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429화 (429/450)

429.

“하으으.”

“후우. 후우.”

밤새 얼마나 질펀하게 놀았는지 내가 다 지쳤다.

당분간 중국에 올 일이 없는 나라서 아효와 슈민 모두 날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아무래도 슈민은 시간이 좀 지나면 한국을 오갈 테니 만날 일이 좀 있겠지만.

아효는 중국 활동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무리해서 계속 절정하면서도 정신을 잃지 않고 내게 달려들었다.

슈민이야 원래 정신력 하나는 엄청났으니까.

두 여인이 정신 나간 것처럼 섹스를 원하며 달려드니까 조금 무서울 정도였지만.

섹시한 아효의 제대로 발정 난 얼굴을 본 순간 나도 이성이 달아났다.

그렇게 그 날 침대에는 정신 나간 세 마리의 짐승이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 방 밖으로 나왔다.

슈민이 비행기를 알아서 다 준비했는데, 지금 지쳐 쓰러져 있는 상태라 오늘 한국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

“나왔어?”

“응. 잘 잤어?”

“시끄러워서 못 잤지.”

“아! 미안. 하하.”

조아가 아침을 만들고 있어 그 옆으로 가 조아의 몸을 살며시 잡는다.

“어후, 냄새. 좀 씻고 오지?”

“아! 그래.”

밤새 정사로 온몸에 땀을 비롯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한가득 묻었으니까.

몸을 씻고 나오니 밥이 완성돼 있었다.

중국 식재료를 이용한 거 같은데 겉모습은 거의 한식에 가까웠다.

“오! 맛있겠다.”

“열심히 배웠으니까 먹어 봐.”

“배웠어?”

“응. 한국 요리 선생님 고용해서 연습했지.”

기특하네.

배운 효과가 있는지 모든 음식은 맛있었다.

-삐이익!

옷을 입고 한국 귀국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와중에 벨이 울렸다.

“누구세요?”

“안녕하십니까! 보스! 부보스의 명으로 찾아 왔습니다. 한국 입국 관련....”

과연! 일 처리 하난 확실한 슈민이다.

아마도 오늘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는지 부하를 시켜 모든 처리를 끝내뒀다.

그렇게 조아와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중국은 이제 당분간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열다섯 명. 총 세 그룹. 모두 데뷔해서 적당히 인기를 끌며 지역 유지들부터 시작해 중국 중심 권력자까지 구워삶으려면 시간이 꽤 많이 필요할 테니까.

다음으로 할 일은 한국의 권력자들을 잡는 거고.

한국 권력자들을 잡는 건 훨씬 어려운 일이다.

중국 권력자들은 접대해도 크게 문제 될 일이 없다.

선거로 선출하는 거도 아니고, 사회주의니까.

한국은 성접대 논란이 나면 문제가 많이 된다.

권력을 계속 쥐고 있는 게 아니니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권력의 이동이 자주 있는 국가다.

괜스레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으려 하는 권력자들이 많다.

중국이야 꽌시문화라는 것만 이해하고 조금만 파고들면 알아서 술술 풀릴 테지만.

한국에서는 조금 더 철저하고 은밀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아직은 조금 먼 이야기니 나중에 생각하자.

비행기에 몸을 싣고 짧은 시간 쉰다.

쉬는 내내 내 옆에 붙어 몸을 간질이는 조아가 있었지만.

딱히 거슬리지 않아 가만 놔뒀다.

한국 도착! 조아가 살짝 토라진 얼굴로 내 옆에서 떨어졌다.

“치이.”

“하하. 삐졌어?”

조아의 볼을 살며시 꼬집으며 말했다.

“하지마아.”

“화 풀어. 대신 오늘 온종일 데이트할까?”

“정말?”

“응. 밤에도 단둘이 있는 거야.”

조아가 밝은 얼굴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쪽!

귀여운 모습에 조아의 입술에 뽀뽀하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내 입국 소식을 또 알려줄 필요가 있긴 하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국내 활동에 집중할 거니까.

예능도 하나 기획하고 있고, 노래도 많이 만들어 놀고 있는 애들 일 시킬 거다.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안 시키겠지만, 내가 곡을 줬는데 일하기 싫다고 뻐기는 애들은 없을걸?

하나 목표를 잡은 건 여진의 곡을 완벽히 만들어 데뷔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불러 보게 시키는 것.

여진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매력적인 청아한 보컬에 어울리는 노래.

만들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또 막상 만들려고 하니까 머리가 멍해지는 게 아직은 때가 아닌 거 같단 말이지.

그 때문에 다른 애들이 고생 아닌 고생을 좀 해야겠다.

뭔가 깨달음이나 느낌이 올 때까지 계속 곡 만들어서 노래시킬 테니까.

