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443화 (443/450)

443.

아직 나와 특훈을 하지 않은 마지막 연습생.

토끼상의 귀여우면서도 청순한 미녀 채유.

막내랑 죽이 잘 맞는 장난을 좋아하는 위트 있는 친구다.

매번 애들이 남은 아이를 위해 기다렸지만.

오늘은 채유가 혼자 남아 있다.

촬영 때문에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까.

“오래 기다렸니?”

“살짝 무서웠지만. 괜찮아요. 헤헤.”

폰을 보던 채유가 내 인기척에 도도도도! 하고 뛰어 왔다.

무서웠구나?

“고생했어. 바로 갈까?”

“네!”

살짝 긴장한 듯 보이는 채유.

긴장하긴 했지만, 사람 자체가 밝고 유머 좋아하는 사람이라.

눈가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헤헤. 피디님. 우리 단둘이 어디로 가요?”

“내 집으로 갈 건데.”

“집이요? 어머! 저 집에 데리고 가서 뭐 하시려고!”

가슴 앞에 손을 엑스자로 교차해 가리는 채유.

“너는 거기 가릴 필요 없지 않니?”

“아악! 저, 은근단이라구요!”

“은근? 앞이랑 뒤는 구별되고?”

“아니이!”

채유는 확실히 가슴이 작다.

딱 봐도 A컵.

여자라면 몸에 있어야 하는 커다란 방지턱.

채유의 방지턱은 거의 가짜 방지턱이지.

“씨이이. 너무해요. 피디님!”

“응? 뭐가?”

“근데 왜 집으로 가요?”

확실히 대화가 정신이 없다.

“이 시간에 이런저런 상담도 하고 연습도 하기 좋으니까. 내가 얼굴이 많이 알려져서 이 시간에 여자 연습생 데리고 어디 들어가면 이상한 소문 돌아.”

“으음, 확실히 피디님이라면 소문이 돌만 하겠어요.”

“뭐?”

“헤헤. 아니에요.”

이거 나도 한 방 먹었네.

가슴으로 놀렸다고 아픈 과거를 들춰?

넌 오늘 죽었다. 이따 아주 실신할 때까지 쉬지 않고 박아 줘야지.

그래도 유쾌한 분위기여서 그런지 딱히 기분이 나쁘거나 하진 않았다.

채유가 이뻐서 그렇지 뭐.

난 언제나 미녀한테 약하니까.

내 취향에 맞는 최상급 미녀가 말하는데 기분 나쁠 수가 없다.

나도 참 대단하다.

어떻게 내 취향에 딱 맞으면서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여자를 여섯이나 모았지?

집에 도착해 채유와 함께 들어왔다.

눈을 크게 뜨고 뭐가 신기한지 집을 둘러 보는 채유.

토끼상 얼굴이라 눈을 크게 떴을 때 특별히 더 귀여운 거 같다.

아직 젖살이 안 빠진 거 같은 토실한 볼따구와 조금 커서 살짝 눈에 띄는 앞니까지.

진짜 토끼 같네.

볼때기 잡고 마구 잡아당기고 싶은 얼굴이다.

“아앗?”

“뭘 그렇게 보고 있어?”

하고 싶은 건 해줘야지.

아프지 않을 정도로 채유의 볼을 잡고 당겼다.

“히잉. 왜 꼬집어요오.”

“귀여워서 그랬다.”

“흐응, 언니들도 맨날 그러는데.”

하긴, 저 볼살을 보면 참기 힘들지.

커다란 가슴이 출렁이는 데 만지는 걸 참는 것과 같은 난이도다.

“마실 거 좀 줄까?”

“커피 마시고 싶은데 지금 마시면 잠 안 오겠죠?”

“아무래도 그렇지?”

“흐음, 그럼 달콤한 거요.”

냉장고를 열었더니 복숭아 아이스티가 보였다.

“이거 어때?”

“좋아요!”

