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448화 (448/450)

448.

“부사장님.”

“네?”

120분에 걸친 촬영이 모두 끝났다.

첫 영상은 2시간짜리 영상이었으니까.

물론, 앞으로도 매주 2시간 방영한다.

한 시간은 선배들, 한 시간은 연습생들의 리얼리티로.

그렇기에 프로그램 이름이나 여러 가지 부수적인 걸 크게 여러 개로 나누지 않았다.

“고생하셨습니다.”

“에이, 어차피 볼 거였는데 고생이랄 게 있나요.”

“그리고 사장님이 찾으세요.”

“아! 그래요?”

아빠가 직원을 보내 날 불렀나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향한 사장실.

아마도 아빠도 영상을 보고 있었겠지?

아니다, 아빠는 완성된 영상을 미리 봤을 테니 반응을 지켜봤으려나.

“아빠.”

“어, 일단 앉아 봐.”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무슨 일 있어?”

“흐음, 공격이 시작된 거 같아.”

“정말?”

아빠가 인터넷으로 여러 자료를 보여준다.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네.”

“후우, 머리를 좀 쓴 거 같아.”

솔직히 권력자들에 빌붙어 규제라든지 어떤 제약을 줄 거라고 생각했었다.

중국으로 넘어가 지하 아이돌을 만든 건 다 그걸 대비하기 위함이었고.

솔직히 그런 뒷공작이 아니라면 나는 땡중 세력에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대중의 인지도도 영향력도 내가 훨씬 좋으니까.

그들이 뭘 하든 내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이 듣는 구조고.

내가 더 잃을 게 많다는 인식이 있는 이상, 사람들은 내 말을 더 많이 듣고 내 말을 더 믿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치인들에게 공작이 들어간다고 해도 나의 인지도와 함께 중국 지하 아이돌로 같이 공략하면 충분히 압살할 수 있다고 자만했다.

“시기가 좀 안 좋은 거 같은데.”

“노린 거겠지.”

땡중 세력도 내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었겠지.

지금 그들이 날 공격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솔직히 아무것도 못 할 거로 생각했는데.

자만이었다.

하니, 해 볼 테면 해보라는 마음이 더 강했지.

솔직히 자신 있었으니까.

이미 수많은 팬을 확보한 내 여인들과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연습생 애들.

이쁘고 귀여운 건 남녀노소 할 거 없이 먹히는 상품이니까.

그런 애들을 단체로 내보내 인기를 얻는다면 모두 끝날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리얼리티를 진행하며 내 여인들의 프로젝트 듀엣곡이 하나둘 나오고.

신인 걸그룹까지 데뷔하게 되면 한국에서 내 위치는 성역이나 다름없을 거라고.

그렇게 착각했다.

아니, 착각이 아닐 거다. 아마도 제대로 흘러갔다면 그렇게 됐을 거다.

땡중 세력도 그렇게 느낀 거겠지.

그러니까 지금 아니면 날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여긴 게 아닐까?

생각해 보면 땡중 세력에게는 날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이 지금이다.

“너무 안일했어.”

“충분히 주시하고 있었으니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마. 어떻게든 대처를 할 수 있을 테니까.”

실시간으로 자료가 쏟아지고 있다.

유티비 영상과 인터넷 기사를 주축으로 여러 예술가의 인터뷰와 글이 계속 노출된다.

여론을 형성하려는 움직임.

“이렇게 다방면으로 공격이 들어올 거라고는 예상 못 했네.”

아빠가 미간을 찌푸리고 고개를 턴다.

“이걸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

내게 의견을 묻는 아빠의 목소리가 조금 떨린다.

사태가 심각하니까.

“으음, 예술계의 영향력이 그렇게 강하진 않을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 정도로 많은 예술계 신인들이 얘기하면 조금 위험할 수 있겠다.

“일단 그들의 주장을 최대한 정리해서 반박하는 수밖에 없어.”

“그래. 일단 그렇게 해보자.”

인터넷 기사나 유티비 영상 제목만 봐도 대충 내용을 예상할 수 있긴 하지만.

정확한 주장과 논거를 알고 반박하는 것과.

대충 보고 반론을 하는 건 천지 차이니까.

전 직원이 소집됐다.

“자자, 다들 분야 정해서 자료 보고 요약해 주세요.”

솔직히 모든 공격이 날 향했다고 볼 수는 없다.

내가 주로 타겟팅 된 건 맞지만.

대중 가요계 전체에 대한 공격이라고 보는 게 맞다.

내가 한국 대중 가요계를 대표하는 건 아니지만.

요즘 제일 이슈가 되고,

요즘 제일 인지도가 높은 건 나니까.

대중음악을 공격하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내가 공격받았다고 느낄 거다.

