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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일주일이 금세 지나갔다.
해율은 그간 거의 정신을 놓고 시간을 흘려보냈다. 강의 중에도 문득문득 그가 생각났다. 정말 미쳐 버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느닷없는 순간에 우경이 떠올랐다. 그럴 때마다 자꾸만 달아오르는 몸을 가라앉히려 애써야 했다.
과외를 그만두고 싶다고 몇 번이나 진형에게 연락을 넣으려다 그만두기를 반복했다. 우경에게도 말해야 했지만, 그 전에 과외 자리를 소개해 준 진형에게 먼저 말하는 게 예의인 것 같았다. 하지만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다가 그만두기 일쑤였다.
이렇게 인연이 끊어져 버린다면, 아마 우경을 만나는 것은 그때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로 따져도 그만둘 수만은 없었다. 당장 우경에게 받았던 과외비는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는 데에 이미 지출해 버렸다. 과외를 그만두게 된다면 그 돈을 돌려줘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다른 일자리를 구하거나,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야 했지만, 얄팍한 인맥을 가진 해율에게 쉬이 돈을 빌려줄 만한 사람을 찾기는 요원한 일이었다. 떠오르는 사람이라고는 진형뿐이었으니 말 다한 셈이다.
그러던 사이에 시간이 흐르고 흘러, 과외 하는 당일이 되었다. 오늘 당장 우경의 집으로 가야만 했다.
해율은 작게 도리질을 치며 캠퍼스를 빠져나왔다. 그 순간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 멍하니 걷다가 화들짝 놀라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발신인을 확인한 해율의 입이 벌어졌다.
[오늘 데리러 갈게요.]
우경이었다.
* * *
“타세요.”
운전석에서 상체를 기울이며 건네는 말에 해율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고는 말없이 조수석 문을 열었다.
해율은 시트에 살포시 엉덩이를 내렸다. 우경이 자신의 몸에 손을 댄 것은 아마 단순한 변덕일 것이었다. 예전부터 듣고 싶지 않아도 들려오는 소문으로 알게 된 것은, 그가 성적으로 상당히 개방적이라는 것이다.
마음을 다잡고 냉정하게 쳐 내야 했다.
“저 버스 타고 가도 되는데요. 일부러 데리러 와 주셔서 감사해요.”
해율이 덤덤히 내뱉는 말에 우경이 빙긋 웃었다.
“어떻게 그래요. 안 그래도 계속 신경 쓰였어요.”
계속이라니. 신경이 쓰였다니.
……아니, 아니다. 새겨듣지 말자.
우경의 말 한마디에 의미를 두지 말자. 해율은 그렇게 속으로 다짐했다.
“앞으로는 데리러 올게요, 선생님.”
그의 나지막한 말에 해율이 질근 입술을 물었다. 은근하게 들리는 저음에 그가 뱉었던 저급한 말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았다.
대답 없이 창밖만 보고 있는 해율을 향해 우경이 지긋한 시선을 보냈다. 새까만 머리를 등 뒤로 단정히 묶은 동그란 해율의 뒤통수를 바라보던 우경의 다갈색 눈동자에 이채가 스몄다.
차가 미끄러지듯 도로를 내달렸다. 우경은 마치 이전의 농밀했던 시간들을 까맣게 잊은 사람처럼 행동했다. 해율은 그저 단답식으로 대꾸할 뿐이었다. 어느새 두 사람은 우경의 집에 도착했고, 시간은 딱 8시가 되기 오 분 전이었다.
그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는 내내 해율은 아랫배가 바짝 조여드는 기분으로 안절부절못했다. 머리를 꼬고 싶어질까 봐 오늘은 긴 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왔다.
오늘로 네 번째의 과외였다.
가방끈을 꽉 쥐며 방에 들어섰다. 우경의 방은 커다란 책장이 오른쪽 벽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방문에서 바로 보이지 않게 살짝 비껴간 곳에 침대가 놓여 있었다. 그의 방 자체만 해도 해율의 원룸보다 훨씬 더 큰 크기였다.
오늘따라 그의 체취를 닮은 짙은 향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다리에 자꾸만 힘이 풀렸다. 다른 곳에는 눈도 돌리지 않고 책상이 있는 곳을 향해 바로 걸어가던 중에도 머리가 몽롱해졌다. 해율은 애써 곱아드는 발가락 끝에 힘을 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 오늘은 수업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자신이 정말 미친 짓거리를 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저, 저기.”
해율이 그렇게 말하며 뒤를 돌아봤을 때였다. 우경이 언제 이렇게 가까이 왔는지, 그는 그녀의 등 뒤를 감싸듯 붙어서 해율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해율은 숨을 들이켰다.
“네, 선생님.”
그는 매혹적인 웃음을 걸친 채로 해율을 빤히 바라봤다. 그녀가 입을 달싹이며 말을 잇지 못하던 때, 그가 그녀의 침묵을 갈랐다.
“오늘은 우리 뭐 배울까요?”
달콤하게 속삭이는 말에 해율이 그대로 허물어졌다. 무언가에 홀린 것 같았다. 해율의 입에서 절로 비음이 새었다.
“아…….”
해율이 뒷걸음질 치며 그의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비틀대자, 우경이 그녀의 허리를 지탱하듯 안아 왔다.
“언어는 생활과 밀접한 단어일수록 배움이 빠르대요.”
문득 그가 그렇게 속삭였다. 귓가가 지잉 울릴 정도로 달콤한 음성이었다. 해율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서 잠시 눈을 깜빡이자, 그가 혀를 살짝 내밀어 자신의 입술을 쓸었다.
“오늘은 그렇게 수업해요, 우리.”
“……무슨 말이에요?”
의미심장하게 뱉는 말에 해율이 그의 팔뚝을 붙잡았다. 그대로 둘의 몸이 완전히 맞붙었다. 가슴팍에 닿는 우경의 몸이 뜨거웠다.
“이건, 독일어로 뭐라고 해요?”
그가 해율의 손가락 끝을 간질이며 그렇게 물었다. 해율의 입이 벙긋 벌어졌다. 색색거리는 숨과 함께 입술을 열어 작게 말했다.
“……Finger.”
“아하.”
그가 그녀의 말을 그대로 발음하며 따라 했다. 열의 있는 학생의 모습, 딱 그것처럼 그렇게.
“그럼, 여기는요?”
그리고 손가락을 간질이며 위로 올라온 손이 팔뚝 안쪽의 여린 살갗을 쓸었다. 그가 닿은 부근이 미친 듯이 뜨거웠다. 해율이 또다시 독일어로 얘기해 주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아!”
팔뚝을 건드리던 손이 어느덧 그녀의 티셔츠 위로 올라와 가슴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뭉근하게 쓰다듬는 부근에 지독한 열감이 피어올랐다. 한 손에 채 다 담기지 못하는 그녀의 젖무덤이 그의 손안에서 부드럽게 짓이겨졌다.
“여기는요?”
“흣, 아, 잠, 잠까……. 으응!”
해율의 입에서 만류의 말이 나오기도 전에, 우경이 하얀 천 위로 그녀의 부푼 유두가 있는 부근을 손끝으로 툭 건드렸다. 직접적인 자극이 가해지지 않았는데도 옷 안쪽이 부푸는 게 느껴졌다.
“이렇게 배우니까 이해가 잘되는 것 같아요, 선생님.”
“무슨, 흐읏.”
그의 품에 안긴 채로 뒷걸음질 치던 해율의 무릎 끝에 무언가가 턱 하고 걸렸다. 침대 프레임이었다.
“오늘은 저번 수업보다 조금 더 진도 나가도 될까요?”
그의 말은 언뜻 들으면 학생이 아무렇지 않게 물을 법한 말이었다. 하지만, 해율은 기억했다. 저번 수업에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는 지난주 해율의 살굿빛 유두가 짙은 붉은색이 될 때까지 물고 빨았다.
순식간에 해율의 사타구니가 아릿한 감각과 함께 뜨겁게 젖어 왔다. 자신이 이렇게 쾌락에 약한 사람인 줄 미처 몰랐기에 해율은 당황할 정신도 없었다. 힘이 빠진 무릎이 꺾이며 침대 위로 풀썩 주저앉았다.
우경의 말에 음부가 지끈거렸다.
아, 도저히 저항할 수가 없었다. 몇 년 전 제 안에 품고 숨기기에 급급했던 연정이, 눈앞의 완벽하게 성장한 남자를 향해 빗장을 풀어 헤치며 마구 넘쳐 났다.
이제껏 해율의 인생에 없던 충동이 그녀의 머릿속을 빠르게 잠식해 갔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 경험해 보지 못한 흥분이 이성을 불사르며 몸을 달구었다.
그가 자신에게 내보이는 관심과 접촉에 쉽게 허물어졌다. 비록 일시적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네. ……진도, 더 나가요.”
해율이 눈가를 촉촉하게 적시며 그렇게 속삭이듯 말하자, 우경의 눈이 가느스름하게 빛났다.
“아!”
“하.”
해율의 새된 신음과 함께 우경의 숨결이 조금 거칠어진 듯, 그가 약간 뜨거운 한숨을 흘렸다. 그의 눈빛이 다소 짙은 색으로 변했다. 그의 멀끔한 얼굴에 폭력적인 정염이 깃들었다.
“오늘은 보지 빨고 싶어요.”
“네? 그, 그런 말, 흑.”
자신은 입에 담기조차 힘든 저속한 말. 하지만 그 말에 해율은 미친 듯이 흥분했다. 애액이 팬티를 축축하게 적시는 게 선연히 느껴졌다.
