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404화 (404/450)

404.

안고 있던 우아를 살짝 밀어내고 얼굴을 본다.

조금 발그레하게 오르긴 했지만, 딱히 거부감이 보이진 않는다.

“그래, 코어 근육이 틀린 말은 아니야. 내가 하려던 말이 호흡이니까.”

“호흡이요?”

“응, 코어 근육이 잘 잡혀 있으면 안정적인 호흡을 하는데 유리한 건 맞으니까.”

“아아!”

우아가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뭘 알고 끄덕이는 거 같진 않았지만,

그냥 귀여우니까 그 모습을 바라본다.

“자! 그럼 호흡은 어떻게 하는 게 제일 좋을까?”

“복식호흡이요!”

“그렇지?”

사람에 따라 폐활량은 다르다.

호흡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

이건 훈련이나 연습으로 늘릴 수 없는 부분이다.

단지 가진 호흡 통 안에 호흡을 얼마나 자유자재로 잘 쓸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가장 많이 하는 훈련 중 하나가 끝까지 호흡을 잘 머금고 일정한 세기로 뱉어내는 훈련이다.

코 아래에 종이나 휴지를 붙여서 일정하게 흔들리도록 하기도 하는 훈련.

그게 생각보다 효과가 꽤 좋다.

뭐, 내가 여기서 그걸 시킬 필요는 없지만.

“매일 연습하고 있어요! 하압!”

우아가 말을 끝내곤 호흡을 들이마신 뒤 천천히 후우우! 하고 뱉어낸다.

으음, 확실히 가수라고 하기엔 많이 떨리는 호흡이네.

우아의 배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계속해봐.”

“하아아, 네에. 하압!”

어쩜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귀엽네.

살이 거의 없는 잘 빠진 복부지만, 만질 살이 없는 건 아니다.

여성의 아랫배는 무조건 지방이 있으니까.

자궁의 보호를 위해 아랫배 지방은 잘 빠지지 않도록 설계됐다.

아랫배를 주무르는 건 아니지만, 손을 올리고 꾹꾹 눌러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들보들한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아으, 나 너무 변태 같은 느낌이네.

손을 뗀다.

“흐음, 호흡이 아직 부족하구나.”

“그렇죠?”

호흡 빌드야 많이 써봤던 빌드고, 가장 잘 먹히는 빌드니까 정해진 루틴까지 있다.

“자, 단전에 손을 올리고 호흡을 한 번 해봐.”

“네. 흐으읍. 후우우!”

양손을 배에 올리고 호흡하는 우아를 감상했다.

집중해서 호흡하는 모습이 꽤 귀엽다.

“단전이 어디라고 생각해?”

“배꼽 아랫부분이요.”

“그렇지? 거기에 좀 더 집중해봐.”

“네.”

우아의 손을 치우고 내가 아랫배에 손을 올렸다.

“자, 가장 편안한 호흡으로 여기까지 숨을 들이 마셔봐.”

“흐으으읍.”

“좀 더 가볍고 빠르게.”

“흐읍.”

“너무 힘이 들어....”

괜한 트집을 잡으며 우아의 귀여운 모습을 계속 끌어낸다.

“후우, 저 수, 숨이, 너무 차요오. 하으으.”

아! 너무 기분 냈네.

원래도 하얀 우아의 피부지만.

얼굴이 꽤 하얗게 질린 거 같다.

“너무 열심히 했네. 잠깐 쉬자.”

“헤헤.”

“잘 하고 있어.”

“정말요?”

우아가 살짝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한다.

하긴, 계속 지적만 당하니까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겠지.

슬슬 개수작 좀 부려 볼까?

“사실 호흡에는 비법이 하나 있는데.”

“비법이요?”

“음, 근데 그 방법이 좀 그래.”

“뭔데요?”

나는 턱에 손을 올리고 고민하는 척 우아를 본다.

“알려주실 수 없는 건가요?”

“그건 아닌데 오해할 거 같아서.”

“오해요?”

“응. 지금까지 말해 줬을 때 오해 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어.”

우아가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한다?

“뭔데요?”

“섹스.”

“네?”

“봐봐. 오해할 거 같잖아. 그냥 못 들은 거로 해.”

당연히 쉽게 넘어갈 수 있을 리가 없는 말이다.

우아는 얼굴을 붉히고 민망해하면서도 날 봤다.

“저, 정말 그게 효과가 있어요?”

“당연히 아무나랑 한다고 막 좋아지진 않지.”

“그럼요?”

우리 회사 연습생 다섯은 성적으로 경험이 거의 없다.

없을 수밖에 없긴 하지.

미성년일 때 건드리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고.

성인이 된 다음부터는 계속 연습생을 해 문란한 짓을 할 수가 없었다.

연습생 시절에 있었던 일은 대부분 조사해 보고 받았기에.

모두가 경험이 없다는 사실에 어느 정도 확신을 하고 있다.

“뭐가 궁금한 건데?”

나는 살짝 장난 톤으로 말했다.

“그게 궁금한 거야? 비법이 궁금한 거야?”

“다, 다다, 당연히 비, 비법이죠.”

