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표정이 좋네?”
“헤헤. 좋은 평가를 받았으니까요.”
루를 보며 살짝 도발하듯 말하는 몰.
루는 자리에서 일어나 살짝 몸을 떤다.
“후우, 저 조금만 이따가 내려가도 될까요?”
“응. 충분히 준비하고 내려가.”
루에게 관심을 끊고 몰을 내 무릎 위로 올렸다.
“루 내려갈 때까지 좀 쉬자.”
“하으, 이게 쉬는 거예요?”
“그럼 가만히 쉴까?”
“헤헤. 아니요.”
둘이 오래 함께 있어서 그런지 점점 닮아가네.
나는 살짝 미소 짓고 몰의 손에 착 감기는 가슴을 주무른다.
잠깐의 시간이 지났고 루가 연습실로 이동했다.
“애들이 뭐래?”
“방향을 잘 잡은 거 같다고 했어요.”
“맞지.”
몰이 확실히 루보다 방향은 잘 잡긴 했다.
“그래. 그렇게 계속 잘 준비해 봐.”
“헤헤.”
몰이 웃으며 내게 확 기대 왔다.
“2차 경연곡도 연습해 볼까?”
“네.”
일어나려 하는 몰을 잡아 일어나지 못하게 막았다.
“이대로 불러 봐.”
“이대로요? 하으.”
루보다 몸이 많이 달았는지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몰.
“하으, 흐으음.”
루보다 훨씬 신음과 비슷한 노랫소리.
루는 원래도 교태 있는 톤을 가지고 있어 그 소리가 노래와 섞여 듣기 좋은 노래가 됐는데.
몰의 노래는 그냥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 컸다.
느낄 거면 제대로 느끼던지 노래할 거면 제대로 하는 게 좋겠네.
조금 꼴렸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할 시간이 아니다.
연습하고 있을 네 여인이 나와 몰이 뭘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뒷수습이 힘들 거 같다.
얼마나 얄밉겠어.
일하고 왔는데 일한다고 해놓고 즐기고 있었으면.
다들 오랜만이라 오래 참아왔을 텐데.
특히 루는 내게 몸을 만져지다 노래하기 위해 애써 흥분을 죽이고 내려갔다.
“제대로 불러 보자.”
“잠시만요. 흐으.”
발기해 바지를 한껏 들고 있는 자지를 바라보면서 말하는 몰.
몰도 상황은 이해했는지 별말은 안 하지만, 끈적한 시선이 자꾸 자지에 머문다.
이럴 땐 한번 풀어주고 가는 게 좋은데.
살짝 충동이 들었지만, 주어진 시간이 많을 거 같진 않다.
“후우, 그럼 해 보자.”
“네. 하으.”
대충 진정이 된 나와 몰은 제대로 노래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피드백을 해주면서 살짝살짝 터치해 서로가 완전히 식어버리진 않았지만.
짧은 시간 나름 꽤 괜찮은 연습을 했다.
“후우.”
올라온 루.
루는 몰에 비하면 표정이 많이 안 좋구나.
이거 진짜 1차 경연 결과 모르겠는데?
“어땠어?”
몰을 먼저 연습실로 보내고 루와 이야기를 나눈다.
“으음, 여러 가지 지적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 더 열심히 해.”
“네.”
민초 3인방에게도 그렇고 두 여인에게도 딱히 1차 경연곡 상황을 들을 생각은 없다.
최대한 공정하게 할 거니까.
뭔가 의문이나 문제가 생겨 내게 질문해 오거나 봐달라는 부분이 있다면 봐주겠지만.
경연 때까지는 지금의 기조를 유지할 생각이다.
“갈까?”
“네.”
연습실에 도착하자마자 보인 건 민초 3인방.
“오늘 어떻게 보낼 거야?”
“오랜만에 쉬니까 셋이 좀 놀까 해.”
“잘 다녀와.”
