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1/46)

3.

푸르르르, 거대한 검은색 군마가 투레질했다. 말이 아니라 투우장의 수소를 닮은 흉포한 짐승의 눈에 레스는 저도 모르게 상체를 조금 뒤로 뺐다. 그의 얼굴에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경악과 공포의 표정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공주는 지금 당장이라도 흥분으로 실신할 듯한 표정으로 말의 목을 덥석 끌어안았다.

“멋있지? 키시르 경, 인사해. 아우구스투스 노스페라투 랑기누스 2세야!”

아, 네, 정도로 이해될 애매한 소리를 내며 레스는 이번에는 정말로 한 발짝 뒷걸음질을 쳤다. 그에 군마는 아무리 봐도 코웃음 치는 것처럼 들리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뺨이 발그레하고 눈이 반짝이는 공주는 그걸 봤는지 못 봤는지 거의 과호흡을 일으키며 그 괴물의 근육이 뒤엉킨 두툼한 목에 뺨을 비볐다.

“랑기누스는 내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승마를 배운 말이야. 엄마는 캄팔 고원의 순혈마고 아빠는 왕국군 기병대에서 거의 십 대가 넘도록 일해 온 유서 깊은 혈통이야. 아기 때부터 내가 직접 먹이고 빗질하면서 길렀어. 그땐 이렇게 잘생겨질 줄은 몰랐지만!”

꺄악, 소리가 따라 나오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좋게 말하자면 열정이었고, 좀 진실하게 말하자면 광증이었다. 그리고 아주 가증스럽게도 투우 소를 닮은 괴물은 제 반의반도 안 되는 몸집의 공주의 뺨에 콧잔등을 비비며 아양을 떨었다.

“정말…… 훌륭한 말이군요.”

“랑기누스는 왕국군에서도 그렇지만 경마장에서도 꽤 탐냈어. 이렇게 건장한데도 무섭도록 빠르거든. 그리고…… 음, 잘 믿기지 않겠지만 얘가 승부욕이 좀 강해. 다른 말들이 자기 앞을 달리는 걸 용납을 못 하거든.”

“……기왕 말로 태어났으면 그 정도 투쟁심은 있어야지요.”

“응. 그래서 가끔은 미안하기도 해. 나랑 있으면 얘의 그 타고난 소질을 썩히는 듯해서. 최대한 자주 달리게 해 주려고 하고 있긴 한데 나는 가볍게 달리는 것밖에 못 해서.”

달래듯 말의 갈기를 어루만지는 공주의 말에 미안하지만 레스는 쉽게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눈앞의 시꺼먼 짐승은 지금이라도 당장 공주를 한 발에 밟아 터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였고, 그는 아직 자신이 왜 공주의 사격 연습을 돕다가 마구간에 끌려왔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경, 가끔 경도 이 아이와 어울려 줘.”

아니,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던 게 더 정확하다.

“공주님, 마음은 감사하지만 제가 어찌 감히…….”

“어찌 감히라니, 경은 내 침대에서 자고, 내 음식을 먹으며, 내 시종들의 시중을 받는 내 애인인데 내 말이라고 못 탈 이유가 없잖아?”

“……갑작스러운 고백, 감사드립니다. 저희 교제하는 사이였군요.”

“그럼 아니야? 키시르 경, 그럼 지금까지 내 몸만 가지고 논―.”

“공주님이 제 몸을 가지고 노신 게 더 맞는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아닙니다. 그리고 말은…….”

푸르르, 때맞춰 다시 한 번 투레질하는 흑마의 눈초리가 불경스러웠다. 너 따위 걸 태운다니, 라는 경멸과 네까짓 게 감히 나를 거부해? 라는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저는 뷘터하우젠 재학 시에도 승마는 서툴렀습니다. 승마에서만큼은 겨우 낙제를 면했고요.”

부모님이 둘 다 살아 계시고 집안 사정이 좀 더 넉넉했을 때도 무역상이었던 부모님은 배를 샀으면 샀지 말을 살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레스 역시도 차라리 군용 장갑차나 열차를 타면 탔지 손도 많이 가고, 겁도 많고, 안전장치도 부실한 말을 타야 할 이유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말의 시대가 도태되고 증기 기관의 시대가 도래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저는 여기서 구경하면서 기다릴 테니 공주님께서는 편하게 달리고 오세요.”

“뭐야, 키시르 경. 고작 말 타는 건데 쫄았어?”