“근데 말을 왜 그렇게 더듬지? 이거 수상한데?”

“아, 아니! 그, 미, 민망한 얘기라 그렇죠.”

우아가 당황해 쩔쩔맨다.

“하하, 알겠어.”

계속 놀리고 싶은 귀여운 모습이지만, 더 했다간 울 거 같아서 멈춘다.

우아의 팔을 살짝 토닥이고 표정을 진지하게 바꾼다.

“사실대로 말해 줄게.”

“네.”

우아도 표정을 바꿔 긴장한 채 내게 집중했다.

“아까 호흡은 어디로 한다고 했지?”

“단전이요!”

“단전이 어디?”

“여기요.”

우아가 자기 아랫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자! 그럼 단전에는 뭐가 있을까?”

“네?”

“단전이라는 장기가 존재하는 건 아니잖아.”

“그, 그래요?”

음, 이걸 모를 수도 있구나?

단전은 특정 장기는 아니고 한의학에 나오는 경혈 위치라 할 수 있다.

붉을 단에 밭 전으로 붉은 밭이라는 뜻을 가진 단전을 우리 몸에서 기운이 가장 많이 모이는 세 곳을 말하지만, 보통은 하단전을 말하는 뜻으로 쓰인다.

하단전은 배꼽 아래로 세 치 아래를 뜻한다.

세 치는 대략 9Cm 정도 되는 길이.

즉 배꼽 아래로 9Cm 아랫부분을 단전이라 할 수 있다.

“그 부분에는 뭐가 있어?”

단전에 관해 설명을 마치고 우아를 보며 물어봤다.

“어, 그, 장이 있지 않을까요?”

“장?”

으음, 장도 거기 있긴 하다.

“장은 꽤 뒤에 있고 그 앞에 있는 게 뭘까?”

“자, 자궁이요?”

원하는 답이 나왔다.

사실, 인체 구조로 따지면 단전 위치에 가장 가까운 장기는 방광이다.

자궁은 사실 방광 뒤편에 있다.

섹스 얘기까지 했는데 방광이 떠오르긴 힘들지.

그리고 여성의 자궁 위치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방광이 어딨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 자궁이 있지. 그럼 단전호흡에 가장 자극을 받는 장기는 어디겠어?”

“자궁이겠네요?”

우아는 모범생이라도 된 거처럼 내가 원하는 답을 잘 말해가고 있다.

“그렇지. 그럼 음, 이건 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 데 혹시 경험 있니?”

“네? 아, 아니요. 겨, 경험하기엔 계속 연습생 생활을....”

우아가 당황해 TMI를 쏟아 냈다.

“아니, 뭐라고 하려는 건 아니고 설명을 하려면 네가 어디까지 아는지 알아야 하니까.”

“아, 헤헤.”

우아가 민망한지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음, 남자 성기를 본 적 있니?”

“아, 아뇨. 보통 가리고, 아니.”

“가리고?”

“으, 그, 여, 영화에는 모, 모자이크되거나 안 나오니까요.”

영화 맞지? 야동은 안 보나?

한창 성에 관해 궁금할 나인데 주변에 경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호기심에 찾아봤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뭐, 그건 넘어가자.

“음, 그럼 대충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

“이, 이 정도요?”

우아가 손으로 원통을 그린다.

우아의 상상 속의 자지는 매우 아담하구나.

“음, 그거 보단 대부분 크단다.”

“그래요? 그럼 이 정도?”

우아가 약 10Cm 되는 원통을 그렸다.

“뭐, 보통은 거기서 조금 더 큰 정도일 건데. 아, 이건 좀 자랑 같아서 민망한데 내가 좀 크거든.”

“네?”

갑자기 내 사이즈를 오픈하니 우아가 당황했다.

“아니, 설명을 계속 들으면 무슨 의미인지 알 거야.”

“네, 네네.”

우아는 허둥지둥하며 내 눈을 피했다.

“자, 그럼 섹스는 어떻게 하지?”

“아으으.”

말을 잊지 못하는 우아.

얼굴이 터질 거처럼 붉어졌다.

“말로 하긴 좀 그렇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러아.

“그래도 알 건 알지?”

“네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한다.

이게 뭐 그리 부끄러운 얘기라고 저러는지.

하긴, 경험이 없으니 부끄러울 수 있겠다.

“여성의 질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

“질 길이요?”

“응. 성기부터 자궁까지 길이.”

“시, 십센치?”

뭔가 발음이 욕하는 거 같아 살짝 놀랐다.

“우리나라 평균은 팔 센치 정도 돼. 짧지?”

“짜, 짧네요.”

“그래. 아까 말했든 남자 건 10센치는 보통 넘어가 그걸 넣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다 안 들어가는 거 아니에요?”

설마, 질 길이보다 두 배는 긴 내 자지도 다 들어가는 사람이 있는데.

“아니, 다 들어가.”

“으음. 자, 자궁까지 들어 오는 거예요?”

“뭐? 하핫.”

너무 아이 같은 답에 웃음이 났다.

“자궁은 딱딱한 문으로 막혀 있어, 정액도 통과하기 힘들 정도로. 정자만 조금 통과하는 정도지.”

