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
“탐정님! 아시겠지만, 노래는 근육으로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긴 하지?”
수희가 자신의 이두를 자랑하는 포즈를 취하며 말을 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근육 없이 호리호리한 2번은 음치가 확실합니다!”
“그래? 넌 근육이 그런데 왜 노래가 안 늘어?”
“엇!”
당황하는 수희.
사실 수희의 노래가 많이 늘긴 했지만.
프로듀서로서 할 수 있는 티키타카다.
“몸 근육 말고 노래 근육도 신경 쓰도록 해!”
“아, 알겠습니다. 히잉.”
서운한 목소리를 내며 앉는 수희.
수희의 희생으로 모두 유쾌하게 라운드를 넘어갔다.
“수희 조수의 의견은 나름 타당한 거 같네요. 이번에 제가 제외할 사람은!”
“사람은!”
살짝 뜸을 들이고 입을 연다.
“4번! 1번! 무죄!”
“사버언! 일버언! 무죄에에!”
엠씨들이 1라운드 보다 더 크게 소리친다.
“과연 두 참가자는 음치가 아닐지!”
“지금 바로 확인해 보시죠!”
4번 참가자를 먼저 말한 건 1번 참가자가 잘 생겼기 때문.
1번을 더 뒤에 노래하게 만들어 조금 더 주목시킬 수 있도록 나름 신경을 썼다.
잘 생긴 남자는 뭘 해도 이슈가 될 테니까.
프로그램 시청률도 신경 쓰는 거고.
내가 나왔는데 화젯거리가 너무 적으면 또 자존심 상하니까.
4번 참가자는 무난하게 노래를 잘 끝냈다.
모두 조금 더 너스레를 떨며 실력자라고 추켜 올려주고.
시작되는 1번 잘생긴 참가자의 노래.
“아! 나 이 사람 엄청 기대돼.”
윤진이가 손을 모으고 살짝 참가자를 본다.
얼굴을 붉히는 참가자.
하긴 윤진이 정도의 얼굴을 가진 친구에게 내성이 없는 사람은.
윤진이가 자신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할 수 있다.
나도 얼굴에 혹해서 윤진이를 따먹었으니까.
저 얼굴 보고 벗겨 놨을 때 매력 떨어질지 어떻게 알아.
일단 먹고 보는 얼굴이지.
사실 윤진이 정도 얼굴이면 몸매고 뭐고 얼굴만 보고 있어도 3일은 마구 박아줄 수 있다.
물론, 그 3일이 지나면 질린다는 함정이 있지만.
아! 그렇다고 내가 윤진이한테 질렸다는 건 아니다.
윤진이는 귀여운 애완 강아지니까.
강아지는 안 질려!
“오! 이 노래를!”
반주가 흘러나온다.
이거 내 노랜데?
남자 노래도 아니다.
예전에 현정 누님에게 줬던 곡.
현정 누님은 나이가 많아가지고 내 여자였지만.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서로 부담스럽긴 하니까.
현정 누님도 젊고 화려한 애들이랑 자신을 비교하며 자존감이 떨어졌겠지.
남자 키로 바뀐 노래.
참가자가 마이크를 가까이한다.
[예에에!]
화려한 애드립.
알엔비 장인이 부른 노래답게 꽤 어렵고 높은 곡인데 남자 키로 잘 소화하는 1번.
오! 좀 치는데?
다들 진짜로 감탄한 느낌이다.
“와! 1번 참가자 엄청 노래 잘 하네요.”
“저 정만 반했을지도?”
하여간 윤진이도 여우 짓 참 잘해.
내가 질투 안 하는 거 알고 일부러 더 저러는 거 같기도 하고?
“이번에 두 사람 모두 음치가 아니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탐정님!”
“하하. 당연한 일이죠!”
이제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라운드 전에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다.
“어우 녹화가 꽤 기네.”
“힘드시죠?”
“괜찮아.”
내게 다가와 재잘재잘 떠드는 두 여인.
윤진과 수희는 같은 회사고 오래 같이한 사이인 걸 아는 다른 연예인들도 이상하게 보진 않는다.
물론, 서로 크게 문제 될 행동을 안 하는 거도 있고.
대략 10분 정도 휴식을 가지고 다시 시작된 녹화.
“자! 마지막 라운드가 시작됐습니다!”
“이번 라운드 단서는!”
“바로 음치의 음성!”
“남은 두 명의 참가자와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시간인데요.”
엠씨 한 명이 씩 웃으며 날 본다.
“아! 이거 사심이 조금 섞인 거 아닌가요?”
“사심이요?”
“모르는 척하신다?”
“사심은 제가 아니라 그쪽이 있으신 거 같은데요?”
당했다는 듯 크게 웃으며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 엠씨.
“하하하. 그럼 바로 진행하실까요?”
“네! 그럼 6번 참가자 먼저 하겠습니다!”
“오! 바로 2번 참가자가 아니라 6번부터요?”
“맛있는 건 아껴 먹는 편이라.”
스튜디오에 웃음소리가 퍼졌다.
