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병약한 서큐버스는 하렘을 꿈꾼다-29화 (29/48)

〈 29화 〉 29. 놀이공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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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놀이공원 (2)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수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더 이상 말대꾸를 하면 운전을 해주지 않겠다는 서아의 협박 덕분에 무사히 놀이동산의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꿈과 희망의 나라가 아니었다.

“와…. 포화상태인 고블린 부락의 고블린도 이것보다는 적을 거 같은데.”

“근처에 숙소를 잡고 다음 날 일찍 들어갈까? 어차피 휴일은 일요일 까지잖아.”

셀 수 없을 정도로 빼곡한 인파였다. 그것도 20대 초반으로만 이루어진.

“이거 어떻게 하지.”

마땅히 답이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줄을 서서 표를 끊고 들어간다면 분명 점심쯤이나 돼서야 들어갈 수 있을 게 분명했고, 들어간다 하더라도 인기 있는 놀이기구에 줄을 서면 한 개를 타다 끝날 게 분명했다.

“그냥 지금이라도 실내 워터파크를 갈까?”

놀이공원에 가자고 했었던 피아가 이럴 줄 몰랐다는 표정으로 대안을 제시했지만, 서아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방금 인터넷으로 확인해봤는데, 어디를 가든 여기랑 마찬가지일 거야. 마수애호가 사건 때문에 전국에 있는 모든 아카데미가 쉬는 것 같거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이왕 큰맘을 먹고 나온 거 최대한 즐길 예정이었는데, 이대로라면 기숙사에서 자는 것만 못한 휴일이 되어버릴 것이다.

“우울해 할 시간이 없어. 숙소부터 잡자.”

일단은 가장 중요한 숙소부터였다. 이 정도의 인파라면 까딱하다간 차에서 자야 하거나 산속에 숙소를 잡아야 할 수도 있었다.

개성 때가 떠올라서일까.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들도 빠르게 숙소를 검색해보기 시작했고.

“숙소. 노숙. 망했어.”

“전부 예약 마감이래.”

모두가 같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이걸 깨달은 시점은 이미 너무 늦은 것이었다.

“조금 이르지만 일단 밥이라도 먹을까?”

잔뜩 기대하고 나온 만큼 실망에 빠진 그녀들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차 안에서 찾아본 호텔 레스토랑에 데려가려던 때.

“저기….”

우리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 뒤를 바라보니 놀이동산의 유니폼을 입은 한 명의 직원이 자리해있었는데, 그녀는 우리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소개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가장 이쁜 분들을 찾아가라길래 뭐지 했는데, 그것보다 완벽한 설명이 없었던 것 같네요. 안녕하세요 오늘 하루 리에나님과 피아님 서아님의 안내를 맡게 된 미유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갑작스레 나타나서 오늘 하루 우리를 안내하게 되었다는 게 조금 뜬금없긴 했지만, 멍하니 서 있는 피아와 서아와 달리 자신은 샤를과 데보라와 같이 다닐 적에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었다.

“혹시 루퍼트의 연락을 받은 건가요?”

“네! 본사에서 연락이 내려왔는데, 분명 비서실장님이 맞으실 거예요.”

예상대로였다.

그때 당시에도 무조건 예약제로만 이루어지는 호텔 레스토랑인 줄 모르고 들어갔었는데, 이미 샤를을 통해 루퍼트의 연락을 받은 종업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상황으로 보였다. 분명 내가 걱정됐을 샤를이나 데보라가 루퍼트에게 연락을 넣은 걸 테다.

“리에나 무슨 상황이야?”

“혹시 전부 해결 된 거야?”

나는 아직도 얼떨떨해 보이는 그녀들에게 상황을 설명해줬다. 이내 그녀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의 손을 붙잡고는 레드문과 샤를과 데보라를 향해 신앙심을 표출….

뭐, 그건 넘어가고, 우릴 기다리던 미유라는 직원은 우리를 직원들의 출입구로 데려가며 준비되어있는 것들을 설명해줬다.

1박에 5000만원짜리 최고급 풀빌라부터 해서, 5성급 호텔 주방장의 요리, 모든 놀이기구를 대기 없이 탈 수 있는 것까지. 원한다면 야간에 우리를 위해 놀이동산을 개장해줄 수도 있다 하였다.

하지만 그것들은 지금 나오는 내용에 비하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원래는 신원확인 때문에 안에서는 인식저해마법을 전부 해제해야 하지만, 여러분들은 그러시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안 그래도 지금껏 가장 고민이었던 문제였었다. 서아의 협박에 못 이겨 입은 라인이 비치는 시스루는 둘째 치더라도, 피아와 서아도 웬만한 미인들은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예뻤기에 모든 사람의 시선을 잡아끌 거였다.

그리고 이렇게나 많은 남자의 시선은 나의 정기를 순식간에 고갈시킬 거고. 10분도 안 가서 바닥에 뻗어버릴 게 분명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별다른 문제 없이 해결된 거였다.

