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빗치영애 리비티-17화 (17/32)

〈 17화 〉 스카우트 당한 영애와 비밀 창관 #1

* * *

리비티는 던전에 들어가는것을 관두었다. 매일같이 던전에 들어서자마자 입구 근처의 함정에 걸리는것을 4일 연속, 허리가 함정의 벽에 끼인상태로 지나가던 모험가 파티의 남성들에게 마구 따먹히는것을 3일 연속 경험한 뒤에야 그렇게 결정한 것이다.

"하아... 1억 골드... 집에 돌아가고싶어..."

리비티에게는 꿈이 있다! 1억 골드를 모아 드래곤에게 빚을 갚아, 자신의 몸에 걸린 저주를 풀고 집으로 되돌아가는 것. 정말 사랑하는 파파와도, 항상 자신을 무시하던 알프레드와 저택의 사용인들과도, 딱 한명밖에 없는 귀족 영애 친구인 '시엘'과도, 모두와 다시 재회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꿈의 도착점인 1억 골드까지는 너무나도 아드막한 장벽이 리비티의 눈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결국 던전에서는 한푼도 못벌었고... 에휴..."

한숨을 쉬며 타흐노엘 마을을 걸어다니는 리비티. 도대체 어떻게 해야 1억 골드라는 거금을 최대한 빨리 손에 넣을 수 있을지 그녀는 도저히 떠올리지 못했다. 그녀처럼 마을의거리를 걸어다니는많은 이들 또한 각자 먹고살기 바빠 리비티에겐 관심조차 주지 않고 스쳐지나갈 뿐이었다. 하지만 리비티가 어떤 건물의 앞을 우중충한 표정으로 지나가는 순간, 건물 입구쪽에 서 있던 어떤 남성이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이봐 너! 무슨 고민이 있길래 그런 어두운 표정을 하고 다니는거야?"

"엉? 나한테 말 건거야 지금?"

"그래, 고민이 잔뜩 쌓여있는것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아가씨. 나라도 괜찮다면 당신의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데?"

"평민주제에... 으음... 뭐, 좋아. 내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확실히 이용해줄게, 귀족인 나에게 사용되는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아 이름모를 평민!"

"말투가 난폭한 아가씨네. 그럼 일단, 이 가게 안쪽으로 들어와서 얘기하자."

"좋아!"

그렇게 리비티는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시시껄렁해보이는 금발 남성에게 손목을 가볍게 붙잡히면서도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고 알 수 없는 가게 안쪽으로 데려가졌다.

'저런 빡대가리년, 딱봐도 수상해보이는 저딴 남자에게 의심을 하지 않고 끌려가주다니, 젠장...'

여전히 투명화한 상태로 리비티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악신 타나토스는 그녀의 생명에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생기기전에 재빨리 가게의 안쪽으로 리비티와 불량해보이는 남성을 추적해 들어갔고, 잠시후 보게 된 가게 내부의 경관에 약간 할말을 잃었다.

'뭐 이딴 가게가 한밤중도 아니고 대낮부터 영업중인거냐 이 좆같은 마을은!!'

긴 설명은 필요없었다. 그곳은 창관이었다. 지금도 벽에 벽을 넘어선 장소에서 어떤 남녀가 몸을 겹치고있는것인지 헐떡이는 소리가 쉬지않고 들려오는것을타나토스는 느낄 수 있었다.아직 대낮 시간이었기에 이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이긴했으나, 이곳은 대낮부터 영업하고있는 창관이 확실히맞았다. 그리고 그런 장소에 웬 양아치같은놈의 손에 이끌려 들어오게된 리비티는, 의외로 별다른 일을 당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가고 싶은데, 돌아갈 수가 없어... 1억 골드를 모으지 못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저주를 해제할 수가 없거든."

"1억? 그건 확실히 큰돈이네. 하지만 이곳에서 일한다면 확실히 벌 수 있는돈이야. 시간문제일 뿐이지."

"어, 어어? 진짜로? 여기가 무슨 가게인데?"

"남녀간의 만남을 주선하는 건전한 카페야."

"헤에, 그렇구나!"

'창관이다 이 빡대갈년아.'

