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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카메라에 또 담지 못한 게 너무 아쉽네요.”
“하하. 어쩔 수 없죠.”
“그럼 오늘 두 사람의 무대 기대해 봐도 좋은 건가요?”
“음, 장담할 순 없지만, 꽤 괜찮은 무대가 될 겁니다.”
그렇게 인터뷰가 끝났고 참가자도 한 명씩 소개돼 나왔다.
루가 가장 처음 소개돼 나와 잠깐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활기차고 밝은 데다 교태롭기까지 한 루라 인터뷰 내내 분위기가 한껏 올랐는데.
다음으로 나온 존 팀의 참가자가 음울한 보이스로 분위기를 확 다운시켰다.
거기에 이어진 몰의 인터뷰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아무래도 우중충한 노래를 두 곡이나 해야 하니까 계속 감정을 잡고 있어야겠지.
존의 노래는 어떻게든 하겠지만, 내 노래는 저 참가자에게도 쉽지 않았을 테니까.
마지막까지 나와 연습한 몰도 조금 불안하긴 하다.
누가 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무대는 셋 다 잘 했으면 좋겠다.
“자! 이번 주 미션 모두 궁금하셨죠? 지금 바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야 미리 준비했기에 미션을 다 알고 있지만.
시청자들은 모르고 있다.
저번 주 생방 뒤에 촬영한 부분이 송출되고 우리는 잠시 쉰다.
“영상 끝나고 바로 무대 순서 정할 겁니다. 대기해 주세요.”
“네.” “네.”
나와 존에게 다가와 말하는 진행팀.
약 10분이 조금 안 되는 영상이 끝나고 카메라가 다시 돌아왔다.
“자! 그렇습니다! 이번 미션은 두 프로듀서의 곡을 모두가 부릅니다! 기대되시죠? 같은 곡을 부르는 것만큼 실력을 비교하기 쉬운 방법이 있을까요? 그럼 바로 무대를 보기 전에!”
찰진 진행이 이어진다. 진짜 말은 참 잘 한다니까.
하긴 진행 전문가가 말 못 하는 거도 이상하지.
“공연 순서를 정해야겠죠? 문자 투표와 현장 투표 모두 공연 중에 투표하는 거지만, 그래도 순서가 많은 영향을 줄 테니까요.”
같은 곡을 세 번이나 들어야 하는 관객과 시청자들이기에 지루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곡 순서를 번갈아 가며 부른다고 한다.
“자! 순서는 프로듀서 두 분이 정해주실 건데요!”
오! 우리가 정한다고?
나와 존의 눈이 마주쳤다.
“자 여기 있는 파란 공 세 개는 존 프로듀서님이, 빨간 공 세 개는 에스민 프로듀서님이 가져가 주세요.”
나와 존이 앞으로 나와 공을 잡는다.
“참가자 세 분에게 공을 나눠 주시면 됩니다. 그 안에 적힌 순서대로 공연을 시작할 예정이죠.”
파랑 공에서 나온 숫자에 따라 내 노래를 부르고, 빨간 공에서 나온 숫자에 따라 존 프로듀서의 노래를 부르는 방식.
불러야 하는 두 곡 모두 음울하고 절절한 노래라 오디션에 크게 어울리진 않지만.
세 사람 모두 같은 곡을 부르기 때문에 곡 때문에 유리하다거나 불리한 건 또 없다.
“자! 그럼 순서를 공개하기 전에! 세 참가자가 어떤 노래를 부를지 궁금하시죠?”
진행자가 미리 촬영해둔 녹화본을 보고 온다고 말했다.
미리 촬영한 부분을 먼저 틀고 우리가 등장했으면 조금 더 쉬면서 컨디션 관리도 하고 연습도 할 수 있었을 텐데.
먼저 불러 두고 보여 주는 게 공정하게 느껴져서 그랬나?
존과 내가 룰렛을 돌리고 서로가 불러야 할 곡이 선택되는 모습.
