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병약한 서큐버스는 하렘을 꿈꾼다-32화 (32/48)

〈 32화 〉 32. 놀이공원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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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놀이공원에서 생긴 일

“쟤가 여기에 왜 있어?”

“그 김유리가 리에나를 불러왔다고?”

갑작스러운 나의 등장에 한껏 열을 올리던 동기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실상은 그들보다 내가 더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여기에서 왜 이러고 있는 거지?’

분명 대화 한마디 나눠보지 못했지만 다급해 보이는 동기의 모습에 걱정이 되어 따라왔을 뿐이었다.

그러다 싸움이 벌어지려는 상황을 확인했고, 될 수 있는 한 좋게좋게 대화로 해결하려 했었다. 이곳이 대련장이나 아무도 없는 공터도 아니고, 수많은 사람이 조금 전의 우리처럼 휴일을 즐기고 있는 놀이공원의 한복판이었으니까.

그렇지만 김유리의 도발과 함께 중앙으로 끌려온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은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 따위가 아니었다.

우우웅­

대기 중의 마나가 진동하며 수많은 마법이 하늘을 뒤덮으며 시전되었고.

“시발 뭔 개소리야?”

“일단 때려눕히고 생각해.”

마법을 캐스팅하지 않는 인원들은 걸쭉한 욕설과 함께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고 달려들었으니.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저들을 제압하기가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아무리 상대가 100명이고 능력을 제한한다 치더라도 1분이 채 지나지 않는 시점에서 전부 병원의 하얀 천장을 보여줄 자신이 있었다.

아카데미의 학생 신분으로 이런 상황을 만든 뒷감당 때문도 아니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들도 머리가 돌아버려서 이런 행동을 하는 거지 지금의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지는 않을 터. 레드 문의 도움을 조금만 받는다면 놀이공원에서 준비한 하나의 퍼포먼스로 넘어가는 게 가능했다.

그저 샤를의 도움을 받고 미야와 세릴을 만나는 등 조금 특별한일이 있었음에도 잘만 즐기고 있던 휴일이 왠지 순탄치 않게 흘러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서였다.

그렇지만 일단은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는 게 먼저였다.

고개를 작게 흔들어 잡념을 털어내고는 공격의 사정권 안에 들어가 있는 피아와 서아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뒤로 물러나 있어.”

그러나 모든 사건의 원인인 우리의 김유리 동기께서는 자신에게 한 말이라 착각했는지 정령들을 소환하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뭔 소리야 나도 싸울 건데.”

“맘대로 하던가.”

솔직히 반쯤은 방해였지만 그녀의 생각을 정정해줄 마음은 없었다.

뭐가 이쁘다고 뒤에서 해결될 때까지 구경만 해주게 하는가. 평상시에는 멀리서 깨작거리던 거 이왕 이번 기회에 바닥을 굴러다녔으면 싶었다.

‘일단은 이 공격들을 해결하는 게 먼저겠지만.’

어쨌든 병장기들과 마법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다가왔고, 이걸 그대로 둔다면 옆에 있는 김유리는 바닥을 굴러다니는 게 아니라 병원을 굴러다니게 될 거였다.

“캐스팅 중이던 마법을 취소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던 피아와 서아를 비롯해 전투태세를 취하던 뒤쪽에 있는 동기들에게 경고를 보냈다. 지금부터 내가 할 일은 조금 과격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왜? 항상 통보만 하지 말고 설명을 좀 해.”

김유리가 여전히 못마땅한 듯 보였지만 그녀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내 말에 따라줬기에 그냥 마나를 끌어 올렸다.

우우웅­

내가 끌어낸 붉은 마나와 대기 중의 마나가 공명하며 불길한 소리를 토해냈고, 주변이 어둠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지금의 상황을 찍고 있던 휴대폰의 불빛도, 놀이공원을 장식하고 있던 형형색색의 조명도, 심지어 하늘에 떠있는 태양까지도 빛을 빼앗겼다.