“사심 맞네!”
남자 패널의 말에 씩 웃고 마이크를 들었다.
“6번 참가자!”
“네.”
“평소에 노래방 즐겨 가시나요?”
“노래방을 자주는 아닌데 친구들이랑 술 먹거나 하면 종종 가죠.”
확신이 생겼다.
2라운드에 들었던 음치의 노래와 톤이 거의 일치한다.
내가 듣는 귀 하나는 정확하니까.
그 뒤로는 웃음을 뽑아내기 위해 이상형이나 2번 참가자가 어떤지나 여친이 있는지 같은 쓸모 없으며 장난스러운 질문을 했고.
6번 참가자는 당황했지만, 나름대로 재밌게 잘 답을 했다.
“자! 시간 모두 지났습니다.”
“아!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자! 6번 참가자는 어땠나요? 음치 같았나요?”
“음, 2번 참가자와 인터뷰까지 해보고 말씀드리죠.”
그렇게 바로 시작된 2번과의 인터뷰.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어라? 2번 참가자도 목소리가?
아까 나왔던 허스키한 음치의 목소리랑 비슷하다.
아니! 저 얼굴에 허스키한 목소리라니.
“혹시 연예인 지망생이나 어디 연습생 아니에요?”
“에이, 아니에요.”
“근데 왜 그렇게 이뻐요?”
“네?”
사심을 채우는 대화 시간.
마치 소개팅하는 거처럼 재밌는 대화를 뽑았다.
살짝 의심이 가긴 했지만, 내 선택은 6번이다.
6번은 음치라는 확신을 줬고 2번은 살짝 헷갈린 분이니까.
“아니! 이거 수사를 해야지. 사심을 채우시면 어떡해요?”
“다! 수사에 필요한 겁니다. 그래서 이상형이?”
“어, 배울 점 있고 자상한 사람이요?”
“나잖아?”
“이분이 진짜!”
유쾌한 분위기로 2번 참가자와 대화가 끝이 났다.
“자! 소개팅, 아니! 단서는 잘 찾으셨나요?”
“네. 확신이 생겼습니다.”
“오! 확신이요?”
“2번 참가자는 제 스타일이 확실합니다!”
웃자고 살짝 농담을 던졌다.
2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패널들과 엠씨 둘은 웃음이 터졌다.
“아니! 여기 짝짓기 프로 아니에요. 잘못 나오셨어요.”
“아차차! 하하. 제가 잠시 착각했네요.”
“그래서 음치는 찾으신 거 같나요?”
“물론이죠! 정말로 확신이 생겼습니다!”
오! 하는 소리와 함께 내게 집중된 시선.
“2번!”
“2번! 무죄인가요? 음치인가요?”
“무죄!”
“무죄에에에에!”
내 발언에 엠씨들이 놀라 날 본다.
“6번이 음치라고 선택해 주셨는데요.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제가 듣는 귀는 꽤 좋은 편이라고 자부하는데요.”
“그건 세계가 인정하고 있죠.”
“2라운드에 들었던 음치의 노래와 6번분의 톤이 완전히 유사했습니다.”
오오! 하며 놀라는 엠씨들.
“흐음, 제가 듣기엔 2번분도 비슷했던 거 같은데요?”
“아! 맞아요. 저도 살짝 고민했는데요.”
“근데 6번분을 선택하신 이유가?”
살짝 웃으며 2번을 본다.
“2번분이 제게 확신을 주셨다면, 6번분도 제게 확신을 주셨으니까요.”
“어떤 확신이죠?”
“바로 음치라는 확신이죠!”
“와! 이렇게 2번에 한 번 더 어필하는 거 봐.”
“앗! 들켰다.”
확실히 윤진이랑 내가 케미가 좋다.
하하하 웃으며 2번 여성이 무대로 온다.
오! 무대에 조명받으며 서 있으니까 진짜 태가 나는데?
왜 데뷔 생각이 없다고 했지?
솔직히 저기서 한 0.5점만 더 이쁘면 우리 연습생 애들이랑 비슷한 급은 될 텐데.
외모 티어를 뽑자면 1.5티어 급이라는 소리.
“오오! 이 노래는.”
날 보는 참가자들.
내 팬인가? 내 노래가 나왔네.
어려운 노래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내 노래는 부를 사람 맞춤으로 편곡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남이 커버하기 어렵다는 평이 많은 노래.
2번 참가자가 선택한 노래는 시연이에게 줬던 곡이다.
시연이처럼 육던진 애가 가슴으로 노래하는 거도 좋지만.
이렇게 이쁜 애가 얼굴로 노래하는 거도 나쁘지 않지.
시작되는 2번 참가자의 노래.
“엇!”
“아아.”
“아니!”
모두가 놀랐다.
이거 맞아?
2번이 음치였다.
아까 들었던 허스키한 목소리에 음정 박자를 마구 넘나드는 재밌는 노래.
“아아아.”
2번 참가자가 노래를 마치고 섹시하게 웃는다.
“힝! 속았지?”
