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6. 입학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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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입학식 (2)
피아 에스티리아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입학식을 위해 대강당에 들어가려던 찰나 갑자기 손을 붙잡혀 화장실로 끌려와서 말도 안 되는 짓을 당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싫지는 않아.’
처음에 손을 붙잡혔을 때는 당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인생 그 어느 때보다 흥분된 상태였다.
10살 때 가문의 보물창고에 몰래 들어가 마셨던 대천사의 혈액. 그때 맛본 쾌락과 황홀함 때문에 생긴 흡혈에 대한 불감증 및 욕구 상실.
아버지는 한국 헌터 아카데미라면 대천사에 버금갈만한 능력을 갖춘 인물을 찾을 수도 있을 거라며 자신을 이곳으로 보냈지만 기대하고 있지는 않았다.
대천사에 버금갈만한 존재는 지구를 뒤져봐도 20명이 넘지 않을뿐더러 그런 인물들이 자신 같은 뱀파이어에게 피를 빨려줄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우연찮게 만난 이 여자라면 자신의 병을 고쳐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술을 탐하려고 다가왔을 때 흐르던 은은한 체향은 감정을 뒤흔들었고, 새하얀 목덜미를 본 순간 10년 가까이 느끼지 못했던 흡혈욕구가 끓어올랐다.
그러나 당장이라도 저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아넣기에는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죽을 수도.”
흡혈귀, 그것도 10년 동안 욕구를 참았던 진조 흡혈귀에게 흡혈을 당한다는 것은 엄청난 위험을 동반한 행위였다. 정기를 탐하는 것과 자신이 흡혈충동을 느끼는 거로 봐서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 했다.
아무리 자신이 레기온에 있는 아주르 왕국 소속 공작가의 후계자라 할지라도 협정국에 포함되어있는 대한민국에서 마음대로 행동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나에 대해서는 걱정하지마.”
그러나 갑작스레 꼬리와 날개를 꺼낸 그녀의 행동 덕분에 쉽게 고민을 해소할 수 있었다.
칠흑의 박쥐 날개와 악마의 꼬리 그리고 모든 것을 잊게 만드는 압도적인 외모. 그리고 더 이상 감출 생각이 없는지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묻어나오는 매료의 마력.
“서큐버스.”
일방적으로 볼 수 있는 혼혈이나 하급 따위가 아니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진조인 자신의 정신방벽쯤은 쉽게 무너트릴 수 있는 고위급 서큐버스였다.
“너를 걱정하는 게 좋을 거야. 지금 내 상태가 많이 안 좋아서 절제할 수 있을지를 모르겠거든.”
그런 존재가 당장이라도 홀릴 것만 같은 미소로 목숨을 장담할 수 없다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면 매료에 빠져서 목숨을 헌납했을 테고,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사람들이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바로 도망쳤을 거다.
하지만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그런 단순한 게 아니었다.
“재밌겠네.”
대천사의 혈액을 마셨을 때보다 더 엄청날 거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다시 한번 그때의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흥분감 그리고 그녀의 손끝에서 펼쳐질 육체적인 쾌락까지.
부모님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향해 감정이 부족하고 한없이 냉철하다 말하지만, 그건 나를 만족시킬만한 쾌락을 찾지 못해서일 뿐이다.
이건 살면서 두 번 다시 안 올 기회였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새하얀 목에 송곳니를 천천히 박아넣었다.
얇은 피부가 갈라지며 새어 나온 단 한 방울의 핏방울조차 온 세포를 자극하는 달콤한 향기와 맛을 품고 있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샌가 붉은 피를 입안 가득 머금고 있었다.
“하아… 보기보다 어리광쟁이구나.”
얕은 신음소리가 들려 서큐버스를 바라보자 그녀는 즐겁다는 미소를 지은 채 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과 눈이 마주쳤을 때 그녀는 지금까지보다 더욱 달콤한 말을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서로 살아서 보자.”
* * *
솔직히 운이 많이 따라줬다.