룰렛에 곡명이 나왔을 때 모든 사람의 표정을 돌아가며 클로즈업해 잡아준다.
내 표정이 꽤 심각했구나.
존은 나름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거 같긴 한데.
존의 참가자도 표정이 엄청 나빴다.
하긴, 내 노래는 남자가 부르기에 너무 힘든 노래니까.
존이 얼마나 편곡을 잘 했을지가 관건이다.
나처럼 미국적인 색을 잘 입혔을지도 모르겠고.
벌써 존의 편곡이 기대되는데?
기대감이 한껏 올라왔을 때 영상이 끝이 났다.
바로 우리 모습을 비추는 카메라.
나는 여과 없이 기대감 넘치는 표정을 화면에 비췄다.
“에스민 프로듀서님이 매우 기대하는 표정으로 보고 계시는데요.”
“하하. 존 선배가 어떤 편곡을 했을지 빨리 보고 싶네요.”
“그럼 바로 순서를 공개하겠습니다.”
참가자들이 들고 있는 공을 열어 숫자를 보인다.
미리 논의되길 내 노래를 나중에 부르기로 해서 파란 공에는 2, 4, 6번이 적혀 있고.
빨간 공에는 1, 3, 5번이 적혀 있다.
“자! 빨간 공 먼저 공개해 주세요.”
1번에는 존의 참가자가, 3번은 루, 5번은 몰이 나왔다.
나쁘지 않다.
먼저 하는 거보다는 나중에 하는 게 좋으니까.
다음은 내 노래인 파란 공.
2번은 루, 4번은 존의 참가자. 마지막으로 6번에 몰이 나왔다.
어? 몰은 5번, 6번이네?
연속으로 두 곡을 부르는 게 득일지 실일지 잘 모르겠지만.
마지막 두 곡을 몰이 부르는 건 분명히 좋은 효과가 있을 거 같다.
어쨌든 문자 투표는 방송 내내 이뤄지고 마지막에 무대를 하면 분명 유리하니까.
“자! 그럼 바로 준비 후 무대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참가자들이 무대 밖으로 나갔고, 잠시 준비하는 시간 동안 나와 존에게 인터뷰가 이어졌다.
“첫 번째 순서인데 준비가 잘 되셨나요?”
존에게 질문하는 진행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오! 그럼 에스민 프로듀서는 몰 참가자가 마지막 두 번의 무대를 책임지게 됐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감사한 일이죠. 준비도 잘 했으니 확실히 좋은 일이 될 거 같습니다.”
인터뷰로 질문 몇 개에 답을 마치니 진행팀의 사인이 보였다.
“자! 무대 준비가 모두 된 거 같군요.”
바로 무대를 진행하는 진행자.
존 프로듀서의 참가자가 무대 위에 가만히 서 있다.
마인트 컨트롤을 하는 모습.
반주가 흘러나온다.
원곡과 크게 다른 느낌이 없는 편곡이다.
존도 경험 많은 프로듀서지만 나처럼 마구 곡을 찍어내는 능력은 없을 테지.
본인의 곡은 최소한만 건드리고 내 곡 편곡에 많은 공을 들였을 거 같다.
크으, 그래도 잘 하긴 잘 한다.
알앤비 명장다운 존의 곡이고 그런 존의 선택을 받은 참가자 다운 좋은 노래다.
음, 이거 걱정인데.
확실히 존의 곡은 존의 참가자에게 유리한 곡이라 몰과 루 보다는 잘 부르는 거 같다.
그래도 편곡을 잘 했으니까 우리도 지지는 않겠지.
노래가 끝나고 바로 루가 나왔다.
생각해 보니까 루도 2번 3번으로 연속이네?
몰이 마지막 두 곡을 부르게 돼서 연속인지 몰랐다.
흐음, 쉴 시간 없이 두 곡을 부르는 건 꽤 힘든 일이 되겠지만.
