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2차 패자전에 쓸 곡은 내가 작곡할 생각이다.
어차피 자유 주제인 만큼 자작곡을 사용해도 괜찮은 거니까.
마기 빠방하게 넣은 멋스러운 곡으로 최대한 현장 반응을 끌어내 승리에 가깝게 만들 생각이다.
물론, 그걸 소화하는 건 별개지만.
생각해 보니까 2곡을 만들 필요는 없었네?
어차피 둘 중에 한 명이 부를 거고 한 곡을 둘 다 연습시키는 게 나도 편하고 여인들도 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으니 유리할 거다.
이거 우리끼리 붙은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데?
만약에 우리 둘이 나머지 두 프로듀서와 붙었다면 혹시 모르는 마음에 둘 모두 다른 패자전 곡을 준비했어야겠지만.
우리끼리 붙어서 한 명은 확실하게 올라가니까 한 곡만 준비해도 문제가 없다.
나름대로 개이득이네.
그래도 우리끼리 싸우는 건 조금 마음 아프지만.
적당히 두 사람 모두에게 어울리는 곡을 만들어 보자.
일단 전체적인 컨셉은 섹시 알엔비.
둘 모두 섹시한 컨셉을 의외로 엄청 잘 소화하니까.
물론, 섹시만 가지고 할 건 아니고 약간의 귀여움과 청량함을 넣을 생각이다.
풋풋한 섹시미라고 할까?
이제 막 성인이 된 소녀가 여인이 되는 성인식 느낌.
뭔가 풋풋하고 귀엽고 청량하면서도 그 안에 섹시함이 언뜻언뜻 드러나게.
그러다가 후렴 부분에서는 완전히 섹시로 포텐을 터트려야지.
루도 생각하고 만들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거의 몰을 위한 곡이나 다름없다.
아마도 내 마음속에서 몰이 이미 져 있어서 영향이 없지 않은 거 같다.
그래도 미리 판단하진 말자.
아직 곡 연습도 시작 안 했다.
“후우, 다 됐다.”
곡이 거의 완성되고 기지개를 켰다.
“끝났어요?”
“어? 와 있었어?”
뒤에 보니 소파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쉬는 두 여인이 보낸다.
몰이 뭔가 활력 넘쳐 보이는 건 어제 내가 열심히 박아준 영향일까?
루가 워낙 활기차기에 활력은 루에게 이기기 힘든 몰인데.
오늘은 그 기운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왔으면 말하지.”
“너무 집중하고 계셔서. 헤헤.”
루가 귀엽게 웃으며 다가왔다.
“패자전곡이에요?”
“응. 어떻게 알았어?”
“대충 느껴지는 느낌이 저희 둘한테 어울리는 거 같아서요.”
루가 곡을 보는 눈도 나쁘지 않았구나.
루는 내가 작정하고 밀면 대스타가 될 수도 있을 거 같다.
물론,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자! 두 사람 다 들어봐. 누가 이기든 지든 패자전은 이 곡으로 할 거니까.”
루와 몰 모두 집중해서 곡을 듣는다.
“아, 이거 고민되네요.”
“왜?”
루가 고개를 털며 내게 말했다.
“그냥. 져서 이 곡 제가 부르고 싶다 이런?”
“하하하. 그런 부작용이 있을지는 몰랐네.”
“흐으음.”
몰도 뭔가 생각에 잠긴 표정이다.
“몰은 어때?”
“감사해요.”
“응? 뭐가?”
“이겨도 져도 선물을 받는 거 같아서요. 헤헤.”
몰이 밝게 웃었고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해맑은 웃음에 피로도 나쁜 마음도 모두 정화되는 기분이다.
크으, 어쩜 이리 소중한 생명체가 있을까.
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곡을 바꾼다.
“자! 루 먼저 볼까?”
“네!”
몰은 혼자 소파로 가 이어폰을 낀다.
아무래도 루는 어제 혼자 자면서 오늘 연습한 곡을 많이 듣고 대충 연습도 했겠지만.
몰은 나와 함께 하면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 때문에 선택한 순서.
루와 함께 작업실에서 노래 연습을 시작했다.
“부를 수 있겠어?”
“이거 너무 어려워요.”
“쉽진 않겠지.”
아무래도 갑자기 분위기를 확 변화시키는 건 쉽지 않다.
곡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감정을 전달하는 노래를 하는 건 진짜 일류나 할 수 있는 거니까.
보통은 곡의 감정과 자신의 감정을 일치시켜 청자에게 전달하는 게 보통의 가수다.
곡의 감정에 먹혀 자기만 그 감정을 느끼는 건 아마추어고.
어디서 노래는 잘 하는데 소리 정도 듣는 애들이 가수를 못 하는 이유가 감정 때문이기도 하니까.
노래에는 분명 타고난 부분이 있지만, 기술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을 갈고 닦으면 모든 노래가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이유는?
