. 이제 그건… 불가능하니까.”

재현은 울음 끝에 훌쩍거리는 재이를 그대로 눕혀 둔 채 침대에서 일어났다. 한번 사정을 했음에도 만족하지 못한 페니스는 여전히 발기된 채 꺼떡거리고 있었다. 옷을 대충 정돈하고 샤워를 하기 위해 방을 나왔다.

재이에게 생각할 시간을 줄 것이다. 그를 남자로 받아들이려면 아주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테니까. 그 이후에 닥칠 엄청난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용기가 없다면, 아니 마음이 없다면 깨끗이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토요일 도서관에는 시험을 앞둔 학생들로 꽉 차 있었다. 마지막 한 과목 시험을 앞두고, 머릿속이 뒤죽박죽인 나는 책을 펼쳐 놓고도 글자 하나 읽어 내지 못했다. 며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두통이 심하기도 했고, 눈도 충혈되어 있었다. 샷을 추가한 커피를 마셨지만, 그리 큰 효과가 있는 것 같진 않다.

한숨만 쉬고 있는 내 앞으로 쪽지 하나가 날아들었다. 종이를 펼쳐 보니 맞은편에 앉은 친구, 인영이 보낸 거였다.

- 너 때문에 도서관 땅 밑으로 꺼질 것 같아. 한숨 좀 그만 쉬어.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만 여러 번 내뱉은 모양이다. 그제야 고개를 들어 주위를 쓱 훑어보는 내 눈에 저만치 앉은 바이크 선배와 친구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내 쪽을 흘깃거리며 속닥거리느라 바빴다. 아마도 지난주 우리 집 앞에서 있었던 일을 전부 까발리고, 내 욕이라도 퍼붓고 있는 게 틀림없다.

선배의 표정은 벌레라도 씹은 것처럼 우거지상이고, 그의 친구들은 어이없어 보였으니까. 결혼할 사람도 있는 애가 데이트를 하러 나오다니, 양심도 없네. 그런 눈빛들이었다.

- 점심이나 먹으러 갈래?

인영이 다시 쪽지를 보내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대충 정리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열람실을 나섰다. 그날의 일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민망한 장면들은 제멋대로 내 상념 속에 끼어들었다. 흥분한 재현의 얼굴, 그가 가슴을 물고 빨 때의 찌릿한 느낌, 그리고 다리 사이에 쏟아지던 시선과 축축한 혓바닥의 감촉.

정말이지 상상도 하지 못한 남녀 간의 정사, 그것도 아주 지극히 일부분이었을 텐데, 에 얼이 빠졌다. 섹스가 그런 거였다니. 다시 생각해도 민망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그것도 다름 아닌 재현이 그런 짓을 하다니.

‘이제부터 너 나한테 동생 아니야.’

그가 했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했다. 동생이 아닌 여자가 된다. 민재현에게. 내겐 하늘 같은 오빠인 그에게.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그가 퍼부었던 키스와 애무가 싫지 않았다. 아니, 너무 좋아서 정신을 놓을 뻔했다. 만약 그가 내 안으로 밀고 들어왔더라도 나는 거부하지 못했을 것이다.

선택하라고 했지만, 사실 내겐 선택권이 없었다. 나는 그에게 여자도, 동생도 될 수 없는 처지였다. 여자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사이. 철저히 버려지겠지. 재현의 철두철미한 성격에 모 아니면 도가 될 게 뻔하다.

“요새 무슨 일 있지, 너. 말도 없고, 딴짓하고, 멍하니 딴생각하고.”

인영이 내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냥… 집중이 좀 안 돼.”

“그니까 집중 안 되는 이유가 뭐냐고. 걱정이라곤 없는 애가. 무사태평한 민재이가, 도대체 무슨 일이야.”

재현과의 일은 아무에게도, 심지어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문제였다. 힘들어도 혼자 끌어안아야 할 과제. 왜 이렇게 힘든 선택을 하라고 강요하는 건지, 그가 너무 밉다. 그를 선택한다는 건, 가족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부모님은 우리가 남녀 관계로 맺어지는 걸 절대로 두고 보지 않으실 테니까.

지난 14년간 날 키워 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저버리고 이제 와서 남이 되겠다고 하는 건 배은망덕한 짓이었다. 특히 어머니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였다. 어머니는 날 당신의 친자식으로 알고 계셨다. 애초에 재이는 죽지 않고 살아 있다고 믿었다. 그런 어머니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충격을 견딜 수 있을까.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미어졌다.

아무래도 재현은 미친 게 틀림없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날 여자로 원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의 여자가 되고 싶다고 한순간이나마 바랐던 나도 정상은 아닐지도.

“심란한 것 같은데, 저녁에 맥주 마시러 갈래?”

인영이 물었다.

“그러고 싶지만 집에 손님이 오기로 해서 가봐야 해.”