“리에나 잘됐네.”

“풀리지 않게 다시 한번 걸자.”

피아가 다시 한번 마법을 거는 동안 직원 통로의 출구를 빠져나왔고, 우리는 결국 놀이동산의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우와…. 우리 성이랑 크기가 비슷한 거 같은데.”

“저런 식으로도 마법을 적용할 수 있는 거구나.”

놀라 하는 부분이 조금 이상한 거 같긴 하지만 일단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니 다행이었다.

나는 주변을 구경하는 그녀들에게서 잠시 벗어나 우리를 안내해준 미유의 곁에 다가갔다.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지만 내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내 친구들은 어땠어?”

“어떻게 알아차리신 거예요? 오랜만에 만나면 세리아님도 헷갈리시는데.”

자신 있어 할 만한 변장술이긴 했다. 서큐버스 특유의 기운도 전부 숨겨지고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나만은 너무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미야도 알다시피. 남녀불문하고 나를 보고 그렇게 담백한 눈동자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되거든.”

아직까지는 세리아와 같은 고위 서큐버스들과 프레이 교수와 이지윤을 제외한다면 그 누구도 예외가 없었다.

“그건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네요. 모른 척하면서 따라다니려 했었는데.”

정체를 들킨 그녀는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이라도 모른 척 해줄까?”

“이미 들킨 이상 흥이 다 깨져서 거절할게요.”

그녀는 품에서 검은색 티켓 3장을 꺼내서 나에게 건네줬다. VIP티켓이였는데 이걸 보여준다면 모든 시설을 대기 없이 곧바로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좋은 친구들을 두셨네요.”

그리고 아직까지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피아와 서아를 바라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

과장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 분명 내가 많은걸 숨긴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모든 걸 이해해주는 좋은 친구들이었다.

미야는 미소지으며 피아랑 서아가 있는 곳으로 나를 밀어내며 말했다.

“그러면 여기서 저랑 얘기하는 것보다 빨리 되돌아가셔서 휴일을 즐기시죠.”

“할 얘기가 있어서 따라온 거 아니었어?”

그래서 난교클럽에 있던 점장처럼 일부러 정체를 숨기고 접근했다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냥 세리아님도 점장 구실을 한 소피아도 여왕님과 친구들을 보고 왔다길래 저도 궁금해서 한번 찾아온 거뿐이에요.”

미야는 그 말을 끝으로 인파 속으로 사라졌고, 나는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 이런 상황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날 거 같지가 않았으니까.

나중에 모두를 모아놓고 피아랑 서아를 소개시켜주기라도 해야 할 듯싶었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면 될 일이고 일단 오늘은 이곳에서 재미있는 휴일을 보내는 게 먼저였다.

아직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그녀들에게 다가가 티켓을 건네주며 말했다.

“자 두리번거리는 건 그만하고 피아가 오고 싶다던 놀이공원이니. 피아가 원하는 거부터 가자.”

* * *

피아는 인형처럼 보이는 외모와 달리 의외로 터지고 폭발하는 액션영화를 매우 좋아했는데 놀이기구의 취향도 그와 비슷했다.

기본 입장자격이 D급 헌터. 그중에서 A급 이상의 헌터들이 동반해야만 탈 수 있는 놀이기구로 우리를 데려갔다.

예를 들어 방어마법으로 몸을 보호하지 않으면 다칠만한 최고속도 430km로 달리는 롤러코스터라던가 세상에서 제일 깊다는 수영장을 뛰어넘은 수심 100m까지 도달하는 후룸라이드 같은 거였다.

솔직히 인생을 통틀어 놀이기구를 타는 것은 처음이라 그것들을 보고 조금 겁먹긴 했었다.

그러나 피아와 서아의 쫄았냐는 그 마법의 한 단어에 이건 놀이기구일 뿐이라며 자신 있게 들어갔고, VIP티켓과 헌터 아카데미 학생증을 제출하며 놀이기구에 탑승하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었는데.

우웩­

정기사탕 이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헛구역질이었다.

“리에나 괜찮아?”

피아가 등을 두드려줬지만 아직도 눈앞이 핑핑 도는 거 같았다.

“괘...괜찮으니까 다음 거.”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욱 위협적이고 빠르게 날아오는 검기도 수없이 받아친 자신이 그저 빠르고 어지럽게 움직이기만 할 뿐인 놀이기구 따위에 굴복하는 건 수치였다.

“정말 괜찮아?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조금 쉬었다가 타자.”

피아와 서아의 걱정에도 부축을 풀고 두 다리로 일어선 뒤, 높이 50m 깊이 100m에 달하는 후룸라이드를 가르쳤다.

“아냐 괜찮아 곧바로 타러 가자.”

놀이기구 따위라고 얕보고 있었다는 걸 인정하겠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전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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