아무래도 이 창관의 입구에서 리비티를 이곳,벤치와 탁자등이 다수 설치되어있는 건물 내부의휴게시설까지 데려온 남자는 포주라도 되는 모양인지 그녀를 이 창관에 스카우트하려 시도했다. 일단 타나토스도 이 장소에서 리비티의 생명에 문제가 발생하진 않을거라 이해해 가만히 지켜보기로 정했으며,리비티는 상당히 먼곳에서부터, 하지만 확실히들려오고 있는 남녀가 헐떡이는 소리가 신경쓰이지도 않는지여전히 의심따위 하지 않고 금발 남성과 대화를 이어갔다.

"네가 직접 남자를 데려오거나, 그게 귀찮으면 약간의 수수료를 제하는 대신 이 가게에 제발로 찾아온 남성과의 만남을 주선해줄 수 있어."

"돈은 얼마정도 벌 수 있을까?"

"네가 어떤방식으로 손님들을 만족시키느냐에 따라서 달라. 일단 너정도의 미모라면 기본값은 본방의 경우시간당 5천골드 정도로 정해야 할것같고, 네가 손님을 최대한 만족시킨다면 손님이 개인적인 팁으로 추가비용을 지불할수도 있지. 추가비용쪽은 우리가 수수료를 떼지 않는 100% 직원몫이야."

"손님들을 만족? 정확히 이 카페에서 내가 해야하는 일이 뭔데?"

"설마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겠지? 여기가 뭐하는장소인지는 들어온 순간부터 장소의 분위기랑 들려오는 소리로 대충 눈치채는게 정상 아니야?"

"네가 방금 남녀간의 만남을 주선하는 카페라며?"

"...뭐, 틀린 말을 한건 아니니까."

"그럼 간단하겠네~!"

던전에 출입하던 지난 4일간 그런 짓들을 당하고도 여전히 자신만만한 성격인 리비티는 일단 오늘은 이 가게에서 일해보기로 정하며 눈앞의 남성에게 궁금한점을 질문했다.

"근데 하루정도 일해보고 내 마음에 별로 안들면 바로 관둬도 괜찮아?"

"응. 이곳에서 일하는게 너에게 맞지않는다고 느껴지면 언제든지 관둬도 좋아. 일당은 즉시 지급할테니까."

"후후, 그럼 오늘부터 한번 여기서 일해볼게. 잘부탁해!"

"잠깐, 그런데 아직 우리 자기소개도 안한 상태잖아? 일단 서로 이름부터 밝히자. 내 이름은 '나겔랑', 일단 이 가게의 사장 역할을 맡고있지. 당신의 이름은 뭐지 귀여운 아가씨?"

"내 이름은 리비티! 백작 영애 리비티야! 앞으로도 날 아가씨라고 계속 불러주면 좋겠네. 오랜만에 듣는 호칭이라 기분이 좀 상쾌해지는것 같거든."

"백작 영애... 그런 컨셉인가. 의외로 어울리는거 같기도 하네. 좋아. 그럼 지금 바깥에 나가서 네가 직접남자를 꾀어올래, 아니면 너에게 지정된 방에 가서 기다리다가 우리쪽에서 손님을 보내줄까?"

"정확한 목적도 없이 걸어다니는건 귀찮아. 당신이 지정해준다는 방에서 기다릴래."

"알겠어. 그럼 날 따라와줘, 앞으로 리비티 네가 일하게될 장소를 안내해줄테니."

그렇게 리비티는 타흐노엘 마을의 비밀창관에서 일하게되었다. 비밀이라고 해봤자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있는 장소이긴 했지만.

"마을 동쪽 부근에서 운영중인 공개 창관이랑 이곳의 차이점이라면 역시 직원들의 품질이지. 서비스 혹은 외모. 어느 한쪽이라도 특출난 직원들만 스카우트 해오니까. 그래서 기본 이용료도 비싼거지."

"응? 뭐라고?"

"내 말을 안듣고 있었구나 리비티 아가씨."

"헤헤... 못들어서 미안."

리비티는 자신을 이 가게의 사장이라 말한 금발 남성 나겔랑에게 '아가씨'라는 호칭으로불릴때마다 이런 잘 알지도 못하는 땅이 아닌 고향의 저택에서 지낼때의 행복한 추억들이 되살아나는것같아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나겔랑도 창관의 바지사장이면서웃는 얼굴에 침을 뱉지는 못하는 그럭저럭 착한 성격을 가진 인간이었기에, 리비티를 향해 같이 미소지어주며 그녀를 안내해온 방의 문을 열었다.

