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빗치영애 리비티-3화 (3/32)

〈 3화 〉 저주받은 영애와 로리콘 검사

* * *

"으으... 도대체 여긴 어디야!! 천사님! 당장 튀어나와서 길안내좀 해줘!!"

리비티가 겁도 없이발동한 궁극의 화염계열 마법 메테오. 그운석 추락의 여파로 녹색 드래곤이 취미생활 삼아길고긴 세월동안 소중히 가꿔온 숲의 대부분과 보금자리까지 한번에 날아가버렸고, 개빡친드래곤은 리비티를 잡아먹을까 하다가 그녀의 곁에 들러붙은 악신을 발견하고 경계심을 품어 그녀를 죽이는 대신1억 골드의 빚과 함께 '이 나라'의 국경을 넘을 수 없는 저주까지 걸어버렸다.

그 이후드래곤이 순간이동해서 사라진 뒤 리비티는 자신이 불러온 대화재가 겨우진화된 황무지를 하염없이 걸어다녔으나, 아무리 걸어도 사람의 흔적따위 보이지 않는 초토화된 땅밖에 보이지 않은 그녀는 슬슬 다리가 아파져 바닥에 주저앉으며 '천사'를 불렀다.

'븅신년. 내가 나오라고 해서 나올것 같냐?'

리비티의 집 지하 비밀 서재에서아주 긴시간동안 봉인되어있다가,리비티를 유도하여 봉인을 풀어낸덕분에 겨우 현세로 귀환한악신 타나토스. 그는 리비티의 본성을 제대로 눈치채지 못한 상태에서 그녀와 함부로 계약을 맺었다가 드래곤으로부터 1억골드의 빚 변제 의무를 리비티와 공유당해 잔뜩 성이 난 상태였으나, 그런 분노는 속으로 꾹꾹 참으며 절대로 리비티의 앞에 자신의모습을 직접드러내지 않기로 정했다.

'내가 잘못 판단했던거야. 저런년이랑 같이 다니면 재앙밖에 따라오지 않을텐데, 너무 오래 봉인되어있다보니 근성이 안일해졌어...'

리비티가 1억 골드의 빚을 갚지 못하고 사망할경우 그린 드래곤에게 뒤지는것은 이곳 아이르키에스 왕국뿐만 아니라 타나토스도 포함되었다. 고작 리비티가 불러온 재앙 하나때문에 그녀와 아무런 관계도없던 이웃왕국과 겨우 봉인에서 풀려 물리적인 힘이 거의 없는 악신 하나도 뒤지게 생긴 것이다. 따라서 타나토스는 일단 그녀가 뒤지지 않도록 옆에서 붙어다니며 지키긴 하겠지만, 절대로 그녀의 시야 안에 들어가지 않도록 투명화는 풀지 않기로 정한것이다.

"히잉... 배고픈데... 집에 가고싶은데... 으으......"

'꼴좋다 개같은년.'

물론 리비티가 이대로 인적없는 황무지에서 굶어 뒤질것 같다면 어쩔 수 없이 타나토스가 모습을 드러내지않은 상태에서 적당히 도움을 주겠지만, 정말로 그렇게 되기 전까지 일단 타나토스는 그녀의 고통을 바라보며 즐기기로 했다.

"나같은 대천재에 대마법사가 이런 위기를 맞이하다니, 이 세상도 끝인가..."

'이년은 진짜 뇌가 절반밖에 없는건가? 이런 상황에 빠지고도 자기 목숨 걱정보다 저급한 우월감을 느끼기에 열중하다니...'

입고있는 연보라색 치마가 더럽혀지는게 신경쓰이지도 않는지 불탄 흔적이 남은 바닥에 다리를 활짝 펴고 편히 앉은 리비티를 타나토스는 그렇게 속으로 모독했다. 그리고 타나토스는 일단 그녀가 진짜로 굶어 뒤질것처럼 몰릴때까지 잠시 이 자리를 벗어나서 주위를 정찰하려다가, 갑자기 주위에서 감지되어 빠른 속도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상당한 위압감에 그대로 정지했다.

'아까 봤던 드래곤에 크게 밀리지 않는 위압감...! 씨펄 좆됐구만.'

즉시 리비티를 이 왕국의 랜덤한 장소로 멀리 순간이동시켜 날려버릴 준비를 완료한 타나토스는 모든 능력을 집중해 이곳으로 다가오는 자의 정체를 파악하려 노력했고, 그 노력은 의외로 쉽게 결실을 볼 수 있었다.

'인간?! 인간 주제에 드래곤에 버금가는 위압감이라고?!?!'

기다란 은발에 엄청나게 날카로운 예리함이 느껴지는 장검을 든 인간 남성이 리비티가 있는 방향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질주해오는걸 감지한 타나토스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일단 내 기억으론 인간은 동족 살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종족이었으니... 물론 몇천년 사이 인류의 메타가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으니 방심은 하지 말고.'

타나토스가 거기까지 생각을 마치고 리비티의 등 뒤에 숨은 순간 은발의 검사가 등뒤로 엄청난 먼지폭풍을 만들어 낸채 정지해, 리비티의 가느다란목을 노려들고있던 장검을 겨누었다. 당연히 리비티는 갑작스럽게 목숨을 위협받게된 이 상황에 무작정비명을 내질렀다.

"꺄아아아아악!!!!!"

"넌 누구냐.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지?"

"살려줘! 살려줘살려줘살려줘어어어!!!!! 천사님 천사님 드래곤님!!! 변태가 절 강간하려해요오오오오!!!!!"

"...헛소리 하지 말고 질문에나 답해라."

"......히끅! 히끅! ......슬쩍."

