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441화 (441/450)

441.

“음악의 민족에 숨은 음치 DNA를 찾아라!”

“음치 수사대!”

“반갑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프로그램은 예능이지만, 살짝 다큐 형식으로 진행된다.

추리물 느낌이랄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악의 민족인데 그 안에 음치 DNA를 가진 스파이가 숨어있다는 느낌.

컨셉은 그렇지만, 일단은 그냥 음치를 찾는 프로그램이다.

다섯 정도의 패널과 2명의 엠씨.

그리고 주인공인 게스트.

엠씨는 진행자.

게스트는 탐정이고 패널들은 조수라는 컨셉이다.

“오늘 아주 대단한 탐정님을 모셨어요.”

“매번 대단한 탐정님 아니었나요?”

“하하. 오늘은 진짜 월드클래스 탐정님이에요.”

“오! 월클!”

엠씨의 만담으로 시작된 프로그램.

내가 나갈 시간은 아직 좀 남았다.

“자! 그럼 탐정님을 모시기 전에!”

“오늘의 조수분들 먼저 확인해 볼까요?”

“아! 오늘 조수진들 그 어느 때보다 빵빵합니다.”

“정말 이건 말도 안 되는 조수들이죠.”

패널 석에는 익숙한 얼굴이 몇 있다.

일단 날 돕기 위해 회사에서 함께 출연시킨 윤진이.

사실 윤진이 정도면 이미 예능에서 활약하는 거도 있고.

메인 게스트로 출연할 체급의 연예인이다.

윤진이 옆에서 웃고 있는 수희도 마찬가지.

수희는 슈가 페어리 셋 중에서 유일하게 예능에 나가는 걸 좋아한다.

본인이 헬창 이미지를 살려 예능캐로 활약하고 있기도 하고.

사실 음치 수사대 슈가페어리 편은 이미 방영하기도 했으니까.

“아! 오늘 탐정에서 조수로 좌천된 분이 한 명 보이는데요?”

“슈가 페어리의 수희씨! 이게 어떻게 된 거죠?”

“호호. 그만큼 오늘 탐정님이 대단하단 뜻이죠.”

“와! 이거 기대해봐도 좋겠는데요.”

수희도 이제 짬밥이 적지 않아서 엠씨들과 티키타카가 제법이다.

수희를 지나 앞에 앉은 남자 둘.

고정 패널로 한 사람은 예능에서 꽤 활약하는 개그맨이고 다른 한 사람은 과거에 꽤 유명했던 가수.

이제 노래는 안 하고 예능에서만 활동하는 연예인이다.

고정 패널인 만큼 엠씨들과 케미는 보장된 이들.

즐겁게 만담을 하며 나에 대한 기대감을 더 키운다.

“오늘 또 엄청난 분이 조수로 나와 주셨어요.”

“맞아요. 탐정으로 모셔도 괜찮을 분이 조수를 자처해 나왔다고 들었어요.”

“헤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조수 역할을 하는 성윤진입니다!”

“와아!”

윤진이 밝게 웃으며 인사하자 엠씨 중 한 명이 감탄한다.

확실히 윤진이 미모는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미모긴 하다.

방송용 세팅을 마친 윤진이는 진짜 여신 같으니까.

뭐, 집에 가면 한 마리의 강아지가 돼버리지만.

“오늘 각오 한 말씀 해주시죠.”

“각오요? 탐정님을 잘 보필해서 이쁨받아야죠.”

“오! 어떤 이쁨을?”

“헤헤. 곡이라도 하나 써 주시면.”

“어허!”

엠씨가 윤진의 말을 막는다.

“이거이거 윤진씨가 탐정님에 관해 큰 힌트를 주셨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시은씨.”

마지막으로 요즘 신곡을 발표해 열심히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

어떻게 들어왔는지. 누군가의 땜빵인지 예능에 잘 보이던 친구는 아니다.

나랑 인연도 없고.

