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화 (29/46)

11.

탕, 소리와 함께 거칠게 침실 문을 닫자마자 레스 키시르가 달려들었다.

“응, 아읏.”

레스와 문 사이에 갇히듯 눌려 레티시아는 신음을 흘리며 그의 움직임에 맞춰 고개를 젖혔다. 손바닥으로 뒤통수를 감싸듯 끌어안으며 입술을 맞대어 오는 남자의 숨은 이미 잔뜩 흐트러져 있었다. 흥분으로 눈가가 발갛게 물들고 총기가 사라진 시선이 그녀를 잡아먹듯 좇았다. 시선으로 샅샅이 발가벗겨지는 듯해 아래가 맥동하듯 조여 들었다.

“레스, 으응, 경.”

이름을 부르자 숨 막히게 입을 맞추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잠시 숨을 돌리나 싶었더니 시선이 마주치자 다시 허리를 으스러지게 끌어안으며 입을 맞춰 왔다. 빈틈없이 얽힌 하체에는 이미 단단하게 선 성기가 비벼지고 있었다. 천 너머로 치대는 감각이 감질나 그녀는 저도 모르게 성기를 쫓듯 허리를 움직였다.

“하아, 공주님, 정말이지…….”

입술을 떼어 낸 레스가 그녀의 목덜미를 따라 점점이 키스를 하더니 빗장뼈에 이를 세워 콱 물었다.

“아으읏!”

달아오른 몸에는 이미 그 정도의 아픔은 쾌락을 돋우는 조미료일 뿐이었다. 레티시아는 고개를 젖히고 가슴을 더욱 앞으로 내밀며 헐떡였다. 그 가슴을 손바닥 가득 그러쥔 레스는 지그시 쥐었다 놓기를 반복하다가 손바닥으로 정점을 빙글빙글 자극했다. 천이 예민한 살에 스치며 유두가 단단하게 솟아올랐다. 간질간질하고 감질나는 쾌락에 다리가 벌벌 떨렸다. 무너질 것 같은 몸을 레스에게 완전히 기대며 그녀는 고개 숙여 자신이 깨물었던 자국을 할짝거리며 핥는 남자의 귓바퀴를 가볍게 깨물었다.

“그렇게, 아읏, 말고.”

“그럼 어떻게요?”

“직접, 직접 만져 줘.”

“왜요?”

다시 한 번 목덜미가 가볍게 깨물려 그녀가 파르르 떨었다. 자꾸만 미끄러지는 그녀의 몸을 문에 짓누르듯 지탱시키며 레스는 고개를 조금 들어 그녀의 귓가에 코를 비비며 속삭였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기뻐하시는데.”

“아읏!”

손가락이 날카롭게 세워지며 유두를 긁자 레티시아는 비명 같은 교성을 내뱉었다. 아랫배가 순간 꽉 조이는 쾌락에 필사적으로 숨을 고르며 레스를 내려다보자 다시 영문도 모르고 뒤통수가 끌어당겨져 집요한 입맞춤이 이어졌다.

‘달라.’

터질 듯한 심장 박동에 눈앞이 하얗게 물드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와는 달라.’

쥐어짜듯 강하게 가슴을 그러쥐며 그녀의 다리 사이로 미끄러진 무릎이 클리토리스를 자극했다. 숨이 넘어갈 듯한 갈급함과 통증을 동반한 날카로운 쾌감이 하반신에 가해지는 익숙한 쾌감과 섞여 눈앞을 새하얗게 명멸시켰다. 그 너머에서 그녀는 그녀를 집요하게 응시하는 시선을 느꼈다. 침대 위에서도 언제나 어딘가 식어 있던, 예의 바르게 거리를 두던 황금빛 눈동자가 열기에 젖어 들어 엉망이었다.

“레스.”

