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대마법사 영애와 빚쟁이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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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얏호~! 다 배웠다~! 역시 천재인 나에게걸리면 마법 공부 정도야 10분컷이지~!"
도서실 지하의 봉인서고에서 악신과의 계약을 마치고 돌아온 리비티. 마법 수련책의 첫페이지를 겨우 넘기는게 고작이었던 15분 전의 그녀와 달리 마법에 대한 재능이 인류 최고수준으로 높아진 지금의 그녀는 순식간에 마법 수련책을 전부 읽어 그녀의 가문에 전해내려오는 불꽃의 마법을 전부 마스터하게 되었다.
"파파한테 자랑하러 갈까? 아니, 지금 시간에는 파파도 바쁠테니 알프레드를 불러서 자랑해야겠네~."
'...이기적인건지 멍청한건지. 고작 10분만에 수십개의 마법을 습득할 수 있을정도의재능을 내려준나를 부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건가?'
그리고 투명화 상태로 그녀가 마법책을 넘기는것을 지켜보던 악신 타나토스는 그녀의 멍청함이 자신의 상상이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까진 별다른 걱정을 하고 있지 않았다. 설마 그녀와 자신이 맺은 계약이 둘중 한쪽만 일방적으로 이득을 본 채끝나리라곤 지금의 그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알프레드~! 어디있어 알프레드~!!"
악신과의 계약으로 얻은 압도적인 재능 덕분에 가문에 전해내려오는 화염마법을 10분만에 전부 습득한 리비티는 당장이라도 자신의 천재성을 자랑하고싶어서 입이 근질거렸으나, 그녀가 도서실을 빠져나와 저택의 복도를 어슬렁거리기 시작한지 10분가량이 지나갔는데도 집사는 물론이고 사용인들도 코빼기를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 원인은 리비티가 시끄럽게 알프레드의 이름을 외치고 다녔기때문이지만, 정작 그녀는 그 사실을 깨닫지못하고 오히려엉뚱한 생각을 떠올려버렸다.
"...아앗! 혹시 오늘이 사용인들이 단체로 휴가가는 날이었던거야?! 야호~! 자유다!"
실제로 이프스터 백작의 저택에서 일하는 사용인들이 단체로 휴가가는날이 있긴 했으나 그날은 오늘이 아니었다. 그것도 모른채 혼자서 이 상황을 납득해버린 리비티의 사고방식은, 급격하게 자유를 추구하는 난폭한 망아지처럼 변했다.
"안녕히계세요 여러분~! 저리비티는 자유를 찾아 떠납니다!"
이 저택에 남아있는 사람이 없다고 착각해버린 리비티는 그대로 저택바깥을 향해 달려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기행도 하루이틀이 아니었기에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으면서도 그 앞을 막으러 나서는 사람은아무도없었다...
결국 리비티는 무사히 저택을 빠져나왔고, 순식간에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어, 어쩌지?! 여긴... 숲이라는 것밖에 모르겠어!!"
마법 귀족 이프스터 백작의 저택은 하필국경 근처의 높은 산속에 지어져있었다. 일반 귀족과 달리 마물이나 외적의 습격으로부터 왕국을 지키는 역할을 맡은 마법 귀족이기에 당연한 저택의 위치였다. 물론 저택에서 숙식을 모두 하는 집사와 달리 저녁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사용인들을 위해 백작이 설치해둔 순간이동 마법진도 존재하고 있었으나... 지금 리비티는 그 마법진의 존재를 깔쌈하게 까먹고 무작정 산길을 걷다가 미아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침착하자. 그리고 신중하게... 응! 여기 놓인 나뭇가지를 던져서 굵은쪽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가는거야!"
"개소리 멈춰!!!"
"히윽?!"
그런 리비티의 멍청한 꼴을 열불이터져서 더는 두고볼 수 없었던 타나토스가 투명화를 풀고 그녀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봉인에서 해방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리비티의 손바닥 정도 크기인 앙증맞은 몸을 가진 그였으나, 빡침이 잔뜩 배어있는 목소리만큼은 사자의 함성보다 우렁찼다.
"아, 너였구나 분명히 이름이... 오르페우스!"
"난 타나토스라고... 어쨌든 너 지금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알기나 해?"
"물론이지! 난 못하는게 없는 천재라고!"
그렇게 언제나 저택의 사용인들 앞에서 하던 허세를 타나토스의 앞에서도 표정하나 바꾸지않고 내뱉은 리비티였으나, 이미 그녀에 대해서는 봊털 개수까지 죄다 알고있는 타나토스에게 그딴 개소리가 통할리 없었다. 하지만 일단 본래의 정체인 악신이 아니라 천사를 연기하고 있는 타나토스는 얼굴이 빠직거리는것을 느끼면서도 그녀에게 말을 맞춰주었다.
"그으럼... 혹시 리비티 너, 갑자기 가출을 한거보니 모험가나 용병같은거라도 되고싶은거야?"
