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446화 (446/450)

446.

아인을 내 집으로 데리고 왔다.

“으으, 환기 좀 하고 살자.”

공기청정기를 열심히 틀었지만, 밤새 채유를 개처럼 따먹은 냄새는 좀처럼 빠지지 않는 거 같다.

아! 침대를 안 치우기도 했구나.

“치워주시는 분 불러야겠다.”

“내가 할 게. 뭔 사람을 써.”

“에이, 힘들잖아.”

“힘들 게 뭐 있어. 침대보만 갈면 되는데.”

“뭐, 그래.”

사실 내가 귀찮아서 그렇지,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아인이 집을 치우기 시작했고 나는 아빠가 준 자료를 읽기 시작했다.

땡중 세력이 약으로 포섭한 예술가들의 작품.

몇 편의 소설과 시집. 비문학 도서까지.

그 자료뿐 아니라 그들의 방송 활동과 인터뷰도 확인한다.

대부분 가요계에 관한 이야기.

8~90년대 가요계를 미화하는 이야기도 있었고.

현재 가요계를 얘기하는 소설도 있었다.

음악이 주는 감동과 낭만에 관한 이야기들.

하나하나 소설을 읽어갈수록 살짝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현 가요계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

그래. 정리하자면 딱! 저 한마디로 정리가 되는 거 같다.

과거의 낭만이 있던 음악 시장.

당시에는 정형화된 보컬 트레이닝이 거의 없었다.

말하자면 야생의 창법으로 노래했다.

타고난 사람만 노래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았던 시절이니까.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가수들은 조금 다르긴 하다.

과거의 가수들이 자연산이라면 요즘 가수들은 양식.

고도화된 트레이닝에 의해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음악 하는 사람들.

타고난 톤이라던지 음역 성량에 따라 부를 노래가 정해진다.

갈고 닦은 음악적 소양은 비슷비슷하니 타고난 게 좋은 사람만 주목을 받는다.

아니, 주목받는다고 할 수도 없다.

가수 대부분이 외모로 주목받으니까.

예전부터 공고히 자리를 잡은 사람이 아니라면.

잘 생기고 이쁜 사람이 유리한 건 사실.

외모가 뛰어나지 않은 사람은 노래를 어지간히 잘 해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소설 대부분이 요즘 가요계를 비판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지금 가요계는 가요계가 아니라는 내용.

유사 연애 시뮬레이션을 하며 상업적으로 팔기 위한 노래를 만든다는 얘기.

소설만이 아니라 비문학과 작가 인터뷰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많다.

노래를 파는 것이 아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만든 무언가를 판다는 말.

솔직히 완전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현 아이돌 시장은 그렇게 이뤄져 있으니까.

그들의 무대. 노래와 댄스보다 그들 자체에 가치가 있으니까.

인기 있는 아이돌이 나오는 공연에 푯값이 오르고.

기부 프로그램에 유명 아이돌이 나오니 기부금이 확 늘어나고.

그들이 하는 광고는 완판된다.

솔직히 그들이 어떤 노래를 하고 어떤 무대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예쁘고 잘 생기고 내 마음에 들면 끝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정말 요상한 것들도 많이 생겼다.

라이브 방송은 기본이고 마치 가수와 직접 문자 하는 느낌을 주는 앱도 있다.

실제로 덕질은 하는 사람들은 연애할 때보다 더 큰 쾌감을 느낀다고 하니까.

내가 바라마지않는 상대와 연애하는 기분을 느끼는 것과 다름없다고도 하고.

우리나라 주류 가요계는 어쩔 수 없다.

이미 팬들은 거기에 익숙해졌고 당연하게 느끼고 있으니까.

가수의 노래를 즐기고 소비하는 사람보다.

그들과 어떤 감정의 교류를 소비하는 사람이 월등히 많아졌다.

그래서?

“그게 나쁜 걸까?”

우리가 하는 건 순수 예술이 아니다.

가요를 모두 대중음악이라 부르니까.

대중을 위한 음악이고 대중을 위한 아이돌이다.

아이돌은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고.

상품은 고객의 니즈를 충족해야 한다.

즉, 대중이 원하는 걸 주는 게 자본주의 사회의 대중음악이다.

그것이 나쁘다고 한다면 문제는 아이돌에 있는 게 아니다.

대중이 나쁜 거지.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가치가 정량화돼 돈으로 계산된다.

단적인 예로 친구와의 우정도 돈으로 계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중파 방송만 봐도 누구한테 얼마까지 빌려줄 수 있냐는 질문이 심심치 않게 나오니까.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우정에 얼마까지 쓸 수 있냐는 말이잖아?

“노래도 마찬가지니까.”