컵에 따라 대접하고 나는 물을 챙겨 채유의 옆에 앉았다.

“그래. 노래하면서 뭐가 제일 힘들어?”

매번 데리고 와서 하는 말이 똑같은 거 같지만, 내가 할 일이 그거니까 어쩔 수 없다.

“으음, 힘든 건 따로 없는데요.”

근데 실력이 왜 그 모양이야?

확! 쏠 뻔했지만, 한 번 참았다.

“그럼 한 번 불러볼까?”

“네!”

채유가 일어나 노래를 시작했다.

그냥저냥 무난 무난한 노래.

채유의 노래 실력은 노래방에서 들으면 딱! 노래방 책 보기 좋은 배경음.

누군가를 몰입하게 하거나 감동을 줄 수 있을 만한 노래는 아니다.

그렇다고 웃기다거나 너무 못해서 집중할 수 있을 노래도 아니고.

솔직히 지금 채유를 아이돌로 데뷔시키는 건 좀 빡세긴 해.

노래 분량 별로 없는 비주얼 센터 멤버.

아니면 춤을 엄청 빡시게 시켜서 춤 담당 멤버로도 쓸 수야 있겠지만.

채유의 신체 비율로 춤 멤버는 조금 그래.

채유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춤을 추기에는 비율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작은 체구에 전체적으로 날씬하게 잘 빠진 몸매긴 하지만.

비슷한 느낌인 지인이와는 다르게 뭔가 짧은 느낌이 드는 몸이다.

더불어 생긴 거도 귀여운 토끼상이라 동글동글하니 귀염뽀짝 느낌이 강하다.

그런 이미지로는 춤을 아무리 잘 춰도 그리 잘 추는 느낌이 나지 않는다.

사실 일반인들에게 보이는 춤 실력은 분위기나 표정이 반 이상 먹고 들어가니까.

으음, 그래도 성격도 좋고 활발하니까 예능캐로 활용할 순 있겠네.

솔직히 많은 아이돌이 그런 멤버를 가지고 있다.

어떤 그룹의 멤버는 노래에 분량이 6초 나오는데 예능으로 빵 떠서 꽤 오랜 시간 사랑받으며 활동하고 있으니까.

지금의 채유는 딱 그 정도로 데뷔할 수 있을 거 같다.

솔직히 외모가 나쁘지 않으니까 예능을 많이 돌리면 경험 쌓게 해서 윤진이처럼 만들어도 좋을 거 같고.

연기 수업을 시켜서 활동 쉴 때 연기로 활동하거나 인지도만 얻고 탈퇴해서 연기자로 전향하는 거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물론, 탈퇴 후 전향은 욕을 좀 먹겠지만.

연기력 논란만 안 나오면 어떻게든 활동을 이어갈 수 있으니까.

“흐음.”

“왜요? 별로예요?”

“응. 별로야.”

“헉!”

내 직설적인 말에 놀라 눈을 똥그랗게 떴던 채유가 상처받았다는 듯 가슴을 움켜쥐고 입을 연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하여간 리액션은 진짜 좋다.

얘랑은 이런 대화만 해도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갈 느낌이다.

“별로인 걸 별로라고 하지 그럼 잘 했다고 하니?”

“그, 그래도 조금 돌려서 말할 수 있잖아요. 엄마는 외계인에 민트 초코가 섞였다거나, 너구리 라면에 달걀을 넣은 거 같다 거나.”

중얼중얼 요상한 주문을 외는 거처럼 말하는 채유.

으음, 그래도 엄마는 외계인에 민초 섞인 거 괜찮을 거 같은데?

너구리 자체를 잘 안 먹어서 달걀을 넣어도. 아니, 이렇게 말리면 안 되지.

말을 막기 위해 채유의 볼을 꼬집었다.

“아읏! 포, 폭력까지.”

“이게 무슨 폭력이야. 귀여워서 잡은 거지.”