그게 바로 감정이다. 이 감정을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청자에게 들리는 노래도 달라지는 거니까.
그런데 그 감정을 잠깐의 쉬는 시간도 없이 노래하는 도중에 확 바꿔야 한다.
일류 가수가 아닌 이상에야 쉽지 않은 일일 수밖에.
“흐음, 이건 내가 조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네.”
물론, 방법론 적인 얘기는 해줄 수 있지만.
그건 다 추상적인 얘기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배 가수들도 감정 부분에는 어떻게 가르침을 주기가 힘들다고 한다.
승철 형님이나 한나도 그랬으니까.
토리스나 코안이라면 다를 수도 있는데 그들은 범인이 아닌 워낙 천재들이니까.
아마 범인인 우리가 그들의 말을 못 알아듣겠지.
“연습뿐이 답이 없어.”
“흐으, 열심히 해 볼게요.”
“목 관리는 잘 하고. 하루 2시간 이상 노래는 금지야.”
“네!”
내 철칙이다.
성대는 근육이라 피로가 쌓인다.
너무 무리해 사용하면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데 가수는 그럴 수 없다.
그렇기에 무리해 사용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무리하지 않고 성대를 쓸 수 있는 건 2시간이 최선이다.
물론, 마기로 여러 가지 할 수 있겠지만 내가 평생토록 항상 마기로 풀어줄 수 있는 게 아니니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가수가 스스로 목 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수밖에.
노래를 직접 부르며 연습할 순 없지만, 나머지 시간에는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머릿속에서 감정 변화를 연습하게 할 예정이다.
“후우, 그럼 조금 쉬고 있어.”
“네!”
대략 한 시간 정도 루의 노래를 봐주고 몰에가 다가갔다.
“준비는 좀 됐어?”
몰의 이어폰을 살며시 빼며 물었다.
“해볼게요.”
“그래. 저쪽으로 갈까?”
“네.”
루가 소파로 와 지친 몸을 달래고 있다.
온 신경을 집중해 1시간 동안 노래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음, 감정 전달이 좀 부족한데?”
“그래요? 다시 해 볼게요.”
“그래.”
몰과 의견을 교환하며 노래를 점차 완성시켜 간다.
루보다 잘 하는데?
노래는 루가 더 대단했지만, 감정 컨트롤은 몰이 더 잘했다.
이게 감성적인 부분이라 뭐라 설명할 수가 없는데.
루는 1절이 끝나고 재해석 부분에서 확 변하는 감정선을 따라가기 급급하다면.
몰은 그래도 그 흐름에 올라타 감정을 표출할 수는 있다.
어쩔 수 없는 테크닉적인 문제로 표출되는 감정이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이거 잘 하면?
진짜로 몰이 이기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는데?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내 안에서 피어나는 묘한 기대감을 지울 수 없었다.
프로젝트 S 방송 촬영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오늘.
오늘부터 두 여인의 연습은 두 여인의 몫으로 남길 예정이다.
나도 공정을 기하기 위해 패자전곡에만 정성을 쏟아 조언할 예정이다.
어차피 둘 중 한 명은 이겨서 올라가는 거니까.
바쁜 시간을 쪼개 오늘은 스케쥴 도 있다.
“하으응.”
“피곤해?”
“그냥.”
피곤한 건 아닌데 막상 또 방송 일을 하려니까 기지개를 켜고 싶었다.
그냥 피곤하진 않은데 피곤한 그런 느낌.
“그래도 이건 내 컨텐츠니까.”
“그래.”
이번에 하는 건 드림 스테이지 미국판 힙합특집.
스케쥴을 조금 바꾸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지금 스케쥴이 잡혔다.
내 스케쥴에 다 맞출 수 있는 거도 아니고.
내가 오늘 절대 안 되는 거도 아니니까.
랩 심사는 내가 할 일이 많지 않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본선 심사에 내가 빠지는 건 조금 안 좋은 이미지가 생길 수 있으니까.
드림 스테이지는 고심도 많이 하고 열심히 만들고 있는 컨텐츠다.
“자!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잠시 대기실에서 쉬고 있는데 진행팀이 촬영 시작을 알려 왔다.
바로 무대로 가는 건 아니고 살짝 밖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고용한 진행자가 유쾌한 말투로 촬영 시작을 알린다.
“심사위원분들을 모시기 전에! 오늘 본선은 특별히....”
민초의 특별 무대를 준비했다.
그녀들 활동이 너무 바빠서 미국에 왔는데 잘 만나고 있지도 못하니까.
이참에 얼굴도 보고 시간도 며칠 함께 보낼 예정이다.
물론, 낮 동안엔 몰과 루의 노래를 봐주겠지만.
루를 안아준 밤 이후로는 두 여인이 공정을 위해 둘 모두 함께하거나 둘 모두 함께하지 않겠다고 해서 며칠 루와 몰. 두 여인과 밤을 보내기도 했고.
