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박으면 악상이 떠올라-397화 (397/450)

397.

회식은 어디 식당을 통째로 예약했다.

어차피 우리 회사 사람들인 스텝들과 촬영팀이 먼저 자리를 잡고.

연예인들과 연예인 관련 스텝.

매니저나 스타일리스트들이 자리를 잡는다.

뭐, 다들 좋은 사람들이니까 알아서 잘 섞여서 문제없이 놀겠지.

회식이라고는 하지만 술이 허락된 사람도 몇 없고.

아쉽게도 스케쥴 때문에 빠진 인원도 꽤 있다.

“요즘 기사가 엄청 나오고 있는데 알고 계세요?”

“아! 그래요?”

회사 직원과 대화를 나누다 내 기사 이야기가 나왔다.

“어떤 기사에요?”

“그냥 한국 오셨다는 얘기란 어떤 활보를 보여줄지 궁금해하는 내용이더라구요.”

“별 얘기는 없나 봐요?”

“아! 이번 노래 홍보 기사도 조금씩 내고 있어요.”

홍보가 그리 필요한 사람은 아니지만, 또 안 하는 거보단 낫지.

이벤트성으로 만든 곡이지만 잘 되면 좋은 거니까.

회식은 별 무리 없이 끝났고 모두와 함께 집으로 들어왔다.

으음, 이거 분위기가 무서운데.

집에 모두 함께 들어오니 다들 눈빛이 흉흉하다.

술도 좀 먹고 해서 그런지 야수가 먹이를 노리는 눈빛이다.

하아, 오늘은 또 봉사해야겠네.

한국에 있을 날이 많이 남지 않아서 한 번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그래도 스케쥴 때문에 빠진, 아니! 왜 다 들어왔어?

회식까지 빠진 스케쥴이 그리 일찍 끝내고 올 수 있는 거였냐고!

“으음, 다들 조금 더 놀까?”

“술 더 마시자구?”

“술도 좋고, 자기 아쉬우니까. 뭐라도 좀 할까 해서.”

“후후. 자기야. 우리가 뭘 할지 잘 아는 거 같은데.”

초유 누님이 야한 목소리로 날 잡는다.

아! 살짝 시간을 끌며 몇 명은 취해 잠들게 할 생각이었는데.

내 속셈이 들켜 버린 거 같다.

초유 누님 손에 이끌려 커다란 침대로 던져졌다.

“살살 다뤄 주세요.”

험하게 옷을 벗기는 초유 누님.

벌벌 떨며 살살 다뤄 달라는 말을 했더니 누님이 씩 웃고는 내 위로 올라온다.

“호호. 덮치는 기분 꽤 괜찮은데?”

“매번 덮치면서.”

“내가 덮쳐도 매일 지잖아. 오늘은 각오해.”

“으음, 오늘 말고 다른 날 각오하면 안 될까?”

초유 누님이 아랫입술을 핥는다.

아무래도 오늘 단단히 기가 빨릴 거 같다.

“허으, 허억, 헛.”

시간이 꽤 지났지만, 여인들은 지칠 줄 모르고 내게 달라붙었다.

마치 써큐버스 소굴에 빠진 거 같았다.

계속해서 정액을 토해내며 여인들을 만족시켰지만.

사람이 많아 다들 계속 부족함을 호소한다.

“아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더는 못 해.”

“후후. 자기. 그렇게 쉽게 끝낼 수 없지.”

“초, 초유 누님.”

내 다리를 벌린 초유 누님이 앞에서 내 자지를 삽입한다.

마치 남자가 여자한테 박는 거처럼 자지를 박는 초유 누님.

아! 이거 예전에 당한 적 있는데.

뭔가 부끄러우면서도 강한 자극에 기분이 좋다.

나는 S 성향이 강하지만, M 성향이 전혀 없는 건 아닌 거 같다니까.

그렇게 초유 누님에게 당하는 걸 마지막으로 스르륵 잠에 빠졌다.

“어우, 진짜 기 다 빨리고 잠들었네.”

어제는 정말 제대로 당한 기분이다.

그래도 오늘은 딱히 일정이 없어 다행이다.

미국에 갈 때까지 별다른 일을 잡지 않았다.

쉬러 왔는데 악상이 떠올라서 쉬지 않고 곡 작업을 했으니까.

아!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그렇게 점심까지 정말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으음, 슬슬 배가 고프네.”

밥이나 먹으러 갈까?

일단 회사에도 한 번 들를 생각이니 밖에서 먹는 게 좋겠다.

숙취는 없지만, 어제 술도 한잔했으니 국밥이 좋겠네.

회사 근처 순댓국밥집을 목적지로 택시를 불렀다.

아인의 차를 타도 좋지만, 오늘은 그냥 혼자 다닐 생각이다.

“안녕히 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택시에 내려 국밥집에 들어왔다.

“엇! 부사장님.”

“아! 안녕하세요.”

직원 몇이 여기서 밥을 먹고 있었네.

“합석 괜찮죠?”

“물론이죠.”