입맞춤 사이로 이름을 부르자 하복부에 비벼지고 있던 성기가 맥박치며 더 커지는 듯했다. 하아, 참지 못하고 흘리는 더운 숨 사이로 그가 치대듯 그녀의 가슴 위를 할짝거렸다. 그녀는 옷 위로 유두를 굴리던 손을 잡아 나이트가운 안쪽으로 인도했다. 홀린 듯 제 손을 눈으로 좇는 모습에 레티시아는 만족스럽게 웃음을 지었다.

“직접 만져 줘.”

“공주…… 으읏.”

바지 앞섶을 팽팽하게 밀어 올리는 것을 꽉 손에 쥐자 레스가 신음을 토해 냈다. 방심한 틈을 타 순식간에 벨트 버클을 풀고 앞섶을 열자 이미 선액으로 진득하게 젖은 성기가 손에 잡혔다. 화상을 입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뜨겁게 맥동하는 것을 꽉꽉 눌러 가며 자극하자 레스의 상체가 점점 무너져 내리며 그녀에게 지워지듯 기대졌다.

“아윽, 고, 공주님, 아, 흐으.”

바들바들 떠는 등이 사랑스러웠다. 허리가 저절로 흔들리며 그녀는 줄기를 쥐고 자극하던 손을 움직여 손바닥으로 귀두를 덮었다. 손톱으로 요도를 긁자 비명 같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아……!”

“나도 이렇게 만져 줘.”

아래가 뻐끔거렸다. 흥건히 젖은 속옷이 비부에 달라붙는 게 느껴지고, 입 안이 말라 들어갔다. 그녀는 조금 더 다급하게 몸을 바짝 붙였다.

“당신도 그러고 싶잖아.”

그 말에 하하, 웃음소리가 나더니 레스의 손이 그녀의 앞섶을 그러쥐었다.

“키샤.”

낮아진 목소리는 무섭게도 감미로웠다. 소름이 돋아나는 것을 느끼며 돌아보자 레스가 제 손등을 콰득 깨물었다.

“당신, 나를 너무 부추기지는 마세요.”

확, 앞섶을 그러쥔 손에 힘이 들어가 끈이 단번에 풀려 나가며 그녀의 젖가슴이 드러났다. 빳빳하게 선 유두에 찬 공기가 닿기도 전, 레스는 고개를 숙여 가슴을 입에 물었다.

“아, 아읏, 아!”

척추를 타고 벼락같은 쾌감이 달렸다. 섬세하게 느끼는 부분만 자극하던 이전의 방식과는 다르게 유두가 떨어져 나갈 정도의 흡착력으로 빨아들이며 혀로 꾹꾹 자극했다.

“아윽, 레, 레스, 하, 아읏, 아앙!”

몇 번이고 거센 파도가 후려치는 듯한 쾌감에 레티시아는 자신에게 달라붙어 있는 남자의 등에 손톱을 세웠다. 어깨뼈의 유려한 곡선과 그를 따라 조형된 단단한 근육이 그녀의 손 아래에서 꿈틀거렸다. 한 손으로는 다른 쪽 가슴을 주무르며, 다른 손으로는 치마를 걷어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매만지던 레스는 이미 흥건히 젖어 움찔거리는 비부에 손을 대더니 작게 탄성을 흘렸다.

“공주님, 어쩌다 이렇게나 젖으셨어요.”

“누, 아읏, 누구 때문, 인데……!”

“그래요.”

어쩐지 기쁜 듯한 목소리로 그가 그녀의 유두에 쪽, 입을 맞췄다.

“저 때문이지요.”

그리고 단번에 속옷을 내린 레스가 그녀의 허벅지를 들어 올리며 단번에 성기를 박아넣었다.

“아아아!”

비명 같은 교성이 울리며 레티시아가 허리를 젖혔다. 다리 사이에서 시작해서 정수리까지 몸 전체가 창으로 꿰인 듯했다. 안을 빠듯하게 채우는 부피감에 숨을 헐떡이면서도 내부는 오랜만의 침입을 기뻐하며 성기를 조여 댔다.

“아읏, 아, 겨, 경, 하으읏, 아앙!”