“왜요. 이런 말 싫어요? 음, 아닌데. 내가 이런 말 하면 선생님 귀가…….”
그가 손을 해율의 말랑한 귓바퀴로 가져갔다.
“엄청 따끈따끈해지는데. 그렇죠, 선생님.”
커다란 손바닥이 해율의 귓바퀴를 누르고, 그의 손이 귓불을 만지작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바로, 그가 해율의 티셔츠를 완전히 위로 올리며 동시에 등 뒤의 브래지어 후크를 풀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하아, 너무 예뻐.”
문득 그렇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미 해율의 얼굴은 새빨개진 채였다. 흥분되고, 창피하고, 미칠 것 같았다. 그녀가 물기 어린 눈을 들자 그가 침잠한 눈동자로 뜯어 발기듯 완전히 드러난 그녀의 젖가슴을 내려다봤다. 그의 시선만으로도 선단이 빳빳하게 솟았다.
“여기는 뭐라고 해요?”
“아!”
“알고 싶어요.”
“흐윽, 거, 거기에 대고 말하지 마세요.”
젖꼭지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며 말하는 우경을 내려다본 해율이 울먹이며 그렇게 말하자, 미미한 웃음을 걸치고 있던 우경의 표정이 변했다. 욕설을 짓씹는 소리가 들리는 듯도 했지만, 곧 그녀의 모든 감각이 가슴 선단으로 쏠리면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앙, 아, 흣!”
“하아. 선생님 가슴 너무 맛있어요. 젤리 같아.”
돌아 버릴 것 같아.
중얼거리는 말이 그녀의 유두 안으로 뭉개졌다. 우경의 애무는 저번과는 또 달랐다. 이전에는 부드럽게 그녀의 가슴을 살살 빨아 어르는 듯했다면, 이번에는 난폭하기 짝이 없었다.
그가 이를 세워 그녀의 젖꼭지를 긁고, 또 입을 벌려 유륜과 함께 한 움큼 삼키더니 엄청난 압력으로 빨기 시작했다. 애무라기보다는 잡아채어 삼키는 동작에 더 가까웠다. 머리가 행위를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거칠고 빠른 그의 애무에 해율의 허리가 침대에서 붕 떴다.
“알려 줘야 멈출 거예요. 여기를 뭐라고 하는지, 알려 줘야죠.”
“흐윽! 아, 거긴, 아응!”
해율이 정신없이 도리질을 치자, 그가 마치 벌을 주려는 듯 더욱 세차게 빨았다.
쭙, 추웁. 질척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귀가 먹먹했다. 기어이 해율이 떠듬떠듬 독일어로 발음하자 그제야 그가 가슴에 쏟아붓던 애무를 멈추었다. 그는 자신이 말한 대로 행동했다. 하지만 그러던 사이에 이미 양쪽 유두는 번들거리는 타액으로 범벅이 되어, 새빨간 색을 띠며 바짝 일어서 있었다. 젖은 가슴이 외기에 닿자 약간 서늘한 느낌이 들어 해율이 어깨를 바르르 떨었다.
지익.
그때, 우경이 해율의 바지 버클을 풀며 지퍼를 내렸다. 해율은 흐느적거리며 우경이 하는 양을 멍하니 지켜보다가 몸을 굳히고는 다리에 바짝 힘을 줬다. 그러나 그 행동은 오히려 바지를 벗기는 데 도움을 줄 뿐이었다.
스륵. 툭. 해율의 청바지가 완전히 벗겨져 바닥에 떨어졌다.
우경의 예기 어린 눈이 해율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아래가 엉망으로 젖어 있으리란 건 불 보듯 뻔했다.
해율의 얼굴이 화드득 달아올랐다. 속옷은 그의 진득한 시선으로 인해 더욱 점점이 젖어 가고 있었고, 그는 그것을 빠짐없이 지켜봤다.
“보지 엄청 젖었어요. 홍수 난 것처럼.”
“아!”
그가 말과 동시에 팬티 위를 검지로 스윽 쓸었다. 순간 허리가 퍼뜩 튄 탓에 하얀 허벅지가 흔들렸다.
“보지는 뭐라고 해요?”
“흐앙, 아!”
우경이 심상하게 읊조리며 겉으로 쓸던 검지를 속옷 위로 좀 더 세게 긁었다. 음순을 누르는 압력이 조금씩 세졌다.
“네?”
“아, 모, 몰, 흑.”
해율이 잘게 도리질을 쳤다. 설사 안다고 해도 말할 수도 없었을 테지만, 지금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래요? 어떡하지. 알고 싶은데.”
그가 나직하게 읊조리더니 해율의 팬티를 아래로 끌어 내렸다. 그러자 그녀의 내밀하고 습윤한 음부가 훤히 드러났다. 첫사랑의 눈앞에, 해율이 아프게 숨겨 왔던 마음을 온통 빼앗겼던 현우경의 눈앞에, 빠짐없이 모두.
“흐윽.”
해율의 눈꼬리에 눈물이 맺혔다. 창피해서 미칠 것 같았다.
“여긴 또 왜 이렇게…….”
그가 뜻 모를 말을 중얼거리더니 허벅지 안쪽을 손으로 잡고 부드럽게 쓸었다.
“그거 알고 있어요?”
그리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선생님 보지랑 젖꼭지랑 같은 색이라는 거, 알고 있었어요?”
“몰, 라요. 그런, 거.”
해율이 끊어 내듯 겨우 말하자 그가 혀를 내밀고는 또다시 음산하게 뇌까렸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 한 적 없었어요?”
해율은 도리질을 쳤다. 한 번도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몸을 보인 적이 없었다. 제 몸의 은밀한 구석을 들여다보지도 않았던 터라 해율이 그런 것을 알고 있을 리 만무했다. 뇌가 노곤노곤하게 허물어지는 느낌이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그가 묻는 대로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 흑. 아니……. 으흣.”
“……다른 남자는, 몰라요?”
해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그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어렸다. 그녀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듯, 하지만 언뜻 화가 난 듯도 해 보였다. 있지도 않은 일을 상상했던 자신에게, 그리고 쉽게 젖는 몸을 갖고 있는 그녀에게. 이어 우경이 들릴 듯 말 듯 뇌까렸다.
그러게요. 알았으면, 화났을 것 같아.
“아, 아응!”
말과 동시에 그가 그녀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박았다. 그리고 혀를 넓적하게 만들어 질척하게 젖은 음부에 정신없이 비비댔다. 해율은 기겁했다. 설마, 설마 정말로 그가 자신의 아래에 입을 대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현우경이, 그가 자신의 아래를 게걸스럽게 빨아 대고 있었다.
우경이 거친 숨과 함께 입술로 음순을 살짝 물고는 부드럽게 빨았다. 애액으로 엉망이 된 질 입구가 타액과 섞여 윤기를 더했다. 매끈한 살결을 따라 혀를 놀리던 그가 혀끝으로 음핵을 건드리자 해율의 입에서 울음 섞인 교성이 터졌다.
“흐앙!”
“미치겠네.”
그녀의 반응을 예민하게 살피던 우경이 단단하게 솟은 클리토리스에 타액을 듬뿍 묻혀 혀를 이리저리 굴려 가며 애무했다. 해율이 정신없이 울음 섞인 신음을 내질렀다. 음핵이 짓이겨질 때마다 내벽에서 애액이 울컥울컥 쏟아졌다.
엄청난 자극이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쾌감의 전율이 내달렸다. 절로 허리가 들썩거리며 풍만한 가슴이 출렁였다.
우경 또한 흥분에 휩싸인 듯 점점 애무의 강도가 격해져 갔다. 그가 달콤한 애액을 내뿜는 질구를 향해 혀를 세우더니, 깊숙이 얼굴을 묻고는 말 그대로 쭉쭉 빨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침범하지 않았던 내벽을 전부 맛볼 기세로, 그의 축축한 살덩이가 꿈틀거리며 짓쳐들어왔다.
“아응! 흥! 아앙!”
가느다란 교성이 높아졌다. 아래가 완전히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끔찍할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었다. 생전 처음 느끼는 감각에 머릿속이 절절 끓었다. 그의 입 안에서 음부가 죄 먹혀,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할 정도였다.
“여기도 너무 맛있어요. 하아, 복숭아보다, 더 달아요.”
그가 중얼거리며 다시금 끈질기게 안을 핥아 댔다. 그러면서 해율의 부드러운 허벅지를 감싸 안자 그녀의 허리가 절로 들렸다.
이제 우경이 상체를 세운 채여도 해율의 음부는 그의 눈앞에 바로 위치한 자세가 되었다. 이제껏 상상도 하지 못한 민망한 자세인데도 어쩐지 더욱 흥분감이 차올랐다. 그를 나타내듯 해율의 질구가 게걸스럽게 벌렁거렸다. 마치 더 해 달라고 조르는 것처럼.
“저번에도 이렇게 보짓물 흘려서는. 집에 가서 어떻게 했어요? 혼자 해결했어요?”
“아니, 그런 짓, 안 했, 흐응……!”
“그럼.”
순간적으로 그의 말투가 음산하게 낮아졌다.
“다른 데서 해결했어요?”
다른 데라니. 해율은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젖은 속눈썹을 팔랑거렸다. 그러자 우경이 섬뜩하니 낮아졌던 어성을 원래대로 되돌리며 피식 웃었다.
“설마, 그랬을 리가. 아까 아니라고 했으니까 믿을게요.”