"엥? 난 귀족인데? 그런 직업들은 가난한주제에 힘만 센 평민들이나 하는 직업이잖아."
"...그럼 이번 가출의 목적은?"
"당연히 세기의 대천재인 이 리비티님이 이번에 새로 습득한 마법을 시험해보기 위해서!"
"아 그래. 좋다이거야. 어디한번 해보시던가."
"하지만 이근처에선 안쓸거야. 우리 가문의 마법은 화력에 특화된 화염마법인데, 저택이 멀지않은곳에 있을 이곳에서 썼다간 산불이 나서 큰일이 생긴다구!"
'...이년 산불이 나는걸 걱정하는거 보니 어쩌면 엄청난 개빡대가리는 아닐수도?'
의외로 상식에 맞게 저택근처에서 불장난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리비티에 대한 인식을 아주 약간 고친 타나토스는 그가 가진 목적대로 리비티의 사회적 지위를 최대한 높이 올렸다가 떨어트리기위해 일단 그녀가 현재 바라는것을 이루어주기로 했다.
"그럼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봐 리비티. 내가 네 문제를 해결해줄게."
"정말?! 꺄하하~! 신난다! 역시 10분만에 대마법까지 마스터해버린 대천재인나는, 너같이 조그만 천사도 아부떨기 위해서 잘 알아보는구나!"
'씨발 두고보자 이 빡대가리년... 최대한 높이 올렸다가 땅끝까지 처박아서, 장점이라곤 반반한 얼굴이랑 몸매밖에 없는 네년한테 지옥이 뭔지 제대로 알려줄테니까!'
리비티의입에서 평상시처럼 튀어나온되지도않는 허세와 자기자랑질은 당연하게도 그녀 못지않게 자존심이 강한악신의 분노를 단단히 사게되었다.어쨌든 타나토스는 주위로 고개를 돌리며 그녀가 마법을 시험하기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평범한 인간을 한참이나 초월한 악신의 시력으로 순식간에 적당한 위치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럼 바로 보내줄게!"
리비티가 뭐라 말을 뱉게할 틈도 없이 바로 순간이동을 발동한 타나토스는 그녀와 함께 상당히 멀리 떨어져있던 장소로 날아왔다. 여전히 숲의 한복판이었지만 주위와 달리 나무들이 죄다 벌채되어있고, 특이한 점이라고는 높이가 10m는 될듯한 거대한 동굴이 뚫려있는 넓은 공터였다.
"오~! 내가 배운 마법을 시험하기에 딱 좋은 장소야! 고마워! ...메사이어?"
"타나토스다..."
"그래그래. 그럼 바로 간다! 내가 배운 최강의 화염계열 공격마법을!"
'...응?'
타나토스와 함께 이동한 이곳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택에서는 멀리 떨어진곳일게 분명하다고 느낀 리비티에게 망설임은 없었다. 결국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는 거대한 마법진이 생성되고 나서야 타나토스는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걸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뒤였다.
"메테오!!!"
"이 씨발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투콰아아앙!!!!!
...타나토스의 악에 받친외침도 덧없이, 잠시후 창공에 전개된 거대한 마법진에서 리비티가 사는 넓은 저택보다 10배는 커다란 운석이 추락했다. 그 결과 숲은 당연히 불바다가 되었고, 운석이 추락한 지점인 공터는 생명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폐허로 변했다.
"우와 내 마법 개쩔어~!"
"씨... 발련......"
물론 마법의 시전자인 리비티가 자신과 타나토스에겐 운석 추락 마법의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조절했기에 그녀의 옷에는 그을음 하나 묻지 않았으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 장소에운석을 떨궈 현세의지옥을 만들어버린 그녀의 지성없는 잔인함에타나토스는 약간의 경외심까지 느끼고 말았다.
"어라? 갑자기 비가 오려나? 웬 그늘이..."
탁 트인 불바다위에 서있던 리비티와 타나토스의 위로 갑자기넓은 그늘이 덮였다. 뭔가 상황이 좆돼버렸다는것을 감지한 타나토스는 즉시 투명화를 발동해 모습을 감추었고, 어리둥절하며 좌우로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리비티는 갑자기 이 땅에그늘이 지게된 원인을 찾기 위해 위로고개를 천천히들어올리고 나서야... 크게 경악하여 입을 헤 벌리고 말았다.
[감히 나의 둥지를 박살내고, 내가 오랜세월 가꿔온 이 숲을 불태우다니!!! 죽고싶은거냐 인간!!!!!]
"드, 드래곤?!?!?!"
딱봐도 극렬 환경보호론자같은 색상을 띤 초록빛 피부의 거대한 드래곤이 리비티의 머리위 높은곳에서 부유하며 강렬한 분노가 느껴지는 텔레파시를 보내왔고, 그 거체를 시선에 담는순간 속옷이 축축해지는것을 느낀 리비티는 자랑하는 허세를 발산할 틈도 없이 그대로 도게자를 했다.