확실히 이번에는 머리를 잘 썼네.

법적으로 대처하거나 뭔가 도덕적 문제를 걸고넘어지기 힘들도록.

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은근하게 공격하는 방법을 택한 거니까.

나도 직원들과 함께하며 여러 자료를 들춰 본다.

“음, 일단 오늘은 그만 들어가서 쉬어.”

“아니야. 괜찮아. 아빠가 쉬어야 할 거 같은데?”

나보다야 아빠가 훨씬 더 피곤하지 않겠어?

나이도 있고 마기도 없으니까.

아빠의 어깨를 살짝 주무르며 마기를 사용한다.

“어우, 마사지는 예술이네.”

“내가 좀 하지.”

새벽 늦은 시간까지 야근하는 직원들을 위해 야식도 쏘고 함께 독려도 하며 하루를 보냈다.

“후우, 얼추 정리는 끝난 거 같아.”

“그러게. 하아암.”

“들어가서 좀 주무시고 나와.”

“휴게실에서 조금 잤어.”

아빠도 진짜 한 고집 한다니까.

어차피 내가 대처해야 할 상황인데.

아빠가 있어 주면 도움도 되고 좋긴 하지만.

그래도 아빠의 건강과 몸이 먼저다.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아빠를 강제로 집으로 보내 쉬시도록 했다.

“흐음.”

아빠가 쉴 동안 보고서를 보고 또 정리해 봐야지.

지금 내게 들어온 공격은 크게 보면 세 가지.

하나는 독점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까지 가요계를 주도했던 건 엔터테인먼트 대기업들.

서너 개의 대기업이 가요계 지분 80%를 먹고 있는 구도였다.

내가 나타나기 전까진.

내가 가요계에 등장하고 마약 카르텔과 접대 카르텔을 고발하며 대기업 중 하나인 JG는 망했고.

SP의 김수필 대표는 감옥에 들어갔다.

내가 SP를 맡아 운영을 좀 하긴 했지만, 시간이 꽤 흐른 지금까지 SP는 그 여파를 해소하지 못했다.

소극적인 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SP엔터.

대 기업 중 2개의 기업이 힘을 많이 잃었고.

그 외 대기업들도 사건에 얽혀 있었기 때문에 운영이 소심해졌다.

그때 기회를 잡은 중소 기획사들.

슬프게도 크게 성장한 회사는 우리 회사뿐이다.

내가 크게 성장하면서 다른 중소 기획사의 기회가 막힌 건 사실.

근데 그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대기업이 주던 대중이 원하는 음악과 가수를 내가 잘 제공했을 뿐이다.

그들도 그랬으면 같이 성장했겠지.

내가 무슨 공작을 벌여서 성장을 막거나 한 건 아니니까.

그걸 가요계 독점이라고 현 시스템의 문제라고 말하는 건 조금 억지 아니냐?

다른 하나의 문제는 아이돌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

솔직히 지금 아이돌이 되려면 아주 어린 나이부터 집중해야만 한다.

데뷔 나이도 엄청 어려졌고 실력도 말도 안 되게 상향 평준화됐다.

아이돌로 데뷔하는 게 너무 어려워졌다.

그런 상황에서 데뷔한 그룹이 망한다?

솔직히 미래가 없는 거나 다름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건 아이돌을 준비한 그 아이와 그들의 부모의 판단이지.

그게 시스템의 잘못이라고 할 순 없다.

게다가 아이돌 훈련 시스템이 그렇게 미래 없이 굴러가진 않는다.

솔직히 아이돌로 망하고 인터넷 방송으로 잘 나가는 사람도 적지 않고.

어린 나이에 성공과 실패가 결론이 나기에 이후로 기회가 없지도 않다.

단지 남들보다 조금 늦어질 뿐이지만.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해봤던 경험으로 오히려 더 사회생활에 이로운 점도 있다.

뭐, 어린아이들을 혹사한다고도 하는 거 같은데.

솔직히 혹사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연습생의 스케쥴이 빡빡한 건 맞지만.

운동선수나 어린 나이에 직업을 정한 아이들과 비교하면 그리 빡세다고 하기는 힘들다.

위에 두 가지 주장은 논란은 좀 있을 수 있지만.

개인의 판단이고 충분히 반박하면 서서히 없어질 논란이다.

그래서 아이돌 안 볼 거도 아니고, 아이돌 금지할 거도 아니니까.

문제는 가장 마지막에 나오고 있는 주장들.

저번에도 이야기했지만, 대중음악이라고 해서 순수 예술보다 저급한 게 아니다.

과거 서양에는 귀족과 평민이 나뉘어 있고, 귀족이 누리는 문화와 평민이 누리는 문화가 차이가 있었다.