“예.”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지 말고. 랑기누스는 순해. 기수를 떨어트리는 초보 같은 짓은 안 한다니깐?”

그에 말의 탈을 쓴 악마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정말 보여 주고 싶은 게 있어. 여기서 좀 먼 데다가 비포장도로라 차가 다니질 못해. 걸으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응, 키시르 경?”

레티시아의 고개가 모로 기울어지며 풍성한 속눈썹 아래로 동그란 눈동자가 애처로운 빛을 담아 그를 올려다보았다. 노리고 하는 행동이라는 것은 알아도 순간 심장이 덜컥 흔들렸다. 발이 땅에 닿는 게 좋아 해군과 공군을 포기했던 그마저도 순간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이게 할 정도로 미모의 힘은 위대했다.

“공주님…….”

그러나 흔들림은 순간이었다. 레스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지며 처연하게 내리깔린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말을 타기엔 제 다리가 불편하여서…….”

“당연히 그것도 생각했지!”

“……예?”

“에이, 키시르 경, 너무한다. 내가 경을 위험하게 할 거라고 생각했어? 사람 잘못 봤네.”

햇살같이 화사한 미소가 공주의 얼굴 한가득 떠올랐다. 순간 그에 시선을 빼앗긴 레스가 정신을 되찾아 지금 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시려는 거냐 물으려 할 때였다. 턱, 그의 팔을 부여잡은 공주가 해사하게 웃었다.

“걱정하지 마, 경은 나만 마음 놓고 믿으면 돼!”

세상에서 제일 사람 불안하게 하는 말이었다.

* * *

“키시르 경! 기분 끝내주지 않아? 오늘 날씨 진짜 좋다!”

얼굴을 할퀴며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앞서 말을 달리는 공주의 하나로 높게 올려 묶은 붉은 머리카락이 정신없이 흩날렸다.

공주는 기분이 좋은 듯했다.

그는 죽을 것 같았다.

히히힝, 괴물 말이 기분 나쁘다는 듯 투레질을 하자 반사적으로 안장 앞쪽의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며 허벅지가 필사적으로 조여졌다. 땅에서 한참 떨어진 허공에서 흔들리는 발밑이 너무나도 불안했고, 몸이 위아래로 흔들려 두개골 안에서 뇌가 절렁대는 느낌이었다. 처음에 그럭저럭 옛 기억을 되살려 겨우 따라붙었더니 공주는 기뻐하며 속도를 올렸고, 그때부터 그의 지옥이 시작되었다.

“공주님, 공주님, 조금만 천천히…….”

결국, 자존심을 깨끗하게 내버리고 레스는 그의 말의 고삐를 쥐고 미친 듯이 달리고 있는 공주에게 애걸했다. 말을 잘못했다가 혀를 깨물 것 같아서 말을 오래 잇지도 못했다. 그에 멀미라는 게 뭐냐는 얼굴의 공주가 그를 한 번 흘끗 돌아보더니 시퍼렇게 질린 얼굴에 뜨악하며 속도를 조금 줄였다.

“경, 말을 탈 때는 허벅지로 몸을 고정해. 허리는 곧게 펴고, 시선은 앞을 보고.”

속도가 그래도 좀 줄었다 보니 그나마 공주의 말이 의미 있는 단어가 되어 머리에 들어왔다. 이제는 기억도 안 나는 까마득한 옛날 승마 교관이 귀가 닳도록 했던 지적이었다.

하지만 허리를 조금이라도 숙이는 순간 몸이 뒤로 꺾여 버릴 듯했다. 중심을 잃으면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왼쪽으로 몸이 쏠려 그대로 말에서 떨어져 버릴 것 같았다. 적나라하게 머릿속에 그려지는 광경에 반사적으로 몸에 다시 힘이 들어가며 안장을 쥐고 있는 손마디가 새하얗게 변했다.

“경. 키시르 경.”

그 손 위를 어느새 바짝 옆으로 붙은 공주의 손이 감쌌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올리자 레티시아가 싱긋 웃어 보였다.

“랑기누스는 경을 떨어뜨리지 않아. 내가 떨어뜨리지 못하게 할 거야. 그러니까, 고개를 들어 앞을 봐.”

머릿속에서는 현실적으로 그가 말에서 떨어지면 공주가 어떻게 받아 줄 것이며, 저 가증스러운 말이 떨어트리지 않으려 하는 건 공주님 정도가 아닐까 등등 수만 가지의 반박이 스쳤다. 그러나 지난 한 달 공주의 장난감 노릇을 하면서 버릇이 들어 버렸는지 반박 한마디가 나오지 않았다.

