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5.
모인 모두를 둘러 봤다.
“들었었지? 리얼리티 한다고. 일단 연예인 비연예인으로 나눠 봐.”
내 말에 연예인들은 왼쪽 비연예인들은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나는 어느 쪽이지.”
운동 유티버와 인터넷 방송을 하는 민주와 민하 누나 시연이가 날 본다.
마하연도 애매한 표정으로 비연예인으로 가려다 고개를 돌렸다.
“으음, 준 연예인은 가운데로?”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가운데로 모이는 몇몇 사람들.
연예인 쪽에서는 수미만 배우네.
“비연예인 중에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나오고 싶은 사람 있어?”
아인이 고개를 저으며 뒤로 빠졌다.
“은인께서 원하신다면.”
“음, 여진이는 출연하자. 다음에 노래 만들어서 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나는 빠질래.”
레이디 가디언 대표인 소담은 아무래도 회사 일만 하는 거로도 바쁠 테니까.
“오케이. 그럼 비연예인은 여진이만 나가는 거로 하고. 나머지는 음.”
수미를 보며 잠시 고민했다.
“수미는 잠시 빠지자. 배우인 만큼 이미지 소모는 줄이는 게 좋겠어.”
“히잉.”
“다음에 조금 더 유명해지면 내가 또 프로젝트 만들어 줄게. 수미는 노래도 잘 하니까.”
아니. 그냥 수미도 노래 하나 낼까?
수미는 연기자라 분위기가 있다.
내 여인 중에 가장 분위기로 압살하는 노래를 하는 건 세린이.
세린이는 이번 프로젝트에 빠졌는데 수미랑 함께 하는 거도 괜찮을 거 같은데?
“세린아.”
“네?”
“빠져서 아쉽지?”
“헤헤. 조, 조금요.”
서운한 표정의 세린을 보니 생각이 정리됐다.
“그럼 수미랑 세린이도 그룹 해볼까?”
“어? 좋아요! 수영 언니!”
“어, 언니?”
내가 알기론 수미가 2살인가 더 많다.
“멋있으면 다 언니!”
“푸훗!”
“호호호호.”
수미의 귀여운 외침에 모두가 웃음이 터졌다.
하여간 수미도 애가 참 독특하다.
정신연령이 빨리 올라왔으면 좋겠는데.
마기로 부족한 부분을 열심히 고치고 있지만. 뇌를 건드리는 건 마기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완전 다른 사람이 돼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 때문에 정신연령 치료에는 크게 진도를 못 나가고 있다.
그래도 많이 좋아졌지 뭐.
“그럼 그렇게 해서 두 사람도 다시 합류.”
“합류!”
“감사해요!”
수미가 한 손을 들며 귀엽게 외쳤고 세린도 감격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럼 비연예인 중에 빠질 사람 있나?”
“없죠?”
마하연의 대답이다.
비연예인 중에서 가장 욕심이 많은 건 마하연이니까.
“나는 안 나갈래.”
“아! 누님은 빠지셔도 괜찮을 거 같긴 해요.”
초유 누님은 이제 방송에는 더 안 나가고 싶다고 하시니까.
함께하면 케미가 더 좋을 거 같지만 억지로 시킬 생각은 없다.
조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보민이 고개를 갸웃하며 앞으로 나왔다.
“흐음, 나는 어떻게 할까.”
“마음대로.”
“그럼 연예인 안 할래.”
“그래? 그럼 빠지는 거로.”
보민이가 화려한 옷 입고 강렬한 무대 했던 기억이 좋게 남아있긴 하지만.
평소 청순한 모습으로 행동하는 거도 나쁘지 않은데.
뭐, 방송에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나도 방송은 괜찮을 거 같은데.”
옆에 준연예인에 있던 조아가 손을 들고 말한다.
하긴 조아는 이제 연예계 생활에 딱히 미련이 없을 테니까.
내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조아가 뒤로 물러났다.
보민과 조아까지 빠졌고 이제 인원은 모두 추려진 거 같다.
연예인은 지인, 소연, 수희, 연화, 윤진, 선유, 미리, 선애, 세린, 수미.
준 연예인은 시연, 민하, 하연, 민주.
비연예인은 여진.
모두 해서 열다섯.
와! 많기도 하네.
“열다섯 명이 리얼리티를 하면 되겠네. 리얼리티 목적이 둘씩 복귀하는 곡 홍보도 있지만, 우리 회사 사람들의 케미를 보여주는 거도 있어.”
열다섯 중에서 노래를 내는 건 열둘.
여진과 하연, 민주는 따로 곡을 발표할 건 아니다.
세 사람을 그냥 빼? 아니다. 셋이 있으므로 살아나는 케미가 또 있겠지.
민주랑 수희는 둘 다 운동 매니아라 죽이 잘 맞으니까.
“곡이 없는 세 사람은 분량이 좀 적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쁘게 나가게 해줄게.”
“저는 상관없답니다.”
여진이 분위기 있게 말했고.
보민은 살짝 아쉬운 눈치였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랑 한 화면에 나오는 거만 해도 영광인걸.”