“운이 좋으시네요. 제가 쏠 테니 더 시켜요.”

“와아!”

직원들 밥은 항상 사줄 수 있지.

내 부귀영화를 위해 열심히 일해주는 이들이니까.

수육에 이것저것 한 상 거나하게 차려 함께 식사한다.

“요즘 연습생 애들은 어떤가요?”

얘기를 나누다 이들이 신인 개발팀인 걸 알아서 넌지시 물어봤다.

“애들은 다들 착한데.”

말을 잠시 멈추고 눈치를 보는 직원들.

“착하기만 해서 문제라는 거죠?”

눈치 있게 살짝 그들의 말을 받았다.

실력이 늘지 않는 건 당연하다.

제대로 레슨을 시키지 않고 있으니까.

“실력이야 제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으니 늘지 않는 게 당연하죠. 그래도 신정이는 좀 좋아지지 않았나요?”

“아! 맞아요. 신정이는 갑자기 확 정말 가수만큼 늘었어요.”

“다른 애들도 차근차근 레슨할 거예요. 제가 미국에서 오면 본격적으로 할 생각인데 많이들 도와주세요.”

아, 밥 먹는데 너무 일 얘기를 한 거 같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어쩌다 보니 내가 점점 젊은 꼰대가 되는 거 같다니까.

“아! 일 얘기는 여기까지 하죠. 하하. 요즘 가십 같은 건 뭐 없나요?”

아, 뭐야. 질문하고 보니까 나 정말 노땅 같아.

따지고 보면 여깄는 사람들이랑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이들이 날 어려워할 수밖에 없는 위치라서 뭔가 어른이 된 느낌이 들잖아.

불편해하는 직원들에게는 조금 미안했지만, 밥은 먹고 나와야 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마쳤다.

“부 사장님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그럼 오후 업무도 힘내 주세요.”

“네!”

그렇게 직원들과 헤어지고 회사로 들어온다.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니 요즘 연습생 애들이 눈치가 좀 보이는 거 같네.

일단 내가 꽂아 넣은 애들이라 다들 뭐라고는 못 하고 있지만.

저거 어떻게 할 생각인가 하는 거 같다.

으음, 조금 일정을 앞당겨야 하려나?

사실 오늘은 연습생 애들을 볼 예정은 없었는데.

오늘 내가 만나려고 했던 건 예진이다.

예진이와는 여러모로 대화를 나눠야 할 거 같아서.

아직, 정확히 어떤 사이인지 판가름하지 않았으니까.

저번에 살짝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확실하게 도장을 찍진 않았다.

S걸스 스케쥴이 곧 끝나고 애들 회사에 잠깐 들른다고 해서 예진이만 빼 갈 생각이었는데.

시간은 충분히 널널하니까 미리 예진이만 회사에 남겨달라고 말하고 연습생 애들 좀 보고 가야겠다.

회사에 들어와 일단은 사장실로 향한다.

“아빠.”

“응. 왔어.”

“어제 많이 달리시던데 몸은 괜찮아?”

“나야 아직 청춘이지.”

알통을 만들어 보여주는 아빠.

뒤로 다가가 마기를 살짝 사용해 어깨를 주무른다.

또 바쁘게 일할 사람인데 피로는 좀 풀어 들어야지.

“어우, 좋다. 무슨 일로 왔어?”

“아, S걸즈 관련해서 얘기할 게 좀 있어서. 이따가 애들 회사로 온다며.”

“저녁 전에 들어올 거야. 너무 일찍 왔는데?”

“그냥 겸사겸사 연습생 애들도 좀 보려고.”

원래는 밖에서 조금 놀다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애들이 참 착해. 잘 될 거 같아.”

“그렇지?”

“그럼. 누가 뽑은 애들인데.”

“하하. 이따가 S걸즈 다 남길 필요는 없고 리더인 예진이만 남기고 보내면 돼.”

아빠가 연락해 두겠다는 말을 했고 나는 사장실을 나왔다.

“아! 예진이 남았으면 나한테 연락 한번 달라고도 해주고.”

“오케이.”

천천히 연습실로 이동한다.

으음, 아직 계획을 확실하게 세우고 있지 않아서 뭘 어떻게 할 생각은 없는데.

그냥 애들이랑 얘기도 나누고 친밀감을 쌓는 시간을 가지면 되겠지?

“안녕하세요.”

내가 내려가니 트레이너가 제일 먼저 인사를 한다.

못 보던 얼굴이네.

“아, 안녕하세요.”

“혹시 트레이닝 하는 거 보러 오신 건가요?”

“겸사겸사 애들이랑 오랜만에 인사도 좀 할 겸 왔어요.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진행해 주세요.”

트레이닝은 정말 간단했다.

따로 노래를 시키거나 하진 않고 호흡과 발성, 음정과 박자 연습만 주구장창 한다.

내가 이렇게 시킨 거니까 딱히 문제가 될 건 없지만.

진짜 이러고 월급 받아 가는 건 조금 배 아프긴 하다.