“브로. 굿바이 키스!”
-츄르릅.
카디와 키스하고 연달아 줄리, 리사와도 키스했다.
그러고 밖으로 나가는 3인.
셋 모두 오랜만에 휴식인 데다 놀기 좋아하는 여인들이니 뭐라도 하겠지.
연습실에는 결국 세 사람만 남았다.
나와 몰, 루 셋의 시선이 조금 끈적하게 얽힌다.
“음, 2차 경연곡 연습은 해야 하니까 둘 중에 더 잘한 사람만 해줄 거야.”
“앗!”
“후후.”
몰이 놀라며 날 봤고, 루는 자신 있는 얼굴로 웃으며 몰을 도발했다.
물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은 결과를 낼 생각은 없다.
괜히 경연 전에 기를 죽일 필요는 없지.
둘에게 적당한 피드백을 해주고 무승부로 정해 셋이 질펀한 시간을 보내야지.
“누가 먼저 부를래?”
짓궂게 웃으며 두 사람을 봤다.
둘은 경연만큼 떨리겠지.
이런 경험이 쌓이는 거도 분명 경연에 유리한 작용이 있을 거다.
두 사람의 노래가 끝났다.
한 명 한 명 최선을 다해 피드백하고 다시 노래를 시킨다.
그렇게 꽤 긴 시간이 지났다.
전에도 말했지만, 노래는 2시간 이상 연습시키지 않는다.
한 명당 2시간 정도가 지날 수 있게 노래를 모두 연습시켰다.
총 5시간이 지나 끝난 연습.
“그럼 결과를 발표해 볼까?”
짓궂게 웃으며 두 사람을 봤다.
긴장한 눈으로 날 보는 몰과 루.
나는 둘을 뒤돌려 세우고 잠시 뜸을 들였다.
“이긴 사람을 안아 줄게.”
얼굴이 보이진 않지만, 긴장해 살살 몸을 떠는 두 사람이 느껴졌다.
내게 선택되는 것도 좋겠지만, 사실 잠자리 때문에 더 떨리고 있겠지?
두 사람의 뒤로 이동했다.
두 사람의 중간.
양손으로 두 사람을 모두 한 번에 안았다.
“하읏.”
“앗!”
둘이 같이 안긴 걸 알게 된 두 여인.
“내가 어떻게 너희를 실력으로 차별하겠니. 셋이 같이 잘까?”
“하으, 진짜 너무 해요오.”
“흐으으. 떨렸어요.”
내 가슴팍을 살짝 토닥이는 루와 떨렸다며 몸을 돌려 내게 안겨 오는 몰.
두 사람 모두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토닥였다.
“침대로 가자.”
“네.”
“헤헤.”
그렇게 또 두 여인과 질펀한 시간을 보냈고, 또 별다를 것 없는 날이 지나갔다.
“후우, 드디어 오늘이네.”
몰과 루는 세팅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먼저 출발했다.
나 홀로 아인의 차에 타서 방송 세팅을 마치고 촬영장으로 이동한다.
“응. 다들 잘 했으니까 이길 거야.”
“그래야지.”
내 긴장을 눈치챘는지 아인이 날 살짝 토닥였고.
나도 웃으며 아인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평소보다 긴장이 더 된다.
지금까지는 모두 끝나기 직전까지 내가 뭔가 확인하고 피드백을 했는데.
이번 1차 경연은 내가 아무런 피드백을 안 했으니까.
나도 두 사람이 새로운 곡 해석을 얼마나 소화했을지 알 수가 없으니 불안감 반 기대감 반으로 심장이 뛰고 있다.
“후우우, 어쨌든 이길 테지만.”
2차 패자전 준비는 완벽하다.
큰 변수가 없다면 이길 수밖에 없는 곡으로 준비했다.
불안해서 마기를 아주 때려 박듯이 넣었으니까.
이변은 없어야만 한다.
시작된 촬영.