내가 잡아 온 인물이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엄청난 위험을 감수한 것에 비해 급한 갈증을 달래는 정도로 만족했어야겠지만, 자신이 끌고 온 상대는 뱀파이어인 데다 극히 희귀하다는 진조의 핏줄을 타고났으니까.
진조인 그녀가 나를 흡혈한다 해도 큰 문제가 없을 테고. 퀸인 자신이 그녀의 정기를 뽑는다 해도 크게 문제 될 일은 없을 거였다.
그녀가 은근히 바라는 거 같아 분위기를 잡으며 조금 위협을 주긴 했지만, 정신을 잃지 않는 이상 누군가 죽어 나갈 때까지 흡정하거나 그런 일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그래도 너만 너무 즐기는 거 아니냐?”
끊임없이 피를 탐하는 그녀의 새하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중얼거렸다.
뱀파이어에게는 흡혈을 한다는 의미가 성행위 중 하나로 들어가는지라. 피를 빨리는 이 순간에도 정기가 흘러들어와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지만.
흡정충동과는 별개로 달아올라 있는 몸은 되돌아올 기세가 없었고, 뱀파이어의 송곳니에서 나오는 미약 성분 때문에 성적 욕구는 더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원래라면 별다른 행위 없이 정기만 조금 받아갈 생각이었는데.’
저렇게 기분 좋아 보이는 표정의 흡혈귀를 보고 있자니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줄 만큼 줬으니 이제 너의 차례야.”
어깨를 붙잡고 목에서 떼어낸 그녀를 변기 위로 강제로 앉혔다. 갑작스레 흡혈이 끊겨서인지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걸 보자 살짝 괴롭혀주고 싶다는 가학심이 불타올랐다.
지금까지 계속 혼자 즐겼으면서 그런 표정을 짓다니.
“네가 원하던 대로 해줄게.”
단추가 다 떨어지고 흡혈 때문에 불게 물든 셔츠를 벗어 목에서 흘러내린 피를 대충 닦아내고, 변기 위에 앉아서 자신의 목덜미만을 뻔히 쳐다보고 있는 그녀의 다리 위에 올라탔다.
그러자 다시 한번 흡혈을 시도하려는지 두 손이 나를 붙잡으려고 다가왔고.
“쯧…. 그러면 안 되지.”
상체를 기울여 역으로 그녀에게 파고든 뒤, 꼬리를 사용해 내 등 뒤로 손을 묶어버렸다.
“어?”
“귀여운 흡혈귀 아가씨. 이미 늦었어.”
이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놀란 표정으로 팔 사이에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바라봤지만, 그녀는 이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나는 손으로 그녀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가며 귓가에 질문을 속삭였다.
“이름이 뭐야?”
그녀는 시선을 피하면서도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닌지 순순히 대답을 해줬다.
“피아.”
“귀여운 이름이네. 나는 리에나야.”
통성명을 하는 동안 이미 셔츠의 단추는 모두 풀어버렸고, 나는 손을 그녀의 등 뒤로 움직이며 마지막으로 물었다.
“싫으면 지금이라도 말해. 여기서 끝내줄게.”
피아는 정신을 차리고 처음으로 나와 눈을 마주보더니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그리고 나는 이미 이런 답변이 나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흡정충동이 찾아오고 가장 신기했던 게 상대방의 성벽이 대충 보인다는 거였으니까.
그녀의 작고 귀여운 가슴을 가리고 있던 브래지어를 풀어헤친 뒤 내가 차고 있던 브래지어도 벗어버렸다. 그리고는 덜덜 떨고 있는 피아를 살며시 안아주었다.
남들보다는 조금 낮은 체온과, 콩닥거리는 심장의 움직임 그리고 비단을 쓸어내리는 거 같은 매끄러운 피부 결까지. 자신이 느끼는 만큼 그녀도 나의 모든 것을 느끼고 있을 거다.
나는 진심을 담아 그녀를 안심시켰다.
“거칠게 하지는 않을 테니 걱정하지마.”