리비티의 추한 목숨구걸에도 어림없이 타나토스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결국 리비티는 거짓 눈물까지 흘리기 시작했지만 좀처럼 눈앞의 은발 검사는 리비티의 매력에 넘어가주지 않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리비티는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이 나쁜 평민자식!! 내가 누군지 알아?! 엉?! 나, 난 귀족이라고! 그것도 백작 영애! 백작이라고 백자아악!!"

"그런건 관심없다. 내 질문에나 답해라... 죽기 싫으면."

"이, 이... 변태자식! 강간범!! 로리콘!!!"

"......"

그제야 은발 검사는 리비티가 위험한 대상은 아니라고 결론내렸는지 검을 거두었지만, 리비티의 폭언이 마음을 아프게 긁기라도 했는지 잔뜩 화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는 시선을 거두지는 않았다.

"어? 나, 나 안 죽이는거 맞지?"

"나... 난..."

"응? 뭐라고?"

"로리콘이 아니다!!!!!"

...

......

.........

"에이, 미안미안! 난 또 내 우월한 미모와 몸매에 흔한 평민 남자일 뿐인 네가 발정하지 않길래~! 가슴도 납작하고 키도 구멍도 쪼끄마한 어린애한테나 발정하는 변태인줄 알았어!"

이것이 도발이 아니라 정확히 그녀의 뇌속을 제대로거쳐 진심으로 우러나온 말이라는점에 타나토스는 공포를 느낄 정도였다.

"후...... 슬슬 질문에 대답해주면 좋겠는데. 넌 누구... 아니지. 여기서 뭘 하고 있었지?"

"어... 길을 잃어버렸어!"

'틀린말은 아니네.'

리비티가 눈앞의 낯선 남자에게 드래곤과의 계약건을 밝히지 않은것에 안도한 타나토스였다. 아니, 정확히는 1억 골드 계약에 대해 아직 기억하고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그녀의 텅텅빈 대갈통에 경의를 표했다.

"길을 잃어버려? 뭐하다가 여기까지 온거냐."

"투쾅!!! 하는 마법을 시험하다가 그만..."

"?????"

"어쨌든 평민인 너한테 내가 명령을 내릴게. 나를 가장 가까운 마을로 데려다줄것! 귀족의 명령이야!"

"에스코트라면 거절한다. 바쁜몸이라서."

"나 귀족이라니까? 그것도 백작 영애! 그런데 내 부탁을 안들어줄거라고??"

"반대로 묻지. 평민이라면 귀족의 부탁을 반드시 들어줘야할 의무라도 법으로 있는거냐?"

"몰라!"

"......"

당당하게 자신의 무지를 밝히는 리비티에겐 은발의 검사도 어이없다는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마을은... 저쪽으로 10분 정도만 걸어가면 보이기 시작할거다. 됐나?"

"응! 고마워! 평민주제에 제법 귀족을 보필할 줄 아는구나! 칭찬해줄게!"

"...어쨌든 작별이다. 나는 갑작스러운 드래곤의 출현과, 몇시간 전까지만해도 멀쩡했던 이 숲이 갑자기 왜 이런 황무지로 변한건지 조사해야해서 말이지."

그 말을 끝으로 은발의 남자는 건방짐이 도를 넘은 리비티와 더 이야기 하고싶지 않은듯 또다시 먼지더미를 일으키며 질주하여 달려가버렸다.

"아! 이 숲은 내가 이렇게 만든거야!"

'씹... 후, 벌써 멀리 떨어져서 못들은게 천만다행이구먼.'

방금 리비티를 위협했던 은발의 검사를 리비티는 계속해서 평민이라 칭했으나, 정작 그 남자가 자신을 평민이라 정확히 밝힌 적은 없었다. 어쩌면 이 나라의 귀족일지도 모를정도로 그 외형과 복장에서 약간의 고귀함과 기품까지 느껴지기도 했었다. 물론 멍청하고 자기중심적인 생각밖에 하지 않는 리비티는 그런 분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지만.

'이년을 죽이면 이 나라도 좆돼버린다는 사실을 안 알려주게 돼서 다행이구먼.'

만약의 가능성이지만 그 남자가 고위귀족이었으면, 이 나라를 드래곤의 진노에서 구하기 위해 국고로 1억골드를 지원해줄 가능성도 있었다. 물론 그 이후에 리비티가 이 나라를 위기에 빠트린 죄로 공개사형당할 가능성도 있긴 했지만.

'그건 안되지. 저년은 더 고통받아야해!! 내가 힘을 전부 되찾기만 하면 상대도 안될 하찮은 드래곤따위에게 겁을, 목숨의 위험을 느끼게 만든저년한테는, 그리 쉽게 행복을 쥐여줄 수 없지!!'

물론 지금의 무력한 타나토스에겐 계약자인 리비티를 제외한 대상에게 함부로 간섭할 힘이 너무나도 부족하지만... 그런데도 타나토스는 의지를 갖췄다. 반드시 리비티의 인생을 최악의 최악까지 화려하게 이끌어 보이겠다고.

'두고보자 이 씨발년아!'

"10분이라... 좋아, 가자~!"

타나토스가 그런 음습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도 눈치채지 못한 채, 마을의 위치를 낯선 남자에게서 듣게 된 리비티는 다시 활기를 되찾은 상태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말로 10분정도 걷자 리비티의 시야에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와~! 저건 마을이라 불리기엔 상당히 크잖아!"

'마을이라 불리기도 도시라 불리기도 애매한 규모의 땅인가.'

레드네홀 왕국의 귀족 영애 리비티가 인접국인 아이르키에스 왕국에서 첫번째로 발을 들이게 된 장소는, 도시라 불리기엔 그 크기가 약간 애매한 마을인 '타흐노엘' 마을이 되었다.

~ 계속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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