부모님은 재현의 친구 지상을 집으로 초대했다고 말씀하셨다. 지상의 집안과 혼담이 오간다고, 본격적으로 결혼 얘기를 하기에 앞서 당사자들 의견을 들어 보는 자리라고. 하지만 우리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죽어도 지상 오빠를 싫다고 하지만 않는다면 이 결혼은 큰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다.

지상은 그야말로 로열패밀리 출신이다. 가족들 모두가 선주 그룹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대단한 사람들. 게다가 지상과 재현은 베스트 프렌드였고, 어린 시절부터 우리 집을 드나들며 나와도 친하게 지냈다. 지상 오빠를 남자로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결혼 상대로 나쁘지 않다. 인간관계가 깔끔한 재현이 선택한 친구라는 사실만으로도 믿을 만했고.

눈이 멀게 잘생긴 건 아니어도 성격이 쾌활하고 소탈한 편이다. 같이 있으면 잘 웃게 되고, 마음이 편했다. 까칠, 예민하고, 주관이 분명한 재현과는 정반대였다. 뭐든 완벽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재현과 달리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조금은 편안한 성품이다.

내가 살려면 누굴 선택해야 하는지 그 답은 정해져 있었다. 5시쯤 재현에게 전화가 왔다.

- 지금 나와. 주차장이야.

김 기사 대신 재현이 직접 데리러 왔다. 그날의 불미스러운 접촉 이후, 그와의 첫 대면이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그는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늦게 돌아왔다.

내게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대면하기 껄끄러워서였는지 그건 모르겠다. 그런데 오늘은 왜 직접 데리러 왔을까. 내 대답을 듣기 위해서?

도서관에서 주차장까지 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내 머릿속은 혼잡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사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주차장 근처에서 몇몇 여학생들이 모여 수군거리는 게 보였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재현이 자동차에 기대서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블랙 진에 카키색 코트를 입은 그는 흡사 잡지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고만고만한 남자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띄는 외모. 예전 같았으면 다른 사람들 시선에 개의치 않고 그에게 뛰어갔겠지만, 어쩐지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다.

“진짜 잘생겼지. 누굴까?”

“영화배우 아냐?”

“오늘 우리 학교에서 촬영 있나?”

“그런 얘기 못 들었는데.”

그들은 촬영 장비 또는 다른 배우들이 있는지 재현의 주위까지 두리번거렸다.

“아무도 없는데?”

“혼자 왔나 본데. 이렇게 멀리서도 빛이 난다.”

“그러게. 우리 학교에 저런 비주얼을 가진 사람이 있다니.”

“누구 데리러 온 거 아냐?”

여학생들의 얘기를 들으며 재현의 옆으로 다가가자니 등이 따가울 것 같아, 나는 여학생들이 지나가기를 잠시 기다렸다. 하지만 그들은 좀처럼 갈 기미가 안 보였다. 무심히 담배 연기를 내뿜던 재현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따라오는 시선들을 무시하고 그에게 다가갔다.

담배 연기를 느긋하게 내뿜으며 내 움직임을 관찰하는 그의 눈빛이 오늘따라 부담스러웠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를 예전처럼 심상하게 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내 가슴도 봤고, 내 치부도 봤을 뿐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이라도 되는 듯 빨아 마셨다. 혀로 핥고, 손가락을 집어넣기도 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거기에 그런 짓을….

섹스란 원래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원래 그렇게 하는 것인지도. 내가 순진해 빠졌다는 그의 말은 옳았다. 나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기억하는 한, 두 번 다시 그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것이다.

재현의 눈을 외면한 채, 조수석 문을 열었다. 잠시 후, 재현이 운전석에 들어와 앉았다. 뒤따르는 무거운 침묵은 덤이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빠, 나….”

“오늘 네 결혼 얘기가 나올 거야. 약혼 먼저 하자고 할 거고.”

재현이 내 말을 가로챘다.

“못 하겠다고 해. 아직은 결혼이 이르다고. 졸업하고 나서 생각해 보겠다, 적당히 둘러대.”

“…….”

“대답해.”

무표정한 얼굴로 앞만 쳐다보고 있던 재현의 시선이 내게로 옮겨 왔다. 나는 여전히 그의 눈길을 피하고 있었다.

“오빠, 미안해… 난 아무래도….”

그가 손을 뻗어 내 턱을 잡고 자기 쪽으로 돌렸다. 억지로 마주친 재현의 눈은 위험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선택권을 주겠다던 말은 취소야.”

“……?”

예고도 없이 그가 입을 맞췄다. 무방비한 입술을 벌리고 안으로 그의 뜨거운 혀가 밀고 들어왔다. 무법자처럼 거침없이. 처음엔 나도 그를 밀어내려고 했다. 가슴을 밀쳐도 보고, 고개를 틀어도 보았지만, 도무지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내 머리카락을 헤치고 들어온 손이 내 얼굴을 옴짝달싹 못 하게 잡고, 혀로 내 것을 얽어맸다. 추릅 빨아들이는 힘이 거세다. 내가 키스를 받아 줄 때까지 절대 놔주지 않을 기세였다. 마치 지난 일주일간 하지 못했던 걸 모두 보상받으려는 듯, 완강한 키스.

