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423화 (423/450)

423.

프로젝트 S 결승 무대 준비는 아주 순조로웠다.

몰랐던 몰의 재능을 발견해서 그걸 키우는 맛이 아주 쏠쏠하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까진 아니어도 두세 개는 배우는 몰.

나와 리사의 노하우를 아주 쏙쏙 빼먹는 모습이 그렇게 이쁠 수가 없었다.

나중에 한나한테도 한 번 소개해 줘야겠네.

비슷한 결의 가수들. 특히나 천재들은 서로 많이 교류할수록 좋으니까.

리사의 실력이 무섭게 늘어나는 이유도 한나와 오랜 시간 교류하기 때문.

더 신기한 건 그 경력 많고 괴물 같은 한나도 리사와 음악적인 이야기를 하며 깨닫는 게 있다는 사실이다.

예술의 세계는 정말 파도 파도 끝이 없는 거 같다.

나도 작곡의 기술은 이미 정점에 달했지만.

여전히 배울 게 많은 몸이니까.

그나저나 여진의 곡을 만들어 보긴 해야 할 거 같은데.

요즘 그런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살짝 높은 곳에 있어 닿기 힘들었던 여진의 소리를 살릴 수 있는 노래.

이제는 그걸 만들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살짝살짝 올라온다.

아직 확신은 없지만, 일단 해보는 거지 뭐.

그런 생각으로 만든 곡이 조금 부족할지라도 나쁠 리는 없으니까.

아직은 프로젝트 S에 신경을 많이 쏘아야 하니 조금만 더 뒤로 미룰 뿐이다.

이 프로그램도 참 고마운 프로네.

미션을 진행하고 여러 가지 고민을 하며 나도 진짜 많이 성장했다.

가장 많이 성장한 건 아무래도 몰과 저번에 탈락한 신디였던 거 같지만.

신디와는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있다.

나도 신디와 음악적 교류를 하면서 얻는 게 적지 않으니까.

“후우, 예에에~!”

“좋다. 나와.”

부스에서 몰이 나온다.

이제 결승 무대는 걱정이 없다.

내 신곡도 그렇고 리사의 노래도 정말 나무랄 데 없이 소화한 몰.

“헤헤. 저 잘 했어요?”

나오자마자 내가 몰을 살짝 안고 머리를 마구 쓰다듬으니 귀엽게 웃으며 말하는 몰.

“응. 너무 잘 했어.”

몰의 노래 실력이 늘어날 때마다 점점 사랑스러움이 더해져 진짜 껴안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노래를 보여준다.

이 정도 노래했는데 진다면 그것 또한 받아들일 수밖에.

나는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으로 갈까?”

“벌써요?”

“응. 오늘은 내가 못 참겠네.”

“헤헤. 요즘 맨날 못 참으면서.”

그게 내 잘못인가!

씩 웃고 몰과 함께 방으로 향했다.

사실 몰이 너무 사랑스러워 섹스하고 싶어서 하는 거도 맞긴 하는데.

요즈음 몰이 조금 무리해서 연습했기 때문도 있다.

무리가 간 근육들과 기관들을 마기를 통해 살살 풀어주는 시간.

부드러운 몰의 몸을 만지며 부드럽게 마기로 몰의 여러 곳을 풀어주는 거지.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났다.

드디어 프로젝트 S 대망의 결승전 날.

오늘은 저번 주와는 다르게 미리 촬영한 영상이 먼저 나가고 생방송은 처음부터 끝까지 끊기지 않는다.

확실히 경연 무대라고 하기보다는 무슨 가요 프로그램 느낌으로 방송이 준비된 거 같으니까.

생방송이라 미리 철저한 리허설을 끝내고 촬영 시간이 곧 다가왔다.

관객들이 하나둘 자리를 채우고 잠시 후 진행자가 무대로 나왔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와아아아!

“하하. 격렬한 환영 감사합니다.”

아직 방송에 나오는 화면은 아니다.

대충 진행자가 나와 관객들한테 주의 사항 같은 걸 알려 주고 어떻게 시작되는지 말해준다.

“자! 방송 시작됩니다.”

처음부터 생방송이 아니므로 방송은 시작됐지만, 아직은 여유가 있다.

미리 찍힌 영상이 시작되고 그 화면을 준비된 모니터로 보며 나도 슬슬 촬영을 준비했다.

“잘 할 수 있지?”

“물론이죠!”

“잘 하자!”

“넵!”

몰과 화이팅을 하고 대기실을 나섰다.

가장 처음 등장하는 게 나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갈 준비를 하고 대기해야 하니까.

“오늘 찾아와 주신 관객 여러분. 그리고 시청해 주고 계신 시청자 여러분! 드디어 결승전 무대가 바로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늘의 주인공들을 소개하기 전에 반가운 손님이....”

대충 탈락한 프로듀서와 참가자들이 왔다는 이야기.

전부 온 건 아니지만, 내 팀이었던 네 명은 모두 왔다.

