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1.
서은을 데리고 회사로 들어왔다.
평소였다면 사장실로 직행해 아빠와 얘기를 나누겠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다.
연습실 비어 있겠지?
아니, 연습실 말고 작업실로 데리고 갈까?
춤은 내가 볼 게 없잖아. 나는 노래나 보면 되는데.
그래 오디션은 작업실에서 하는 거로 하자.
“따라오세요.”
“네.”
잔뜩 긴장한 서은.
털을 바짝 세운 고양이가 떠오르는 모습이다.
생긴 건 도도한데 성격은 소심해서 놀려먹기 딱 좋은 스타일이다.
조금 더 친해지면 아주 재밌을 거 같다.
멤버들이랑 케미도 꽤 잘 맞을 거 같고.
리더인 신정이랑 동갑이니까 둘이 애들 잘 챙길 수 있을 거 같다.
늦게 들어와서 리더는 못 하겠지만, 성격을 보건데 리더 할 깜냥도 안 되는 거 같고.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겠어요?”
“네.”
“아! 그 전에 혹시 어디 연습생이었어요?”
서은의 정보를 물어 기억했다.
아무래도 조사를 좀 하려면 세부적인 인적사항은 좀 알아야 하니까.
서은을 작업실 소파에 앉혀두고 사장실로 간다.
“아빠.”
“어. 왔어.”
“응. 연습생 한 명 더 받으려고 하는데 괜찮은 사람인지 조사 좀 해줘.”
“그래? 누군데?”
나는 아까 서은에게 들은 인적사항을 모두 말했다.
“오늘 중으로 알아볼게.”
“오케이. 땡큐. 나 갈게. 아래서 기다리고 있어서.”
“그래. 잘 하고.”
아빠와는 간단히 대화하고 나왔다.
가는 길에 연습실에 잠깐 들러야지.
“안녕하세요!”
연습실에 들어가니 애들이 힘차게 인사한다.
귀여운 것들.
다섯의 미녀와 한 명의 일반인.
트레이너는 날 보고 묵례하며 다가왔다.
“자리를 비켜드릴까요?”
“아뇨. 오늘은 말만 전하고 갈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트레이너를 옆에 세워 두고 우아에게 다가간다.
“우아는 오늘 연습 끝나고 회사에 남아 있어. 아마 내가 먼저 끝나긴 할 거 같은데 혹시 모르니까.”
“알겠어요!”
우아가 주먹을 쥔 채 답했다.
뭔가 다짐하는 느낌의 우아는 엄청 귀엽구나.
우아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고 모두에게 말했다.
“아마도 연습생 한 명 더 들어올 거 같아. 다들 잘 해줘야 해.”
“한 명 더요?”
“응.”
딱히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거 같다.
“신정이랑 동갑이니까 다들 잘 해줘.”
“오! 나도 친구 생긴다!”
신정이가 제일 좋아하네.
다들 데뷔가 확정된 상태니까 딱히 견제하진 않는 거 같다.
하긴, 박힌 돌 빼내는 거도 아니고 더 성공하기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나에 대한 믿음도 확실할 테고.
“그럼 연습 계속해요. 너희도 잘 하고 우아는 이따 보자.”
“네!”
연습실에 들러 모든 전달을 끝나고 작업실로 향한다.
일단 받을 생각으로 다 질러놓긴 했는데 살짝 걱정되긴 한다.
성격에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노래를 얼마나 못 할지 궁금하네.
저런 얼굴에 춤도 꽤 춘다는데 잘릴 정도면 노래가 심각한 수준일 거 같은데.
“준비한 노래 있어요?”
“네. 연습한 곡 몇 개 있어요.”
“바로 불러 볼까요? 아! 물 좀 드실래요?”
너무 긴장한 거 같아서 물을 권하며 살짝 긴장을 풀어준다.
“많이 긴장되죠?”
“조, 조금요.”
조금이 아닌 거 같은데.
긴장 풀어주는 건 스킨쉽만한 게 없지만.
갑자기 주무르면 경찰에 신고당한다.
마기로 중독시키면 되지만, 바로 그렇게 하면 재미없잖아.
무슨 느낌이진 알지?
일단 마기는 사용해야 한다.
내게 호의를 품고 있기야 하겠지만.
지금 그냥 꼬셔서 먹는 건 지위를 이용한 갑질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내게 호감을 품어야 서로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거니까.
그 호감의 시초가 마기의 역할이고.
“앉아 봐요.”
“네.”
노래를 부르기 위해 일어났다가 내 말에 다시 앉는 서은.
나는 서은의 옆으로 다가가 어깨에 살포시 손을 올렸다.
살짝 토닥이는 느낌으로다가.
여기서 조금 이상한 느낌으로 만지면 안 된다.
경계심이 확 올라갈 테니까.
상사가 부하 직원 격려하는 느낌으로 어깨를 살짝 토닥인다.
“긴장 좀 풀어요. 이런 기회가 왔는데 긴장돼서 실수하면 얼마나 한 맺히겠어요.”
“후우우, 그, 그렇죠.”
“네. 시간 많으니까 충분히 쉬었다가 해도 괜찮아요.”