이렇게 하다간 입술이 부풀어 오를 테고, 둘이 무슨 짓을 했는지 가족들에게 들킬 것만 같았다. 그래서 저항을 멈추고, 달래듯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입술에서 힘이 빠지고, 자연스레 키스도 부드러워졌다. 잡아먹을 것처럼 물고 놓지 않던 입술이 조금은 자리를 양보하는 듯싶었다. 달래듯 내 입술을 혀로 쓸어 주고, 핥아 주었다. 그렇게만 하는 데도 심장은 터질 듯이 뛰고, 아랫배는 묵직해졌다. 정말이지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재현은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뭐든 증거와 사실에 입각해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타입. 한순간의 감정과 충동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한다는 건 참을 만큼 참았고, 버틸 만큼 버텼다는 뜻이었다. 더 이상 자기 의지로는 감정이 통제되지 않는 단계까지 왔다.

재현이 영국에서 돌아온 이후부터 변했으니 거의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그도 수없이 자신을 설득했을 것이다. 내게 딴마음을 품어서는 안 된다고. 안 되는 이유를 수십 가지는 찾아내어 자신을 어르고 타일렀겠지. 그렇다면 차라리 그를 이성적으로 설득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가 남녀로 만나면 안 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따지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오빠, 숨 막혀….”

일단 키스를 푸는 데는 성공했다. 벌써부터 혀와 입술이 얼얼했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하다는 듯 재현의 시선은 내 입술로 향해 있었다.

“오빠, 우리 어디 가서 차 한잔하고 갈래? 아직 시간 있지?”

저녁 식사 시간은 7시였다. 학교에서 집까지는 길어야 2,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 재현은 대답 없이 차를 출발시켜 한참을 달렸다.

이제 막 노을이 내리기 시작한 밖을 초점 없이 내다보며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어떤 식으로 그를 설득할 것인지. 왜 우리는 안 되는 것인지 그의 마음을 돌릴 적당한 이유가 필요했다. 복잡한 거리를 빠져나간 차는 한강변으로 내려가더니 한가한 곳에 멈춰 섰다. 보이는 거라곤 도시의 마천루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흐르는 강물뿐.

사람들이 없는 이곳은 얘기를 나누기에 적당한 곳이 아니었다. 보는 눈이 없어 무슨 짓을 해도 들키지 않는 곳. 차에서 시동이 꺼져 조용해지자,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바람 좀 쐬고 싶어. 나가서 얘기할까?”

문을 여는 내 팔을 잡아당기며 재현이 속삭였다.

“이쪽으로 와.”

그가 제 무릎을 가리켰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싫어.”

“얘기, 안 할 거야?”

오지 않으면 한마디도 하지 않겠다는 듯 완강한 그의 태도에 나는 잠시 망설였다. 오빠 무릎 위에 앉아서 얘기가 되겠느냐고 대꾸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뭐든 내가 원하는 걸 들어주고, 내가 하자는 대로 해주는 그였지만, 한번 아니라고 한 건 내가 아무리 떼를 써도 안 된다는 걸 어렸을 때부터 체득했다.

내 망설임을 지우듯 재현은 기어이 날 제자리로 넘어오게 해 마주 보고 앉게 만들었다. 등받이를 뒤로 조금 젖혀 느긋한 자세로 날 바라보며 흘러내린 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다. 오빠가 아닌 남자로서의 그의 손길은 불편하면서도 가슴을 미친 듯이 뛰게 했다.

나는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고 그의 가슴팍만 쳐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어릴 때야 무수히 그의 무릎에 앉아 놀았다지만, 지금은 경우가 다르다.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손가락이 귓바퀴를 쓰다듬어 내려와 목덜미를 감쌌다. 그 상태로 엄지만 내 아랫입술을 가만히 어루만지니, 가슴이 콩닥거리다 못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 목덜미와 입술에 닿은 그의 손이 낙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뜨거웠다.

왜 나는 단호히 이러지 말라고, 이러면 안 된다고 그를 밀어내지 못하는 걸까. 오빠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아니면 나도 그를 남자로 좋아하고 있어서? 입술을 어루만지던 손가락으로 입 안으로 불쑥 침입해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혀를 움찔거리니 그의 혀와 마찰이 되었다. 재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옅은 숨을 뱉는다. 그의 무릎에 올라앉고 처음으로 그의 얼굴을 보았다.

매끄럽고 단정한 이마, 짙은 눈썹 아래 쌍꺼풀진 눈, 베일 듯 오뚝한 콧날과 두툼해서 더욱 섹시해 보이는 입술. 전체적인 인상은 날카롭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모난 데 없이 수려했다.

특히 그의 얼굴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눈이다. 상대방을 제 마음대로 쥐었다 폈다 하는 그 눈엔 이상한 힘이 깃든 것만 같다. 선이 분명한 동공은 보통 사람들보다 크고 색이 옅었다. 햇빛을 받으면 호박색으로 보일 만큼 밝은 갈색. 어쩐지 신비로워 보이는 색깔이다.