묵직한 랩을 하는 넬 테나, 다른 건 모르겠고 내가 본 가장 큰 가슴을 가지고 있는 로나 라이트.

최근 함께 작업 시작한 릴리 데이비슨, 아깝게 최종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된 루 밀러까지.

내 팀이었던 참가자들 외에도 존 팀의 탈락자들도 모두 무대로 나왔다.

아무래도 결승에 진출한 두 프로듀서인 만큼 팀원들도 응원하러 왔겠지.

참가자들 외에도 탈락했던 프로듀서 두 명도 무대로 나선다.

신디와 벨이 함께 온 참가자들과 무대에 자리했다.

두 프로듀서의 팀원은 모두 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세 명씩은 왔다.

오랜만이네, 이렇게 무대가 꽉 차게 사람이 온 건.

“자! 그러면 주인공 두 분을 소개해 드려야겠죠? 매번 사람을 홀리는 노래를 가져오는....”

내 소개가 너무 거창해 민망한 마음이 들 때쯤 들어가라는 신호가 왔고 무대로 올라갔다.

“안녕하세요.”

“결승전 무대가 밝았는데요. 오늘 어떻게? 자신 있으십니까?”

“물론이죠. 제가 할 수 있는 걸 다 했습니다.”

“신곡 한 곡을 가지고 나오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곡인지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몰에게 어울리는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남성의 욕망을 자극하는 노래라는 말을 조금 길게 늘여 소개하고 자리로 이동해 앉았다.

“다음으로는....”

존에 대한 소개 멘트도 장난이 없네.

존도 부끄러웠는지 얼굴이 조금 달아오른 채로 무대에 나왔다.

“너무 과분한 소개에 몸 둘 바를....”

역시나 겸손한 존.

나도 조금 더 겸손한 멘트를 할 걸 그랬나?

아니, 지금 스탠스가 딱 좋은 거 같다.

동양인이라 그런지 뭔가 겸손과 소심이라는 선입견이 있으니까.

너무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거도 좋지 않다.

“자! 무대 순서는 앞선 영상에서 이미 아셨을 테니 더는 뜸 들이지....”

바로 시작하는 거 같네.

오프닝 무대는 몰의 무대다.

방금 소개한 내 신곡 무대.

-와아아아아아!

조명이 꺼지고 함성이 들렸다.

다시 조명이 들어왔을 땐 몰이 무대 중앙에 서 있었고 반주가 흘러나왔다.

“예!”

귀여운 포즈와 함께 함성을 지른 몰.

관객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어오른다.

분위기 나쁘지 않네.

약 5분이 조금 안 되는 무대.

내가 열심히 만든 곡이라 그런지 몰입도 높은 무대가 완성됐고 좋은 반응으로 무대가 끝이 났다.

다시 진행자가 나와 짤막하게 존 팀의 결승 진출자를 소개했고 바로 무대가 시작됐다.

몰이 귀여운 무대로 분위기를 한껏 올려놨는데 그에 맞지 않는 조금 느린 템포의 알엔비.

존이야 뭐 알엔비 장인이니 이런 무대가 최선이긴 하겠지.

대비되는 분위기에 내가 조금 유리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무대는 신나는 게 최고니까.

존도 그걸 생각했는지 조금 산뜻한 느낌의 알엔비 무대였지만.

그 때문인지 노래가 이도 저도 안 되는 거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네! 두 무대 모두 잘 봤습니다.”

진행자가 나와 두 사람은 마지막에 다시 등장한다는 걸 알리고 잠시 뜸을 들인다.

“마지막 무대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단 사실은 모두 알고 계시죠?”

-네에에에!

관객과 소통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진행자.

“그럼 그들이 등장하기 전에 뭘 할 건지 아시나요?”

-축하무대에에에에에!

관객들 분위기 엄청 좋네.

하긴 완전 축제의 장이기도 하니까.

“맞습니다! 오늘 엄청난 분이 결승전 무대를 축하해 주러 오셨는데요.”

나는 미리 알고 있다.

섭외될 때 곁에 있었으니까.

“요즘 빌보드를 점령한 프로젝트 걸그룹이죠! 민초의 축하무대! 바로 보시죠!”

익숙한 세 여인이 무대로 나온다.

-꺄아아아아아악!

참가자들이 나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엄청난 함성.

하긴 인기가 다르니 이해는 한다.

근데 오늘 주인공은 결승에 진출한 두 사람인데 이런 대스타의 축하 무대를 해버리면 관심이 조금 분산되지 않나?

시청률에는 좋겠지만, 참가자들의 성공을 바라는 나로서는 조금 아쉽긴 하다.

그래도 민초의 무대는 엄청 좋았다.

다름 아닌 내가 만든 프로젝트 그룹인데.

세 사람은 내가 만들어준 곡 외에도 각자 개인 곡을 셋이 부를 수 있게 편곡해 무대를 했다.

내가 몰과의 연습에 집중하고 있어 편곡을 직접 못 해줘 조금 미안했지만.

그런데도 꽤 좋은 편곡이라 무대는 재미있었다.

