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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약한 서큐버스는 하렘을 꿈꾼다-10화 (10/48)

〈 10화 〉 10. 문제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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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문제아들

학생들이 갑작스래 생긴 휴일을 맘껏 만끽하고 있을 때. 한국 헌터 아카데미의 교수들은 전날부터 이어진 회의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일단 3급 반에 집어넣고, 창술 중급과정과 기본보법 중급과정을 수료시키면 2학년에 올라갔을 때는 충분히 C­급 헌터정도의 능력은 얻을 수 있다 봅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지금까지의 반배정은 교수들이 실력 테스트에서 정리해온 자료를 총장이 승인하는 식으로 이루어졌었다. 그리 오래 걸릴 일도 아니었고, 테스트를 지켜보는 시간을 제외하면 2시간 안에 끝날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평소처럼 처리할 수 없었다. 정리하기도 복잡한 수많은 이변이 나왔고, 생각지도 못한 능력을 보여주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례적으로 하루 동안의 휴교를 결정하고, 모든 교수가 회의실에 모여 테스트 영상을 돌려보며 한 명 한 명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후…. 그럼 그들을 제외한 다른 인원들은 모두 끝난 건가?”

“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죠.”

“산 넘어 산이군.”

하서진은 12시간여 걸쳐 정리한 140장의 서류를 옮기고는 한쪽에 따로 분리해두었던 10장의 서류를 들어 올렸다.

‘골치가 아픈 건 어쩔 수 없나.’

실력 테스트 중에 일어났던 순위결정전.

이게 모든 사건의 시작이었지만, 그것이 나쁘다 생각하지는 않았다. 뛰어난 학생들이 많이 발견된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고, 그 또한 지금의 아카데미가 변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속에서 규격 외의 능력을 보여줬던 10명. 그들만큼은 조금 심사숙고를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열 명의 학생들로만 이루어진 새로운 반을 구성하는 방안은 승인하도록 하지.”

이들에게는 지금의 커리큘럼대로 교육을 해봤자 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다른 급의 아이들이랑 섞어두었다가는 사고가 일어날 게 분명했다.

다른 교수들도 의견에 동의하는지 빨갛게 부어오른 부위들을 문지르며 앓는 소리를 내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격이 참…. 지랄 맞더군요.”

“나는 아직도 정령에게 맞은 배가 쓰라려.”

“애들 싸움 말리는 기분으로 들어가서 진심으로 화낼뻔했다니까.”

한 명 한 명이 A급을 넘어가는 헌터였는지라 진심으로 상대했다면 금방 제압했겠지만, 그들도 자신과 같이 놀랐던 건 마찬가지였을 거다.

그래도 지금은 회의시간이었고, 더 이상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내일 하루를 더 임시휴교일로 지정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러면 잡소리는 여기까지 하고, 첫 번째로는 이윤우 학생으로 하지.”

스크린에 이윤우가 싸웠던 두 번의 대련내용과 상세정보, 현재 상태 등을 띄우자 방금까지 즐겁게 의견을 나누던 교수들의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후…. 용사의 자질을 가진 건 참 좋은 일입니다만.”

“봤다시피 기본이 너무 부족해.”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다시 일어선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모든 걸 만들어가야 해.”

아카데미에 용사의 자질을 가진 학생이 들어온 건 이번이 첫 번째가 아니었다. 꾸준히 존재했었고, 그들은 모두 졸업 후 뛰어난 실력을 지닌 용사로 성장해나갔다.

5년 전 졸업했던 학생은 이미 자신과 같은 B급 영웅을 달성했기도 했고.

하지만 그들 중에서는 가끔 심화 과정이 부족했던 학생은 있을지언정. 이윤우처럼 이렇게 기본이 부족했던 학생은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 생각하나?”

“솔직히 가문의 압박과 가호 때문에라도 특수반에 넣는 게 맞긴 합니다만….”

“가호를 제외한다면 4~5급에 들어갈 실력이야.”

교수들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딱히 그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제일 아랫 등급인 5급 반에 내릴수도 없었고, 특수반에 넣어 그 아이랑 붙여놨다가는 자살하지를 않기나 기도해야 했다.

그렇게 모두가 고민을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상황을 지켜보던 근접격투학 박민수 교수는 조용히 손을 올리고선 발언을 시작했다.

“어차피 특수반은 모두 1대1 형식으로 이뤄진다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 공통 과목들은 수강하지만 다른 반과 달리 개인 커리큘럼은 그 학생을 담당한 교수가 전담하기로 했다.”

박민수는 결정을 내렸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고는 선언했다. 이게 나쁜 선택인 건 알고 있지만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그 학생은 제가 맡죠.”