민주는 그냥 기분이 좋은 거 같고.
하긴 여기 있는 사람들이랑 뭘 찍으면 민주 유티비 구독자는 엄청 늘어나겠네.
“자! 그럼 전달 사항은 끝인가?”
말을 잘못 한 거 같다.
내 말에 여인들의 눈빛이 돌변한다.
아니, 전달할 게 끝났다고 내 정기를 빨아가라는 신호는 아니었는데.
“나 일 있는데.”
눈빛들이 너무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거짓말이 나왔다.
사실 아무런 스케쥴이 없다.
“음? 스케쥴 있었어?”
“어? 스케쥴은 아니고.”
딱히 변명이 생각나진 않았지만, 착한 여인들은 그냥 넘어가 주는 거 같다.
사실 일이 아예 없는 거도 아니지만.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건 곡 작업.
여섯 곡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건 대충 만들 수가 없다.
두 사람의 각기 다른 매력을 융화시켜 터트려야 하니까.
다음으로 할 일은 회사에 들어가 리얼리티 제작 회의를 한번 해야 한다.
회사 리얼리티도 있고, 새로 만들어질 뉴걸그룹의 리얼리티도 있으니까.
두 번 회의할 수도 있겠네.
이건 평일 아무 때나 가서 아빠랑 얘기하고 직원들 소집하면 끝.
마지막으로 미팅을 하나 잡을 생각이다.
미국에서 결심했었던가?
아무튼! 국내 예능도 많이 출연하며 이미지도 올리고 대중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갈 생각이다.
시작은 음악 예능으로 해볼까?
과거 프로그램을 함께 했었던 김영민 피디에게 내가 따로 연락을 해봐도 좋지만.
이런 스케쥴은 이제 회사를 통해 잡는 게 더 편하다.
내가 이런저런 거 다 처리할 짬은 아니니까.
근데 이런 일을 아빠 시키는 거도 좀 아니지 않나?
아인이한테 말해둬야겠네.
잠시 쉬고 회사에 들어가 회의를 소집하고 회의 후에 나림이나 데리고 가야겠다.
집에서 여러 여인에게 정기를 빨린 건 아니지만 정신이 나갈 거 같은 기분을 느꼈다.
휴식이 필요하다.
회사 근처 카페나 가서 책이나 좀 보자.
저번에 보려고 샀던 책이 있으니까.
카페에 도착하니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앗! 피디님!”
“안녕하셨어요?”
“헤헤. 감사합니다. 저희 언니도 받아주시고.”
“제가 받아주다뇨. 지은 씨가 잘 해서 들어 온 거죠.”
수다 떨기 좋아하는 지은의 동생이지만.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하자 조용히 할 일을 했다.
그녀 언니와 그렇고 그런 짓을 했으니까.
조금 민망한 느낌도 있고 해서 일부러 거리를 좀 둔다.
소속 연예인의 가족과 친해지는 건 별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비즈니스는 정으로 하는 게 아니다.
욕망으로 하는 거지.
땡중 세력이 데리고 있는 작가의 신간.
제목부터 아이돌이 들어간 소설답게 아이돌의 이야기다.
이거 좀 그렇네.
소설 내용은 비극이다.
아이돌이 꿈인 한 청년이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성장형 소설.
여러 일을 겪으며 성장하고 데뷔까지 한다.
데뷔 후에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고 결국 그룹이 망한다.
군대 문제도 있고 나이가 너무 많이 찬 소년은 결국 꿈을 포기하지만.
할 줄 아는 게 춤과 노래뿐.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 보려고 하지만, 삶이 꼬이고 꼬여 결국 파멸을 맡는 이야기.
“흐음, 이 정도는 아닌데.”
아이돌 시장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인 거 같긴 한데.
너무 그 시장을 부정적으로 쓴 거 같다.
연습생들의 스케쥴이 정말 살인적인 건 알고 있지만.
이 책 내용처럼 최소한의 인간다움도 지켜지지 못하는 건 아니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댄데 그렇게 하는 기획사가 있다면 바로 고소당했지.
요즘 애들이 얼마나 영악한데.
꿈을 빌미로 협박한다고 해서 그게 먹힐 시대가 아니다.
“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거겠지.”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면 된다.
이건 소설이니까.
그래도 땡중 세력의 작가가 이런 글을 쓴 걸 보니까 뒤가 좀 찝찝하긴 하다.
다음에 땡중 세력 예술인들의 작품을 조금 더 구해 읽어 봐야겠다.
“일단 회사로 갈까.”
“아! 가시게요?”
“네. 잘 계세요.”
“아! 안녕히 가세요. 다음에 또 오세요.”
인사를 하고 카페를 나온다.
지은의 동생과 거리를 두어야 하는 데 가는 카페를 바꾸기는 여기가 사람도 없고 좋아서 좀 아쉽다.
뭐, 오늘처럼만 하면 굳이 내가 뭘 할 건 없을 거 같으니까.
내가 카페에 엄청 자주 가는 거도 아니고.