한 참가자가 연속으로 시간을 쓰는 게 좋은 건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마지막 곡을 부르는 건 분명 좋은 효과가 있어서 몰은 걱정 없는데.
루는 조금 걱정이다.
처음으로 부를 내 노래가 난이도도 높고 체력 소모도 높아 다음에 부를 존 노래에 영향을 주면 어떡하지?
조금이라도 쉬는 시간이 있으면 좋을 텐데.
편곡된 내 노래가 흘러나오고 루가 밝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원곡과는 차이가 꽤 있는 발랄한 편곡의 노래.
내가 고심 끝에 제대로 편곡해내긴 했지만.
확실히 원곡 감성에 비하면 꽤 부족한 느낌이긴 하다.
어쩔 수 없지 뭐.
죽기 전 유언으로 남기는 느낌의 노래가.
실수한 날 용서해준 너그러운 지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노래 정도로 변했다.
깊이는 얕아졌지만, 루 특유의 발랄한 분위기가 곡과 잘 어울려 미소를 짓게 만드는 곡으로 변하긴 했다.
태생적으로 밝기만 한 루에게는 이게 최선이다.
다들 루를 이뻐하는 얼굴로 무대에 집중한 모습이 보였고.
순식간에 노래가 끝났다.
루는 확실히 매력적인 아이라 뭘 해도 사람들을 확 집중하게 한다.
몰입감을 만들 줄 아는 건지, 아니면 그냥 패시브로 몰입감을 끌어오는 건지.
대단한 매력이긴 하다.
아쉽게도 내 노래 후에 쉬는 시간은 없는 거 같다.
잠시 숨 고를 시간 뒤에 바로 시작되는 루의 노래.
존의 음울한 알앤비도 발랄하게 편곡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내 노래가 아니었던 만큼 연구가 부족했고.
그 때문인지 노래가 연속으로 나오니 조금 약하게 들렸다.
으음, 루에겐 무대가 붙어 있는 게 손해였던 거 같다.
존의 노래가 너무 특색 없이 들려 버린다.
아까의 몰입감 넘치는 무대와는 다른 분위기.
폰을 보는 관객도 조금 보이는 거 같다.
이거 좀 위험한데.
루의 무대가 끝이 났다.
첫 곡이 끝났을 때는 다들 숨을 몰아쉬며 집중에서 나오는 모습이었다면.
이번 곡이 끝났을 때는 별다른 액션이 보이지 않는다.
음, 곡 순서가 반대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운 무대를 뒤로하고 난 다시 무대에 집중했다.
존이 편곡한 내 노래 고맙고 미안해의 무대가 너무 궁금하다.
기대하며 준비하니 참가자가 나오고 반주가 흘렀다.
초반 전주는 크게 달라진 거 같지 않다.
이 곡은 음울하기만 한 느낌이랑은 또 다르니 아까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야 할 텐데.
참가자의 모습에서는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시작되는 첫 소절.
고음으로도 유명한 곡이지만, 곡 절정부와 대비를 주기 위해 대부분 소절이 무난한 낮은음이다.
흐음, 그럼 절정부만 편곡했으려나?
곡의 중반까지도 특별한 변화는 없다.
역시 음울한 노래를 잘 하는 참가자답게 나쁘지 않게 노래한다.
너무 무난하게 가는 거 같은데?
뭐, 제일 중요한 부분은 클라이맥스니까.
점점 현란해지는 음들.
곡의 절정부에 달았는데 편곡은 여전히 별로 없었다.
이걸 그냥 불렀다고?
저 참가자가 고음을 지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몰랐다.
꽤 높게 올라가는 깔끔한 고음.
이건 나름대로 충격인데?
원곡에서 키를 좀 낮춘 거 같지만.
남자가 원곡과 비슷한 느낌으로 곡을 소화해냈다.
물론, 담긴 감정이나 분위기는 조금 부족했지만.