자신도 그녀를 보고 심마에 빠질뻔했으니, 지금 그가 느끼고 있을 기분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용사의 핏줄을 이은 동지로써 이끌어주지 못했다는 마음의 가책도 느꼈다.

“말은 안 했지만 다들 아시잖습니까. 뭐, 유명한 용사의 핏줄을 타고난 것도 아니고 가호가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 아직 미숙한 저 아이를 가르칠 만큼은 합니다.”

아침을 잘못 먹었나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교사들을 향해 너스레를 떨었다.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대로 성장해봤자 자신의 아버지처럼 마수나 빌런들을 상대할 때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을 게 분명했을 테니까. 그러니 이번 기회에 모든 것을 바로잡으면 되었다.

“흠…. 그게 제일 좋을 것 같긴 하군. 대신 근접 격투학을 다른 교수에게 맡기고 그 아이만을 전담해주도록 하게. 기본이 부족한 아이니 시간이 많이 필요할 거야.”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아이를 맡아준다고 말해줘서 내가 더 고맙지.”

D급 영웅이지만 용사의 후손이며, 격을 넘은 박민수가 이윤우를 맡아준다면 더 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의 심마만 잘 극복하고 일어난다면 더 높은 경지를 이룰 수도 있을 거다.

“그럼 한 명은 끝났으니 다음은 유서아양으로 가지.”

유서아의 자료들을 띄우고 토론을 시작했다.

마법에 대한 이해가 좋다. 순간적인 판단이 빠르고 뛰어나다. 검술은 살짝 부족하지만, 자신들이 건들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등등.

결론을 내리자면 어느 한 곳 부족한 점 없이 골고루 뛰어난 천재였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이해할 테고, 성격도 어디 하나 모난 곳이 없다.

정말 제자로 삼고 가르치기 딱 좋은 학생이었다.

그래서일까 이윤우 때와는 달리 서로가 그녀를 맡겠다고 경쟁이 일어났다. 관계없는 과목을 맡은 교사들은 일치 감지 나가떨어지고, 남아있는 교수들은 3명이었다.

같은 마검사이기 때문에 자신이 맡아야 한다는 마검사학 교수.

이미 전투 체계는 잡혀있고 검술은 손댈 수 없으니 마법 쪽을 집중해야 한다는 전통 마법학 교수.

근거리에서 치고박는 그녀의 스타일상 거기에 보조할 수 있는 마법을 봐줘야 한다는 전투 마법학 교수.

그들 모두가 틀린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어서 경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맡은 아이가 성공하게 된다면 그거 또한 자신의 업적으로 들어갈 거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리도 없었다.

“그만.”

점점 과열되어가는 분위기에 하서진은 총장으로서 결정을 내렸다.

“세 명이 공동으로 맡는 거로 하지. 대신 학생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없어야 할 거야.”

교수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하긴 어느 하나 빠져서는 안될 것들이긴 하죠.”

“교육자로서 부끄러운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들 또한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으면서 혹시 하나고 떼를 쓴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 명의 사람으로서 욕심이 없는 건 아니었겠지만, 한국 헌터 아카데미의 교수였으니까.

하서진은 그런 교수들을 보고는 남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작게 입꼬리를 올린 뒤 다음 서류를 꺼냈다.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지.”

이후로도 학생들의 자료를 꺼낼 때마다 방금 전과 비슷한 상황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자신이 담당하고 싶다고 말하는 교수들과 그걸 조율하는 총장.

유서아와 달리 다들 한 성격 하는 학생들이긴 했지만, 그걸 감수할 정도로 갖고 있는 재능들이 뛰어났고 매력적이었다.

결국, 장장 4시간가량 이어진 경쟁을 끝으로 2명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의 거취를 결정할 수 있었다.

“하아…. 이제 두 명 남았군요.”

“그러게요. 문제의 둘이 남았죠.”

그러나 회의실에 있는 모두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걸 알고 있었다.

“그럼 피아 에스티리아부터 시작합시다.”

총장의 선언을 시작으로 스크린에는 피아의 인적사항들과 함께 오로지 근접격투로만 열에 달하는 생도를 때려눕히는 장면이 상영되었고, 그걸 바라보는 교수들은 침음을 흘렸다.

“혈액을 사용하지도 않고 오로지 신체 능력만으로 저런 퍼포먼스를 보여주다니.”

“그렇다고 연성을 못하는 것도 아니었죠.”

영상 속에서 주변 동기들을 때려눕히던 피아는 유서아를 발견하더니 시험관을 깨트린 뒤 내용물을 흩뿌렸다.