“와아! 정말 즐거운 축하 무대였습니다. 모두 즐기고 계신가요?”

-네에에!

진행자와 관객과의 소통이 끝나고 다음 축하 무대가 공개됐다.

이번엔 지금까지 탈락한 참가자들이 꾸린 무대.

민초만큼의 시간을 할애받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꽤 길고 재밌는 무대가 이어졌다.

우리 팀의 넬과 릴리가 하나의 무대를 했고 로나와 루도 하나의 무대를 했다.

아무래도 참가자 비중이 남자가 많아서 그런지 우리 팀 참가자들 무대 외에도 자주 얼굴을 비췄다.

그렇게 참가자들이 준비한 축하 무대가 모두 끝났고 다시 등장한 진행자.

“이제 축하 무대는 마지막 하나만 남겨뒀는데요.”

마지막 무대는 존 팀의 결승 진출자와 몰까지 함께 한다.

오늘 온 모든 참가자가 함께 꾸리는 무대.

나름 미국에서 의미 있는 곡을 모두가 나와 함께 불렀다.

관객 반응 좋고.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조금 보였다.

확실히 다들 실력이 엄청 늘었네.

오디션이 처음 시작됐을 때보다 월등히 좋아진 참가자들.

프로듀서들도 얻은 게 많은 프로였지만, 역시 참가자들이 가장 득을 본 거 같다.

“자! 그럼 대망의 결승전 마지막 무대만을....”

시작되는 마지막 무대.

몰이 먼저 나와 잠시 숨을 고른다.

이번 무대는 정말 기대가 된다.

흘러나오는 전주.

관객석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다들 이 노래를 알고 있을 테니까.

어려운 곡인 만큼 걱정과 기대가 섞인 표정의 관객들.

“후우우~!”

몰이 첫 소절을 부르기 시작하자 걱정과 기대를 담은 표정이 놀람으로 변해간다.

점점 더 고조되는 노래와 화려해지는 몰의 기교.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멋있는 무대가 나왔다.

몰의 무대는 정말 완벽했다.

이겼겠지? 이렇게 부르고도 진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

지금 나와 몰 수준으론 이거보다 좋은 무대를 보여줄 순 없다.

몰의 무대가 끝이 났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공연장.

-짝! 짝!

하나둘 박수 소리가 공연장을 채운다.

-와아!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짝짝짝짝짝!

기립박수를 치는 사람부터 공연장이 떠나가라 함성을 지르는 사람들까지.

곧 존팀 참가자의 무대가 시작돼야 하는데 분위기는 완전히 넘어온 거 같다.

과연 존팀 참가자가 이 분위기에서 제대로 노래할 수 있을까?

본래는 바로 무대가 시작됐겠지만, 너무 흥분한 관객들 때문에 진행자가 나왔다.

“여러분. 아직 마지막 무대가 남았습니다. 잠시....”

그렇게 소란을 잠재우고 시작된 존팀 참가자의 무대.

확실히 존팀다운 꽤 듣기 좋은 알엔비 무대였다.

물론, 몰 무대가 없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몰의 몰아치는 화려한 곡 다음으로 나왔기에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다.

폰을 보는 관객도 있었고,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의 관객이 꽤 많이 보인다.

하긴 그렇게 몰아치는 기교의 화려한 노래 다음에 이런 끈적한 노래는 집중이 안 될 수밖에.

그러다 보니 존 팀의 참가자도 동요가 있는 거 같다.

음과 박자가 조금씩 흔들렸고 마지막에 가서는 소리도 자신 없게 변했다.

이건 말할 것도 없이 이겼네.

그렇게 무대가 모두 끝이 났다.

“자! 오늘 준비된 무대는 모두 끝이 났습니다!”

-아아아!

-앵콜! 앵콜!

탄성과 함께 앵콜을 외치는 관객들.

앵콜곡을 보인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생방송이다.

“하하. 저도 앵콜곡을 듣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모두 아시다시피 생방송은 정해진 시간이 있습니다. 설마 오디션 승리자를 뽑지 말자고 하시는 건 아니겠죠?”

진행자의 너스레에 웃음이 터지고 장내가 조금 조용해졌다.

“네! 그럼 바로 결승전 우승자를 발표하겠습니다. 참가자 두 분은 무대 위로....”

몰과 존팀 결승 진출자를 불러 간단한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광고까지 보고 온 다음 마지막까지 뜸을 들였던 진행자.

그렇게 뜸 들여봤자 모두가 몰의 우승을 예견하고 있어서 별로 효과는 없었다.

“그럼! 바로 발표하겠습니다. 프로젝트 S 결승전! 대망의 우승자는! 바로!”

다들 결과는 예상하지만, 그래도 긴장되는지 실내가 고요해졌다.

“몰 바튼양! 축하드립니다!”

-와아아아아!

-짝짝짝짝짝!

활짝 웃으며 눈가를 적시는 몰. 나는 그대로 무대로 올라가 몰을 힘껏 안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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