내부가 이물에 적응하기도 전, 허리를 한 팔로 휘감으며 레스가 움직였다. 키 차이 때문에 바닥에 닿은 그녀의 발이 떨어질락 말락 했다. 거의 쓰러지다시피 레스에게 기댄 몸에서 높게 들어 올려진 쪽의 다리가 허릿짓을 할 때마다 장난감처럼 크게 흔들렸다. 깊고 집요하게, 그녀가 느끼는 내부 앞쪽의 벽을 단단한 귀두 끄트머리로 긁어 내는 듯한 움직임에 쾌감이 미친 듯이 터져 나왔다. 철퍽거리는 소리, 허벅지를 따라 흐르는 젖은 느낌,

“읏, 하아, 키샤.”

안이 빠듯하게 벌어졌다. 몸이 정신없이 흔들리고, 이성이 녹아내리는 가운데, 터무니없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레스가 그녀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를 간질이고, 평소에는 정물처럼 서늘한 남자의 몸이 열이 난 듯 달아올라 그녀에게 치댔다. 끊임없이 살갗에 입술을 대어 오는 것은 목적이 있는 애무라기보다는 본능적인 절박함에 가까웠다.

“키샤.”

붉게 달아오른 눈가가 정사의 열기로 녹진하게 젖어 있었다. 취한 듯, 무언가에 홀린 듯, 갈급하게 매달리는 듯한 눈길이 그녀의 눈을 쫓았다. 흥분에 가면 같던 무심함이 녹아내렸다. 벌거벗겨져 전시된 불안이, 그 와중에도 끈질기게 고개를 드는 희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레티시아는 부드럽게 그를 끌어당겨 그 눈가에 입을 맞췄다. 그 다정한 접촉에 파르르 눈꼬리가 떨리더니 레스가 눈을 감았다. 눈꼬리에 희미하게 매달려 있던 습기가 조용히 뺨을 타고 떨어져 내렸다.

잠시 느릿해졌던 허릿짓이 다시 거세졌다. 그 어떤 요령도, 기교도 없는, 그저 안으로, 더 깊은 곳으로 파고들려고만 하는 절박한 움직임에 따라 쾌감이 옥타브를 타고 오르듯 고조되었다.

“키샤. ……키샤.”

꽉, 몸이 으스러지듯 끌어안기며 레스가 그녀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었다.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은밀한 속살이 맞물리고 몸 안으로 뜨거운 액체가 쏟아졌다.

몸을 빼내자 허벅지를 타고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 잠깐이라면 잠깐인 사이에 완전히 다리에 힘이 풀려 흐늘거리는 레티시아를 받아 든 레스는 그녀를 조심스레 침대 위에 앉혔다. 이성이 돌아와 앞이 제대로 보이자 민망할 정도로 엉망이 된 몸이 눈에 들어와 그는 얼굴을 붉혔다.

“죄송합니다, 공주님. 제가 정신이 없어서…….”

나이트가운은 구겨지고 앞섶을 여는 끈이 풀려 감추는 곳보다 보이는 곳이 더 많았다. 드러난 곳에는 적나라할 정도의 순흔과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 특히 입술은 얼마나 빨아 댔는지 붉게 부어 살짝 찢어지기까지 했다.

입 안이 말라 가며 초조함이 스멀거리며 찾아왔다. 살을 섞는 것이 처음도 아니었는데 어째서 오늘은 유독 이리 자제를 하지 못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보통 때는 레티시아의 반응이 어땠는지, 어딜 좋아하고 뭘 해 주면 기뻐했는지 하나하나 기억할 수 있는데 오늘은 머릿속이 열탕이 되어 남아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제 욕심만 채우고……. 제가 공주님을 다치게 하지는 않았나요?”

조심스레 찢어진 입술을 어루만지면서도 그 발갛게 부어오른 입술을 다시 한 번 물고 잘근거리고 싶다는 충동이 울컥거렸다. 레티시아의 눈치를 보며 묻자 그녀는 싱긋 웃으며 그의 입술을 살살 쓸었다.