그와 동시에 그가 다시금 얼굴을 내렸다. 그러고는 퉁퉁 부어오른 음핵과 질구까지 혀로 느릿하게 쓸었다.
“앞으로는 제가 다 빨아 드릴게요.”
“무, 무슨……! 아앙!”
그녀의 허리가 다시금 위로 휘었다. 아까와는 또 다른 거센 압력으로 우경이 그녀의 음부를 마구 빨기 시작했다. 음핵을 입술로 꼬집듯 괴롭히고, 질구를 혀로 미친 듯이 쑤셨다.
해율이 침대 시트를 찢을 듯이 그러쥐었다. 뭔가 이상한 감각이 빠르게 그녀를 덮쳐 오고 있었다.
“아, 잠깐만, 아, 안……! 우, 겨……!”
그녀가 저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입에 담으려 할 때, 우경이 눈을 빛내며 그녀의 감각을 좀 더 빠르게 이끌었다.
우경아.
그녀가 소리 없이 그의 이름을 속으로 외쳤다. 입 밖에서는 절정의 비명이 터졌다. 여린 근육이 쉴 새 없이 경련하며 우경의 혀를 놓지 않겠다는 듯 꽉 조여 댔다. 파르르 떨리는 음순에 피가 몰려 딱딱하게 굳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엄청난 쾌감의 파도였다. 눈꼬리에서 생리적인 눈물이 또르륵 흘러 그녀의 관자놀이를 타고 내려와 침대 위로 떨어졌다.
잠시 그렇게 가만히 몸을 굳힌 상태로 절정에 몸을 맡겼다. 우경이 마치 잔뜩 포식해서 배부른 짐승처럼 그녀의 음부에 질척하게 묻은 남은 애액을 느른하게 핥아 냈다. 이내, 해율의 하체에 힘이 풀려 뭉근한 여운에 취한 몸이 침대 위로 흐느적거리며 쏟아졌다.
“예뻐 죽겠어요.”
깜빡. 깜빡.
생전 처음 겪는 엄청난 감각에 취해 해율이 멍한 시선을 우경에게 두었다.
진짜, 예뻐서 미치겠어.
달콤한 속삭임이 마치 자장가처럼 멀리서 들려왔다. 해율이 젖은 속눈썹이 움직이는 속도가 점점이 느려졌다.
우경아.
그녀가 뭉근한 머리로 그렇게 읊조렸다. 응, 하고 대답이 들리는 듯했다. 환청처럼 웅웅거리며 멀어지는 대답이었다.
우경이 그녀를 직시하며 눈을 접어 웃었다. 해율은 더 이상 그를 외면하거나 거부할 수 없음을 느꼈다. 그에게 완전히 빠져들어 젖어 감을, 아니 이미 온몸이 푹 젖었음을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곧, 수마가 그녀를 덮쳤다.
암전이었다.
* * *
“하아.”
입에서 앓는 것과 닮은 한숨이 샜다. 앞에서는 교수가 강단에 서서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해율은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어 뜨끈한 이마에 손등을 가져다 댄 채 책상 위에 설핏 기댄 채로 수업을 들었다.
그때, 끼익, 거리는 소리와 함께 웅성거리는 소음이 강의실을 메웠다. 어느새 강의가 끝났는지 학생들은 저마다 친구들과 잡담을 주고받으며 소란스럽게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아.’
해율은 참담한 음성을 삼켰다.
수업을 전혀 듣지 못했다. 결국 강의가 끝나갈 즈음에는 자꾸 애먼 생각만 떠올라 눈까지 질끈 감아 버렸다.
‘나 정말 왜 이러지.’
이 증상은 하루 이틀 있었던 게 아니었다. 자꾸만 머릿속에 그날 일이 떠올라 순간순간 고장이 난 듯 호흡조차 제대로 할 수가 없는 것이 벌써 며칠째였다.
그날. 그의 얼굴 앞에 다리를 벌리고 잔뜩 신음을 흘리며…… 그의 이름을 소리 없이 외쳤던 날.
또다시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날의 제 모습이 떠올릴수록 생경했다. 그리고, 다시금 온몸에 힘이 빠지고 아래가 축축해졌다. 숨이 턱까지 받치도록 가빠져 왔다.
깊은 눈매를 빛내며 저를 바라보던 그의 눈빛과, 아래를 가득 채우던 그의 습한 숨결이 아직도 잔열처럼 몸에 남아 있는 느낌이었다.
생전 처음 듣는 저속한 언어를 귀에 담았음에도 몸이 더욱 달아오르던 해율이었다.
순간 가슴 끝이 저릿하게 아려 오는 느낌에 퍼뜩 정신을 차린 해율은 흡, 하고 숨을 짧게 들이켜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제 가방을 챙겨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그날 이후로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을 고민했다.
이대로 과외를 그만두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었다. 이성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돈을 돌려주고 우경과의 관계를 이대로 끊어 버리는 게 맞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가 시원스럽게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의 몸을 빠듯하게 죄어 오고 감싸 오는 듯한 그의 체취까지도.
해율은 그가 자신의 아래를 녹여 버릴 듯 적시던 그 순간, 그리고 그로 인해 절정에 이르던 그 순간, 그에게서 어쩐지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그의 다갈색 눈동자에 칭칭 감겨 헤어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그래서 진형에게도, 당사자인 우경에게도 아무런 말도 전하지 못한 채 벌써 며칠이 흘렀다.
가방을 들쳐 메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캠퍼스의 가로수 길을 터벅터벅 걸으며, 해율은 검은 눈동자에 분홍빛의 벚꽃을 담은 채로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때였다.
“야, 거기 서서 뭐 하냐?”
어딘가 이죽거리며 유쾌함을 담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율이 퍼뜩 고개를 들고 뒤를 돌아보았다. 무표정한 해율의 얼굴을 보며 웃는 듯 찡그리는 듯 약간의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 오형욱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해율과 눈이 마주치자, 그는 주머니에 양손을 꽂아 넣고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끌어 올린 채, 껄렁한 모습으로 해율을 향해 걸어왔다.
오형욱과 마주했던 마지막이 상당히 껄끄러운 상황이었던 것이 기억났다. 그에게 냉정한 말을 쏟아붓고, 오형욱은 제 성질에 못 이겨 차에 분풀이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오형욱은 마치 그런 일이 아예 없었다는 듯 해율을 향해 다가왔다. 하지만 그의 말투 어딘가에서 약간의 가시가 느껴졌다. 뾰족하게 날 선 불쾌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해율은 동요조차 없었다.
“그냥. 좀, 생각할 게 있어서.”
“그래? 흠…….”
오형욱이 약간 머쓱한 얼굴로 무어라 말을 하려던 때였다. 해율의 휴대폰이 조용하게 진동했다. 그대로 휴대폰을 들어 발신자를 확인했다. 순간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발신자는 다름 아닌 현우경이었다.
[수업 전에 데리러 갈게요 선생님]
별 의미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바로 지난주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아무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닐까. 해율은 자신의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선명하게 느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머리로 향하는 피가 뚝 끊긴 것처럼, 시야가 지독하게 이지러졌다.
“야, 너 왜 그래?”
“아.”
오형욱의 말에 해율이 눈동자를 좌우로 흔들며 시선을 공중으로 던졌다. 옆에 오형욱이 있다는 것조차 지금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다. 해율은 이마가 뜨끈해짐을 느꼈다. 온몸 여기저기가 이상하게 간지러웠다. 진득하게 아래를 빨던 그의 모습이 팟, 하고 뇌리에 떠오르자 해율은 깜짝 놀랐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캠퍼스 안에서, 그것도 이런 밝은 대낮, 모두가 보고 있는 장소에서.
해율은 당황스러움에 입을 손바닥으로 틀어막았다.
“어……. 너 더위 먹은 거 아니냐? 우리 어디 시원한 데라도…….”
“나 가 볼게.”
“뭐?”
해율은 무어라 연신 떠드는 오형욱을 쳐다도 보지 않고 무작정 걸음을 옮겼다.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걸걸한 목소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정신을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생전 이런 감각을 느껴 본 적 없는 해율에게는 자신의 몸에 피어나는 모든 감각과 현실과의 유리감(遊離感)이 지독할 정도로 생생히 느껴졌다.
캠퍼스로부터 도망치듯이, 거의 뛰다시피 하며 숨이 턱에 받칠 정도로 빠르게 걸었다. 이마 위에 송골송골 피어나는 땀을 손등으로 닦아 냈다.
축축한 살갗이 끈적했다.
* * *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해율은 약간의 머뭇거림과 함께 그의 차에 올라탔다. 우경은 선선히 웃으며 해율을 맞이했다. 해율은 그저 담담하게 인사했다. 아니, 그러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의 차 내부에 감도는 시원한 머스크 향이 또다시 해율의 머릿속을 뭉근하게 짓눌러 왔다. 심장이 심하게 쿵쿵거렸다.
그를 눈앞에 두니 더욱 이성이 마비되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멍하니 우경의 옆모습을 눈에 담았다. 날카로운 코끝과 턱 아래로 이어지는 남자다운 얼굴선. 그 아래에 숨길 수 없는 탄탄한 가슴과 두툼한 승모근. 그리고 그 몸통으로부터 길게 뻗어 나와 정갈한 몸짓으로 핸들을 돌리는 팔까지.
빠짐없이 눈에 담았다. 홀린 듯이, 그저 그렇게.