회사로 들어와 바로 사장실로 왔다.
“아빠.”
“어, 왔니?”
사장실에 앉아 자료를 보는 아빠.
“뭐 보고 있었어?”
“일로 와 봐.”
아빠가 보고 있는 자료는 펜션이었다.
“놀러 가게?”
“아니. 이번 리얼리티 촬영 장소 어디가 좋을까 해서.”
“아! 오늘 집에 가서 얘기하고 왔는데....”
총원이 열다섯이라는 말과 수미와 세린이도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아빠에게 전한다.
“그거 좋네. 그럼 조금 더 큰 집이 좋겠다. 열다섯이면 한 명은 혼자 지낼 텐데? 아니지 방 하나는 셋이서 지내게 할까?”
“음, 여진이는 혼자 지내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래? 그렇게 하자. 여진 씨는 연예인도 아닌데 데뷔시킬 생각이야?”
아빠에게 여진이 노래를 엄청 잘한다는 말과 언젠가 데뷔시킬 생각이 있다는 얘기를 풀어서 하고 아직은 얼굴만 알릴 생각이라고 했다.
“하긴 여전 정도면 엄청 이쁜 편이니까.”
“그렇지.”
솔직히 외모만 봐서는 1티어로 보기 힘든데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그녀를 더 미녀로 보이게 한다.
여진의 분위기가 화면에 잘 잡히지 않으면 잘 편집하면 되고.
잡힌다면 그걸로도 이슈가 될 테니까 좋다.
으음, 아직 여진을 위한 곡은 나오지 않았는데.
그런 곡은 내가 쓰고 싶다고 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어느 날 찾아와야 만들 수 있는 곡이 있다.
지금껏 깨달음을 얻어 스스로 만들어낸 곡들처럼.
“그럼 회의 한번 할까?”
“그래서 내가 일찍 온 거지.”
“오케이. 직원들 소집할게. 회의실 가 있어.”
“예압!”
회의실에 들어가 잠시 기다리니 직원들이 하나둘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대부분 익숙한 얼굴.
모르는 얼굴도 몇 보인다.
“안녕하세요.”
“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신입이에요?”
“네. 이번에 입사한....”
그렇게 모르는 직원과 인사도 나누며 회의 준비를 마쳤다.
나는 아이디어만 냈고 완성하는 건 이 사람들.
“우선 뉴 걸그룹 프로젝트 먼저 발표하겠습니다.”
“네.”
새로 만들 걸그룹은 데뷔곡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먼저 얼굴을 알릴 예정이다.
일단 비주얼부터가 미친 그룹이잖아.
얼굴만 보면 누가 실력파인지 예상할 수 없다.
모두가 비주얼 멤버인 아이돌.
분명 실력에 관한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나에 대한 의심도 생길 테고.
그때 내가 만든 곡을 완벽히 소화하는 아이들의 무대를 보인다면?
논란이 됐던 만큼 관심이 집중될 테고.
애들이 무대를 잘 소화하면 그대로 뻥! 하고 터질 수밖에 없다.
데뷔부터 인기 그룹이 되는 거지.
그룹 흥행의 성패는 리얼리티의 흥행 여부에 달렸다.
“그렇기에 회사 전체 리얼리티와 자매 프로그램으로 홍보하고 방영 시간을....”
전략을 잘 짰네.
방영 시간을 회사 리얼리티 전이나 후로 맞춰 그대로 유입되는 시청자를 노리는 것과 함께.
회사 리얼리티와 연계해 어떤 프로젝트를 집어넣는다.
가령 언니들이 조언하러 가거나 뉴아이돌 팀과 회사 팀을 나눠 게임을 해 각자 리얼리티 집에 어떤 물건을 따오 거나 하는 프로젝트.
“좋네요.”
“네. 가장 중요한 건 리얼리티 이후 아이들의 무대인데 뭐, 부사장님이 준비하신 건데 걱정 없죠!”
나에 대한 확신이 나보다 더 큰 직원들이다.
“그럼 다음으로 회사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관해서....”
앞에 내용에 이어지는 얘기와.
각 듀엣 멤버들 간의 새로운 케미와 친해지길 바라 같은 프로그램 계획을 읊는 직원.
내 생각보다 여러 가지 재밌는 컨텐츠가 많이 뽑힌 거 같아 기분이 좋다.
“그리고 이번에 신인 한 분이 리얼리티에 있던데 그분은....”
내게 여진에 관해 묻는 직원에게 그냥 뭘 할 생각 말고 있는 그대로를 찍어 보라고 했다.
그 후 봐 가면서 편집 방향과 행동 방향을 잡기로 한다.
“그럼 리얼리티 계획은 여기 까집니다.”
“좋네요. 바로 진행 시키죠.”
“알겠습니다.”
이제 곧 회사 리얼리티가 준비되겠네.
그와 함께 우리 회사에서 한국 가요계를 씹어 먹을 수밖에 없겠다.
내 노래와 내가 신경 써 만든 그룹이 한 번에 일곱 개나 나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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