“남자로 다시 보니까 감격스러워?”

놀리듯 묻는 말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돌렸다.

“얼굴 좀 보자. 일주일이나 못 봤어.”

내 입술 사이에 끼워진 손가락을 더 안으로 밀어 넣어 내 혀를 문지르며 그가 속삭였다. 등이 간질거렸다. 이런 기분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온몸이 배배 꼬일 것 같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아 입 속에서 빼내며 물었다.

“오빠, 어쩌려고 이래?”

“…….”

“오빠가 이러면 우리 둘, 그리고 부모님까지 전부 힘들어진다는 거 잘 알잖아. 엄마 아빠가 우리 관계 허락해 주실 것 같아? 아빠는 그렇다 쳐도 엄마는 절대 이해 못 하실 거야. 엄마 쓰러지실 거라고.”

그는 내게 시선을 꽂은 채 답이 없었다. 본인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일 테고, 그런 것까지 고려하지 않았을 재현이 아니었다. 좀 더 밀어붙여 본다.

“아니면 그냥 비밀로 할 생각이야? 부모님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만나다가 오빠가 나한테 싫증 나거나, 다른 애인이 생기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예전으로 돌아가는 거야?”

내가 아는 재현은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었다. 자기가 한 일과 말에는 끝까지 책임을 진다. 일시적인 감정으로 이렇게까지 밀어붙일 사람이 아닌 걸 알면서도 그가 염두에 둔 결말이 뭔지는 궁금했다. 우리는 여느 연인들처럼 좋으면 사귀었다가, 싫으면 헤어질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책임질 수 없는 일은 시작하는 거 아니라고, 오빠가 말했잖아. 그러니까 이쯤에서 그만두자. 더 후회하기 전에. 나도 잊을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

내가 무릎에서 내려가려 하자 재현은 내 뺨을 붙잡고 가까이 끌어당겼다. 손도, 눈길도, 호흡도 모두 뜨거웠다.

“여기서 끝낼 수 있었으면 너한테 그런 짓 안 했어. 도중에 멈출 수 있는 충동이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거라고. 이런 어처구니없는 욕망, 스스로 제어가 안 되는 이런 감정, 처음이라서 나도 혼란스러워.”

내 뺨을 잡은 두 손이 목덜미를 잡고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입술이 닿을 듯 가까운 거리. 얼굴이 화끈거린다.

“지금 내 눈엔 너밖에 안 보여. 널 싹싹 핥아서 삼켜 버리고 싶은 욕심 때문에 앞뒤를 잴 여유가 없어. 그러니까 지금은 내가 원하는 것만 생각하는 거야.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내가 원하는 걸 놓치기 싫다. 이런 상태로는 더 이상… 못 견디겠으니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 안으로 물컹한 속살이 밀고 들어왔다. 또다시 가득 차는 부피감에 나는 숨 쉬는 것도 잊고 그를 받아들이느라 바빴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부풀고, 아무리 노력해도 숨은 생각만큼 쉽게 안 쉬어졌다. 입에 들어온 것을 감당하기도 벅찬데, 아래는 더 위험한 장벽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나를 원하는 욕망의 덩어리가 다리 사이에서 본심을 드러냈다. 점점 크게 부풀어 오른 딱딱한 성기가 팬티를 뚫고라도 들어오려는 것처럼 비비적거렸다.

지난주 침대에 누워 봤던 재현의 페니스. 그걸 다시 떠올리니 입이 바싹 마르는 기분이 들었다. 검붉은 기둥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두꺼웠다. 아이 팔뚝만큼이나 큰 그것은 생긴 것만큼이나 움직임도 흉포했다. 마치 저 혼자 살아 움직이듯 꺼떡거리는 모습에 덜컥 겁이 났다. 저걸 내 몸속에 집어넣으려고 한 건가 싶어서. 그게 들어오면 내 속은 찢기고 말 것이다.

재현의 덩치를 보면 그거라고 저리 거대하지 않은 게 이상한 일이다. 늘씬한 몸이었지만, 어깨는 깡패처럼 탄탄하게 넓었고, 매일 아침 운동으로 다져진 가슴 근육은 만지면 돌덩이 같다. 옷을 벗겨 보지 않으면 그 안에 이런 몸이 들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민재현, 원래 이렇게 음란한 남자였어? 이게 본 모습이었던 거야? 이런 걸 1년 반이나 숨기면서 내게 그리도 차갑게 굴었다니.

내 다리 사이에서 점점 더 크고 딱딱해져 가는 오빠의 성기 때문에 내 엉덩이는 절로 들썩거렸다.

“하아… 너 사람을 얼마나 더 피를 마르게 하려고 이래?”