“반갑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드디어 날이 밝았습니다.”
진행자가 나와 멘트를 한다.
“오늘은 생방송으로....”
-와아아아!
진행자의 프로듀서 소개 멘트에 관객들이 함성을 질렀다.
그 함성을 들으며 밖으로 나서는 나와 신디, 존.
세 사람이 동시에 등장했다.
생방송은 시간을 지키는 게 생명이기 때문에 무대를 제외한 다른 곳에서 시간 소모를 최소화한다.
나중에 분량 더 뽑는 건 인터뷰나 뭐나 할 게 많으니까.
시간이 부족한 건 어찌 못 해도 남는 건 충분히 채울 수 있다.
바로 참가자 소개까지 끝마치고 경연 준비에 들어간다.
참가자 넷 모두 인사를 마치고 대기실로 들어갔고 프로듀서 셋은 심사석에 앉았다.
준비 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에스민 프로듀서님이 할 얘기가 많을 거 같은데요. 시간이 많지 않은 관계로....”
나만 인터뷰하겠다는 내용.
“자신의 팀원 둘이 1차전에서 경연하게 됐는데....”
질문은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정이 어땠는지, 어떻게 준비했는지 등.
“처음에는 저희 팀 둘이 첫 경연에서 경쟁하게 됐다고 해서 조금 슬펐지만, 오히려 좋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좋았다구요?”
“네. 2차 경연곡을 하나만 준비하면 되니까요.”
“아! 그렇군요!”
진행자와 적당히 재밌게 인터뷰한다.
“사실, 1차 경연은 곡을 만들어주고 몇 번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확인을 안 하셨다구요?”
“네. 공정함을 기하기 위함도 있고. 제가 두 사람의 상황을 알고 피드백을 해주면 이도 저도 아닌 무대가 될 수도....”
상황의 속뜻은 조금 감췄지만,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다 말했다.
“다행히 요즘 민초로 활동하는 세 친구가 시간이 돼 조금....”
민초 얘기도 하면서 홍보도 하고 어그로도 좀 끈다.
“오! 그 세 분이 봐 줬다고요?”
“네. 제가 부탁을 했죠. 하하.”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준비가 끝났다는 싸인이 올라왔다.
더 묻고 싶은 게 있었던 거 같은 눈치지만.
진행자는 프로답게 궁금증을 내려 두고 바로 무대로 돌아간다.
“자! 무대 준비가 끝났다고 합니다. 뜸 들이지 않고 바로 보도록 하죠. 첫 무대는 1번을 뽑았던 루 밀러의 무대입니다. 바로 보시죠.”
특별한 수식어도 없이 소개가 끝나고 시작되는 무대.
참가자 소개는 아까 다 했으니 또 할 필요는 없겠지만.
내 소속 참가자가 방송에 좀 더 노출됐으면 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하아아~”
시작된 노래.
발랄한 분위기의 신나는 곡.
루는 훌륭하게 소화했다.
여기까지는 당연히 잘 해야지.
1절이 끝나고 간주가 나온다.
루의 표정이 바뀐다.
헤실헤실 웃으며 발랄한 무대를 하던 루의 눈이 조금 풀리고 몸에 힘이 빠진다.
그에 맞춰 변하는 곡의 분위기.
좋다. 잘 했다. 여기까진 나무랄 데 없이 잘 하고 있다.
관객들도 숨죽이고 루의 변화를 지켜본다.
“후우~”
훨씬 끈적해진 보컬.
1절이 끝나고 바로 분위기가 확 바뀌는 게 쉬운 게 아닌데.
루의 장점인 교태로움이 확 살아나며 꼴릿한 무대가 나온다.
크으, 잘한다. 내 새끼.
관객석을 살짝 돌아보니 남자 관객들 다수가 입을 벌리고 금방이라도 침을 질질 흘릴 것처럼 보고 있다.
몰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모르겠지만, 여기에 이기긴 힘들 거 같은데?