어색한 얼굴로 입을 여는 시은.

“저, 저도 곡 받아보고 싶어요!”

“헤헤. 이 분 야망 있는 분이었네.”

당황한 후배가 조금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옆에 있던 윤진이 부드럽게 그 후배의 등을 쓰다듬으며 농담을 건넨다.

“야, 야망이요? 아니, 가수라면 누구나 꿈꾸지 않을까요?”

“그건 맞지.”

개그맨도 아이돌 친구의 긴장을 풀어주려는지 살짝 웃긴 톤으로 멘트를 받는다.

말을 더 시키면 분위기가 망할 거 같음을 감지한 엠씨가 빠르게 말을 돌린다.

“조수 여러분의 소개는 모두 끝났으니! 이제 탐정님을 한 번 모셔볼까요?”

“아! 벌써 기대가 됩니다.”

원래 프로그램 포멧은 탐정이 노래하며 나온다.

그 때문에 보통은 가수나 노래를 잘 하는 연예인이 섭외되는데.

나는 작곡가라 위치가 애매하다.

뭐, 그래도 내가 노래를 못 하는 건 아니니까 노래를 한다고 했다.

내가 만든 몇 안 되는 남자 노래.

승철 형님에게 드렸던 노래를 살짝 부르기 쉽게 편곡해왔다.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며 스튜디오로 나간다.

[오오오 오오! 후우!]

짧게 편곡된 노래를 마치고 살짝 숨을 들이마셨다.

“와아!”

“저는 이분이 노래도 잘 하시는지 몰랐는데요.”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의 작곡가가 된!”

“에스 민 프로듀서를 모시겠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날 소개하는 엠씨.

두 엠씨의 말에 웃으며 엠씨들 사이로 향한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에스민입니다.”

“와! 노래하시는 모습을 못 본 거 같은데. 꽤 하시네요?”

“하하. 저도 예전에는 아이돌을 꿈꿨었거든요.”

“정말요?”

놀란 엠씨의 말에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실력이 부족해서 프로듀서가 됐지만요.”

“오히려 좋았던 거네요?”

“모르죠? 제가 노래를 했으면 작곡한 노래가 아니라 부른 노래가 빌보드에 갔을지도?”

“에이. 방금 들었을 때 그 정도는 아니었다.”

평소 깐족거리는 거로 웃음을 뽑아내는 개그맨이 멘트를 친다.

“그래서 안 했잖아요. 하하.”

“오오. 쿨해. 쿨해.”

그렇게 시작 전에 티키타카가 끝나고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오늘 음치 수사 자신 있으십니까?”

“제작하는 사람으로서 자존심을 지키고 싶네요. 제가 또 미국 프로듀서 경쟁에서 1등 하지 않았습니까?”

“오오! 프로젝트 S 말씀이시죠?”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탐정님은 정말 기대해도 좋을 거 같네요! 그럼 오늘 용의자들을 모셔볼까요?”

무대 뒤로 일반인 참가자 여섯이 나왔다.

보통 음치의 숫자는 2명.

초반에 음치가 다 떨어지면 재미가 없기에 정확한 숫자는 알려주지 않고 매회 음치 숫자가 변한다.

총 3라운드로 진행되는데.

1라운드에 2명, 2라운드에 2명을 떨어트리고.

마지막 3라운드에 한 명을 선택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제목이 음치 수사대인 만큼 마지막에 음치를 찾아내는 게 목표.

마지막에 내가 선택한 사람이 음치라면 내 이름으로 사회단체에 100만 원이 기부되고.

선택한 사람이 실력자라면 그 사람이 상금을 받아 가는 프로그램이다.

“첫 라운드는!”

“관상 라운드!”

“음치는 생긴 거부터가 다르다!”

“음치 관상만 남기고 실력자를 용의 선상에서 제외하라!”

엠씨의 멘트 이후로 조명이 켜졌다.

“자! 참가자의 얼굴을 오목조목 따져 보고!”