“으으. 그런 가벼운 마음에 개구리가 죽는다고요!”

갑자기 개구리는 또 왜 나와?

정말 정신없는 친구긴 하다.

“너 노래방에서 노래하면 친구들이 자기 부를 노래 찾느라 책만 들춰 보지 않아?”

“헉! 어떻게?”

“뭐가?”

“호, 혹시 신기가 있으신가요?”

신기는 무슨.

내가 노래 봐준 사람이 몇인데 이 정도도 모를까.

“네 노래가 조금 애매해서 그래.”

“애매해요? 뭐가요?”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하며 날 보는 채유.

아까 했던 생각을 가감 없이 직설적으로 말했다.

얘는 워낙 요상한 생각을 많이 해서 돌려 말하면 어떻게 이해할지 알 수가 없기에.

최대한 직설적으로 말하는 게 좋다.

“으으, 그렇군요. 그런 저 짤리는 건가요?”

“응? 내가 널 왜 짤라. 그걸 고쳐 주려고 오늘 부른 건데.”

“와! 이 시대의 명의셨군요.”

“다른 애들 특훈하고 노래 좋아진 거 봤잖아?”

채유가 고개를 마구 끄덕인다.

“저도 그런 비책이 있는 거군요.”

“으응, 비, 비책이라면 비책이지.”

채유가 너무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게 달려들어 조금 당황했다.

“사부님! 가르침을 청합니다.”

이번엔 또 무협이냐?

포권을 하며 무릎을 꿇는 채유.

“일단 일어나.”

“가르침을 주실 때까지 여기서 한 발자국, 으에에!”

볼을 확 꼬집어 당겼다.

아프다며 내 손을 잡고 일어나는 채유.

진짜 얘는 이 외모 아니었으면 삶이 꽤 힘들었을 거 같다.

이쁜 애니까 이런 대화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거지.

조금 못난 사람이었으면 다들 얘와 대화를 하기보다는 피하길 택했겠지.

나도 잠깐 대화 나눈 거로 정신이 혼미해졌으니까.

“어휴, 지친다.”

“피곤하세요? 그래도 비책은 남겨 주시고.”

“알았다! 알았다.”

“화나셨어요? 죄송해요. 히잉.”

채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진정시켰다.

나도 채유도.

“화 난 건 아니고. 네가 정신없게 해서 그래.”

“제가 정신이 없었군요.”

정신 나갈 거 같아. 점심 나가서 먹을 거 같아.

“그래 그 비책을 알려 주마.”

“오오! 스승님!”

이럴 땐 그냥 맞춰 주는 게 제일 좋다.

컨셉에 맞춰 원하는 대로 조금 말해 주는 것만으로 다 해결될 거 같으니까.

“노래는 기운이다!”

“기운이요?”

“그래. 단순한 소리가 어떻게 사람을 울고 웃게 할 수 있겠느냐.”

“그, 그렇네요!”

놀란 눈으로 날 보는 채유.

귀여운 표정에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는다.

지금은 근엄해야 할 타이밍이니까.

아니, 내가 어디까지 컨셉에 몰입해야 하는 거야?

순간 너무 몰입했네.

“네 노래에는 기운이 없다. 단순히 듣기 좋은 소리지.”

“드, 듣기는 좋아요?”

“어허. 질문은 나중에!”

“망극하옵니다!”

나름 컨셉에 맞춰 무협 느낌으로 갔는데 갑자기 사극 톤으로 답하는 채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다 정말.

리얼리티에 이런 모습이 나가면 꽤 인기를 끌 거 같다.

아무래도 이쁜 애가 조금 특이한 건 매력으로 보이니까.

주변에 있는 사람이야 정신 나갈 거 같지만.

방송으로 편집된 모습을 보는 시청자는 그 정도는 아닐 테니까.

“그래. 기운을 뚫기 위해선 필요한 것이 있다.”

“하명하시면 준비하겠사옵니다!”