“아으,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게 호감을 느낄만한 멘트를 하며 마기를 서서히 집어넣는다.
아주 천천히 마기에 중독되면서 지금 내 멘트에 살짝 마음이 동하는 거처럼 느껴질 거다.
내가 자상하고 성격 좋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게 시작이다.
마기 중독의 효과는 엄청 대단해서 그런 감정이 알아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변하게 된다.
자꾸 내 생각이 날 테고 그 생각을 하다 보면 묘하게 몸이 달아오른다.
그러다가 날 생각하며 자위라도 한 번 하면 게임 오버고.
자위하지 않더라도 내 손길이 느껴지면 그대로 발정이 날 수밖에 없다.
마기만으로도 이런 게 가능하지만, 내가 뭔가 멘트를 치고 이런저런 노력을 하는 건 단순히 재미가 있기 때문.
뭐, 꼬셔지는 시간이 꽤 줄어들기도 하고.
“후우! 준비된 거 같아요.”
“그래요? 그럼 한 번 불러 볼래요?”
조금 골려주고 싶은데 그러면 또 긴장할 거 같아서 참았다.
오디션은 형식적인 거니까 빨리 끝내고 진도 좀 나가야지.
저녁에는 우아가 기다리고 있어서 정말로 주구장창 함께할 순 없다.
“흠흠.”
목을 풀고 날 바라보는 서은.
반주 틀어 달라고?
무반주로 부르게 할 생각이었는데.
원하니까 틀어줘 볼까?
“잠시만요.”
컴퓨터를 켠다.
“하하. 저도 오디션이 오랜만이라 이런 실수를 했네요.”
“호호. 괜찮아요.”
무반주로 시킬 생각이라 안 켰던 건데 일부러 허술한 모습을 보이는 거로 작전을 변경한다.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겠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보면 또 확 끌리는 게 여자니까.
여자는 모성 본능이 있어서 뭔가 챙겨주고 싶은 남자에게 마음이 가거든.
“자, 반주 시작할게요?”
“네. 바로 해보겠습니다.”
반주를 찾아 틀고 그녀의 노래를 기다린다.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어어....”
으음, 이거 맞아?
진짜 연습생 출신 맞아?
이건 어지간한 일반인보다도 못하는데?
음치나 박치는 아니다.
음정도 박자도 정확히 맞추고 있다.
근데 그게 다다.
목소리 톤도 노래와 어울리지 않고 딱히 감정이나 느낌을 살리지 못한다.
아니, 23살이면 연습생 생활 꽤 오래 했을 텐데 본인한테 어울리는 곡도 몰라?
“흠, 어, 어땠나요?”
“으음, 본인한테 이 곡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
“아, 전 회사에서 해보라고 추천해준 노래였는데요오.”
고개를 푹 숙이고 말하는 서은.
이걸 추천했다고?
무슨 생각으로 이런 노래를 추천한 거지?
“본인이 생각하는 어울리는 노래는 없어요?”
“이, 있어요.”
“그럼 그걸로 불러 보죠.”
“네.”
서은이 컴퓨터를 조작해 알아서 반주를 튼다.
아까보다는 조금 느린 곡으로 잔잔하게 흐르는 보컬이 특징인 노래.
그래. 음정 박자는 잘 맞추니까 이런 노래가 더 어울릴 수 있지.
“그대는 무슨 생각을 하나요오오~”
아니? 이게? 무슨?
두 번째 소절을 듣고 딱 알았다.
전 회사에서 왜 그런 곡을 추천했는지 알 수 있었다.
와! 노래를 너무 못하니까 어울리는 곡을 부르면 단점이 훨씬 더 명확하게 보이는구나.
이 정도로 노래를 못 하는 사람을 못 봐서 몰랐다.
근데 얘는 뭐가 문제인 거지?
음정 박자가 잘 맞는다는 건 기본기에 문제가 있단 소리는 아니다.
확실히 발성과 호흡도 연습생 생활을 오래 한 것만큼 잘 잡혀 있고.
테크닉적인 부분은 흠잡을 곳 없이 깨끗하다.
근데 노래를 기계가 부르는 거 같다.
사람이 부르는 느낌이 아닌데.
이건 못 부른다기보다는 너무 정확하게 불러서 그런가?
그렇다고만 하기에도 너무 본인 색깔이 없다.
“후우, 어떤가요?”
“심각하네요.”
“아! 역시 그렇죠?”
체념하는 표정의 서은.
“저희 회사에서 지금 걸그룹을 하나 준비하고 있어요.”
“네.”
“이미 5명이 데뷔 확정된 상태죠. 거기에 서은씨를 함께 준비시킬 생각이었어요.”
살짝 놀라는 서은.
“음, 근데 조금 생각이 필요할 거 같아요.”
“네. 하아.”
체념한 듯 한숨 쉬며 자리에 앉은 서은.
푸념하듯 조용히 입을 연다.
“저 이제 그만해야 될까 봐요.”
“연습생을요?”
“네. 이제 나이도 적지 않고. 노래는 진짜 열심히 하는데 답도 없는 거 같고.”
“흐음, 혹시 드림 스테이지 본 적 있어요?”