"오늘 하루로 끝날지 앞으로도 계속 함께 일하게 될진 모르겠지만, 이 방이 리비티 아가씨 당신이 일하게될 장소야."

"와아... 대단하잖아?! 우리 집보단 못하지만, 이 더러운 마을에서는 최고로 멋진 방이야!"

나겔랑의 안내로 리비티가 들어오게 된 가게 안쪽의 방은 밝은색의 벽지와 조명으로 화사한 분위기기 피어있었고, 심지어 방 한쪽에는 작은 수도시설까지 갖추어져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리비티가 이 방에서 마음에 든 점은, 자신이 매일 숙박하는 더러운 여관의 방과 달리 이 방에는 어느곳을 둘러보아도 곰팡이같은것도 피어있지 않고 거미줄도 쳐져있지 않은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방금도 말했듯이 우리 가게는 고급이라서. 손님들도 당연히 돈을 펑펑쓰시는 부자분들이 주로 방문하시는데 위생상태를 최대한의 청결로 유지하는건 기본중의 기본이지."

"...어라? 마력의 기운이 느껴져. 뭔가마도구가 근처에 있는거 같은데?"

"?!"

나겔랑이 이 방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가 청결한 이유를 설명하는걸 전혀 듣지 않은 리비티는 압도적인 마법에 대한 재능 덕분에 멀지 않은 장소에 있는 마도구가 발산하는 마력파장을 간단히 탐지하여 그렇게 말했고, 리비티의 그 말로 그녀가 상당한 실력을 가진 마법사라는걸 눈치챈 나겔랑은 표정을 급격히 굳히고 말투도 한층더 예의를 갖추며 성실히 대답했다.

"아, 네... 이 건물의 청결을 유지하기위해 상시로 마도구가 기동하고 있으니까요. 손님들을 만족시키기위한 당연한 투자였습니다. 그런데 리비티 아가씨, 당신 마법사였군요?"

"아핫! 역시 당신은 마음에 드네~! 내가 안말해줘도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잖아? 맞아! 나야말로 문무겸비, 대마법사에 대천재인 백작 영애 리비티라구!"

"그렇군요... 대마법사 리비티 아가씨, 당신이 하찮은 저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런 가게에서 일하려 하시는것에 별다른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사람의 취미는 그 어떤것이든 자유롭게존중해야 하니까요."

"응응! 그럼 난 이 방에서 기다리다가 당신쪽에서 손님을 보내주면 적당히 상대해주면 되는거지?"

"맞습니다. 그리고 리비티 아가씨는... 직원으로서도 특별취급을 해드리죠. 오늘은 '본방'을 원하는 손님은 보내지 않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일당을 줄이지도 않겠습니다."

"특별취급? 역시 당신 엄청 마음에 들어! 평민이 귀족을 보필해야하는 방식을 잘 알고 있다니깐~!"

고급 비밀창관의 바지사장 나겔랑은 리비티가 겉보기와 달리 엄청난 마법 실력을 가진것을 눈치채어 차마 그녀의 심기가 상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대접했다. 혹시라도 그녀의 심기가 상해버린다면 '대'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강해보이는 마법사인 그녀에겐 이런 가게따위 한방에 날려버리는것쯤은 매우 간단하다는걸 나겔랑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이런 괴짜같은년. 마도구의 마력파장을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의 대마법사라면 근처에 있는 던전의 깊은 지하층으로 내려들어가거나, 멀리 떨어진곳에 있는 고대 유적 발굴에 참여하는쪽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텐데 어째서 고급이라지만 창관에서 일해보겠단건지... 하여간에 마법사란놈들은 죄다 괴짜라 이해할수가 없어, 칫.'

물론 속으로는 리비티에 대한 불평불만을 잔뜩 떠올린 나겔랑이었으나 겉으로는 계속 미소를 유지하며 속마음은 전혀 드러내보이지 않았다. 그도 일단은 일에 대해선 프로인 남자였으니까.

~ 계속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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