어찌 보면 자신도 처음 겪어보는 일이긴 하지만 리드를 하는 입장으로써 첫 경험을 안 좋게 기억되게 할 수는 없었다.
전과 달리 살며시 입술을 맞추며 피아의 긴장을 풀어줬다. 그리고 긴장이 풀리는 기색이 보이자 부드러운 등을 쓸어내려 주며 입술의 위치를 조금씩 내렸다.
처음에는 목에 들려 흡혈에 대한 복수로 작은 키스 마크를 남겨줬고.
그녀의 흰 피부를 따라 아기자기하게 부풀어있는 가슴에 도착했을 때는 살짝 부풀어 오른 유두를 살짝 깨물어줬다.
“흐앗….”
피아는 지금까지 잘 참아내던 신음을 터트렸고,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파?”
“그… 그건 아닌데. 느낌이 이상해서.”
귀여운 친구였다.
무뚝뚝하고 차가워 보일 때는 언제고 흡혈을 끝내자 소심해지고 감정이 풍부해져 모든 게 표정에 드러나게 되었으니까.
‘이 정도면 괜찮겠지.’
그녀의 반응을 보니 감각을 받아들일 충분한 준비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고,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자세를 바꿨다.
나는 허벅지에서 내려와 피아의 앞에 무릎을 꿇은 뒤 꼬리를 움직였다. 벌을 받는듯한 자세가 되었지만, 최대한 부담이 가지 않게 꼬리로 그녀의 팔을 지탱해주고는 입을 열었다.
“자 다시 시작할게.”
무릎을 타고 올라가 아까 하던 행위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과 달라진 것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손의 위치였다.
피아를 안심시키기 위해 등을 쓰다듬던 손은 이제 그녀의 치마와 속옷을 탐하고 있었다.
“하아… 읏….”
그러나 내 입술에 모든 감각이 쏠린 피아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고, 가슴을 거쳐 작고 귀여운 배꼽을 지나 입술이 치골에 도착했을 때야 상황을 파악하고는 깜짝 놀라 다리를 오므렸다.
“왜 그래?”
“아…. 아니에요.”
당황하는 행동 하나조차 귀여움이 묻어났던지라 조금 더 괴롭혀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금까지와 반대로 아래서 위를 향해 올라가기로 마음을 먹고는 손으로 무릎을 잡고 살짝 틈을 만들어 허벅지 안쪽에 입을 맞췄다.
내 입술이 닿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다리는 점점 벌어졌고, 마지막으로 숨겨왔던 꽃봉오리가 드러나며 지금까지의 결실을 수확하기까지 한 걸음이 남은 그 순간.
쾅! 쾅! 쾅!
잠겨있는 문이 거칠게 두드려지더니 이내 몇 번 지나지 않아. 매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에나! 빨리 문 좀 열어봐 거기 있지?”
“제발…. 제발 아무나 잡아다가 정기를 빤 것만 아니게 해주세요.”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라 몸을 움츠린 피아를 다독여주고는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예상했다시피 다급한 표정의 샤를과 데보라가 서 있었다. 다급한 표정이 경악의 표정으로 바뀌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 일단 저 아이 몫까지 여분 옷을 준비해올게. 데보라 너는 아무도 못 들어오게 잘 막고 있어.”
샤를은 이쪽을 바라보고는 얼굴을 쓸어내린 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미쳤어…. 뱀파이어 그것도 진조잖아. 아니, 죽지는 않아서 다행인 건가? 신입생 진조 뱀파이어면 분명 공작가 외동딸 일탠데?”
데보라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혼잣말을 하며 이미 망해버린 천계와 마계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서로 합의한 일이고 나도 피를 제공해주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어떤 변명도 내뱉을 수 없었다. 누가 봐도 지금의 상황은 내가 피아를 벗긴 채 꼬리로 팔을 속박한 뒤 희롱하고 있는 장면이었으니까.
나는 얼른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인 죄인의 자세로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얘기를 입에 담았다.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세리아에게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