“따로 준비는 필요 없다. 나의 기운으로 뚫어줄 터이니.”

“역시! 신기 있는 게 맞았어.”

갑자기 신기는 또 왜 나와?

생각해보면 마기를 사용하는 게 신기나 다름없긴 하다.

미래 예측은 못 해도 뭔가 운수를 바꿀 정도는 되니까.

“어쨌든 기운을 뚫어야 노래가 잘 나올 거야.”

“진짜 그런 게 있어요?”

“다른 애들이 증명한 거 아닐까? 다들 실력 엄청 늘지 않았어?”

“확실히 그렇네요.”

요번 빌드업은 역대급 개소리네.

그래도 지금까지는 뭔가 말이 되는 느낌으로 따먹었는데.

호흡이라느니 감정이라느니 하는 현실적인 느낌.

이번엔 진짜 판타지 설정으로 따먹네.

이게 통하는 거도 확실히 웃긴 일이다.

“그럼 기운은 어떻게 뚫는 거예요?”

“우선 목욕재계를 해야지.”

“목욕재계요?”

“응. 화장실 가서 깨끗이 씻고 와.”

살짝 의심의 눈초리로 날 보는 채유.

“뭘 그런 눈으로 봐. 막말로 내가 너 어떻게 해도 상관없잖아?”

“네? 무, 무슨 그런. 하읏!”

뭔가 그런 필이 왔다.

씻으라는 얘기를 했더니 의심의 눈초리로 날 보긴 했지만.

은근히 묘하게 기대하는 느낌.

무조건 수습할 자신이 있기에 그냥 강하게 나갔다.

채유를 확 당겨 안으며 엉덩이를 꽉 쥐었다.

“어때?”

“이, 이러시면 안 돼요.”

“왜? 같이 씻을까?”

“아, 아니. 그, 그런.”

당황했지만 날 밀어내지도 내 손을 쳐내지도 않는 채유.

엉덩이를 열심히 주무르고 있는데 점점 볼을 발그레 물들이며 흥분하는 채유다.

다리를 비비는 게 조금 젖었을지도?

“씨, 씻고 올게요.”

많이 당황했는지 채유가 화장실로 후다닥 달려간다.

귀엽기는.

살짝 웃고는 소파에 앉아 조금 기다리다 좋은 생각이 났다.

그냥 문 열고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닐까?

채유가 화장실 문을 잠그지 않은 거 같다.

잠가도 열 수 있긴 하지만.

잠그지 않은 건 신호나 다름없는 거 아니냐?

들어와 달라고 하는 거잖아.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내가 들어갈 수 있다는 거고.

채유는 놀라긴 해도 그런 날 거부하지 않을 거라는 거다.

화장실 앞에서 팬티를 빼고 옷을 모두 벗는다.

바로 알몸으로 들어가도 되지만, 자지를 보여주는 건 또 하나의 이벤트니까.

문고리를 잡았다가 살짝 멈췄다. 얘가 오줌을 싸고 있거나 하면 안 되니까.

조금 기다렸다가 들어가야지.

바로 따라 들어가는 건 조금 그렇잖아.

귀여운 채유의 소변보는 모습을 보는 거도 그리 나쁘진 않을 거 같지만.

채유는 수치사 할 수도 있다.

내게 오줌 싸는 모습을 보이면 부끄러움에 될 것도 안 될 수 있다.

자극도 좋지만, 적당히 할 필요가 있다.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옷을 입고 들어갔기에 안에서 옷을 벗고 이제 씻기 시작하겠지.

물 틀어 두고 소변을 볼 수도 있으니 딱 2분만 참았다 들어갈까?

시간을 너무 주기엔 내 인내심이 그리 대단하지 못하니까.

마음속으로 시간을 세고 문고리를 잡는다.

조금 흥분한 상태라 초를 빨리 셌을 수도 있으니 조금만 더 참고.

그대로 문고리를 내려 문을 연다.

“우왓!”

“어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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