“경, 나를 믿지?”

그 얼굴을 앞에 두고 차마 전혀 아니라고는 말할 수가 없어서 레스는 간신히 고개만을 끄덕였다. 그에 기뻐 어쩔 수 없다는 듯 공주가 환하게 웃었다. 그게 또 뭐라고 경련할 정도로 긴장해 굳어 있던 몸이 순간 느슨히 풀리는 듯했다.

그의 상태를 세심하게 확인한 공주가 그의 고삐까지 손에 쥐고 말에 조금 더 박차를 가했다. 경보 정도로 걷고 있던 말들의 속도가 천천히 빨라졌다.

“경, 숨 쉬어. 몸에 힘 빼고.”

반사적으로 긴장한 몸이 얼어붙으려는데 지척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도 돌릴 여유가 없어 앞만 보고 있자니 그의 팔을 꾹 힘주어 쥐는 손길이 느껴졌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내가 잘 보고 있어.”

공주는 그렇게 몇 번씩이나 말을 걸었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나 믿어. 괜찮아. 괜찮아.

그 목소리가 녹아들 듯 달콤해 레스는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시각이 차단되자 긴장으로 숨을 죽였던 다른 감각이 천천히 되살아났다.

살랑이는 바람이 머리칼을 휘날리고 뺨을 간질였다. 머리 위에 내려앉는 가을 아침의 햇볕은 따스했고, 쏴아아, 파도가 밀려오는 듯한 소리와 함께 황금빛으로 물든 들판의 풀들이 흔들렸다. 맞바람에 실려 달콤한 향기가 흘러들어 왔다. 짙진 않으나 한 번 눈치채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달콤하나 결코 숨이 막히지 않는, 어디에서나 있을 듯하면서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눈을 깜박이며 뜨자 시야 가득 공주의 뒷모습이 쏟아져 들어왔다. 반보 정도 앞에서 달리는 공주의 뒤통수에서 태양 빛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듯했다. 가늘고 흰 목덜미와 승마복의 코르셋으로 조인 낭창한 허리 때문에 공주는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는 버들가지 같았다. 세심히 그의 상태를 확인하던 공주가 고개를 돌려 지평선으로 시선을 던졌다.

“아…….”

저도 모르게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던 레스가 나지막한 탄성을 내뱉었다.

완만한 능선을 그리며 이어졌던 황금빛 풀밭 너머로 또 다른 황금빛이 펼쳐져 있었다. 레스는 순간 말을 잃었다.

깃털같이 흩뿌려진 흰 구름이 유영하는 새파란 하늘 아래 태양을 향해 한껏 고개를 젖힌 노란 꽃들이 지평선을 따라 죽 늘어져 있었다.

“해바라기, 네요.”

“호박 추수는 다 끝나 버렸거든. 그러니까 그 대신?”

한쪽 눈을 살짝 찡긋하며 말에서 내린 공주를 따라 레스는 조심스레 말에서 내렸다. 순식간에 시야가 온통 황금빛 꽃들로 가득 찼다. 레티시아가 손을 잡아끄는 대로 그는 천천히 그 황금빛 바다에 발을 담갔다.

끝없이 이어지는 꽃들의 파도 속에서 그는 그저 걸었다. 언젠가 살아 있는 어머니와 함께 걸었던 길처럼. 어제와 같은 오늘이, 오늘과 같은 내일이 당연하게 이어질 거로 생각했던 시절의 파편처럼.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의 기억에 조금 숨이 막혔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상상했던 것처럼 괴롭지만은 않았다. 손을 잡아끄는 손길의 온기가, 조금 앞에서 살랑이는 붉은 머리칼의 향기가, 지금 이 시각의 그 모든 것이 기묘하게.

평화로웠다.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을 때였다.

“다행이다.”

난데없는 말에 고개를 돌리자 공주가 싱긋 웃었다.

“경은, 가끔 덫에 걸린 짐승 같은 얼굴을 하거든. 도망가고 싶은데 도망가 봤자 잡혀 올 게 뻔하니까 도망가려고 시도조차 안 하는 것 같아서.”

“…….”

“좀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다리가 있으면 조금은 홀가분해지지 않을까 생각했거든. 그러면 좀 더 주변을 바라볼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그래서 말에 태우신 겁니까.”