이제 이곳을 비추는 것이라고는 하늘에 전개되어있는 마법진들과 병장기에 덧씌워진 오러와 마나 뿐이었다.

“하아­ 하아­”

호흡을 조절하지 못할 정도로 몸에 무리가 갔다. 평소처럼 극한으로 효율을 중시한 방법도 아니었고, 이곳이 정기가 넘쳐나는 개성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욱더 화려하게 날뛰어야만 했다. 관객들에게 이것이 놀이공원에서 준비한 이벤트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

붉은 마나를 몸에 둘러 분위기를 잡은 뒤 시선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는 듯이 관객들만을 바라봤다.

그들은 아직 이것이 진짜 싸움인지 이벤트성 연극인지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렇기에 마법진들이 펼쳐져 있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는 평상시라면 생각조차 하지 않을 중2병에 걸린 리치가 이 마법을 펼치며 했던 대사를 똑같이 내뱉었다.

“어둠은 빛을 잡아먹으며 공포를 키우지. 하지만 밤하늘 또한 똑같은 어둠인데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를 아는가?”

솔직히 그럴듯해 보이는 질문이지만 조금만 파고들면 허점이 많았다.

그렇지만 관객들은 지금의 분위기에 취해 작게 고개를 저었는데, 그것은 지금의 상황에 따라올 준비가 끝났다는 소리였다.

이제는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도 될 듯싶었고, 다시 한번 리치의 대사를 이어나갔다.

“어둠 속을 비추는 달이 있기 때문이지.”

뻗은 손위로 마나를 방출해 어둠을 비추는 붉은 달을 완성했다.

실상은 마나의 덩어리지만 분위기와 대사가 합쳐지니 사람들을 속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

“레드문이 운영하는 놀이공원이라고 연극에서도 붉은 달을 띄운 거야?”

“오늘 오길 잘했다. 그치?”

역시 본연의 능력화 휘하의 부하 대신 분위기 잡는 것에만 몰두했던 그놈의 마법다웠다. 정기가 쭉쭉 빨려 나가서 힘든 것도 있지만 정신적으로 데미지가 더 크다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멈출 수도 없지.’

이제 연극의 종막까지는 단 한걸음.

이것은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앞에 있었던 모든 사건을 잊게 만들 것이고, 아니라면 국가든 경찰이든 아카데미든 어딘가에서는 조사가 들어올 것이었다.

이런 대규모의 마법을 쓴 나에게는 더더욱 귀찮은 일이 벌어지겠지.

그러기에 나는 더 이상의 지체없이 클라이맥스를 장식할 연출을 위해 마지막 준비를 시작했다.

하늘에 떠있는 붉은 달을 매개체로 수많은 마법과 병장기에 덧씌워진 마나와 오러를 연결한 뒤에 그것들을 잠식해 들어갔다.

“리에나! 이건 진짜 미친 짓이야.”

나를 제외하면 가장 마나에 대한 능력이 뛰어난 서아가 내가 하려는 짓을 깨닫고는 붉은 달과의 연결을 끊으려 했지만, 그녀의 주위에 마나의 막을 씌워 행동을 차단했다.

그녀의 걱정대로 백에 달하는 마법의 수식을 역산하고 성질이 다른 마나와 오러의 제어권을 뺏는 일은 지금의 나에게는 위험한 일이었지만.

“어차피 시작한 이상 중간에 끊는 게 더 위험해.”

내 옆으로 다가온 서아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얘기를 한 뒤 작업을 이어나갔다.

마법의 경우에는 수식을 역산해 주도권을 빼앗았고, 병장기에 씌워진 오러와 마나의 경우에는 순도와 양으로 찍어눌러 주도권을 뺏어나갔다.

이지훈이었다면 하지 못했을 마나의 극의에 다다른 자만이 할 수 있는 기예지만, 지금만큼은 어째서인지 행위 자체는 무리 없이 할 수 있었다. 육체가 따라주지 않는 게 문제일 뿐.