"죄송합니다!!!!!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네년...! 이 불을 끄고나서 손봐줄테니 거기 그자리에 그대로 있어라!!!]
그리고 대략 30분 후, 리비티가 계속 도게자를 하는사이에 녹색 드래곤은 마법으로 기상을 조절하여 넓은 범위에 비를 뿌리고, 그것으로도 화재가 진화되지않자 공간계열 마법으로 멀고먼 장소의 바닷물을 전이시켜서 뿌리는 고생을 반복한끝에 겨우겨우 대화재를 진정시키고 리비티의 앞에 착지했다.
[후우, 후우, 열등한 인간 따위가 나를 고생하게 만들다니...! 드래곤 슬레이어의 칭호를 노리는 바보같은 놈들보다 네년이 나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이런 개같은 일은 내 용생에서 처음이라고!!!]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언제나 자존심과 자만심, 그리고 오만함으로 똘똘뭉친 귀족 영애 리비티였으나 그녀도 차마 개빡친 드래곤 앞에서 지랄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녹색 드래곤은 당장이라도 그녀를 한입에 삼킬듯한 분노를 담아 노려보다가도, 아까 그녀의 근처에 존재했던 신적존재가 지금도 그녀의 곁에 붙어있다는것을 감지하고는 즉시 사념파를 보냈다.
[가진 힘이 너무나 미약하여 도대체 얼마나 오래 봉인되어있었는지 짐작도 가지않는구나, 이름모를 악신이여.]
'쒸펄 들켰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좋다. 그곳에 있는것을 알고 있으니. 하지만 그대와 계약을 맺은 인간이 저지른 죄는, 그대도 함께 갚아야 한다는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겠지?]
'씨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알......'
리비티에겐 들리지 않고 온전히 타나토스에게만 전해진 일방적인 드래곤의 요구가 끝난 뒤, 이번에는 여전히 진심도게자를 유지하고있는 리비티를 향해 드래곤의 사념파가 전해져왔다.
[인간이여, 너의 죄를 너도 잘 아는거같으니 목숨은 빼앗지 않으마. 그 대신 네년에게 이 숲의 복구비용을 청구하도록 하지.]
"어, 얼마인데요?"
[1억골드.]
"어... 1억골드는 너무 많은거 같은데, 4천만 골드는 어떨까요?"
경제관념이 쥐뿔도 없으면서 일단 가격을 깎아보려는 리비티였으나 탐욕의 상징이기도 한 드래곤 앞에서는 어림도 없었다.
[1억골드.]
"4천만이 안된다면 3천... 2천... 1천만이라도 괜찮아요!"
[1억골드!!!!!]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기한은 언제까지로...?"
[네년이 죽기 전에 갚아라. 그정도는 기다려 주지.]
"휴우, 다행이다... 그정도 시간이라면 충분히 갚을 수 있어요!"
무려 왕국을 수호하는 역할을 맡은 마법 귀족은 나라에서 지급하는 녹봉도 상당한 양이라, 정확히 몇년정도가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도 파파와 마찬가지로 정식 마법 귀족으로 임명될경우 집안의 재산에 손을 대지 않고 이 빚을 갚을 수 있으리라 리비티는 생각했다. 이어지는 드래곤의 저주를 받기 전까지는.
"아얏! 따가워..."
[하지만 악신과 계약을 맺을정도의 수완을 가진 네년을 함부로 풀어줬다간 1억 골드를 갚지 않고 바다를 건너 머나먼 타대륙으로 도망칠지 모르니, 한가지의 저주를 걸었다.]
"무슨 저주인데요?"
[이 나라를 벗어나려하면 죽는다. 그리고 네년이 죽을때까지 1억골드를 갚지 못하면 이 나라를 멸망시키겠다.]
"엣."
[그럼 작별이다. 다음에 나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은 이 장소에 네년이 1억골드를 현물로 가져왔을때다.]
거기까지 말한드래곤은 자신의 소중한 숲과 보금자리에 운석을 떨궈버린리비티와 더는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는지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리비티의 메테오로 인해 그의 주거지로 추정되는 동굴이 완전히 무너진 뒤였기에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건지도 알 수없는 상황, 여기서 빡대가리인 리비티는 마치기적처럼 평상시의 그녀라면 절대로 떠올리지 못할최악의 가능성을 떠올리고 말았다.
"여기... 우리나라 맞아?"
타나토스와 함께 이동한 저택에서 멀리 떨어진 이 장소. 그리고 리비티가 사는 저택은 마침 국경 근처의 산맥에 세워져 있었다.
"...나 혹시, 이대로 영영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거아니야?!?!?!"
그리고 리비티의 그런 비관적인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아버렸다. 리비티가 메테오를 떨어트린 이 숲은 리비티의 고향인 '레드네홀 왕국'의 국경 너머, 리비티의 아버지인 마법 귀족 이프스터 백작이 언제나 경계를 늦추지 않는 가상의 적국인 '아이르키에스 왕국'에 속한 땅이었으니까.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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