“차도 좋긴 하지만 말이 좀 더 속도감을 느낄 수 있잖아. 음, 경이 내키지 않아 하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역시 경은 우등생이야. 랑기누스를 이렇게 빨리 탈 수 있던 건 경이 처음이야.”

대단해, 멋있어, 훌륭해! 아주 종류별로 감탄사를 늘어놓는 레티시아를 보며 레스는 고개를 숙였다.

“공주님.”

“응?”

“좀…… 안아 봐도 됩니까?”

그 말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던 레티시아가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

“뭘 새삼스럽게.”

팔을 벌리며 다가오는 여자는 눈이 부셨다. 레반스타인 왕가의 인장이나 다름없는 타는 듯한 굽실거리는 붉은 머리는 왕자나 왕과 판박이였으나 그 외의 모든 것이 달랐다. 스스로가 태양이라는 것을 아는 당당함과 자신감으로 공주는 빛이 났다. 공주는 그녀를 낳아 준 어미보다는 그녀를 키운 언니를 더욱 닮았다.

린스베른 레반스타인이 그토록 넘으려 발버둥을 쳤던 그 철혈의 왕태녀를.

그는 린스베른 레반스타인의 유약함을 사랑했다. 빛을 타고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기에 필사적으로 빛을 내려 하는 그 절박함에 감히 동질감을 느꼈다.

하지만.

……린스베른 레반스타인이 제 동생의 반만이라도 자존감이 있었더라면 제 다리는 망가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자가 제 동생의 반만이라도 배려심이 있었다면, 이해심이 있었다면, 타인을 감싸 안고 순수하게 애정을 베풀 줄 아는 인간이었더라면.

자신은, 아직도 온전한 채 있을 수 있었을까.

자신보다 훨씬 작은 공주를 품에 안고 목덜미에 고개를 묻으며, 레스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목이 멨다.

그가 지금까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적이 없었던 것은 떠올려 봤자 득이 될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행복한 기억은 영영 돌려받을 수 없는 것의 상실을 떠올리게 했고, 그렇지 않은 기억은 이미 충분히 꿈에서 시달리고 있었다.

해바라기밭에서 슬픔이 아니라 평온을 느낀 것은 그가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함께 있는 이가 공주였기 때문이다.

필사적인 필요로 매달렸던, 고작 거래 상대라 생각했던 이에게 너무나 넘치게 많은 것을 받아서.

“공주님께 이렇게 받기만 해서 어떻게 다 갚아야 할까요.”

몸이 떨려 와 그것을 숨기려 그는 더욱 공주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응석 부리듯 이마를 목덜미에 비비고, 심호흡을 반복해 머리칼에 묻어난 체취를 비강 가득 들이마셨다.

“음…… 왜, 고전은 영원하다는 말이 있잖아.”

“예?”

“웃어 줘.”

고개를 들어 보이자 눈앞에 맑은 녹색 눈동자가 있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 눈꼬리가 길게 휘어지며 웃었다.

“내가 경을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했다는 걸 보여 줘.”

“……쉽네요.”

그런 식의 말을 할 거라고 예상을 했으면서도 목소리가 닿자 가슴 한편이 간질거렸다. 그녀의 눈꼬리가 휘어진 모양을 찬찬히 보고, 마치 그걸 옮겨 가져가듯 레스의 눈꼬리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제 행복은 모두 공주님이 주신 건데요.”

가볍게 내려앉은 입술이 굽이치는 붉은 머리칼에 닿았다. 공주가 의기양양하게 턱을 들어 올렸다.

“그러면 상으로 키스도.”

“키스만요?”

“선생님.”

레티시아의 목소리의 톤이 바뀌었다. 조그만 머리가 톡, 그의 어깨에 기대어 오더니, 고개를 살짝 틀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소녀같이 명랑한 빛을 띠었던 눈동자가 요염하게 가늘어지며 웃었다.

“그 뒤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는데요.”

은근히 허리를 감아 오는 팔의 감촉을 느끼며 레스는 손을 들어 공주의 턱을 부드럽게 들어 올렸다.

“그렇다면.”

그 열기가 또렷한 시선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레스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옅은 분홍빛 입술에 입을 맞췄다. 기다렸다는 듯 열리는 입술에 기꺼이 응하며 그는 공주의 허리를 힘주어 끌어안았다.

“하나씩 다시 가르쳐 드려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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