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병약한 서큐버스는 하렘을 꿈꾼다-23화 (23/48)

〈 23화 〉 23. 다가오는 악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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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다가오는 악의 (2)

“제가 없는 동안 재미있는 일을 벌이셨더군요.”

베이스캠프를 떠나려는 시간에 맞춰 돌아온 프레이 교수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미소를 띄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잘 모르는 것 같지만 원래가 잔잔한 호수 같았다면 지금은 그 호수에 작은 파문이 일어나있는 것 같았다.

삼두견의 토벌을 마음대로 결정한 내가 찔려서 그렇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었지만, 일단은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입을 열었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아카데미랑 길드 측에도 허가를 받았습니다.”

지금의 대답도 변명 같지만 없는 사실을 지어낸 게 아니라 있는 사실을 그대로 얘기할 뿐이었다.

부단장에게 삼두견을 토벌할 방법을 말해준 뒤 모든 것은 순조롭게 풀려갔다.

그는 내가 말한 방법을 듣고는 진지하게 가능하다 판단한 뒤에 그것을 토대로 아카데미와 길드 측에 연락을 취했다.

중간에 전화로는 모든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총괄교수와 대호길드장이 텐트로 찾아오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그들에게 지금까지의 있었던 일들과 계획을 설명하자 결국에는 허가를 받아냈다.

총괄교수가 마지막까지 꺼림칙하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했으나 대호길드장이 학생들과 자신의 부길드장의 안목을 못 믿냐면서 강하게 압박하자 결국에는 그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러나 이야기를 하던 도중 프레이 교수는 고개를 저어서 내 말을 끊었다.

“그건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열심히 설명하던 나를 지켜보는 게 재미있었는지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작게 웃은 뒤 말을 이었다.

“저는 여러분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아왔기에 의심하지 않았답니다. 오히려 얼른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네?”

이제서야 그녀의 마음에 즐거운 파문을 일으킨 게 삼두견의 토벌 소식이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시작된 부단장의 설명에 시선을 돌려야 했다.

“다들 잠시만 이곳에 집중해주세요.”

우리의 시선을 모은 부단장은 지도를 허공에 띄웠는데 어제와 달리 베이스캠프부터 붉은 느낌표가 있는 지점까지 경로가 표시되어있었다.

“다른 학생들이 있는 구역을 피해가는지라 케르베로스가 있는 곳 앞까지는 제가 안내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도착하는 즉시 저와 프레이 교수님은 잠시동안 물러나 있어야 하는 점 인지해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그는 케르베로스의 구역이 시작되는 경계가 자리한 곳에 강한 포인트를 짚었다. 저곳에서 일어나게 될 혹시나 모를 기습상황에서는 도와줄 수 없다는 얘기를 하는 거였다.

그 이후로도 부길드장은 총괄교수의 공지사항이 진행되는 동안 이동 중에 주의해야 할 점, 걸리는 시간 등 여러 가지의 내용을 말해줬고.

“그럼 2일 차 토벌 실습을 진행하겠습니다.”

총괄교수의 2일 차 시작 선언이 떨어지고 나서야 우리는 곧바로 삼두견이 자리한 지역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1시간에 걸쳐 잔뜩 주의를 받으며 도착한 이곳은 뭔가 이상했다.

원래라면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마수가 있으면 주변 환경은 마수가 내뿜는 마력에 의해 변형되어있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가 있는 곳은 케르베로스가 있다고는 느껴지지 않을 만큼 외관 또한 주변과 비슷했고, 마력밀도의 차이도 없었으며, 특별한 기운 또한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보다 별개 안 느껴지는데.”

“온 주위가 잿더미가 되어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잘못 들어온 거 아니야?”

피아와 서아가 이런 의아함을 느낄 만큼 지금까지 지나온 지역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분명 프레이 교수와 부길드장이 거리를 벌리고 멀리 떨어진 것으로 봐서는 목적지가 맞다는 얘기인데.

아무리 능력을 제한하고 있다 해도 자신이 기척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꺼림칙해서 조금의 정기를 소모하려던 찰나.

불현듯 한가지의 가정이 떠올랐고 설명할 틈도 없이 피아랑 서아를 강하게 밀쳐버렸다.

“뭐야!”

“리에나!”

갑작스레 밀려난 그녀들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지만 대꾸해줄 수가 없었다. 곧바로 대비하지 않는다면 정말 죽을지도 몰랐다.

나를 곧바로 발검하여 우측 상단을 향해 강하게 검을 휘둘렀고.

까가가가강­

쇠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검날이 뭉개진 그곳에는 예상대로 삼두견의 거대한 앞발이 자리하고 있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어.”

상황이 좋지 않았다.

자신의 공격이 막혔다고 판단한 삼두견은 거리를 벌렸는데, 그것은 역시나 내가 걱정했던 대로 평범한 삼두견이 아니었다.

마계의 업화를 두르고 있어야 할 검은색의 몸은 푸르게 변하여 숲의 마력을 휘감고 있었으며, 외형 또한 문을 지키는 개가 아니라 숲을 지배하는 고고한 늑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즉 이 삼두견은 이레귤러. 그것도 원래라면 넘을 수 없는 격을 환경을 이용함으로써 억지로 뛰어넘은 초월종이었다.

“하…. 삼두견 아니 이제는 삼두랑이라 불러야 하나?”

헛웃음이 다 나왔다.

그렇게 많은 마수를 죽이면서 단 한 번뿐이 못 만나본 초월종을 여기서 만났다는 것은 분명 불운이 겹치고 겹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개미가 아무리 진화를 하고 초월을 해봤자 밟아 죽이면 되는 개미인 것처럼, 저 삼두랑도 본판은 개새끼일 뿐이고 힘으로 찍어누르면 될 일이었다.