그때 문득, 훗 하고 웃음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몽롱하게 잠기던 해율의 눈이 반짝 뜨이며 입이 살짝 벌어졌다.
“왜 그렇게 보세요. 저한테 뭐 묻었어요?”
그가 전방을 주시하며 그렇게 물었다. 언뜻 유쾌함이 담겨 있는 듯했다. 해율은 당황함에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몰라 잠시 입을 달싹였다.
그의 앞에만 서면 바보가 되는 느낌이다.
“아니. 아니요. 그냥…….”
“그냥?”
“데리러 와 주셔서 감사해서요.”
얼토당토않은 말을 꺼낸 것 같다. 해율이 입 안에서 여린 살을 깨물었다.
하지만 우경은 아까보다 더욱 짙은 웃음을 입가에 내비쳤다.
“잘 가르쳐 주셨으면 해서.”
“네?”
그의 말에 해율이 화들짝 놀랐다.
“선생님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래요. 학생이 선생님한테 잘 보이고 싶은 게 이상한 건 아니잖아요.”
“……그, 래요.”
해율이 느릿하게 고개를 돌리며 아래로 시선을 떨구었다. 볼이 화끈거렸다. 그의 말에 자신이 무슨 상상을 머릿속에 떠올렸는지 절대로 보이고 싶지 않을 만큼. 그의 말이 어떤 것을 뜻하는지 알고자 해율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갔다.
우경은 왜 자신에게 그런 행동을 한 것일까.
당연히 여겼어야 할 의문이 순간 떠올랐다. 자신에 대한 단순한 흥미? 호기심? 아니면…….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어느덧 우경의 집 앞까지 다다른 커다란 차가 저택의 대문 옆에 있는 차고지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개폐가 자동으로 되도록 설치되어 있는 차고지 문이 차를 삼키자마자 구웅- 하는 묵직한 기계음을 내며 아래로 내려왔다. 둘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뒤에서 곧 철컹, 소리가 들렸다.
“들어가실까요.”
“네.”
우경이 앞서 걷고 해율이 그 뒤를 따랐다. 저택은 오늘도 조용했다. 해율은 손님용 슬리퍼로 갈아 신으며 마른 입술을 축였다. 사박사박. 바닥을 딛는 슬리퍼 마찰음까지 귓가에 또렷하게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이 커다란 저택은 우경 외에는 아무도 기거하지 않는지, 들를 때마다 언제나 그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오늘도 지난번과 같이 도우미 아주머니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은은하게 내부를 밝힌 오렌지빛 조명이 그림자를 만들어 발끝을 질기게 따라왔다.
해율은 우경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섰다. 해율이 빠르게 눈을 깜박였다. 바로 지난번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방 안에 들어서자 물밀듯이 기억이 곧 들이닥쳤다.
우경의 의중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당장 오늘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여느 때처럼 수업 준비를 해 온 해율이었지만, 지금 당장 펜을 들 힘조차 녹아 버릴 듯 사그라드는 게 느껴졌다. 해율이 표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그의 뒤를 따랐다.
우경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처음 그날 수업을 시작했을 때처럼 책상 앞 의자에 몸을 내렸다.
곧 8시였다. 수업을 시작할 시간이 다가왔다.
그가 가만히 앉아 해율에게 시선을 던졌다. 빙긋, 입에 호선을 그리며 가만히 서 있기만 한 그녀에게 그는 평연한 얼굴을 해 보였다.
“선생님?”
“네?”
“서서 뭐 하세요. 다리 아프시겠다. 와서 앉으세요.”
우경의 말에 해율이 느리게 발을 디뎠다. 우경과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더욱 둔중하게 해율의 가녀린 몸을 두들겼다. 드륵. 의자를 빼내어 앉은 해율이 가방끈을 어깨 위로 올려 가방을 내려놨다.
그러고는 흘끗. 우경을 곁눈으로 쳐다봤다. 우경은 펜을 잡고 손등 위로 빙그르르 돌렸다. 마치 배움을 즐겁게 고대하는 학생과 같은 표정과 몸짓이었다.
정말로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 같은 행동이다.
정열적으로 해율의 아래에 얼굴을 묻고 질척하게 빨아 대던 그가 정말 꿈결 속에 나타난 상상의 인물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작금의 단정하게만 보이는 우경으로부터는 그 어떤 음탕한 기색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단순한 충동, 이었던 건가. 해율은 혼란스러웠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무던히 애를 썼다. 우경은 정말로 해율이 독일어 과외 수업을 진행하기를 기다리는 사람 같았다.
해율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목이 깔깔했다. 불현듯 깨달았다. 자신이 무언가를 ‘기대’한 게 아니었던가 하는 그런 생각. 해율은 성인이 다 되도록 남자 손 하나 제대로 잡아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살아가기에 급급했다. 당장 눈앞의 통장 잔고를 매일같이 확인하기에 바빴고, 다달이 쑹텅쑹텅 빠져나가는 빚 이자를 감당하기에 벅찼다.
그래서 이렇듯 남녀 간의 성적인 면에 있어서 능숙하지 못했다. 해율에게는 삶과 완전히 동떨어진 별개의 화제나 다름없었다.
해율은 그처럼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과 표정을 재차 가다듬었다. 큼, 하고 작게 헛기침을 하며 제 가방에서 교재를 꺼냈다. 진도가 제대로 나가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하자 그건 그것대로 얼굴이 화끈해졌다.
“저, 그럼, 간단한 인사와 단어부터 해 볼게요.”
“네.”
우경이 나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해율은 시선을 교재에 못 박은 채 떨리는 손을 들어 책을 폈다. 자꾸만 초조하게 입 안이 말라 왔다.
“여기 보시면 이게 발음이…….”
“네.”
그때 불쑥 우경이 몸을 숙여 왔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목에 무언가가 콱 들어찬 것처럼 말문이 막혔다.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우경이 하는 양을 보다가 수업을 이어 갔다. 우경은 해율이 하는 말을 진중한 자세로 들으며 수업에 임했다. 정말 여러모로 어딜 보더라도 훌륭한 학생의 자세였다. 반면, 해율은…….
“이건, 그러니까…….”
자꾸만 머릿속이 하얘졌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뭉근한 열감 속에서 수업은 착실히 진행됐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기계처럼 교재에 나온 내용을 조용히 읊고 설명할 뿐이었다.
해율은 그저 당장이라도 이 거대한 저택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저를 지탱해 주던 단단한 무언가가 쉴 새 없이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안에 똬리를 틀고 자리를 잡은 무언가가 애써 여며 왔던 무언가를 쾅쾅 두들기는 느낌이었다.
뜨겁게 오르는 열은 그 속도가 느렸지만, 또 꾸준했다. 찬물에 온몸을 담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던 때 해율이 아무 말 없이 펜을 손에 쥔 채 가만히 있자 우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왜 그러세요?”
“네?”
걱정이 담뿍 담긴 목소리였다. 그의 우려 섞인 시선이 해율에게 향했다.
“아니에요. 아무것도.”
해율이 부러 침착함을 가장하며 그렇게 대답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혹시 선생님, 따로 원하시는 거라도 있으세요?”
고요한 침묵을 가르며 우경이 말했다. 해율이 고개를 번뜩 들었다. 우경의 얼굴에서는 어느새 미소가 걷혀 있었다. 또다시 박동이 빠르고 거세게 뛰었다.
“선생님이 원하는 걸 말씀해 주세요. 제가 들어 드릴게요.”
쿵.
쿵.
해율은 눈조차 깜박이지 못했다. 그는 느른하게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해율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한 게 아니었다. 우경은, 해율이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었다. 해율이 어떤 반응을 하는지, 해율이 어떤 표정을 하는지 전부 빠짐없이 관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해율에게 그 선택권을 넘기고 있었다. 날카로운 펜을 쥐여 주며 그 펜이 향하는 방향을 이제는 해율이 정하라 말하고 있었다. 해율은 알 수 있었다. 팽팽하고 날 선 공기가 어느새 야릇하게 바뀌어 감을 느꼈다.
그것은 해율의 몸 아래에서부터 시작됐다. 아니, 정확히는 배 속 깊은 어딘가에서부터 해율을 조여 오며, 그녀의 체온은 뜨끈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우경은 해율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을 넘은 것은 누구였을까. 흥미인지, 호기심인지, 해율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생각들이 조금씩 걷혀 갔다. 우경의 짙은 눈매는 가라앉아 있었다. 해율이 자신이 건넨 선택지를 받아들일 것을 기다리며. 아마 해율의 선택에 따라 저 눈빛이 뜨겁게 타오를지, 아니면 차갑게 내려앉을지 결정이 될 것이다.
해율이 저도 모르게 신음을 삼켰다. 해율이 과연 무슨 선택을 할 수가 있을까. 이미 점점이 아릿해져 오는 온몸의 감각들이 말하고 있었다. 그에게 빠져 헤어 나올 수 없음은 진즉 직감했던 터였다.
그래. 이미 늦었다.
해율이 결정한 것은 선택이 아니라 기대였다는 것을, 이미 기대로 인해 달아올랐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해율의 표정을 읽었는지 우경의 입매가 느슨하게 늘어졌다. 입꼬리가 언뜻 위로 끌려 올라간 듯 보였다.
“뭘 원하시는지 가르쳐 주세요.”
그렇게 읊조리는 그의 음성이 탁했다. 해율의 눈동자가 얼핏 흔들렸다. 그리고 해율의 시선이 우경의 입 쪽으로 꽂혔다. 그가 입 안으로 혀를 굴리는 소리까지 들리는 느낌이었다. 해율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을 알아챘는지 우경이 입꼬리를 조금 끌어 올렸다. 그러고는.