당연히 가진 돈이나 여유 시간이 다르니까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

근데 그렇다고 해서 귀족의 문화와 평민의 문화가 급이 나뉘는 건 아니란 말씀.

그냥 다른 거다.

근데 또, 급 나누기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이 논란이 그냥 다르다고 생각하고 넘어가기 아쉬운 일이겠지.

이런 자극적인 싸움이 일어나면 개떼같이 몰려들어 내가 맞네, 누가 틀리네 하고 싸우는 게 키보드 워리어의 할 일이니까.

이걸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일이겠네.

우리가 준비한 역공 방법은 정공법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저 논란에 참전에 이슈를 더 키우는 건 이득이 없다.

손해밖에 없는 진흙탕 싸움이 될 테니까.

“후우, 일차적인 명단은 정리된 거 같아.”

“언제 터트리냐가 문제네.”

“우리도 타이밍을 잘 잡아야지.”

아인이 정리된 서류를 가지고 내게 다가왔다.

땡중 세력에게 약을 받은 사람이 적힌 명단.

그들은 마기를 이용해 약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진짜 마약을 사용하고 있다.

솔직히 누가 마약이 들어간 약을 먹었고, 누가 안 먹었는지 알 수 없다.

일단 약을 받은 사람 모두를 신고할 수밖에.

당연히 증거는 이미 예전부터 차근차근 준비돼 있었으니 어려울 건 없다.

우리의 자세는 그저 예술계에 마약 브로커 세력이 파고들었고.

그들은 한 번 소탕했던 내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

예술인들을 약에 중독시켜 가요계를 음해하며 내게 타격을 주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여론을 만들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일단 그들의 얘기는 약쟁이의 헛소리로 만들 수 있다.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주장들이라는 도덕적 논란을 키우면 당연히 그들의 말보다 내 말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사람들에게 내 이미지는 조금 문란하긴 해도 나쁘지 않은 사람이라 박혀 있으니까.

하긴, 연예계 성상납과 마약 카르텔을 고발한 전적이 있잖아.

여기서 또 마약 카르텔을 고발하며 내가 정의라는 여론을 만들어 가면 된다.

그럼 내 이야기에는 더 힘이 실리겠지.

아직 예술계 거물들은 움직이지 않은 거 같은데.

그들이 움직이면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될 거 같다.

아마 이른 시일 내에 그들의 글과 영상이 나오겠지.

직원 몇을 시켜 돌아가면 불침번 개념으로 상황을 주시하도록 일을 시켰다.

예술계 거물이 하나둘 의견을 내기 시작하면 그때 터트릴 생각이다.

물론, 이미 검경세력과는 이야기가 시작된 상태.

계속해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 만큼 그들은 내게 더 협조적으로 움직여 주고 있다.

“부사장님.”

“네.”

사장실로 들어온 직원.

“시작된 거 같습니다.”

“그래요?”

스마트폰으로 보여주는 자료.

예술계의 거물급이라고 할 수 있는 작가 몇 명이 말을 꺼낸 거 같다.

엉덩이 무거운 사람들이라 이런 이슈가 있으면 뒤에서 지켜보다가 의견을 내지 않거나.

나중에 몇마다 하고 끝내는 양반들이 이렇게 빠르게 행동하다니.

약이 무섭긴 하다.

“그럼 우리도 본격적으로 나설 타이밍인 거 같네요.”

“지금 인터넷이 아주 시끌시끌합니다.”

나도 실시간으로 반응은 확인하고 있다.

가요계에 대한 비판이 엄청난 속도로 퍼지고 있고.

그 비판의 주된 표적은 나와 내 회사.

여론이 그렇게 흘러가도록 그들이 손 쓰고 있는 거겠지.

이제 반전 카드를 내놓을 때가 됐다.

“정비서 바로 연락 넣어 줘.”

“알겠어.”

우리 편 세력들이 활동을 개시했다.

가장 처음 움직인 건 당연히 검경세력.

내 예상보다 많은 숫자의 경찰과 검찰이 동원됐고.

마약 관련 혐의로 예술인들이 속속들이 입건됐다.

마약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잡혔고.

가지고 있지 않았던 사람들도 조사에 들어갔다.

검찰과 경찰이 행동을 시작하고 다음 스텝으로는 기자들이 움직였다.

예술계 마약 카르텔에 관한 기사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시끄럽게 의견을 내던 수많은 예술가의 입건 소식이 하나씩 기사화된다.

미리 자료를 뿌렸기에, 아직 잡히지 않은 사람도 기사가 나가는 헤프닝이 있긴 했지만.

그런 건 이런 대규모 여론몰이 작전에서는 가벼운 헤프닝으로 넘어갔다.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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