노래의 가치는 주는 감동이나 어떤 새로운 시도나 독특한 멜로디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로지 판매량만을 보는 세상이니까.

내 곡이 얼마나 뛰어나고 내 곡이 얼마나 좋은지를 말하는 사람은 소수다.

대부분은 내가 얼마를 벌었고, 어떤 곡이 저작권 수입이 가장 높은지를 궁금해한다.

새로운 악기를 사용했고, 세상에 없던 어떤 멜로디를 만들었고.

그런 건 다 필요 없다.

단순히 세상에서 제일 많이 팔리고 있는 노래.

가장 돈을 많이 번 노래.

이런 얘기하면 다른 어떠한 설득도 필요 없이 사람들이 납득하니까.

이게 자본주의 사회다.

그런 사회에서 자본을 가진 사람이 원하는 걸 해주는 건 상품 판매자로서 당연한 얘기.

물론, 그것이 위법이거나 도덕적으로 해선 안 될 행위라면 당연히 안 되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잖아?

대충 땡중 세력이 원하는 바를 알 거 같다.

그들은 지금 현 가요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그런 시장이라 급이 떨어진다는 논리 구조가 해괴한 주장을 펼치는 거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가수가 없는 거도 아닌데.

나만 해도 빌보드에 내건 곡이 몇 곡인데.

땡중 세력은 그저 개인의 성취일 뿐이라고 한다.

현 가요계는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는 이야기.

솔직히 그렇지 않다.

음악적 취향이라는 게 진보와 퇴보가 나뉜다는 거부터 잘못됐다.

그냥 좋아하는 게 달라지는 거다.

시대에 따라서 유행이 바뀌듯.

시대에 따라서 좋아하는 게 달라지는 거다.

그걸 퇴보로 몰고 간다니.

“머리 많이 썼네.”

그들의 의도는 예술계에서 가요계의 위치를 떨어트리며 과거로 회귀시키려는 거 같다.

딴따라라고 불리며 가요계가 무시당하던 그 시절로.

가요를 즐기는 사람은 여전하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솔직히 나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올 거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저런 활동은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사람들의 인식에 자연스럽게 침투해 가치관을 서서히 바꾸는 행위.

최소 몇십 년은 지나야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겠지.

아마도 내가 가요계에서 공고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니 가요계를 죽이는 선택을 한 거 같다.

가요계를 죽이고 그들은 다른 쪽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거지.

혹시 연예계에도 그들의 마수가 이미 뻗쳐있지 않을까?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아들.

“아빠. 혹시 그 땡중 세력이 포섭하려는 사람 중에 연예인도 있어?”

-몇 있긴 한데. 아직 딱히 많지는 않은 거 같아.

“그래? 연기자나 예능인 쪽으로 별로 없어?”

잠시 서류를 뒤적이는 소리가 들린다.

-으음, 그렇게 특정하니까 적은 수는 아닌 거 같기도 하네.

역시.

“그들도 조사를 좀 해 줘.”

-그래. 알았어.

통화를 마치고 잠시 머리를 잡는다.

“이런 대규모 공격은 예상치 못했는데.”

너무 안일했다.

벌써 일이 너무 많이 진행됐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사람들의 글과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나의 노래와 내 여인들의 무대를 즐기는 사람들 보다.

사회적 지위나 영향력이 높을 확률이 높다.

사회적으로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은 아쉬울 게 많이 없으니까.

굳이 아이돌과 가요계를 좋아하지 않아도 욕망을 채울 수 있다.

고상한 클래식을 듣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이런 글은 가뭄의 단비 같겠지.

내 자녀가 아이돌을 좋아하거나 하면 더더욱.

“이거 생각보다 효과가 빠를 수도 있겠는데.”

단순히 생각해서 게임만 봐도 그렇다.

게임이 주는 이점은 없이 그저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 의해 우리나라 게임 산업은 굉장한 규제를 맞았으니까.

단순히 자신들은 거의 즐기지 않고, 아이들이 좋아하는데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는다는 이유.

솔직하게 말해서 고상한 사람들이 즐기는 미술이나 음악도 게임과 크게 차이가 없다.

생산성 없는 유희 활동이니까.

단지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지 않으니 질병으로 여겨지는 거다.

그렇게 따지면 문화 활동이 전반적으로 질병이지.

한두 시간 미술관에서 그림을 구경하는 것과.

한두 시간 레이드로 보스몹을 잡는 건 똑같이 생산성 없는 유희 활동이니까.

물론, 게임의 중독성이 다른 문화에 비해 조금 높다고 할 순 있지만.

그건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미술도 음악도 제대로 파고든 사람은 심각할 정도의 중독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단지, 그들을 나쁘게 보지 않을 뿐이지.