“가슴 빨아 드려요?”
해율이 숨을 들이켰다.
“아…….”
“다시 한번 말씀드릴까요?”
그의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젖꼭지가 말랑말랑해질 때까지 잔뜩 빨아도 되냐고 여쭤봤어요.”
원하신다면.
말투 자체는 진중하기 그지없었지만, 그 안에 담긴 언어는 경박하고 약간은 상스러웠다. 하지만 그 말을 듣자마자 엉덩이에 바짝 힘이 들어가며, 해율은 저도 모르게 허벅지 안쪽을 조였다.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우경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자신의 몸을 등받이로 길게 기댔다. 시선은 해율에게서 떼어 내지 않은 채.
“그럼, 여기로 와 주세요.”
“…….”
“선생님이.”
오롯이 그녀의 의지이자 선택이었다.
그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해율은 단번에 깨달았다. 그가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해율이 과연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볼 심산인 것처럼 약간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아마, 여기서 해율이 단호하게 거절한다면 이 관계는 여기서 끝날 것이었다. 그렇다면 다시는 그와 이런 내밀한 공기가 흐르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쭉, 계속.
그리고 다시금 선생과 제자의 관계로 돌아갈지, 아니면 그가 마음을 바꾸어 과외를 철회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해율의 행동 하나로 그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해율이 목울대를 꿀꺽 울렸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났다. 그 가녀린 몸의 궤적을 그의 시선이 느리게 좇았다.
해율이 숨을 할딱이며 자신의 하얀 티셔츠 아랫단을 손가락으로 집었다. 그리고 천천히 끌어 올렸다. 그의 진득한 눈동자가 그것을 빼곡히 훑었다. 어디까지 하는지 지켜볼 요량인 듯 서늘한 눈빛이 해율의 동작을 담았다.
해율의 옅은 베이지색 브래지어가 드러났다. 한쪽을 더 위로 끌어 올린 탓에 젖가슴 한쪽이 시야에 드러나며 오히려 시선을 집중시켰다. 해율은 홀린 듯 자신의 젖가슴을 감싸고 있던 브래지어에 손가락을 걸쳐 아래로 내렸다. 감질날 정도로 느린 동작이었지만 우경은 그저 몸을 편하게 뒤에 기댄 채 해율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해율은 얇은 면으로 감싸여 있던 새하얗고 풍만한 젖가슴을 완전히 내보였다. 그 순간, 우경의 눈빛에 정염이 도사렸다.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게걸스럽게 핥아 댈 것만 같은 정욕의 이채가 스쳤다. 하지만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해율이 한 발을 조심스럽게 내디뎠다. 그 움직임에 따라 새하얀 젖무덤이 약간 흔들렸다. 아랫입술을 사리물었다. 외기에 닿은 탓인지, 아니면 그녀의 흥분을 나타내는 것인지 젖꼭지는 이미 뾰족하게 서 있었다.
그와 동시에 우경이 입을 조금 벌렸다. 살짝씩 내보이는 혀는 이미 축축했다. 해율의 등줄기에 오싹한 전율이 일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며, 우경은 자신의 입을 검지로 가리켰다.
여기로 오라고.
그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해율은 알고 있었다. 단 두 발자국이었다. 해율이 다시금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러자 해율이 다가오기 쉽도록 그가 자신의 허벅지를 열었다. 그 사이로 해율이 걸음을 디디며 상체를 숙였다. 그때까지도 우경은 아무런 행동도 없었다. 그저 아까보다 조금 더 입을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게 미칠 듯이 음란했다. 해율이 자신의 젖가슴을 받치듯 살짝 아래에서부터 움켜쥐었다.
그리고 마치 젖을 물리듯이, 조금 더 상체를 숙여 그의 벌린 입 쪽을 향해 젖꼭지를 내렸다. 오로지 해율의 의지에 의한 행동이었다. 지척에 다가왔음에도 그는 그저 입만 벌리고 있었다. 다갈색 눈빛이 해율의 달아오른 얼굴을 핥았다. 뜨겁고 습윤한 숨결이 유두를 감쌌다.
해율이 하아, 하고 밭은 숨을 내쉬며 움켜쥔 가슴을 그대로 그의 입에 천천히 밀어 넣었다. 이윽고 바짝 일어선 살굿빛 젖꼭지가 그의 입 안으로 모습을 숨겼다. 그리고 동시에.
“아흐응!”
하.
그가 짙은 탄성을 터트리며 해율의 젖꼭지를 게걸스럽게 빨아 대기 시작했다. 마치 이때만 기다렸다는 듯, 엄청난 압력으로 뾰족한 돌기를 축축한 혀로 감싸고 짓뭉개며 마구 괴롭혔다.
엄청난 쾌감이 등줄기를 달렸다. 우경은 방금까지 해율의 결정만을 기다리던 나태한 태도를 취했던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가며 거센 동작으로 가슴을 빨아들였다.
해율의 허리에서 힘이 꺾였다. 야릇한 신음이 입에서 연신 터졌다. 우경은 유륜과 함께 크게 감쳐물고는 흡사 아이가 어미의 젖을 빨 듯이 절박하고도 강하게 빨았다. 그 힘이 얼마나 센지 찌릿찌릿한 통증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깊게 물었던 젖꼭지를 잠시 해방해 주는가 싶더니 혀로 가볍게 할짝거리다가 이내 넓적하게 만들어 돌기를 빠르게 비볐다. 그 모든 동작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외설적이었다.
해율의 허리에서 힘이 풀렸다. 그와 동시에, 우경이 해율의 허리를 낚아챘다. 그리고 그대로 자신의 허벅지 위에 해율을 앉혔다. 가볍고 낭창한 몸이 그의 몸 안에 쏙 들어왔다.
해율은 무너지려는 몸을 지탱하듯 손을 그의 어깨에 얹었다. 딴딴하게 불거진 근육이 느껴졌다. 자신의 젖가슴을 정열적으로 빨고 있는 우경을 내려다보는 자세였다. 쯥, 추웁, 하고 질척한 소리가 날 정도로 거센 흡인력이었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우경이 줄곧 자신의 얼굴을 응시하고 있는 터였다.
그의 커다란 손아귀 아래에서 젖가슴이 이리저리로 뭉개졌다. 통증은 없었다. 그저 그의 손길이 닿는 곳이 탈 듯이 뜨거웠다. 그는 능란하게 고개를 꺾어 일어선 선단을 입술로 부드럽게 물고는 간질이듯 애무했다.
“아, 흐응……!”
제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로 야릇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눈이 게슴츠레 풀렸다. 우경의 입이 가느다란 실을 만들며 가슴에서 떨어졌다. 그 또한 조금 거친 숨결을 흐트러트리고 있었다.
“……선생님 그거 알아요?”
그가 문득 그렇게 읊조렸다.
“지금 미친 듯이 야한 거.”
“아…….”
고막이 저릿할 정도로 낮고 묵직한 음성이었다.
우경이 손으로 부드럽게 해율의 허리를 훑었다. 그가 만지는 곳곳이 뜨겁게 아려 왔다.
“오늘은 진도 어디까지 나가도 되나요, 선생님.”
“진도, 요……?”
진도. 그가 말하는 진도가 독일어 수업은 아닐 터였다. 그가 말하는 뜻을 해율은 정확하게 알아챘다. 해율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미 온몸이 푹 젖어 그에게 완전히 녹아들고 있었다.
“……많이요.”
“많이?”
해율의 속삭이는 듯한 말에 우경이 되물었다. 확인을 하려는 듯 조금 어미를 끌어 올리며. 해율은 손등으로 가렸던 입을 열며 솔직한 그녀의 의지를 전했다.
“네, 오늘 많이 나가고 싶어요. 이제까지, 못 나갔던 것만큼. 다요…….”
이제까지 못 했던 것만큼. 그 시간만큼 다.
해율은 그렇게 말하며 마지막 말을 속으로 삼켰다. 우경이 순간 그녀를 뚫어질 듯 응시했다. 마치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얘기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그러다 곧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동시에.
“앗.”
그가 해율의 허리를 손으로 꽉 껴안고 자신의 몸 가까이에 붙였다. 자연스레 우경의 입술이 젖가슴 위쪽의 말캉한 살에 닿았다. 그가 숨을 크게 들이켰다. 해율의 체향을 모두 제 콧속에 담아 음미하려는 사람처럼 진득한 숨결이었다. 그러고는 그 살갗에 대고 입을 열었다.
“네. 그렇게 해요, 우리.”
순식간에 자세가 바뀌었다.
그가 해율을 품 안에 가득 껴안은 채로 몸을 일으킨 터였다. 그대로 발을 옮기며 우경이 해율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어 왔다. 그는 고개를 깊이 숙여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해율을 거의 받쳐 안아 든 자세로 크게 흉곽을 부풀렸다.
“아……. 좋은 냄새 나요.”
“간지러, 워요.”
“왜 이렇게 달지.”
사람 미치게.
우경이 목덜미의 연한 살갗에 대고 들리지 않게 읊조렸다. 풀썩, 하는 소리를 내며 해율이 침대 위로 쓰러지듯 누웠다. 그가 언제 어느새 침대까지 해율을 이끌었는지 알 수 없었다.
우경의 방 안을 비추는 달빛이 창을 넘어 침대 모퉁이까지 비집고 들어와 있었다. 책상 옆 스탠드 조명이 닿지 않는 침대 근처는 어둑한 사위로 둘러싸여 있었다.
