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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약한 서큐버스는 하렘을 꿈꾼다-28화 (28/48)

〈 28화 〉 28. 놀이공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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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놀이공원(1)

평상시처럼 나의 수련을 지켜보던 프레이 교수는 왠지 모르게 답답하단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결국에는 그걸 보다 못한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왜 그러시죠. 프레이 교수님?”

“아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열심인가 해서요?”

열심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은 언제나처럼 수련에 모든 집중을 쏟아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인데.

“뭔가 이상한가요?”

혹시 내가 모르는 문제점이 있는 건가 싶어 물어봤지만, 그건 아니었는지 프레이 교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게 별 영양가가 없던 대화가 끝나고, 육체의 차이로 생기는 아주 미묘한 이질감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한번 검을 들어 올리려던 때.

“봐봐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정말이네. 저 정도로 중증일 줄 몰랐어.”

어느샌가 호수에 나타난 샤를과 데보라가 내 손에 들려있던 하얀 바스타드 소드와 나무에 기대어둔 붉은 레이피어를 가져갔다.

“어 그거….”

순간적으로 벌어진 상황이라 말리는 게 늦어버렸다.

그녀들은 내 수련을 멈추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검들을 가져간 거 같지만, 그것들은 그렇게 쉽게 다룰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레이피어는 모르겠지만 바스타드 소드 같은 경우에는 정말 큰일이 날 수도 있었다,

예상대로 검을 집어들은 그녀들은 깜짝 놀라 하는 반응을 보였는데, 그 느낌이 내가 상상하던 바와는 많이 달랐다.

“어? 이거 적월석으로 만들어진 검이잖아.”

샤를은 붉은 레이피어가 어떤 재료로 만들어져있는지 깨닫고는 신기해했고.

“와씨…. 이거 신성력 뭐야 잘못하다가 다칠뻔했어.”

데보라는 손이 따끔따끔한지 왼손 오른손을 번갈아 가며 잡고 있었지만, 그다지 큰 위협을 느끼지는 않는듯했다.

“휴,”

일단 두 명 다 검에 집어 삼켜진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검부터 넘겨줄래?”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일이니 일단 검부터 회수했다.

그렇게 그녀들이 별다른 저항 없이 넘겨준 검을 아공간에 집어넣으며 사건이 대충 일단락시켰고, 그녀들에게 이곳에 온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려 했지만.

그러나 무엇이 그렇게 그녀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는지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들을 보고 있자니 먼저 질문을 할 수가 없었다.

“뭐가 그렇게 궁금해?”

그녀들은 내 말이 끝나자 그것만을 기다렸다는 듯 끊임없이 질문을 시작했다.

“저 검은 어떻게 구한 거야? 적월석은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물건인데,”

“신성력이 담긴 검은 어디서 구한 거야?”

“아니 구한다고 하더라도 저런 식으로 가공하는 건 마계의 업화가 사라진 지금은 불가능해.”

“평범한 신성력이 아니었어. 그렇지만 천사의 신성력도 아니야.”

대답해줄 수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었지만, 일단 대답하기 전에 그녀들의 질문을 멈추는 게 먼저였다. 더 이상 쌓인다면 오늘 안에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1개. 일단 제일 궁금한 거 1개만 답해줄게.”

그녀들도 자신들이 흥분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이곤 순서를 정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사이에 프레이 교수님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기 위해 움직였다. 밖으로 알려지면 안 되는 비밀에 관한 얘기가 포함될 수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녀가 있던 자리에는 잠시 일을 처리하고 올 테니 편하게 대화를 나누라는 쪽지만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나는 쪽지를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은 뒤 다시 그녀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고, 결국 가위바위보 끝에 순서를 결정했는지 처음 질문을 하게 된 건 샤를이었다.

열심히 고민한 끝에 나온 질문은 생각보다 별것 아니었다.

“적월석으로 만들어진 검은 어디서 구한 거야?”

아까부터 적월석에 집착을 하고 있기에 어떤 의미가 있나 싶긴 했지만, 일단 질문의 대답은 그것과 관련된 게 아니니 간단하게 알려줄 수 있었다.

“그거 내가 300년 전에 쓰던 검이야.”

“300년 전? 그럼 그게 붉은 달 전쟁에서 대악마... 아니 리에나님이 사용한 검이란 말이에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리에나가 사용하던 검은 맞았으니까.

“하긴 통짜 적월석을 가공해서 만든 검이 그거 외에는 더 있을 리가 없겠지.”

샤를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검을 잡았던 손을 쥐었다 폈다 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궁금증은 풀린 것 같았다.

“다음에는 내 차례지?”

데보라는 샤를의 차례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질문은 했고, 다행히 이것도 곧바로 대답해줄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 검은 나랑 싸웠던 이지훈이 들고 있었던 검이야. 내가 세리아에게 구해달라고 했었어.”

샤를과 데보라는 리에나가 쓴 검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보다 더 놀란 듯 보였는데, 곧이어 이어진 대화에서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저게 100년 전에 용사가 잃어버렸다고 전쟁까지 날뻔했던 그 검이야?”

“사장님이 가지고 있었다니. 소름 돋았어.”

세리아가 투덜거리던 게 괜히 그런 것이 아닌 듯싶었다. 나중에 그녀를 본다면 아공간에서 좋은 선물을 하나 꺼내줘야 할 것 같았다.

