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빗치영애 리비티-23화 (23/32)

〈 23화 〉 빗치영애와 탁한 은발의 마법사 #2

* * *

황토색 황야에 세워진 백색의 무너진 신전, 리비티와 이웨네를 포함한 열댓명의 고대 유적 탐험가들은 장거리 순간이동 마도구의 힘으로 무사히 이 장소에 도착하여, 유적에 돌입할 준비를 빠르게 하기 시작했다. 리비티 혼자만 빼고.

"저기저기, 당신 이름 이웨네라고 했지? 그러고보니 당신 뭐하는 사람이야? 마법사라면서, 그런데 유적 탐사 모험가?"

"그게 갑자기 궁금한 이유가 뭐냐."

"딱히 이유는 없지만 궁금한건 궁금한거니까?"

"그럼 나도 이렇게 답하지. 내 개인 신상을 너에게 딱히 공개해야할 이유가 없다."

"엥? 당신은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으면서, 불공평해!"

"원래 세상은 불공평해."

"치잇..."

결국 이웨네에게서 그의 자세한 속사정을 듣는것을 포기한 리비티는 그녀와함께 이동한 모험가들이 유적 진입 준비를 마치는사이 주위를 대충 걸어다니며 굴러다니는 돌을 발로 차면서 시간을 보냈다.

"리비티, 돌입 준비 끝났다. 이리와."

"알았어!"

잠시 후 유적에 진입할 준비를 완전히 끝마친 이웨네는 근처를 멍하니 걸어다니던 리비티를 불러 가까이 오게한뒤, 그녀의 가녀린 팔목을 자신의 손으로 단단히 붙잡았다.

"뭐야 이 스킨쉽은? 당신 고자라면서 나한테 관심있어?"

"후... 헛소리는 그쯤 해라. 내가 네 팔목을 붙잡는 이유는 혹시라도 네가 혼자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하려는거니까."

"내가 그렇게 못미더워?"

"그것도 그렇지만 다른 이유쪽이 더 크지. 이 유적에 있는 일부 몬스터들은 '세뇌'효과가 있는 스킬을 사용한다."

"엑."

이 유적에서 등장하는 일부 몬스터들이 세뇌를 쓸수 있다는 사실에 리비티는 기분이 나빠진듯 한음절의 탄성을 툭 내뱉었고, 이웨네는 그녀의 그런 반응을 신경쓰지 않고 설명을 이어갔다.

"세뇌라고 해도 딱히 걱정해야할 수준은 아니다. 원거리에서 걸어오는 저주는 지속시간이 짧은 편이니까. 하지만 몬스터에게 접촉한 상태로 세뇌가 걸린다면 영원히 풀 수 없을지도 모르지. 내가 네 손목을 잡고있는건 그에 대한 대처다."

"...아! 이해했어! 만약 내가 몬스터와 대면했을때 지속시간이 짧은 원거리 세뇌에 걸렸다가, 그 상태에서 내가 몬스터쪽으로 달려나가서 영구적인 세뇌를 당하게 하지 않게 하려는 당신의 배려구나! 응응, 완전히 이해했어!"

"멍청한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해력이 있는 편이었나?"

"난 바보가 아니야! 무기도 마법도 모두 잘 다루는 문무겸비에 대천재, 세계 최고의 대마법사가 바로 이몸이라구~!"

"잘나셨구만. 그럼 어디 그런 건방진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한번 실력을 보도록 하지... 잠깐 진정해라. 당장 여기서 마법을 쓰라는게 아니라, 유적 내부로 들어가서 몬스터와 마주친 뒤에 말이다."

"응! 내 실력을 기대해준만큼, 확실히 보답해줄게♡"

"......"

이웨네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숨기지 않는 리비티에게서 묘한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일단 유적 내부로 자신이 고용한 모험가들을 앞세워 들어가기 시작했다. 리비티와 절대로 떨어지지 않도록 그녀의 팔목을 확실히 붙잡은 상태로.

그렇게 리비티와 이웨네, 유적 탐험 전문 모험가들이 무너진 백색 신전의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한지10분쯤 지났을까, 끝없이 지하로 손님들을 안내하던 계단도 끊기고 새하얀 대리석 벽으로 이루어진 통로가 침입자들의 앞에 드러난, 순간 이 유적을 지키는 강력한 몬스터도 함께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리비티!"

"알겠어! 래피드 파이어!!"

방금 계단을 내려오던 도중 지겹도록 이웨네에게 들었던대로 리비티는 몬스터를 발견하자마자 즉시 아군을 휘말리게 하지 않을 정도의 작은 크기, 손가락 마디만한 크기의 불꽃 탄환을 만들어내 쏘아냈고, 작은 크기와 달리 엄청난 위력을 품고 있던 그 탄환을 적중당한거대 거미 형태의 몬스터는 즉시 전신에 화염이 옮겨붙어 고통스러운듯 몸을 꿈틀거리더니 곧 바닥에 엎어져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의심해서 미안했다 리비티. 너의 마법 실력은 대마법사 수준이 맞는군."

"근데 이웨네 당신도 마법사라면서, 이 유적을 공략하는데 굳이 내가 필요했던거야?"

"나 또한 마법사이긴 하지만, 너처럼강력한 마법을 아무런 리스크도 없이무제한으로 내뿜을 수 있는대마법사 수준은 아니라서. 이 유적을 홀로 공략하기엔 깊은곳을 지키는 수호 몬스터를 격파할 수단이 전무했다."