“하읏.”
우경이 다시금 상체를 아래로 숙여 해율의 가슴을 입에 담았다. 그는 능란한 손짓으로 해율의 상의를 벗겨 냈다. 기실 전혀 어려울 게 없었다. 해율의 옷차림은 단출하기 그지없었기에.
하얀색 티셔츠가 머리 위로 벗겨지고, 속옷의 버클은 등 뒤에서 단숨에 풀어졌으며, 청바지의 지퍼를 내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그는 연한 몸을 거칠게 애무하며 해율의 정신을 쏙 빼 놓았다.
“으응, 아……!”
“하아.”
그가 거칠게 숨을 내쉬며 해율의 양쪽 유두를 진득하게 괴롭히던 입을 떼어 냈다. 해율은 몽롱한 눈으로 배부른 짐승처럼 느릿하게 상체를 일으키는 그를 올려다봤다.
해율은 이제 음부를 가리는 속옷 한 장만을 남겨 둔 채 완전한 나신이 되어 있었다. 그것을 자각한 해율의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그 어느 누구에게도, 이런 원초적인 자신의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다. 하물며 그녀가 계속해서 남몰래 마음에 품어 왔던 사람 앞에서라니.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해율은 흐느적거리는 팔을 어찌할지 모르다가 완전히 드러난 자신의 젖가슴 위를 살며시 가렸다.
“가리지 마요.”
그때 우경이 나직하게 읊조렸다. 어딘가 거친 구석이 있는 목소리였다.
“선생님 몸, 다 알고 싶어요.”
“……너무 밝아요. 창피해요.”
“당장이라도 불 켜서 구석구석 보고 싶은 거 억지로 참고 있는 사람 앞에서.”
그가 대답인 듯 아닌 듯 뭉근한 어조로 낮게 말을 뱉으며 해율이 무어라 대꾸할 새도 없이 그녀의 팔을 잡아 침대 시트 위로 끌어 올렸다.
새까만 머리가 시트 위에 부드럽게 흩어졌다. 해율의 유백색 몸이 달빛에 비쳐 은은하게 빛났다. 푸른 핏줄이 엿보일 정도로 얇디얇은 살갗은 그 흔한 점 하나 없이 깨끗했다. 누구의 손도 닿지 않은 듯 새하얗고 결백한 눈밭처럼 보이는 그 몸 위에는 오로지, 우경이 제멋대로 빨아 대서 부풀어 오른 유두의 새빨간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우경의 시선이 날카롭게 번뜩이며 가느다랗게 좁아졌다. 해율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평소에는 고집 있어 보이는 단호함이 어려 있던 눈빛을 가진 눈매는 약간 아래로 쳐져 순한 빛을 띠었다. 동시에 정욕이 가득 담겨, 마치 속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성녀가 이제 막 성을 깨우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우경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오롯이 눈에 담았다.
한참을 응시하던 그가 자신의 상의를 훌렁 위로 벗어 던졌다. 그에 외복사근이 꿈틀거리며 율동하는 것까지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흰 달빛이 그의 몸에 내리쬐었다. 해율은 순간 흡, 하고 숨을 들이켰다.
정갈하고 멀끔한 얼굴과는 다르게 위압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단단하게 짜인 몸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배 속이 간질거렸다. 자신이 이렇게 음란하고 쾌락에 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었다.
하지만 아까부터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던 속옷 위로 애액이 왈칵 터져 나오는 것을 선연히 느낄 수 있었다.
“선생님.”
그때 문득 그가 거칠게 목구멍을 긁으며 해율을 불렀다.
이제는 선생님이라는 말만 들어도 아래가 저릿해졌다. 해율이 눈을 깜박이며 허리를 살짝 비틀었다. 우경의 침잠한 눈빛이 깊은 늪처럼 아래로 가라앉았다.
“키스해도 돼요?”
그는 무엇을 하든 해율에게 허락을 구했다. 거기에 대고 해율이 할 수 있는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정해져 있었다.
“네.”
해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새카만 눈동자를 빛내고는 순순히 그렇게 대답하자, 우경의 행동이 불시에 급박해졌다. 그가 상체를 내려 해율의 몸을 빠듯하게 끌어안았다. 침대 위에서 뒤엉긴 나체의 몸이 어둠 속에서 하나의 긴 그림자를 만들었다.
해율의 젖가슴이 그의 넓은 가슴팍에 의해 이리저리로 짓눌렸다. 그의 묵직한 체중이 기꺼웠다. 그에 해율이 그의 등 뒤로 팔을 둘렀다. 그러자 낮게 욕설이 들리는가 싶더니 우경이 해율의 입술을 감쳐물었다.
아랫입술과 윗입술을 물고는 난잡하리만치 거칠게 핥아 댔다. 하지만 그저 밭은 숨을 내뱉기만 하는 해율의 반응을 보며 우경이 언뜻 미간을 찡그렸다.
“입 벌려요.”
짤막한 숨과 함께 내뱉어진 요구에도 해율은 솔직하게 응했다. 작게 입을 벌리자 새빨간 점막과 함께 타액으로 촉촉하게 젖은 도톰한 혀가 빼꼼 드러났다.
씹.
그가 짓씹는 욕설은 질척한 입맞춤 소리에 섞여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우경은 망설임 없이 두툼한 혀를 밀어 넣고서는 입 안을 제멋대로 유린했다. 입천장을 혀끝으로 간질이고 치열을 더듬었다. 좀 더 깊숙이, 좀 더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듯한 몸짓에 해율이 설핏 어깨를 움츠렸다.
목구멍 안쪽까지 꽁꽁 숨은 작은 혀를 우경이 제 것으로 얽어내고는 달래듯 살살 핥았다.
해율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성에 대해서는 거의 경험이 전무한 그녀였다. 하물며 지난번에는 제 음부를 그가 지금 이것과 비슷하게 빨지 않았는가.
하지만 지금은 뭔가 달랐다. 이 입맞춤은, 어딘가 달랐다. 숨과 숨을 교환하는 이것은 해율이 느낄 수 있는 가장 밀접하고 친밀한 행위였다. 이 이상을 아직 알지 못하는 해율로서는 지금 이 순간이 그를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음에 가슴이 벅차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해율이 절박하게 우경의 어깨를 쥐고는 제 쪽으로 꽉 끌어안았다.
그러자 우경이 좀 더 자신의 체중을 실어 그녀에게 바짝 붙고는 입을 벌려 그녀를 잡아 삼킬 듯이 게걸스럽게 점막을 모조리 침범했다.
“아, 흑……. 자, 잠깐만요. 숨, 숨이…….”
그에 해율이 자못 고통스럽다는 듯 밭은 숨을 어찌할 줄 몰라 눈을 질끈 감은 채로 그의 어깨를 살짝 밀어냈다. 그러자 우경이 뜨겁고 습윤한 숨을 삼키고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오뚝하고 동그란 코끝을 톡 두드렸다. 장난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가벼운 터치에 해율이 감았던 눈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눈앞에 있는 우경의 눈에는 마치, 사랑스러운 생물의 첫 걸음마를 지켜보는 듯한 따스함이 스며들어 있었다. 해율이 초점이 풀린 눈으로 멍하니 우경의 얼굴을 바라봤다.
“코로 숨 쉬어야죠, 선생님.”
“코로, 쉬었어요.”
“그랬어요? 다시 해 보세요.”
말과 동시에 우경의 입이 다시금 해율의 것을 덮쳤다. 코로 숨을 쉬려 끙끙대는 해율을 보며 우경이 목을 그르렁거리며 울렸다.
“잘 안 돼요…….”
“다음에 다시 알려 줄게요.”
일단 오늘은 다음이 더 급해서.
그가 중얼거리는가 싶더니, 살짝 입술을 덮어 옴과 동시에 손을 아래로 뻗어 팬티 사이로 집어넣었다. 해율이 몸을 굳히자 그가 짐짓 안심시키려는 것처럼 치골과 장골 사이의 부드러운 살을 손가락으로 간지럽히듯 살살 쓰다듬었다. 약간 앓는 소리를 내며 해율의 몸에서 힘이 빠지자, 그가 재차 손을 좀 더 아래로 밀어 넣었다.
“흐윽.”
해율이 그의 입술을 받아 내는 동안 검지가 뜨겁고 축축한 균열 사이로 불쑥 침입했다. 아래는 완전히 젖어 있었다. 애액으로 푹 젖은 팬티가 우경의 손등에 척척하게 달라붙을 정도로. 문득 우경의 숨결이 조금 거칠어지는가 싶더니, 그가 집요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구멍 주변을 손가락으로 갉작였다.
“선생님.”
“흐으…….”
“팬티 찢어도 돼요?”
“네?”
놀란 해율이 도리질을 쳤다. 황망하게 홉뜬 까만 눈동자를 지그시 쳐다보던 우경이 “농담이에요.”라고 말하며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그녀의 얼굴 위로 수차례 자잘한 키스를 뿌렸다.
그리고 두껍고 기다란 손가락이 질벽을 비비고 문지르며 점점 안쪽으로 들어왔다. 질벽에 빠듯하게 힘이 들어가며 그의 손가락을 잘라 낼 듯 꽉 조였다. 쾌감의 증거를 뿜어내며 미끄덩거리는 해율의 질벽은 한없이 부드러우면서도 또 환장할 정도로 좁았다.