그가 입술을 마주 댄 채 습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목을 휘감고 있던 그의 손이 내 엉덩이를 부여잡았다. 본능을 참는 얼굴이 무척 야해, 나는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만하라고, 우리 이러면 안 된다고, 그런 결심들은 봄바람에 쓸려가는 눈처럼 스러졌다.

“순진해 가지고, 너 진짜 야하게 구는 거 알아? 너 볼 때마다 속이 바싹 타는 내 심정을 짐작이나 할까.”

그의 갈색 눈에 일렁이는 열기와 야한 기운에 몸에서 힘이 빠졌다. 평생을 친오빠처럼 믿고 따르던 남자의 욕망 앞에서 나는 야릇한 배덕감에 취했다. 그가 내뿜는 페로몬에 취하고, 이 비밀스러운 관계가 주는 짜릿함에 물들었다.

이건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희열이었다. 머리가 안 된다고 거부할수록, 몸은 점점 더 원한다.

모든 여자들의 동경의 대상인 재현. 그런 남자가 나를 원한다는 우월감은 함부로 떨쳐 내기 힘든 망상인지도 몰랐다. 그 남자가 내 오빠라는 사실도 잊고. 남자로 내뿜는 향에 비틀거렸다.

재현이 손을 제 바지에 갖다 대더니 지퍼를 내리고, 팬티 안에서 핏줄이 우락부락 불거진 기둥을 꺼냈다.

흐읍.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지 못하고 얼어 버렸다. 내 눈이 화등잔만큼이나 커졌다. 도저히 내 눈앞에 있는 존재를 믿고 싶지가 않아서.

“순진한 널 데리고 야한 걸 시킬 수도 없고. 너 때문에 아파 죽겠으니까, 어떻게 좀 해봐.”

그러면서 내 손을 가져다 기둥을 쥐게 했다. 뜨겁고 단단한 느낌이 너무나 이상해 내가 손을 떼려 하자, 재현이 꽉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꽉 잡아. 더 세게.”

혹시라도 터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슬쩍 쥐고만 있던 손에 힘을 주니 페니스는 더욱더 격렬하게 요동을 쳤다. 물에서 갓 잡아 올린 물고기 같았다. 손을 떼지 못하도록 재현은 내 손을 감아쥐었다. 나는 울상이 되어 페니스의 끝부분을 내려다봤다. 가운데 조그만 구멍에서 액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오빠, 이건….”

“너 때문에 잔뜩 흥분해서 이래.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져 주니까 좋아서.”

그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 진짜 오빠의 손이나 페니스에 비하면 내 손은 보잘것없을 정도로 작고 하얬다. 한 손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단단한 기둥을 쥐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어서 눈만 껌벅거렸다. 그러자 잔뜩 인상을 쓰면서 재현이 내 손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하아… 씨발, 미치겠네.”

늘 단정하고 정중하기 그지없는 재현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오자, 내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왜, 아파? 너무 세게 쥐었어?”

“큭… 그게 아니라 미치게 좋다는 의미야. 계속 잡고 흔들어, 멈추지 말고.”

내가 감당하기 버거운 페니스를 쥐고 위아래로 흔드는 동안 재현은 다시 키스를 퍼부었다. 입술과 혀가 그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가 다시 내 입 속으로 그의 입술과 혀가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타액이 질척하게 섞이며 이상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입술이 부풀어 오르면 안 된다는 사실도 깜박 잊었다.

키스하면서 페니스를 잡고 흔드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점점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팔도 저려 오고, 내 다리 사이에서 흐른 액체가 팬티를 흥건하게 적셔 불편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질 안쪽이 제멋대로 오므라졌다 펴졌다 하면서 마찰이 일어 간지럽기 짝이 없었다. 지난번처럼 재현이 손가락을 넣어 긁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나도 재현의 미친 생각을 닮아 가는 건가 보다.

***

“제대로 좀 하지. 밥 안 먹었어? 왜 이렇게 힘이 없어.”

오늘 저녁 식사 자리를 생각하다 급격히 기분이 나빠진 재현은 애꿎은 재이를 타박했다. 기둥을 쥔 손에 힘이 없어 스퍼트가 나질 않는다. 그의 타박에 재이는 울며 겨자 먹기로 손에 힘을 주고 다시 흔들었다.

기분 좋은 황홀감이 중심에서부터 시작해 온몸으로 뻗쳐 간다. 생각 같아서는 요 조그맣고 앙증맞은 입 속에 넣어 빨게 하고 싶었다. 입에다 하고, 두 번째는 구멍에다 하고. 손으로 해주는 것도 감지덕지지만 욕심은 원래 끝이 없는 법이다. 페니스만 보고도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는 애의 입에다 넣을 수는 없는 일. 질겁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도망이라도 가면 곤란하다.

그리고 처음은 조심스러웠다.

충분히 풀어 주지 않으면 이 조그만 몸으로 이 커다란 물건을 받아 내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품는 것만으로도 벅찰 텐데, 거기다 대고 박아대면 상처가 날지도 몰랐다. 첫 경험이 아프고 괴로워 버리면 섹스에 대한 환상은 무너지겠지. 그렇게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니, 괴로워도 참는 건 그의 몫이었다.