"그럼 당신은 어느 정도 수준의 마법사인데?"

"...지금은 쓸데없는 생각을하지말고 유적 탐험에나 집중해라 리비티, 함께살아돌아갈 수 있다면 나중에 전부 알려줄테니."

"칫, 알겠어. 이웨네 당신은 물론이고 함께 여기까지 내려온 모험가 남성 여러분, 모두 무사히 돌려보내줄게! 최강의 대마법사인 나의 힘으로!"

"네 실력을 인정하지 못하겠단건 아니지만, 역시 리비티 너는 너무 자만심이 강하다. 그 성격을 빨리 고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거다."

"생각해볼게~."

어쨌거나 리비티와 이웨네, 그리고 여러명의 유적 탐험 전문 모험가들은 무너진 신전 지하 깊은곳을 계속 전진해나갔다. 그 와중에 운좋게 발견한 보물상자에서 미감정 마도구를 습득하기도 했고,

"아, 나는 마도구를 감정하는 마법같은건 모르니까. 우리 가문에 내려오는 마법 수련서에 그 마법은 없었어."

"그런 비밀을당당히 밝혀도 되는거냐...? 가문에 전해내려오는 마법수련서라니..."

"? 말하면 안되는거였나?"

이웨네가 경고한대로 원거리에서 세뇌전파를 쏘아오는 몬스터를 만나기도 했다.

"이거 놔! 주인님이 저기서 날 부르고 계셔엇♡♡♡ 지금 당장 나의 음란한 육체를, 살덩어리 한움큼도 남기기 않고 죄다 제물로 바쳐버리라고옷♡♡♡!"

"씹, 디바인 애로우!"

"...어라?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거지?"

지속시간이 짧은 세뇌에 걸리자마자 미쳐날뛰는 리비티를 확실히 붙잡은 상태로 몬스터에게 마법을 날려 처치한 이웨네 덕분에 큰일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유적의 깊은 곳으로 전진하던 도중, 새롭게 등장한 몬스터의 기습에의해 선두에 서서 나아가던 모험가중 1명이 사망하고 말았다.

"으아악!!!"

"아앗?! 래피드 파이어!!"

"...늦은건가. 아직 수호자 몬스터가 지키고 있는 최심부에 도달하기까지 절반정도밖에 오지 못했는데 여기서 희생이 생기다니."

"으으, 미안해... 내 반응이 늦어서 동료가 죽어버려서..."

"크게 신경쓰지마라. 그걸 위한 생명수당이니까. 죽은 저 남자의 친족에겐 충분한 돈으로 위로를 보낼거다."

"이웨네 당신... 의외로 착했구나? 겉으로 보기에는 죽은 모험가따윈 모험가의 수치라고 외치면서 유족에겐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을 것 같은 성격으로 보였는데."

"넌 대체 나를 어떤 눈으로 보고있는거냐...?"

"에헷, 농담이야 농다암~."

"...그런 기분나쁜 농담은 좀 자제해주길 바라지."

"응 확실히 반성할게, 진짜 미안!"

그런 일들을 겪어가며 리비티와 이웨네는 조금씩 친분을 쌓아갔고, 불운한 모험가 1명이 고속으로 통로의 벽을 뚫고 나타난 몬스터에게 치여 숨진 사건이 발생한 직후 1시간 정도가 더 흐른 지금, 리비티와 이웨네를 포함한 유적 탐사대는 강력한 수호자 몬스터가 지키고있다는 유적의 최심부 바로 앞까지 도착한 상태였다.

"여기서부터는 너와 나, 둘이서만 가야한다. 지금까지와 달리마법을 쓰지 못하는 저 모험가 녀석들은 고기방패 역할도 해줄 수 없는 특성의 몬스터가 기다리고 있거든."

"...위험한 몬스터를 상대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조금 불안하지만, 그래도 돈값은 확실히 해야겠지. 나 힘낼게!"

"힘내는건 좋지만, 대마법사인 너의 힘으로도 안될거같다 싶으면 즉시 퇴각하자고 말해라. 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게 목숨이니까."

"평생 여자 손이라곤 못만져 본것처럼음침한 면상을 하는 주제에 의외로 정론을 말하네? 꺄핫!"

"...농담인걸로 받아들이지. 그럼 가자."

"응, 가자 이웨네!"

그렇게 여덟명의 모험가들을 등뒤에 두고 두명의 마법사는 강대한 적을 쓰러트리기위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두사람이 수호자 몬스터와 만나기도 전에 또다시 그들을 습격해온 불청객이 있었다.

"?! 뭐, 뭐야 이거엇!!"

"리비티!!!"

순간 넓은 대리석 통로의 지하에서 피처럼 붉은 색상에 문어다리처럼 빨판이 달린 촉수 수십개가 동시에 튀어나왔고, 당혹스러운 촉수 몬스터의 습격에 두사람이 당황하는사이 촉수는 재빠르게 돌진해와 리비티의 사지와 신체 곳곳에 달려들어 그녀를 구속해버렸다.

"히이익?! 뭐야 이거어!!!"

"리비티! 뭐하는거냐! 마법을 써서 탈출해!!"

이웨네의 격렬한감정이 담긴 그 외침을 들은 리비티는 촉수에 의해 묶여있는 양손에서 마력의 불길을 일으켰고.........

~ 계속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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