“후우우, 일단 나는 내가 할 일을 하자.”

다방면에서 다채로운 공격이 들어오고 있었다.

너무 모르고 있었네.

이제는 알게 됐으니 그 대처를 찾을 수 있을 거 같다.

바쁜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리얼리티 촬영 시작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우와아!”

“어때 좋은 거 같지?”

“네! 재밌을 거 같아요.”

빌린 곳은 꽤 커다란 펜션.

하나의 커다란 본관과 옆에 별채가 하나 있다.

펜션의 마당은 산책로로 구성된 공원이 있고.

건물 1층 뒤쪽은 커다란 풀장이 있고.

옆으로는 온천도 있다고 한다.

오! 애들 여기서 수영복 입고 놀기만 해도 시청률은 쭉쭉 오르겠다.

본관을 내 여자들이 사용하고.

새로운 걸그룹 애들은 별관을 사용한다.

같은 건물은 아니지만, 한 공간에 있으니 촬영 중간에 누구든 화면에 걸릴 수 있다.

즉, 내 여자들의 팬들이 혹시 모를 마음으로 새로운 걸그룹의 리얼리티를 볼 수밖에 없다는 내용.

“안녕하십니까!”

우리가 집을 구경하는데 이쁜 여자애들 일곱이 들어왔다.

여섯은 연습생들이고 하나는 보민이.

보민이야 이미 친분이 있기에 뒤에 서서 아이들이 인사하는 걸 본다.

“어머, 너희구나.”

초유 누님이 빠졌기에 가장 언니는 선애 누나.

선애 누나가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 준다.

“자자. 다들 모여봐.”

모든 인원이 다 모였고. 1층 로비에 모두를 집합시켰다.

“촬영은 내일부터 시작이고. 카메라 없는 곳은 진행팀에게 잘 들어야 해.”

“내일 입장부터 촬영하는 거니까 처음 오는 거처럼 해야 하고. 또....”

나는 여인들과 이런저런 주의 사항을 알려줬다.

“그럼 다들 오늘은 짐 챙겨서 내일 촬영 잘 하자.”

“네!” “그래!” “응!”

제각각의 대답.

즐거운 분위기 그대로 나는 여인들에게 잡혔다.

“응? 왜?”

“호호. 이대로 사라지려고?”

“같이 집으로 가야지. 그, 그럴 거야.”

아마도 여인들이 작정한 모양.

“너, 너희도?”

“어, 언니가 같이 가자고 하셔서요.”

“그, 그래.”

연습생 애들까지 언제 포섭했는지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아이들.

커다란 버스 두 대를 대절해 왔기에 자리는 넉넉했다.

나와 같은 버스에 누가 탈지 누가 내 옆에 앉을지로 가위바위보를 하던 여인들.

나야 차에서 뭘 할 생각이 없어서 그냥 웃으며 지켜봤다.

집에서 수십의 여인에게 윤간당할 필인데 여기서부터 힘을 뺄 수 없다.

다 함께 도착한 집.

집에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긴다.

“오! 왔어?”

“누님. 무슨 냄새에요?”

“음식을 좀 시켰어.”

“우와!”

거실에 엄청나게 차려진 음식들.

족히 50명은 먹을 수 있을 거 같은데.

게다가 냉장고가 두 개나 들어와 있다.

수 종류의 술들이 가득 찬 술집에서나 보던 유리문 냉장고.

“하아아. 오늘 파티였구나.”

“자자. 내일 촬영하는 애들은 적당히 마셔야 하는 거 다 알지?”

“네에!”

초유 누님이 상황을 정리한다.

연습생 애들은 눈치껏 알아서 답했고.

뭐야? 쟤네는 또 언제 불렀어?

“에스걸즈도 왔네?”

그것도 딱 내가 따먹은 애들만 왔다.

“호호. 새로운 시작을 기념하는 전체 회식이자 파티니까! 어때 자기?”

“화려하네요.”

연예계에 내노라하는 사람들이 다 모인 느낌이다.

뭐, 다들 한 미모 하기도하고.

집이라 복장이 편한 거도 있어서 어디로 눈을 돌려도 눈이 즐거웠다.

“헤헤. 선생님.”

“피디니이임.”

“피디님.”

가장 내 주변에 오래 붙어 있는 건 말한 순서대로 지인과 미리, 시연.

뭐 내가 오기 전에 다 같이 게임이라도 한 거 같더라고.

얘네가 어떻게 우승했는지 모르겠지만. 나야 다 사랑하는 사람이니 누가 있어도 좋다.

작고 소중한 지인과 육덕진 몸매로 촉감 지리는 시연이.

잘 빠진 몸매의 매끈하고 게으른 고양이 미리.

천국이 따로 없네.

다음화 보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