마냥 곱게만 자라 남녀의 교접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이였다. 집과 학교만 왔다 갔다 했던 모범생. 부모님에게 반항 한번 해본 적 없고, 늘 하라는 대로, 시키는 대로 군말 없이 따르는 아이.

물론 입양된 처지에 큰 소리를 낼 수 없었던 탓이 크다. 원래 성향이 그렇다기보다는. 만약 고아원이 아닌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랐다면 강단도 있고, 제 목소리도 내고, 싫으면 싫다고 뻗대기도 했을 것이다. 마냥 녹록한 아이는 아니라는 뜻이었다. 순진해도, 소질은 충분했다.

야살스러운 저 눈매며 금세 익숙해진 키스, 남자를 미치게 흥분하게 만드는 낮은 신음 소리와 몸의 반응. 그런 것들만 봐도 짐작이 간다. 지금도 팬티는 흠뻑 젖었다. 충분히 흥분은 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말로는 이 관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지만, 몸은 착실히 반응하고 있었다. 그를 오빠가 아닌 남자로 받아들이는데 큰 저항은 없다는 뜻이다.

“그래, 그렇게.”

“…힘들단 말이야. 너무 크고 제멋대로야.”

“네가 이렇게 만들었어.”

“치… 여동생 보고 이런 야한 짓 생각하는 오빠가 어딨어.”

입술 비죽거리는 것조차 귀여우니, 상태가 심각하다. 이런 애를 다른 놈과 결혼을 시켜야 하다니.

“너 이제 동생 아니라고 했을 텐데. 우리 피 한 방울 안 섞였어.”

“엄마는 그렇게 생각 안 하셔.”

재현은 입을 다물었다. 재이를 갖는데 가장 큰 장애 요소인 어머니. 1년 반을 참은 이유의 대부분이 어머니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받을 충격이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되지 않아 두려운 것은 사실이다.

“엄마 생각하면… 우리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어머니도 사실을 아셔야지. 언젠가는.”

“…….”

생각에 잠긴 재이의 손이 또다시 느려진다.

“지금은 나한테 집중해. 입으로 해줄 거 아니면 손이라도 제대로 좀 하자.”

아니나 다를까, 재이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도자기같이 하얗고 매끄러운 뺨은 석류처럼 붉어졌고. 혼자 상상하는 눈매가 가늘어진다. 그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듯 고개를 젓기도 했다.

재현은 그녀의 눈가에 가볍게 입술을 누르며 속삭였다.

“네 입 속에 넣고 싶어 미치겠다. 하지만 그건 나중에….”

흔들리는 재이의 눈망울을 보니, 그녀의 잔잔하고 순결했던 세계가 와르르 무너지고 있는 게 보인다. 하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성인이 되었으면 성인의 삶을 살아야 한다. 언제까지 동화 속 잠자는 공주님으로 남아 있을 수는 없지 않나.

마지막이 가까워 온다. 사정감이 벅차게 차올라 곧이라도 몸을 뚫고 재이의 몸에 흩뿌려질 것만 같다.

재현은 티슈를 여러 장 뽑아 준비를 하고, 목까지 차오르는 쾌감에 미간을 찌푸렸다. 입에서는 연신 낮은 신음이 새어 나갔고, 절정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한 재이의 손이 더 빠르고 경쾌해졌다. 액이 거침없이 분출해 티슈를 축축하게 적셨다.

“계속해. 마지막까지 놓지 말고.”

재이의 귓가에 속삭이며 귓불을 가만히 깨물었다. 혼자서 흔들어야 하는 재미없는 자위와는 차원이 다른 오르가슴이었다. 재이의 눈앞에서, 재이의 손을 통해 얻은 거친 쾌감. 이 감각에 중독될 것만 같다.

잘 했다는 뜻으로 재이의 입술에 키스를 해주고, 손에 묻은 액도 닦아 주었다. 한번 사정을 했음에도 쉬이 가라앉지 않는 페니스를 억지로 바지 안으로 욱여넣은 재현은 바람을 쐬기 위해 재이를 밖으로 먼저 내보내고, 차에서 내렸다.

어느새 어둠이 깔린 도시에 불빛이 가득 들어찼다.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한동안 피우지 않던 담배가 욕망을 누르는 게 힘들어지면서부터 다시 늘었다. 재현은 차에서 담뱃갑을 꺼내고 코트를 벗어 재이의 어깨에 둘러 주었다. 바람이 제법 차다.

하얀 연기를 재이의 반대쪽으로 내뿜고 시선을 돌렸다. 커다란 코트를 이불처럼 덮은 채 재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솜털도 보송보송 아기 같은 게,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지상이랑 결혼 아직 이르다고, 졸업하고 다시 생각해 본다고 얘기하는 거 잊지 마.”

“…….”

“왜 대답이 없어?”

“지상 오빠 좋은 사람이잖아.”

“그래서?”