“실력자를 용의 선상에서 제외하는 라운드입니다.”

“그럼 첫 번째 참가자!”

남성 참가자의 얼굴이 클로즈업돼 화면에 딱! 하고 나온다.

선 굵은 30대로 보이는 남성.

남성적인 매력이 있어 목소리 톤이 좋을 거 같은 얼굴이다.

“자! 탐정님 어떻게 보시나요?”

“선 굵은 남성미 넘치는 분이네요.”

“음치 같나요?”

“흐음, 목소리 톤이 좋을 거 같은 얼굴이라 일단 음치가 아닐 확률이 높은데요.”

그때 윤진이가 손을 들고 일어났다.

“탐정님 의견 있습니다!”

“네. 얘기해 보세요.”

“제가 봤는데 잘 생긴 사람 중에 음치가 많더라구요!”

“혹시 저분이 윤진씨 스타일인가요?”

살짝 웃는 윤진.

“에이, 제 스타일은 탐정님이죠.”

“안 통해!”

“아잇!”

“하하하하하.”

나와 윤진의 만담에 유쾌하게 분위기가 지나갔다.

“그럼 다음 참가자의 관상을 볼까요?”

“와.”

감탄하는 엠씨.

살짝 멀리서 봤을 때도 꽤 미녀 같아 보였는데.

클로즈업된 모습을 보니 확실히 이쁘다.

이 사람은 실력자겠네.

아마도 어디 연습생이나 연예인 지망생일 거 같다.

인지도를 얻어 보려고 나온 거겠지?

“자! 너무 감탄만 하지 마시고 의견을 내셔야죠.”

“하하. 아름다우시네요.”

“혹시 탐정님 스타일?”

“에이, 설마요. 윤진 조수가 보고 있잖아요.”

“어머!”

다시 유쾌해진 분위기.

그렇게 한 명 한 명 유쾌하게 만담을 하며 차례를 넘겼다.

여섯 중에 비주얼이 눈에 띈 건 첫 번째 선 굵은 남성미 넘치는 남성과.

꽤 이뻤던 두 번째 여성.

프로그램에 화제성을 생각하면 저 둘은 나중에 떨어트리는 게 좋을 거 같다.

“자! 그럼 탐정님. 용의 선상에서 제외할 두 사람을 선택해 주세요!”

“3번! 5번! 무죄!”

“3번! 5번 무죄에에!”

내 말을 따라 하며 텐션을 올리는 엠씨 둘.

“왜 저 두 사람이 음치가 아니라고 생각하셨나요?”

“3번분은 하관이 발달한 게 노래 잘 할 얼굴이에요. 5번분은 서 있는 자세가 예사롭지 않은 게 무대 경험이 있을 거 같구요.”

“과연 그럼 용의자의 무대 확인해 볼까요?”

이렇게 선택된 사람은 준비한 노래를 한 곡 하고 들어간다.

먼저 선택된 3번의 무대.

“과연 3번분은 탐정님의 말씀대로 음치가 아닐지!”

“아니면 음치가 교묘하게 용의 선상에서 탈출한 건지!”

무대가 올라오고 3번 참가자가 마이크를 잡고 섰다.

“지금 바로 확인합니다!”

반주가 나오고 살짝 리듬을 타는 3번 참가자.

오! 이거 꽤 어려운 노랜데.

리드미컬한 반주에 저음과 고음을 마구 넘나드는 난이도 있는 노래.

“와! 이걸 부른다고?”

“음치 아냐?”

“이거 진짜면 엄청난 실력잔데?”

반주가 끝나고 참가자가 마이크를 입가로 가져간다.

[후우우!]

미성의 편안한 저음.

“실력자!”

개그맨 패널의 말대로 3번은 노래를 꽤 잘 했다.

어려운 곡을 골라서 제대로 소화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듣기 좋은 노래를 했다.

다른 노래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마도 무명 가수인 거 같다.