뭐, 아빠가 아는 사람 딸이라고 낙하산으로 꽂은 거니까 참는다.

성격도 꽤 좋다고 하고. 얼굴은 안 이뻐서 조금 아쉽네.

특히나 얼굴로 뽑은 다섯 앞에 있어서 더 안쓰러운 느낌이 들었다.

으음, 얘네한테 둘러싸여 있는 것만으로도 그 월급 인정한다.

내가 생각이 짧았다.

“음,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네. 알겠습니다.”

레슨 중간에 끊었는데 아주 당연한 일이라는 듯 아무런 반발 없이 바로 마무리하는 트레이너.

확실히 말을 잘 듣는 건 좋네.

내가 본 트레이너 대부분은 자기 레슨에 끼어드는 걸 극도로 경계하더라고.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우리 회사에 별로 필요 없으니까.

우리 회사는 사실상 나 혼자 하는 원맨 회사나 다름없다.

내가 모든 걸 결정하고 진행하는 회사.

나머지는 모두 날 돕기 위한 인력에 불과하다.

그러니 뭔가 창의적인 의견을 내는 사람보다는 시킨 거 잘하는 순종적인 사람들이 많다.

그 때문인지 회사 분위기가 좋은 거도 있다.

모난 사람이 없으니까.

간부급 인사만 빼고는 대부분 무난무난한 성격에.

딱히 욕심도 많지 않고 시킨 것만 잘 하는 사람들이다.

원래라면 이런 회사는 성장하기 힘들겠지만.

나라는 동력이 회사를 발전시키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어깨가 조금 무거운 거 같기도 하지만, 상관없다.

나는 실패하지 않을 테니까.

“다들 모여봐.”

“네!”

이쁜 애들 다섯이 옹기종기 내 앞에 앉아 똘망똘망한 눈으로 본다.

크으, 이게 성공의 맛인가.

기분이 고양되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차오른다.

얘네들 노래를 들으면 그 자신감이 확 죽긴 하지만.

“한 명씩 노래 불러 보자.”

댄스야 초유 누님 전담이라 내가 볼 건 없으니 노래나 시켜보자.

친밀감을 쌓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니 크게 부담을 줄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일 순 없다.

“신정이부터.”

신정이가 일어나 노래를 부른다.

확실히 나와 관계를 맺은 후로는 노래가 엄청 늘긴 했다.

아직 가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완연한 프로다운 노래를 할 수 있을 거 같다.

“잘 했네. 다음은....”

신정이 다음으로 네 명의 연습생의 노래를 차례차례 들었다.

“와.”

생각보다 더 처참했다.

다들 오히려 실력이 퇴보했구나.

실력이 퇴보했지만, 이게 잘못됐다거나 나쁜 일은 아니다.

자기 마음대로 부르던 노래를 이론과 기술을 주입해 부르게 하니 이런저런 신경 쓸 게 많아지고 그걸 다 신경 쓰면서 하려다 보니 원하는 대로 노래하기가 힘들어진 거다.

즉, 나아지고 있는 거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같은 거지.

네 명 모두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네.

나는 활짝 웃으며 넷을 돌아봤다.

“신정이 노래가 갑자기 나아진 건 다들 알지?”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네 여인.

사이비 종교에 매료된 광신도 같은 눈빛이지만.

워낙에 미녀들이라 그런 표정을 받는 게 부담스럽거나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그게 내 특별 레슨 덕인 거도 알고?”

“네! 저도 빨리 받아보고 싶어요!”

“그래그래.”

나도 빨리 박아보고 싶단다.

“미국 가기 전에 시간이 조금 있으니까 한 명 정도는 더 봐주려고 하는데.”

내 말에 네 명의 시선이 한쪽으로 몰린다.

유봄이? 여우상의 도도하고 차가운 이미지의 유봄.

무표정한 얼굴은 조금 한기가 느껴지지만 웃을 땐 봄이 온다.

웃는 모습이 참 매력적인 친구.

성격은 조금 조용하고 소심한 거 같은데.

예상외로 배려심 많고 멤버 모두를 잘 챙긴다는 말을 들었다.

그 때문인지 아니면 두 번째로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모두 유봄이 다음 레슨을 받길 원하는 거 같다.

“유봄이가 받았으면 좋겠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언니가 우리 중에서 제일 열심히 해요.”

“맞아 맞아.”

유봄보다 한 살 어린 토끼상의 채유, 채유와 같은 나이인 강아지상 순둥이 나림이 나서서 말했다.

유봄보다는 한 살 많은 신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날 보고 활짝 웃었다.

“막내는 어때?”

햄스터상의 귀여운 막내.

이제 20살이 된 천우아.

언제나 밝은 성격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는 아이가 조금 표정이 안 좋다.

평소 장난기가 많고 왈가닥이라는 얘기는 들었는데.

얘가 뭐 이렇게 진지한 표정을 지었지?

“저, 저도 받고 싶어요.”

“그래?”

“앗!”

우아를 뺀 네 명의 여인이 살짝 놀라 우아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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