평상시였다면 말이다.

“지금 마력 꼬인거 안 보여? 뒤로 빠져!”

“교수님이랑 부길드장님을 불러와!”

하지만 지금의 내 상태는 피아랑 서아가 단번의 전력 외로 판단할 만큼 좋지가 않았다. 검을 잡은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고, 꽉 다문 입술 사이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모든 게 정기를 소모해 마력을 끌어올리다 입은 내상 때문인데, 저 개새끼가 그 타이밍을 노리고 들어온 것이라면 만만하게 볼 수 없었다.

지능이 뛰어나단 소리였으니까.

“너희들이 상대할 마수가 아니야.”

앞을 막아선 피아와 서아를 뒤로 끌어당겼지만, 그녀들은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건 나도 알고 있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지켜볼 수는 없잖아. 우리가 버티는 동안 빨리 상황을 알려.”

“피아의 말이 맞아. 너는 지금 지원을 불러오는 게 도움이 되는 거야.”

그녀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건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삼두랑이 등장함과 동시에 뒤쪽에서도 격렬한 전투가 여파가 느껴졌으니까. 과연 그게 우연인지 누군가 노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를 구할 수 없다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피아랑 서아가 지나가지 못하게 막아섰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몸은 점점 마수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나를 못 믿어?”

마수가 초월종이라 해도.

능력을 제한하고 있다 해도.

내상을 입어 마력과 정기를 쓸 수 없다고 해도.

자신은 붉은 달의 주인 리에나이며 검의 극의에 다다른 검마이자 철혈의 이단심문관 이지훈이였다.

“나는 저딴 개새끼한테 지지 않아.”

이것이 자신한테 하는 다짐인지 피아와 서아한테 하는 약속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내가 이길 것이라는걸.

발톱으로 인해 날이 나가버린 검을 버리고선 아공간에서 새로운 검을 꺼내 들었다. 평소에 쓰던 균형 잡힌 철검이 아닌 찌르기에 특화된 레이피어였다.

한두 번 휘둘러 사용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검의 끝을 늑대 새끼의 미간에 겨누고선 여느 때처럼 도발을 날렸다.

“숲의 마력을 이용한 너의 공격이 내 목을 가르는 게 빠를지 내 찌르기가 너의 심장을 꿰뚫는 게 빠를지 한번 해보자고.”

­크르르릉

그냥 싸우기 전 버릇 같은 거라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삼두랑은 예상보다 지능이 더 높았는지 앞발로 바닥을 할퀴며 털을 곤두세웠다,

뭐, 분노라는 감정이 자신을 불리하게 만든다는 거까지는 모르는 걸 보면 짐승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듯 보였지만.

그건 내가 걱정해줄 바가 아니었다.

“덤벼라. 개새끼야.”

잠시간의 대치 끝에 먼저 움직인 것은 삼두랑이었다.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마력을 활용하여 숲과 동화한 뒤 자취를 감추고 시야의 사각에서 들어오는 할퀴기.

분명 이 녀석이 자주 사용하던 일격필살의 공격이었을 것이고, 지능이 뛰어난 만큼 한번 통했던 게 다시 통할 거라 생각했을 거다.

그러나 통하는 상대가 있다면 통하지 않는 상대가 있는법이고, 그걸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오만이다. 그리고 오만은 방심을 불러오는 법.

“너무 뻔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앞발을 향해 검을 뻗었다.

유려하게 뻗어 나간 검신은 발톱의 옆면을 타고 흐르며 앞발의 궤적을 흩트려놓았고 아까와는 다른 소리를 만들어냈다.

키이잉­

검이 발톱의 강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갈리는 소리가 아니라 대등하게 맞서는 소리. 이건 더 이상 삼두랑이 무조건적인 우위에 자리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삼두랑은 공격이 막혔음에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세 번의 연격을 날렸는데.

키잉­

한번

킹­

두 번

세 번

처음의 공격까지 합하면 단 네 번.

삼두랑이 자부하던 일격필살의 공격이 파훼 되고 자신과 같은 무대에 올라온 것은 단 네 번의 공격이 있고 나서였다.

“이제는 내 차례야.”

나는 자발적으로 코너에 몰려있는 삼두랑을 향해 걸어가 검을 들고 있던 손을 앞으로 뻗었다.

용사가 사용하던 패도적인 검술, 검제가 사용하던 화려한 검술, 검성이 사용하던 유려하고 아름답던 검술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그냥 찌르기였다.

그러나 그 한 번의 찌르기가 일으킨 현상은 가볍지 않았다.

­크아아아아아악

바람처럼 움직이던 삼두랑은 그 평범한 찌르기 한번을 피해내지 못해 고통에 찬 비명을 내뱉으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야 했다.

3개의 머리에는 각기 다른 감정이 떠올라있었다. 분노, 두려움, 경계. 하지만 그곳에 자리한 6개의 눈만큼은 하나의 감정을 품고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의문이었다.

“왜 피하지 못했는지 궁금해?”

이것보다 더욱 빠른 다른 마수들의 공격도 피해냈고 그것보다 빠른 인간들의 마법과 검술도 피해오며 지금의 경지 도달했건만 왜 이런 평범한 공격을 피해내지 못했는지 궁금할 거다.

그러나 그건 나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였다.

다시 한번 찌르기의 자세를 준비하며 삼두랑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그게 바로 검마의 검술이다. 개새끼야.”

용사, 검제, 검성등 한 시대를 군림하던 검의 고수들도 혀를 내둘렀던 검술이 300년 만에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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