“경은?”

순종적으로 레스가 입을 열었다. 손가락이 입 안으로 들어와 혀를 지그시 긁어 내자 레스는 그 움직임에 맞춰 혀를 내밀어 핥았다. 그녀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올려다보자 레티시아가 다시 한 번 달콤하게 웃어 보였다.

“경은, 기분 좋았어?”

짓궂은 질문에 그는 가볍게 시선을 내리깔며 항의의 표시로 손가락 끝을 살짝 깨물었다. 평소보다 훨씬 더 빨리 달해 버린 데다가 이성을 잃고 짐승같이 자기 욕구만 채웠다.

“……보셔서 아시잖습니까.”

“미안해?”

“예에…….”

“그러면 사과를 하고 벌을 받아야지.”

장난기를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 말에 레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눈만을 살짝 올려 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공주님.”

무릎 꿇은 두 허벅지가 느릿하게 벌어지더니 어느새 다시 힘을 받아 고개를 든 성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제게 무슨 벌을 내리실 건가요?”

대놓고 전시된 몸에 입 안이 말라 들어 레티시아는 가볍게 입술을 축였다. 마치 홀린 듯 우아하게 떨어져 내리는 목선을 따라 손가락을 쓸어내리자 긴장하는지 손가락 아래의 몸이 깊게 숨을 골랐다. 툭, 툭, 손가락이 한 계단, 한 계단 떨어져 내리며 레스의 상의의 단추를 풀어 내렸다.

“그럼 경, 자위해 봐.”

그 말에 레스의 눈이 순간 커졌다. 살짝 벌어진 입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그녀는 그 뺨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경이 가는 걸 보고 싶어.”

“제가 혼자 헐떡이는 걸 보셔 봤자…….”

“경, 뭘 모르네.”

단추가 모조리 풀린 셔츠의 옷자락 사이로 수려하게 자리 잡은 가슴과 배의 근육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선이 맨가슴에 닿자 도망치고 싶다는 듯 몸을 움찔거리는 레스의 손을 잡아 그의 가슴 위에 얹으며 레티시아는 생긋 웃었다.

“그게 제일 보고 싶은 거야.”

응? 하며 고개를 살짝 기울이자 레스가 원망스러운 듯한 시선을 던졌다. 그걸 생글거리는 미소로 돌려주자 그가 떨리는 한숨을 내뱉으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길고 풍성한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눈이 한 번 꽉 감겼다가 뜨이고 레스는 천천히 손을 들어 제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길고 우아한 손가락이 빗장뼈의 모양을 확인하듯 느릿하게 움직이다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평평한 가슴 위 모양 좋게 자리 잡은 가슴 근육을 그러모아 뭉근하게 비비자 손가락 사이로 탄력 있는 가슴 근육이 비어져 나왔다가 모습을 감추는 것을 반복했다.

“아…….”

손끝이 유륜 위로 원을 그리며 돌다가 단단히 발기한 유두에 닿자 탄식 같은 한숨이 흘러나오며 레스의 허리가 흔들렸다. 어느새 다리 사이로 내려간 다른 손이 넓게 벌어진 비부에 닿아 회음을 강하게 누르며 고환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어쩐지 초조한 얼굴로 미간을 찡그린 레스의 입술이 벌어지며 붉은 혀가 입술을 핥았다.

“아흣, 아, 아읏.”

가슴을 그러쥐며 유두를 잡아당기는 손의 움직임이 좀 더 거칠어졌다. 회음과 고환을 자극하던 손은 이제 기둥을 쥐고 점차 속도를 내 위아래로 움직였다. 처음에는 조금 머뭇거리는 듯했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는 정신없이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흣, 아윽, 하, 공주, 공주님.”

수치심과 쾌락의 열기에 남자의 눈가가 붉게 달아올랐다. 톡 치면 그대로 주르륵 물기를 흘릴 것 같은 젖은 시선이 그녀에게 와 박혔다. 그녀를 만질 때는 절대 보이지 않았던 무자비함으로 제 성기를 쥐어짜며 그는 뺨을 그녀의 허벅지 안쪽에 비벼 댔다.