당분간은 두 사람의 컨디션을 위해 안지 않을 생각이다.
요즘 내가 점점 욕구가 차오르고 있는지 계속 플레이가 격렬해져 다음 날 여인들이 골골 되는 거 같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빨렸던 기를 여기 여성들로 채우는 거 아닐까?
“흐음, 무대나 구경하고 싶은데.”
아쉽게도 민초 무대 후 바로 등장이라 무대를 보고 있을 순 없었다.
민초의 무대가 끝나고 줄리가 날 소개한다.
“그럼 우리 민초 셋을 뭉치게 도와줄 프로듀서를 불러 볼까요?”
“에스미이이인!”
카디의 기세 좋은 외침과 함께 무대로 등장.
“안녕하세요. 여러분!”
우리는 적당히 인사를 끝내고 심사석에 앉았다.
본선 심사답게 오늘도 특별 심사위원을 초빙했다.
내가 친분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고 카디가 알고 있는 래퍼다.
물론, 여성 래퍼.
카디가 남자랑 친할 리가 없으니까.
우리 넷 모두 자리에 앉자 진행자가 특별 심사위원을 소개했다.
지금 내 곡을 제외하고 빌보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몇 있다.
그중 한 사람.
린 로힐.
카디와는 다르게 조금 더 그루브 있고 유쾌한 랩을 하는 그녀.
파티 음악에 딱 어울리는 트랩 비트에 신나게 랩을 하는 모습은 몇 번 본 적 있다.
뭐, 크게 관심은 없었지만.
내가 린에게 관심이 없는 건 당연히 외모 때문이다.
그냥 얼굴만 봐도 랩은 거의 신급으로 잘 할 거 같이 생기긴 했다.
카디처럼 뭔가 귀엽고 섹시한 모습은 따로 없으니까.
몸매는 조금 끌리긴 한다만, 얼굴이 너무, 으음.
“반가워요!”
그녀가 특유의 밝은 톤으로 인사해 나도 마주 인사했다.
그리고 시작된 심사.
내가 만든 힙합 비트에 자기 스스로 가사를 써온 참가자들.
힙합답게 가사도 평가에 들어간다.
당연히 나는 랩보다는 가사를 중점적으로 심사할 예정.
그래도 카디와 친하게 지내며 힙합에 관심이 높은 줄리 정도는 심사에 어울릴 수 있겠지만.
나나 리사는 랩 심사에 말을 꺼내는 건 조금 그렇다.
줄리도 잠깐잠깐 의견을 낼 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힙합을 하지 않는 백인 여성과 동양인 남성.
흑인 음악에 대해 평가를 소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으니까.
이미지 생각하는 거도 있고,
“흐음, 제가 보기엔 아직 자신만의 스타일이....”
그런 점을 알고 있는 카디와 린이기에 우리 대신 랩에 관해 신랄한 평가를 들려준다.
나와 줄리, 리사는 랩에 관한 평가보다는 가사나 무대 매너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고.
결국, 심사에 들먹일 수 있는 건 대부분 스타성에 관한 얘기였다.
흐음, 지루해라.
힙합을 좋아하긴 하는데 딱히 눈에 띄는 래퍼가 없다.
뭔가 내 곡에 딱 어울리게 랩을 하며 즐기는 무대는 나오지 않고 순서가 지나갔다.
“후우, 인재가 없는 거 같은데.”
“곧 나올 거야.”
“그래?”
미리 예선 심사에 참가자를 모두 본 카디가 내게 눈을 빛내며 말했다.
“기대해도 돼?”
“물론.”
카디의 말에 기대감 섞인 얼굴로 무대를 지켜보게 됐다.
한 명 한 명 참가자가 지나갔지만, 딱히 기억에 남는 무대는 없었다.
마지막에 나오려나?
남은 참가자는 둘.
“언제 나오려나.”
“진짜 기대되게 왜 이렇게 안 나와.”
“후후. 브로 조금만 기다려.”
살짝 짜증 내는 날 엄마처럼 인자한 미소로 보는 카디.
그 모습이 귀여워 뭔가 해주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았다.
살짝 눈치를 보며 발로 카디의 다리를 살살 토닥였고.
카디가 내 발짓에 꿀 떨어지는 눈으로 날 봤다.
“허니, 그런 표정 위험해.”
나와 카디에게 몰래 주의를 주는 줄리.
아!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긴 하지.
어차피 촬영본에 이런 모습이 나가진 않겠지만, 보는 눈이 없는 게 아니니 조심할 필요는 있다.
“자! 이제 두 명의 참가자가 남았는데요!”
진행자의 말에 다음 참가자가 올라온다.
어? 익숙한 얼굴이네?
카디가 날 보며 씩 웃었다.
뭔가 내가 알던 모습에서 많이 변했으려나?
갑자기 기대감이 엄청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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