우경의 손짓은 어딘가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흉포한 구석이 있었다. 꽉 다물려 좁아져 있는 틈새를 두꺼운 손가락이 우악스럽게 벌리며 짓쳐들어왔다.
“아, 아아! 자, 잠깐……! 아파……, 아……!”
우경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다소 성급했던 자신을 이제야 인식한 것처럼. 하지만 금세 얼굴이 풀어지며, 그가 나직한 목소리로 해율의 상태를 살폈다.
“……여기?”
해율이 작게 흐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가락이 쑥 빠져나갔다.
“다리 벌려 봐요. 어떤지 볼게요.”
“네? 아, 아니……!”
해율이 미처 고개를 들기도 전에 우경이 몸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거침없이 그녀의 얇은 팬티를 아래로 벗어 던지며 희멀건 허벅지를 손안에 가득 그러쥐었다. 그가 진짜로 해율의 음부를 이리저리 살피듯 고개를 가까이 했다. 해율은 입만 뻐끔거리며 당황함에 온몸을 발긋하게 물들였다.
벌어진 음부는 흥건히 젖어 무언가를 조르는 것처럼 열심히 빠끔거리고 있었다. 애액으로 반들거리는 클리토리스부터 새빨간 점막을 빼꼼히 내보이는 작디작은 질구까지 그의 시야에 오롯이 들어왔다. 손가락 한 마디도 다 삼키지 못할 것처럼 앙다물어진 질구를 응시하는 우경의 눈빛이 음험하게 빛났다.
“아아, 큰일인데요.”
“네?”
짐짓 심각한 어조로 말하는 우경의 정수리를 보며 해율이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
“너무 젖어서 잘 보이지 않아요.”
“아니, 그럼…….”
화끈거리는 낯을 손으로 가리며 그만 보세요, 라고 말하려던 찰나.
“아흣!”
우경이 검지로 도톰하게 부푼 클리토리스를 부드럽게 짓눌렀다. 새빨갛게 충혈되어 바짝 일어선 돌기가 뜨거운 체온 아래서 예민하게 반응했다. 질 안에서 애액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그 외설스러운 광경을 그가 빠짐없이 눈으로 훑었다.
“더 젖었네.”
동시에 뜨거운 숨결이 느껴져서 해율은 어떠한 예감에 황급하게 입을 열었다.
“그거 하지 마세요.”
“그거요?”
“저번처럼, 그거요…….”
저번의 그거. 해율이 발긋한 볼을 하고는 그렇게 말하자, 그 모습을 보던 우경의 입꼬리가 미미하게 올라갔다.
“오늘은 보지 빨지 말까요?”
정중한 물음과 상반되는 적나라하고 직설적인 언어에 해율이 허리를 뒤틀었다. 대답을 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한 그의 모습에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네, 그거 안 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창피했다. 그가 얼굴을 자신의 아래에 처박고 가장 내밀한 신체를 그 입으로 애무하는 행위는, 평소에도 불시에 생각이 나 아래가 얼얼해질 정도로 흥분되면서도 동시에 울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그럴게요.”
우경은 순순히 대답했다. 하지만 혀 대신에 해율의 질구에 들어온 것은 아까 넣어 왔던 두터운 손가락이었다. 해율이 잘게 몸을 파득 튀었다. 그는 집요하게 해율의 젖은 곳을 애무했다. 아까처럼 인내심 없이 불쑥 처박아 오지도 않았다.
천천히, 느긋하게, 아래가 열리는 감각을 그 손끝으로 느끼며 끊임없이 안으로 파고들었다.
손가락이 어느새 세 개가 되었고 해율의 호흡이 가팔라졌다.
“아, 아……! 흣, 으응…….”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날 정도로 잘게 아래를 흔들던 우경이 기민하게 해율의 반응을 알아챘다. 명백한 쾌감의 신호였다. 우경의 두툼한 팔뚝에서 땀이 송골송골 배어 나왔다. 그는 해율의 꽉 다물린 아래를 여는 데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사랑스럽게 그의 손가락을 꽉꽉 조여 대며 놓아주질 않다가, 어느 지점을 건드리자 잘게 경련해 대길 반복했다.
우경의 손바닥이 회음부에 빠르게 부딪쳐 질컥거리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그 속도는 점점 빨라져 해율의 허리가 들썩거리는 지경까지 와 있었다.
“아! 아! 흐앙! 아흑, 흐윽. 이제, 이제 그만…….”
해율이 도리질을 치며 천장을 향해 턱을 들어 올렸다. 곧 절정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몸을 뒤틀 때마다 향긋한 체액으로 젖은 나신이 달빛을 받아 새하얗게 반짝였다. 불현듯 우경이 욕설을 짓씹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콘돔을 입으로 찍 뜯어 제 좆에 빠르게 씌우고는.
“아아……!”
손가락이 순식간에 뭉텅 빠져서 빠끔하게 벌름거리는 그녀의 습윤한 틈새에 퍽, 하고 짓이겨 넣었다.
엄청난 양감이었다. 손가락 여러 개가 들쑤시던 감각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해율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하아……. 미안해요. 나 너무 오래 참아서.”
진짜, 너무 오래 참아 와서…….
어쩐지 의미심장한 말을 읊조리던 그였지만 허리를 뒤로 물릴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아파요?”
피가 몰려 퉁퉁 부은 음순을 헤치고 들어온 귀두는 딱 입구까지만 걸쳐져 있었음에도 비좁은 구멍이 빠듯하게 벌어졌다. 하지만 단순히 격통뿐만이 아니었다. 아까까지 손가락이 깊숙이 들어와 헤집던 부근이 미친 듯이 가려웠다.
“으응, 아니……. 아프, 아……. 모르겠……, 어요. 흐윽.”
“응, 그럼 어쩔 수 없네요.”
그가 돌연 느리게 허리를 물렸다. 그러고는 벌어진 다리 사이로 다시금 몸을 내렸다.
“아! 그거, 안……! 흐으……! 아흣!”
추웁, 하고 한 차례 진득한 젖은 소리가 울렸다. 그가 고개를 아래로 처박고는 벌어진 질구에 대뜸 혀를 집어넣어 왔다.
“아읏, 아까 안 한다고, 으응!”
말이 이어질 새 없이 교성이 터졌다. 두툼한 살덩이가 질구를 벌리고 안쪽까지 깊게 들어온 터였다. 마치 달콤한 꿀이라도 맛보는 양, 그는 흡사 안에서 나오는 액은 전부 들이켤 기세로 빨아 대기 시작했다.
“음, 어쩔 수 없었어요. 선생님 보지가 너무 좁아서, 하아. 이렇게 적시고 풀어 줘야 들어가죠.”
“아, 그, 그만……! 그런 말 하지, 흐읏! 아아! 이상, 해요. 흣!”
“음.”
해율의 끊어지는 말에 우경이 짧은 음성으로 대꾸하며 머리를 좀 더 밀착시켰다. 그의 날렵한 코가 음핵을 이리저리로 사납게 비비댔다. 그리고 혀를 말아 혀끝을 세운 다음, 내벽을 파고들어 흐르는 과즙을 빠짐없이 긁어내듯 그녀의 애액을 모조리 훔쳐 냈다.
아래가 눅눅하게 젖어 들어 갔다. 절정의 파도가 빠르게 찾아왔다. 아까 손가락에 의해 절정에 이르기 직전 그가 페니스를 삽입해 온 탓에 잠시 물러나 있던 야릇한 쾌감이 크게 넘실거렸다. 안에서 무언가가 터질 것 같았다. 앓는 교성이 절제 없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우경이 머리를 떼어 냈다.
“왜, 왜…….”
해율의 입에서 절로 원망의 소리가 터졌다. 입꼬리는 아래로 처졌고 무심하게 닫혀 있던 순한 눈망울에는 처연할 정도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우경은 그런 해율의 얼굴을 날카로운 눈으로 훑더니 이내 다시금 상체를 일으켰다.
“이번에는 전부 박을 거예요.”
“아…….”
“한 번에 처박을 거니까.”
경고였다.
“이번에도 좆 다 못 먹으면, 또 반복할 거예요. 그러니까 한 번에 제대로 먹어 줘야 해요. 알겠죠?”
등줄기에 전율이 일 정도로 강렬하고 야릇한 경고.
해율의 다리가 바르르 경련했다. 마치 어떤 예감과도 같았다. 이번에야말로 그가 온전히 해율의 안을 빈 곳 없이 채울 것이라는. 해율을 빠짐없이 먹어 치울 것이라는.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흡사 벌을 주듯 그는 또다시 미칠 듯한 쾌락을 선사할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해율이 짜릿한 오르가슴에 이르는 것은 한없이 요원해질 것이었다.
제 안에 언제 이런 음란한 욕심이 피어나고 있었던 것인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우경이 좀 더 쉬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다리를 벌리려 애썼다.
그 의도가 빤히 보이도록 작게 바르작거리는 몸짓이 눈앞의 수컷을 미치게 만드는 것이라고는, 해율은 자각하지 못했다.
돌겠네.
그가 후, 하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흉물처럼 꺼떡이는 성기 밑기둥을 바투 잡았다. 그의 가지런한 이목구비와는 달리, 핏줄이 징그러울 정도로 투둑 불거진 성기는 새빨갛다 못해 거무죽죽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목적했던 좁은 곳에 들어가지 못해 잔뜩 성이 난 그것은 묵직한 양감을 하고는 잔뜩 씨근거리며 뱃가죽까지 올라붙은 상태였다.