“공주님…… 으응, 키샤, 만지고 싶어요.”

성기를 흔들어 대는 팔의 근육이 확 수축하며 힘줄이 선명하게 도드라졌다. 거칠어진 호흡이 허벅지 위에 떨어지며 그는 당장이라도 그녀의 다리를 잡아 벌리고 싶은 듯 제 가슴을 으스러질 듯 쥐었다.

“만지게, 읏, 해 줘요. 하아, 키샤.”

할짝거리며 혀가 허벅지 안쪽을 핥았다. 열에 취해 제멋대로 허리를 흔들며 하는 유혹에 레티시아는 그대로 그의 뒤통수를 꽉 그녀의 비부에 짓눌렀다.

“큿, 콜록.”

순간 숨이 막힌 듯 헐떡이며 기침을 토해 내던 레스는 곧 익숙하게 혀를 내밀어 그녀의 성기를 빨았다. 입술로 잡아당기면서 혀로 누르듯 자극하다가 이로 긁어 댔다. 뾰족하게 세운 혀가 여린 살을 젖히고 밀고 들어오는 감각에 레티시아는 몸을 벌벌 떨었다.

“응, 하아, 경, 으응.”

다리 사이에서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질척하게 젖은 비부를 레티시아는 더욱 핥아 달라는 듯 밀어붙였다. 짓눌린 남자의 신음을 틀어막자 아래를 자극하는 움직임이 더욱 절박해졌다. 혀로 쾌감을 긁어 내는 듯한 짜릿함에 시야가 여러 색으로 명멸했다.

“아읏, 레, 레스, 아, 거기, 아읏, 거기 좋아!”

턱이 뒤로 젖혀지고 가슴이 크게 부풀어 올라 숨을 들이마셨다. 양 다리가 덜덜 떨리더니 레스의 머리를 휘감고, 절박하게 움찔거리는 내벽이 그의 혀를 조여 댔다.

“같이, 아, 윽, 가, 같이, 아아, 가, 갈 것 같아, 갈 것……!”

처박아지는 듯한 쾌감을 피해 저도 모르게 허리가 도망치듯 뒤로 빠졌다. 그걸 팔로 휘감아 단단히 고정한 레스가 한층 더 집요하게 달라붙었다.

“아읏, 아아아!”

퍽, 몸 안에서 쾌락이 터지는 것과 함께 절정이 찾아왔다. 절벽 위에서 확 밀쳐져 떨어지는 듯한 아찔함에 눈앞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읏, 하아.”

그와 동시에 꽉 쥐고 있던 레스의 성기에서도 정액이 울컥 흘러내렸다. 아득한 쾌감 속에서 레티시아는 남자를 끌어안아 정신없이 입을 맞추며 그녀의 안으로 퍼져나가는 절정의 감촉을 만끽했다.

아찔한 고양감에 가슴이 떨렸다.

오늘 비로소 그녀는 이 남자를 온전히 손에 넣은 것이다.

* * *

“실례합니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레오르나는 아까부터 한 자도 읽지 못하고 있던 보고서를 결국 내려놓았다.

“그래서?”

“잘 해결된 듯합니다.”

문을 채 닫을 새도 없이 닥쳐 든 질문에도 유능한 보좌관은 당황하는 기색 하나 없이 답했다. 그에 비로소 레오르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늘어졌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까지 긴장하고 있었다는 것에 짜증을 냈다.

“정조대를 채워 버릴 것 같으니.”

문제란 문제는 모조리 일으키는 주제에 일이 이렇게나 잘 풀린다니 기가 막힐 정도였다. 그러나 일이 잘 안 풀렸을 때의 그 칭얼거림을 달래야 할 입장으로서는 다행이었다. 동생과 그 대위의 일이 잘 해결되었다면 나머지 문제는 부수적인 것뿐이다.