“어차피 해야 할 정략결혼이라면 지상 오빠랑 하는 것도 나쁘진….”

“너 내가 미쳐 돌아가는 꼴을 봐야 정신 차리지.”

재이가 커다란 눈망울을 그에게로 돌렸다.

“오빠, 나 솔직히 이 관계 자신 없어.”

“…….”

“부모님 몰래 오빠랑 이러는 거…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아. 날 키워 주신 부모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잖아.”

재현은 다시 한번 연기를 폐부 깊숙이 빨아들였다가 공중으로 내뱉었다. 메슥거리던 속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지난 일주일 동안 그의 속은 뭘 잘못 먹은 것처럼 더부룩하고, 답답하고, 울렁거렸다. 멀미라도 하는 것처럼 어질어질했다가 땅밑으로 가라앉은 것처럼 침잠했다.

재이에게 선택권을 주었지만, 돌아서는 순간 후회했다. 재이에게도 그렇지만 그에게도 선택권은 없었다. 그러기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와버렸으니까. 그리고 그 사실을 부모님이 지상을 초대했다는 얘기를 했을 때 확실히 깨달았다.

지상과 재이. 절대 이뤄지게 둘 수 없는 조합이었다. 누구보다 지상을 친구로 좋아하지만, 재이를 넘보는 순간 적이 될 수밖에 없다. 지상이 재이에게 키스하고, 좆을 박는 상상만으로도 이미 그의 신경은 파르르 날을 세워 맹수처럼 돌변했다.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수 있어도 재이만은 절대로 넘길 수 없다.

“내가 다 알아서 할 거니까, 넌 그냥 날 믿고 따라오기만 하면 돼.”

재이는 대답 없이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툭 건드리면 눈물을 한 바가지는 쏟을 것 같은 눈망울이 정처 없이 흔들린다.

두렵겠지. 그게 정상이다. 하지만 두려움만으로는 원하는 걸 쟁취할 수 없다는 걸 절실히 깨달은 그였다. 참을 만큼 참았고, 숨길 만큼 숨긴 감정. 이제는 갈 데까지, 끝까지 가보는 수밖에 없다. 박지상한테 넘겨주려고 고이 기른 여동생이 아니었다.

재현은 담배를 끄고, 손을 뻗어 다시 하얘진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잠시 얌전하게 수그러들었던 좆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내일 아침 일찍 나랑 갈 데가 있어.”

“어디?”

“가보면 알아.”

“오빠….”

불안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면서도 재이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차고에 차를 주차시키고 나오는데, 마침 골목길로 들어선 자동차가 두 사람의 근처에서 멈춰 섰다. 지상이었다. 그는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내리면서 재이를 보더니 활짝 웃으며 두 팔을 뻗었다. 어렸을 때는 곧잘 재이를 안아 들고 빙글빙글 돌려주곤 했다지만, 지금은 그럴 나이가 아니었다.

“오빠, 오랜만이야.”

“뭐해, 뛰어오지 않고?”

지상이 제 두 팔을 가리켰다.

“오빠, 내가 나이가 몇 갠데.”

“내가 너 하나 못 들까 봐 그래? 몸도 그렇게 말라 가지고?”

녀석은 미처 말릴 새도 없이 재현의 눈치를 보는 재이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번쩍 안아 들더니 두 바퀴를 돌았다. 꺄르르거리는 재이의 비명 소리에 재현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짙은 눈썹이 한데로 모여 꿈틀거린다.

“박지상. 내려놓지그래? 재이 이제 열 살 어린애 아니다.”

“그러게. 예전의 꼬맹이가 아니네. 언제 이렇게 컸어?”

재이를 내려놓고, 위아래로 훑어본 녀석은 휘파람을 불었다.

“우리 재이 너무 섹시한 거 아니야? 이 오빠가 SNS에 올린 네 사진 보고 깜짝 놀랐다. 다른 사람인 줄 알고. 이제 이 오빠한테 시집만 오면 되겠어.”

“그 손 치워라.”

재이의 어깨에 두른 녀석의 팔을 떼어 내며 재현은 재이의 허리를 가볍게 안아 대문 쪽으로 향했다.

“자식, 까칠하기는.”

대문이 열리자 지상의 운전기사가 커다란 상자를 두 개 집 안으로 옮겼다. 지상은 꽃다발 하나를 더 챙겨 어머니와 재이에게 하나씩 건네며 꽃보다 더 아름다운 두 모녀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재현이 2층에 올라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다시 내려왔을 때, 재이와 지상이 보이지 않았다.

“재이 방 구경시켜 준다고 들어갔어.”

어머니의 말을 들은 재현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 저 외의 다른 외간 남자라고는 한 번도 들인 적 없는 순진무구한 그 방에 지상이 녀석이 침입했다. 박지상은 특유의 너스레와 유쾌한 농담으로 여자들의 경계심을 쉽게 허물어뜨리는 재주가 탁월했다.

