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빗치영애 리비티-1화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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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프롤로그 ­ 빡대가리 영애와 봉인된 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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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어디있어 알프레드~!"

"아가씨, 바쁜 저를 오늘은또무슨일로 부르셨습니까."

"아, 마침 찾고있었어 알프레드! 이거봐봐!"

"이거라니 무슨... 허엇?!"

"꺄하하~! 잘 만들었지? 역시 나는 못하는게 없어! 요리도 잘 만들고 그림도 잘그리고 노래도 잘부르고 춤까지 잘추는데, 이런 조각까지 하루아침에 마스터해버렸지뭐야~?"

"조각... 입니까?"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백발의 집사, 알프레드는 자신이 모시는 주인 '이프스터 백작'의 외동딸 '리비티'가 자신의 눈앞에 내려놓은 기괴한 조형물을 바라보면서 무심코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리비티 아가씨... 이제 슬슬 철이드는게 어떠십니까. 그 나이가 되어서 아직도 이런 어린애 장난같은 짓을..."

"뭐?! 지금 알프레드 당신이 나를 욕하는거야?! 우월한 미모에 문무겸비, 못하는게 없는 만능의 천재인 바로 나를?!"

"억지 자화자찬은 적당히하시지요 아가씨. 주인님께서도 아가씨의 장래를 걱정하고 계십니다."

밝은 금발머리에 연한 붉은빛의 눈동자, 자기 입에서 나온대로 남들보다 우월한 미모'만'가진 미녀인 리비티는 집사 알프레드의 입에서 이어진 말에 약간 기가죽어버리고 말았다.

"방금 아가씨의 입에서 나온 말들을 하나씩 반박해 드리지요. 요리만 했다하면 태우고, 노래만 불렀다하면 귀가 뚫려있는 하인들이 아우성을 치고, 춤이라고는 사교계에서 함부로 췄다간 즉시 망신당할 야한 춤밖에 모르고, 거기에 이번엔 조각? 이건 조각이 아닙니다 아가씨. 그냥 어린아이의 찰흙놀이에 불과하지요."

"으, 으그극...!"

언뜻보면 냉정해보이는 집사 알프레드의 말이었으나 사실 틀린것하나없었다. 지금도 리비티가 알프레드의 눈앞에 자신만만하게 가져온 '조각품'이라 주장하는 물건의 형상은 마치 굳은 똥을 연상시키는 저주받아 마땅할 작품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비난을 받았는데도 리비티는 전혀 기죽지 않고 여전히 오만방자한 태도로 일관했다.

"흐흥! 모든 면에서 우수한 나에게도 그런 결점들이 한두가지정도 있다는것쯤은 인정할게! 나는 쿨하니까!"

"그런 이상한 말은 또 어디서 배워오신건지... 헌데 아가씨, 마법연습은 잘 되고 계십니까? 주인님이 걱정하고 계시던데..."

"그, 그건... 아! 안그래도 지금 마법 공부하러 갈 시간이야! 잘가!"

"......"

알프레드가 리비티를 향해 '마법'에 대해 질문한 순간, 리비티는 부모에게 실수를 들켜버린 아이같이 대답을 피하면서 도망쳐버렸다. 이미 알프레드가 리비티의 마법에 대한 재능이 형편없다는걸 알고 있었다는것도 모른채.

"하아... 걱정밖에 들지 않는군."

자랑할만한 점이라고는 그 미모와 커다란 젖가슴밖에없는 빡대가리 영애 리비티. 그녀의 아버지인 이프스터 백작은 가문에 대대로 이어지는 마법의 힘을 계승받아 왕국을 수호하는 직책을 맡은 '마법귀족'이다. 그리고 이프스터의 외동딸인 리비티도 성인식을 치른 이후부터 이 왕국을 외적으로부터 수호하는 마법귀족에 걸맞게 마법의 수행에 들어갔지만... 그 결과가 좋지 못하다는 사실은 이미 이 저택의 모든 사용인에게 소문으로 까발려진 뒤였다.

"으으... 알프레드까지 날 무시하기 시작했어. 이건 좋지 않은걸..."

알프레드와 헤어져 저택의 복도를 빠르게 걸어가는 리비티. 항상 자신만만하고 오만방자한 그녀였으나 역시 마법에 대한 재능이 별로 없다는점에선 크게 양심에 찔렸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나도 위대한 마법사가 되어서, 마물이나 외국 군대의 습격으로부터 이 나라를 지키는 우수한 마법귀족이라는걸 증명받아야하는데... 쳇."