곡을 소화한 것만으로도 주는 충격이 대단했다.
이거 위험하다.
몰의 무대는 남았지만, 루는 모든 무대를 끝냈다.
게다가 루의 마지막 노래는 꽤나 지루했고.
지루한 무대와 대비되는 충격적인 고음.
무대가 끝날 때까지 사람들이 참가자에게 집중하는 게 느껴진다.
노래에 빠져든다기보다는 참가자의 현란한 고음을 기다리는 거겠지.
이건 전략에서 패배한 느낌이 든다.
어차피 이 노래로 앨범을 내고 계속 들려줄 게 아니니까.
한 번의 무대에서 임팩트를 팍! 하고 주기 좋은 구성이다.
존에게 조금 실망스럽긴 했지만, 이것도 다 전략이니까.
참가자의 무대가 끝났고 박수를 받으며 참가자가 내려갔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몰의 무대.
몰이 곡을 잘 이끌어가서 이 분위기를 확 우리 쪽으로 끌고 와야 될 텐데.
양손을 모으고 몰의 노래를 기다린다.
존의 음울한 알앤비부터 차분하게 부르는 몰.
몰도 음울하고 절절한 노래는 그리 떨어지지 않아 꽤 괜찮은 무대를 보여 준다.
관객 대부분이 확실히 몰에게 집중한 게 느껴졌다.
좋았어.
존의 노래로 이 정도 반응을 이끌었다면 내 노래에서 잘 터트리기만 하면 몰은 걱정이 없을 거 같다.
아쉽게도 팀전이 아닌 개인전이기에 루가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존의 노래가 끝나고 가만히 서서 심호흡하는 몰.
연출된 상황도 아닌데 연속으로 두 곡이 이어지니까 감정선이 상당히 비슷하게 이어지고 있다.
곡이 바뀌는 잠깐의 시간도 곡 일부처럼 느껴지며 관객을 집중을 더 높이고 있다.
이건 역대급 무대가 될 거 같은 분위기다.
시작된 내 노래.
루 때와는 다른 절절한 한 서린 곡.
내가 며칠을 갈아 넣어 제대로 편곡한 미국적인 느낌의 고맙고 미안해.
그 노래가 몰의 입을 통해서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전달된다.
“와우.”
나직하게 감탄하는 사회자의 목소리.
존은 놀란 얼굴로 나와 몰을 번갈아 가며 쳐다본다.
거의 모든 관객이 충격적인 얼굴로 몰의 무대만을 보고 있다.
2절이 끝나고 마지막 클라이맥스 부분.
몰이 자신의 성량을 최대로 끌어 올려 절절하게 노래한다.
그래. 이거면 됐다.
몰의 노래가 끝이 났다.
고요해진 스튜디오.
관객도 진행자도 존도 충격받은 얼굴로 몰의 무대만 보고 있다.
진행팀은 정신 차리고 촬영 계속해야지?
-짝짝짝!
내가 나서서 가장 처음 커다랗게 손뼉을 쳤다.
-우와아아아아아!
-브라보!
-짝짝짝짝짝!
강렬한 함성, 몇몇 관중은 기립박수까지 보내고 있다.
오디션장이 아닌 몰 개인 콘서트 같은 분위기.
진행자가 마이크를 잡고 모두를 진정시킨다.
“자! 매우 훌륭한 무대를 감상했기에 여러분의 반응은 이해가 갑니다만, 지금은 생방송 중입니다. 조금 자제를 부탁드릴게요.”
관객석에서 욕설까지 흘러나오기에 말하는 진행자.
“저도 정신을 잠깐 잃을 정도로 황홀한 노래였네요. 여운에 더 빠져있고 싶지만, 할 일을 해야겠죠. 여러분 정신 차리고 투표를 마무리해 주세요. 문자 투표를 10초 후 마무리하겠습니다. 자! 십....”
문자 투표가 마감됐다.
음, 몰은 걱정 없는데 루가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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