“그, 그래요? 그럼 어떻게?”

우아는 이제 학구열 넘치는 학생처럼 궁금증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자궁이 뒤로 밀려서 공간을 만들어 줘.”

“우와아.”

뭐가 그리 신기한지 눈을 크게 뜬 우아가 자신의 배를 빤히 본다.

“본다고 뭘 알겠니?”

“헤헤.”

“귀엽긴.”

우아의 머리를 쓰다듬고 눈을 마주쳤다.

어쩌다 보니 섹스 강의가 돼 버렸네?

분위기는 야하게 흘러가서 나쁘진 않다.

“그럼 다시 원래 얘기로 돌아와서.”

“네!”

우아가 배시시 웃다가 다시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어떻게 한 번 재밌게 따먹어 보려고 개수작 중인데 너무 진지하게 듣는 거 같아 살짝 죄책감이 올라오지만.

그래서 더 재밌다.

아으, 벌써 자지가 살짝 고개를 까딱까딱하며 준비됐음을 알리고 있다.

“자! 그럼 섹스를 하면 자궁이 밀려 그 감각을 호흡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오!”

뭔가 깨달은 듯 우아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자궁이 밀리며 공간을 만든다고 했지?”

“네.”

“그럼 자궁이 많이 밀릴수록 공간이 커지겠지?”

“그렇죠?”

고개를 끄덕이며 내 질문을 집중해 듣고 감탄을 연발하는 우아.

“아랫배에 공간이 있다고 생각하고 거기로 호흡하라고 했었잖아.”

“맞아요! 아! 그래서!”

“응. 아까도 말했듯 내가 좀 크거든, 그래서 나랑 하면 한계까지 자궁을 밀어 볼 수 있어.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공간이 생기는 거지.”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그럴듯하게 떠들어 댔다.

어차피 마기로 인해 기본적인 호감과 동경의 감정이 있고.

내 주변에서 갑자기 노래 실력이 늘어난 여인들이 한둘이 아니다.

노래가 늘어난 사람이 많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으니 내 개소리가 힘을 얻는다.

“아, 그, 저.”

“처음은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 게 좋지 않겠어? 노래 욕심은 알겠지만, 조금 그렇지?”

뭔가 말하려는 우아의 말을 끊으며 먼저 선수를 친다.

여기부터가 중요하다.

우아가 확실히 끊지 못하도록 줄타기를 잘 해야 한다.

그래서 내게 애원하는 느낌이 들도록 우아를 컨트롤 한다.

“네가 먼저 레슨을 받고 싶다고 한 그 마음은 알아서 이런 얘기를 해준 거긴 한데.”

“네에에...”

잔뜩 힘이 빠진 목소리로 고민하며 말하는 우아.

“내가 강압적으로 하자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 모든 선택은 네게 맡길 거야.”

“아으으.”

우아가 난감한 듯 고개를 젓는다.

“경험이 있다면 모를까 아예 경험이 없는 거 같으니까. 이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우아가 눈을 감고 표정을 찌푸렸다.

“첫 경험을 노래를 위해 희생할 건지, 아니면 조금 느리더라도 정석대로 연습하면서 느리게 성장할지. 네가 결정해.”

“아으, 너, 너무 어렵네요. 하하.”

우아가 난처한 듯 어색하게 웃는다.

“결정에 조금 도움을 줄까?”

“도움이요?”

나는 우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아으?”

얼굴이 닿을 듯 말 듯 가까워진 거리.

우아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부드럽게 쓰다듬다 목덜미로 손을 내려 살짝 잡는다.

그대로 당기면 바로 키스를 갈길 수 있지만, 조금 뜸을 들여야 한다.

“첫 경험이 나여도 괜찮을지 알아보자.”

“아! 읍!”

-츄릅, 츄르릅, 츕.

우아와 부드럽게 키스했다.

처음에는 입을 굳게 다물고 가만히 내 입술이 닿는 거만 느끼던 우아.

떨어지지 못하도록 계속 목덜미를 잡고 키스하니 조금씩 입이 벌어진다.

얘가 숨을 안 쉬고 있네?

아마도 숨이 막혀서 입이 벌어진 거 같다.

나는 살짝 입술을 떼고 말했다.

“숨은 코로 쉬면 돼.”

“하아아.”

-츄릅, 츄르릅. 츕.

조언한 다음 바로 다시 입술을 부딪친다.

아까보다는 훨씬 격렬하게.

우아도 이번엔 내 움직임에 동조해 고개를 틀며 내 입술을 느낀다.

“파하아. 하으. 하으으.”

“자, 어땠어? 네 처음을 내게 줘도 괜찮을 거 같아?”

뭔가 존나 카리스마 있는 나쁜 남자 느낌이 나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그냥 쓰레기 같기도 하고 기분이 묘하다.

뭐, 다정한 쓰레기 같은 포지션도 나름 로망이긴 하지.

“기회는 오늘뿐이니까. 결정해줘.”

우아에게 결정 권한을 넘기는 마지막 말을 끝으로 나는 조용히 앉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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