혼잣말을 하며 걸어가던 리비티의 발길이 닿은 장소는 저택 내부의 도서실이었다. 동시에 그곳은 리비티의 마법 수련장소이기도 했는데, 그녀가 성인이 된 며칠 전에 그녀의 아버지인 이프스터 백작이 가문에 전해내려오는 보물인 마법수련서를 리비티가 괜히 다른곳에 가져갔다가 분실하거나 하지 않도록, 얌전히 도서실에서만 읽고 수련하도록 책에다 위치고정 마법을 걸어두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오늘도 마법을 수련하기위해 도서실을 방문한 리비티는 마법수련서가 고정되어 놓인 책상에 앉아 자신감넘치는 손짓으로 책의 첫페이지를 넘겼으나... 10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책을 덮고 말았다.

"으으... 아무리 봐도 모르겠어..."

이 왕국에서 일반적인 귀족이 아닌, 마력을 다룰 수 있는 마법사의 혈통을 타고난 마법귀족인 리비티였으나 어째선지 그녀에겐 마법에 대한 재능이 별로 없었다. 물론 평범한 인간은 책장을 넘길수조차 없는 마법수련서를 첫페이지 정도는 넘겼다는것에서 그녀에게 마법에 대한 재능이 일단 존재하고 있기는 하다는 뜻이었으나, 도저히 그 이상으로 그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벌써 일주일이 넘도록.

"하아... 이대로 가면 정말 큰일날텐데... 마법도 못쓰는 마법귀족이라니, 설마 파파가 나를 호적에서 파서 평민으로 만들어버리진 않겠지..."

항상 남들앞에서 보이던 과도하게 밝고 활기찬 모습과 달리 도서실에 혼자 남겨진 리비티는 약간 우울한 말투로 그리 내뱉었다. 물론 그녀는 쓸데없이 자신감이 넘치고 자존심도 강한 성격이 맞았으나, 만약 앞으로 몇년이 더 지나도마법실력이 여기서 더발전하지 못한다면사랑하는 아버지에게서 실망어린 눈초리를 받게된다는 상상에 일시적으로 약간 의기소침해진 것이다.

그리고 한숨을 쉬며 고개를 좌우로 돌려 스트레칭을 하던 그녀의 시선에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잡혔다.

"응? 뭐지?"

궁금한건 1초도 참지 못하는 성격인 그녀는 즉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반짝거렸던게 보인 장소로 이동하였고, 그 장소는 책이 빈틈없이 꽂힌 책장이 가득한 도서실의 가장 안쪽이었다. 그곳은 책장도 놓여있지않고 특별한 점이라고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막다른 벽이 있을 뿐이었으나, 리비티의 눈에는 무언가 반짝이는것이 지금도 확실히 보이었다.

"이거 뭘까나... 어라? 눌러졌다!"

역시 저택의 사용인들로부터 빡대가리 영애라는 멸칭으로 불린다는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리비티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반짝이는 무언가에 손을 댔고, 그 결과 그녀의 손에 의해 벽의 비밀 스위치가 눌려버렸다. 그리고 리비티가 저택의 숨겨진 비밀을 발견한것에 잔뜩 흥분해있는사이 눌러진 벽은 작은 소음과 함께서서히 좌우로 갈라졌고, 이윽고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와하핫~! 좋아! 저택의 비밀탐험이다!!"

역시나 리비티는 아무런 걱정도 고민도 없이 저택의 지하로 발을 들여놓았고, 대략 1분정도 이어진 계단을 끝까지 내려온 그녀의 앞에 드러난 장소는 계단 위의 장소와 마찬가지로 책이 잔뜩 꽂힌 하나의 책장이었다.

"여기도 책장이? ...우헤힛! 뭐가 있으려나~? 혹시나 파파가 몰래 숨겨둔 야한책... 어라?"

그 순간 책장의 한 장소에 꽂혀있는 책이 스스로 빛을 발산해 리비티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리비티는 그 빛이 도서실 벽의 스위치에서 보였던 빛과 비슷한 느낌이라 생각하며 당연히 그 책을 집어들어 일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활짝 폈고, 그 순간 어두운 방 전체를 밝히는 환한 빛이 리비티의 시야에 섬광탄을 날렸다.

"으갸아아아아!!!"

눈뽕을 당해 책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한참동안 땅을 뒹굴어버린 리비티, 몇분후 겨우겨우 진정된 그녀는 다시 눈을 떴고, 자신의 눈앞에 갑자기 나타나있는 괴생명체의 모습에 놀라 환호성을 뱉었다.

"우와아아..."

"이제 좀 정신이 들었어?"

리비티가 펼쳤던 책에서 튀어나온 기이한 존재. 크기는 리비티의 손바닥만했으며, 백색 날개가 달린것이 천사를 연상케 하면서도 그 피부는 독을 상징하는듯한 보라색인 그 생명체는 리비티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우와아... 넌 누구야?"

"나는 이 '봉인의 서'에 아주 오랜시간 봉인되어있던... 천사다!"

"우와! 천사다!"