한국 가요계 역사상 없었던 역사를 써 내려갈 생각이다.

노래를 내고 활동하고 휴식하고 다시 복귀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얘네가 활동을 하든 말든 내가 곡을 완성하면 녹음해서 낼 생각이다.

물론, 마기빨로 마구 괜찮은 곡을 찍어내 곡을 낼 생각은 아니다.

이제는 정말 뭔가를 얻기 위한 수련을 하는 느낌으로.

한 땀 한 땀 음을 찍어가며 고민하고 또 고민해 노래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또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겠지.

언젠가 여진을 위한 곡도 제대로 완성할 수 있을 테고.

그때쯤이면 모두에게 아주 좋은 곡을 줄 수도 있을 거 같다.

“무슨 생각해?”

공항에서 입국절차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나도 조아도 사람이 모이면 피곤하겠지만, 가리진 않았다.

중국에서 이어지는 데이트를 그냥 사람들이 알아서 보도록 둘 생각.

조아네 아버지가 그런 걸 좋아하니까.

중국에서 도움을 주고 계시니 이런 서비스는 팍팍 넣어 드려야지.

“잠깐 한국에서 어떤 활동을 할까 생각했지.”

“바쁠 거 같아?”

“음, 바쁘게 지내려고. 이게 미국에서 너무 바쁘게 지냈더니 조금 여유로우니까 조금 어색한 거 같아.”

조아가 씽긋 웃는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없어졌는데. 자기는 하고 싶은 게 많아졌구나.”

조아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살짝 불쌍하기도 하다.

엄청난 금수저의 배부른 고민이지만.

나도 그 맘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니까.

꽤 금수저 집안에서 나고 자랐잖아 나도.

작곡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뭐 야동에 오나홀이나 수집하던 몸이니까.

조아의 고민과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그땐 정말 나도 딱히 즐거운 일이 없긴 했다.

오늘은 조아를 위해 재밌는 시간을 보내자.

“오늘 재밌게 놀자.”

“그래! 뭐 하려고?”

“음, 유명한 오케스트라가 내한했다고 하던데 가볼까?”

요즘 한창 클래식에 다시 관심이 있다.

아무래도 음악의 방향성이 다르긴 하지만, 작곡에 있어 클래식이 차지하는 부분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클래식 전공자들이 작곡계로 들어와 성공하는 사례도 점점 많아지고 있고.

아무래도 청중의 듣는 귀가 점점 더 고급화되니까 음악도 점점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찾는 거겠지.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급 차이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듣기에 더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건 클래식이 분명하긴 하니까.

“오케스트라 좋다. 어디 악단인데?”

상류층답게 이런저런 취미를 많이 즐겨본 조아.

나보다도 내한한 악단을 잘 알고 있었다.

꽤 인기 많고 유명한 심포니라 정상적인 루트로 당일표를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겠지만.

암표를 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돈만 있으면 되는 일이지.

꽤 좋은 자리를 구해 조아와 함께 오케스트라를 감상했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악기 소리의 향연.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온 건 클래식에 관심이 생겨서도 있지만.

인풋이 필요한 거 같기도 하기 때문.

아웃풋이 있으려면 인풋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 엄청난 곡을 계속 만들어낼 생각이니까, 그 전에 뭔가 계속 집어넣어 둬야지.

똥이 나올지 황금알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싸는 건 황금 똥은 되니까.

이런 환경에서 작곡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축복이다.

모든 예술가는 자신이 성공할 거로 생각하지 않고 작업을 한다.

그저 먹고살 수 있기만 바랄 뿐이고, 성공을 바랄 뿐이지.

이미 성공한 사람들이야 똥을 싸도 박수를 받는다고 하지만.

무조건적인 성공이 담보된 아티스트는 없다.

아무리 유명하고 대단한 아티스트도 안 좋은 평을 들을 때도 있고, 중박도 못 한 작품을 만들기도 하니까.

나는 그들과는 다르게 냈다 하면 성공이 담보된다.

그게 마기의 역할이기도 하지만, 마기도 모르는 내 안에 작곡적 재능이기도 하다.

“좋다.”

“그러게.”

잠시 쉬는 시간 조아와 손을 잡고 여운을 느낀다.

여기저기서 플래시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은데.

조용한 공간이라 더 크게 들려 우리가 찍히고 있다는 게 확실해진다.

“자기 저렇게 막 찍혀도 돼?”

“뭐 어때? 우린 연인인데?”

나는 조아의 얼굴을 살짝 감싸 쥐고 입술을 가볍게 맞췄다.

그대로 한 손을 V자로 만들어 카메라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뻗었다.

-찰칵, 팔칵.

엄청난 셔터 소리가 지나갔다.

이거 너무 기분 냈나?

얼굴을 떼 내고 씩 웃는 나.

그런 날 보고 같이 웃는 조아.