후끈거리는 복근에도 푸른 핏줄이 잎맥처럼 뻗어 나와 이리저리로 꿈틀거렸다. 그는 귀두 끝을 구멍에 조준한 다음, 큰 동작으로 허리를 앞으로 세차게 밀었다.
“흐앙!”
철벅, 소리가 날 정도로 질척이는 내벽이 커다란 성기를 꽉꽉 조이며 빠듯하게 벌어졌다. 아래를 매섭도록 빨아 댄 덕에 삽입이 아까보다 훨씬 수월했다. 질구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보기만 해도 안쓰러울 정도로 팽팽하게 벌어졌다.
얕은 추삽질을 여러 번 반복했다. 그리고 이윽고, 그가 완전히 안에 들어왔다. 아무도 침범하지 못했던 그녀의 가장 내밀한 곳까지, 그가 오롯이 채워 갔다. 해율은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입만 달싹였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미칠 듯이 감미로운 그 감각을 이를 악물고 음미하던 우경이 문득 낮게 그르렁거렸다. 그가 해율의 새하얀 오금을 꽉 붙들어 매듯 휘어잡았다. 그러고는 크게 허리를 뒤로 물렀다가, 거세게 치닫듯이 아래를 들쑤셨다.
해율의 입이 벌어졌다. 눈이 홉떠졌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녀의 몸이 그의 아래에서 마구 흔들렸다. 우경의 체취가 짙게 남아 있는 침구 위에서, 우경의 체취가 가득 배어 있는 그의 방 안에서, 그의 흔적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악스럽게 들쑤시는 감각에 휘둘렸다.
“자, 잠까……! 으응……! 아, 흣!”
해율의 말은 이어지지 않고 뚝뚝 끊겼다. 우경이 미친 듯이 허리를 박아 대고 있는 탓이었다.
“아직도 아파요? 읏, 너무 좁아서, 여기. 하아. 나도 꽤 아파요.”
“흐응……! 으, 으흣!”
“여기가 얼마나, 읏, 나를 욕심 사납게 물고 있는 줄 알아요?”
하.
나직한 탄성을 터트린 우경이 손을 아래로 내렸다. 아래를 끈질기게 짓쳐 올리며 클리토리스를 거칠게 비볐다. 그에 해율이 거의 까무러치듯 몸을 튀었다. 울음 섞인 교성을 마구 지르며 우경의 단단한 팔뚝을 탁탁 쳤다. 하지만 기실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동작이었다.
그게 오히려 우경을 자극했다. 그의 손짓이 더욱 거세어졌다.
“선생님.”
그가 상체를 숙여 왔다.
“읏, 독일어로, 보지를 뭐라고 하는지, 하, 지금은 알겠어요?”
듣기 좋은 속삭임이 귓가에 직격했다. 아래는 여전히 물기 어린 소리를 척척하게 흘리고 있었고, 우경은 해율의 안을 좆으로 들쑤시고 있었다.
“으응! 아흣, 모, 몰……!”
“선생님도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네요, 저처럼.”
오늘부터 같이 배워 가요.
우경의 말은 모순투성이였다. 해율로부터 배울 게 가득하다는 자세를 취하던 우경은 이제, 같이 배워 가자면서 달콤하게 속삭였다. 하지만 기실, 배워 가고 있는 것은 해율이었다. 우경은 온갖 저속하고 다정한 말과 행동으로 그녀에게 쾌락을 가르치고 있었다.
철벅, 철벅. 두툼한 고환이 그녀의 말캉한 둔부를 후려치는 소리가 낭자하게 울렸다.
마른 허리를 꽉 붙잡고는 세차게 허리를 흔들었다. 등 전체를 뒤덮은 조밀한 근육이 끊임없이 부풀어 올라 폭발하듯 꿈틀거리며 마치 커다란 뱀이 율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 흣, 아아, 잠, 흐으, 나, 너무, 이상, 아아!”
“이상해요? 어디가.”
“으응!”
해율의 눈꼬리에서 생리적인 눈물이 흘렀다. 초점이 풀린 눈으로 허공을 더듬었다. 마찬가지로 팔을 허우적대자 우경이 그녀의 손을 제 것으로 완전히 뒤덮으며 자신의 입 쪽으로 가져왔다.
쪽. 쪽.
짐승처럼 치받는 아래와는 다른 부드러운 입맞춤을 그녀의 손가락 전부에 내렸다. 그리고 또 반대로 우경의 눈빛은 음험하게 내려앉았다.
해율은 손끝으로부터 찌릿한 전율을 느꼈다. 그는 어디가 이상하냐고 물었지만,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전부 이상했다.
그의 입술이 닿은 손가락, 크게 맥동하는 심장, 뜨겁게 달아오른 혈맥, 하다못해 시트 위에 엉망으로 흐트러진 머리카락 끝까지 전부 이상했다.
그는 욕심 사납게 달려든 굶주린 짐승처럼 그녀의 안을 엉망으로 헤집었다. 치덕치덕, 이제는 누구의 액체인지도 분간 가지 않을 정도로 바짝 결합한 음부 사이에 희끄무레한 액체가 거미줄처럼 뒤엉겼다.
“어디가 이상해요, 응?”
“모, 몰, 아응! 흣, 아!”
“가게 해 줄게요. 내 이름 불러요.”
이름? 그녀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이름.
현우경.
속으로만 되뇌던 그의 이름.
해율은 뜨거운 그의 팔을 잡고 입을 달싹였다.
“우, 흣, 우경……, 아읏, 우경…….”
우경의 입술에 느른한 미소가 퍼졌다.
응, 하고 대답한 것도 같았다. 그리고.
퍽! 우경이 허리를 한계까지 물렸다가 거대한 좆을 질구까지 한 번에 쑤셔 박았다. 해율이 턱을 들어 올렸다.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나, 나, 아흣, 아아!”
흐느낌이 섞인 신음을 내지름과 동시에 해율이 몸을 빳빳하게 경직시켰다. 질구가 잘게 경련하며 우경의 좆을 꽉 물었다. 날카로운 이빨이 깊게 박힌 사슴처럼, 그녀가 몸을 잘게 떨었다. 절정이 길었다. 몽롱하게 눈이 풀렸다. 입가에는 침이 고였다. 완전히 넋이 빠진 그녀였지만 우경은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
그녀의 오르가슴을 오롯이 눈에 담은 우경이 미친 듯이 허리를 처박기 시작했다. 고환이 부딪치고, 하얀 다리가 어깨에서 미끄러질 정도로 빠르고 거친 움직임으로 그녀를 다시금 몰아붙였다.
그의 머리카락에서 흩날린 땀이 해율의 몸 위로 뚝뚝 떨어졌다. 안에 담긴 좆이 탈 듯이 뜨거웠다. 마치 쇠꼬챙이로 배 속을 푹푹 가르는 느낌이었다. 한계까지 벌어진 질구로 그가 쉴 새 없이 기둥을 내리찧었다.
속절없이 흔들리던 해율은 절정의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다시금 폭력적인 쾌감을 맞이했다. 입을 달싹이다가 가늘게 중얼거렸다.
우경 씨…….
“……크읏!”
뜨거운 기운이 몸속에서 확 퍼졌다. 콘돔 안으로 질펀하게 사정한 그는 승모근을 크게 부풀린 채로 정액을 쏘아 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이제껏 겨우 참아 온 것을 풀어헤치듯 잘게 허리를 흔들었다. 콘돔 끝을 뚫을 것만 같은 집요한 동작이었다. 한계까지 정액을 짜낸 그가 숨을 들이켰다. 그러고는 좆을 그녀의 안에 담근 채로 몸을 숙여 그녀의 목덜미에 잘게 입맞춤했다.
“하아…….”
길게 호흡한 그가 성기를 느리게 빼냈다. 흐윽, 해율이 생경한 느낌에 신음했다.
우경이 아직도 뻣뻣하게 힘을 잃지 않고 있는 길쭉한 좆에서 콘돔을 빠르게 벗겨 냈다. 그리고 헐떡이며 몸을 늘어트리고 있는 해율의 다리를 조금 들더니, 아래를 확인했다.
그녀의 음부는 통통하게 부어 있었다. 피가 몰려 새빨갛게 부풀어 오른 음순과 클리토리스, 그리고 남성을 받은 확연한 흔적을 보이는 구멍까지 빠짐없이 훑었다.
“안쓰러워라.”
그렇게 말하는 우경의 어투는 말과는 사뭇 달리 음산하게 낮아져 있었다. 욕심이 드글드글 끓어 주체할 수 없는 듯한 어조였다.
상처 입은 연약한 동물을 위로하듯 그가 혀를 길게 빼내어 음부를 아래에서부터 주욱 핥았다.
해율은 하지 말라고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다리를 오므릴 기력도 없어 그저 몸을 움찔 떨 뿐이었다.
수고했다고 토닥이듯 두어 번 아래를 훑은 우경이 몸을 일으키더니 그녀의 옆으로 붙듯이 누워 축축하게 젖은 몸을 꽉 끌어안았다.
다시는 놓지 않을 것처럼, 꽉.
해율은 자신의 등 뒤에 두른 그의 팔 힘을 느끼며 완전히 풀린 눈꺼풀을 슴벅였다. 우경의 너른 가슴팍에 닿은 그녀의 눈꺼풀이 살갗을 간질이듯 아래위로 느리게 움직였다. 그 단단하고 안온한 품 안에서 따듯한 체온을 느끼며 해율의 눈꺼풀이 완전히 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