갑작스러운 질문을 했다.
“네? 그거 다 봤죠! 참가 신청도 했었는 걸요.”
“그래요?”
외모 위주로 뽑았지만, 이런 노래라면 탈락이 이해 가긴 한다.
“우연이 편 기억해요?”
“네! 진짜 신기했었는데. 아!”
서은이 내가 우연이의 보컬을 빨리 엄청 발전시킨 걸 기억해낸 거 같다.
근데 서은이는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서 될지 모르겠다.
진짜 연습은 엄청 열심히 한 거 같은데.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흠잡을 곳이 별로 없는 노래긴 했다.
근데 어떻게 노래가 듣기가 싫지?
너무 잘 부른 건데 너무 못한다.
이게 나도 어떻게 말로 표현이 안 되네.
“으음, 우연이처럼 노래가 확 좋아질 방법이 있어요.”
“저, 정말요?”
“근데 서은씨는 조금 결이 다른 문제라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전 지금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고 싶은 심정이에요. 제, 제발....”
서은이 갑자기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내 다리를 잡고 올려 보며 말하는 서은.
와! 욕 나올 뻔.
진짜 이쁘네. 얘는 얼굴을 이용해 먹었으면 벌써 데뷔했을 거 같은데.
노래야 적당히 만져서 팀원들 사이에 묻어버리면 되잖아.
뭔가 자기 고집이 있을 수도 있겠네.
“흐음, 알겠어요. 따라와 볼래요? 그건 비밀 레슨이라 조금 프라이빗한 장소에서 해야 해서.”
“네. 감사합니다. 정말.”
일어나 고개를 여러 번 숙이는 그녀를 살짝 다독이며 휴게실로 향한다.
내 전용 휴게실.
커다란 소파에 침대도 들어왔다.
냉장고도 하나 생겼고, 여러 가지 다과가 준비돼 있다.
크으, 아빠가 확실히 챙겨주긴 했네.
“흐음, 이게 조금 민감한 일이라.”
나는 살짝 난감한 표정으로 서은에게 말했다.
“저는 뭐든 할 준비가 돼 있어요. 걱정하지 마시고 말씀해 주세요.”
“우선 옷을 전부 벗어 주시겠어요?”
“네? 오, 옷을요?”
서은의 얼굴에 불신이 피어오른다.
아! 그래도 내가 꽤 약을 먹인 거 같은데 이걸 바로 불신해 버리네.
“아무래도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하나하나 봐야 하거든요. 옷이 있으면 제대로 볼 수가 없어서요.”
“그, 그렇군요.”
당황한 서은이지만 눈을 꼭 감고 옷을 벗기 시작한다.
“소, 속옷도 벗어야 하나요?”
“속옷은 괜찮아요.”
“후우우.”
속옷도 벗길 생각이었지만, 내 예상보다 방어 기제가 더 심했다.
아무래도 성적인 유혹이 많았던 거 같다.
확실히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좋은데 실력이 별로다?
아주 좋은 먹잇감이긴 하다.
아직 별 탈 없이 연습생 한 의지가 대단하네.
“그, 아무래도 이상한 요구하는 사람 많이 보셨을 거 같아서 말씀드리는데요.”
나는 밑밥을 깔기 시작했다.
“아시겠지만, 저도 여자 문제로 큰일을 한 번 치렀던 적이 있잖아요.”
“아!”
과거의 일이 생각났는지 서은이 조금 더 방어적으로 변했다.
아니, 내가 뭐 한다고 했냐!
“그 때문에 저도 꽤 조심스러워서요. 레슨이 조금 민망할 수도 있어요. 이상하게 느껴지는 터치가 있을 수도 있구요. 그만하려면 여기서 그만하셔도 돼요.”
“으으, 저, 정말 레, 레슨만 하는 거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레슨만 할 거야. 근데 그 레슨이 섹스란다.
“미, 믿을게요. 구, 굳이 제게 이래서 얻을 게 없으시니까.”
“잘 선택했어요. 그럼 이제부터 제가 하는 모든 행동에 의문을 품지 않아 주셨으면 해요.”
“노, 노력해 볼게요.”
불안하게 떨리는 눈동자.
새끼 고양이가 함정에 걸려들었다.
일단 서은을 똑바로 세웠다.
옷을 벗은 만큼 조금 구부정한 자세였던 세은.
뒤로 돌아가 어깨를 잡고 벌려 가슴을 내보이게 했다.
크으, 꽤 큰데? 이 정도면 D컵에서 E컵은 될 거 같다.
속옷도 보정 속옷이 아닌데 모양이 잘 잡혀 있네.
꽤 이쁜 가슴일 거 같아 벌써 군침이 돈다.
젖꼭지가 무슨 색일지 궁금하긴 하지만 그건 나중의 즐거움으로 남겨야지.
서은의 앞으로 이동했다.
“자세가 중요해요. 자세가 바로 서야....”
허튼소리를 지껄이며 서은의 몸 여기저기를 만진다.
이게 다 자세를 고쳐주기 위함이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내가 보기 좋은 자세를 만들고 있다.
“저, 정말 이 자세가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는 자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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