그 부수적인 문제라고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아스탈.”

“예, 태녀님.”

“키샤의 스캔들이 아무리 기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형질의 것이라 해도 조간에 뜬 단독 보도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신문사란 신문사에 죄다 퍼질 수가 있었을까? 누군가가. 그래, 누군가가 손을 쓴 게 아니라면.”

하지만 왜?

레티시아를 겨냥했던 건가? 그 아이의 많은 경쟁자 중 하나인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무언가가.

레오르나는 미간을 찡그리며 관자놀이를 지그시 문질렀다. 레티시아가 퍼부은 지원금에 다소 수그러들었던 비-귀족들의 비난은 이제는 공주가 돈으로 이 문제를 덮으려 한다는 식으로 비틀려 라디오를 꾸준히 듣지 못하고 신문을 읽을 줄 모르는 빈곤층 사이에서 퍼져나가고 있었다.

“공주님과의 거래에서 최근에 손해를 본 이들, 공주님과의 경쟁이 심화된 이들을 중심으로 기자들을 매수한 이들을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처음 단독 보도를 냈던 일간 소모르 지의 기자에 대해서 파 보았는데.”

“그랬는데?”

“최근, 가족들의 계좌로 꽤나 큰 금액이 들어왔습니다. 몇 번 출처를 세탁하려 했으나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본래부터 끔찍하게 표정이 없는 보좌관이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그 반응에서 레오르나는 이미 답변을 들은 것 같았다.

“왜, 또 어머니가 손을 쓰셨어?”

“……자금 출처 중에 노바네스크 상회가 있었습니다.”

“하, 부지런도 하셔라.”

노바네스크 상회는 왕의 비자금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회였다. 일간지의 기자에게 돈을 퍼 줄 이유가 전혀 없는 집단이다.

익숙해진 실망과 기이한 희열이 들끓어 레오르나는 몸을 의자 등받이에 깊숙이 파묻었다.

“어머니께서 이제 와서 레티시아의 행실에 훈수를 두시려는 것은 아닐 테고.”

자연히, 이번 스캔들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이에게 생각이 흘렀다. 기가 막히게도 그건 레티시아가 아니었다.

레오르나는 처음으로 레스 키시르를 만났던 다레즈 포로수용소를 기억했다. 말라붙은 피와 배뇨와 토사물에 잠겨 썩어 들어가던 시체들로 가득하던 감방 한구석에서 정육점의 도축된 짐승처럼 매달려 있던 남자는 그녀가 하루 이틀만 늦었더라면 그대로 목숨을 잃었을 정도였다. 그런 면에서 그는 운이 아주 좋았다. 그녀가 린스베른에게서 총지휘권을 강탈해 노베르 산맥을 넘어 적의 후방을 치지 않았다면 왕국군은 아마 해가 바뀔 때까지 이오네 평야에서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었을 터였다.

그렇게 건져 낸 남자가 사실은 배신자라서 군사 재판에 끌려갔는데 본인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 어느새 들끓게 된 여론이 셀레스트 전선에서의 처참한 패배를 책임질 희생양을 찾아 헤매자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혹하게 언론에 노출시켰다. 전시라는 명목하에 속결로 사형을 밀어붙이려는 것이 수상해 증거를 내놓으라 하자 바로 태도를 바꿔 사면했고, 그 후에는 성 미카텔라 훈장까지 수여한다.

이게 우연일까.

“우연일 리가.”

타닥, 타닥,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레오르나는 생각에 잠겼다. 군사 재판장에서 바짝 말라 반쯤 정신이 나간 듯한 얼굴로도 결백을 외쳤던 남자를 떠올렸다. 술김에 군사 기밀을 흘려 셀레스트 전선을 초토화했다던 자가 다레즈에서는 가혹한 고문에도 입을 열지 않았다.

끝까지 신의를 지켰던 그는, 누구에게 배신당했던 걸까.

“레스 키시르와 만나야겠어.”

답은 정해져 있지 않은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