욕심을 너무 부렸네. 차라리 더 잘 하는 노래 하는 게 화제가 됐을 거 같다.

“네! 다행히 3번 참가자는 음치가 아니었습니다. 그럼 바로 이어서!”

“5번 참가자의 무대를 보도록 하죠!”

3번이 인사를 하고 자신을 소개한 뒤 내려갔다.

어디 인디 밴드에서 보컬하는 사람이라고 하는 데 관심이 딱히 가지 않아 그냥 한 귀로 듣고 넘겼다.

흘러나오는 반주.

5번 참가자가 천천히 몸을 흔든다.

“어?”

뭔가 박자랑 어긋난 몸의 움직임.

저 사람 음치 아냐?

“음치 같은데?”

“아냐. 일부러 저럴 수도 있어.”

“일부러 박자를 안 탄다고? 그거 어려운 거 아냐?”

“음치네.”

패널들의 수군거림이 지나 노래가 나올 타이밍.

[으갸항! 하아악!]

요상한 음을 지르는 참가자.

“아아아!”

듣기 힘들면서 묘하게 매력적으로 웃긴 노래가 끝이 났다.

“이거 어쩌죠!”

“5번 참가자는 음치였습니다!”

“하하. 나이스!”

음치 참가자는 중간에 떨어지면 30만 원 상단의 상품을 받는다.

“용의 선상에서 벗어난 음치는 30만 원의 상금을 받습니다.”

“30만 원을 챙겨 가는 5번 참가자!”

“아아. 탐정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사실 그냥 제일 못생긴 남자 두 명 찍은 거다.

사실 나야 음치를 찾아도 못 찾아도 상관없으니까.

“흐음, 역시 관상은 믿을 게 못 되네요.”

“어허! 전국에 천만 관상가가 이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관상가가 천만이나 있어요?”

“모르죠!”

유쾌한 티키타카와 함께 2라운드로 넘어가는 엠씨들.

“자! 2라운드가 시작됩니다.”

“이번 라운드에서는 음치를 놓치는 실수를 범하면 안 되겠죠?”

“이번엔 제대로 해보겠습니다!”

“네! 그럼 2라운드. 음치 디엔에이를 품은 무대!”

2라운드는 각 참가자가 립싱크 무대를 하는 시간이다.

나오는 노래는 음치가 부른 노래.

음치의 무대를 립싱크하는 걸 네 번이나 들어야 한다니.

각 1분씩 짧은 무대지만. 꽤 힘들겠는데.

“먼저 1번 참가자! 준비해주세요.”

선 굵은 1번 참가자는 목을 꾹 누른 불편한 발성으로 노래하는 무대였다.

마치 장난감에서 나오는 목소리 같아서 묘하게 웃겼다.

이어진 2번 참가자의 무대.

아름다운 얼굴과 다르게 걸걸한 음성으로 음정, 박자를 무시하며 노래하는 2번.

이미지와 너무 안 어울리는 노래라서 내 생각에 확신을 더했다.

어디 연습생 아니면 연예인 지망생이네.

뭐, 이따가 무대 볼 수 있겠지.

4번 여성의 무대는 그냥 정석적인 음치의 무대였고.

마지막 6번의 무대는 꽤 웃긴 남자 음치의 무대였다.

6번은 진짜 음치인 거 같은데.

방금 한 립싱크와 이미지가 너무 잘 맞는다.

그럼 마지막에 2번 여자랑 6번 남자를 살리는 게 좋겠네.

“자! 모든 무대를 봤는데요!”

“그럼 탐정님 이번에도 용의 선상에서 두 명을 제외해 주시죠.”

“으음.”

“고민이 많으신 거 같은데. 조수들에게 도움을 청해도 됩니다.”

이건 그냥 티키타카 하면서 웃음 더 뽑으라는 말이다.

그 말에 나는 윤진과 수희를 본다.

손을 들고 일어나는 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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