그렇게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입안을 깨물며 버티기 1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 시점.

“퉤­”

고여있던 핏물을 뱉어냈다.

나라는 주연 배우를 비롯해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조연 배우들과 화려한 무대 효과, 그리고 관객까지 모든 준비가 끝이 났고,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도 도착했다.

“뒷수습은 적당히 부탁해.”

어느샌가 기척을 숨기고 옆으로 다가온 미야와 세릴을 향해 부탁을 건넸다. 그녀들은 이미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대충 이해를 한 듯 보였으니 별다른 설명이 필요하진 않았다.

“뭐지? 이대로 끝인가?”

“아무리 오러 사용자라지만 지금 저 미쳐 돌아가는 마나의 흐름이 안 보여?”

웅성거리는 관객들의 반응을 보니 이제는 정말로 시작을 해야 할 때였다.

지금보다 몇 배는 오글거릴 다음 대사를 해야 한다는 게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지만, 아랫입술을 짓씹고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여전히 시선은 관객들을 바라보면서 당연한 사실을 읊는다는 듯이.

“하지만 그 달 또한 어둠 속에서 너희들을 구하기에는 부족하지.”

점점 닳아 없어지는 정신력과는 별개로 붉은 달빛 아래에 고고히 서 있는 나의 모습과 분위기는 완벽하게 리치를 복사한 듯싶었다.

관객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 리치를 보던 동료들의 시선과 묘하게 닮아있었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무시하고는 지금까지 관객들만을 바라보던 시선을 하늘로 돌리고 붉은 달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곳에는 지상에 있는 조연들의 몸에서 시작해 병장기들과 마법을 거쳐 달로 연결되어있는 붉은 마력의 선들이 있었는데.

“밤하늘이 무섭지 않으려면 수많은 별들 또한 있어야겠지.”

나는 중2병의 극의에 다다른 대사를 끝으로 붙잡아둔 모든 마나를 역류시켰다.

펑­ 펑­ 펑­

붉은 달에서 시작된 마나의 파동은 모든 마법진과 무기에 덧씌워진 기운들을 터트리며 시전자를 항해 나아갔고 백에 달하던 조연들은 모두 내상을 입고 쓰러졌다.

그러나 관객들의 눈에 보이는 건 피를 내뱉으며 쓰러진 조연 아카데미 학생들 따위가 아니었다.

“우와…. 너무 예쁘다.”

“예상치 못하게 좋은 구경을 하다 가는군.”

검은 하늘에 고고히 떠 있는 붉은 달과 마법진이 터져나가며 만들어진 아름다운 별들과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유성우들.

이 상황을 만들어낸 내가 보더라도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리치가 만들어낸 것보다 더 괜찮은 거 같은데.’

헛웃음이 나왔다.

동료들의 성화 때문에목숨을 살려주는 대가로 이 마법을 배웠었는데, 그때 당시에는 전혀 쓸모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막상 사용하고 나니 피아와 서아는 물론 심지어는 계속 욕을 입에 달고 있던 김유리까지 감탄사를 내뱉었고, 그걸 보자한 번쯤은 보여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멍때릴 시간 따위 없었다.

“서아!”

내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서아가 나의 앞에 자세를 잡았고, 얼른 그녀의 등에 업혔다. 지금의 상황은 오래가지 않을 거기에 모두가 정신을 밤하늘에 빼앗겨있는 지금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다.

피아도 우리를 보고는 정신을 차리고는 움직이려 했지만, 나는 그녀에게 다급히 한 가지 부탁을 전했다.

“김유리를 끌고 와줘. 뒤처리는 내가 할 테니까 반항하면 기절시켜도 상관없어.”

상황을 최대한 원만히 수습하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인것은 별개로내 휴일을 망친 책임은 지게 만들어야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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