다른 사람이 보기엔 금실 좋은 부부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잠시 쉬는 시간이 끝나고 다시 시작된 연주.

연주 내내 조아는 내게 기대 있었고, 나도 연주를 들으며 조아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우린 정말로 사이좋은 커플이니까.

물론 조아 한 명만 있는 게 아니라 조금 문제긴 하다.

오케스트라 공연이 끝나니 적당히 저녁 시간이 왔다.

“먹고 싶은 거 있어?”

“한식이 조금 땡기긴 해.”

“응? 한식?”

조아가 한식을 먹고 싶어 하니까 조금 느낌이 이상하다.

너무 유창한 한국어에 자주 까먹지만, 조아는 중국인이니까.

“한식 배우면서 많이 먹었더니 종종 생각나는 거 같아.”

“그게 한식의 매력이긴 하지.”

한국 요리는 대체로 외국의 수많은 요리 중에 중독성이 높은 편이다.

대부분의 한식은 매콤달콤하므로 그 맛이 나중에 생각나기 때문.

정말로 한국에 놀러 왔던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을 못 잊어서 다시 오는 경우도 많다.

“그럼 한정식으로 가자.”

“좋아!”

조아와 함께 한정식집에서 거나한 한 상을 받고 천천히 밥을 먹었다.

여러 종류의 한국 음식에 즐거워하면 하나씩 맛보던 조아.

“으아. 반찬 하나씩만 먹었는데 배부르다.”

“이걸 하나씩 다 먹어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확실히 반찬이 몇 개나 있는지 세기도 힘든 수준이니까.

이런 곳에서는 메인 요리와 취향에 맞는 반찬 몇 개만 집어 먹는 게 이득이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조아니까 전부 먹어보려고 한 거지 뭐.

불룩해진 배를 쓰다듬는 조아.

“디저트 나왔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한국적인 느낌이 가득 담긴 과자와 수정과.

디저트는 이게 국룰이지.

가볍게 과자를 입에 넣고 수정과를 들이켰다.

“크으.”

배가 많이 불러서 그런가? 조아가 기분이 좋은지 수정과를 마시고 술을 넘긴 것처럼 리액션 한다.

실제 술을 마셨을 땐 저렇게 잘 안 하면서.

중국의 독주들은 향이 엄청 좋은 술이라 마신 뒤 조심스럽게 숨을 쉬며 잔향을 맡는 경우가 많다.

소주를 마셨을 때처럼 크으 하기엔 아까운 술이 많은 조아라 저런 소리를 내는 경우가 좀처럼 없다.

“맛있었어?”

“응. 너무.”

이제 소화시키러 갈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눈빛이 서로 통한다.

내 지긋한 눈빛에 조금 수줍어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조아.

얘가 원래 이런 수줍은 캐릭터는 아닌데 내가 그런 모습을 좋아하니까 일부러 저러는 거다.

“내숭은.”

“헤헤.”

웃는 조아를 데리고 오늘은 호텔로 향했다.

아까부터 기자들인지 파파라치들인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계속 따라다니던데.

호텔까지 같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주 좋아 죽겠네.

숨어서 다닐까?

아니다. 내가 어린 애도 아니고 이미 내 섹스 영상이나 사진은 널려 있으니까.

과거 땡중 세력이 폭로한 사진과 영상들은 아버지가 최선을 다해 막대한 금액을 들여 삭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괜히 IT 강국이 아니지.

조금만 마음 잡고 찾으면 어디서든 찾아진다.

다행히 아직은 내 이미지가 좋은 편이라 사람들이 몰래 공유하는 거 같다.

내 이미지가 조금 더 안 좋아지면, 아주 폭발을 하겠지.

-뚜루루루.

아버지께서 전화했다.

“응. 아빠.”

-한국에 왔다는 기사가 실시간으로 나고 있네.

“하하. 데이트 중이야. 내일부터 귀국한 거로 처리해줘.”

-그게 내 마음대로 되나. 하하. 그나저나 그때 약 조사 해보라고 했었잖아.

아빠가 잠시 목소리를 낮추고 뜸을 들인다.

“응. 그렇지. 지금은 주변에 사람이 많아서 곧 전화 줄게.”

-그래. 그럼 기다리마.

“응.”

전화를 끊고 조아와 빠르게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 방에 들어서자 바로 눈빛이 돌변하는 조아.

나도 방에 들어서자마자 마구 뭘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아빠와 통화를 해야만 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안. 먼저 씻어 줄래? 급한 전화를 좀 해야 할 거 같아.”

“그래? 무슨 일 있어?”

“있을 수도 있어서.”

“알겠어.”

서운함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화장실로 가는 조아.

조금 미안하지만, 밤새 그 미안함을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을 테니 괜찮겠지.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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