“후우!”
루의 무대가 끝났다.
진행자가 올라오고 루가 내려간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인터뷰는 두 무대가 모두 끝난 다음에 하겠습니다. 그럼 바로 다음 무대 보시죠. 몰 바튼 양입니다.”
진행자가 소개를 끝내고 내려가니 조명이 꺼졌고 몰이 무대로 올라와 자리를 잡았다.
바로 흐르는 전주.
몰이 밝은 얼굴로 율동을 춘다.
오구오구, 귀여워라.
몰의 귀여운 율동에 나도 모르게 함박웃음이 나올 뻔했는데.
날 찍는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는 걸 보고 표정 관리를 한다.
후우, 큰일 날 뻔했다.
“예!”
귀엽고 발랄한 무대.
몰의 곡에는 루와는 조금 다른 장치가 들어가 있다.
루는 1절이 끝나고 간주에 확 분위기가 변하는 변화가 눈에 팍! 하고 보이는 느낌이 강했다면.
몰의 곡은 2절 시작까지 무난하게 진행된다.
곡에 극적인 변화가 오는 걸 클라이막스 부분.
귀여웠던 곡이 거의 하드코어 락 같은 강렬한 곡으로 바뀐다.
루가 했던 섹시는 여성성을 강조한 개 꼴리는 섹시라고 한다면.
몰이 할 섹시는 강렬한 느낌의 멋있는 섹시미라고 할 수 있다.
보이쉬한 느낌은 아니지만, 여전사 느낌?
그걸 위한 빌드업은 2절 시작부터.
조금씩 조금씩 티 나지 않게 곡에 악기가 추가되고.
몰의 보컬도 조금씩 변한다.
조금 더 쨍한 목소리. 조금 더 강렬한 느낌.
확실하게 티 나는 변화는 아니지만, 예민한 사람은 느낄 수 있을 정도?
점점 2절의 클라이막스가 다가온다.
이제는 대부분 눈치챌 수 있을 정도의 변화가 생겼지만.
온도를 서서히 올려 쪄 죽는지 모르는 개구리처럼.
무대에 집중한 관객들은 뭐가 변했는지 모르고 무대를 지켜 보고 있다.
-지이잉!
갑자기 울리는 강렬한 전자기타 소리.
귀여운 느낌을 주던 악기들이 모두 퇴장하고 강렬한 느낌의 배경음이 무대를 채운다.
“아아아!!”
계속 연습한 강렬한 고음이 터져 나오고 몰도 완전히 강렬한 이미지로 변한다.
-찌이익!
몰이 입고 있던 옷을 찢는다.
오! 이건 나도 몰랐던 건데?
안에 입은 옷은 몸에 딱 달라붙는 짧은 원피스.
확실히 강렬한 인상이 올라오는 의상이다.
관객들도 흥이 났는지 함성을 지르며 광란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어라? 이거 잘 하면 몰이 이기겠는데?
전체적인 완성도를 따지자면 두 사람 모두 비슷비슷한 수준.
근데 무대적인 파급력이 몰이 훨씬 좋았다.
루도 그런 부분이 없었던 게 아니지만, 몰이 그 부분을 훨씬 더 잘 살렸다.
모든 게 80점인 무대와 모든 게 70점이지만, 하나가 100점인 무대.
심사를 하자면 모든 게 80점인 무대에 점수를 더 주겠지만.
관객 입장에서 보자면 하나가 100점인 무대가 더 기억에 남고 잘해 보이는 건 사실.
관객 투표와 지금 진행되고 있을 ARS 투표는 몰에게 유리하게 나올 수밖에.
몰의 무대가 끝이 났다.
갑자기 조용해진 무대.
“자! 두 참가자의 무대가 모두 끝이 났습니다. ARS 투표 마감합니다. 오! 사! 삼! 이! 일! 마감했습니다!”
문자 투표가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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