내게 도발하듯 귀엽게 멘트를 친 참가자.
“어떻게 사나이 순정을 이렇게 짓밟을 수 있는 거죠?”
“아아! 2번 참가자는 음치였습니다! 이렇게 마지막 라운드에서 30만 원을 챙겨 가는 2번 참가자!”
“아직 한 발 남았다.”
나는 6번 참가자를 보며 확신에 차 고개를 끄덕인다.
이 사람은 확실히 음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아까 노래였는데.
음치가 3명일 수도 있으니까.
“자! 2번분 자기소개....”
2번과 인터뷰는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너무 충격적이라서.
“자! 아직도 그 확신은 유효한가요? 탐정님?”
“아아. 배신당한 남자의 마음을 곡으로 만들어야겠네요.”
“하하하. 그렇게까지 상처가 되셨을 줄이야. 2번분 너무 하시네요!”
“제가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호호. 제 미모에 빠지셔서.”
말하는 걸 보니 이 분은 확실히 예능에 나오면 잘 될 거 같다.
윤진이의 경쟁자 포지션이겠네?
데뷔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알아서 하겠지.
여기서 좋게 본 사람이 윤진이 대용으로 싸게 써먹기 위해 오퍼를 보낼 수도 있는 거니까.
그렇게 2번의 순서가 끝나고 나오는 6번.
묘한 웃음을 입에 걸고 있는 게 느낌이 싸하다.
반주가 들리고 시작된 노래.
와! 이 친구 노래 잘 하네?
아까 음치 노래랑 똑같은 톤으로 멋진 노래를 부르는 6번.
“아아! 에스민 탐정님은 수사 실패!”
“실패!”
“실패라니!”
내가 살짝 고개를 떨구며 얼굴을 가렸다.
“세계가 인정한 듣는 귀로 음치 수사에 실패하셨는데요.”
“아, 민망하네요. 하하. 더 겸손하게 음악 하겠습니다.”
“오! 바로 인정하시는 모습 좋은데요?”
“어쩌겠어요. 근데 진짜 6번분 2라운드 노래는 찐 이였는데.”
6번 참가자가 씩 웃으며 마이크에 입을 댄다.
갑자기 무반주로 부르는 노래.
“어?”
아까 들었던 그 노래다.
음치처럼 노래하는 6번.
“와! 진짜 자기가 불렀으니까 내가 몰랐네!”
“실력자가 실력을 숨기고 노래를 불렀었네요.”
“당했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요.”
“하하. 그래서 오늘 6번 참가자는 상금 100만 원을....”
대충 상금 받아서 뭐 할건지 묻는 엠씨.
나도 마무리 인사를 마치고 그렇게 촬영은 끝났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돌아다니며 연예인들과 촬영팀에게 인사했다.
지나가다 마주친 2번 참가자.
“헤헤. 정말 팬이에요.”
“하하. 감사해요. 방송에 재밌게 나오려고 제가 조금 추파를 던졌는데 기분 나쁘거나 하시진 않았죠?”
“에이, 오히려 영광이었죠. 호호. 전 살짝 진심인지 알았는데. 아쉽네요.”
“하하하. 그럼 앞으로 예능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인사를 마쳤다.
여기서 여자를 더 늘릴 생각은 없기에.
조금 아깝긴 했지만, 음치를 고치려던 노력은 예전에 포기했다.
그거 생각보다 귀찮더라고.
“후우, 가 볼까?”
아인의 차에 홀로 탄다.
윤진과 수희는 집으로 가니까 따로 보냈다.
조금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지. 아직 연습생 한 명이 남았으니까.
얘네는 빠르게 다 특훈을 끝내고 데뷔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 섹스를 하고 마기를 넣어야 한다.
사실 섹스 없이 넣어도 되긴 한데. 내 욕망을 채우는 거도 있고.
섹스를 한 다음에 마기를 넣어야 더 잘 들어가는 거도 있다.
“후우, 피곤하네.”
“피곤해? 오늘은 쉬지그래?”
“아냐. 빨리빨리 데뷔시켜야지.”
리얼리티를 벌여 놔서 스케쥴을 미룰 수 없다.
이게 연습생들만 리얼리티를 기획한 거면 그냥 하면 되는 거라 상관이 없는데.
회사 전체 리얼리티와도 유기적으로 연결된 스토리라인을 만들어서.
하나 미루려면 전체가 밀려야 해서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후우, 그럼 이제 마지막인가?”
“응? 뭐가?”
“애들 특훈해 주는 거.”
“풋, 특훈 맞지?”
웃는 아인의 허벅지를 꽉 쥐고 살짝 웃는다.
“나름 특훈은 맞지. 후우, 넌 회사 갔다가 바로 들어가.”
“그래도 돼? 집까지 택시 타게?”
“응.”
“그냥 내가 가도 되는데.”
그러면 애들이 조금 민망해하더라고.
아인이 데려다주면 뭔가 방어기제가 더 많은 거 같더라.
그럼 오늘 마지막 특훈을 위해 힘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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