너무나도 순진무구한 리비티의 반응에 봉인되어있던 악신은 한순간 그녀가 자신을 조롱하는게 아닐까 생각하다가, 그녀가 진심으로 흥미진진한 눈동자를 반짝이는것에 금세 영업용 미소를 지어보이기 시작했다.

"이야아~! 오랜만에 맡는 현세의 공기는 여전히 깨끗하네에~! 그래서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너는 누구일까?"

"나? 나는 리비티! 마법귀족인 이프스터 파파의 하나뿐임 외동딸인 리비티야!"

"......"

'이년 제정신인가? 딱봐도 수상해보이는 외형인 나한테 진짜 이름으로 자기소개를 하다니... 뭐 됐나, 계약이나 걸어야지.'

봉인의 서에서 튀어나온 악신은 눈앞의 금발 거유 미녀 리비티의 이름을 들은 즉시 강제계약을 맺었다. 그 계약의 내용은...

"흠흠. 내 이름은 타나토스! 보이다시피 천사야!"

"와아~! 타나토스라고하는구나! 잘 부탁해!"

"그래그래. 그럼 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인데 리비티, 나랑 계약하지 않을래?"

"무슨 계약?"

"지금 리비티 네가 품고있는 고민을 해결해줄게!"

"내 고민을?!"

이미 악신 타나토스는 리비티의 진명을 들은 순간부터 그녀의 머릿속에서 무슨 부질없는 생각들이 지나가는지 한눈에 꿰뚫어볼수있는 상태가 되어, 그녀가 지금 품고있는 가장 중요한 고민을 즉시 타나토스는 거래의 대가로 삼았다.

"리비티 너... 요새 마법을 배우는 중인데, 생각대로 잘 안돼서 힘든거지?"

"어엇?! 어떻게 알았어?!"

"그야 네 얼굴에 다 드러나 보이니까."

'멍청한년, 대가리에 일차원적인 생각밖에 지나가지않는 개빡대가리년이구나. 크흐흣, 나야 그래서 좋지만.'

그리고 타나토스는 영업용의 밝은 미소를 유지하며 그녀에게 계약의 내용을 전했다.

"리비티 너를 대마법사로 만들어줄게!"

"어어?! 진짜로?!?! 할래할래! 나 대마법사가 될래!"

'계약성립! 크큿, 진짜 멍청한년이구나!'

타나토스는 속으로 그리 나쁜생각을하면서도 일단 계약을 이행하여, 그녀의 마법에 대한 재능을 인류 최상위권으로 단숨에 변환시켜주었다.

"자, 계약을 이행했어. 지금의 너는 너의 아버지가 주었다던 마법수련서를 10분도 걸리지 않아서 완독 할수있는 압도적인 마법 재능을 손에 넣었어!"

"진짜로?!"

"거짓말 아니다? 그 대신 나는 너에게서 대가를..."

"야호! 신난다! 고마워 타나토스!"

"받아낼건데...... 뭐, 지금은 행복하게 놔둘까나."

리비티는 타나토스가 자신에게 마법적 재능을 주었다는 말을 들은순간 즉시 계단을 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마법수련서를 완독하여 한시라도 빨리 사랑하는 파파에게 자신의 천재적인 재능을 인정받고싶었으니까. 그리고 그녀가 바쁘게 떠나가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악신 타나토스는, 마지막으로 혼잣말을 뱉어내며 순식간에 지하의 봉인서고에서 그를 옭아맨 책과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딱히 멀리 순간이동을하거나 한건 아니라, 단지 리비티의 근처에서 지내면서도 들키지 않기 위한 투명화일 뿐이었다.

"저 빡대가리년이 하는 일마다 잘되게 해서최대한 행복하게 올려두었다가, 최고점부터 뭐든지 안되게 만들어서최악의 나락으로 떨어트린다면... 후후후, 그만한 감정의 격차에서 생겨나는 절망감은 이루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진미니까 말이지."

악신타나토스에게 미래 예지능력같은것은 없다. 애초에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리비티의 머나먼 선조에게 봉인되어 오랜 세월을 이 저택의 지하 비밀서고에서 썩고있지는 않았겠지. 따라서 타나토스는 자신이 내어준 재능을 리비티가 마음껏 활용하여 승승장구해 나가다가, 그녀가 인생 최고점에 이른 순간부터 수작질을 부려 그녀를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트리기로 정했다.

...자신이 그런 수작을 벌일 틈조차 없이, 저택을 떠나 세상 바깥으로 기어나온 리비티에게 어떤 대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예측조차 하지 못하며. 만약 타나토스가 미래 예지 능력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거의 100% 확률로 크게 후회했겠지. 저런 빡대가리 빗치영애와 함부로 계약을 맺어버린 자신의 선택과 불운에.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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