혈액은 중력을 모른다는 듯 주변을 떠다녔고, 그녀가 자신을 목표 삼아 떨어져 내리는 마법들을 향해 작게 손짓하자 수많은 렌스로 연성 되어 날아오던 마법들을 격추시켰다.

그리고 피아는 붉은 랜스와 마법이 격돌하는 전장을 고고히 걸어 나갔다. 마치 이런 것쯤은 자신도 할 수 있다는 듯이.

이후로도 여러 장면이 있었지만, 총장은 더 이상 보더라도 도움이 될 건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자. 일단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의논을 해보지.”

그의 말이 떨어지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 펼쳐졌다.

“혈액을 매개체로 연성을 사용하니 연성학 교수님이 붙으시는 게 어떠십니까?”

“저건 그냥 하나의 퍼포먼스고 진짜 스타일은 근접전투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근접 격투술 교수님 중에 한 명이 맡으시는 게 적당하다 생각합니다.”

교수들은 쉽사리 피아를 맡으려 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그들의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그녀의 성격이 지랄 맞아서가 아니라 가문 때문이었다.

아무리 평화협정을 맺었다지만, 대악마들이 왕으로 있는 나라의 두 번째 권력가인 공작가 후계자한테 밉보였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애완마수의 저녁밥으로 던져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회의실에 기묘한 침묵이 흐르고 있을 때.

“겁쟁이 새끼들.”

시원한 욕설과 함께 회의실의 문이 열리며 한 명의 여성이 걸어들어왔다.

“걔는 내가 맡을게.”

그녀는 탁한 회색 머리와 붉은색과 검은색의 오드아이를 가지고 있었는데, 답변을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하서진의 앞에 걸어가 서류를 가로채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회의실에 있던 모든 사람이 하서진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려달라는 무언의 압박을 줬지만,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거 하나뿐이 없었다.

“여러분들은 그저 그녀가 믿을 만한 하프 뱀파이어라고만 알아두시면 됩니다.”

전장에서 수많은 악마를 도륙했던 그녀의 정체는 국가에서 1급을 넘어 특급기밀로 취급하는 현재 생존중인 35기 입학생 중에 한 명이었으니까.

그는 생각지도 못한 인물의 등장에 고개를 저어 쓸데없는 생각을 털어내고는 다음 서류를 꺼냈다.

빛조차 흡수하는 칠흑의 머리와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붉은 눈을 가진 순혈 서큐버스. 드디어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을 만나볼 수 있었다.

“마지막입니다. 리에나 닉스에 대해서 얘기해보도록 하죠.”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회의장 여기저기서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하…. 드디어 시작이군요.”

“진짜 궁금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는 별다른 설명 없이 바로 정보를 띄웠고, 교수들은 스크린에 정보가 뜸과 동시에 내용을 읽어내려가는 데 집중했다.

이름 리에나 닉스.

20살의 순혈 서큐버스로 레드문 소속.

현재 2학년인 샤를과 친척 관계.

주특기는 검술과 도발.

좋아하는 것은 예쁜 여자.

싫어하는 것은 찝쩍거리는 남자.

서큐버스 답다면 참 서큐버스다운 내용이었지만, 교수들은 의아함을 표현했다.서류상의 내용에는 순혈 서큐버스라는 점을 제외하면 별다른 특이점은 없었으니까.

“저게 다야?”

“대악마의 딸이라거나 유희 나온 드레곤이라던가 그런 게 숨겨져 있는 거 아니었어?”

“나는 동정의 용사님이랑 싸웠다던 전설 속 서큐버스 퀸의 환생인 줄 알았는데.”

순혈 서큐버스라는 것도 지금 시대에서는 정말 희귀하긴 하지만, 그들이 목격했던 것들에 비해서는 빛이 바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물 흐르듯 이루어졌던 일련의 동작들과 찌른다는 개념을 형상화한듯한 찌르기. 마지막에 보여줬던 마력의 활용까지.

서큐버스의 능력을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그것들은 인간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발전시켜온 동작들이었다.

그러나 그 완성도는 차원이 달랐다.

검술 하나만으로 심상의 개념을 현실에 구현하고 있었으니까.

대중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미 검술에 한해서는 극에 닿아있는 학생이었다.

하서진도 그녀의 검술을 보고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었다.

그래서 특별히 테스트가 끝나고부터 그녀를 위해 연락을 취해놓았던 곳이 있었다.

실력 쪽에서 가르쳐줄 게 없다면 다른 쪽으로 가르쳐주면 될 문제였다.

“이 학생에 대해서는 제가 나름대로 생각해둔 바가 있으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자신들이 맡기 싫어 시선을 피하고 있는 교수들을 향해 선언하는 하서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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