어쨌든 그녀들의 고민은 대충 해결된 듯 보였고 이제는 내가 그녀들에게 질문할 차례였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이곳까지 온 이유가 뭐야?”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 대화의 목적이 잔뜩 빗나가있었지만, 결국 모든 일의 시작은 그녀들이 이곳에 오고 나서부터였다.

“아…. 깜빡하고 있었네.”

모녀 아니랄까 봐 어젯밤의 세리아와 비슷한 반응을 보여준 샤를은 이제야 이곳에 온 이유를 설명해줬다.

“어머니께서 분명 이상한 짓을 할 게 분명하니 오늘 하루 정도는 아침에 찾아가 보라 했어.”

순간 머릿속에 물음표가 솟아났다. 프레이교수도 그렇고 세리아도 그렇고 이상한 짓이라니.

그러나 샤를은 나한테서 그런 반응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를 보고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들어?”

“이상하다니?”

수업시간이 분명할 텐데 이곳에 찾아온 거부터가….

“어?”

다시 한번 그녀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무언가가 이상했다. 방금 잠에서 깨어난 듯한 부스스한 머리와 대충 차려입은 트레이닝복까지. 마치 휴일에 늦잠을 자다 일어난 듯싶지 않은가.

그리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맞다는 것을 샤를이 증명해줬다. 벗어둔 겉옷 위에 올려뒀던 나의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면서.

“오늘은 아카데미가 쉬는 날이야. 내가 병원에서 듣기론 이번 휴일에 친구들이랑 약속을 잡았다면서?”

샤를이 보여준 휴대폰 화면에는 피아와 서아에게서 온 엄청난 숫자의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들이 찍혀있었다.

“미친….”

어젯밤에 세리아에게 들었던 말에 충격을 받고 아침 일찍 혼자 등교를 했기에 벌어진 실수였다. 오늘따라 유난히 사람이 없다 싶은 것만.

“근데…. 프레이 교수님은 왜?”

순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이곳으로 찾아온 그녀에게 의문이 들었지만, 이어진 데보라의 말에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빨리 기숙사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벌써 9시가 다 돼가는데.”

“맞아…. 그래야겠지.”

다른 때면 모를까 만약 참관수업을 앞둔 지금 이번 약속을 어긴다면 처음 만나는 검은 달에게 아주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거였다.

쉬는 날 친절히 이곳까지 찾아와 나를 나락에서 꺼내준 그녀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선배님들.”

그리고 겉옷과 휴대전화를 챙긴 채 기숙사까지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검은 달도 문제지만 화난 피아와 서아는 대 악마보다 더욱 무서웠으니까.

* * *

“용서해줄게. 대신 나중에 피 3일 치만 채워줘.”

“그래도 약속을 잊은 건 아니니까.”

다행히도 피아와 서아는 기숙사 현관에 도착하자마자 머리를 박은 나의 설명을 듣고는 쿨하게 용서해줬다. 처음에 마주쳤을 때는 대악마를 뛰어넘는 살기에 도망갈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일단 냄새가 나니 씻고 다시 얘기하자.”

그러나 피아의 재촉에 빠르게 샤워를 마치고 옷을 입으려던 나는 결국 커다란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는데.

드레스룸에서 내가 입을 옷을 골라주던 피아가 문득 궁금하다며 한가지 질문을 내뱉었다.

“리에나 오늘 어디 가는지는 알고 있지?”

“에이 모를 수가 있겠어? 개성에 있을 때도 얘기했고, 어제 기숙사로 돌아오면서도 충분히 말했었는데.”

“혹시 모르지 오늘이 휴일인지도 몰랐는데.”

그녀들의 대화에 뒷목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피아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정답이었으니까.

개성에서 나눴던 얘기는 헌터협회와 마수애호가사건 때문에 흐릿했고, 어제 있었던 일들은 피아의 충격 발언과 세리아와의 일들 때문에 전부 잊어버렸다.

그래도 어떻게든 기억의 조각들을 찾아내서 2개의 후보를 떠올릴 수 있었다.

‘피아는 놀이동산을 가고 싶다 했었고. 서아는 실내 워터파크에 가보고 싶다 했었지.’

맞출 확률은 50% 자신에게 신성력을 내려줬던 그 망할 여신에게 기도를 하며 답을 말하려던 순간.

기적처럼 바닥에 떨어져 있는 프레이 교수의 쪽지에서 힌트를 찾아낼 수 있었다. 아까는 급하게 확인하느라 뒷부분에 적힌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었던 것이었다.

나는 점점 의미심장하게 변해가는 그녀들의 표정을 보며 자신 있게 입을 열었다.

“휴일을 착각하더라도 내가 그걸 잊을 리가 있겠어? 놀이공원에 간다고 했잖아.”

“오? 모를 줄 알았는데 알고 있었네.”

“피아. 리에나를 너무 무시하진 마.”

피아와 서아는 다시 별일이 없었다는 듯 티격태격하며 옷을 고르기 시작했고, 그녀들의 시선을 피해 안도의 한숨을 쉰 나는 아공간에 쪽지를 몰래 집어넣어 증거를 인멸했다.

어째서 그곳에 그런 이야기가 쓰여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녀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리에나는 허리라인이 드러나는 크롭티 같은 게 잘 어울린다니까.”

“그것보다 보일 듯 안보일 듯 비치는 시스루가 좀 더 이미지에 잘 맞아.”

진정한 위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인 거 같지만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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