학교 다닐 때도 늘 재현과 지상은 여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자주 비교를 당하곤 했는데, 표는 언제나 반반으로 갈렸다. 시크하고 냉담한 나쁜 남자 스타일인 재현을 좋아하는 여자와 싹싹하고 활발한 지상을 좋아하는 여자. 재이는 어느 쪽일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가 녀석의 취향이 아닐 거라고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처음으로 궁금했다. 재이의 취향이.

재현이 벌컥 방문을 열자 재이와 지상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 바람에 둘이 이마를 부딪쳤고, 울상을 짓는 재이의 이마를 지상이 손끝으로 문질렀다. 지상의 손에는 재이의 일기장으로 보이는 노트가 들려 있었다. 재이는 그걸 빼앗으려 했고.

“혹 나겠다. 가만히 있어 봐, 내가 문질러 줄 테니까.”

“아니야, 괜찮아.”

재현의 눈에서 발산되는 심상치 않은 눈빛을 힐끗 보곤 재이가 지상의 손을 물리쳤다.

“숙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건 신사답지 못한 짓 아닌가?”

재현의 말에 지상은 일기장을 제자리에 꽃아 두었다.

“훔쳐보려던 건 아니었어. 우리 꼬맹이가 어렸을 땐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궁금해서.”

꼬맹이라는 말이 유난히 신경에 거슬린다.

상다리가 부러질 듯 많은 음식이 차려진 식탁 주위로 모두 둘러앉았다. 아버지가 상석에 앉으시고, 어머니와 재이가 나란히, 재현과 지상이 함께였다.

“반주 한잔하겠나?”

지상은 아버지의 술 권유를 마다하지 않았다. 녀석은 말술을 먹었다. 웬만큼 먹어서는 취하지도 않는다.

아버지는 귀한 손님이 올 때만 대접하는 산삼주를 꺼냈다. 잔이 채워지고 모두 잔을 들었다. 아버지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선주 그룹의 일원인 지상을 사위로 맞아들이니 기꺼운 모양이다. 아마도 재현을 제외한 관련된 모든 이들이 같은 마음을 공유할 것이다.

“뜻하지 않은 혼담을 받고 처음엔 좀 놀랐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이보다 더 좋은 인연은 없을 것 같네. 지상이 부모님도 좋으신 분들이고, 우리 재이 많이 사랑해 주실 테니 말이야.”

어머니의 얘기를 들으며 재이는 젓가락으로 하얀 쌀밥 알을 들었다 놨다만 하고 있었다. 재현과 눈을 마주치기 싫어 시선은 내내 내리깐 채였다.

“우리 재이가 올해 졸업반이고, 내년엔 우리 회사에서 인턴부터 시작해 제 몫의 일을 하겠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고 어리니 결혼은 천천히 하는 게 좋을 것 같군.”

아버지의 말씀에 이어 지상이 입을 열었다.

“부모님께서는 2년 정도 약혼 기간을 두고 결혼식을 올렸으면 하십니다. 그사이 누가 채 갈지도 모르니, 약혼 날짜는 빨리 앞당겨 잡는 게 어떠냐고 여쭤보라고 하셨어요.”

재현이 끼어들었다.

“재이 이제 겨우 스물셋입니다. 약혼이고 결혼이고 너무 일러요.”

“결혼은 이르지만, 약혼을 해두는 건 나쁘지 않지. 그사이에 서로 알아 가는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고.”

어머니가 말했다.

“재이 생각도 물어봐야죠. 아무리 집안끼리 정하는 결혼이라지만, 당사자의 의견을 무시할 순 없으니까요.”

모두의 시선이 당연하게 재이에게로 향했다. 재현의 눈짓을 힐끔 본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졸업부터 하고 천천히 생각하면 안 될까요? 아직 시험도 남아 있고, 인턴십 준비도 해야 되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요.”

“생각하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 이보다 더 좋은 혼처는 없다. 지상이야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만나면서 인성이 어떤지는 익히 봐 왔고, 서로 집안에서도 흔쾌히 원하는데 망설일 게 뭐 있어?”

그러나 아버지는 이 결혼을 강행하기로 작정한 듯 밀어붙이려 했다.

“남자들 만나 봐야 다 거기서 거기야. 괜히 이상한 놈 들러붙으면 골치 아파지니, 이놈 저놈 만날 생각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지상이랑 정을 붙여 봐. 너도 지상이가 싫지는 않을 테지.”

“그건… 그렇지만….”

지금까지 부모님 말씀에 크게 거역해 본 적 없던 재이가 아버지의 의견에 쉽게 반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일단 졸업부터 시키고 회사에 적응 좀 하면 그때 다시 얘기해 보기로 하시죠, 아버지.”

결국 마무리는 재현이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아버지가 결론을 내렸다.

“재이 졸업하면 양가 상견례 자리 한번 마련하자고 말씀드리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졸업까지 고작 3개월 정도 남았다. 그때까지 무슨 수를 써서든 이 결혼을 없던 일로 해야 한다. 재현의 마음이 바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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